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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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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5 00:36:46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이번에는 잊어버리기 전에, 10번 쓰자마자 바로 업로드! 졸리네요.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dnss - DANSES01 (2021.1.11)


 dnss는 비트메이커로, 우주비행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활동은 주로 기리보이, 김승민, NO:EL 등 우주비행 멤버들의 앨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DANSES01"은 그의 첫 솔로 작업물로 인스트루멘탈 2곡을 포함한 7곡이 실린 EP입니다.


 래퍼 포지션이라고 할만한 이들도 싱잉 랩 벌스를 실었으며, 그 외의 피쳐링진들은 다양한 R&B 보컬들이기 때문에 R&B 앨범을 감상하듯 즐기면 됩니다. dnss의 비트는 기타, 피아노, 신스, 드럼 등 다양한 악기 셋을 갖춘 밴드 느낌의 음악들인데, 듣기 편하고 대중적이면서도 다수의 곡들에서 저음역대가 빵빵해서 이런 곡들에서 찾기 힘든 땜핑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 때문에 감미로운 보컬이 얹혀진 곡들인데도 편안하게 젖어든다기보단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게 되더군요. 지식의 부족으로 세세하게 말하진 못하지만 이외에 기타 소리가 마음에 들더라고요. 기타 소리가 등장하는 곡들을 비교해보면 서로 다 다른 식으로 믹싱되어있어서 곡 별로 다른 색깔을 부여하는 듯 했습니다. 저는 예민하게 듣지 못하긴 하지만 의외로 들으면 들을 수록 이런 부분들이 귀에 들어오면서 인상에 남았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걸로 인스트루멘탈 트랙, 그 중 특히 "Ecstasy"가 일반적인 연주곡과 달리 뭔가 보컬이 얹어질 자리를 비워놓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 계속 뭔가 이쯤에서 누군가 노래를 부를 거 같은데... 싶더라고요. 이게 편안한 건지, 허전한 건지는 잘 모르겠으니 장점이다 단점이다 얘기하기도 어렵군요. 생각보다 짧은 앨범이라 금방 지나갔지만 내면은 충실한 앨범이었고, 그래서 감질맛이 나는 건 적어도 긍정적으로 볼만할 것 같습니다. 프로듀서 앨범은 늘 감상이 어렵지만, 이후로 다른 앨범 참여가 보일 때마다 더 세세하게 들을 단초를 마련해준다는 게 좋습니다. dnss도 이제 그렇게 될 프로듀서의 목록에 추가되었네요.



(2) Azikazin Magic World - Spaceships for Bad Dreams (2020.12.20)


 Azikazin Magic World는 Lionclad, mmddyyyy, Kiho Song을 포함 6명으로 이루어진 크루입니다 (멤버 리스트는 공식 인스타 계정의 팔로워를 보면 알 수 있긴 한데 나머지 세 분의 활동명을 모르겠습니다...). 2018년부터도 어떤 형태로든 존재는 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스트리밍 기준으로 첫 작업물을 2020년 2월에야 발표하였고 12월 되어 첫 정규를 발표하였습니다. 앨범 소개를 읽어보면 알지만 활동명은 일종의 마법 세계로, '주주비'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나름의 세계관을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곡을 Lionclad가 만든만큼, 익히 알고 있던 그녀의 프로덕션이 풍기는 신비로운 아우라가 앨범 전체를 휘감고 있습니다. 로우파이한 신스와 챠핑되어 촘촘하게 배열된 샘플들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특히 그 아래 놓인 드럼 루프가 역동적으로 변하면서 앨범을 이어갑니다. 기본적으로 Lionclad와의 앨범과 달리 이 앨범은 mmddyyyy가 랩이나 보컬 (한 곡은 Lionclad가 부름)로 목소리를 채웠으므로 여지를 주기 위해 기존 Lionclad의 인스트루멘탈이 그리던 그림보다는 조금 단순하게 짜여있지만, 감흥은 전혀 못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mmddyyyy의 랩이 오히려 사족처럼 느껴지는 트랙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Unbalance"의 경우 제목처럼 제일 혼란스러운 리듬 속에 곡이 전개되는데 그 위에 평이하게 흘러가는 랩이 몰입을 깨는 것처럼 느껴졌달까요. 랩 실력의 문제라기보단 랩이 주는 바이브의 한계 문제 같았습니다. "Half of You and Half for Me"처럼 적극적인 보컬의 해체 및 운용이 있었다면 재밌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외에 노래처럼 보컬이 쓰인 트랙들도 큰 문제는 없었고요.


