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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MIC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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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7 12:21:52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와 90편이다

음... DJ Sam 님 사랑합니다.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NVKED - NEMATIC (2020.6.22)


 피쳐링진에 호기심이 생겨서 처음 접하게 된 아티스트입니다. 저는 처음 알게 된 이름이지만 2016년 첫 싱글을 스트리밍으로 올린, 짧지 않은 활동 경력을 가진 아티스트로, Webside 크루에도 속해있으며 STXXCH와는 Juvenile Behavior라는 팀(인지 크루인지)을 하는 것 같기도 하군요. 이번 앨범은 그의 세 번째 EP입니다.


 또 한 명의 오토튠 싱잉 래퍼이자 '한국형 이모 힙합'으로 분류될 아티스트입니다. 오토튠 비중이 크고 플로우를 간단하게 짜는 편이기 때문에, 랩 퍼포먼스에서 인상을 받을만한 부분은 많지 않았습니다. 피쳐링진에게 대부분의 벌스를 맡기고 본인의 벌스 비중이 적은 곡들도 있는데, 오히려 살짝 허전한 느낌이 드는 랩 스타일이라 이게 더 어울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신 프로듀싱에 있어서는 NVKED를 더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는 데뷔 때부터 거의 모든 곡을 셀프 프로듀싱하면서 작업물을 내고 있는데, 이번 앨범만으로 판단하는 거지만 트랩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전형적이지 않은 요소를 차용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 사실 이런 평가는 모든 곡에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만, 첫 두 트랙에서 소울풀한 샘플을 썼던 게 상당히 인상적이라 말하게 되었네요. 바꿔 말해서 앨범에서 그 두 트랙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그냥 붐뱁충이라 소울풀한 샘플이 심금을 울렸던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체적으로 NVKED에 대한 확실한 판단은 보류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일단은 솔로 앨범 외에도 올해 2월에 Juvenile Behavior의 더블 싱글 및 향후 활동을 예고한 바도 있군요. 이름은 기억하게 되었으니 또 당분간 지켜봐야겠습니다.



(2) Bradystreet - BRADY (2020.6.24)


 제가 느끼기로 "Moonlight" 이후의 Bradystreet의 활동은 전보다 가벼워졌습니다. 비하의 의도라기보단 실제로 활동 스타일이 변했다는 의미입니다 - 규모가 좀 되는 앨범을 내기보단 꾸준히 싱글을 발표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음악 스타일부터가 미니멀해졌고 장난기 어려진 느낌입니다 - 대표적으로 "Jinro is Back" "자가격리베이비" 같은게 있겠습니다. 오랜만에 나온 앨범 "BRADY"는 수록된 11곡 중 7곡이 이미 싱글로 공개되었던 곡으로, 마찬가지로 작업 부담을 덜고 만든 믹스테입이라는 걸 방증하는 듯합니다.


 이러한 성향이 앨범의 장단점을 대변합니다. 우선, 믹스테입이어서 그랬던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유기성은 상당히 떨어집니다 - 곡 분위기가 상당히 들쭉날쭉하고, 순서에 큰 의미가 없어보이죠. 더불어 미니멀해진 비트와 가사 ("빡침"이나, 위에서 장난기 어려진 곡의 예로 든 곡들처럼)로 전해지는 바이브가 앨범을 생각 없이 즐기게 해줍니다. 기존에도 장난스러운 혹은 폭력적인(?) 가사를 쓰곤 했지만, 개인적으로 Bradystreet하면 생각나던 이미지는 깔끔한 미성과 감성적인 비트였는데, 그런 것들이 이번 앨범에서는 좀 엷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기믹스러운 모습을 좋아하던 분이라면 신선한 맛으로 즐길 수 있다는 뜻이겠죠. 예를 들면 "몰라서"에서 애잔한 목소리로 경찰에 비밀을 불고 온 형제들에 대해 얘기한다든지 하는 언밸런스가 매력이니까요. 사실 감성이라고 한다면 "Last Night Was A Mistake" "브래디하고싶은거다해" 같은 곡도 있지만, 후자 곡 제목이 제 요지는 잘 말해주는 거 같습니다. 요컨대 "BRADY"는 최근 보여준 그의 부담 없는 행보의 총집합편이고, 평소 그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질 듯하군요.



