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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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1-29 18:23:40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10개 채운지 3-4일 정도 되었었는데 안 올리고 있었어요... 아니 사실 왜인지 알죠. 까먹..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D.O.G. - BEWARE OF THE D.O.G. (2020.12.30)


 D.O.G.는 unofficialboyy를 주축으로 gamma, Papi, YOUNG BLOOD X 등이 속한 크루입니다 (이번 앨범 전곡 프로듀싱이 THUGS BUNNY던데 마찬가지로 멤버인 건지는 모르겠군요). 이들은 "drugonline"과 "unofficialboyy" 앨범 등에서 피쳐링진으로 주로 등장했고, Papi처럼 Dickids 크루 때부터 이어져오는 인연도 있을 정도로 꽤 오래 합을 맞춰온 사이입니다. "BEWARE OF THE D.O.G."는 작으나마 그들이 정식으로 뭉쳐 남긴 첫 발자취입니다.


 D.O.G. 멤버들은 트래퍼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unofficialboyy는 "drugonline" 때 트랩의 바이브를 붐뱁의 리듬에 실어 독특한 조합을 창조해낸 바 있습니다. 본작도 어느 정도는 그것의 연장선이지만, "drugonline" 때의 잔뜩 지저분한 (비하의 의미가 아닙니다..) 사운드는 이번에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좀 더 랩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습니다. 네 명의 멤버가 전곡에 참여하였는데, 각자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느낌이 아주 잘 일치되어 멋진 케미를 보여줍니다. 여기에 가만히 못 있는듯 날뛰는 플로우까지 겹쳐서 벌스를 듣는 재미가 꽤 쏠쏠했습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구성이 거의 벌스-훅을 번갈아가는 식인데, 네 명이 다 이렇게 돌아가다보니 곡 길이가 꽤 길어졌고, 듣다보면 왠지 곡이 끝나야할 때 안 끝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는 제일 '평범한' 곡인 "ARE WE THERE YET"에서 제일 두드러집니다 - 개인적으로 이 스타일은 시도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너무 고민이 없었던 거 같아요. 분명 벌스는 듣는 재미가 있고 훅은 괜찮게 만들었지만, 조금 더 탄력을 줄 수 있게 구성에 변화를 줬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BEWARE OF THE D.O.G."는 "drugonline"에서 보여줬던 파격을 기대하고 듣는다면 좀 심심할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은 순전히 래퍼로써의 그들이 담긴 작품으로, 사운드가 재밌긴 해도 파격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그래도 확인할 수 있는 멤버들의 재치와 개성 덕분에 인트로격인 본작 뒤로 어떤 활동이 이어질지 기다리게 됩니다. 특히 여러 장르의 경계선에 있는 색깔 때문에 어필할 수 있는 청중의 폭이 생각보다 넓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2) BlueWhale & Diett - MOOD (2021.1.1)


 고등래퍼 3에 나올 때만큼의 화제성은 없지만 그래도 BlueWhale은 꾸준히 뭔가를 만들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에는 비트메이커인 Diett와 콜라보로 EP를 냈군요. 단도직입적으로 이번 앨범은 심심했습니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고등래퍼 즈음의 BlueWhale은 감미로우면서도 힘 있는 창법이었습니다 - 비트에 있어 여러 번 작업했던 MoonMean이 구사하는 신스 덕분이기도 했죠. 이번 앨범에서는 BlueWhale도 잔잔하게 노래를 부르고, Diett의 비트도 무난무난합니다. 더군다나 사운드 자체가 조용하게 정리되있는 거 같아요. 볼륨 설정을 다시 확인해봐야 했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모난 부분은 죄다 깎아 둥글둥글한 느낌입니다.


