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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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4 21:20:53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드디어 러쉬가 시작되는군요... 스스로 잘 살아남길 빕니다(?)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YunB - D.O.P.E. (2020.2.29)


 과거에 냈던 정규 음반에 비해 YunB의 전작 "Wasted 20s"는 가볍고 달달한 분위기였고, 쇼미더머니에서 비춰진 그의 모습은 다소 코믹했습니다. 이런 것에 대한 반동일지, "D.O.P.E."는 짧지만 굵게 그 반대에 있는 모습을 선사합니다. "D"의 시작에는 돈 벌려고 음악을 하는 건 알지만 네가 뉴욕 출신이라는 걸 잊지 말라는 나레이션이 나오고, 그 뒤로 이어지는 음악은 무겁고 어둡고 강렬합니다. "O"에서 잠깐 언급되듯 90년대의 이스트 코스트 힙합 정신을 계승했다고도 볼 수 있겠군요. 여기저기서 랩을 많이 보여왔던 그지만 사실 제게 YunB의 음악을 묻는다면 얼터너티브 힙합 위 절제된 오토튠 싱잉 랩을 하는 모습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 면에서, 힘이 그렇게 들어가있지 않으면서도 느릿느릿 묵직하게 비트를 뚫고 나오는 랩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의 비트메이킹이 빠진다면 섭합니다. 90년대를 언급했지만 여전히 그의 노래에는 특유의 선명한 신스 스트링이 깔려있으며, 어두운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절제되어 연주되는 멜로디들은 독특한 시너지를 발휘하는 듯합니다. 가장 짧은 마지막 트랙 "E"에서 그는 창작의 자유를 역설하며 앨범을 맺는데, 저는 이것이 "D"의 나레이션처럼 뉴욕 스타일로 가는 것도, 이전 앨범 같은 스타일로 가는 것도 아닌 YunB의 길로 가겠다는 메세지로 읽히면서 멋있더군요 - 이때까지 해온 것이 달라보일지언정 전부 자기 스타일이 아니면 뭐겠냐는 거죠. 짧은 앨범이지만 YunB란 아티스트는 아직 파고 들 매력이 많이 남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미래에 나올 그의 새로운 정규가 이 다양한 면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2) Coa White - 머신건 소녀는 미래를 쏜다 X13 (2020.3.2)


 그동안 꾸준히 앨범을 발매했지만 이 인스타에 Coa White가 오랫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이유는, 특유의 컨셉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 잠깐 감상의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등장한 이유는, 별 거 없습니다. 그냥 오랜만에 어떤 음악하고 있나 궁금해서-_-


 일단 트랩 삘의 음악과 보컬로이드 kosame 등의 '참여' 등의 기본 틀은 여전합니다. 제 기억과 차이라면, Coa White가 본인 솔로 앨범에서의 비트가 EDM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했는데 이번 앨범은 비교적 미니멀하다는 것. 기본적으로 보컬로이드는 기계다보니 노래가 현란하고 정신 없는데, 그걸 좀 보상해주는 듯합니다. 그리고 Coa White의 랩이 꽤 괜찮아졌네요ㅎㅎ 처음에는 그냥 취미로 랩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껀 나름 그루브가 있습니다. 멜로디도 나쁘지 않게 짰고요.


 여전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1도 알아먹을 수 없고, 보컬로이드에 대한 호불호 때문에 앨범이 많은 이에게 어필하진 못할 거 같습니다. 저도 스타일에 적응되고 기대치가 생겨서 그런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이전 앨범들보다 덜 부담스러워져서 잘 들었습니다. 다만 다음 앨범이 나오면 다시 들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 Jayci Yucca - The Last Boy in the Class (2020.3.2)


 GEMma 앨범을 들을 때만 해도 이게 힙합인가 락인가 고민하는 때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트렌드가 변하는 속도만큼 저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Jayci Yucca의 새 앨범도 마찬가지로 힙합과 락의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밴드 세션으로 프로듀싱하는데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는 TOIL이 이번에도 전곡의 비트를 제공했습니다.


