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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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5 16:26:43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앗 힙합토크에 다시 글이 써지네요. 재빠르게 하나 업.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Sharkrama & Ruve - Shadenfreude (2020.6.16)


 언제나 그랬듯 Sharkrama는 허슬 중입니다. 8월에는 또 다른 앨범이 나온다죠? 이번 앨범은 그와 콜라보를 몇 차례 한 적 있는 비트메이커 Ruve와의 콜라보 앨범입니다. '트랩 믹스테입'이라고 설명하는 걸 보았는데 "장례식" 같은 붐뱁 넘버도 있는만큼 딱히 트랩이라고 정해놓고 들을 건 아닙니다.


 Sharkrama의 랩 스타일은 그의 요근래 앨범에서 크게 벗어나는 건 없습니다. 앨범 제목 ('샤덴프로이테' - 남의 불행을 보며 기뻐하는 마음)처럼 그는 여전히 씨니컬하고 공격적입니다. 늘 그 분노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게 (특히 속사포 래퍼로써) 그의 앨범의 과제였는데 이번 앨범은 조절이 잘 된 편입니다. 거의 처음으로 '과해서 별로인' 부분은 없는 거 같아요. 여전히 "방탄트랩"이나 "장례식" 마지막 부분 같은, 박자가 살짝 어긋나는 듯한 부분은 있지만 예전보단 깔끔합니다.


 오히려, 아이러니하게도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게 문제입니다. 딱 적당한 수준을 지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가기 때문에 좀 무표정하게 듣게 되네요 - "방탄트랩" "Schadenfreude"에 나오는 오토튠 같은게 환기가 되지만 부족합니다. 전형적이고 무난한 비트도 한몫합니다. 플로우가 평탄한 편인 Sharkrama라 비트를 좀 더 많이 타는 거 같습니다. 이번 앨범은 그냥 특별한 것 없이 Sharkrama가 뭔가 새로 냈구나 하고 넘어가게 될 거 같습니다. 8월에 나오는 건 좀 더 스케일이 큰 거 같으니 그때를 기다려보죠.



(2) Alive Funk - DI-ANA (2020.6.17)


 Alive Funk는 비트메이커 겸 엔지니어로 조용하게 활동해온 아티스트입니다. 활동 경력에 대한 정보가 생각보다 쉽게 나오지 않더군요 - ONiLL, Greengrim, Old School Teacher 등 유수의 뮤지션 앨범에 참여하였다 하나 '누구나 들어도 알만한' 기록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디펜던트로 활동해오던 중 최근 LYL Entertainment라는 회사에 합류하면서 "DI-ANA"를 본인 이름 하 나오는 첫 앨범으로써 발표한 것입니다.


 앨범 소개글에는 아날로그에 대한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나있습니다. 샘플과 가상 악기를 철저히 배제하고 기타, 베이스, 신스, 드럼 등의 악기를 전부 직접 연주하여 녹음하였다 하며, '그게 맞아?'라는 도발적인 멘트로 소개글을 끝맺고 있죠. 과연, 음악들의 색깔은 요즘 으레 들리는 힙합 비트와 성향이 다릅니다. 제 지식과 표현의 한계로 정확하게 말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어반'이란 단어 요약하는게 제일 적절하려나요? 사실, 꽤 다양한 스타일이 혼합되어있어 한 단어로 포괄하는 건 무리일지 모르겠군요.


 우선 리얼 세션이 담겼기 때문에 밴드 음악의 느낌을 기저에 깔고 있습니다. 대개는 편안하고 느긋한 분위기로, BPM 8-90대의 살짝 느린 템포에 진한 감성을 담은 보컬 또는 싱잉 랩이 많이 기용되어 앨범의 호흡이 긴 편입니다. 실제로 5분 대의 곡이 두 곡이나 있기도 하지만, 노래들이 원래 길이보다 더 길게 느껴지더군요. 겹겹이 쌓인 악기 사운드들이 촘촘하게 얽혀있는 점도 이런 느낌을 배가시킵니다. 미스트와 담배 연기로 가득한 클럽 안의 바이브가 연상되네요.


