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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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2 16:25:31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음... 오늘은 할 말이 없네요...?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Nuol - TRAVEL IN NUOL (2020.10.5)


 뭔가 비트메이커에서 프로 유튜버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드는 Nuol이 최근 발표한 EP입니다. 때로는 랩까지 담당하곤 하는 그이지만 이번 앨범은 인스트루멘탈 3곡과 피쳐링 있는 랩곡 3곡으로 비트메이커 포지션에 집중하였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받은 영감을 곡으로 소화했다 하여 부제에는 각 지명이 달려있고, 이중 "Toledo"는 선공개 되기도 했지만 MIC SWG를 보는 분이라면 익숙할 비트입니다.


 Nuol 비트하면 드는 생각은 뭔가 돋보이게 하는 장치가 많다는 점입니다. 피쳐링진도 화려하게 초대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평균적으로 템포가 빠르고, 하이 피치의 사운드를 즐기며 하나하나가 잘 살아있도록 후작업을 한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음... 막귀라서 별로 제가 한 말에 확신은 없지만, 여튼 저는 이런 연유로 Nuol의 비트를 듣다보면 하우스나 EDM 같은 느낌이 더 들기도 했습니다. 요란하고 웅장한 비트일 때도 있고, 댄서블하게 가벼운 비트일 때도 있지만, 이제 얼추 Nuol의 비트에서 풍겨나는 느낌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베이스 뿜뿜한 것에 환장하는 붐뱁충으로써는 그리 끌리지 않는 타입입니다. "Finder"는 워낙 실험적인 것도 많고 여러 가지가 있어서 그런 생각은 없었는데, 이번 "TRAVEL IN NUOL"은 다시 예전 같은 기분으로 감상했던 것 같습니다. 대표곡이랄 수 있는 "Toledo"는 Bill Stax와 Qim Isle은 영 묻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외의 피쳐링진은 큰 감흥이 없더군요. 


 좀 고리타분한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힙합과는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붐뱁, 트랩으로 나누는 게 아닌... 다른 분류 기준에 속하는 거 같아요. 그래도 뭐, Nuol의 에너제틱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반갑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지 않을까요.



(2) FELIX DA RAIN - IZAKAYA LOVE I (2020.10.6)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접하게 된 또 한 명의 허슬러 FELIX DA RAIN은, 지난 2월 정규 앨범 "AI SURGERY" 이후로 오랜만에 들어보게 되었지만 그 사이에 또 두 장의 EP를 발표하였더군요. "IZAKAYA LOVE I"는 그 후로 나온 세 번째 EP입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AI SURGERY"는 지금 내려가있기도 하고, FELIX DA RAIN의 인스타에는 딱 이번 앨범에 대한 글만 올라와있어서 뭔가 비장한 심경으로 낸 앨범 같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접하는 거지만 알고 있던 FELIX DA RAIN의 스타일은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본인이 작/편곡을 다 담당하였으며, 발랄한 느낌의 신디 틴 드럼, 피아노, 기타 등을 사용한 하이 피치의 가벼운 비트입니다. 여기에 빠르게 내뱉는 오토튠 싱잉 랩도 마찬가지고요. 일단 다양한 스타일이 담겼던 "AI SURGERY"와는 달리 "IZAKAYA LOVE I"는 한 가지 스타일만 있어서 좀 더 집중력이 있는 앨범입니다 - LP와 EP를 비교하는 건 좀 불공평하지만요. 조금이나마 느낀 차이라면, 이번에 담긴 가사들이 훨씬 어조가 셉니다. 비트만 들으면 밝은 곡인데, 노래를 들으면 욕설도 거침 없이 쓰였고, 세상에 대한 불만이 거침없이 토로되고 있습니다. 이 언밸런스함이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 들을 때도 그랬지만 FELIX DA RAIN의 스타일은 아직 너무 전형적이게 들립니다. 왜 그러려나요, 찬찬히 들어보면 나름 다양한 악기, 다양한 코드를 시도하고 있는 거 같은데, 곡 전개 자체가 한국 트랩씬 (특히 사운드클라우드 쪽)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단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이번에 좀 더 막나가는 솔직한 가사가 기억에 남는 거 보면 이게 FELIX DA RAIN의 특징인가 싶기도 하고요 (하긴 제일 흔한 주제인 머니 스웩이나 사랑 노래는 거의 안 하긴 했군요). 여러 작품을 발표하면서 어느 정도 연륜 같은 것이 느껴지긴 하지만, 다음 스텝이 항상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게 단순히 다작으로 해결되는 것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3) 김승민 - Rio Loves Tokyo Part.2 (2020.10.7)