 지금까지 들은 Jayci Yucca의 앨범은 각자 성향이 달랐습니다. "Yucca Project"는 R&B에 가까웠고, "Cloud Star"는 트랩의 비중이 컸죠. 이번 앨범은 모던 락의 색깔이 아주 진합니다. 살짝 래퍼로써 아직도 이런 것도 한다는 식으로 들어간 "칠전팔기 챔피언"을 제외하면 전곡이 다 그런 방향이죠 (심지어 처음 들으면서 조용필의 "Bounce"가 연상되었던...;). TOIL의 프로듀싱은 물이 올랐습니다 - 단순히 밴드 구성으로 악기만 쓰는 것 외에도 "그녀에게만 착해" "간헐적 굿보이" 같은 보컬 컷 샘플링 등 다양한 방향으로 곡을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 같은 Wayside Town이자 마찬가지로 TOIL이 비중 있게 참여했던 Hash Swan 최근 앨범이 같은 느낌의 곡이 반복되는 것으로 비판을 받았다면 이 앨범은 적어도 들을 거리는 훨씬 풍부합니다.


 대부분 경쾌하고 밝고 가볍게 곡이 짜여있기 때문에, (안 좋은 편견이자 표현이지만) 타겟층이 어린 리스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곡들이 거의 대부분 달달하고 듣기 쉽게 되어있어, 뭔가 심오한 걸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오글댈 수 있지만 호불호가 크게 나뉘진 않을 거 같습니다. Jayci Yucca는 여기에 딱 필요한만큼의 퍼포먼스를 보탰고 큰 패착 없이 앨범을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이 때문에 "Yucca Project" 같은 데에서 느꼈던 Jayci Yucca의 보컬 능력은 많이 보이진 않습니다 - 대개는 음역대가 낮고 평탄하기 때문에 말이죠. 사탕 같은 앨범이란 평이 맞을 거 같습니다. 큰 영양가를 못 느끼더라도 감각적으로 즐겁긴 합니다. 결국 이게 Jayci Yucca의 음악이고, 그 기준으로 보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디스코그래피를 유지시키고 있다고 해야할 거 같네요.



(4) DPR LIVE - Is Anybody Out There? (2020.3.3)


 이 앨범이 나오기 전 DPR LIVE의 커리어는 짧았지만 모두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Coming to You Live"가 처음 나오던 때는 한창 랩이란 걸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던 때고, DPR LIVE는 훌륭하게 그 흐름의 선두주자로 나섰습니다. 당시의 연구가 트렌드가 되고 신기할 것 없는 정론이 된 지금에도 DPR LIVE, 더 나아가 DPR 크루의 의미는 여전합니다. 말마따나, 그들은 "DPR"이라는 장르를 탄생시켰습니다. 이 장르는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 많긴 하지만, 실은 저는 뭔가 완전히 좋아할 수 없었습니다. 제 구닥다리 취향 탓도 있겠지만 가장 주요한 이유는 메인보다 장식품이 더 많이 달려있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짧지 않은 공백을 끝내고 나온 "Is Anybody Out There?"는 장르 "DPR"이 할 수 있는 최첨단에 있습니다. 이번에 DPR LIVE는 우주 여행이란 테마를 받아들여, 미지의 영역에 불시착 후 적응하기까지의 서사시를 앨범 하나로 그려냈습니다. DPR CREAM의 프로덕션은 이 테마에 찰떡 같이 어울립니다. 대부분 업템포로 짜여진 비트는 로켓 발사와 그에 따른 흥분, 불안을 잘 그려내는 듯하며, 곡에 두 번, 세 번까지 등장하는 변주는 예측 불허의 여행 과정과 닮아있습니다. 스타카토로 난무하는 화려한 신스와 기타 스트링은 반짝이는 별의 이미지가 연상됩니다. DPR LIVE도 그 위에서 춤을 추듯 현란한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그의 센스는 이미 지난 커리어에서 증명된 바 있고, 본작에서 획기적인 뭔가를 선보이진 않아도 녹슬지는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잘 짜여진 퍼포먼스가 앨범을 뮤지컬 OST처럼 받아들이게 합니다.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DPR LIVE의 모험을 주제로요.


