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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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7 12:01:29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요즘 다시 앨범이 쏟아져나오더군요... 인스타에 다시 하루 2포스트로 바꿔야할듯...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Viann & Shindrum - Via Drum (2020.6.29)


 Viann의 소박한 신보 소식입니다. 이번에 콜라보를 이룬 Shindrum은 처음 접하는 이름인데, 찾아보니 2016년부터 '신드럼과 김기타'라는 팀으로 활동하였고, 솔로 커리어도 있는 드러머이자 프로듀서더군요.


 저는 Viann하면 으레 날카롭고 변칙적이며 불편한 비트가 연상됩니다. 전부 이 공식에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Viann은 비전형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비트메이커입니다. 이번 "Via Drum"은 날카롭게 찌르지는 않습니다. 주된 악기가 신스에서 기타, 베이스로 바뀐 것과 관련이 있겠죠. 허나 변칙적이고 과감한 전개는 그대로이며, 악기 연주도 그렇지만 전체적인 리듬의 방향을 끌어가는 Shindrum의 드럼이 여기에 큰 몫을 한 걸로 보입니다.


 앨범 제목은 물론 아티스트명 (...)만 봐도 Travis Barker 앨범마냥 드럼이 강조되었을 것 같은 앨범이지만 그렇지는 않고, 흥분된 비트 위 악기들이 어우러지면서 그려가는 광활한 사운드스케이프가 주된 볼거리입니다. 사실 Shindrum도 이름만 드럼이지 베이스를 연주하기도 했고, 몇몇 트랙은 단독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려놓았으니, 드럼이 약하다고 그의 입지가 주는 건 아닐테죠. "God is Love"에서 콰이어 소리를 만져 악기로 사용한 것 같은 센스도 재밌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인스트루멘털 앨범 얘기하는 건 쥐약이라 저는 이정도까지만 횡설수설하고 빠지겠습니다만, 여튼 시원시원한 앨범이었습니다.



(2)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 동물적인 10분 (2020.6.30)


 이 괴상한 이름의 듀오는 이람 (YEE LAM)과 이레네 (Rene Lee)로 이루어진 프로젝트로, 종교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해시태그 달기가 두려워지는 이름이군요). 사운드클라우드에는 "영혼도심"이란 이름으로 업로드가 되어있는데, 이 영혼도심은 이레네의 작업실 이름이자 본인이 참여한 연작에 붙인 이름인 거 같네요. 2018년 나온 THISISPOMI와의 콜라보 앨범도 여기 올라와있고요 - 참고로 이 앨범과 이레네의 정규 앨범 "점"에선 랩도 했던데, 본작에선 비트만 찍었습니다. 한편 이람으로 검색해보면 "Maschine 2 Training Days"라는 의미 불명의 '인스트루멘털 앨범' (이라기 좀 애매한)만 있고 다른 건 남아있지 않습니다.


 '놀면서 만들었다'는 얘기처럼 본작은 머리를 비우고 듣다보면 순식간에 지나가는 그런 종류입니다. 스킷을 제외하면 총 길이가 10분이 되지 않으며, 트랙 대부분이 1분 대에 머무르고 있죠. 제목만 봐도 장난기가 잔뜩 서려있을 거라 예상할 수 있고, 시도때도 없이 다른 노래가 껴들었다가 빠지는 등 황당한 요소들이 은근 있습니다. 때문에 이 앨범을 가지고 두 멤버에 대해 무엇을 진지하게 논하는 건 무리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다른 활동을 궁금하게 하는 앨범이었던듯 합니다. 시커먼 자켓에 잘 어울리는 이레네의 로파이한 비트와 건조하게 박히는 이람의 랩이 나름 인상적이고, 장난스러울지언정 기초적인 부분은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톤이 공격적으로 써진 가사에 어울려서, 좀 더 진중하고 무게 있는 프로젝트에 얹힌다면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군데군데 들어가있는 말장난은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피식대며 잘 들었습니다. 어떤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기엔 모자라지만, 다음에 나오는 작품을 챙겨볼만한 동기 부여는 되었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공을 이룬 듯합니다.



