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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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7 00:44:31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슬슬 다시 앨범들이 밀려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스타에 올릴 포스트마저 밀려가고 있어요.

제 새 믹테가 나올 때쯤(!)해서 다시 1일 2앨범 업로드로 바꿔야할 거 같군요. 여유롭고 좋았는데 흑.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안녕하신가요. 이게 진짜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기보다 이로 인해 바뀐 생활상에 의한 정신적 피해가 너무 크네요. 다들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참, 저저번 시리즈 글에서 Rovxe와 IFI를 동일인물로 적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인스타 글은 수정해놨고, 여기다가는 수정 리플을 달았는데 왠지 다시 읽는 분은 없을 거 같아서 한 번 더 언급합니다.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YEYEBEEN - Cotton! (2020.1.24)


 처음에는 지나쳤던 앨범인데, 여성이라는 점에서 (진부한 이유인 건 알아요 흑), 태풍 님의 추천 글에서, 그리고 이후 ITOWNKID에 피쳐링한 부분에서 이름이 기억에 남아 뒤늦게 찾아보게 된 앨범입니다. 더 찾아보니 작년 "수퍼비의 랩학원"에서 2차까지 올라간 기록이 있더군요. 당시 했던 벌스에서는 3-4년 음악을 헀다는 걸 음악을 하는데 사운드클라우드 상으로는 1년 어치의 음원이 쌓여있고, 작년 봄에 "0 ≠ FOREVER"라는 믹스테입도 하나 낸 것 같습니다.


 그런 다른 흔적들을 보면 나름 트랩 장르로, 플로우 느낌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둔 랩인 듯한데, "Cotton!"은 그보다는 포근한 분위기의 곡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를 위해 YEYEBEEN의 보컬이 꽤 많이 등장하는 편이고요. 여성 치고는 로우톤에, 늘어지는 듯한 발성이 이런 여유로운 분위기에 상당히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조심" 같은 트랙은 Yuzion이 연상되는 전형적인 트랩 곡에 가깝지만, 전체적으로 멜로디 라인도 무드에 조화롭게 잘 짰어요. 이와 같은 맥락으로 전곡의 비트를 제공한 JIRIM IN PANT$도 좋은 비트를 준 것 같습니다 - 예전에 Laptopboyboy의 워크샵 앨범에서 처음 본 이름인데, 비슷비슷한 트랩 비트메이커일 것 같더니 이런 것도 찍는군요.


 로우톤의 목소리는 특징적이지만 때로는 너무 늘어지게 만들어서 곡이 많이 지루해지게 하기로 합니다. 이건 YEYEBEEN 본인의 단점이라기보단 평소와 다른 컨셉으로 이번 앨범을 작업하다보니 나타난 일시적인 문제일 거라 생각해요. 다만 앨범 컨셉이 이렇기 때문에 가사가 좀 중요했다 보는데, "LOTSO"만은 괜찮았지만 다른 곡 가사들은 아쉬운 부분은 많았습니다. 일단 영어로 된 부분은 가사 해석이 부업인 제가 해석이 안 되는...; "조심"처럼 훅과 벌스 1, 벌스 2의 내용이 전부 따로 노는 (세상이 위험하다 - 동생에 대한 사랑 - 술 싫다?) 경우도 있었고요. 이것 역시 좀 다른 걸 시도했기 때문에 나타난 문제일까요?


 해서 저는, "Cotton!"도 괜찮은 첫만남이었지만, 본인이 더 잘 하는 분야가 다른 데 있을 거 같아서 그렇게 이루어진 앨범을 추후에 보고 싶군요. 여기서 다 말하거나 구체적으로 확인하진 못 했지만 아직은 개선의 여지는 여기저기 보이긴 합니다. 이후 앨범에서 본인 '전문 분야'로 왔을 때 장점이든 단점이든 지금보다 더 부각되는게 있을테죠. 물론 발전상도 기대를 하면서 기다려보겠습니다.



(2) 권을 - Save Me (2020.2.13)


 권을은 과거 The Egobomb이라는 듀오로 활동했던 래퍼입니다 - 이 팀은 해체한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뭔가 낸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중이네요. 대략 1년 전 이 시리즈로 소개했던 관우가 다른 한 명의 멤버이고요.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Sniper Sound에 몸 담았다가 좀 안 좋게 헤어진 후, 관우는 Special One, 권을은 Don Ash라는 이름으로 바꿨다고 되어있는데, 공백기 후 낸 앨범이자 본인에게는 첫 솔로 작업물인 "Save Me"는 '권을'이란 이름으로 다시 냈습니다. 엔지니어링에 Kawn Woo가 참여했다고 크레딧이 표기되어있는데 이게 진짜 스펠링을 이렇게 바꾼게 아니라면 맞춤법충으로 심히 거슬리는 부분입니다.


