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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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8 16:10:17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새삼 해보는 얘기인데, 아티스트가 낯선 것도 앨범의 진가를 못 알아보는데 한몫하는 거 같습니다

이번 글의 앨범들에서는 익숙해졌다는 이유만으로 감상할 때 장점이 더 부각된 경험이 두세 번 있었네요

그런만큼 단점도 잘 보이긴 했지만.

해서 제가 처음 다루는 아티스트에 대한 감상후기는 더 개판일 수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흑흑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원쨩 - Wonjjang in Wonderland (2020.5.5)


 LBNC의 원쨩이 발표한 두 번째 EP입니다. "종합+병원" 때와 마찬가지로 앨범을 틀면 건조하고 단조로운 오토튠 싱잉이 제 귀를 반겨줍니다. 목소리도 여성 래퍼 중에서 좀 두꺼운 로우톤에 속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하는 듯합니다. 허나 두 번째 EP까지 듣고 나니, 그런 사운드적인 면도 있지만 원쨩이 가진 똘끼에 더 주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장 "가마화지" (뜻이 뭔지는 모르겠지만)의 시작 부분 그녀의 샤우팅부터 정신이 번쩍 듭니다. 그렇게 돌아보면 건조한 목소리에 어울리는 억센 표현과 쌩뚱맞은 전개들이 나름 개성적인 면모로 보이면서 앨범이 다시 들리기 시작합니다. 전형적인 음악만 따라하는 아티스트였다면 "대가리 지진" 같은 트랙이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


 다만 여전히 호불호는 많이 갈릴 것 같습니다. 이 머리로 와닿지 않는 '똘끼'가 트랙의 중심축을 담당하기 때문이죠. 다시 보면 여전히 멜로디는 단조롭고, 특히 단어 파편들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은 가사는 한두 줄 이상 기억에 잘 남지 않고, 피쳐링진이 있을 경우 그쪽으로 관심이 쏠리게 됩니다. 제 생각에 곡 설계 자체가 디테일한 부분보다 전체적인 바이브를 느끼게 하려는 쪽으로 된 거 같은데, 이걸 어떻게 즐기냐가 관건이겠습니다. 제 취향으로는 좋았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이번 앨범을 통해 원쨩이 내세우는 매력이 뭔지 감을 잡기 시작했다는데 의의가 있어보이네요.



(2) Way Ched - 2MONTHS (2020.5.5)


 묘하게 1년 주기에 맞춰서 앨범을 내고 있는 Way Ched의 새 EP입니다. Ambition Muzik에서 Way Ched는 제일 존재감이 약한 멤버입니다. 아마 딩고에서 했던 프로젝트에서 캐릭터를 구축 못 해서일 수도 있지만 (...) 지난 앨범에서 그의 비트를 이렇다 정의할만큼의 특징이 드러나지 않아, 기억이 희미하게 남았기 때문입니다.


 "2MONTHS"에서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피쳐링진이나 곡 분위기나 전부 예상 범위 내에서 산정 가능합니다. 확연한 인상을 받지 못하는 까닭은 아무래도 그의 스타일 자체가 개성적인 뭔가가 잘 뽑히기 어려운 분야라서 그럴지 모릅니다. Way Ched는 비트를 꽉 채우는 스타일은 아니며, 딱 필요한만큼의 악기와 멜로디만 씁니다. 여기에 템포와 코드도 거의 비슷하니 곡이 거기서 거기인듯이 들리는 겁니다.