 다시 '장르 DPR'로 돌아와서, 저는 DPR이 사랑을 받는 이유를 십분 이해하면서도 팬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시선에서, 이번 앨범은 야심 찬 테마 선정과 그에 따른 훌륭한 전개 묘사는 인정하지만, 이외의 부분은 기존 '장르 DPR'이 보여준 것을 거의 답습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DPR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감각적인 스타일입니다. DPR LIVE는 노래에 칠 조미료를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 곡에서 그의 어조는 쉴새 없이 바뀌며, 랩을 좀 감상하노라면 왼쪽에서 소리를 치고, 오른쪽에선 추임새 ("Aight, cool" "Coming to you live")를 넣으며, 갑자기 무전기 소리로 바뀌었다가 노래를 부릅니다. 후렴은 동어 반복의 비중이 크며, 벌스 가사 자체가 매우 가볍습니다 - 주제가 중요한 앨범에 영어의 비중이 높아 공감을 덜 사는게 문제가 아닐까 싶지만, 실은 해석해봤자 별 큰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요. 여기에 DPR LIVE의 플로우는 현란하지만, 의도적으로 흘린 발음과 가는 목소리 때문에 임팩트가 크지 않습니다. 획기적인 앨범이라는 극찬의 한편에 클리셰적이라는 비평을 받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DPR 장르의 주인은 DPR LIVE가 아니라 DPR CREAM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PR 크루의 위치를 고려하면 DPR LIVE의 존재감은 다소 약해보입니다. 이번 앨범에선 DPR LIVE의 목소리가 CREAM의 악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런 관점에서는, 유기성을 해친다는 "Oh Girl" "Kiss Me" 구간도 그렇게 나쁘게 들리진 않습니다. 순수히 프로덕션만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기복이자 환기 장치거든요. "IS ANYBODY OUT THERE?"는 DPR이라는 장르로 뽑아낼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기존의 장점과 단점은 그대로 유지가 되었기 때문에, 문제 삼을 부분이 있다면 이번에 새로이 선보인 야심 찬 계획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부분으로 파고들어야 할 듯합니다. 자신들의 매력과 영역을 공고히 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나, 이대로 가면 한계를 맞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못내 남네요.



(5) Swings - Upgrade 4 (2020.3.4)


 오랜 일탈(?) 끝에 드디어 본업으로 돌아온 Swings의 새로운 정규 앨범입니다. 이러한 배경과 "Upgrade" 시리즈의 계승작이라는 사실 외에도 이 앨범이 풍기는 아우라는 만만치 않습니다. 다름아닌, '아직 루키 비트메이커'인 Swings가 모든 비트를 제공했으며, 그 갯수만 해도 17곡이라는 점 때문이죠. 


 Swings를 오랫동안 들어왔던 이라면, 일단 그렇다면 적어도 불호 쪽은 아니라는 전제도 깔려있겠지만, 예전으로 돌아왔다며 반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Upgrade"의 속편이나, 저는 과거의 앨범, 특히 "#1"이나 "Punch Line King" 같은 믹스테입 시절의 Swings가 많이 생각 났습니다. 이번 앨범에서의 Swings의 랩은 매우 장황합니다. 그야말로 투 머치 토커란 이름을 붙이기에 모자라지 않습니다. "500 Bombs"를 써냈던 이가 입을 풀면 이 정도입니다. 신기하게도, 그 장광설이 귀에 그다지 물리지 않고 술술 들리더군요. (아마도 이제는 일부러 유치함을 의도하면서 쓸 거라 생각되는) 익살 맞은 표현과 펀치라인들, 그리고 의식의 흐름 따라 전개되는 주제 전부 너무나 Swings다워서 인상적인 데다가, 정말 그냥 얘기를 툭 터놓고 하는 듯한 톤의 운용이 참으로 맛나기 때문입니다. 곡들 길이가 많이 길지 않은 것까지 합쳐, 17곡은 의외로 술술 지나갑니다.


