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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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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3 14:05:27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역대급으로 뜨거웠던 작년 12월 마지막 주를 훑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아마 2021년에 지구가 멸망하는 줄 알았던 거 같습니다. 요즘은 뜸한 사이에 재빠르게 밀렸던 감상을 따라잡고 있습니다.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Brwn - Muse (2020.12.23)


 꽤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라 반갑군요. 이번에 발매된 "Muse"는 오피셜 믹스테입으로, 이에 부합하게 타입 비트가 많이 쓰였고 짧은 곡들이 많습니다. 수록곡의 스타일도 기존 앨범들에 비해서 다양하게 수록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나의 바다" 같은 편한 곡도 있고 "Twilight" 같은 댄서블한 곡도 있는 한편, Brwn하면 생각나는 "Flora" 같은 신비로운 느낌의 곡도 있죠.


 개인적으로 Brwn을 처음 "Rendezvous"에서 접했을 때의 인상 때문에 그를 난해하고 실험적인 아티스트로 무의식 중에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되돌아보면 그렇게 볼 건덕지는 본작을 포함, 근래 앨범에서는 없었던 것 같긴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Brwn의 대체 불가한 목소리는 평범한 비트도 새로운 느낌으로 바꿔놓는 힘이 있습니다. 평소 Brwn 노래를 많이 들으신 분들은 알만한 패턴이지만, 특유의 힘 없고 가녀린 목소리에서 절규하는 듯한 진성의 고음까지 역동적으로 변화시키며 그리는 그림은 언제나 독특한 경험입니다. 믹스테입이니 평소 앨범보다는 조금 힘을 빼고 만들었을지 몰라도, 그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알아보기에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입니다.



(2) Belle - Undercooked Girl (2020.12.24)


 싱글 하나를 제외하면 작년 "D!ARY" 앨범 후로 오랜만입니다. "Undercooked Girl"은 크리스마스, 그리고 자신의 생일을 기념으로 낸 앨범이라는 단서가 붙어있으며, 그만큼 그렇게 무게 있는 앨범은 아니라는 뜻이지만 적어도 Belle의 음악적 근황을 확인하는 데는 유용합니다. 어떻게 보면 귀엽다고 표현할 수 있는, 옹알이하는 듯한 랩은 여전하고 마찬가지로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작에서 느꼈던 것과 동일한데요.


 처음 "D!ARY"를 들었을 때 좋은 인상을 받았던 저지만, 거듭 들으면서 거슬리는 부분이 하나 생겼는데, 보여주는 다양한 분위기의 낙차가 커서 어떤 부분은 신선하지만 어떤 부분은 진부하고 단순하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이는 곡에 따라 여러 장치 - 독특한 가사적 비유, 오토튠 등 - 를 더한 것은 개성적으로 느껴지지만 상대적으로 큰 고민 없이 덜 들어간 곡들은 의외로 Belle 자체의 매력이 약했던 탓인 것 같습니다. 전작에선 "AT HOME" "DAD" 같은 곡이, 이번에는 "복잡한문제의간단한해결책" ("Santa Baby Freestyle"은 정말 보너스 트랙 같으므로 제외..)이 그런 문제의 대표적 사례일 수 있습니다.


 또 전작과 마찬가지로 훅의 반복으로 인한 비중이 곡 내에서 엄청나게 큰데, 가장 극단적인 "튤립"의 경우 본인의 벌스가 무려 4마디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작에서 이러한 반복이 몽환적 효과를 보태주는 역할을 해서 긍정적으로 본 적도 있지만, 이번에는 별로 그런 반복이 이득으로 작용한 곡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가장 독특하게 들렸던 "Undercooked Girl" (일견 Lil Cherry 같다고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을 제외하면, 예쁘장한 악세사리를 잔뜩 걸치고 정작 알맹이는 가벼운 곡들을 보는 듯했습니다. 중간에 낀 "BC"는 단순 마음에 드는 싱글을 재수록한 거 같지만, 전체적인 흐름에 당황스러울 정도로 튀는 것도 아쉽습니다.


