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106
 
4
  377
2020-11-05 00:33:20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요즘 어떤 일이 있어서 새벽에 일어나는데 너무 드럽게 춥습니다 흑흑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김심야 - Bundle1 (2020.10.18)


 갑작스런 훈련소 입소 소식과 함께 나온 "Bundle1"은, 느낌 상 준비된 일정에 나온 앨범이 아니라 그동안에 작업 중이던 곡들을 묶어 발표한 일종의 '미공개곡 모음' 같습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나름 통일된 무드와 김심야의 아우라 때문에 정식적인 앨범으로 받아들이긴 어렵지 않지만요.


 아무래도 XXX라는 존재감 넘치는 그룹의 멤버였던만큼 김심야가 솔로를 발표해도 범상치는 않을 거라 예상되긴 했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과 일치하게도 이 앨범은 쉽지 않습니다. 일단 XXX와 달리 앨범의 중심은 김심야의 랩으로 온전히 맞춰지긴 했지만, 여전히 랩이 평범하게 진행되지 않고 이리저리 왜곡되고 반복되고 커팅됩니다 - 특히 전반부 곡들은 벌스가 거의 효과음처럼 사용되었습니다. 아예 본인이 들어가지 않은 곡도 있고요. 쉽게 심야의 랩에 초점이 맞춰지는 건 비트가 매우 단조롭고 둔탁한 것들만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화려하고 웅장하게 몰아치던 XXX 앨범 비트와 달리 이번 앨범은 멜로디적 요소는 적으면서 거의 단순 반복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비트에 생동감을 주는게 역시 심야의 랩입니다. 날카롭게 강세를 두면서도 그 사이사이 출렁이는 듯한 유연함을 가진 랩은 마치 채찍 같습니다. 이런 그의 랩의 특성이 어떤 종류의 비트에든 달라붙고, 또 밀리지 않게 해준 것이었겠죠. 이런 곡예는 듣기 즐겁지만, 어쨌든 그의 목소리가 기계적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늘어났다 축약되었다,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온전히 심야의 랩만 감상하고 싶었던 사람들은 당황할 것 같습니다. 누구와 이런 실험을 했는지 보고 싶은데 프로듀서진이 표시 안 된 것이 참 안타깝군요. 


 듣기에는 11월에 다시 앨범이 나올 예정이고, 이것이 '진정한 솔로 앨범'이 될 거라고 합니다. 확실히 이 앨범은 싱글 "Forgotten"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과감한 실험성은 김심야의 큰 장점이지만, 팬들이 기다렸던 앨범은 "Bundle1" 같은 그림은 아닐 거 같단 생각이 드는군요. 이는 어쩌면 그에게 '더 뻔한' 모습을 보여달라는 무리하고 모욕적인 요구일 수 있지만, 어차피 어떤 모습에서도 그의 색깔은 죽지 않을 걸 알기에 더 얘기해볼 수 있는 거 같습니다.



(2) yovng trucker - yorter 2 (2020.10.19)


 최근 yovng trucker는 편하게 곡을 작업하고, 적당한 수가 모이면 앨범 형태로 내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pH-1의 Soul Food"에서 밝힌 내용). 그렇기 때문에 "S K I D"니 "yorter"니 하는 연작시리즈가 있지만 타이틀에 크게 의미를 가질 필요 없이 그냥 신곡이 몇 개 나왔구나 하면서 들으면 되는 거 같습니다. 때문에 앨범에 따른 변화는 없진 않지만 유의미하게 볼 것까진 아닌 거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yorter 2"도 이때까지의 yovng trucker 스타일과 같은 선상에서 생각하면 될 터인데요, 나름 yovng trucker의 새 시작에 함께 해준 Posadic이 간만에 콜라보를 했고, 수록곡이 밝은 것 두 개와 다운된 것 두 개로 50 대 50의 비율이라는 점 정도가 눈에 띕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 쓰인 비트는 너무 흔한 한국형 트랩 스타일로 되어있어 다른 곡들에 비해 신선함이 더 떨어졌던 거 같습니다. "행성4" 같은 곡에서 보이는 가사 센스는 재밌긴 하지만... 저는 yovng trucker 곡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답답해지네요. 뭔가 스타일에 재밌는 포인트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Qwala 시절이 그립다고 말하는 건 아니고요. 유니크한 MC가 흔해빠진 스타일에 매몰되는 느낌이 들어 우려되네요.