 이 앨범을 사랑하고 말고는 그의 프로듀싱에 달려 있습니다. 분명, 예사롭지 않은 느낌은 있습니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기도 하고, 만든 후에 후작업을 빡세게 거쳤을 수도 있겠죠. 근데 컨셉적이었는지 전체적으로 밋밋하고 단조롭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중간중간 들어간 장치들을 보면 마냥 루핑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던 거 같은데, 뭔가 터지기 일보 직전에 멈춰서서 무한 뺑뺑이를 도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이건 Swings의 장황한 플로우와 나름 케미가 잘 맞긴 하지만, 문제는 피쳐링진들입니다. 구성 크게 상관 안 하고 줄줄이 랩을 뱉던 사이에 피쳐링진이 등장하는 순간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상당히 심하게 나더군요. 특히 저는 C JAMM이 이렇게밖에 활용 못 된 것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나마 이런 분위기가 후반부로 가면서 좀 타파되긴 합니다 - "5, 4, 3, 2, 1"은 초반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신박한 마무리 트랙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앨범에는 Swings가 꽈~악 차있습니다 (괜히 물결표까지 쓴 게 아닙니다). 셀프 프로듀싱에 촘촘히 늘어놓은 랩은 '자기 얘기를 했다' 이상의 요약을 하기 힘들 정도로 솔직하고 직설적입니다. 기존에 Swings를 싫어했던 분이라면 뒷목 잡고 쓰러질만한 앨범입니다. 저는 사실 Swings에 대해선 비교적 중립적인 위치였고, 위에서 언급했듯 비트에 대해 찜찜함을 많이 느끼지만, 그 저돌적인 태도 때문에 "Upgrade 4"를 미워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새로운 활기를 찾은 Swings가 어떤 활동을 이끌어나갈지 기대가 되는군요.



(6) Tommy Strate - Tommy Strate Part.1 (2020.3.4)


 Tommy Strate의 새 정규 앨범입니다 - 정규라기엔 좀 작은 규모인데, 후속 파트가 나올 예정이라 그런가봅니다. 여담으로 원래 프로듀싱할 땐 Tommy $trate로 달러 기호를 썼던 거 같은데 이젠 그런게 없어졌나 봅니다.


 전작인 "NEVERMIND" 3부작과 비교하여 가장 뚜렷한 변화는 미니멀한 사운드입니다. 요즘 노래를 듣다보니 이런 트렌드도 트랩 씬 안에서 생기고 있는 듯한데 이름이 따로 있나 모르겠군요. 앨범 소개글을 보면 1~4번 트랙은 현재 그가 하고자 하는 색, 5~6번 트랙은 감성적인 노래로 구분하였다고 하는데 실제로 온도 차가 꽤 있습니다. 앞 부분은 멈블 랩 장르로, 특히 Lil Oppa (구 jcneverlonely)가 피쳐링한 곡들은 거의 808 베이스에만 의지하여 곡이 진행되기 때문에 엄청 비어있는 느낌입니다. 저는 아직 이런 곡들은 당황스러워할 정도로 취향이 아니라서, 그나마 Kid Milli 랩 덕에 "어머님은" 정도만 듣고 나머지는 벙찐 채로 들었던 거 같습니다.


 후반부 감성 두 트랙도 미니멀한 구성은 여전합니다. 이 두 곡은 NEVERMIND 시리즈의 감성을 잇는 듯한데, 앞 트랙들과 대조가 되어서인지 몰라도 전 전작들보다 잘 들었습니다. 보컬이랑 멜로디가 전보다 깊이 있어진 거 같고, 여기에서의 미니멀한 구성은 진한 바이브를 더해줬던 거 같네요. 근데 소개글에서 Tommy Strate가 하고 싶은 곡은 앞 부분이라고 하였으니 뭐... 어쩔 수 없군요(?). NEVERMIND 시리즈도 파트마다 약간 감성이 달랐는데, Part.2는 이대로 색깔이 유지될지 조금 바뀔지 나중에 확인해보면 될 거 같습니다.