(3) niahn - I WANT ICE CREAM (2020.7.1)


 'MKIT RAIN의 식스맨'이라고 소개되곤 하는 niahn의 새 EP입니다. "extape" 이후로는 이렇게 단타로 작품을 내고 있는 거 같군요. 이번 앨범도 규모는 크지 않은 가벼운 앨범이며, 애잔한 바이브이지만 너무 딥하지 않게 녹여냈습니다 - 제목이 주는 느낌이 그렇게 연결되는 것 같군요. 이번에는 UGP가 전곡 프로듀싱을 했고, 간단하면서도 느낌 있는 비트들이 듣기 좋습니다. niahn의 보컬의 경우 지난 몇 장의 앨범 동안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바로 전작 "late night"랑 비교하면 그때의 딥한 감성이 아니라 간단간단한 스타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전작의 바이브가 좋았어서 그걸 기대하고 처음 들었던지라 이번껀 좀 아쉽더군요. 그래도 UGP 비트와 전체적인 앨범 컨셉과의 균형은 좋았던 거 같습니다. 마지막 앨범의 피치 업/다운도 재밌었고요. 현재로써는 niahn은 이렇게 라이트하게 듣기 좋은 작품들을 내기로 한 거 같네요.



(4) Zico - Random Box (2020.7.1)


 이번 앨범을 듣고 Zico가 대중 가수라는 걸 새삼 기억해냈습니다. 우리는 (혹은 저는?) 항상 인디펜던트로 나가면 뭔가 엄청나게 심오하고 진중한 걸 가져올 거라는 안 좋은 습관이 있는거 같습니다. San E의 케이스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여름 음반을 예고했던 "Random Box"는 그의 말대로 가볍고 경쾌한 음악을 테마로 잡았으며,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던 "Thinking" 시리즈와 달리 힘을 빼고 대중의 기호에 맞춰 작업했다는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때문에 아쉬운 건 "Thinking"에서 보였던 저변 확장의 의지가 이번엔 약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Summer Hate"를 비롯한 곡들이 저번 앨범의 "걘 아니야", 더 거슬러 올라가 "Boys & Girls"나 Block B의 몇몇 곡들을 착실히 계승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캐치한 훅과 정확하게 숨을 고를 타이밍을 잡는 브릿지, 그리고 Zico 특유의 타이트한 랩으로 하는 밀당까지, 더욱 많은 Zico 팬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공식에 따라 만들어진 노래 같단 생각이 듭니다.


 중간에 "No You Can't"가 수록된 이유가 매니아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면 사실 더 당황스럽습니다. 전체적인 앨범 컨셉에서 튀기도 하거니와, 이 역시 새로운 것이 딱히 섞여있진 않거든요. 당연히 Zico는 이 정도 할 거라고 생각했고, 화려한 워드플레이와 플로우로 무장한 곡이지만 아이러니하게 들으면서 저는 무표정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스킬을 자랑하는 곡이라면, 전작의 "극"처럼 랩 스킬뿐만 아니라 깊은 아이디어, 그리고 비트와의 소통을 담는걸 Zico에게서 듣고 싶은 듯합니다.


 너무 눈높이를 올려둔 탓인지 자꾸 Zico의 음반에선 뭔가 아쉬운 점이 보입니다. 랩을 잘 하는 성공한 뮤지션인 것이야 부정할 수 없지만, 점점 어느 레벨에 안주하려는 것 같은 느낌은 기우일까요. '힘을 뺀' '여름 한정의' '대중적인' 등으로 반박할 수 있겠지만, 어떤 시도에서도 녹아나는 개성이 뮤지션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생각합니다. "Thinking"이 그런 모습의 여지를 남겨서 이번 앨범은 더욱 아쉽군요.