 노래 자체에 큰 결함이 있는 건 아니고, 잔잔한 바이브도 그 자체로 매력이 있습니다 - 자기 전에 듣는 음악으로는 적절할지도 몰라요 (비하 아닙니다...). 하지만 전 깨어있는 대낮에 이 음악을 들었고, 특별히 인상을 새겨주는 부분이 없다보니 방금 어떤 노래들이 지나간건가 갸우뚱합니다. BlueWhale의 첫인상은 이게 아니었는데요, 일시적인 건지 노선을 바꾼 건지 (요즘은 이 표현도 쓰고 나면 찜찜하네요;) 모르지만 좀 더 기억에 남는 음악으로 돌아와줬으면 좋겠네요.



(3) Leellamarz - [L] (2021.1.1)


 여러 번 돌려 말한 적은 있지만 다시 제 의견을 툭 까놓고 말하자면, Leellamarz를 둘러싼 평가의 대립은 그의 다작 때문이 아닙니다. 발표 작품 수로는 Leellamarz가 웃돌지 몰라도 비슷한 허슬러로 평가받는 박재범, 오왼, 호미들 등이 곡을 자주 냈다고 평가 절하 받은 적은 없으며, 국외로 눈을 돌리면 이런 예는 훨씬 많습니다. 솔직하게 심한 말을 하자면, Leellamarz가 안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그건 순전히 그의 곡들이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보여주지 못한 탓입니다.


 Leellamarz는 다작에 더불어 넓은 스펙트럼을 커버하는 뮤지션입니다. 때론 감미로운 노래를 하고, 때론 다 때려부술 듯한 랩을 하며, 때론 잔잔하고 울적하게 노래를 읊조립니다. 이 모든 것이 Leellamarz에게 맞는 옷이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얇은 톤에 어울리는 무드와 템포, 비트, 오토튠의 비중 등은 의외로 폭이 좁습니다. 허나 일단 기회가 되면 곡을 만들고 보는 성격에, 요근래 들어 음악에 대한 의욕이 떨어진 듯한 모습 (이게 비단 비난 때문만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워낙 그전부터 랩하우스나 하이브로 라디오에서 방황의 기미가 보였어요)과 맞물려 충분한 중심을 잡지 못한게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전작 "Prison Break"는 이런 면에서 핀트가 어긋나게 들렸습니다.


 그의 새로운 정규 앨범 "[L]"은 그런 점들을 고려할 때 그나마 최신작 중 제일 괜찮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참여 프로듀서들이 그의 약점을 알고 커버해줄 수 있는 비트를 써준 것 같아요. 저는 최근 들어 Leellamarz가 발음을 흐리고 대충 풀어가는 듯한 랩을 보여주는게 더더욱 약점을 노출시키는 전략이라 생각했는데, 첫 트랙 "GOODMORNING FREESTYLE"부터 탁탁 때려박아주니까 앨범에 대한 기대가 올라가더군요. 그런 식으로 텐션이 떨어질 즈음 드럼 비트가 변한다든지, 악기가 추가되면서 몰입도를 이어나가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SING A SONG WRITER" 같은 곡이 평이하면서도 딱 Leellamarz와 밸런스가 맞는 비트의 예인 듯합니다.


 여전히 그의 단점들은 존재합니다. Leellamarz는 앨범의 기승전결에 상대적으로 덜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CATCH ME IF YOU CAN"의 위치가 너무 뜬금 없는 느낌이 있습니다 (차라리 "GOODMORNING FREESTYLE"과 자리를 바꿨다면?). 흘리는 발음과 오토튠은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히 이번 앨범에선 가사에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전달력을 해치는 요소들이 더욱 달갑지 않았습니다. "DOCTOR" "0(YOUNG)" "LOVE" 세 곡에서 보여주는 감성의 사운드가 너무 뻔해서 조금 색다른 걸 바라게 되기도 합니다. 끝으로, 여전히 이것저것 담다보니 앨범이 띈 색깔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이런 점들이 못내 걸리지만 그래도 정규라설까, 근래 그의 앨범 중에선 제일 균형이 잘 잡혀있습니다. 프로듀서들과 차례차례 콜라보를 하면서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내면 되는지 좀 더 아이디어가 잘 잡힌 것 같아요. 가사적으로도 최근 들어 제일 진솔함이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해준 듯하고요. 음악을 떠나 Leellamarz라는 인물을 볼 때 왠지 불안정하게 느껴질 때가 적잖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그가 랩으로 보이는 과시들이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럽게 들리곤 했죠. 처음에 말했듯, 다작은 지금 이슈가 아닙니다. 다만 창작에 자신이 끌려가는 처지까지 가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4) 태빈 - [Welcome.] (2020.12.30)