 올해 3월 파트 1이 나왔을때 이미 예고되었던 파트 2가 6개월 남짓한 기간만에 발표되었습니다. 으레 두 파트로 나뉠때는 각 파트에 싣는 음악들의 테마가 차이 나기 마련인데, 이번엔 단순히 같은 음반을 둘로 나누었는지, 크게 봤을때는 비슷한 음악이라 느껴졌습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차이점이 있긴 합니다. 기본적으로 빅뱅이 연상된다고 할 정도로 팝 코드가 있었던 전작에 비해서는 좀 차분해진 느낌입니다. 사랑 노래는 여전히 등장하지만 그 말투가 달라진듯도 하고요. 허나 단순히 차분해졌다기엔 숙취, 노래 같은 곡들이 전작의 무드를 계승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싱잉 랩에 대한 접근법이 같기 때문에 크게 봐서는 같은 앨범이라 느낀 겁니다. 


 둘로 나뉜 의미가 희석되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이번에도 멜로디는 캐치하게 잘 짰습니다. 저번엔 처음 들을때 오토튠이 너무 시끄럽고 거슬리게 적용되었다 느꼈는데 이번엔 딱 부담스럽지 않게 붙은 것 같기도 하고요 (놀라운 점은 파트1을 다시 들었더니 왜 그렇게 느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점). 인지도에 비해 다소 조용히 나와 지나가고 있는 것 같지만, 결론적으로 rio loves tokyo는 김승민의 매력을 잘 담아낸 앨범으로써 마무리된것 같습니다.



(4) 오왼 - 소년 (2020.10.8)


 당분간 음악을 안 해도 내년 1년간 나올 앨범이 준비되어있다는 오왼의 새 정규 앨범 "소년"입니다. 우연히 보니까 1년에 하나씩 정규를 꾸준히 내고 있군요. 각 정규마다 색깔이 다르면서도 심히 오왼스럽다는 점이 참 재밌는 것 같습니다.


 힙합플레이야 쇼트인터뷰에서 "소년"은 한 여자에 의해 영감을 받아 완성한 앨범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때문인지 여자를 소재로 한 노래가 꽤 많습니다. 사실 이것보다 먼저 인지할 수 있는 차이는 전곡을 싱잉으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대체로 댄서블하고 빠른 템포로 만들어진 moocean의 비트 덕분에, 반 농담으로 '오왼의 댄스곡 앨범'이라고 요약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본인도 힙합이 아니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듯이요. 적어도 정규로 나올 거라 생각했던 색깔은 아닙니다.


 또한 그는 "Smile" 때부터 프리스타일로 가사를 쓰는 걸 시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확실히 "changes" 이전의 가사들과 이후의 가사들은 무게가 다릅니다. 훨씬 물 흐르듯 흘러가는 가벼운 어조이죠. 나름 이번 앨범의 컨셉과는 잘 어울립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적응을 못 했습니다. 그래도 "러스트 인 서울" 같은 일부 곡에서 보이는 날선 가사들은 오왼은 오왼이구나 하게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앨범에 대해 어색한 부분이라면, 오왼의 싱잉이 과연 정규 앨범 하나를 뽑게 만들 정도인가 하는 점입니다. 지난 앨범의 "run"에서 오토튠에 큰 감동을 먹은 듯했지만(?), 오토튠이 정말 노래 못 부르는 사람을 잘 부르는 것처럼 바꿔주진 않습니다. 이번에는 본격 싱잉이다보니 버겁게 들릴 정도의 멜로디 라인도 좀 있었던 것 같고, 그냥 랩으로 가면 훨씬 편했을 것 같은 부분도 많았습니다. 