(7) 365LIT - I Can Do This All Day (2020.3.5)


 3개월만에 나온 365LIT의 두 번째 EP입니다. 전작 "FUCK THE RULE"과 규모는 비슷하지만, 이번 앨범은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드한 트랩 곡들이 위주였던 전작에 비해 이번 앨범은 트랩 분위기는 유지하되 달달한 느낌의 곡들을 선곡하였습니다. 때문에 스틸 드럼으로 대표되는 통통 튀는 비트와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들이 실려있죠. 이번에도 365LIT이 직접 전곡 프로듀싱을 하였습니다.


 개인 취향으로는 전작에 더 가깝지만, 저번에 '정직한' 발성이라고 표현했던 톤과 유머러스한 가사가 이번 분위기에서 더 매력을 발산하는 것 같습니다. 대체로 곡들이 짧은데다 컨셉까지 더해져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앨범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유치함이 더 크게 드러나는 걸로 느낄진 모르겠지만 본인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성공적이었던 거 같네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마지막 트랙 "ACCIDENT"가 살짝 메인 컨셉에서 벗어난 트랙 같지만 사랑 노래란 큰 축을 유지하고 있어서 크게 어색하진 않습니다. 여전히 사람마다 반응은 갈릴 수 있겠고, 전작 같은 걸 기대했다면 실망이 더 클지 모르지만, 365LIT의 매력을 하나 더 소개하는 점에 있어선 성공적인 앨범이었던 거 같습니다.



(8) 관우 - La Dolce Vita III (2020.3.5)


 작년 2월 1편을 시작으로 벌써 3편에 다다른 EP 시리즈입니다. 트랙 수라는 것에 의미를 많이 둘 필요는 없겠지만 여태까지 중에 가장 많은 5곡이 수록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본인이 전부 프로듀싱했고요. 허나 개인적인 인상은 시리즈 중 제일 아쉽군요. 자신의 인생 속 우여곡절을 소재로, 어떻게든 신나고 파워풀해보이려고 하는 기조는 그대로이나,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기본기가 약점으로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뭔가 좀 다른 걸 시도하려했던 흔적은 보입니다. 허나 "La Dolce Vita III"의 어정쩡하게 섞여들어간 트랩은 곡 주제와 관우의 랩과 너무나 큰 언밸런스를 일으켜서 듣기 민망할 정도고, "Rock Star"의 메탈 비트는 사운드 밸런스도 애매할뿐더러 관우의 목소리를 묻히게 합니다. "찬란하게" "Where'd You Go" 같은 감성 스타일도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참 재밌는게, MC Sniper랑 엄청 악연으로 끝난 사이인데 Sniper 취향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곡들이네요. 이외에도 절어있는 그대로 실린 박자와 튜닝을 거치지 않은 흔들리는 음정 등, 보완해야할 부분이 너무 많이 보이는 앨범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움의 효력은 이미 지났고 이제는 어정쩡한 스킬만 남은 단계 같습니다. 기본이 흔들리니까 새로운 걸 시도하는 족족 헛발질을 하는 느낌입니다. 일본에서 몇십 회의 공연과 매니아 확보란 말을 못 믿는 것도 아니고 축하하지만, 앨범으로 나온 결과물로는 이유를 판단하기 어렵군요. 오히려 너무 음반을 혼자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현 단계에서는, 아예 더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배워나가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할 것 같군요.



(9) BLNK - FLAME (2020.3.5)


 기대작 중 하나였던 BLNK의 새 정규가 나왔습니다. 이로써 Legit Goons의 팬들은 Jayho만 괴롭히면 될 거 같습니다 (...). BLNK 혹은 Blnk-Time 음악을 편하게 듣게 된 건 개인적으로 오래 되진 않습니다. RHYDMEKA 시절의 짧은 활동을 제외하면 흐느적대는 듯한 톤으로 기억되는 그인데, 이 목소리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기 때문이죠 (그런 플로우를 기억하는 첫 곡이 Code Kunst의 "미도"였는데 Code Kunst 비트 특유의 기괴한(?) 스타일과 겹쳐서...). 