 The Egobomb 자체가 뭔가 획기적인 음악을 하는 팀은 아니었고, 대중적인 힙합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팀이었죠. "Save Me"는 촌스러움을 비껴가기 위한 노력의 흔적은 있지만 음악에 대한 기대는 그 정도로 생각하면 적절할 듯합니다. 비판이라기보다는 작업 방향 자체가 그런 쪽인 셈이죠. 편하게 보면 흠을 잡을 데는 크게 없습니다. 대중적인 스타일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딜리버리나 가사 전개가 상당히 깔끔하고, 싱잉을 시도한 두 트랙에서 만든 탑 라인도 나름 매력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전곡 프로듀싱한 비트들도 적당한 수준에서 큰 하자 없이 뽑혔고요. 결국 문제는 그 애매모호한 단어 - feel입니다. 들을 땐 괜찮다고 하지만, 듣고 나면 크게 남는 것이 없는 무난무난한 앨범이었습니다. 아티스트로써는 제일 극복하기 어려운 벽이겠죠.


 우선 앨범이 긴 공백기 후에 나왔고 전달하는 가사 내용들을 봐도 자기 힐링을 위해 만들었단 생각이 듭니다. 약간의 쉴드 같아보이지만 워밍업이란 의미겠죠. 때문에, 후에 권을이라는 아티스트는 어떻게 기억될지는 시간이 지나서 판단해봐야겠습니다.



(3) goi - boy's weep (2020.2.14)


 고등래퍼 3에 최진성이란 이름으로 출연했던 goi는 방송에선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 했습니다. 자기소개 무대에서 "개개풀어지다"라는 감성적이고 차분한 곡을 자신의 스타일이라 소개했음에도, 그저 방송이었기에 턴업되는 무대에 억지로 끼워맞춰졌기 때문이죠. 뭐 방송 당시 가사나 과거 Gcityboi로 활동한 흔적을 디깅해보면 NFL 크루였던 거 같으니 완전 낯선 건 아니었겠지만, goi의 스타일은 그때부터 이모 힙합 쪽이었던 셈입니다.


 방송에서 친한 사이로 그려졌던 ITOWNKID와 거의 비슷한 시점에 나온 앨범이지만 성격은 상당히 다릅니다.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 뿐이지만 강렬한 락 사운드는 GEMma를 떠올리게 합니다 (둘은 실제로 서로의 앨범에 피쳐링 참여를 했죠). goi의 퍼포먼스는 기존 이모 힙합 아티스트들과 크게 벗어나는 건 아니지만, 본래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기반으로 부드럽게, 또는 강렬하게 운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게 들렸습니다. 또 라임과 반복으로 만들어내는 리듬감도 재밌게 들을만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다만 덕분에 가사가 너무 압축되어서 억지스럽게 보이는 건 단점이긴 하군요. 앨범 사이 껴있는 두 개의 인스트루멘털도 전체 흐름에서 자연스러웠습니다.


 어린 나이를 언급하지 않아도 나쁘지 않게 만들어진 이모 힙합 앨범 같습니다. 지나치게 무거워서 쳐지기 쉬운 장르이지만 락 사운드를 적당히 섞어서 특징 있게 만들고, 앨범의 흐름도 입체적으로 변한 듯하군요. 깔끔하게 들을만 했습니다. 여전히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goi의 재능이 어디까지 갈지는 지켜볼만할 것 같습니다.



(4) Euroko Pizza - Pizza Break Vol.3 (2020.2.17)


 피자 브랜드 Euroko Pizza의 큐레이션에 따라 나오는 컴필레이션, 벌써 세 번째입니다. 이 독특한 컴필레이션이 3편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데에 우선 반가움과 감사를 표합니다. 이번에도 Loky Beatz의 총괄 프로듀싱 아래, 흥겹게 들을만한 곡 다섯 곡이 선정되어 수록되었습니다. 차이라면 "Cheese Stick" "Drip" 등 가볍고 통통 튀는 바이브에서 벗어나는 곡이 등장했다는 점인데, 딴 건 다 그렇다 치는데 Bully Da Bastard는 여기에서도 이렇게 랩을 해버렸군요 OTL. 기린과 Futuristic Swaver의 곡은 기존 색깔을 잘 지키면서 들을만한 곡을 취입했고, 앨범에 한 곡씩은 힙합에 한 발만 걸친 곡이 하나씩 있었는데 이번엔 B JYUN & Catchup이 그 역을 맡았습니다 - 콜라보 앨범이 있던데 그걸 모르고 지나쳤었네요. "SOVISIONARY"로 B JYUN을 기억하고 있었어서 상당히 신선했네요.