 재밌는 실험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아예 노선을 이걸로 정할 거라고 하면 저는 말리고 싶습니다...만 오왼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있을까 싶긴 하군요. 그가 처음 '오바도즈'를 뗄 때 말했던 긍정적인 사람 오왼에게는 상당히 어울리는 앨범 같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은 오왼과 오바도즈의 중간에 있다고 밝혔지만). 여튼 끝없이 변화하고 시도하며 다작하는 모습은 아티스트로써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5) DJ Tiz - Jazzy Life (2020.10.9)


 Cream Villa의 멤버이기도 하며 이 씬에서 비트메이커 겸 DJ로 짧지 않은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DJ Tiz의 앨범입니다. 과거 Animatiz 같은 컴필레이션 형태의 앨범도 있었지만, "Jazzy Life"는 인스트루멘털 앨범으로 보컬 없이 그의 비트만이 수록되어있습니다. 앨범 제목대로 재지한 스타일이 주를 이루며, 색소폰, 피아노 및 소울곡 샘플을 활용하여 루핑시킨 비트들입니다. 곡 제목을 보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심상화시킨 것 같군요. 어떤 강렬한 포인트가 있는 음악이 아니라,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앨범이라서, 듣는 사람에 따라 편안할 수도 있고 심심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이상의 디테일은 잘 알지 못하는 관계로 글을 줄이지만, 대체로는 예전에 샘플링 비트가 대세일 때의 인스트루멘탈 앨범을 듣는 기분이 났네요.



(6) 린린 - Slow Lane (2020.10.11)


 최근에 WONJAEWONJAE 앨범에서 듣고 기억 한 켠에 다시 떠올랐던 아티스트였는데 3곡짜리 미니 앨범을 냈군요. "Slow Lane"은 전곡 Dayrick 비트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과할 정도로 깔린 오토튠을 활용한 랩은 같지만, Dayrick 비트가 그가 평소 타던 비트에 비해 에너지가 있어서 좀 신선한 느낌이 났습니다. 이를테면 모던 락이나 씨티팝 같다는 생각이 잠깐잠깐 들었어요. 그런 프레쉬함 덕분에 곡을 끝까지 들을 수 있는 몰입도가 생겼던 거 같습니다. 찌질미 넘치는 가사도 다시 보게 되었는데, "고멘나사이" 같은 헛웃음 나오는 라이밍이 포인트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짧지만 린린이 만든 앨범 중 꽤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앨범, "Slow Lane"이었습니다.



(7) BadMax - Skit (2020.10.12)


 비트메이커 BadMax의 3곡짜리 작은 EP입니다. 싱글을 잘 챙겨듣지 않다보니 개인 앨범으로는 1년 여만에 다시 들어보게 되었고, 보통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에서 이름을 확인하던 차였죠. "Skit"에 실려있는 세 곡은 각각 다른 스타일입니다. 이모 트랩인 "괜히", 디스코 풍의 레트로 스타일 "Skit", R&B 트랩 넘버인 "다름" (음알못이므로 들어봤더니 아닌데? 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으로 이루어져있죠. 짧은 길이지만 여러 스타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 가성비 좋은 전략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꼽자면, 1, 2번 트랙의 기타 스트링은 평소 그의 비트에서 잘 못 들어봤다 생각하는데 이를 통해 리듬감 구성하는게 좋았고, 특히 "Skit"에서 분위기가 다른 신디와 어우러지는 게 인상적이더군요. 요근래 듣던 BadMax 비트가 좀 뻔한 트랩 스타일 뿐이어서 아쉬웠던 차였는데, 제가 BadMax를 주목하게 된 계기를 재확인한 거 같아 좋았던 앨범이었습니다.