 톤에 대한 취향의 벽을 넘는다면, "FLAME"은 엄청난 앨범입니다. 저는 예술적이라는 말을 쓰고 싶네요. 스타일이 독특할 수록 한 가지 스타일로 굳어질 수 있는데, BLNK은 본인 스타일의 축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 상당히 많은 것을 해냅니다. 앨범 전반부의 파워풀한 붐뱁 스타일의 곡이라든지, "Love Is" 등으로 대표되는 이모 힙합 스타일, 혹은 "원을 그리며 장작을 줍다" 같은 실험적인 스타일이나 "모닥불" 같은 감성까지, 어디에서나 BLNK은 힘을 발휘합니다. "NETFLIX"의 오토튠 싱잉이든 "When I Was Caught"의 진성 노래든 어느 하나 빠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참여 프로듀서들의 비트입니다. BLNK와 참 잘 어울리는, 뻔하지 않은 비트를 다들 써주었습니다. 특히 Conda의 비트를 여럿 들어보는게 Auvert의 "모비딕" 이후로 처음인데 엄청 마음에 드네요.


 BLNK이 전달하는 메세지도 허투루 들을 수 없습니다. 다소 난해하긴 합니다만, BLNK이 이번 앨범을 내면서 연 사이트에 설명을 참고하면 흐름이 보입니다. "FLAME"이 말하는 불은 뜨겁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원을 그리며 장작을 주워' 불을 피우는 단계를 기준으로 앨범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지는데, 어쩌면 불을 피우고 그로부터 사랑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끌어내는 후반부가 좀 루즈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전반의 시작을 담당하는 "Love Is"와 후반의 마무리를 하는 "FLAME"이 각 파트와 상반된 분위기를 하며, 서로 질문과 답의 관계를 맺는다는 건 참 인상적인 구조입니다. BLNK은 앨범을 통해 불을 피워내고, 그 안에서 사랑의 답을 발견합니다. 그가 홈페이지에 쓴 글을 보면 불을 피우기까지가 고통스러운 단계였음에도 좀 더 힘차게 묘사되었다는 것도 생각해볼 부분이군요.


 이번에는 들으면서 넉살의 "작은 것들의 신"이 생각났습니다. 호불호가 강할 수 있는 톤을 조금 더 또렷하게 다듬었으며, 음악적으로도 메세지적으로도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담아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후반부에 가서 루즈해지는 진행을 단점으로 꼽을 수도 있겠지만, 의미를 생각할 때 저는 결점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진 않네요. 참, 흐느적거리는 목소리는 비슷한 건데 이렇게 단단한 작품을 만들어내다니, 놀라운 앨범입니다.



(10) Mac9 - Fresher Than Mo' III (2020.3.5)


 "Fresher Than Mo' III"는 제목에서 보듯 "FTM"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전작 II로부터 11개월만에 나오는 신작이죠. Mac9의 음악을 들으면 거의 무조건 그의 목소리가 먼저 귀에 들어옵니다. 유니크한 목소리는 그의 정체성을 손쉽게 결정해주는 개성이자 다루기 힘든 무기로 존재해왔습니다. 전작에 대해서 이 시리즈에서 쓸 때 목소리의 멋을 충분히 못 살린 거 같다, 그 톤을 서포트해주는 프로덕션과 가사를 못 만났다 라고 얘기한 적 있는데 (사실 지금 와서 들어보니 너무 트집을 잡은 글 같긴 하지만;), 그게 다루기 힘들다는 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겁니다.