 허나 말했다시피 앨범에는 다양한 색깔이 섞여있습니다. '느긋한' 분위기가 메인이긴 해도 "가죽자켓" "algo rhythm" 같은 다소 빡센 곡도 있고요. 특히 후반부 "Tesla"부터의 세 곡은 기타, 베이스가 아니라 신스가 메인이기 때문에 일렉트로니카 같은 느낌입니다. 사실 이 아무리는 조금 갸우뚱합니다. 특히 "아류"는 전형적인 마지막 곡 느낌은 아닙니다. 트랙 배치의 의도에 관해 묻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존경할만한 고집과 장인 정신으로 완성된 곡들이지만, (저와 같은 막귀에겐) 생각보다 귀로 확 와닿는 부분은 없습니다. 아마 대개의 '리얼 세션'이 담긴 곡들은 그 세션 악기를 강조하고 살리는 식으로 믹싱된 반면 이 앨범은 조화롭게 합치는 쪽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곡 진행이 무난한 편이라 (예를 들어, 후렴을 확 구분 짓는 요소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임팩트도 그렇게 크진 않은 편이고요.


 적어도 가볍고 통통 튀는 비트 취향이라면 이 앨범은 쥐약일 수 있습니다. 위에 적었듯 호흡이 길기 때문에 여유롭게, 그러면서도 소리가 만들어가는 사운드스케이프에 빠져들 수 있는 차분한 환경에서 감상을 요합니다. The Roots의 음악과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을까요? 아마 섬세하지 못한 귀를 지닌 저라 놓친 부분이 많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어떻게 들었건, 또 앨범 소개글의 주장에 동의하건, 자신의 정답을 위하여 일부러 불편한 길을 가는 태도는 박수 받아 마땅할 것이며, 앞으로의 행보도 묵묵히 응원하겠습니다.



(3) Dbo - 심현보 (2020.6.18)


 Dbo도 이제 중견급 래퍼라 할만한 위치와 커리어를 가지게 되었고, 그에게도 첫 정규 앨범이 생겼습니다. 특히 첫 정규 앨범은 기존에 보여줬던 것의 기반을 지키면서 확장하고 강화하는 느낌이 있는데, "심현보"도 어느 정도 그렇게 설명할 수 있지만 다른 부분보다 그의 감성적인 면이 훨씬 강조된 느낌입니다. 본래도 Dbo는 가사가 평범한 편은 아니었지만 무드에 따라 좀 더 가사에 주목하게 되며, 작사가로써의 Dbo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어딘가 나사 빠진 듯한 랩과 싱잉을 보여주던 그였는데, 이때문에 조금 괴리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Ceelo"나 "Out Of My Galaxy" 같은 곡이 있긴 한데요, 그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애초에 앨범 내내 진중하게 사람을 몰입시키는 스타일이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분명 허투루 만들어진 건 아닌 걸 알겠지만 지루하기도 하고, 특유의 불협 화음이나 '뜬금 없는' 톤 운용 (예를 들면 갑자기 목소리 굵게 긁는) 같은게 훨씬 어색하게 느껴졌던 거 같아요.


 뭐, 애초에 Dbo의 음악은 영원히 제 취향일 수 없는 래퍼라 그의 매력을 정확히 집어내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이제 와서 발성이나 박자를 논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동시에 저는 Dbo가 단순히 우습게 볼만한 래퍼가 아니라는 걸 인정한지 오래 되었고요. 그의 음악, 특히 메세지가 좋았던 사람들은 이번 앨범을 상당히 즐겁게 들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4) DPR - DPR ARCHIVES (2020.6.18)


 아티스트 표기는 DPR LIVE x DPR CREAM x DPR IAN으로 되어있지만, DPR 크루의 단체 앨범이라 생각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사실 DPR CREAM의 앨범이라 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 리스너의 입장에선 앨범 내내 영향력이 느껴지는 멤버는 DPR CREAM이니까요.


 상당히 특이한 구성을 가진 앨범입니다 -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해집니다. 몇 번 돌린 후 저의 인상은 '영화 OST 앨범'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특이한 점 중 한 가지로 보컬이 들어간 곡이 인트로와 아웃트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DPR에서 단연 주목도가 제일 높은 LIVE의 곡이 처음 두 트랙으로 끝나죠. 화려한 장치가 주객전도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았던 그의 최근 곡과 달리 실린 곡들은 담백해서, 초창기 DPR LIVE를 떠올리게 하는 부담 없는 노래로 탄생했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DPR IAN의 곡도 너무 짧긴 하지만 즐겁고요.


