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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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3 21:02:03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인스타 업로드 주기를 주6에서 주5로 바꾸었습니다.

그에 따라 이 정리 글도 야악간 늦게 올라오게 되겠군요. 

좀처럼 밀린 걸 다 따라잡을듯 따라잡히지 않는 신보 러쉬..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DeepHartt & WONJAEWONJAE - KOREAN MALE 2 (2020.4.20)


 겨우 한달 전에 나왔던 "KOREAN MALE"의 후속편을 자처하고 나온 앨범입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후속 앨범이라기보다는 확장판 같은 느낌이 듭니다. "KOREAN MALE"과 바이브가 그리 다르지 않으며, 해당 앨범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앨범을 듣다보면 사운드 면에서 재밌는 포인트들이 몇 개 있긴 합니다만 - 스네어 대신 킥을 한 번 더 치는 드럼 라인이나, 곡이 갑자기 끊기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등 -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엔 앨범이 주는 감성이 그렇게 깊지 않습니다. 이제 계속 듣다보니 어느 정도 이들이 풍기는 아우라가 익숙해졌고 어떤 느낌을 풍기려는지 이해할 거 같은데, 아직 '기계적'으로 느껴지는 이들의 표현 방식이 어색한게 문제인 거 같군요...



(2) Beautiful Disco - ANXIETY FREE (2020.4.20)


 SuperFreak 소속의 비트메이커 Beautiful Disco가 뜬금 없이 내놓은 인스트루멘털 앨범입니다. 편안한 듯 복잡한 비트를 찍던 그의 프로듀싱 세계를 객원의 목소리 없이 순수하게 즐길 수 있죠 (피쳐링진이 표시되어있긴 해도 전부 연주자인지, 가사가 있는 곡은 없습니다). 그 말 그대로, 로파이한 신스로 편안한 멜로디와 함께 진행되는 멜로디 속에도 쉴새없이 패닝되는 볼륨이 복잡 미묘한 느낌을 만듭니다. 후반으로 가면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신스도 들리고요. 곡들이 전부 짧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게 돌릴 수 있습니다. 음... 인스트루멘털 앨범에 대한 감상을 얘기하는 건 늘 어려운 과제네요. 편안해보이는 음 배치와 코드 진행을 이외의 이펙트로 복잡하게 만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도로 요약하고 오늘 글도 휙 넘기겠습니다...



(3) Kapital G x Frogman - I Love This Jane! (2020.4.20)


 Kapital G는 레이블로, 이번 앨범은 Frogman이 객원으로 참여하긴 했지만 레이블의 첫 컴필레이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2017년 11월 Kid K와 Choko D의 싱글 "Go Hard"로 처음 이름을 남겼으며, 이보다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크루 'Peace of Cake'가 여러 장의 단체 믹스테입을 낸 바 있습니다. 멤버를 확실히 알 순 없지만 이번 앨범에는 CreDoz, King Bart, Kid K 이렇게 세 명의 이름만 보입니다.


 첫 트랙 제목만 봐도 알다시피 마리화나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곡들입니다. 자연히 Bill Stax의 앨범이 생각나게 되고, 샤라웃도 중간에 한 번 있습니다. 분위기는 "Detox"와는 좀 다릅니다 - 굳이 "Detox"를 들어서 설명하자면 Side B에 해당하는 노곤하고 늘어지는 분위기를 차용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오사마리 크루 멤버로만 Frogman을 아는 분은 당황스러울 수 있으나 그의 솔로 앨범을 들어보면 자연스럽습니다. 멤버 중 Kid K는 Yizumin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적이 있는데, 이런 앨범 분위기 때문에 Yizumin 때의 바이브랑은 많이 다릅니다 - "쟁이" 같은 두어 곡에서만 당시 느꼈던 리듬 쪼개기와 톤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Kid K가 비교적 타이트한 랩을, CreDoz가 저음의 묵직한 랩을, 그리고 King Bart가 좀 더 느리고 늘어지는 랩을 하고 있어 (Frogman과 살짝 겹치는 면이 있습니다) 밸런스가 맞는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비트를 CreDoz가 모두 찍었는데, 인상적인 루프도 있지만 위에서 말했듯 chilling하는 분위기라 반복적이고 조용한 느낌입니다. 앨범 전체가 이런 방향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특유의 진한 분위기가 호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듣다가 졸려올 각오도 살짝은 해야합니다; 건조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라는 데에선 오랜만에 Awkward Studio가 생각나기도 했네요.