 본작은 이번에는 조금 다른 어프로치를 택했습니다. 밝은 분위기의 싱잉 트랩을 주로 삼아왔던 이때까지와 달리 "Fresher Than Mo' III"는 하드 트랩이 메인 줄기를 이룹니다. 오토튠을 버리고 랩 스킬로 승부 보는 트랙도 있습니다. 비교적 화려한 피쳐링진을 대동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엔 Mac9만의 목소리만 담겨있기도 하죠. 취향 탓일지, 저는 이번 전략이 맘에 들었습니다. 우선 Mac9 목소리는 오토튠을 씌워봤자 별 효율을 못 느꼈습니다 - 이미 필터 걸린 목소리니까요. 더불어 하이톤인 목소리를 이번 랩에서 더 날카롭게 다듬어 무기처럼 찔러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콸라가 살짝 연상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랩 스킬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다양한 톤의 운용도 맘에 들었습니다. Mac9의 톤은 유니크한만큼 쉽게 질리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앨범을 이끌어가긴 살짝 힘에 부치는 감이 있었고, 그래서 이런 다양한 모습이 눈에 띄는군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아직 보완해야할 부분은 있을 겁니다. 가사적으로는 여전히 신선'해보이는' 비유를 끌어다쓰는 수준에 머물러보이며, "9 on Fleek" 같은 곡은 파워를 조절 못한 나머지 리듬감 같은게 꺠져보였습니다. 하지만 전작보다 귀가 더 즐거웠었기에 이번엔 단점들이 크게 인지되진 않았습니다. III가 II보다 낫다기보단, 제 취향에 더 적합했던 거 같습니다. Mac9이 이 스타일대로 밀고 나갈 것 같지도 않고요 (애초에 이 앨범 전까지 발매된 싱글들은 거의 기존 스타일대로였습니다). 그래도 다음 작품은 좀 더 팔짱을 풀고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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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3-14 21:30:58

밀렸던 감상을 싹 하다보면

안 밀리는 때가 오겠지요?

그날은 반드시 오겠지요?

WR
2020-03-14 22:41:05

시리즈 75 (+외전 5편)편 진행하면서 두 번 밀린 거 따라잡아봤습니다!ㅋㅋ

2020-03-14 22:06:59

윤비 앨범 들어보겠습니다
던말릭 리뷰도 기대할게요

WR
2020-03-15 13:49:31

네넵~

2020-03-14 23:16:14

디피알라이브
스윙스
블랭
저와 감상이 비슷한 화제작들이군요!
던말릭은 다음 편에서 기대하겠습니다!

WR
2020-03-15 13:49:15

오 비슷하다니 좋군요
던말릭은 다음 화의 1번으로 대기 중입니다ㅋㅋ
타미 클래지는 어떠셨어요?

2020-03-15 18:19:40

타미 클래지는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좀 감칠맛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장르적 만족도는 있는데, 뭔가 아쉬운... ㅎㅎ

제 앨범을 들을 때 사람들이 느낄 감정 같네요 ㅋㅋㅋ

2020-03-25 21:49:09

오늘 세번째 돌렸는데 좋네요!
역시 사람이던 음악이던 세번은 만나봐야...ㅎㅎ
(outro가 좀 깨는 거가 옥에 티 ㅠㅠ)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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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7 09:54:18

ㅋㅋㅋㅋㅋㅋㅋ대신 그후 보너스 트랙은 좋지 않나요
근데 뭐 감칠맛 없다가 적정한 평인거 같긴 합니다ㅎㅎ

2020-03-27 09:57:31

맞아요! 아웃트로 실망을 상쇄할
보너스트랙! 역시...ㅎㅎㅎ

2020-03-15 03:37:01

코아화이트 이번 작은 애플뮤직에 늦게 뜬지라 아직 감상을 못 했는데,이전 작들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걍 내려놓고 듣는게 편하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WR
2020-03-15 13:47:28

그래도 뭔가 야악간씩 힙합스러워지긴 했습니다 이번껀. 정신이 혼란스럽긴 하지만ㅋㅋ

2020-03-15 14:02:43

이런 분이 vv2를 작곡한 장본인이라는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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