(3) Old School Teacher - 고인물 (2020.6.24)


 "훈장질" 감상 후기 때 얘기를 빼먹었길래 한 번 써보면, Old School Teacher는 래퍼인 MC 고동과 프로듀서 겸 DJ인 DJ Sam이 이룬 팀이고, 이 세 이름은 전부 동일인물입니다. 그러니까 원맨 밴드이자 얼터 이고이자... 뭐 그런 컨셉입니다. "훈장질"에 관한 글을 쓴 이후로 저는 어찌저찌해서 은근하게 인연이 닿았고 이번 앨범에 피쳐링으로 참여하게 될 정도의 친분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해야할 말은 해야합니다. 게시판 글과 "I Wouldn't Die for Hip Hop" 등의 트랙에서 말하는 '취미로써의 힙합'을 감안해도, Old School Teacher의 퍼포먼스는 청각적 쾌감을 안겨주기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DJ Sam의 비트는 그나마 그가 방향으로 잡은 90년대 골든 에라 스타일을 고려할 때 무난하다고까지 할 수는 있겠습니다. 1집 "훈장질"에 비해 좀 더 묵직하고 둔탁한 붐뱁 스타일이 많아졌지만, 군데군데 들어간 멜로트론이나 기타 연주 등이 나름 감초 역할을 잘 해주었습니다. 각인을 시킬만한 포인트가 살짝 부족하고 곡마다 차별화가 잘 되지 않는 건 좀 아쉽지만요.


 허나 그 아쉬움은 DJ Sam의 랩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여러 가지를 지적할 수 있겠지만, 천편일률적인 라임 배치 및 플로우는 "훈장질" 때부터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유일하게 "내가 그려왔던 삶" 1절이 조금 다른 느낌을 내고 있습니다... 혹시 다른 래퍼 벌스인 건?;). 조금만 마디 내 글자 수가 많아지면 꼬일듯 비틀거리는 발음과 힘 없는 발성도 얘기할 수 있겠죠. 골든 에라 붐뱁을 지향함에도 붐뱁의 매력점이라 꼽을 수 있는 특색 있는 톤과 타격감 있는 플로우 재간이 이곳엔 없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피쳐링진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 프로를 기용하기보단 제자들과 인터넷에서 만난 아마추어 래퍼들의 참여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딱히 이 비판에서 빠져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1집과 마찬가지로 "고인물"의 의미를 노래에 담긴 의미에서 찾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훈장질"도 그랬지만 현직 교사로써 학생들의 입장에 공감하고 그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조언을 얘기하거나, '랩이 취미인 교사'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가능한 얘기들을 솔직하게 전하는 것은 좋았습니다. 앨범이 지닌 가장 큰 의미라 볼 수도 있겠죠. 표현이 너무 단순하고 순박하다보니 학생 얘기는 학생 얘기대로 묶여 전부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좀 아쉽긴 합니다. 그리고 "I Wouldn't Die for Hip Hop", 의도는 알겠는데 너무 후렴에 부정문이 많아서 힙합이 싫다는 얘기 같이 들리는게 좀 어색하더군요. 저도 취미 힙합퍼지만 그래도 love hip hop 정도는 말해도 되지 않나...;


 분명 Old School Teacher만이 할 수 있는 얘기를 했고, 취미임에도 풀렝스로 두 번째 앨범을 발매했다는 점과 제작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한다는 점 등,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이런 이야기들을 무시하고 그쳐 스쳐지나가는 노래로써 듣고 싶다면 "고인물"은 플레이리스트에 오래 남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그런 리스너를 비난할 순 없는 겁니다. 결국 음악은 소리의 형태로 먼저 접하게 되니까요.