 귀가 둔하다보니 제가 캐치하지 못한 부분도 많을 수 있겠지만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어려운 앨범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사 내용도 그리 어렵진 않고, 비트는 특이하게 짜였지만 꽤 분명한 줄기를 가지고 흘러가는 편입니다. 느끼는 일련의 아쉬움은 사실상 랩 앨범인 이 앨범을 인스트루멘탈 앨범처럼 기대하고 감상했기 때문일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Lionclad의 비트가 매력적이기도 했고요. 충격적이었다 정도까진 아니지만, 설정해놓은 '주주비'의 세계관이 어디로 뻗어나갈지는 좀 궁금해집니다. 좀 늦게 접해버렸지만 다음 작품은 제때 접할 수 있게 대기 타보겠습니다.



(3) Sharkrama - 매복 0.5 (2021.1.11)


 2019년 후반부터 2020년 전반까지 바쁘게 앨범을 내던 Sharkrama는 2020년 8월 "진주특별시"를 기점으로 갑자기 모습을 감췄습니다 - 당시 자기 작품에 대해 불안해하는 듯한 글이 LE에 잠깐 올라오기도 했던 걸 보면 고민의 시기였던 거겠죠. 제가 Sharkrama를 처음 안 "진화인류" 시기부터 그의 커리어를 훑어보면, 속사포 랩을 주 무기로 사용하였지만 지나치게 단조로움만 자아냈던 탓에 이를 죽이고 그루브감을 더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객관적인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은 사람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 꽤 좋았는데, 그게 본인에겐 고민거리로 작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나온 "매복 0.5"는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이때까지와 반대 방향에 가까운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매복 0.5"는 요근래 모습에 비해 매우 파워풀합니다. 상대적으로 1, 2번 트랙이 약하고 밋밋해보일 정도로, EDM 스타일의 드랍과 삐까뻔쩍한 전자음을 대동하고 나선 중후반부는 강렬합니다. Sharkrama는 오랜만에 과감하게 속사포를 풀어놨으며 아예 "감정조절 최신작"의 커팅은 속사포가 주는 청각적인 느낌을 훨씬 극대화시키려는 듯합니다. 허나 초반의 속사포가 보여줬던 문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비트가 워낙에 그 에너지를 잘 받쳐주고 또 꾸며주며, 템포를 푸는 구간에서는 충분히 변화와 탄력을 주면서 랩을 밀고 당겨줍니다.


 시원하게 터져주는 느낌이 맘에 드는 앨범이었습니다. "0.5"란 타이틀이 붙어있는 걸 보면 완전판이 나올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미 가사로도 다시 허슬을 예고하고 있으니), 볼륨이 커지면 다시 단조로운 면이 드러날까요?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로써는 Sharkrama의 돌아온 모습이 반갑기만 합니다. 공백기 동안 무엇을 연구했을지 하나씩 보여주기를 기대해봅니다.



(4) Santa Paine - Santa Paine Presents II LP (2021.1.11)


 작년 여름에 나왔던 Santa Paine의 첫 정규 앨범의 후속작입니다. 전체적으로 트랩 뮤직의 비중이 높았던 저번 앨범에 비해, 이번 앨범은 보컬의 비중이 높습니다. 물론 BIGONE, EK, GV가 참여한 트랩 넘버도 있긴 하지만 비중이 적을 뿐더러, 저번 앨범 트랙에 비해 분위기가 훨씬 부드럽죠.


 저번처럼 피아노가 처음과 후반에 등장하지만, 여전히 Santa Paine은 다양한 악기를 다룹니다 - 첫 두 트랙에 참여한 Monovated의 아우라가 워낙 세서 여기에 깔린 피아노 선율이 오래 기억에 남긴 했습니다. Santa Paine이 비트 사이사이에 보여주던 따뜻함이 이번 앨범에 훨씬 강조되어있고, 이를 살리는 게스트로 다양한 보컬을 초빙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번 앨범과 전체적으로 장단점이 일치합니다. 따스함이 우러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그의 장점이라면, 곡들 구성이 단순하거나 허전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 건 단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도한 색깔을 편안하게 듣기엔 좋은 앨범입니다 - 한 가지, "Leaves"의 박자는 의도대로 어레인지된 건지 조금 헷갈리긴 하네요. 여담으로 원래 Santa Paine은 Tommy Strate가 새로 만들 레이블에 소속될 거라고 했는데 아직 소속은 딱히 정해진 거 같진 않네요...