 태빈은 2019년 첫 믹스테입 "NMS (nomosloth)"로 이 시리즈에서 얘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안병웅, Candid Creation과의 3인조 "M.S.F."에서 나온지 얼마 안 된 상태였는데, 의외로 긴 공백기 (중간에 Greego의 컴필에서 한 번 본듯)를 거쳐 두 번째 믹스테입이 나왔습니다. 본래도 태빈 스타일은 그랬고 자켓에도 강하게 암시되어있지만 90년대 골든 에라 붐뱁이 앨범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 수록곡 중 네 곡은 실제 그 시대의 곡 비트를 사용하기도 했죠.


 저번 앨범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번 앨범에서 바뀐 태빈의 톤이 먼저 귀에 들어올 겁니다. 전작에 비해 목소리가 좀 더 하이톤이 되었으며, 힘을 덜 주고 여유롭게 타는 투로 바뀌었습니다 - 때문에 처음 들을 때 엉뚱하게도 김농밀이 순간 떠오르더군요. 기반에 깔린 발성과 쫄깃한 그루브감은 그대로라, 특히 이런 바이브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할 힘을 갖고 있습니다. 


 여유로워진 스타일만큼 너무 빽빽하지 않게 플로우를 구성한 것이 눈에 띄는데, 의외로 이것과 라임에 강세를 주는 스타일이 어떤 곡에서는 안병웅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찌 보면 이 스타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완급을 조절하는 방식이 앨범 전체에 걸쳐 일정하고, 전체적으로 임팩트를 주기 보다 살짝 들뜬 색을 가지고 있어서 들으면서 단조롭다는 구간이 생기기도 합니다 - 이 역시 안병웅의 케이스와 일치합니다. 이는 살짝 템포와 스타일이 바뀌는 중후반부 들어서 조금 해소되지만 순간순간 리프레쉬가 되기만 하고 한 자리를 맴도는 것 같은 인상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조금은 예전의 톤이 그립지만, 그래도 붐뱁충으로써는 이 스타일을 유지하고 이어가는 래퍼가 있다는 건 반가운 일입니다. 특히 당시대의 스타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수준 이상의 작업물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이겠죠. 워낙 결과물 나오는 빈도가 낮아 음악이 커리어인지 취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음 앨범이 나오게 된다면 또 찾아 들어보게 될 듯합니다.



(5) MELOH - MELOH (2021.1.2)


 "MELOH"는 MELOH의 첫 앨범 (지난 번에 다룬 "Heart Full of Empty Love"는 트리플 싱글)이자 Daytona 합류와 함께 발표된 출사표입니다. 요약하자면 "MELOH"는 다채로운 피쳐링진을 제외하고는 익히 알고 있는 그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개인적으론 좀 아쉬운 면이 많았습니다 - 전작과 비교해서 같거나 조금 더 가벼워진 느낌이랄까요. 피쳐링진을 제외할 경우 MELOH가 부른 부분은 마지막 트랙을 제외하곤 전부 1분 남짓인 셈이라 감흥이 그닥 크진 않습니다. 가성과 진성을 능숙하게 넘나드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MELOH에게 "Understand"나 "Lingo" 같은 미니멀한 곡은 어울려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주 사소한 거지만 "SMOKE"에서 손목 긋는 얘기 나오는 부분은 좀 찜찜하기도 했고요. 뭐, 그저 커리어에서 나름 의미 있는 앨범인만큼 조금 더 무게가 있길 바랐는데 그러지 않아서 당황했을 뿐입니다. 가벼운 앨범이라고 해서 의미가 없는 건 아니고, MELOH의 노래 실력이 어디 간 것도 않았습니다. 제가 듣고 싶은 것은 앞으로의 활동에서 차차 확인할 수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6) Mac Kidd & xs & kitsyojii - No No-Trap (2021.1.2)