(4) DJ Wreckx - MPC With $7.99 Per Month (2020.6.23)


 한국 힙합씬 최초의 힙합 DJ 중 한 명인 DJ Wreckx. 아마 일반적으로는 마지막 근황으로 MC 메타와의 콜라보 앨범을 꼽을 것이고, CCM 힙합 레이블 BASIC Entertainment에서 나온 두 번째 컴필레이션도 나온지 6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힙합왕 나스나길" OST 참여나 댄서 어플 BEATFLO에 곡을 실은 이력은 있지만 활동이 많이 뜸해지긴 했죠. 이번 앨범은 싱글 "Twist My Fingaz"에 이어 오랜만에 그의 이름으로 나오는 인스트루멘털 앨범입니다. 앨범 소개글에는 '지난 4년 간의 미국 활동을 마치고'라고 되어있는데, 어떤 미국 활동이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BASIC Ent.의 이름은 크레딧에 여전히 실려있네요.


 그리고 이번 앨범은 제목에서 보다시피 MPC를 이용하여 만든 (혹은 적어도 MPC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앨범입니다. MPC 역시 역사 속 기기처럼 느껴지고, 비트를 안 찍어본 제가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프로그램이 아닌 기계로 샘플링을 하여 시퀀싱하는 기계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뭔가 비트하면 MPC라는 이름이 떠오르곤 했죠. 잘 모르는 분들도 비트매니아나 EZ2DJ 같은 게임기를 상상하면 될듯 한데요, MPC 비트의 특징은 그런 챱핑한 음을 터치패드로 때려 짧게 끊어치는 소리에서 나오는 타격감이었던 거 같습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붐뱁 느낌의 원천이었고, 이 앨범에도 고스란히 살아있습니다. 


 DJ Wreckx는 비보이 크루 River Boyz의 멤버였고 위에서 언급했듯 BEATFLO의 댄서 챌린지를 위한 곡도 찍었습니다. 동시에 올드 스쿨에 상당히 일가견이 있는 아티스트이기도 하죠. 때문에 곡 분위기는 어둡거나 무겁지 않고 붐뱁 리듬을 유지하되 밝은 바이브로 통일되어있습니다. 동시에 DJ Wreckx는 턴테이블리스트로 군데군데 스크래칭을 첨가하였습니다. 배틀 DJ 음반이 아니기 때문에 과하지 않게 들어가있으며, 스크래칭이 없는 트랙도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DJ Wreckx는 화려한 음악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늘 기초에 충실한 음악을 만들어왔습니다. 그의 레이블이 'BASIC'인 것이 왠지 의미심장하게 연결되는군요.


 이런 식으로 매우 고전적인 붐뱁 스타일의 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취향 따라 호불호는 거의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루핑 형태의 인스트루멘털이지만 랩을 얹기보다는 감상을 목적으로 하며, 취향이 아니면 단조롭게 느껴지기만 하기 때문이죠. 저 역시 인스트루멘털 감상은 전공이 아니라서 잘 듣지는 못 하지만, 오랜만에 제가 옛날에 듣던 바이브를 온전하게 되살린 소리를 들은 듯했습니다. 저와 같은 추억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가볍게 돌려봐도 좋을 거 같습니다.



(5) TNF - 트래프모음집 (2020.6.24)


 Bill Stax의 "Detox"를 통해 본격적인 활동 개시를 한 TNF 크루의 출사표를 대신하는 컴필레이션입니다. 대개 한 명의 인지도가 높으면 크루의 비중이 그 래퍼에게 치우치기 마련인데, 앨범으로 접한 TNF의 모습에서 Bill Stax는 의도적으로 한 발 물러나있는 모습입니다. 대신 lobonabeat와 Boy Wonder가 메인 맨으로 활동을 하고, 여기에 BMTJ와 Furyfromguxxi가 비트를 나눠 찍으니 멤버들 간 비중이 적당히 분배되어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컴필레이션이란 건 무게 있는 프로젝트일 수 있지만, "트래프모음집"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록곡 수가 많지 않고 곡들이 짧아서도 그렇지만, 두 비트메이커의 미니멀한 비트와 가볍지만 그루비한 멤버들의 랩이 곡들을 채우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특히 중독성 있게 만든 라인들이 많은게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인 듯합니다. 마리화나를 내세우는 팀이라는게 어울리는 분이 있네요.