(8) APEX - 호사유피[虎死留皮] (2020.10.13)


 이 시리즈에선 저번에 "CATSUP Compilation" 앨범으로 잠깐 언급했던, APEX는 G.L. (Goblin Laboratory)의 멤버로 씬에 이름을 알린 래퍼입니다 (그전에 "LSI Label" 같은 활동도 있었긴 하지만..;). 경남 지역 힙합이 씬에서 주목을 받을 당시 아우라지 크루의 멤버로, G.L.의 반쪽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나 부산 씬이 잠잠해지면서 함께 활동이 조용해졌죠. 이후 2015년 개인 앨범 "GoblinConscious"를 발표한 후로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이번에 CATSUP의 조직과 함께 활동 재개를 선고한 것입니다.


 "호사유피"는 그의 컴백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탄이자 두 번째 솔로 정규 앨범입니다. 정규 치고는 크기가 작은 7트랙에, CATSUP의 메인 프로듀서 LADEAT이 절반의 곡을 프로듀싱해줬습니다 (나머지는 타입 비트). APEX는 하드코어 붐뱁 래퍼라는 이미지를 달고 있는 아티스트라 할 수 있는데, G.L. 2집과 솔로 1집에서는 이 프레임과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음악 사이의 괴리, 적당히 조화를 이뤄내는 과정의 과도기가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호사유피"에서는 어느 정도는 안정을 찾은 것 같습니다. 특히 전반부에 가라앉은 무드의 곡들이 배치되어있는데, 이게 기존에 그를 유명하게 했던 파워를 담지 않고 있음에도 사뭇 안정적이고 깔끔한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가사적으로도 전에 비해 많은 생각이 보태어지고 성숙했단 느낌이랄까요.


 APEX를 잘 아는 분은 그가 G.L. 2집에 이르러서 단적인 스타일 변화를 결정했다는 걸 아실 겁니다. 레게 톤을 지향한 듯한 거친 톤은 그 후로 그의 스타일의 주축이 되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저는 아직도 과거의 쭉쭉 뻗는 톤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목에 빡 힘을 주고 긁는 데 있어 파워 컨트롤이 섬세하지 못한 점이 고질적으로 있다 생각합니다. 또한 낼 수 있는 소리가 제한되니 단조롭기도 했고요. 이번 앨범도 그 생각이 완전히 걷히진 않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가라앉은 곡'이 좋은 이유는 어쩌면 힘을 상대적으로 풀고 하기 때문에 좀 더 자연스러운 톤이 나오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차라리 "덜 익었어" 후반부의 훅이나 "어디있어"처럼 좀 더 터뜨리는 걸 해주면 좋겠는데, 뭐랄까 듣다보면 지글지글거리기만 하고 펄펄 끓지 않는 냄비를 보는 기분이에요.


 여기에 지난 앨범 "GoblinConscious"에서 본격화된 플로우 디자인도 한 가지 변화입니다. G.L.에서 그의 랩은 단단하고 분명하게 날리는 투였다면, 톤을 바꾸면서 뭔가 부드럽게 흘리는 투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유연한 그루브를 향상시키려는 의도였겠지만 저는 아직 어색하게 느껴지더군요. 어쩌면 파괴력 있는 붐뱁 엠씨라는 첫인상을 받고 거기에 적응되었다보니 어떤 방향으로든 제가 변화를 싫어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그나마, "호사유피"는 이런 스타일적인 면에서 인위적이지 않게 타협한 부분들이 꽤 있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을 전작보다 좋게 들은 건 분명합니다.