 Mac Kidd, 키츠요지, 그리고 쇼미9에서 "이기욱"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xs는 Zion.T & 기리보이 팀 소속으로 3차 예선 때 무대를 선보이고는 탈락을 했었죠. 살짝 이벤트성으로 이 셋이 뭉쳐 낸 트리플 싱글이 "No No-Trap"입니다. 저마다 다른 색깔의 트래퍼들이 모여 벌스를 읊는 것도 듣는 재미가 있지만, 잘 모르던 래퍼 xs에 대해서 들어보는 기회도 되었습니다....만 xs에 대해선 아직 잘은 모르겠습니다. 꽤 유니크한 톤을 가지고 있는... 혹은 내고 있는데 여기에선 나머지 둘에 비해선 그루브감이 떨어져 심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건 본인에게 맞는 비트를 만나면 커버가 될 것 같기도 하고요.


 살짝 발음을 흘리는 키츠요지와 딱딱한 느낌이 들 정도로 박자를 맞추는 Mac Kidd의 균형은 재밌었습니다 - xs는 둘 중에선 Mac Kidd에 더 가까운 편입니다. 키츠요지는 특히 "SITCOM OF THE YEAR"에서 잠깐 덜했던 '돈에 미친 놈' 캐릭터를 다시 가져와 특유의 뻔뻔하고 유머러스한 표현을 선보입니다. 두 곡 뿐이지만 간단한 구성으로 귀를 잡아끄는 마진초이 비트의 클래스도 짚고 넘어갈 포인트입니다. 작은 앨범이라 말할 것이 그렇게 많진 않지만 훗날 xs의 새 앨범이 나와 듣게될 때 기준점이 될 것 같습니다 - 방송은 워낙 편집이 되었다보니...



(7) DJ Wreckx & Day Jam - We Used to be Down by Law (2021.1.4)


 Day Jam은 과거 Dialogue와 "HitchHike"라는 팀으로 활동을 시작한 래퍼입니다. SouLime Records 소속으로 2010년대 초반에 활동했던 이 팀은 크게 대중적인 성과를 얻진 못했지만, 작년 초에도 새 싱글을 내면서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알렸고, Day Jam도 마찬가지로 간간히 생존 신고를 하면서 새 트랙들을 발표해왔습니다. DJ Wreckx와는 "BB KIDZ Vol.1"에서 "옛다 Boom Bap"으로 참여한 인연이 있었고, 이 곡의 리믹스 버전이 실린 EP "We Used to be Down by Law"가 이번에 나왔습니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이미 앨범을 틀기 전부터 이 앨범이 붐뱁, 그것도 살짝 올드 스쿨한 풍미를 풍기는 앨범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DJ Wreckx는 본인 앨범 및 Rivers Crew 활동 등으로 오래 전부터 올드 스쿨에 뿌리를 두고 다방면에서 활동을 해왔으며, 이 '의도적인 촌스러움의 미학'은 최근 싱글들까지 이어졌으니 전혀 특이한 건 아니죠. 2021년의 씬에서 이 설명만으로 이 앨범이 어필할 수 있는 타겟층은 꽤 제한적이라는 설레발도 칠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수록곡들은 기본 뼈대 위 이렇다할 치장을 하지 않고 오직 고정된 드럼 루프와 브레이크 비트와 스크래칭으로 곡을 이끌어갑니다. 이런 비트는 래퍼와의 합이 매우 중요한데, Day Jam은 조금 벅차보입니다. 이 세계에 대한 오마주 가득한 랩을 얹어 풀어놓으면서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지만, 센스와 여유로움보다는 억지스럽게 짜낸 듯한 톤과 강세 때문에 조금 불편합니다. 스킬풀하게 목소리를 휘두르는 것보단 무게감 있고 정석적으로 리듬을 짚어나가는 것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한편 마지막에 수록된 "옛다 붐뱁 Remix"는 나머지 곡과 다른 작법으로 만들어졌는데, 전 개인적으로 원곡보다 훨씬 리듬감을 깎아먹는 비트였다고 생각합니다 - 깔려있는 메인 멜로디가 뭔가 애매하고 똑 부러지지 못 했던 거 같아요.