 이 시리즈는 버블검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비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가볍고 톡톡 튀는 느낌의 신선한 조합은 어쨌든 늘 반기게 됩니다. 특히 컴필레이션이 거의 사라진 씬이라 더 그렇습니다. 오래오래 이어지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GROSTO도 이쯤이면 신작이 나올 법 한데..



(5) ASNP - SEOLPYO PAPI SEASON (2020.2.17)


 작년 11월에 첫 앨범을 발표했던 ASNP의 두 번째 앨범입니다. 이번에는 SEOLPYO PAPI라는 낯선 이름의 래퍼가 전곡에 참여하여 사실상 콜라보 앨범이라고 봐도 무방한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ASNP의 비트는 이전 앨범과 비슷하게 심플하면서 통통 튀는 느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트들이 각자 비슷비슷하지만 그래도 메인 악기의 느낌이 조금씩은 다르거든요. 그 위에 SEOLPYO PAPI의 랩이 중심을 잘 잡고 있고, 특히 가사적인 센스가 괜찮아서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톤이나 플로우가 확 잡아끄는 건 없어서 단독으로 참여한 곡은 밋밋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재벌총수" 같은 곡은 메인 악기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제일 심심한 곡입니다). 그래도 초반 세 곡의 경우 이런 심심한 공백을, 제2의 콜라보 파트너랄 수 있는 Young Trill의 타이트한 로우톤 랩이 잘 메꿔줘서 좋은 케미를 보여준듯 합니다. 다섯 곡 정도의 작은 규모인 것도 앨범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전체적으로, 비트메이커의 앨범이라는 것에 굳이 집중하여 듣자면 전작과 비슷한 감흥이지만, 래퍼 한 명을 중심으로 짧고 굵게 앨범을 전개시킨 전략은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전작에 대해 썰을 적을 때 좀 부정적으로 적었던 거 같은데 이번에 다시 들어보니 마찬가지로 가볍게 즐기기엔 좋더라고요. 너무 트집 잡으려는 태도를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느꼈습니다;



(6) 희재? - 어색한 표정도 환영 (2020.2.19)


 Layer One이란 이름으로 활동해왔다는 비트메이커 희재?의 첫 앨범입니다. Layer One이란 이름을 들어본 것도 같은데 어디서였더라... 뭐 이런저런 트랩 앨범에서였겠지... 라고 생각하고 앨범을 듣고는 크게 당황했습니다. 본 앨범은 상당히 난해한 색을 띄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기계적인 소리를 메인 악기로 삼아 루프를 만들었으며, 피쳐링한 뮤지션에게는 극도로 불친절한 전개로 멜로디를 얹는 것은 물론 어디서부터 어디가 한 마디인지도 파악하기 쉽지 않은 비트들이 포진해있습니다.


 다양한 피쳐링진을 초빙하여 비트와 함께 들려주는 전형적인 컴필레이션 앨범의 형태지만 다른 앨범보다도 피쳐링진들이 빛을 발하는 앨범인 듯합니다. 이런 비트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B-Free, 원슈타인, 얼돼, Basick 등의 유수의 래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비트를 해석하고 풀이하는 것은 상당한 장관입니다. 특히 B-Free, 음악적인 감각이 뛰어난 건 알았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탈 줄은 몰랐네요. 


 반면 비트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움은 남습니다. 이런 류의 음악이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기는 한데, 전곡이 노이즈를 악기로 다룸에 있어서 비슷한 접근을 해서 (기계가 가동되었다가 꺼지는 듯한, 상승했다가 하강하는 느낌의 소리를 한 단위로 루프를 돌리는 것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비트 별로 차별점이 크지 않습니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랩을 다 걷어낸다면 어느 곡이 어느 곡의 인스인지 맞추기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이 분야에서 아무래도 먼저 생각날 수 밖에 없는 FRNK와 비교를 하자면, 그 역시 비트 별로 차별점은 약했지만 나름의 노력이 있었고, 특히 중간중간 비트 브레이크로 목소리 없이 '음악'만의 온전한 힘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희재?의 앨범은 이런 면에서 아이러니하게 참으로 평범하다고 느껴집니다.