 메인이랄 수 있는 인스트루멘털이 이 앨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언어적 메세지가 담겨있지 않은 곡들이지만, 제목을 보면 뭔가 꿈을 가진 이들이 각자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초반에는 단촐한 구성으로 (지브리 스튜디오 노래 같다는 얘기를 인터넷에서 봤습니다) 시작하여 점차 풍성하고 화려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분위기가 살짝 들쭉날쭉한데다 곡이 짧아서 그냥 음악으로 들을 경우 심하게 파편화된 앨범이라 느낄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적당한 감상 방법은 제목으로 연상되는 그림을 머리 속으로 떠올리며, 곡과 함께 장면 전환을 시키며 듣는 것입니다. 멀티미디어 요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인지하는 DPR 크루니만큼 이 의도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이런 능동적인 감상이 누구에게나 편한 건 아니기 때문에 약점이 될 순 있겠습니다. 또 트랙들의 짧은 길이로 인해서 상당히 감질맛 나는 앨범으로 기억에 남을 수도 있겠죠. DPR LIVE의 트랙들은 좋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앨범을 호평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저는 이 앨범이 여기서 그치는지, 아니면 제 상상대로 비주얼적인 뭔가가 나와줄지 궁금하군요. 만약 이게 다라면, 앨범의 몸통을 차지한 "eyes of" 시리즈가 그저 인터루드처럼 지나가버리는게 아까울 거 같습니다.



(5) yovng trucker - S K I D 2 (2020.6.19)


 두 달 전에 나온 "S K I D"의 후속작으로 나온 yovng trucker의 새 EP입니다. "S K I D 2"는 전작하고 거의 동일합니다. 트랙 수도 그렇고, 전반에 상대적으로 하드한 곡을 넣고 후반으로 가면서 이모 힙합으로 방향을 트는 전개도 그렇고, 그냥 "S K I D"랑 하나로 묶어 생각해도 될 거 같습니다. 전작에 대해 뭔가 모르게 답답한 느낌에 대해 토로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앨범을 듣다보니 yovng trucker의 바뀐 발성법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릴린먼로 픽쳐"를 예로 들면 마디를 시작할 때마다 특유의 짜내는 느낌이 있습니다. 시원하게 터뜨리는 듯한 발성을 썼던 과거와 달리 새로이 시도하는 장르에 맞추기 위해 발음을 뭉개고 발성을 짜내는 식으로 바꾸었고, 이것에 제가 답답함을 느끼는 거 같습니다. 특유의 목소리와 가사 센스는 여전히 장점으로 유효합니다. 이런 말조차 "S K I D"랑 동일한 바, 현재 yovng trucker의 앨범은 아직 그의 과도기를 담아내고 있는듯합니다.



(6) Minit - universe (2020.6.18)


 이 앨범은 재밌게도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댄스'로 분류가 되어있습니다. 확실히 Minit의 음악은 (힙합의 경계가 흐려졌으니 말 자체가 어폐가 있을지 몰라도) 대중적인 코드가 강조되고, 댄서블한 리듬을 차용하는 동시에 락, EDM 같은 여러 장르 요소를 끌어들여 만든 음악으로 으레 생각하는 힙합 비트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같은 이유로, 지난번 한요한 2집의 펜타곤 후이 피쳐링을 들으면서 의외로 Minit 비트에 딱 맞는 가수는 힙합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어찌 보면 당연했던 거였지만요. "universe"는 그런 생각을 확인시켜줍니다. 본인도 그런 조합을 원했는지, 여섯 곡 중 으레 힙합으로 분류되는 피쳐링진이 두 곡 밖에 없고, 그중 랩이 담긴 건 "피어나" 뿐입니다.


 Minit의 비트는 평소와 같습니다. Minit하면 생각나는 후렴 전 드럼롤과 드랍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여느 때 느끼던 것과는 상당히 감상이 다르네요. 개인적으로 후렴의 드랍 효과에 의존해서 한두 단어만 반복하면서 지나가는 후렴을 싫어했는데, 이번 앨범은 빈자리를 두지 않고 보컬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탑 라인을 짜는 법을 아는 피쳐링진을 부르니 단순해보이던 곡이 훨씬 생기가 돋고 기분 좋은 청량감만 남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말해 뭐해"는 Minit의 비트를 활용하는 완벽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트랙은 SOMA의 잔잔한 목소리가 달리는 Minit 비트에 안 어울릴 법도 한데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 트랙이라고도 생각되네요.