 사실 랩을 하는 멤버가 넷인데 이 중 Bill Stax가 한 발 뒤로 갔고, Furyfromguxxi는 사실 벌스를 제대로 채웠다기보단 특이한 목소리로 훅을 담당하는 쪽이므로 lobonabeat와 Boy Wonder 둘 뿐인데, 이 둘의 바이브는 완전히 구분되진 않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전곡이 비슷비슷하게 흘러가는 느낌이에요. 비트들도 아무래도 비슷한 류의 트랩으로 되어있고요. 이런 단조로움을 뚫고 귀에 착 붙게 하는게 멤버들의 중독성 있는 라인과 플로우이긴 한데, 좁은 자리를 맴도는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뭐 듣기 전부터 제작 의도가 이런 쪽이었을 거 같긴 해서 크게 실망했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예고편만 길게 보고 끝난 거 같아 감질맛이 좀 나네요. 뭐 이제 막 활동 시작이니 불만을 가지기보단 앞으로 나올 것들을 즐기면 될 거 같습니다.



(6) 개미친구 - 개미친구일집legacy (유산) (2020.6.25)


 이제 와서 돌아보면 개미친구는 실로 감정에 솔직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입니다. 묘하게 틀을 무시하고 내달리는 그의 랩은 물론, 살짝 난해하게 적힌 앨범 소개글까지 전부 그의 내면의 감정을 내밀하게 살피고 곧이 곧대로 옮기고 있죠. 가사가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은 시적인 표현을 더해서가 아니라 그의 생각이 닿는대로 글을 썼기 때문이고, 박자나 음정이 맞지 않는 것은 그런 틀을 챙기기엔 감정이 너무 강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왕성한 작업량도 그의 감정의 세기를 대변해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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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앨범은 그의 1집이라고 합니다. 분명 정규라고 찍힌 앨범을 서너 개는 본 거 같은데 일단 그렇다고 하니까 넘어가겠습니다. 정규 앨범이라고 하면 뭔가 더 정갈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차근차근 내놓을 거 같은데 이 앨범은 정반대입니다. "배설" 때부터 이따금씩 들어본 개미친구의 디스코그래피지만, 이 '1집'은 역설적으로 제가 들어본 개미친구 앨범 중 가장 개인적이고 불친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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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정규가 좀 더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게 커버한다는 일반 견해와 달리 이 앨범은 한 가지 감정, '우울'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근래 보인 그의 귀여운(?) 면과 유머러스한 면은 많이 배제되었습니다 - 물론 트랙리스트 제목만 보면 아니긴 하지만요. 어떤 면으로는 "배설"과 상통하는 면이 있지만 좀 더 폭이 좁고 깊은 듯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앨범 전반부 내내 비슷하게 이어집니다. 말했다시피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데 듣기 편하고 예쁘장하게 꾸밀 여력은 없습니다.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 실린 그의 노래는 좀 더 주정에 가까우며, 랩도 마구 늘어놓는듯한 인상이 강합니다. 후렴의 의미도 약하며, 피쳐링진도 거의 없이 (사실 Tamiz가 "안아"에 있긴 한데 표기가 안 되어있습니다) 홀로 독백을 이어갈 뿐입니다. 후반부에는 이 우울을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해소하려는듯 하지만 결국 그가 내린 답은 '인생의 번복'이었습니다.


 이렇듯 독단적인 면이 많이 묻어나는 앨범에 타인인 우리는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쉽진 않다 생각해요. 특히 개미친구를 계속 들어왔다면, 내내 듣던 그 사운드들이기 때문에 더 그럴 수 있습니다. 의도한건지 몰라도 비트 프로듀싱은 비교적 다양한 편이긴 합니다 ㅡ 심플하고 멜로우한 바이브를 쓰던 그에게 "안아"의 퓨처 베이스스러운 신스가 새로운 시도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큰 차이는 아닌거 같습니다.