 Frogman은 객원 래퍼이지만 레이블 멤버들과 거의 구분이 안 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호불호가 갈리기 쉬운 앨범으로, Kapital G를 제대로 들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이것이 새로운 시도인지 기존의 색깔인지는 정확히 말 못하지만 나름 개성적인 색은 보여준 것 같습니다 - 소재의 선정까지 합쳐서요. 앞으로 나오는 앨범도 계속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4) Sharkrama - 666 (2020.4.24)


 여러 장의 믹스테입과 EP를 거쳐 드디어 첫 정규 앨범입니다 - 기존 믹테의 확장판이긴 하지만 EP "초월인류"로부터 겨우 한달 여만이죠. "666"에는 Sharkrama의 발전상이 녹아있습니다. 단순히 내달리는 속사포 랩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운용하고 텐션을 조절하면서 곡에 매력을 더했습니다. "인성힙합"이나 "페르소나" 같은 트랙은 그런 전략이 가장 잘 시행된 예로, 완성된 모습은 90년대 골든 에라 힙합 (혹은 2000년대 중반 한국 힙합을 말하는게 더 적절할지도)을 연상시키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그는 속사포 랩을 주무기로 하고 있고, 단점이 완전히 떨쳐지진 않았습니다. "렙업"처럼 전형적인 붐뱁에서 벗어나 다른 리듬을 타보려는 노력도 있지만 이런 속사포 랩의 틀이 조금 발목을 잡는 듯합니다 - 그렇다해도 예전보단 부드러워졌습니다. 한 가지 좋은 예로, "경멸"이란 트랙은 실은 작년 믹스테입 "진화인류"에 "이가사이해못함제발뒤져"란 이름으로 실렸던 트랙 (여담으로 '믹테, EP 한 장 내고 음악 그만 둘건데'란 가사는 그대로 실려있네요a)인데, 이 트랙과 나머지 트랙의 리듬감을 비교해보면 어떻게 Sharkrama가 변화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진화인류"가 생각난 김에 떠올려보면 당시 본인을 감정을 잊은 진화한 인류로 표현하던 것이 살짝 충격적이었는데, 그런 메세지적인 부분은 없지만, 그와 함께 표현이 덜 격해져서 듣기엔 더 편합니다 - 사실 "샤크라마" 같은 곡을 봐도 메세지를 허투루 적지 않는 걸 알 수 있고요. 덕분에 몇 번 지적되었던 빈첸과의 유사성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습니다. "666"은 그의 커리어를 따라온 사람에게는 그동안 이뤄져오던 변화를 보기 좋게 요약한 앨범이며,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하는 이정표입니다.



(5) Cloudybay - Cloudybayfy (2020.4.25)


 Cloudybay의 첫 등장은 '고등래퍼 2'에서 '박영서'란 이름으로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트랩 비트에 허스키한 목소리로 타이트한 랩을 뱉던 편이었고, 오래 가지 않아 탈락하여 기억에 많이 남지 않았는데, 작년에 처음 연 사운드클라우드, 그리고 '사인히어'에서 "Cloudybay"란 이름으로 이모 힙합 아티스트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사인히어'에서도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저를 비롯한 여러 시청자들의 기억에 어렴풋이 이름을 남기는 데는 성공하였을 겁니다.


