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원쨩-종합+병원
 
1
  291
2020-01-10 23:59:45
  앨범리뷰

차붐의 레이블,레이백레코즈는 몸집을 계속해서 키워나가는 중이다.

다양한 뮤지션을 영입하여 다채로운 조화를 보여주고 있는데,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뮤지션이 바로 이 원쨩이다.

예전에 발매한 싱글 먹잠누티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이번 EP에서도 그 신선한 바이브와 캐릭터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첫 번째 트랙 감방에 핸드폰만 넣어주면 살수있어는 구성부터 굉장히 특이한 곡이었다.

단순한 문장의 어감을 활용하여 리듬감을 형성하는 후렴에서 예지가 살짝 연상되기도 했다.

본인 벌스 마지막에 두 마디 정도를 비워뒀는데,비워놓은 벌스 뒤의 흥얼거림도 가사에조차 표기되지 않은,그야말로 의미 없는 구절이다.

청자들이 어떤 메시지를 느끼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그저 듣기 좋은 사운드를 만드는 것에 치중한 트랙.

이런 시도들이 그간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이 트랙은 너무나도 노골적이었다.

 

이러한 바이브는 두 번째 트랙인 Bad Bad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트랙은 무언가에 고통 받고 있는 듯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분명 뭔가 메시지를 가지고 만든 트랙 같기는 한데..

뜬금없는 얘기지만,이런 점에서 국힙씬에 디보가 끼친 영향력이 엄청나다고 생각된다.

최대한 함축적으로 가사를 써서 청자가 의미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어놓은,하지만 뜯어보면 많은 메시지가 있는 가사.

이걸 한국에서 가장 잘 활용한게 디보,그리고 타쿠와 정도 되겠다.

이 곡의 가사도 의미 없는 구절의 반복이 아닌,디보 류의 함축된 무언가가 아닐까 하고 예상을 해본다.

 

세 번째 트랙 유리고코로.

이 곡은 그래도 분명한 메시지를 띄고 있다.핸드폰 속,인스타그램에 갇혀 사는 노예 같은 생활.

이 곡으로 인하여,앞선 트랙들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더 추측이 가능하게 되었다.

감방에 핸드폰만 넣어줘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그리고 Bad Bad에서 미워하고 질투했으며,사랑하기까지 한 그 무언가.

생각보다 단순한 듯 보이는 이 앨범이 나름대로의 유기성을 띄고 있음을 알려주는 트랙.

 

네 번째 트랙 나의 눈물은 왼쪽으로 흘러도 그녀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들어야 느낄 수 있는 트랙이라 생각된다.

이전 싱글부터 밀어오던 먹잠누티.먹고 자고 누워서 티비보는 삶.그것이 원쨩이 가진 아이덴티티이다.

또 누워있다 질색해

이게 다 내 모습인데 내 모습인데 이게 뭐 어때서 그래

등의 가사가,이런 잉여 같은 삶이 싫어서 본인 스스로도 자괴감을 느끼다가도 이게 본인의 모습이라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So weep weep’이라는 가사,그리고 왼쪽이라는 방향을 굳이 강조한 것은..

왼쪽으로 밀어서 무언가를 지우는,스마트폰의 모션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혹은 인스타 앱을 키고 왼쪽으로 밀면 나타나는 샐카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생각보다 철저한 본인의 세계관..

 

다섯 번째 트랙 샤이닝스타는 빛나는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모습을 나타냄과 동시에,인스타에 갇혀 사는 것이 본인만은 아니라는 것을 동시에 나타내는 트랙이다.

빛을 받는 스타가 되어도,결국 그 스타를 핸드폰을 통해서 바라보는 관객들.

그리고 인스타에 업로드 하는 것이,그 순간을 기억하는 방식이 되어버린 세상.

결국 모두가 핸드폰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다.

 

여섯 번째 트랙 돈이 뭔데 나를 눈물짓게 해는 이 앨범 통틀어서 가장 솔직한 트랙이었다.

결국 본인의 아이덴티티인 먹잠누티,그것도 돈이 있을 때나 행복한 것이고 어쩌면 돈이 없는 자들의 라이프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작 자신은 그런 삶이 슬프지만은 않다는 메시지.

 

생각보다 단순한 듯 보이는 캐릭터이고,곡들의 구성 자체도 굉장히 허술해 보인다.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철저하게 계산된 캐릭터이고,음악에서 보여주는 스킬들도 나쁘지 않다.

전곡의 작곡과 편곡을 맡은 얼돼의 프로듀싱도 뛰어나지만,싱잉을 하며 멜로디라인들을 만들어내는 원쨩의 능력 또한 빛을 발한 앨범.

물론 이런 사운드에 치중한 트랙들과 함축적인 가사는 청자들에게 쉽게 전달되는 방식은 아니다.

굉장히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을 것이고,그것을 극복하려면 엄청 뛰어난 무언가를 들고 오거나 자신의 캐릭터를 더욱 견고하게 확립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를 픽업한 차붐의 안목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면,이 앨범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으로 더욱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5점 만점에3.0.

 

  앨범리뷰
NO
Comments
아직까지 남겨진 코멘트가 없습니다. 님의 글에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