(5) Mac Kidd - TrapBox (2020.7.4)


 맛깔나는 랩 때문에 지난 "Death Peace Smile" 앨범에서 꽤 인상적이었던 Mac Kidd가, 언제나의 파란 해골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이번 앨범은 Ourealgoat가 전곡 프로듀싱을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Ourealgoat가 으레 자신 앨범에 담던 비트를 생각하면 안됩니다. 앨범에 실린 곡들은 베이스와 드럼을 위주로 짜인 미니멀한 구성에 변주 없이 거의 루핑으로만 이루어져있는 단조로운 비트들입니다. 이는 곧 Mac Kidd가 자신 랩의 맛을 알고 그걸 120% 강조하기 위해 취한 전략 같습니다.


 싱잉 랩이 주무기인 래퍼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히 그의 랩은 상당한 타악성을 갖게 됩니다. 그의 플로우는 적당하고 일정한 속도로 정확하게 쪼갠 리듬 위 정확한 발음과 라임으로 이어가는 데에서 오는 청각적 쾌감을 주축으로 하고 있어, 건조한 비트와 어우러져 타악성은 극대화됩니다. 수반되는 억지 라임 ('버스 타 이미/벌써 다 지림' 뭐 이런..)도 나름 센스 있는 부분으로 넘길 수 있습니다. 다만 의도된 정형화가 그의 톤이 가진 매력에 의존하기엔 일부 곡에선 너무 지나쳐서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꼴통"을 대표적으로, 앨범 중반부 훅 위주의 짧은 곡이 돌아가는 부분이 특히이런 느낌이 많이 납니다. 반대로 말하면, 대비되는 피쳐링진이 있어줘야 균형이 맞고 듣는 재미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본인 능력으로 홀로 곡을 이끌어가는게 어렵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방향성을 이렇게 잡은 건 살짝 과한 전략이 아니었나 싶을 따름이네요. 특히 1번 트랙처럼 빠르게 달려주는 게 몇 부분 더 있었으면 지루함이 없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하지만 랩이 주는 맛을 통한 포텐은 여전히 확인되기에, 저는 계속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는군요.



(6) 안경잽이 - 너무 멋져 (2020.7.4)


 MBA 크루 소속의 안경잽이가 EP를 냈습니다. 6곡 중 5곡이 Tommy Strate 비트고, 3곡은 아예 피쳐링으로 참여한만큼 Tommy Strate와의 콜라보 앨범이라 봐도 과언은 아닐 거 같습니다. 이것만으로 앨범 방향성은 살짝 예상되죠. 래퍼로써 많은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사인히어' 때와는 아주 다른 모습입니다.


 그렇게 클라우드 랩 앨범이라는 것에서 그치면 좋겠지만, "너무 멋져"는 당황스럽습니다. 첫 곡부터 새는 발음과 무시되는 박자 (박자는 두 번째 곡이 더더욱...) 등, 클라우드 랩 치고라도 '흐느적거리는' 느낌이 너무 넘칩니다. 뭐랄까, 안경잽이가 이걸 들을만한 색깔로 만들기엔 좀 부족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히려 그는 이걸 유머러스하게 풀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뜬금 없이 나오는 엄마 카드 얘기나, "몇명이서 오셨나요" 같은 트랙을 보면 그렇죠. 저는 그냥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특이한 건 마지막 트랙 "말해주지 빨리"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트랙은 전에 싱글로 나왔던 곡이고 Tommy Strate 피쳐링만 추가된건데, 앨범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거나 특별한 마무리를 했다기보단 그냥 보너스 트랙이라고 생각하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나머지 곡들과는 1의 연관성도 느껴지지 않거든요. 노래 자체는 좋지만 당황스러움은 색깔만 다를뿐 여전합니다. '왜 이런 걸 더 하지 않았지?'라는 의문도 별로 안 듭니다.


 고막 때리는 걸 좋아하는 붐뱁충인 저에게 제일 쥐약 중 하나인 장르라 정확한 가치 판단을 할 수 없는 부분은 있지만, 애초에 앨범 자체가 그리 진지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웃음이라도 나오면 좋겠지만... 글쎄요, 어색한 피식거림 한두 번이 저에겐 전부였습니다. 