(3) Crush - With Her (2020.10.20)


 Crush의 새 EP "With Her"는 5곡의 단촐한 구성에 각자 다른 여성 보컬을 초빙하여 듀엣으로 부른다는 단순하지만 인상적인 컨셉의 앨범입니다. 컨셉이 있는 EP인만큼 지난 정규 앨범처럼 Crush만의 음악 세계를 치밀한 서사로 담아낸다든지 하는 건 아니지만, 가볍게 듣는 재미가 있으면서 Crush의 연륜 덕에 마냥 가볍지만은 않죠. 인상적인 것은 피쳐링진에 맞추어 곡이 구성되었다는 점. 첫 트랙을 들었을 땐 1집 때처럼 팝 발라드처럼 하려나 했는데, 이하이나 윤미래와의 트랙은 힙합 스타일이고, 이소라와의 곡은 보사노바 풍으로 짜여있습니다. 이에 맞추어 카멜레온처럼 모습을 바꾸며 스타일을 소화하는 Crush의 퍼포먼스가 재밌습니다. 그의 정규 앨범처럼 거창한 의미를 매기지 않고 특별한 이벤트로 감상하면 안성맞춤일 거 같습니다.



(4) SAAY - FEELosophy (2020.10.20)


 ...미리 얘기하면 이번 글은 별 내용이 없습니다. "Circle" 때 처음 SAAY를 접했고 어쩌다보니 갔던 공연의 참여진 중 한 명으로 봤었지만 실제로는 관심을 크게 못 가졌던 상태였는데, 이번에 새 앨범이 나왔대서 식견을 넓히고자(?) 들어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Circle" 때 생각했던 이미지 거의 그대로였던 것 같습니다. 좀 강렬한 아우라를 가진, 찐한 느낌의 R&B. 단점을 뭐라 말해야할지 잘 모르겠는, 무난하게 좋은 앨범이었습니다. 이 이상의 감상이 없다보니, Soul Fish의 이름을 오랜만에 봐서 반갑고, Justhis의 싱잉 랩이 충격적이었다는 TMI만 전해드립니다. 그리고 영어 가사는 괜찮은데 은근히 억양 같은 게 어색한 부분은 있더군요. 뭐 문제 삼는 건 아닙니다. 그냥 여기까지...-_-



(5) 서사무엘 - UNITY II (2020.10.21)


 R&B 앨범 얘기할 때마다 말이 주는 건 매한가지지만, 서사무엘 앨범은 그 중에서도 어렵습니다. 실제로 저는 공부하는 태도로 그의 앨범들을 듣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류의 음악을 공부할 때 한국 것만 들으면 어쩌냐고 반문하신다면 묵비권 행사하겠습니다). 그저 특이하다 이상의 감상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새 앨범 "UNITY II"가 나왔습니다.


 아마 이 앨범은 서사무엘 음악을 들어오던 사람들도 할 얘기가 좀 더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작이랄 수 있는 "UNITY"를 제대로 듣지 않은 저이기 때문에 말을 조심해야겠지만, 일단 처음 눈에 띄는 건 작곡 크레딧에 표시된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 그리고 그것이 실제에서 드러난 밴드 세션입니다. "The Misfit"을 들을 때 저는 서사무엘이 무거우면서도 역동적인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UNITY II"는 훨씬 더 진중합니다. 이는 밴드 세션이 주는 차분함과 정돈됨도 있고, 서사무엘이 말을 줄인만큼 한 글자 한 글자 더 감정을 눌러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네오 소울이 뭔지는 여전히 한 마디도 할 수 없지만,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적어도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네오 소울은 이런 색깔이 아닐 거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뭔가 동양적인 색채가 강하게 풍겼거든요. 흑인 음악을 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한글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어떻게든 영어로 노래를 하고 랩을 하려합니다. 그들의 주장이 맞다는 걸 입증하는게 어쩌면 서사무엘 음악일텐데, 저는 그의 한글 가사가 만드는 부자연스러움이 그를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위에서 언급한 대로 여백이 늘어난 그의 가사가 합치면서, 이번 앨범은 뭔가 동양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났습니다. 흑인 음악 앨범에서 이런 감상을 하다니 참 신비한 경험입니다.