 1집이라는 것의 선입견 없이 듣는다면 일단은 무난하게 개미친구의 바이브에 젖어 앨범을 돌리기는 가능합니다. 허나 묵혀뒀던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군요. 과연 개미친구의 음악적 목표는 무엇일까요? 그저 감정 해소 목적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그렇게 음악을 써봤으니 크게 공감할 수 있어요. 허나 자기만족 이상의 객관적인 성취를 바란다면 개미친구의 행보는 극히 타율이 낮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그의 스타일이 대중적이고 아니고를 떠나, 처음 제가 그의 노래를 접한 후 상당수의 앨범이 나오는 동안 크게 변한게 없기 때문입니다.


 역시 고루한 편견일 수 있으나, 일집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앨범은 어떤 방향으로든 랜드마크가 될 수 있길 바랐는데, 크게 그런 영향력이 없어보이는게 안타깝습니다.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앨범을 낼 거라 예상되지만, 지금 듣는 이것, 또는 저번에 들은 그것 같은 느낌 뿐이라면 호기심은 계속 줄어들을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또 한 번 오지랖 떨어보면서 앞으로도 그의 작품 활동을 응원해보겠습니다.



(7) Pullik - 0.7: I BE LIKE (2020.6.27)


 작년에 나왔던 "0.5"의 후속작이자 두 번째 EP입니다. 저번 앨범 얘기하면서 대중적인 입맛에 맞는 힙합을 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고, 이번 앨범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굳이 얘기를 하자면 "0.5"보다는 덜 말랑합니다. "Girl"을 제외하고는 일단 '사랑 노래'는 없으니까요. 더불어 "Basement" "I BE LIKE" 같은 곡에서 좀 더 텐션 있는 톤으로 랩을 한 것도 센 모습을 보여주려한 의도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한편 EUMCH1LD 크루는 요번에는 프로덕션 일부에만 참여했네요.


 랩을 잘 하냐 못 하냐만 따진다면 여전히 랩은 잘 합니다. 특히 하드한 랩을 하면서도 귀에 부담스럽지 않고, 끊김 없이 한 번 탄 그루브를 잘 이어간 듯합니다. 뒤쪽으로 가면서 하드함이 사라지지만, 여기에서는 멜로디 메이킹에서 나름의 실력을 보여줍니다. "음주운전" 같은 트랙처럼 타이트하게 플로우를 짜면서 멜로디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건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만의 모습을 만드는 데서는 여전히 설익은 면이 있습니다. 활동이 적어서일지, 아직 Pullik이 어떤 래퍼인지 답하기 쉽진 않습니다. 본인도 그게 안 섰으니 "I BE LIKE" 같은 붐뱁과 "Girl" 같은 멜로우한 노래와 "음주운전" 같은 이모힙합이 한데 섞여있는 거겠죠. 랩톤과 플로우가 이름이 기억 안 날뿐 내내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것도 그렇고, 고등래퍼들 대개의 문제처럼 분절된 가사로 얘기 전개가 계속 뜬금없게 느껴지는 것도 여전합니다.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훨씬 단단한 벌스를 써온 피쳐링진에 뺏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깔끔하게 만든 음악이고 본인의 기본기도 출중하지만 그 이상의 것이 딱히 담겨있지 않은 앨범입니다. 이런 경우 Pullik이란 사람 자체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음악은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경우가 되죠. 이 차별화를 이끌어내는게 항상 아티스트에겐 제일 힘든 거 같습니다. 0.5, 0.7이 1.0이 되는 순간엔 뭔가 재밌는 것이 나올까요? 때가 되어 들어보지 않는한 확답은 할 수 없겠네요.