 마침 소식이 궁금할 때 나온 신작이라 반가웠지만, 처음에 느낀 매력을 제대로 확인시켜주지 못한 앨범이었습니다. 전작과 함께 들어보면, 전체적으로 본인이 신비롭고 독특한 음악을 하고 싶은지, 귀엽고 듣기 쉬운 음악을 하고 싶은지 갈피를 완전히 잡지 못한 거 같습니다. 말했다시피 앨범의 배경이 엄청 진지한 건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다음 앨범이 조금 더 본격적으로 나온다면 그녀의 음악이 어디까지 와있는지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J;KEY - ROMANTICO 2/2 (2020.12.25)


 4개월 전 나왔던 1/2에 이은 후속작입니다 - 의도한건지, 각각 여름과 겨울에 나왔군요. 계절적 이미지에 맞게 에너제틱했던 전작에 비해 본작은 조금 더 차분하고 진중한 느낌입니다. 전작에 이어 J;KEY가 전곡 프로듀싱했고 여전히 허스키한 목소리로 내지르는데, 전작과 약간 바이브가 다르다보니 "HUMMINGBIRD" 같은 노래는 R&B 듣는 것과 비슷한 느낌도 나더군요. "NYJ" 등 곳곳에서 YTC4LYF 크루 특유의 플로우와 성공에 대한 열망을 담은 가사가 드러나지만, 소울풀하다고 표현해야할지, 목소리의 거친 결이 YTC4LYF의 다른 멤버들보다 좀 더 마음에 와닿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 Rakon과 비슷한 쪽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J;KEY가 더 싱어 같은 느낌이었어요. 두 장의 앨범으로 J;KEY란 아티스트에 대해서 잘 소개 받았고, 개인적으로는 2020년의 좋은 발견 중 하나였습니다. 앞으로도 나오는 작품을 잘 챙겨 들어봐야겠군요.



(4) Sticky Mafia - Sticky Mafia Christmas vol.1 (2020.12.25)


 "FREE THE BEAST" 작업 기간에 발굴된 신인 권기백이 B-Free 마음에 쏙 들었는지, New Wave에 합류한 것과 함께 "Sticky Mafia"라는 프로젝트 팀으로 믹스테입을 발표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1월 중에 풀렸지만 실제로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사운드클라우드로 먼저 공개되었던 앨범이죠.


 사람에 따라서는 "FREE THE BEAST"의 유일한 오점으로도 꼽는 권기백이기 때문에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일단 적어도 그 정도로 노빠꾸 랩을 하진 않았습니다 (참고로 그건 이번에 "끈질긴 조직"의 Huge라는 래퍼가 했습니다). 사실 거친 톤에 단순한 리듬을 일관성 있고 힘 있게 밀어붙이는 플로우는 B-Free와 꽤나 어울려보여서, 상당히 괜찮은 팀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또 스킷 역할을 하는 "간주곡"을 제외하면 비트를 절반씩 프로듀싱했는데, 이 역시 B-Free가 어떤 면에서 그를 마음에 들어했는지 끄덕이게 해줍니다.


 여러모로 이벤트성으로 만들어진 앨범이기에 "FREE THE BEAST" 같은 카리스마를 기대하긴 무리지만, 어쨌든 전작에서 보여준 음산한 위압감은 조금 작게나마 이어가고 있습니다. 거의 살해 협박에 가까운 가사에 수시로 등장하면서 꾸미는 역할을 하는 마리화나와 크리스마스 관련 단어도 꽤 듣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다만 어쨌든 권기백이 아예 거친 표현을 버린 건 아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하며, 앨범 색깔이 워낙 단순해서 B-Free와 권기백이 가진 플로우의 단순함도 훨씬 돋보이는 바, 평소에 그의 랩이 단조롭다고 느꼈다면 그 단점이 극대화되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작의 무시무시한 바이브를 즐겼고 이벤트성이란 걸 감안한다면 본작은 흠 잡을 데 없는 Sticky Mafia의 출사표로 느껴집니다. 워낙 B-Free의 행보가 있다보니 뭔가 위태위태한 느낌이 있지만, 2021년에 만들 거라는 vol.2도 조금은 기대해보겠습니다.