 제가 네오 소울에 대해 모른다고 해서 D'Angelo 앨범을 추천해주시려는 분이 있다면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확실히 서사무엘 앨범을 들을 때마다 부족한 지식이 아쉽긴 하겠지만, 점점 그의 음악이 그런 사전 지식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생기고 있는 것 같거든요. 물론 아직도 D'Angelo 같더라는 평을 보긴 봐서, 이건 저보다 잘 아는 분들이 판단해주셔야겠지만, "UNITY II"는 조금 늦게나마 얼핏 서사무엘의 예술가적인 면모를 발견한 앨범이었습니다.



(6) 타래 - Pinata (2020.10.22)


 "쇼미더머니" 경력의 결과는 다양합니다. 어떤 이는 말 그대로의 성공을 맛 보았고, 어떤 이들은 성공해야할 위치에 도달했음에도 더 낮은 위치의 이들보다 아쉬운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저 피해밖에 보지 못한 이들도 존재합니다. 그 중 하나의 대표적 예가 타래입니다.


 쇼미더머니 시즌 2에 등장했을 당시 타래는 잘 나간다고 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입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밀러 그루브 프리스타일 대회 우승 및 Freestyle Town에서의 지분, 그리고 아이돌계에서 유명한 랩 선생 (티아라 사건 때문에 더 유명해진..;) 등등. 개인적으로 술제이와의 콜라보 앨범을 더 좋아했기에, 쇼미더머니에 나와서 피해만 보고 간 것이 더 아쉬웠습니다. 시즌 3 김효은과의 배틀에서 김효은 우승에 이견은 전혀 없고 그 후 쿨하지 못한 대처는 제 업보이겠지만, 그렇다고 랩 못한다고 조롱 당하고 끝날 캐릭터도 아니었습니다. 그후 여느 활동 잠잠한 가수들의 이야기처럼, 연예기획사에서 불공정한 대접을 받으며 변변찮은 싱글만 내던 그가, Gold Mine Ent.라는 레이블과 함께 (Gold Mine의 이름이 등장한지는 꽤 되긴 했습니다) 오랜만에 앨범 단위 작업물을 발표했습니다.


 시쳇말로 타래는 옛날 랩 스타일을 갖고 있는 래퍼입니다. 다양한 어휘력을 기반으로 하는 정확한 라이밍과 타이트한 플로우 디자인, 강한 톤 등 저 같은 붐뱁충을 흥분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래퍼 기준 준수한 노래 실력은 덤입니다. 이러한 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2012년 작 "The Present"에서 보았던 것이고, 8년의 시간이 지난 후 타래의 랩은 조금 더 유해졌습니다. 이는 현재의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딱딱했던 기존의 스타일을 좀 더 유연하게 풀기 위한 과정의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발음을 중시하던 때와 비교하여 힘을 빼고 편안해진 발음과 톤이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더불어 노래 실력을 기반으로 싱잉 랩을 좀 더 폭넓게 시도했습니다. 약간의 오토튠이 좀 껴있긴 합니다.


 좋다 나쁘다와 별개로, 이런 변화가 '요즘 스타일에 맞추기 위한 획기적 변화'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여전히 타래는 제가 예전에 들었던 그 타래고 (물론 "The Present" 이후 연예기획사에서 뽕짝 비트 랩을 좀 하긴 했으니 그때랑 비교하면 다르겠지만), 중심이 많이 변하진 않았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은 점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가사를 기반으로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능력과 타이트한 플로우, 그리고 유연해진 발음 덕에 이전보다 나아진 그루브감을 들 수 있겠죠. 대신 새로이 시도한 싱잉 랩은 좀 어색하게 들렸습니다. 사실 그가 과거에 보여준 노래 실력은 말 그대로 노래라서, 촘촘히 멜로디를 짜야하는 싱잉 랩과는 좀 상반되는 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밀도 있는 탑 라인 만들기에 타래는 아직 적응되지 못한 듯하며, 조금 껴있는 오토튠이 저는 상당히 거슬리는 잡음으로 느껴졌습니다. 더불어 사소하지만 타래의 "I Love Mic"는 타래 프로듀싱이던데요, 이 리듬도 나름 그에게 새로운 시도였을까요? 전 랩이랑 썩 잘 붙는 거 같진 않더군요.