(8) Dikkboy - Nor Known to Life (2020.6.26)


 Dikkboy는 3년 전부터 곡을 작업해 올리기 시작한 래퍼입니다. 2018년에는 Cosha Ray와 "R.I.P. Tones"라는 팀을 만들기도 했고, 앨범이 많진 않지만 작년부터 피쳐링에서 심심치 않게 이름을 비추고 있었죠. 이번 앨범은 그의 두 번째 EP입니다.


 Dikkboy는 GEMma의 남성 버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역시 강렬한 락 사운드를 주축으로 한 비트를 주무기로 하여, 그라울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거칠게 내지르는 목소리의 싱잉 랩을 합니다. R.I.P. Tones 싱글에는 '트랩 펑크'라고 소개하기도 했죠. "DODO FUNK!"로 락인지 힙합인지 말하기 애매해졌던 GEMma가 떠오르는 부분입니다. 사실, 요즘 들어서는 비교적 흔하게 들리는 사운드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그 이상의 특별한 건 잘 캐치가 안 되더군요. 이외의 작법은 '한국형 이모 힙합'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거든요. 이 앨범도 마지막 트랙 "Mobius"를 제외한다면 비슷한 바이브로 이뤄져있고, 그안에서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나 가사의 전개 또한 전형적입니다. 이를테면, (저 같은 문법충이 힘들어하는) 영어 비중이 높은, 인간 관계에 대한 추상적이고 우울한 가사와, 그다지 다양하지 않은 멜로디 라인, 대부분의 임팩트를 후렴구에 할애하는 양상 같은 것이죠 (후렴구가 없는 곡들이 있긴 하지만, 왠지 마찬가지 경우 같습니다).


 거친 목소리는 분명 특색이긴 하지만 아직 세련되게 다루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raw함이 또 다른 장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곡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일관되게 소리를 내지르고 있어 강약의 조절이 거의 없습니다 ("Don't Leave Me"가 그나마 유일하게..). 이런 강강강의 전개는 랩뿐만 아니라 비트로 봐도, 앨범 구성으로 봐도 마찬가지죠. 또 목소리를 강하게 하는데만 집중하다보니 감정 표현이나 세세한 음 조절 같은 것이 약해지는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 앨범의 미덕을 꼽아보자면, 어쨌든 Dikkboy라는 뮤지션의 고유한 특색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인상적인 피쳐링진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이런 식으로 락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섞는 노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대부분은 '예상치도 못한 장르와 접목했다'라는 점에 매몰되어 나머지 디테일을 챙기지 못하는 거 같아 아쉽습니다. 어쨌든 이 곡들은 트랩에 기반을 두어 락과는 차이점이 있기 마련이고, 그 차이점이 대부분 트랩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락이 주는 느낌을 약화시키는 쪽이라 어정쩡한 느낌이 많이 남는 거 같네요. 정말 새로운 장르적 시도로 보이고 싶다면 좀 더 신선한게 많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9) Pento - 4 (2020.6.28)


 SALON 01이라는 집단의 전성기 시절 존재감은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 현재 씬에서도 흔치 않은 리듬과 악기 구성을 사용한 스타일로, 멤버들마다 개성 넘치는 랩과 비트를 통해 그들은 한때 '비주류의 주류화'를 이끌었던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멤버들 중 랩의 기술적인 면에 있어 프런트맨에 섰던게 Pento였습니다.


 이번 앨범은 그의 네 번째 정규 앨범입니다. 그동안 그의 정규 앨범을 살펴보면 전부 다 다른 스타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그의 도전 정신보단 사실 발표 사이의 긴 텀을 반영하는 듯합니다. 이번 앨범 역시 긴 텀을 두었던만큼 전작들과 차이점이 많은데, 우선 드는 생각은 제일 다양한 것을 담으려 했다는 점입니다. Pento의 앨범들은 대개 하나의 방향성이 뚜렷했는데 ("Pentoxic"은 아닐 수 있으나 사실 당시 Pento의 캐릭터가 워낙 분명했기에 완전 틀린 말은 또 아닌 거 같습니다) 이번 앨범은 두어 트랙마다 색깔이 바뀌더군요.