 과감한 시도는 환영하지만 그저 과감함만으로 끝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피쳐링진을 섭외하고, 그들을 (포괄적인 의미로) 프로듀싱하는 것이 그의 장기였을 수도 있습니다 - 이 부분은 잘 되었다고 저도 생각하니까요. 그래도 결국에는 비트메이커의 앨범인 바, 끝내 남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군요.



(7) oceanfromtheblue - episode ii (2020.2.20)


 한달 반만에 나온 oceanfromtheblue의 신작으로, 전작 "khaki"와 이어지는 일종의 디럭스 버전 개념으로 나온 앨범이라고 합니다. 전작에 비해선 살짝 작은 규모로, "khaki"와는 다소 상반되는 무드를 담고 있습니다. "Mmm" 같은 곡이 있긴 했지만 전작은 감성 짙은 얼터너티브 R&B로 곡들을 채웠으며, "사랑해" "너를" 등으로 대표되는 순수한 감정이 눈에 띄었습니다. 반면 본작은 트랩 앨범에 더 가깝습니다 - 마찬가지로 "안정" 같은 상반된 분위기의 곡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비트와 조밀해진 플로우, 그리고 단순화된 멜로디 라인 등이 차이점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같은 사랑을 다루더라도 조금 더 찐하고 섹시한 느낌이 나며, "FAN"과 같은 스웩 곡도 전작에서는 생각 못 했을만한 주제입니다.


 디럭스 버전이라는 의미를 생각해볼 때, 상반된 분위기로 oceanfromtheblue의 이면과 능력의 스펙트럼을 과시하는 아이디어는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듣는 사람의 취향이 어느 쪽이든 oceanfromtheblue의 능력을 알게 해줄 수 있는 맞춤형 프로젝트인 셈이죠. 저의 취향을 말하자면 예상하셨을지 모르지만 "khaki" 쪽이고, 사실 "episode ii"의 비교적 반복적이고 단순화된 멜로디와 훅 메이킹이 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트랩 삘의 멜로디 전개다보니 전작만큼 터져주는 부분이 적기도 했고요. 이미 oceanfromtheblue가 음악을 잘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khaki"보다는 덜 기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그래도 그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본작은 전작과 연계하여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기엔 충분하고도 남는 탄탄한 앨범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pisode ii"가 아쉬웠다고 oceanfromtheblue에게 아쉽지는 않습니다. 다음 앨범에선 또 좋은 음악을 들려주리라 믿어봅니다.



(8) yovng trucker & Posadic - yt4*chill (2020.2.21)


 ...우선 yovng trucker는 자신의 정체를 굳이 숨기지 않는 거 같으니, 이 글에서는 Qwala와 혼용하여 쓰도록 하겠습니다. Posadic은 개인적으론 낯선 이름인데, 2017년 즘부터 활동을 시작한 트래퍼인 듯하군요. 작년 앨범까지도 FD (Freaky Drinky)라는 크루에 속해있다고 나오는데, 현재까지 있는 단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창모의 샤라웃을 받기도 했다죠. yovng trucker와 Posadic의 콜라보는 이 앨범이 처음이 아닌데 작년 나온 Posadic의 앨범에 yovng trucker가 참여했고, Qwala의 "DUMB TRUCK"에 Posadic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낯익은 게 Qwala다 보니 그의 목소리가 먼저 귀를 때립니다. 안 그래도 독특한 목소리에 오토튠을 입혀 현란하게 싱잉을 구사하다보니, 거의 EDM 곡에 쓰인 신디사이저 듣는 것마냥 화려합니다. Posadic의 랩은 yovng trucker에 비해서는 평범한 편이지만 yovng trucker가 과할 정도로 올려놓은 텐션을 이어받아 밸런스를 맞추면서도, 그루브감을 놓치지 않는 좋은 파트너의 역할을 합니다. 앨범 곡의 절반 정도를 프로듀싱했을 뿐만 아니라 훅 메이킹 능력도 좋아서, 전체적으로 yovng trucker가 프론트맨이라면 옆에서 든든하게 서포트하는 느낌이군요 - 이게 Posadic을 깎아내리는 발언이 된다면 매우 미안한데, 저는 앨범의 좋은 밸런스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소한 아쉬운 부분은 몇 개 있습니다. 과한 에너지는 제어하는 방향으로 가서인지, 가끔은 둘의 역량에 비해 심심하게 느껴지는 트랙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Bookie"). 그리고 수록곡 중 "ASAP"은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는데 비트랑 랩이 불협화음이 나서 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앨범 중 가장 raw한 트랙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를 제외하면 큰 문제 없이 들을만한 트랩입니다 - 에너지를 제어했다고 위에서 얘기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무드는 들떠있어요. 케미도 좋고, 두 래퍼 각자의 향후 작업물들이 어떨지 호기심을 갖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9) 이도 더 나블라 - 저스디스가 했어야 할 말들 (2020.2.21)