(5) yovng trucker - yt4matic (2021.1.13)


 한동안 작은 규모의 앨범을 많이 냈던 yovng trucker인데 이번 소품집은 꽤 오랜만에 보는 거 같군요 (라고 해봤자 두 달 간격인게 세 달 간격이 되었을뿐...). 조금 오랜만에 들어서 리프레쉬가 된 건지, 최근 냈던 서너 장의 앨범에 비해 조금 더 시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계속 yovng trucker의 멈블과 비트가 답답하게 느껴졌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좀 해소된 느낌? 더불어 2번 트랙에 오랜만에 콸라를 등장시킨 것과 (사실 오토튠을 뺀 거 빼고는 스타일 자체는 거의 같게 느껴집니다) 4번 트랙 끝 나레이션이 이번 앨범은 조금 더 재밌게 들리게 하려고 시도했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크게 봐서는 기존 yovng trucker 스타일에서 벗어나지는 않지만, 어떤 면에서 차이가 난 건지 몰라도 반복적인 패턴을 약간이나마 깬 듯한 앨범이었습니다.



(6) Spray & Blase - SNATCH (2021.1.13)


 파티 유닛인 BACKnFORTH 소속 DJ Spray가 Blase와 함께 발표한 EP입니다. Spray는 파티 DJ로 유명하지만 2018년 "mindspray"란 EP를 발표한 적도 있고, 이후로도 본인 및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에 프로듀싱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죠. 파티 DJ란 롤에 어울리게 프로듀싱 스타일은 일관되게 EDM이었고, 이번 앨범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WAGWAN"부터 그라임을 주 스타일로 시도 중인 Blase의 랩은 숨가쁘게 몰아치는 빠른 BPM에 잘 어울립니다. Blase의 랩은 큰 색깔이 없고 건조한 면이 있지만 땜핑과 리듬감이 괜찮기 때문에 비트가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다 해내고 있습니다. 이 노래가 클럽에서 울려퍼질 것을 생각한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비트 자체가 가진 에너지와 바운스일 것이고, 랩은 조연의 위치에서 리듬감을 더해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더더욱 Blase가 파트너가 된 것은 적절해보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트랙 "Don't Worry"는 그나마 나머지 둘에 비해 '평범한' 힙합 비트 색을 띄고 있지만 전체 색깔에서 확 튀거나 하진 않습니다 - 이걸 루즈하게 풀어간 BILL STAX가 좀 신기하긴 합니다.


 EDM 앨범처럼 메인 곡들보다 많은 수의 리믹스가 수록되었으며,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랩은 지극히 조연으로 사용하고 비트와 전자음으로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캐리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듣기 전부터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색깔이었지만, 혹시라도 진성 힙합을 찾는다면 추천하지 않는 앨범입니다. 적어도 듣는 동안 스핀 중인 DJ와 단체로 뛰어대는 군중들이 그려지는 걸 보면 기존 목표대로 잘 만들어진 앨범인 듯합니다.



(7) ICE BOYZ GANG - True Story (2021.1.15)


 반년 만에 나온 ICE BOYZ GANG의 신작 "True Story"는 '이것은 실화다'라는 말로 소개글을 대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힙합에서 으레 보는 자수성가 스토리와 갱스터 스토리를 섞어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그동안 ICE BOYZ GANG은 하나씩 컨셉을 중심축 삼아 유기적으로 짜인 앨범을 만들어왔고, 이번 앨범도 그런 면에서 탄탄하게 만들어져있습니다.


 처음 ICE BOYZ GANG을 들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 앨범을 들으니 더더욱 호미들 생각이 났습니다. 멤버 별로 구분되는 개성을 가진 3인조라는 점과 음악 스타일, 다루는 소재부터 가사에 드러나는 어조와 타입 비트를 주로 쓴다는 점까지, 꽤 많은게 닮아있습니다. 허나 반대로 호미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음악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음악의 텐션 면에서 차이가 큽니다. 타이트한 랩을 선보이는 호미들과 달리 ICE BOYZ GANG은 늘 여유 있고 정확했습니다. 이번 앨범도 마디마다 정확히 라임으로 짚어주는 박자와 어느 면으로도 넘치지 않게 만들어진 랩이 인상적입니다. 본능적인 느낌에 의존하는 일반적인 한국형 트랩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며, 멤버들의 탄탄한 톤이 어우러져 NG 없는 태그 팀 플레이를 보는 듯한 이 느낌은 저번 앨범들에 비해 더욱 노련해져있습니다.