 새삼 비트메이커 앨범이 꼭 그 비트메이커만의 기깔나는 비트를 보여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2MONTHS"에 실린 곡들은 (역시나 예상 범위 내이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 바이브를 갖고 있긴 합니다. "I'm Hooked"의 경우 Nafla가 "u n u"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색깔이 좀 더 완성형이란 느낌이 들며, "Why do u say"의 Moon 피쳐링도 좋았습니다. 미니멀하면서 그루브감 넘치는 "Going Nuts"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군요. 이런 곡들이 그저 평범하다는 이유로 별로라고 얘기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Way Ched라는 이름을 보고 기대를 불러일으킬 건덕지가 아직은 없다는 건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차라리 그렇다면 앞으로 크레딧에서 많이 이름을 보면서 좀 더 그의 비트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커졌으면 합니다. 솔직히 앨범 세 장을 낸 비트메이커는 흔치 않을 수 있지만, 반대로 다른 래퍼들 앨범에선 의외로 Way Ched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 거 같아서 말이죠.


PS 여담으로 피쳐링진이 거의 대부분 Ambition Muzik 1인 + 외부 아티스트 1인이네요. 그렇다면 김효은은 어디 간 거지.



(3) PAAD - 변태 (2020.2.25)

    PAAD - Lol (2020.5.8)


 PAAD는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주로 활동해오던 래퍼 겸 프로듀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들 전에는 모르는 이름이었지만, 한국사람 앨범에 몇 차례 참여했었고, Kid Milli의 "nondiscloth" 비트도 PAAD 비트였더군요. 실은 "변태"가 나오고 나서 어느 정도 반향이 있었음에도,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어보니 대충 그렇겠구나, 일단 지금은 이걸로 스트레스(?) 받지 말자 해서 지나갔었습니다. 요번에 나온 "Lol"을 들으면서 비교차 "변태"를 꺼내듣게 되었고, 충격의 정체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번에 나온 "Lol"보다는 "변태"가 그의 문제적인 성향을 몇 배 더 잘 드러냅니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표현들과 내용, 그리고 앞뒤 안 가리고 질러대는 소리 - 이게 샤우팅이 아니라, 진짜 귀가 아픈 소리입니다. "Lol"의 "DAMONDZZZ"는 진짜 소름이 돋아서 겨우 끝까지 들었네요; - 등등, 그의 트랙들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구석이 거의 없습니다. "Lol"은 사실 전반부, 그러니까 "한국사람 형에게" 전까지는 예쁘장한 분위기로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펼치다가, 후반부에 접어들어 진면목을 드러냅니다.


 평범한 취향으로는 한 번에 소화하기 힘든 앨범이며, 당연히도 "변태"가 "Lol"보다 더욱 그렇습니다. "변태"의 비트를 높게 치는 분들이 있던데, 확실히 Tyler, the Creator가 Goblin이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어두운 로파이 비트가 인상적이지만, "Lol"에 실린 트랙을 들어보면 꼭 그런 노래들만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 번 콜라보를 같이 해서 그런지, 한국사람의 음악이 상당히 많이 생각났습니다 - 특히 "전설" 앨범 때의, 곡을 멋지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하나도 없어보이는 날것의 느낌이요.


 랩이 별로다 라고 표현하는 건 의미 없는 앨범입니다. 싱잉 랩이나 크로스오버와 다른 의미로 힙합의 장르적 규범을 쳐부수는 시도라 할 수 있겠군요. PAAD의 음악은 플로우, 라임, 메세지를 고려한다기보다 머리 속에 있는 걸 최대한 직설적으로 꺼내놓아, 그의 머리 속을 그냥 징그럽게 들여다보는 작업이 되었습니다 (이건 의외로 "Lol"에서 더 느껴집니다. "변태"는 싸이코스러운 내용이라도 있는데, "Lol"은 정말 아무말 대잔치가 많습니다). 이 앨범을 누구에게 추천해야할지도 헷갈리는군요 - 이런 미확인 물체(?)는 뭐라고 분석하기보다 당분간 얘가 뭘 할 것인지 지켜보는 게 답인 거 같습니다.