(7) GI$T - 벌써 (2020.7.4)


 두 번째 정규 앨범 이후 두 달 반만에 나온 새 EP "벌써"는 그가 지난 두 개의 정규 앨범에서 보여준 울적한 분위기와는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애잔하고 감성적인 느낌은 깔려있지만, 발라드 같은 바이브가 섞여있던 전작들에 비해선 좀 더 통통 튀고 경쾌해졌죠 ("옆에" 같은 곡은 안무 추는 모습이 그려질 정도로 댄스곡 감성;). 전반적인 GI$T의 퍼포먼스가 달라진 건 적지만 강점들을 더 완숙하게 끌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노래 실력과 멜로디 메이킹 능력은 엥간한 R&B 싱어와 견줄 수 있을 정도라 보입니다. 밝은 분위기이기 때문에 타이트하게 몰아치는 플로우는 전작들과는 좀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데, 이 또한 괜찮게 들리네요.


 표현이 제한적이고 너무 1차원적으로 들리는 단점은 여전하지만, 그의 작품을 연이어 들으면서 제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라는 생각이 굳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차에서 노래 듣는 경우가 좀 많고 그래서 가사를 인지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 내어 다시 노래를 듣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한 내용 때문인지 이번엔 운전하면서도 가사를 100%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비슷한 나이대의 뮤지션들이 스스로가 감당 못할 어렵거나 멋진 표현으로 가사 내용을 무너뜨리는 것에 비하면 바람직하겠죠.


 꾸밈 없는 돌직구 같은 전략으로 고유의 영역을 공고히 해가는 모습은 보기 좋은 반전처럼 느껴집니다. 방송의 도움은 그다지 크지 않다 느껴지기에 적절한 표현이 아닐지 모르지만, 이제 고등래퍼에서 건진 인물하면 빼놓을 수 없겠군요.



(8) Michel Yang - MY (2020.7.7)


 힙합엘이 게시판에 추천이 은근 있어서 들어보게 된 앨범입니다. 트랩 래퍼로 저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는데, 커리어를 뒤져봐도 많은 게 나오진 않습니다. 앨범을 내기 시작한지 1년 정도 된 것 같으며, 사운드클라우드에도 별 정보는 없고, Gaka, Ian Purp 등의 비트메이커와 작업하였지만 그동안 나온 앨범에 랩 피쳐링이 전무하여 특별히 같이 활동하는 집단은 없어보입니다. 즉슨 조용히 음지에서 꿋꿋한 활동 중인 또 한 명의 래퍼라 하겠습니다.


 이번 앨범으로 처음 접한 Michel Yang의 음악에 대한 인상은 '모범적이다'였습니다. 오토튠 싱잉 랩을 사용한 트랩 장르의 음악으로써, 그의 싱잉과 리듬감, 곡의 설계 등은 상당히 표준적이고 정확합니다. 다른 말로, 과함도 덜함도 없이 딱 듣기 적당한 정도를 그대로 유지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곡들이 상당히 깔끔하고 크게 흠잡을 데가 없는 모습입니다. 표준적이라는 건 다른 말로는 무난하고 지루하다고 할 수 있겠고, "MY"도 완전히 다르진 않겠지만 그래도 후반부 곡들에서 톤을 좀 더 올린다든지, 텐션 빌드업을 위한 조용한 장치들이 군데군데 느껴집니다. 이 역시도 정답에 가까운 활용입니다.


 어쨌든 무난한 건 맞고 잔잔한 바이브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확 튀는 뭔가를 짚기는 어렵고, 사람에 따라 심한 한영혼용 (단어 하나마다 언어가 바뀌는 정도의...)이 거슬릴 순 있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한영혼용도 부드럽게 넘겼어요). 하지만 요란한 기믹이 성행하는 이때에 이런 선을 지킨 음악도 의외로 차별화되는 매력이 있어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Xbf나 GGM RECORDS 같은 음악들이 연상되었습니다. 좋게 들리는 음악이 뭔지 알고 있다는 건 상당한 재능입니다. 지금 느끼는 지루함이 미래 어느 시점에 타개될지 기대하면서 앞으로 찾아듣게 될 거 같습니다.