 작년 "중독"이라는 충격적인 작업물로 제 뇌리에 박힌 후, 이도 더 나블라는 조용하지만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나갔습니다. evelihood라는 크루에 새로 합류하였으며, Jasin이란 비트메이커와 "흠"이란 팀으로 앨범을 내기도 했고, (이 인스타에서도 다뤘고요) 사운드클라우드에서도 신곡을 발표하고 있죠. 그리고 드디어 첫 '공식적'인 느낌의 솔로 EP를 발표하니 그것이 본작입니다. 당연히 듣기 전부터 제목에 눈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속된 말로 '어그로'를 제대로 끄는 제목이죠. Justhis가 실제로 언급되는 것은 "정의는 무엇인가?" 트랙이고, 3번 트랙에 여러 가사를 인용한 듯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왜 Justhis였는가 하는 의문은 잘 풀리지 않습니다.


 여기서 잠시 Justhis를 빼고 가사를 살펴보면 좀 더 충격적이어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가사의 내용은 대부분 일반적인 상식 혹은 여론에 대치되는 것들, 예를 들면 살인청부업자나 사이비 교주가 되겠단 말이나, 독도가 한국 땅인 것에 대한 뜬금없는 의문(?) 등, 한국인이라면 건드리기 꺼려하는 부분을 거리낌 없이 적고 있습니다. 앨범 소개글에 '도덕과 윤리의 줄타기, 전위, 해체'라는 설명은 이를 얘기하는 것일 겁니다. 그래놓고 (앨범 소개글에 따라) 우상인 Justhis가 이를 얘기해야 했다, 라고 하면 당황스럽죠. 힙합엘이와 힙합플레이야에 이 앨범 홍보글이 올라왔을 때 소수나마 달린 리플도 전부 이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그럼 과연 이 '저스디스'는 Justhis가 맞는 걸까요. 뭐 물론 행보에 논란이 자주 따라다녔던 인물이니 아쉬움을 이런 식으로 토로하는 걸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하필 "정의는 무엇인가?"란 제목을 단 트랙에 유일하게 저스디스의 이름이 등장한다면, 그저 justice의 의미로 인용된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더 재밌는 것은 이 앨범 제목의 어그로에 끌려 우리는 가사에 어떤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있는지 크게 곱씹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정의는 커다란 선과 악이 아니라 그저 가만 있는 래퍼를 안 건드리면 되는 것이었을까요. 너무 꿈보다 해몽이면서 필사의 쉴드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흥미로운 생각을 일으키는 부분입니다.


 음악적인 부분을 언급해봅시다. 전체적인 바이브는 흠의 "Autism"과 어느 정도 유사하지만, 요란한 노이즈와 왜곡된 음성이 사뭇 폭력적으로 펼쳐지는 전개는 주제와도 괜찮게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참여한 비트메이커들도 획기적이랄 순 없지만 의도된 느낌을 잘 전달하는 비트를 제공한 거 같아요. 다만 "중독"을 들을 때와는 다른 것이, "중독" 때는 워낙에 실험적인 장치가 많았기 때문에 이도 더 나블라의 랩을 놓고 따질 이유가 약했습니다. 허나 "Autism"이나 본작은 랩을 좀 더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들릴' 수 밖에 없고, 간간히 이펙트와 필터를 뺀 랩의 민낯이 드러날 땐 조금 아쉬워집니다. 당연히 이 앨범이 멋진 랩 스킬을 보여주려고 만든 건 아닐 겁니다. 허나 테마 때문일는지, 발음과 플로우에 잔뜩 힘이 들어가있고, Kid Milli스러운 현란한 플로우를 버겁게 보여주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물론, 어차피 랩 음악을 하겠다는 것이니 랩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기술적으로 숙련된 편이 좋긴 하겠지만, 이런 류는 랩이 꼭 메인이 될 필요는 없다는 걸 지적하고 싶습니다.