 기본적으로 올드 스쿨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감상의 포인트도 잡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만큼 DJ Wreckx가 이 장르에 대한 애정과 이해, 그리고 고집을 갖고 있다는 것이겠죠. 그렇다해도, 이를 이해 못하는 리스너를 탓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씬도 그와 함께 계속 변하고 있는 거니까요. 지키고 싶은 뿌리는 지키되,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8) Nuol - GOOD NEWS (2021.1.5)


 앨범 제목인 "GOOD NEWS"는 기독교 쪽에서는 복음, 가스펠 등으로 번역되는 단어이며, 유명 기독교 월간지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앨범의 일부 곡은 종교적이라기보다 자신을 반성하는 트랙으로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이 앨범은 CCM 앨범 중 하나로 보는 것이 편할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적인 메세지에 거부감 있는 분들은 주의를 요합니다.


 이번 Nuol 앨범에는 피쳐링이 들어간 트랙이 하나 뿐입니다. 그래서 인스트루멘탈 앨범인가 하고 트는 순간, Nuol의 랩이 흘러나옵니다. 원래 Nuol은 Chicken Soup로 데뷔했을 때도 랩을 했고, Nuol이 된 후에도 몇몇 곡에서 랩을 선보였으니 새로울 것은 아닙니다. Nuol의 랩 실력은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는 편입니다 - 플로우는 전반적으로 조금 딱딱한 느낌이 들고, 박자가 유연하게 변화하는 구간은 살짝 버거워하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중후한 톤과 이를 꽉 잡고 있는 발성은 준수하며, "GOOD NEWS" 분위기에 잘 녹아들어 적어도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Nuol의 랩이 거슬렸던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한 이유 중 하나는 앨범이 워낙 사운드에 신경을 썼기 때문일 겁니다. Nuol은 원래가 비트의 구성 요소들이 빵빵한 걸 좋아하는 쪽이었습니다. 그래서 EDM이나, 힙합 중에서도 사우스 힙합 (크렁크 시대의..)이 연상되곤 했습니다. 그런 성향은 저번 앨범 ("Nuol in Travel")보다 더하면 더 했지 결코 덜하진 않습니다. 특히 제3의 피쳐링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보컬 샘플이 많이 쓰였는데다, 샘플러로 만든 비트처럼 챱핑되어 난무되는 소리들 때문에 아주 강한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후반부 들어 "Hallelujah"에서 앨범은 한층 더 웅장해지며, 4-5분에 달하는 긴 곡들이 많아져 앨범 감상은 거의 뮤지컬을 보는듯 해집니다 - 들으면서 화려한 무대가 머리 속으로 그려질 정도였습니다.


 이 분위기가 끝날 때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GOOD NEWS"는 미니멀한 사운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 번 돌리기 꽤 버거운 음반일 것 같습니다. 본인에겐 상당히 의미 있는 음반일 것 같습니다 - 전곡에 랩으로 참여하고, 이 많은 사운드를 지휘해냈으며, 본인의 신앙을 가감 없이 담아냈으니까요. 오히려 더 스킬풀한 래퍼가 들어갔으면 버거움이 더했을 거 같기도 합니다. 들으면서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결코 좋은 점일 순 없겠지만, 어쩌면 Nuol이 의도한 걸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메세지와 사운드, 두 가지 부분이 본인에게 맞다면 "GOOD NEWS"는 기억에 오래 남을 앨범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9) ITY Buyers - ITY2: Freshman (2021.1.8)