(5) kaogaii - 열혈2 (2020.12.26)


 키츠요지가 "SITCOM OF THE YEAR"를 냈듯 가오가이도 쇼미를 끝마치고 준비한 듯한 "열혈2"를 냈습니다 - 물론 결과가 달랐던 만큼 쇼미에 대한 감상도 달랐을 터, 앨범의 결은 훨씬 다르지만요. 제목으로는 9월에 나왔던 "열혈"의 후속판처럼 되어있지만 규모가 작고, 약간 바이브가 달라서 별개의 앨범, 또는 디럭스판으로 수록된 보너스 트랙 같은 느낌입니다.


 "열혈"은 가오가이가 가진 파워, 특히 묵직함에 집중하여 특히나 랩에 특유의 강세가 두드러졌는데, 이번 앨범은 그런 것보다는 부드럽게 속사포로 넘어가는 느낌이 더 많군요. 그래서 랩은 전작에 비해 좀 더 빨라졌지만, 앞뒤 안 가리고 내뱉는 직설적인 어조는 똑같기 때문에 이쪽이 좀 더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전작의 경우는 호불호에 따라 '쿠세'로 보고 거부감을 일으킬 여지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강-강-강의 분위기로 일관하지만 크게 질리지 않는 건 이 전략 덕분도 있겠고, 그냥 앨범이 짧아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적당선을 유지하며 언제나 믿고 듣는 그루브를 뽑아내주는 마진초이의 몫도 인정해야겠죠. "열혈2"는 흠 잡을 데 없이 가오가이의 매력만 담아낸 앨범이지만, 사실 너무 앨범 크기가 작아서 만족했다는 말은 쉽게 나오진 않네요.



(6) Unedcuated Kid - HOODSTAR 2 (2020.12.27)


 "HOODSTAR 2"가 나오고 오랜만에 Uneducated Kid에 대한 호응이 줄을 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 행렬에 동참했고요. "The STAREX Tape"이나 "Love or 6" 등 최근작에서 Uneducated Kid는 계속 좋은 폼을 보여줬기 때문에 앨범에서 뭔가 일을 내겠다 싶었지만, 기대치만큼, 혹은 그 이상 즐거웠던 앨범이었습니다. 이런 결론을 내고 나서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나는 대체 "선택받은 소년"과 뭐가 달라서 그때는 미적지근하게 반응하다 이번에 와서 칭찬을 늘어놓으려는 걸까? 그냥 객관성이 없이 군중 심리에 휩쓸리는 중일까? ...도 맞을 수는 있는데, 아무튼 생각해본 이유들은 이렇습니다.