(4) pH-1 - X (2020.5.8)


 pH-1의 "X"는 오랜만에 보는 '믹스테입'이란 의미에 부합하는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앨범입니다. 마치 싱글 모음집처럼 별다른 기승전결이 없으면서, 그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죠. 초반에 화려한 피쳐링진으로 주목을 모은만큼 앨범 발매 후 피쳐링진에 가린다는 평이 등장하는 것 같으나, 이런 면에서 생각해보면 크게 문제되는 부분은 아닌 거 같습니다 - pH-1은 그냥 랩을 하고 싶은만큼 한 거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목소리 제외하고 더 다양한 들을 거리가 담겨있단 뜻이니까요.


 전작 "HALO"를 통해 구축된 pH-1의 이미지는 팝적인 성향이 적절하게 섞인 비트 위 들려주는 매끄럽고 유려한 플로우입니다 (물론 Mokyo의 역할도 크긴 했겠지만). 비록 Sous Chef, 혹은 H1GHER 합류 전의 그는 붐뱁 키드의 이미지였다지만 그 이미지가 강해서, "X"에서 보는 랩 위주의 모습은 반갑다기보다 신선했습니다. 다만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일부 강한 비트에서는 묻히는 느낌이 있긴 합니다. 포스 센 피쳐링진과 함께 한 "Blame My Circle"이 제일 대표적인 예겠군요. 반대로 "PACKITUP"이나 "MORAGO" 같은 가벼운 비트는 그에게 어울리는 옷 같습니다.


 한편 싱잉이 그의 전형적인 이미지라 치고, "센 척"이나 "Dressing Room" 같은 트랙이 그런 이미지를 잘 구현한 곡이라 치면, "Anymore"나 "I Can Tell"은 비교적 새로운 시도입니다 - pH-1이 하는 이모 힙합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살짝 거칠게 내는 목소리가 어색하면서도 꽤 느낌이 좋네요. 하드코어 랩과는 반대의 결과로군요.


 개인적으로 "X"를 듣고, 현재 '전형적인' pH-1의 모습이라고 할 때 떠오르는 모습이 그에게 실로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시도한 모든 것들이 평균 이상입니다. 여전히 부드럽게 흐르는 플로우와 한글 영어 간의 자연스러운 전환, 매력적인 훅 메이킹과 멜로디 메이킹 등은 그를 어느 부분에서도 부족하지 않은 뮤지션으로 입증하기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더 나은 부분이 있고 덜 나은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그게 "HALO"와 "X"를 놓고 비교해보면 답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오는 듯합니다. 더불어 믹스테입 느낌이 강해서 노래들은 좋지만 듣고 난 감흥이 금방금방 사라지는 건 조금 아쉽네요.


 여튼 pH-1에게도, 팬들에게도 좋은 프로젝트였던 거 같습니다. 저 역시 강력한 어그로 홍보(?)에 낚인 사람 중 하나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좋은 아티스트입니다.



(5) 서사무엘 - D I A L (2020.5.11)


 서사무엘의 앨범은 장르적 지식이 거의 없는 저에게는 일종의 학습용 앨범입니다 - 이 얘기를 들으면 D'Angelo 같은 거 들어야지 왜 서사무엘을 듣냐고 하실 수 있는데 음... 딱히 할 말이 없으나 저는 이러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러히 때문에 저는 아직 서사무엘 음악을 들을 때 먼저 우러나는 느낌은 낯섦입니다.


 그다운 느낌이 가장 진하며 제 낯섦을 가장 대표하는 트랙이 이번 앨범에서는 "DYE"가 될 거 같습니다. 튠 작업을 거치지 않은듯 묘하게 박자나 음정이 어긋나는 느낌 - 특히 후반부 훅의 "Gigglin", 이거는 사실 의도적으로 한 박자 미룬 거겠지만 - 이 자유로운 듯하면서도 참을 수 없는 어색함이 우러나는게 제 감상이랄 수 있겠네요. "D I A L"은 "Misfit"에 비해 크기가 작은만큼 접근하긴 쉽지만 서사무엘스러움은 여전히 적정량 배어있는 듯합니다. 백예린의 피쳐링이나 "RED" 같은 트랙은 어찌 보면 쉬어가는 구간이고요.