 그녀의 첫 EP "Cloudybayfy"는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보여줬던 그녀의 이모 힙합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같은 나이대, 장르, 그리고 성별 때문에 자연스럽게 GEMma가 떠오르지만, GEMma가 락큰롤에 비견되는 강렬한 이미지로 승부하였다면 Cloudybay는 순한 맛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특색이 약해보인다고 할 수 있지만 편하게 듣기엔 좋아서 크게 문제 삼을 것까지는 없어보입니다. 특히 이 장르 아티스트들에 비해 비교적 한글의 비중이 높아 와닿는게 더 부담 없는 느낌이 있고, 그저 우울함에 애매하게 머무르지 않고 포근하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곡들도 쓴다는 점도 좋은 것 같습니다.


 가사는 좀 한 번에 알아듣기는 힘들게 쓰긴 했습니다. 영어 비중이 비교적 적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문법(?)을 구사하는 편인데 ('what t'라는 구절은 진짜 어떤 의미일지;) 영어를 못하면서 억지로 쓴다기보단 한글에서도 보이는 문장을 잘게 나누고 줄이는 문체가 영어에 적용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소리로 느껴지는 바이브를 퇴색시킬 정도의 단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모 힙합이라는 게 멜로디가 있지만 오토튠의 남발과 좁고 낮은 음역대, 알 수 없는 가사내용으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Cloudybayfy"는 그런 부분이 많이 부드러워서 평가가 많이 갈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구든 편하게 들을 수 있단 점이 제일 큰 강점이고, 앞으로의 그녀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원동력 같네요.


PS 마지막 트랙 "Why"는 사운드클라우드 버전이랑 좀 다르고, '사인히어' 예선 때 불렀던 버전입니다. 몰랐는데 이게 Jay Kidman 비트네요. 베스트 트랙 중 하나이긴 한데 뒤에 후렴만 계속 반복하는 거 대신 벌스 하나 정도만 더 넣어줬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6) 바끼리 - Rebirth: Korean Weezy (2020.4.26)


 원래 BaDa_kkokiri (바다코끼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그가 이번에 '바끼리'로 이름을 바꾸고 믹스테입을 냈습니다. 비교적 허슬하던 그로써는 꽤 오랜만에 모습을 비추는 것이며, 앨범 소개글부터 '열정으로만 달리지 않고 노력과 연구로 만들었다'는 표현이 있어 이때까지와는 다른 자세로 임한 앨범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두어 개의 믹스테입에서 보여준 모습에서도 딱 드러나진 않지만 그는 조금씩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었습니다. 과거 한국의 ZillaKami & SosMula라며 요란하고 시끄러운 트랩을 해오던 것과 대조적으로, 차츰 음악이 정돈되고 차분한(?) 모습을 띄어갔던 거죠.


 그래도 그런 앨범이 기존의 BaDa_kkokiri 이미지에 뿌리를 두고 조금씩 변화를 보였다고 한다면, 이번 앨범은 말 그대로 아예 다른 아티스트, '바끼리'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웃긴 비유지만, 10대와 20대의 차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거 같습니다. 좀 더 본능적인 차원으로 느껴지던 플로우와 탑 라인 전개 그리고 발성을 보여주던 이전 곡에 비해 이번 앨범은 확실히 스타일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신중하게 접근한 티가 납니다. 


 기존의 BaDa_kkokiri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이런 변화가 마냥 달갑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이를테면 좀 더 '대중적'인 방향으로, 바이브에 공감하기 훨씬 더 쉬워졌지만 특유의 다이나믹함을 좋아하던 분들은 아쉬울 것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그만이 가지고 있던 매력을 조금 희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Lil Wayne을 롤모델로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어서인지, 랩이 Lil Wayne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도 많고요. 사실 기존에 보여주던 멜로디와 플로우 메이킹 센스가 어디 간 건 아니라서, 곡이 허전한 부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느린 곡에서는 살짝 쳐지는 느낌, 특히 긴 훅 내내 귀를 잡아두는 힘은 좀 약해진 거 같습니다 - 특히 상대적으로 더 그러한 초반 세 곡 정도가 그렇습니다.