(9) 쿤타 - 82 (2020.7.8)


 레게를 잘 몰라서 뭐라 해야할지 모르는 관계로 이 앨범은 그냥 패스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듣다보니 짚고 넘어가야할 거 같아서 간단하게만 쓰겠습니다. 특유의 목소리를 전형적인 레게 톤으로, 혹은 오토튠을 섞은 트랩 사운드로, 그리고 일렉트로니카로, 또는 어쿠스틱 기타로, 다채롭게 활용한게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대개는 안정적인 음역대에서 진행되지만 그가 가진 연륜과 메세지 덕에 곡들이 전부 무게감 있게 느껴져, 요즘 찾아보기 힘든 실질적 볼륨이 있는 앨범이네요. 레게든 재즈든 클래식이든, 문외한인 장르는 얼핏 보면 일률적이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레게에 대해서 저도 선입견이 있고 그걸 깨기 어렵죠. 하지만 다양한 시도와 유려한 퍼포먼스로 그 선입견을 넘어서 즐거움 이상의 놀라움을 주는 앨범을 만들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래도 아직 레게는 잘 모르겠습니다.



(10) Leellamarz & Panda Gomm - BAMBOOCLUB[A] (2020.7.8)


 이미 "Toystory 2" 앨범 커버에서부터 예고되었던 Leellamarz와 Panda Gomm의 합작 앨범입니다. 선공개 싱글을 통해 20곡 정도의 규모가 될 거라고 알려진 바 있는데, 그 중 절반이 [A]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왔죠. TOIL의 실력이 좋긴 했지만 콜라보 비중이 높아지면서 Leellamarz의 감성이 비슷비슷해지는 느낌이 있었던 터라, 다른 프로듀서와 집중하여 작업하는 것이 어느 정도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 선공개 싱글 "DOPE"는 [B]를 예고하는 것이었는지 수록곡에서 빠졌을 뿐더러 분위기가 정반대입니다. 전반적으로 어쿠스틱 기타가 주가 된 잔잔한 밴드 사운드가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크게 보아서는 TOIL의 음악과 많이 다르진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Panda Gomm의 색깔은 본인의 앨범에서, 그리고 선 싱글에서도 확인한 바 있기에 이 유사성은 Leellamarz의 비트 초이스에서 나온 거라 생각됩니다.


 Leellamarz의 퍼포먼스는 일차적으로 완성이 되어있어서 더 뭐라고 할 여지는 없습니다. 오랜만으로 느껴지는 오토튠 사용은 제 취향 때문에 약간 별로지만 잔잔한 바이브 안에서 임팩트를 끌어내기 좋은 도구였다고도 생각이 듭니다. 이런 '임팩트'는 화음과 코러스를 통한 곡 설계에서도 잘 우러납니다. 다만 너무 잔잔한 곡 위주로 가다보니 중간 구간이 너무 다운되는건 있군요. Leellamarz의 애절한 목소리가 이런 분위기에선 물리기 쉬운 거 같기도 합니다. 특히 이런 분위기에선 비트 역시도 거의 거기서 거기로 만들어지는터라.. 첫 곡의 신선한 느낌이 띄워놓은 기대가 "Swing"부터 조금씩 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Leellamarz의 실력은 특이점에 도달하고 있어, 일부에게는 '믿고 듣는' 뮤지션이 되기 충분해보입니다. 이 특이점은 본인에게는 깰 지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번 "BAMBOOCLUB"이 해결책을 제시할 거란 기대까지는 들지 않지만, 말 그대로 'dope'한 음악들이 들어있을 듯한 [B] 파트에서 반전을 일으킬 확률도 있긴 하겠죠. 하나 사소한 트집을 잡으며 끝내자면, Leellamarz의 다작이야 익히 알지만, 굳이 [A] [B]로 나누기보단 좀 더 밀도 있게 곡을 선정하여 한 앨범으로 냈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미리 드는군요. 이번 [A]의 잔잔한 중반부 때문에 문득 든 생각인데, [B] 듣고 번복하게 된대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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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0-07-17 12:57:39

 하루 2포스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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