 "HOODSTAR 2"는 Uneducated Kid를 스타덤에 올린 "HOODSTAR"의 계승작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 제목이 무색하지 않게, 본작에서 그는 요근래 퍼포먼스 중 제일 빡센 노빠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작은 "Don't Talk" 같은 곡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잘 빠진 고급차 같은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다시 걸걸하고 무식한 그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는 "I'm Back" "BMW" "IQ 80 Freestyle" 같은 트랙을 비롯해 싱잉이 아닌 랩의 비중이 도로 커졌다는 점과 전체적으로 랩의 텐션이 전작에 비해 올라있다는 점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더욱 단단해진 랩 스펙은 이를 잘 뒷받침해줍니다. 또 잘 들어보면 침 튀는 소리나 숨 들이마쉬는 소리 등의 '잡음'이 편집이 많이 안 된 느낌인데, 마찬가지로 거친 느낌을 돋구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또 "HOODSTAR 2"는 전작보다 다양한 Uneducated Kid를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Uneducated Arirang"에서는 느릿한 랩으로 천천히 시동을 걸어, "I'm Back"에서는 터뜨리고, "Street Kid" "God Bless"에서는 다시 멜로디컬해집니다. 이에 맞춰 저음과 고음을 오가며 맑았다가도 탁해지는 목소리 운용이 탁월합니다. 이렇게 되니 비슷한 플로우의 재탕 느낌이 줄어들고 훨씬 곡마다의 매력이 살았습니다. "Full of Pain"처럼 나름 감성적인 곡도 뒤에 배치되어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앨범이 전체적으로 하드하다보니 단 두 곡 뿐인 '편한 구간'도 너무 긴 숨고름처럼 느껴지더군요. 차라리 중간에 넣었으면 좋았을 것도 같습니다.


 전작보다 훨씬 타율 좋은 센스들도 눈에 띕니다. 화제가 된 "Uneducated Arirang"도 그렇고, 예전처럼 피식하게 되는 표현들이 생각보다 꽤 있었습니다 - 미국 힙합에서 따온 클리셰적인 표현도 여전히 있지만 저 개성적인 표현들 덕분에 저번만큼 거슬리진 않더군요. 이것이 단순한 그의 플로우 덕분에 전달력이 보장되는 것은 덤입니다. 과거에는 기믹을 잃으면 남는 것이 없는 래퍼처럼 보였는데 이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좀 더 지속 가능한 강점으로 대체했다는 느낌입니다. "HOODSTAR"만큼의 충격은 데뷔 때나 가능한 것이라 생각하기에 기대하지 않았기에, 저는 이만큼의 결과물은 그의 건재함을 과시하기에 충분한, 그의 최대 성공작의 이름을 이어가기에 적절한 앨범이었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게 군중 심리에 휩쓸려 순간 홀렸을 뿐이 아니란 걸 다음 앨범에서 증명해주길 빌어봅니다).



(7) Kash Bang - Living the Fast Life (2020.12.27)


 본 앨범은 Kash Bang의 첫 정규 앨범입니다. 전작까지는 Beautiful Noise의 이름을 달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빠져있군요 - "All the Way"의 '계약서 찢어' 라인이 이것과 관련 있으려나요. 저에게는 "INDIFFERENT" 후로 두 번째 들어보는 Kash Bang의 앨범인데요. 일단 전작에서 느꼈던 '딱 깔끔한 싱잉 트래퍼'의 모습은 이번에도 여전합니다. 특별히 잘못 만들었다고 생각할만한 부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앨범을 마무리합니다.


 들으면서 저는 이번 앨범 곡들이 "INDIFFERENT"에 들어가 있었어도 아주 자연스러웠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는 제가 들은 두 앨범에 걸쳐 흐름이 너무 평탄하고 무난하게만 흘러갔음을 의미합니다. 등장하는 돈 얘기들도 죄다 진부했고요. 모든 앨범이 기승전결이 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저 그렇고 그런 곡들을 듣다보면 끝나있는 앨범은 휘발성이 강합니다. Kash Bang의 것이라고 기억될만한 부분이 없다보니 "Woah"에서 살짝 변화를 준 스타일은 새로운 시도라기보단 '갑자기 왜 이러지?'라는 반응이 먼저 나오더군요.


 깔끔함은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역으로 '제대로 놀지 못하는데 파티에 놀러온' 것처럼 느껴집니다. 곡들 자체의 퀄리티를 뜯어보면 딱히 미워할만한 이유가 없기에, 싱잉 랩 큰 기대 없이 한 번 흘려듣기는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작품의 문제는, 다른 걸 대신 듣지 않을 이유 또한 찾기 어렵다는 데 있겠죠.