 정말로 아주 단순하게, 저스디스가 해야할 말들을 늘어놓고 싶었다면 개인적으로는 의도에 공감할 순 없을 겁니다. 소리에 있어서는 본인의 아이디어만큼 탁 터져주는 부분은 없는 거 같기도 하고요. 쉽지 않은 길을 들어섰으니 부담도 이래저래 클 거 같네요. 부디 흔들리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씩 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실망보다 기대가 더 크니까요.



(10) 송승민 - yellow light (2020.2.12)


 송승민보다는 아직은 '송래퍼'라는 이름이 더 낯익은 사람이 많을 겁니다. 쇼미더머니 시즌 1에 잠깐 출연 후 Sniper Sound에 입단했던 래퍼죠. 오랫동안 이름을 보지 못했고, 중간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기사화된 적이 있어 그거 때문이었나 했는데, 2018년 9월 송래퍼의 마지막 싱글이 나오고 2019년 7월 송승민으로 개명 후 첫 싱글이 나왔으며, 그 사건은 8월이었기 때문에 공백은 그냥 공백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 소속사가 Sniper Sound로 되어있네요.


 첫 방송 출연 당시부터 해서 젊은 패기의 파워풀한 랩을 보여줄 거라 생각되었지만 사실 이후로 갈 수록 대중적인 노선을 타서 보컬 피쳐링을 대동한 사랑 노래가 주를 이루었던 기억이 납니다. "yellow light"는 이런 대중적인 성향에, 요즘 유행하는 우울함을 섞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비단 팝 코드 짙은 노래만 부르기 전부터도 송래퍼는 (당시에 특히 많았던) 스킬에 치중하지만 개성은 부족한 타입이었습니다. 그리고 "yellow light"도 그렇게 개운한 맛이 있진 않습니다.


 예전 곡들과 비교할 때, 분위기에 맞춰 목소리는 낮아지고 두꺼워졌는데, 여기에 살짝 늘어지는 발음을 섞는 것이 엉뚱하게도 우원재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팍팍 터졌던 파워를 여기에다가 옮기긴 그랬겠지만 조금 답답함이 드는 변화입니다. 더불어 플로우의 단조로움이 과거의 모습을 답습하는 듯합니다. 대부분의 곡들은 무슨 약속을 했는지 전부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을 하는데, 여기에 비슷한 리듬과 쿠세로 무장한 랩이 깔리니 꽤나 뻔한 그림이 완성됩니다. 내고 싶은 느낌은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세련되게 도달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는 듯해요. 진정으로 이 틀에서 벗어난 곡은 "1000/48" 뿐입니다.


 역으로 이런 곡이 좀 더 있었더라면, 제 취향에는 덜 맞았을지언정 조금 더 분위기를 진하게 담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송승민으로 바꾼 후 택한 노선이 이쪽이라면, 아직은 본인의 영역을 구축하기엔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괜히 트렌드에 한 명 더 흡수되는 것 같은 아쉬움은 개인 취향으로 인한 징징거림으로 차치하더라도, 나중에 나오는 음악은 좀 더 듣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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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2-27 13:20:32

이도 더 나블라님의 앨범은 뭐랄까, 메시지 자체는 되게 신선했는데 본문에 쓰신대로 어떻게 이 메시지들이 '저스디스가 했어야 할 말'로 묶일 수 있는지 아리송했고, 랩도 약간 우겨넣는듯한 느낌이 나서 아쉬웠네요.

WR
1
2020-02-27 16:37:28

아티스트 본인과 얘기해봤는데 일단 제껀 확대해석이 맞고ㅋㅋ

상당히 이번 작품에 대해서 많아 아쉬워하고 있더라고요, 스스로 봐도 여러모로 의도한 대로 뽑히지 않은듯

2020-02-27 17:13:00

1번 트랙 비트를 제공하고 믹스도 제가 했는데, 그렇기에 가사를 전부 아는 입장에서 그 제목을 쓰니까 전 솔직히 어그로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해서.. 이번 앨범은 많이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의미를 간단히 보여줘야 할 '제목'이라는 것이 어그로 외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 했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희한텐 제목이 전달이 안 됬었기 때문에.. 당황 그 자체

WR
1
2020-02-28 07:56:37

아하 Jasin 님도 그렇게 생각했군요! 지인의 비판이 제일 정확할 때가 많죠

이도 더 나블라 입장에선 다음에 잘 만회하는게 큰 과제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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