 저 역시 기존의 에너지에 끌렸던 입장에서 여전히 이 에너지를 잘 활용했으면 하는 의견은 있지만, 본인이 주도한 변화를 제가 뭐라할 자격은 없겠죠. 특히 변화로의 노력의 흔적이 엿보이는 작품이기 때문에 더 긍정적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더불어, 앨범 소개글에서도 이것이 끝이 아니라 아직 과도기임을 밝힌만큼, 앞으로의 그의 행보를 좀 더 기대하고 지켜볼 여지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7) yovng trucker - SKID (2020.4.26)


 콸라의 얼터 이고 쯤으로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냥 스타일 변화와 함께 이 이름으로 쭉 가는 것도 같군요. 오사마리 크루의 새 작업물이 나오면 알게 되겠죠. 아무튼 Posadic과의 콜라보 앨범에 이어 솔로로 나온 yovng trucker의 "첫" EP입니다. 이름 변경과 함께 본격적으로 트랩 노선을 정했던만큼 이번 앨범도 트랩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콸라의 트랩이라 하면 "Dump Truck"을 떠올리고 에너제틱한 모습을 떠올리기 쉬우나, yovng trucker의 랩은 좀 다릅니다. 이는 Posadic과의 콜라보 앨범에서도 어느 정도 예고된 바지만, "SKID"의 랩은 조금 더 에너지를 눌러두었습니다. 랩 사이사이 웅얼대는 느낌이 섞여있고, 고음으로 터지는 부분도 없습니다. "나는 하얀손이었어" 같은 트랙은 yovng trucker 식 이모 힙합이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 와중에 가사는 본인 센스가 그대로 있어 사투리가 섞여있거나 걸걸한 표현이 등장합니다만, 콸라가 했던 것을 알아서 그런지 살짝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괴리감도 어찌 보면 본인 특유의 스타일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답답함을 좀 느꼈습니다. 이는 yovng trucker로 임했던 Posadic과의 전작과 비교해도 그렇습니다. 어찌 보면 비트가 너무 무난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중간중간 그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재치나 대체 불가능한 목소리 등을 고려하면 들어볼 가치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어쨌건 연륜은 무시 못하는 거 같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냥 적응 및 기대치 재조정 기간이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군요.



(8) Lean Lean - 패닉 (2020.4.27)


 nmnb 크루 소속의 Lean Lean의 첫 정규 앨범입니다. 16트랙이라는 상당한 규모로, 본인은 물론 nmnb 크루에 있어서도 작지 않은 결과물입니다. 사운드클라우드로 공개된 곡도 몇 곡 실렸다고 하는데 저는 사클 디깅을 잘 안 하는 터라 정확한 건 알지 못합니다. 


 본인 뿐만 아니라 크루 전체가 오토튠 싱잉 + 이모 힙합 장르를 하고 있고 세부적인 데에서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해서 저번 EP "KOREASAVAGE"를 제가 진부하다고 글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 다시 들어보니 그렇게 막 나쁜 앨범은 아니었는데 왜 안 좋은 말만 썼는지...; 확실히, 16곡이란 엄청난 규모를 이끌어가는 건 어느 아티스트에게나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엥간한 몰입도가 있지 않은 이상 후반부에 이르러 질리기 십상인 규모죠. 이모 힙합은 감성을 공략하지만 쳐지는 분위기와 불친절한 사운드 때문에 더 불리합니다. "패닉"이 이러한 문제를 완전히 타개했냐고 하면 아닐 겁니다. 다만, 분명 노력의 흔적이 있고 효과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 흔적은 "패닉"에 실려있는 다양한 스타일에서 나타납니다. 내용으로만 보면 사랑의 비애라는 주제로 대부분을 묶을 수 있어 차별점이 없어보일 수 있지만, 노래 무드를 비교적 다양하게 가져가면서 트랙마다 듣는 재미가 납니다. "siren"이나 "패닉" 같은 하드한 트랙이 중간에 분위기를 해소하는 역할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저번 앨범에 비해서 좋아진 점은 이런 랩과 비트의 다양성과, 거친 목소리와 숨을 끊어가는 등의 디테일에서 더 절절하게 전달되는 감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토튠을 두껍게 쓰면서도 전달력이 그리 해쳐지지 않았다는 점도 좋았어요.