 다만 전 앨범을 들으면서 느꼈던 단점도 그대로입니다. 그들의 음악은 100도까지 가지 못하고 늘 8-90도에 머무르는 듯한 감질맛이 있습니다. 분명 이 이상 과감해질 수 있는 것을 아는데 딱 안전한 노선만 타고 있는듯한 느낌이랄까요. 원인 중 하나는 타입 비트를 사용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앨범 내에 있는 비트의 BPM은 거의 동일하고 바이브도 일치합니다 - 약간 텐션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있어서 이게 앨범의 고저를 만드는 유일한 구간이지만 임팩트를 주기엔 부족했습니다. 그나마 신선한 느낌은 마지막 두 트랙 정도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 외에는 뭐랄까, 의자에 얌전히 앉아 트랩을 하는 듯하달까요.


 멤버들 톤이 잘 잡혀있긴 하지만 은근히 한 명이 두 개 이상의 플로우를 갖고 있는 듯해서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 이건 요즘 가사 보기가 멤버별로 되지 않는게 제일 클지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어떤 멤버가 어떤 목소리인지 모르는게 참 아쉽네요 - 혹은 외부 활동의 부재가 아쉬운 부분일 수도 있겠군요. 실력이란 재료를 의심할 이유는 없습니다만, 그걸 늘어놓는 방식이 자꾸 약간의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래도 시끄러운 음악이 싫은 트랩 팬에게는 나름 취향 저격일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8) APEX - 부산울산고속도로 tape Vol.1 (2020.10.29)

    APEX - 부산울산고속도로 tape Vol.2 (2021.1.15)


 Vol.1과 2가 붙어서 나올 거라 생각해서 좀 미뤄두다가 이제 Vol.2이 나와서 글을 써봅니다. 작년 10월 "호사유피"로 오랜만에 컴백한 APEX가 낸 믹스테입입니다. 앨범 당 세 곡씩만 들어가있으며, 이런 식으로 단타로 자주 시리즈를 이어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커버를 보면 장난스러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어떤 면으로는 과소평가입니다. APEX는 이 앨범에서 '고속도로'라는 제목답게 운전과 관련한 비유를 써서 인생의 각종 면을 조명하며, 특히 Vol.1에서 살짝 피식하게 되는 표현들이 있지만 ('인간 지네처럼 하나인 우리 팀'이 제일 인상에 남는군요... 하나된 팀을 인간 지네로 표현할 줄이야...)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붐뱁 스타일의 곡들입니다. 이런 분위기일 것은 쉽게 예상 가능한 부분이고, 때문에 Vol.2에서 가속 페달을 밟자고 했던 사람이 다음 트랙에서 갑자기 외제차 따라가지 않고 크루즈 모드하겠다고 하는 걸 지적하는 건 무의미할 거 같습니다.


 음악들이 2000년대의 한국형 붐뱁 트랙의 색깔대로 평범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큰 매력을 찾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APEX의 목소리는 여전히 시원시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연이어 목을 긁는 톤으로 랩을 할 때는 질리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훅에서 다시 편한 발성으로 돌아올 때가 환기가 되더군요). 아무래도 리스너 입장에서 Vol.1의 피쳐링진들의 실력을 언급하지 않을 순 없겠죠 - Vol.2은 그나마 낫지만 여전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참여진이 있긴 합니다....(?!) 냉정히 말해, "부산울산고속도로 tape" 시리즈는 뭔가 새로운 발견을 기대하고 요구하면 할수록 실망이 클 수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사이드 프로젝트인만큼 그 정도 정체성을 유지하고 이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습니다.