 바로 전작이었던 "ADAM"과 비교하자면 지나치게 건조했던 전작에 비해 감각적으로 변한게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더 크게 보아도, "boogie palace" "wormhole" 같은 싱잉 랩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경우는 별로 없었으니까요. 이런 낯선 모습에 대해선 양가감정이 듭니다. 예를 들어, "boogie palace"의 2절은 저는 피쳐링 래퍼가 있는 줄 알았어요. 물론 "Pasta Hater" 등 연예기획사 소속으로 괴작(?)을 내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gun rap'이라 부를 정도로 파워풀하게 쏘아대는 그의 랩과는 상당히 대치되는 느낌입니다.


 이 'gun rap'에 대해 좀 더 얘기를 이어가자면, 전성기 때의 파워가 아님을 알고 들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ADAM"에서도 그러긴 했지만, 신박하게 박자를 타면서 기관총처럼 쏘아대던 Pento를 너무 기대했다간 실망할 수 있다는 거죠. 같은 맥락으로, "get lit" "SALON 2020"에서 예고한 SALON의 귀환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수반하는군요. 


 과거의 모습을 알고 있고 좋아했기에 앨범에 대해 복잡한 생각이 자꾸 드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제가 너무 쓸데 없이 트집 잡고 툴툴대는 거 같아 반성 중이지만, 이번 앨범 "4"가 본인에게 해주었다는 나침반 역할이 정확히 그려지진 않습니다. 앨범에서 보여준 다양한 색을 보면 아마 SALON 때의 그와 엔터테인먼트 소속 때의 그를 섞은 무언가일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즐김에 있어 계속 과거의 모습이 발목을 잡을까봐 걱정이 되는군요. 향후 결과물이 더 나오면서 방향성이 더 뚜렷해지면 제가 취해야할 태도도 더 분명해지겠죠.



(10) Dayday, Shupie, Baesuyong - 데슈용 (2020.6.29)


 이 앨범은 Holmes Crew 소속 세 래퍼가 뭉쳐 낸 앨범입니다. Baesuyong은 Silly Boot의 새 이름으로, 다시 살펴보면 21 Century Boyz에 Dayday가 붙은 형태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마찬가지로 Shupie가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했고요.


 Baesuyong이 이름 변화와 함께 스타일 변화를 예고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둘은 싱잉 랩을 주로 하던 뮤지션이었고 Dayday는 타이트한 랩을 구사했기 때문에 많이 대조되는 면이 있을 수 있는데, 결국 담백한 맛을 내는 것에서 합의점이 도출됩니다. Shupie의 비트도, Dayday의 가벼운 톤도, Shupie와 Baesuyong의 살짝 힘을 뺀 억양과 단순한 리듬 패턴도 전부 이 '담백한 맛'으로 귀결됩니다. 


 대조되는 스타일이라 했지만 힘을 주지 않기 때문에 어긋나는 면은 없고, 싱잉보다는 그냥 랩으로 조금 더 방향을 잡은 면도 있습니다 (반대로 Dayday가 노래를 한 트랙도 있죠). 이외에 곡들을 면면히 살펴보면 셋이 놀듯이 만든 앨범이라는 게 잘 드러납니다. "강강수월래"나 "2:30 in the Morning" 같은 곡들이 그런 멋이 많고 매력적인 곡이었다 생각해요. 셋의 가사에서 드러나는 단어 선택의 센스도 장점 중 하나입니다.


 힘을 준 앨범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대단한 걸 발견하기는 힘듭니다. Dayday랑 있다보니 나머지 둘의 랩이 조금 단조롭게 들리기도 하고요. 반대로 Dayday도 듣다보면 어느 정도 타이트하게 비트를 타는 방법론이 굳어져있어서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 면이 있긴 하죠 (예를 들면, 이 부분에서 빠르게 탈 거 같다 라든지?). 그래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듣는다면 손해 보는(?) 앨범은 아닐 거 같습니다.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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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07 17: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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