 한편 이번 앨범은 archeformw라는 낯선 이름의 비트메이커가 전곡의 비트를 마련했는데, 풍부하면서 범상치 않은 프로덕션이 눈여겨볼만 합니다. 밴드 세션 같은 느낌 나게 만든게 서사무엘과 합이 좋은 거 같네요. 음알못인 저의 감상은 여기까지, 그래도 9월에 신작이 나온다는 거 같은데 또 챙겨 들어볼 생각입니다.



(6) gong - 염증나무 (2020.5.11)


 gong의 새 EP인 "염증나무"는 제각기 다른 네 곡으로 되어있습니다. 우선 표지처럼 괴기스러운 앨범은 아닙니다. 오히려 "염증"이나 "쿨쿨" 같은 곡은 gong이 하는 가요라고 표현해도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워낙 곡들이 다르기 때문에 한 마디로 요약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gong의 남성적이고 거친 목소리는 "염증"처럼 오토튠을 걸어도, "쿨쿨"처럼 감미롭게 (?) 불러도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게 gong의 음악이 가진 제일 큰 매력일테고, 이를 베이스로 하여 묵직하게 눌러앉는 멜로디가 그 다음입니다. 전작 "서울부띠끄"에 비해서는 무게 있는 곡들이기 때문에 여운이 꽤 강한 편입니다.


 '가요'라는 단어를 썼는데, 몰입하기 좋은 멜로디를 얘기할 뿐만 아니라 그의 꾸밈없고 직설적인 가사를 표현하는 단어로도 좋은 것 같습니다. 원래 0CD이던 시절부터 그의 가사는 큰 장치 없이 스트레이트였죠.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는데, 솔직담백해서 와닿는 느낌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 지나치게 단순해보일 수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플로우도 평범합니다. 어느샌가 gong은 싱어송라이터로 변모한 것 같습니다.


 이는 변화일뿐 그의 폄하하는 말은 절대 아니며, 다양한 색깔에도 불구하고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해 작곡했다는 비트들은 한 번 더 놀라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언뜻 0CD 때의 하드코어함이 계승되지 못한듯 하지만 (애초에 Amoeba Culture 갔을 때부터 그건 없긴 했...), "염증나무"는 그 느낌이 아주 적절하게 모습을 바꾸어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해준 앨범이었습니다.



(7) Kash Bang - INDIFFERENT (2020.5.12)


 Kash Bang은 본래 WEBSIDE 크루 소속 래퍼로, 사운드클라우드 가보면 2015년 만들었다는 곡도 있지만 2017년 "Party All Night"이 정식 데뷔 싱글입니다. 몰랐는데, 2018년에 나온 앨범부터는 소속이 Beautiful Noise로 되어있군요. 솔로 활동 말고라도 워낙 여러 곳에서 피쳐링으로 참여했고, 특히 Lil 9ap과의 콜라보가 많았던 듯합니다. 쓸데없는 여담으로 저는 원인 불명의 이유로 Flavordash랑 이름이 헷갈린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이 앨범 들은 것도 사실 Flavordash 신작인 줄 알고...;)


 일견 Kash Bang의 음악 역시 한국 씬에서 흔한 트랩의 일부로 느껴집니다. 비트 스타일부터 노래의 구성, 탑 라인, 가사 내용까지, 솔직히 말해 클리셰적인 것들이 꽤 많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토튠의 비중을 줄여 깔끔하게 느껴지는 싱잉과, 특히 "Loner" 같은 트랙에서 보이는, 일반적인 단조로운 코드에 머무르지 않는 멜로디 메이킹 정도는 작지만 분명한 차이점으로 갖고 있는 듯합니다. 특히 앨범 후반부 세 곡은 앞에 나온 것에 비해 비교적 무게 있고 스케일이 큰 트랙들인데, 여기에서 Kash Bang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트랩 래퍼보다 조금 더 보컬의 면모를 드러낸 "Mood" 같은 트랙은 살짝 놀랍기도 합니다.