 ITY Buyers는 Bruno Champman, J.KESS, Channel Bright 3인조로 2019년에 시작되었으며, 두 번째 EP인 본 앨범에 비트메이커 Jhunnit ("BEGINNING"에는 보컬로도 참여)이 합류하여 4인조가 된 팀입니다. 뻔하지만 쇼미더머니9의 영향으로 Bruno Champman에 관심이 생긴 찰나 나온 EP를 통해 알게 된 팀입니다.


 딱 이 앨범만 들어봤기 때문에 ITY Buyers에 대해 많은 걸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정석적으로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모임 같습니다. 세 래퍼는 정확한 발성과 발음, 타이트한 플로우를 가지고 있으며 중저음의 J.KESS와 (Simon Dominic을 좀 연상시킵니다) 조금 하이톤인 Bruno Champman, 그리고 그 사이 어중간하게 있는 Channel Bright로 어느 정도 톤의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Jhunnit의 비트도 군더더기 없이 무난합니다.


 방송을 통해서 본 Bruno Champman은 마치 하드코어 붐뱁을 할 것 같지만 실제 본작에 수록된 곡들은 "비정규직 Freestyle"을 빼고는 노래로 이루어진 훅에 균형 있게 배분된 셋의 벌스를 감상할 수 있으며, 사운드로나 가사로나 특별히 어렵게 다가올 부분은 없습니다.  "메인스트림인 노래들은 제외했지"란 J.KESS의 가사가 좀 무색하게도, 꽤나 메인스트림에 어울리는 (전혀 비하의 의미는 아니고 스타일에 대한 비유입니다) 힙합곡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경우 늘 따라오는 단점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다른 아티스트들보다 한 발 더 앞서나갈 자신들만의 개성이 있는가 이겠습니다. "수퍼비의 랩학원" 출연자 중 한 명이 받은 심사평이었던 '이런 음악을 하려면 세계에서 제일 잘해야한다'라는 평과 제 소감이 비슷할 거 같습니다.


 랩 스킬 면에서 기본적인 요건은 전부 갖춰진 데다 쇼미9라는 부스트 기회까지 얻었으니 한 단계 도약할 조건은 다 되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도약을 가능케하는 파격이 늘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은 기회를 받았으니, 아무래도 주목도는 Bruno에게 더 있겠지만 팀으로든 멤버별 솔로로든 발전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10) Bangkokboy - Love Songs (2021.1.8)


 처음 Bangkokboy를 접했던 du7의 컴필에서 그는 노창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그래서 그런 쪽의 래퍼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과거의 그는 래퍼가 아닌 보컬리스트로 작품들을 발표한 바 있었습니다. "Love Songs"는 오랜만에 그의 솔로 앨범이자 보컬리스트로써 Bangkokboy가 한껏 기량을 발휘한 작품입니다.


 잘 들어보면 래퍼가 숨어있어서(?) 그런지 글자에 섞인 억양이 일반 싱어로 보는 면에서는 독특한 편입니다. 살짝살짝 당겼다가 푸는 액센트가 라인에 전체적으로 리듬감을 살리는 편이고, 재밌는 표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집중해서 들어볼 때 들리는 편이고, 전체적으로는 그냥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싱잉 랩 음반입니다. du7답게 Lemac, nana가 전체 프로듀싱을 담당했지만 실험적인 것은 없고 전부 이지 리스닝 톤으로 쓰였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비트를 타면서 평범한(?) 랩을 하는 Ski Dash가 신선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나름 준수한 싱잉 랩 EP라 할 수 있겠지만, 엄청 좋다고 할 포인트까진 못 찾았습니다. 그래도 노래 실력이 괜찮고, 래퍼와 완전 분리된 아이덴티티 같은 점은 흥미롭군요. 다음 나오는 작품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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