 댄스로 분류되어있다보니 못 듣고 지나칠 뻔했는데, 지나치지 않게 해준 태풍 님의 글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Minit 비트에 대한 편견이 꽤 있었는데, 그저 용도가 달랐을 뿐이라는 생각과 함께 편견을 깨준 좋은 앨범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Minit 비트를 듣는 생각이 많이 달라질 거 같군요.


PS 사실 "피어나" 후렴 부분의 드럼은 아직 음원에 에러가 난 것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리듬 체인지;



(7) Ourealgoat - Determination: Crib (2020.6.19)


 Ourealgoat도 참 엄청난 허슬러입니다. 작년 11월 더블 싱글이 첫 공식 결과물이었는데 벌써 앨범 단위 작업물이 다섯번째네요. 저번 NOISEMASTERMINSU와의 앨범이 살짝 매너리즘이 느껴질 무렵, 이번 앨범은 피쳐링진부터 신선함의 기운을 풍겨왔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얼추 맞아떨어졌습니다.


 역시나 전곡을 본인이 프로듀싱했으나, 비장미를 뽐내던 기존작들과 달리 이번 트랙들은 바운스감 있고 템포 빠른 비트들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어울리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Ourealgoat는 기존의 가사 스타일과 플로우를 지키면서 비트를 매끄럽게 소화해냅니다. 다만, 가장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던 "Turbo"는 피쳐링진과 좀 언밸런스하긴 합니다. 나름 바이브를 맞추려고 Ourealgoat도 '둠칫' 같은 단어를 썼던 것 같으나... 제일 아쉬운 곡이네요.


 랩과 프로듀싱을 전부 해냈다는 걸 생각하면 그의 스펙트럼에 놀라게 됩니다. 슬슬 질릴 때쯤 새로운 것을 보여주니 다음 작품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군요. 이젠 분명하게 '2020년의 발견' 리스트에 Ourealgoat를 올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8) San E - Look! What Happened to Love?! (2020.6.21)


 아무런 가치 판단의 의도 없이,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가요 앨범으로 생각하고 들어야합니다. 예전에 한 번 말한 적 있는 듯하지만, 돈이 웬수라 San E가 대중적인 노래를 한다는 일부의 믿음과 달리 저는 San E 본인도 이런 스타일이 꽤 취향인 것이 아닌가 합니다 - 인디펜던트로 나오고 나서도 대중적인 코드를 공략한 곡이 많이 나왔으니까요. 물론 본인의 레이블 FameUs가 아니라 'Sameside Company'를 통해 나온 앨범인 것도 감안하긴 해야겠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힙합 리스너의 마음가짐으로 이 앨범을 들을 경우 여러모로 실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노래들이 피쳐링 보컬을 달달하고 캐치한 후렴구와 '신선한' 소재 선택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이에 공감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얻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죠. 최대한 가요 리스너의 입장에서 본다면 준수하게 만들어졌다고 생각은 됩니다만, 벌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San E의 싱잉은 이렇다할 매력이 없고, 소재가 특이할지언정 가사의 세부적인 표현 자체는 클리셰적인 게 많습니다. 그 이상의 플로우나 라임은 따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만약 San E를 실력 있는 힙합 뮤지션으로 보고 싶다면 이번 앨범은 건너뛰십시오.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 어쨌든 대중적인 코드를 공략하는 것도 능력은 능력이니까요. 하지만, 씬에서 실력보다도 캐릭터가 중요함을 주장하던 그가 이런 음악 장르에서는 갈수록 평범해보이는 것이 아쉽군요. 뭐 힙합이든 가요든 San E는 두 가지 모습을 다 가지고 있으니 듣고 싶은 건 더 기다리면 나오겠죠?



(9) 만수 - 수습기간 (2020.6.23)


 "수습기간"은 "역세권 전세" 이후 직장인 래퍼가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스토리가 딱히 눈에 띄게 이어지는 부분은 없지만 분위기는 계승하고 있죠. 4곡짜리 EP인 것도 같고, 안타깝게도 전작의 단점도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유머 센스와 지나치게 거칠고 힘이 들어간 목소리, 그리고 비트 초이스 등.. 목소리 부분은 사실 힘을 뺀 것도 같지만, 거칠거칠한 톤 때문에 몰입이 되지 않습니다 - 그냥 지나친 바람이려나요? 사실 만수 앨범을 들을 때 제일 큰 문제로 느끼는 건 센스입니다. "중소기업 전세 대출"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단어 활용은 알겠지만, 스토리가 너무 엉뚱하게 튑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가성은... 듣다가 눈물을 흘릴뻔... "대퇴" 후렴구의 추임새는 과하다고 느껴지는데, 이게 심지어 후렴마다 반복이 되니까 더 뇌절의 느낌이 납니다 (전작의 "흥선대원군"도 마찬가지긴 했습니다).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모여 이번 작품도 자꾸 몰입을 방해 받는 듯하군요.