(8) furyfromguxxi - furyfromguxxi (2020.12.27)


 TNF 소속 비트메이커 겸 래퍼인 furyfromguxxi가 첫 EP를 발표했습니다. TNF 결성 전에도 은근히 lobonabeat! 앨범의 피쳐링 등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TNF 컴필 "트래프모음집"에서 독특한 목소리로 훅을 맡았던게 제일 기억이 나는 건 저만은 아닐 거라 믿습니다.


그 기억처럼 furyfromguxxi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목소리입니다. 기계음을 기본 장착한 듯한 목소리는 억지스럽게 쥐어짜는 느낌이 날 법도 하지만 안정적이고 일관적으로 앨범 전체를 채우고 있어 생각보다 어색하거나 질리는 일 없이 감상 가능합니다. 다만 그가 "트래프모음집"에서 '훅잽이'로써의 포지션이란 인상이 있어서 벌스가 어떨지 우려가 되었는데, 실제로 이와 연관된 건지 furyfromguxxi의 곡들에서 벌스는 존재감이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훅에 비해 벌스에서 텐션을 다운시켜 조금 더 비어있게 쓴 경우가 많은데다 벌스 길이가 짧은 곡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점과 더불어 1분 대의 짧은 곡이 꽤 많다보니 앨범의 절반 이상이 큰 인상 없이 휘릭 넘어가는 느낌입니다.


 대체로 크게 특별할 것 없는 한국형 트랩 앨범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목소리는 그저 악세사리에 불과할뿐, 플로우나 비트, 구성 등 음악적인 면에서는 딱히 거창한 걸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Wit My G"나 "I GO" 같은 곡은 그래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느끼긴 했네요. 트래퍼들의 가사가 보이는 의미 없는 영어 남발과 진부한 표현도 어느 정도는 피해간 듯하고, 사이사이 등장하는 본인의 비트도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기대했던 것보다 심심했던지라, 특히 트랩 팬이 아닌 사람으로썬 자주 생각날 앨범은 아닐 거 같네요.



(9) Brown Tigger - 스물열살 (2020.12.28)


 Brown Tigger의 첫 정규 앨범 "스물열살"은 그가 2020년 한 해 진행해오던 "2020 월간 브라운"의 결산 판입니다. 이는 2020년이 그의 20대의 마지막 해라는 걸 기념하고자 시작되었다 하니 "스물열살"이란 타이틀이 꽤 어울리는 면이 있죠. 한 달에 하나씩 발매된 싱글을 모아 리마스터링을 하였고, 여기에 "놓쳐버린 것들에 대해서" "술술" "스물열살" "Interlude" 네 곡이 추가되어 16곡 2CD라는 거대한 규모의 앨범이 완성되었습니다.


 저번에 "신세계" 얘기를 할 때 저는 Brown Tigger를 레게 아티스트보다는 래퍼처럼 인지하게 된다고 말했고, 그렇기 때문에 멜로디 메이킹과 톤 운용을 잘 하는 래퍼라고 얘기한 적 있습니다. 그런 능력은 이번 앨범에서도 보이지만, 많은 곡들을 줄지어 듣다보니 역으로 그런 면에서 단점들이 확인되기 시작합니다. 기본적으로 그의 스타일 스펙트럼은 그렇게 넓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플로우나 가사 표현 방식, 발성 같은 것이 비슷하게 유지되다보니, 분명 곡에서 의도된 분위기는 극명히 다른데도 전부 비슷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심지어 어떤 피쳐링진이 붙고 비중이 커도 그런 느낌은 유지되었어요 - 피쳐링진에 밀리지 않는다는 장점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Brown Tigger의 문제만이 아니라 프로덕션이 천편일률적인 것도 있는 듯합니다. 제 생각엔 "Elizabeth"나 "Boosta Mode", 혹은 "신세계" 수록곡 같은 곡이 좀 더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 특히 CD1에서는 기타를 메인으로 한 쓸쓸하거나 비장한 곡들이 많아서 금방 질립니다. 보통은 숨 고르기를 의도하는 "Interlude"마저도 같은 텐션으로 치면서 CD2를 시작해버리니까요. 