 아직은 Kash Bang의 음악에 대체 불가능한 부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왕성한 작업 활동과 이번 앨범으로 확인한 몇 가지 가능성 때문에 그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볼 여지를 남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태풍 님의 추천글에 "트랩의 별"이라고 쓴 걸 봤는데, 저도 당분간은 이름을 기억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8) Alt - 50percent (part.2) (2020.5.12)


 Alt는 낯선 이름인 분들이 많겠지만, 2015년부터 꾸준히 작업물을 발표해온 래퍼입니다. 'rmsidgo (그냥해) 사운드'라는 크루에 속해있던 듯한데 이 크루의 이름은 언젠가부터 크레딧에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크루의 멤버인 WILLA (친동생)와 이산화탄소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Ja Mezz의 "Pink Tape"에 피쳐링한 것이 제일 인지도 면에서 큰 활동이었을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50PERCENT" 앨범을 추천하는 글을 LE에서 먼저 보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때는 좀 바빠서 듣진 못 하고 있던 중, 이번에 두 번째 파트가 나왔다길래 같이 들어봤습니다 (part.1은 시기가 좀 되어서 사진엔 포함 안 했어요. 걍 제 강박증적인 원칙 탓...).


 Alt의 스타일을 설명하기 위해 예전 곡들을 잠깐 살펴봅시다. 첫 정규 앨범 "무지개" 수록곡인 "빨강색"은 치킨 (구체적으로는 교촌핫윙...)을 노래한 곡입니다. "루피"는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를 소재로 한 곡이고, "휴대폰"은 이 루피가 자기 휴대폰을 물어뜯었다고 만든 노래고요. 심지어 "GWAMEGI"는 말 그대로 과메기 송입니다. 이렇듯 Alt는 매우 일상적인 소재를 매우 일상적인 어조로 노래합니다. 여기에서 오는 엉뚱함과 유머러스함이 그를 규정하는 제일 중요한 특징입니다.


 이러한 성향을 전반에 깔고서, 전작인 "50PERCENT"와 비교하여 이번 part.2는 조금 더 감성적인 면의 비중이 커져있습니다. "50PERCENT"는 그래도 '힙합스러운' 곡들이 좀 있었고, 사실 이번 앨범에도 그런게 완전히 없진 않지만 "욕조딸린안방" "Subway" "To my friends" 등의 감성곡이 전작과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드러내줍니다. 물론 '힙합스러움'이라는 건 상대적인 얘기로, Alt가 하는 힙합스러운 칼라는 그거 나름대로 또 엉뚱합니다. "Tatoo" "한쿡살함" 같은 노래의 소재 선택은 여전히 신박하기 이를데 없죠. 이런 얘기들을 사운드로 구현하는, 미니멀한 비트와 순박한 어휘 선택, 꾸밈 없는 웅얼대는 어조도 Alt만의 독특한 부분입니다.


 처음 "50percent (part.2)"를 접하고는 매우 '간질간질한' 앨범이라 생각했습니다. 컨셉부터 사운드 엔지니어링까지 하나같이 터지는 부분 없이 살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느낌은 위에서도 말했듯 파트 2의 방향 때문에 더 강화된 면이 있습니다. 그 근본에는 결국 Alt 특유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앨범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Alt라는 래퍼 자체를 좋아해야할 듯합니다. 묘하게 끌린다고 얘기하는 글을 종종 봤는데 그 말이 맞긴 합니다만, 확 빠져들기 쉬운 아티스트는 아닌 걸로 보입니다. 그래도 이 역시 본인 고유의 영역을 개척한 거라고 볼 수도 있겠죠? 그가 걷는 길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9) Ourealgoat - Professor in the Jungle (2020.5.13)


 3개월 전의 첫 EP "Gonna Go Far, Kid"와 "Raw Sh!t Cypher" 시리즈에 바로 두 번째 EP까지, 꽤나 허슬하는 Ourealgoat입니다. 특히 이번 앨범은 전작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볼륨으로 돌아왔죠.