 모르겠습니다. 만수랑 저는 그냥 잘 맞지 않나봅니다. 늘 거칠거칠한 목소리가 멋지게 써먹히는 걸 기대하며 들어보지만, 아무래도 감상을 조금 쉬어야할 때가 온 거 같기도 하군요. 물론 이 모든 건 저의 주관이니, 들어보지 않으신 분들까지 제 글의 주장에 휩쓸리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0) 1DAY, Urban Fisher - DRUNKIES (2020.6.22)


 Wayside Town 멤버 중 상대적으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1DAY와 Urban Fisher는, 몇 년 전부터 1Dayhallz와 Urb Fisher라는 이름으로 크루에 속하여 활동해왔던 아티스트입니다. 특히 Urb Fisher는 솔로 믹스테입을 비롯, Midas P나 Skinny Brown과 합동 믹스테입도 낸 바 있죠.


 과거 곡들을 듣지 않고 이번 앨범만으로 판단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Wayside Town의 색깔이 그렇듯 이들도 감성적인 싱잉 랩을 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머지 멤버들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 현재 멤버들 중 오토튠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음을 생각해보면 이들의 오토튠 비중 높은 싱잉은 좀 신선한 면이 있기도 합니다. "1, 2, 3" 같은 트랙에서 보듯 이런 전자음으로만 만들어지는 감성이 있기도 하죠 - 살짝 흘리는 발음 때문에 고음에선 C JAMM이 연상되는 면도 있더군요. 다만 오토튠 때문에 멜로디에 방해를 받는 부분도 있어보입니다. 워낙 Wayside Town에 보컬리스트 능력이 좋은 래퍼들이 많다보니 그런지, 조금 힘 빠진게 들리는 목소리가 아쉽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앨범 분위기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괜한 트집일지 몰라도, 앨범 자켓과 소개글, 그리고 제목에서 풍겨오는 '술에 취해 신난 바이브'는 초반 네 트랙 정도까지이고, "FINE"을 기점으로 감성적이고 잔잔한 분위기가 이어지는데요 (마지막 트랙 "LOVESHOT"에서 살짝 돌아오긴 하지만). 뭐 술자리에서 감성에 젖는 일이야 흔하긴 하지만, 컨셉에 충실한 것이든 벗어난 것이든 후반부 절반 이상의 트랙이 느릿한 분위기라 너무 쳐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욱이 이들이 가져온 바이브는 Wayside Town 내에서도 너무 여러 차례 보여줬던 것이기도 하고, 그 안에서 약한 보컬이 더욱 앨범의 힘을 떨어뜨리는 면이 있군요.


 좋은 프로듀서진과 동료들을 갖추고 나왔지만, 너무 안전빵으로만 간 앨범이었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멤버의 합은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건 둘이 확연하게 구분되지 않고 비슷비슷했기 때문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아직은 둘의 이름을 각인시킬 힘은 부족해보입니다 - 미래에 다르게 느낄 수 있을지는 기다려봐야 알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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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6-25 16:48:11

아까 낮에 해결됐다고 하더라구요 ㅎㅎ

WR
2020-06-26 10:20:35

과감하게 글쓰기를 눌렀더니 되었네요ㅋㅋ

2020-06-26 00:54:40

San E에 대한 이야기에 '대중적', '가요'라는 단어를 쓰면, 설령 중립적 의미로 사용하더라도 어쩐지 산이를 비판하는 느낌이 드는 게 저 뿐이 아니였군요. 물론 지금도 커리어에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도 자의적으로 활동 중이지만 초창기에 그가 소위 말하는 매니아들의 고막 얼마나 능숙하게 햝고 다녔는지에 대한 약간은 아이러니한 반증(?)일 수 있겠네요. 댄디 님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이번 곡은 패스해야겠네요...

WR
Updated at 2020-06-26 10:21:47

사실 이제 배신감 느끼는것도 미안한 부분입니다. 그냥 멀티플레이어 정도로 두고 취향 맞는거 나오면 들어보고 하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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