 APEX는 이후로도 몇 개의 믹스테입, 정규 등 활발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하는 랩인데도 그 공백기만큼 바쁘게 움직이려는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취미로 하는 음악'이라고 해서 연구가 없고 발전이 없진 않습니다. 이후로 이어질 과정에서 그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9) Yizumin - ENCORE (2020.10.14)


 작년 12월 화지의 주도 하에 이뤄졌던 송캠프 "이주민 (Yizumin) 프로젝트"가 후속작을 냈습니다. 대개의 송캠프가 일회성이었던 데 반해 이번에는 화지의 지휘 없이 eggu와 Os Noma를 제외한 10명이 자발적으로 오픈창동 스튜디오에 모인 것입니다. 그 사이 소소하지만 멤버들에겐 커리어적인 크고 작은 변화와 성취가 있었고,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앵콜' 앨범을 제작하였습니다 (아마 Xyro는 송태풍이라고 이름을 바꾼 것 같군요).


 뭔가 보너스 같은 느낌으로 나왔지만, "Freedom Ain't Free"보다 한 트랙 많은 어엿한 크기로 발표되었고, 곡 중 "우리끼리"는 6명의 래퍼와 4명의 비트메이커가 모두 참여한 진정한 단체곡이란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무엇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어진 분위기가 마음에 듭니다. 전작의 경우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화지 2집의 '히피스러움'으로 너무 곡들이 몰려있어서 다소 단조롭게 들은 바 있습니다. 특히 보컬인 Brandy가 한 곡밖에 활용되지 않았었죠. 이번에는 Brandy를 위한 자리도 마련되어있고, 템포와 장르 면에서 여러 가지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참여 래퍼들이 가진 각자 개성적으로 확립된 톤과 자연스러운 그루브감은 이미 저번 앨범에서 확인된 바였기에 의심할 필요 없고요 - 다만 때로는 라임에만 너무 치중된 듯한,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은 메세지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ENCORE"는 기대하지 않았던 깜짝 선물이면서, 마치 저번 앨범이 프리퀄이고 이번이 본편인 것처럼 풍성한 구성을 갖고 있는 앨범입니다. 특히 Jambino처럼 그 이후로 관심 갖고 들은 앨범의 경우, 어느 정도 이미지가 정해지니 그것을 벗어나는 반전미를 즐기는 재미가 또 있군요 (이를테면 R&B 스타일인 "Morning"에 참여해서 보여준 노래 실력이라든지). 이런 단체 앨범을 스트리밍으로 들을 때마다 가사에 멤버 표기가 안 되어 각자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멤버 개개인의 활동을 통해 하나씩 익숙해져가야겠군요.



(10) Loco - Some Time (2020.10.14)


 의경 복무를 마친 Loco가 소집 해제와 함께 바로 발표한 EP입니다. '시간'을 주제로 했다는 설명은 물론 그의 복무 기간을 뜻하며, 실제로 의무 복무로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에겐 큰 공감을 자아낼만한 이야기들로 채워져있습니다. 이런 일상적이면서도 남다른 표현력은 원래부터 Loco의 장기였으며 지금도 그다지 녹슬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앨범 분위기는 아주 편안합니다. 보기에 따라 랩을 배제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노래의 경계에 있는 느릿한 싱잉 랩을 선보이며, "면회실"을 제외하면 기타 스트링을 메인 악기로 한 비트가 선정되었습니다 - 모두 다른 비트메이커라는 건 함정.


 일관되게 차분한 분위기는 호불호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Loco가 감성적인 곡에서도 실력을 발휘하기야 했지만 유연한 플로우로 비트를 그루브 있게 타는 랩을 기대했던 이들은 Loco의 복귀를 제외하곤 이번 앨범에서 크게 얻어갈 것이 없을지 모릅니다. 저도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있으나, 뭐 이제 막 제대한 참이고, 특히 입대하면서 낸 "Hello"와 대칭을 이루는 게 재밌네요. 게다가 최근 그의 활동 정도를 보면 많이 굶주렸구나(?) 싶을 정도니까요. 제가 기다리던 Loco의 모습은 빠른 시일 내에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이번 앨범은 '돌아왔구나' 정도의 의미를 두고 넘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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