 타래의 음악이 많이 변하지 않았다면, 근본적으로 옛날 것의 느낌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을 터, 새로 그를 접하는 이들의 반응도 비슷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랩이 건조하고 단조롭게 들린다든지, (요즘 기준으로) 긴 노래를 끝까지 몰입시키는 장치가 없다든지... 전 이런 것에 익숙하기에 다 좋게 좋게 들었지만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일 거 같습니다. 굳이 요즘 스타일을 싸그리 받아들여야 트렌드를 따라가는 래퍼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여전히 저는 타래 랩에 분명한 장점이 있다 생각하기에, 어떻게 변화하든 그것이 살아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는 참 전형적인 트랙인 "기립박수"가 제일 좋네요. 앞으로 자주 봤으면 좋겠습니다.



(7) nippy ski - cyberworldrobbery.co.kr (2020.10.20)


 nippy ski는 반무로 이름을 알린 레이블 shift66에 소속된 래퍼입니다. 언제부터 활동했는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확인되는 작업물은 모두 올해의 것이고, 제가 nippy ski를 처음 안 것도 올해 3월 Ian Ka$h의 트리플 싱글에서였죠 (이름을 바꿔서 못 찾는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그 싱글이 별 감흥이 없었기 때문에 원래 관심이 없었지만, 반무 때문에 shift66에 흥미가 생기던 참에 그의 첫 앨범이 나왔다 해서 들어봤습니다.


 결론적으로, 반무를 통해 nippy ski를 예상하는 것은 틀린 일입니다. 완전히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죠. 대신 nippy ski의 음악은 강렬하면서 전형적인 트랩으로, LO VOLF를 연상시키는 '생각을 거부하는 힙합'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사는 보석, 여자, 마약 등이 등장하는 클리셰적인 기믹으로 이루어져있으며, 플로우는 포인트를 주는 추임새나 반복적이고 중독적인 리듬으로 귀에 쏙쏙 박히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Jai Millo의 프로덕션 하에, 중간에 Skit이란 이름이 붙은 한 곡을 제외하면 전곡이 같은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취향이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해야할지 고민이 됩니다. 한 곡 정도는 재밌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같은 전략을 열세 곡 ("Skit" 제외..) 내내 사용한다면 앨범 끝까지 가기 전에 질려버릴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더욱이 랩의 요소들이 그다지 개성적으로 느껴지지 않아 더 그랬습니다. 처음 듣게 된 계기가 된 반무 멤버들의 피쳐링도 있었지만, hira, YOUNGTAG을 비롯해 shift66의 다른 멤버들 피쳐링 벌스도 거의 예상 범위 내에 있습니다.


 뭐 모든 앨범에 전부 혁신적인 뭔가 있기를 기대하며 듣는 건 피곤한 인생일 것이고, 이렇게 내려놓고 하는 앨범도 있기 마련이겠죠. 다른 면으로 생각하면, 공연장에서 분위기 띄우기는 확실한 곡들일 거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 앨범으로 nippy ski에 대한 호기심은 크게 줄어들어버렸습니다.



(8) IKYO, The o2, Otter - 23:59 (2020.10.23)


 Yizumin 프로젝트로 맺어진 인연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앨범입니다. IKYO는 사실상 Yizumin "Freedom Ain't Free"가 제일 첫 활동인 래퍼이지만 그 사이 루키 리뷰 컨텐츠 "P2P"에서 좋은 피드백을 얻고 뮤직비디오 촬영 지원까지 받은 바 있습니다. 여기에 프로듀서인 The O2와 Yizumin의 작업 장소였던 오픈창동의 엔지니어 Otter가 뭉쳐 만든 앨범입니다.


 본 앨범은 자신의 음악 생활에 대한 기대와 실망, 이상과 현실을 오가는 심리 상태를 하루의 마지막 23시 59분과 새로운 하루의 시작 0시에 비유하여 풀어내고 있습니다. Yizumin 때부터 다소 난해한 가사를 쓰는 IKYO였지만 이 설정을 기억하면 담긴 메세지는 물론 음악적 흐름까지 전부 수긍이 가게 서사가 그려져있습니다. "23:59"와 "00:00"은 현실적인 입장을 대변하여 수미상관을 이루는 트랙으로, 그 사이에 있는 트랙들은 약속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낙관, 설렘, 여유 등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00:00"으로 현자 타임을 한 차례 맞이한 후, 이를 수용하면서 다음으로 이어가는 "Holy Molly"의 감성은 마무리로 최적입니다. 프로듀싱으로 봐도 현자 타임을 표현하는 차분한 트랙, 흥분을 표현하는 업템포의 먹통 비트, 그리고 최종적 결론을 내는 풍성한 비트 (특히 마지막 일렉 기타로 장식하는 피날레)가 전부 완벽하게 맞아떨어집니다.