 아직 Lean Lean만이 할 수 있는 뭔가를 많이 보여주진 않았고, 한국식 이모 힙합의 틀 안에 안정적으로 있는 앨범에 불과할 순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은 Skinny Brown을 연상시키는 면이 좀 있었네요). 그래도 본인에게 이때까지의 가장 큰 프로젝트로써, 적어도 상대적으로나마 그 크기에 걸맞는 임팩트는 지닌 것 같습니다. 이는 향후에 더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튼튼한 발판이 되어주겠죠.



(9) Billionaireboy Wan - INSTANT KARMA (2020.4.27)


 처음 이 아티스트는 태풍 님의 추천글에서 알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INSTANT KARMA"는 작년 6월에 나온 "Next Up Kid" 이후 나온 두 번째 EP입니다 - 최근 들어 은근 자주 보이는, 마리화나 테마가 일단 눈에 띄는군요. 첫 앨범 감상 후기를 적을 때 비슷비슷하긴 하지만 로우톤을 좀 인상적으로 들었다고 적었는데, 이번 앨범은 한두 곡을 제외하면 톤을 조금 올린 싱잉 랩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쉽게도 이 변화는 Billionaireboy Wan의 개성을 더 바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 듯합니다. 랩은 나름 무난하고 매끄럽지만, 그닥 이 앨범만의 매력이 뭔지 알기는 힘들었습니다. 싱잉 랩에 있어 제가 내공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이번 앨범은 적어도 저에게는 그의 커리어에서 큰 임팩트 없이 지나가게 될 거 같습니다.



(10) D.Action - ADDICT (2020.4.28)


 그동안 소소하게 싱글들을 내오긴 했지만 저로썬 음악을 들어보는 게 정말 오랜만입니다. Jiggy Fellaz 때의 모습 (+"씻김굿" 정도?)으로 현재의 음악을 평가하는 건 아무리 봐도 너무하고, 가요계에서 활동할 때는 뚜렷하게 개성을 얘기하기가 어려웠었죠. 때문에 "ADDICT"는 그냥 그 자체로 듣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묘했습니다. 일단 업데이트 안 된 제 옛날 기억에 D.Action은 하드코어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앨범이 음악적인 요소보단 독백 같은 느낌이 있음에도 나름의 중독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ADDICT"는 연인에 대한 생각을 소재로 한 서로 다른 세 곡이 수록되어있는데, 주목할만한 건 살짝 늘어지는 듯 편하게 읊는 D.Action의 플로우입니다. 얘기했듯, 랩보다는 그냥 말하는 것처럼 리듬감이 크게 살아나는 구성도 아니고 때로는 마디를 끊거나 잇는게 뜬금없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헌데 D.Action의 끈적한 목소리와 가사 안의 아기자기한 디테일, 그리고 기억에 남는 후렴 등이 이 앨범을 그냥 치워두지 못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앨범을 돌리고 직전 싱글 "TRAP HOUSE"까진 들어봤는데, 이런 차분한 랩핑이 현재 그의 스타일인가 보군요. 적어도 "ADDICT"에서는 주제와 잘 어울리는 옷 같습니다.


 Sleepy와 함께 Untouchable 멤버였지만, 예능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올린 Sleepy와 달리 D.Action은 조용히 활동을 해왔죠. 아무래도 기획사의 횡포는 함께 겪었을 터, 지금은 D.Action에게도 힘든 시기를 거쳐 새로운 인생의 챕터를 여는 시기일 것입니다. "ADDICT"가 그렇게 거창한 앨범은 아니었겠지만, 저는 여튼 이제부터라도 좀 더 관심을 갖고 들어봐야겠습니다.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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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5-04 12:13:32

샤크라마가 의외로 꾸준하게 내네요

WR
2020-05-05 00:17:56

꾸준하면서 좋아지는 것도 보여서 좋은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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