 컴백 이래로 APEX는 부지런히 작업물을 내놓고 있습니다. 당장 27일엔 벌써 새 정규 앨범이 준비되어있는 상태입니다. 때문에 시리즈에서 금방 다시 찾아보게 될 것 같군요.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아마 새 정규에도 거의 적용될 거 같아 지금은 말을 아끼고 글을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9) PAXXWORD & Squabby Doo - TOXXIC (2021.1.16)


 전작 "PAXXTAPE"을 좋게 들었었는데, 오랜만에 앨범 단위 결과물로 PAXXWORD가 돌아왔습니다 - 이번에는 비트메이커 Squabby Doo와의 합작 형태로요. 앨범은 짧고, PAXXWORD 기존의 스타일 내에서 크게 특이한 점 없이 완성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 들으면서는 PAXXWORD의 가사 쓰는 방식에 더 많이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 짧은 호흡으로 끊어가면서 줄기 차게 이어나가며, 한글과 영어를 오가는 가사가 그의 이펙트 걸린 듯한 거친 목소리와 만나 독특한 타격감을 형성했습니다. 저번 앨범에서도 그랬고, PAXXWORD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입니다. Squabby Doo의 비트도 이와 십분 어울렸고요 - 곡들이 인트로가 하나 같이 강렬해서 메인 파트에선 은근 그 아우라가 없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단점이라 꼽을 정도는 아닌 거 같습니다. 곡들마다 비슷하다 느껴질 찰나 등장한 피쳐링진도 재밌었고요. 깊이 파고들만큼의 뭐가 있진 않지만 두 뮤지션의 색깔이 잘 담긴 가볍게 듣기 좋은 트랩 앨범, "TOXXIC"이었습니다.



(10) TK - Highway (2021.1.17)


 TK 혹은 Van Ruther를 비트메이커로만 아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그의 정규 앨범을 따라가보면 그가 의외로 상당한 실력을 가진 보컬리스트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수의 피쳐링진을 섭외한 사이 소소한 '일탈' 느낌으로 본인 목소리를 공개했던 1집과 달리 2집은 본격적으로 이 방향으로 한 발 내딛은 작품이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그의 3집은 보컬리스트 TK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비트메이커 Van Ruther와 보컬 TK의 이고까지 분리시킨 듯하군요.


 처음 앨범을 틀면 레트로한 느낌의 전자음과 빠른 템포로 역동적인 느낌이 나는 "Infinity" "Highway"가 맞이합니다. The Weeknd의 "Blinding Light"가 연상되면서도 이번 컨셉은 이건가 하면서 머리를 굴리지만, 연산이 채 끝나기도 전 분위기는 점차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바로 다음 곡부터 TK의 목소리는 차분해지고, 레트로한 악기도 하나 둘 빠집니다. 중반부터는 지난 앨범 "Strings"의 스타일과 비슷해지고, "Highway"란 제목에 맞게 곡마다 등장하던 자동차 관련 비유도 6번 트랙 이후론 없습니다. 가사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Daisy"의 의미도 연인에서 친구로, 위로가 필요한 사람으로 계속 변하는 듯하고요.


 호기로웠던 시작의 분위기가 오래 이어지지 못하고 다시 익숙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마지막 "Wonderland"에서 살짝 그 분위기로 돌아가는 것은 뭔가 잊고 있던 게 기억나서 해보는 안면 치레 같단 생각도 들었어요. 아마도 이 여정에서 귀가를 의미하는 듯한 평화로운 무드로 맺는 결말은 겨우 세 곡 밖에 되지 않지만 뭔가 늘어지는 듯하게 느껴진 건 처음의 여운이 완전히 가시진 않아서일 겁니다.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몰라도 확고하지 못했던 컨셉이 개인적으론 앨범에서 제일 갸우뚱한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곤, 정말 잘 들은 앨범이었습니다. 1집 때부터 그랬지만, TK의 목소리는 깊은 울림이 있고 한 글자 한 글자 정확히 짚어 발음하는 듯한 창법은 전달되는 느낌을 배가시켜줍니다. 보통 노래들은 후렴에 힘을 많이 주다보니 벌스 부분이 생각 안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앨범엔 벌스도 후렴처럼 여운이 짙은 곡들이 많았어요. 저는 이 앨범을 듣는 동안 TK가 가수가 아니라 비트메이커라는 사실을 거의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의도가 완전히 납득되지 않지만 어쨌든 재료가 된 목소리와 기교는 훌륭해서 여러 번 집중해서 들을 수 있던 앨범이었습니다. Van Ruther가 아닌 TK는 어느새 VMC에서 섬과 같은 고유의 영역을 구축한 듯합니다 - 피쳐링이 없는 것이 전혀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요. 1집 때 서너 곡으로 보여줬던 모습만으로 저는 후속작을 기다리게 되었고, 바야흐로 그 포텐셜은 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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