 결론적으로 주어진 스토리라인에 따라 IKYO와 The O2가 좋은 케미를 이뤄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 그려낸 것 같습니다. Yizumin 앨범을 들을 때 멤버들끼리 서로 구분이 잘 안 되어서 (서로서로 비슷하다기보다 벌스 맡은 사람 표기 된 가사가 없으니...) IKYO를 이번에 처음 제대로 듣게 된 것 같은 느낌인데, Yizumin 앨범이 화지 바이브가 나는 주 원인(?)이 바로 IKYO였던 것 같군요. 그냥 곡을 들으면서 소화하기엔 여전히 좀 난해한 가사와, "Nah Mean" 같은 센 비트에 비해선 너무 건조해 단조롭게 들리는 톤은 단점일 수 있겠습니다. 허나 잘 자리를 잡은 랩톤, 그리고 완전히 다른 색으로 칠해내는 싱잉의 조화가 이를 꽤 커버하며 IKYO의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시킵니다.


 제 귀가 나쁘다보니 사운드에 대한 걸 더 얘기하지 못하는게 아쉽습니다. 엔지니어가 아티스트명에 오르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Otter의 이름이 적혀있다면 분명 사운드의 방향을 잡는데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지만요. 그래도 꽤 치밀한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짧고 굵은 작품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앨범이었습니다.



(9) Os Noma & H:SEAN - Sphere:Atmos (2020.10.21)


 프로듀서 Os Noma와 일렉 성향을 띄고 있는 인디 보컬 H:SEAN의 합작 앨범입니다. Os Noma는 저번 앨범 내고 군입대한 걸로 알았는데 이번 앨범까지 내고 간 거 같네요... 라는데 인스타엔 11월 말에 또 새 싱글이? 아무튼, 저번 앨범의 영향으로 Os Noma하면 굉장히 과감하고 실험적인 비트가 연상되지만, "Sphere:Atmos"는 보컬의 특성에 맞추어 가볍고 발랄한 풍의 비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잘 들어보면 소스들이 아기자기하고, 드럼 루프가 곡의 진행에 따라 계속 변하는 등 나름 많은 고민이 들어간 비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얼기설기 얽혀있어서 빈 공간이 꽤 남아있는 비트이기에 가볍고 밝은 에너지를 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뭐라 얘기할지 생각 안 나 어려워하는 프로듀싱과 보컬의 조합이므로 글은 여기까지만...-_-



(10) Songwaygoya - 1막의 기록 (2020.10.25)


 Ourealgoat가 허슬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잠잠하던 같은 FDT 크루의 파트너 Songwaygoya가 드디어 새 앨범을 냈습니다. 전통(?)대로, 대부분의 곡을 본인이 직접 비트를 썼으며, Cypher 시리즈를 통해 인연을 맺은 래퍼들이 피쳐링진으로 참여하였습니다.


 기대보단 아쉬운 앨범입니다. 가장 중요하게, 올해 초의 "Way Go Yard"에서 느꼈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개성적인 악기 선정 및 배치로 고풍스러움과 비장함을 자아내는 비트는 좋습니다만, 플로우 설계가 단순해졌습니다. 가사에서 보이는 특유의 라이밍 센스와 앨범 내내 일관된 태도 및 단어 선정도 괜찮은데, 예전의 재밌는 플로우 센스 (지난 앨범의 "추진" 같은 곡이 전 상당히 좋았습니다)가 부재하다보니 개성이 줄어들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Ourealgoat를 너무 많이 연상시킵니다.


 또 곡들이 대부분 짧고, 훅의 존재감이 약하다보니 마치 곡 모음이라기보다 벌스 모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의 앨범인데 기대하던 것이 나오지 않은게 많이 아쉽습니다. 여전히 Ourealgoat와 합은 좋지만, 그와 상대되는 뭔가가 있었는데 이번엔 무난함만이 앞서는군요. 여전히 그만의 독특한 맛은 있긴 하지만, 다음 작품에선 여기에 듣는 재미가 더욱 가미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NO
Comments
아직까지 남겨진 코멘트가 없습니다. 님의 글에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21-01-16
1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