  애초에 싱글 모음집의 성향에 더 가깝기 때문에 "스물열살"은 돌려들을 때 일반적인 앨범 들을 때와 감상이 다릅니다. 전체를 꿰뚫는 기승전결이 그닥 뚜렷하지 않고, 한 곡 한 곡 다 자기 주장이 강한 느낌이죠. CD1, CD2가 나누어져있지만 사실 그런 점 때문에 둘의 성격이 딱 나눠지진 않습니다 - CD2에 부드러운 곡이 조금 더 많긴 한 거 같습니다. 전후가 고려되지 않아서 흐름이 좀 뻣뻣하게 느껴지고, 그때문에 앨범이 동어 반복하는 듯하게 들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Brown Tigger의 첫번째 정규이자 1년간 꾸준히 이어온 프로젝트를 결산하는 커리어의 중요한 방점인 "스물열살"은, 어떻게 보면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던 앨범이지만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노출하는 기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부디 추후에 좀 더 유연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군요.



(10) TELEO - CHANGE (2020.12.28)


 TELEO는 올해 2월 나온 "LUA"를 이 시리즈에서 다룬 적이 있는 비트메이커입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앨범을 '엉망진창'이라고 소개했는데 (심지어 시그니처 사운드가 '메챠메챠'였던..) 이번에 나온 "CHANGE"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분하고 느릿한 방향으로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전작은 EDM스럽다면 이번 앨범은 전자 음악 요소를 차용한 R&B 앨범처럼 들립니다.


 개인적으로 분위기보다도 사용하는 악기 부분에서 더 큰 차이를 느꼈습니다. 다소 뻔했던 전작과 달리 본 앨범에서는 트랙 별로 차이를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며 곡 구성 면에서도 지나치게 단순해지는 걸 피하려한 듯합니다. 이를테면 후렴이나 도입 부분에서 메인 멜로디의 한켠에 등장하는 음들이 많은데 ("L.DOMESTIC"의 후렴구 같은) 이런게 뜬금 없지 않게 정곡을 찔러주는게 그의 센스를 보여주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전작과 마찬가지인 부분이 하나 있다면 바로 하이톤의 악기에 대한 선호인데, 사실 이건 좀 날카로워서 보컬들 (특히 여가수)의 목소리하고 부딪치는 느낌은 있습니다. 분위기는 차분해졌지만 화려한 치장에 대한 욕구(?)가 살짝 느껴지기에, 어떤 부분은 노래 없이 비트로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파트가 있었어도 좋겠다 생각이 드네요.


 맨처음 언급했듯 피쳐링진에 보컬이 많기 때문에 R&B 앨범을 듣는 느낌으로 좋습니다. 비트메이커 앨범은 늘 무엇이 좋고 나쁜지 정확히 얘기하는게 제겐 힘들지만, 적어도 "LUA"보다 훨씬 세련되고 성숙한 맛이 났던 앨범이었던 것 같아 만족합니다.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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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21-01-13 19:19:52

이번 글도 잘 읽었습니다. 인스타에는 아직 올라오지 않은 감상문 힙플에서 먼저 보는 맛이 쏠쏠하네여 ㅋㅋ

아! 그리구 브라운 티거의 [스물열살]은 정규 2집입니다. 저두 첨에는 1집인 줄 알았는데 이전 곡들 들어보면서 확인해보니 2019년에 발표한 [Vacay]가 1집이더라고여.. ㅋㅋ 브라운 티거 인스타에서도 [스물열살]을 2집이라고 하고 있고..

WR
2021-01-13 19:55:02

으억. 인스타엔 수정해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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