 여러 곡을 듣다보니 Ourealgoat가 어떤 래퍼라는 데에 대해 확실한 그림이 그려지는 듯합니다. 물론 특이한 톤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이외에도 눈에 띄는 면은 더 있습니다. 곡의 구성이나 플로우의 리듬, 멜로디 같은 걸 생각해보면 트랩 래퍼의 범주에 들어가겠지만, 가사 속 라임의 밀도나 메세지의 비중 같은 건 붐뱁 래퍼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트랩 래퍼들이 크게 신경 안 쓰는 분야임을 생각하면 이건 Ourealgoat의 독특한 부분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분명해진만큼 약점도 더욱 명확해집니다. "Gonna Go Far, Kid" 때보다 조금 더 업된 톤이 군데군데 등장하는데, 기본적으로 '염소' 톤이다보니 때로는 업된 상태에서 정해놓은 멜로디나 리듬이 너무 심하게 깨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24시 Briefing" 같은 곡?). 또 셀프 프로듀싱을 통해 만든 비장한 분위기의 비트들은 사실 그에게는 정말 잘 맞는 옷이긴 하지만, 거의 모든 곡이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리듬으로 이어지다보니 질리긴 합니다. 이런 패턴 고착화는 그래도 "잊혀진 번뇌"의 훅이나 "아빠다리" 바이브 같은 데에서 깨주었다 생각하지만 거의 후반부의 곡들이죠. 가사는 비장하지만 사실 쉽게 와닿지 않는, '괜히 어려운' 느낌이 좀 있습니다 - 하긴 톤 때문에 딜리버리부터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개성적인 목소리가 양날의 검이라는 말은 너무 여러 번 했지만, 어느 때보다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 앨범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목소리를 제외하고라도 보여주는 진중한 태도와 프로듀싱 능력 등 때문에 아직은 그의 스킬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멜로디가 깨질 때가 있다 했지만 전체적으로평가할 때 그의 랩은 상당히 몰입도가 있는게 사실입니다. 앞으로 그가 어떻게 진화할지는, 작업 속도를 볼 때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듯하군요.



(10) Lil 9ap - Babyboy (2020.5.14)


 "Babyboy"는 Lil 9ap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설명글이 붙어있습니다. 과연 어떤? 앨범 자체는 이때까지의 Lil 9ap의 스타일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첫 트랙 "Narita2"도 지난 앨범 "Lil 9ap"의 수록곡에 피쳐링 벌스만 바뀐 거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Lil 9ap의 매력을 느낀 후라 그런지 짧고 굵게 잘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끈적하고 찐득하게 느껴지는 그의 톤과 발음이 만드는 그루브감. "Pull Up" 같은 곡에서는 이게 애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여러모로 변모가 가능한 톤인 듯합니다. 특히 마지막 트랙 "Stainless"는 Lil 9ap의 음악 안에서는 다른 차원이라 생각되는 새로운 충격입니다. 어쩌면 이런게 본인이 말한 새로운 시작일까요? 짧지만 그가 어떤 래퍼인지 알기 위해 필요한 건 다 있는 앨범, "Babyboy"였습니다.


PS Kash Bang은 최근 본인 앨범보다 "Pull Up"에서의 벌스가 더 임팩트 있게 들리네요.

PS2 "Stainless" 비트가 Sway D '노빠꾸'에서 사간 비트더군요. Sway D 비트가 또 이런 진중한 느낌이라니 그것도 그거대로 놀랍습니다.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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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5-19 12:06:01

거여좌는 이미 전설입니다..

인스타에 올리시는 거 따라듣는 중인데 의외로 괜찮은 앨범들 많이 발견해서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WR
2020-05-19 19:03:01

오 뿌듯합니다ㅎㅎ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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