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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리뷰)Lil 9ap-Lil 9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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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9 04:14:14
  앨범리뷰

어쩌면 다들 생소하게 여길지 모르겠지만,lil9ap은 나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래퍼이다.

이전에 공연을 본 기억도 있고,과거 한울 혹은 Airplaneboy라고 불리우던 시절에 냈던 아리랑하우스 등의 곡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캐시뱅과 같이 한 준비라는 곡은 유튜버 빅쇼트님도 칭찬하기도 하였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대다수 리스너들의 기억에는 희미한 이름일 것이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굉장히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고,더군다나 그간 보여준 커리어가 미미한 상황에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재데뷔나 다름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름을 바꾼 결심 만큼이나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낸 이 앨범에 대한 리뷰를 시작해보겠다.

 

첫 트랙 DON머니CHEEZE롱거에서부터,재치 있는 가사가 귀에 쏙쏙 박힌다.

입만 살았다라는 표현은 보통 자조적인 표현이 되기 일수인데,그 살아있는 입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 래퍼의 숙명 아니겠는가.

잔뜩 쌓여서 흘러내리는 돈뭉치를 치즈에 비유하는 것은 흔하디 흔한 작사법이다.

그렇지만,햄버거 등을 먹을 때 입으로 치즈를 길게 늘여놓는 모습에 빗대어 Money longer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솔직히 나는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입,돈,치즈.이 세 단어를 중의적 표현하는,매우 수준 높은 작사 실력을 보여준 트랙이었다.

 

두 번째 트랙 Narita.

누군가는 시국 운운하며 불편해 할 수 있겠지만,일본을 소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때로는 일본어 랩을 즐기는 모습은 그의 음악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자신이 가진 감성을 굳이 눈치 봐가며 숨길 이유는 없지 않은가.

 

곡의 감성은 흔한 사랑노래에 가까웠다.

그녀를 보기 위해 나리타 공항으로 날아가는 상상을 하며,궂은 날씨에도 파란 하늘을 떠올리는 모습이 제법 인상적이긴 했다만..

사실 이 곡을 타이틀로 선정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통통 튀는 비트는 물론 귀를 즐겁게 해주지만,솔직히 다른 트랙들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개인적으로는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세 번째 트랙 Jennie는 또 한번 재미있는 언어유희를 보여주었다.

항 우울제의 일종인 Xanny와 jennie의 발음이 비슷함을 이용한 표현이나,

‘곧 돈 비 내리니까 입어 비옷

우산의 모양은 ㅅ(시옷)’

같은 언어유희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진 듯 보이는 가사,그 속에서도 치밀하게 짜여진 라임은 흡사 기리보이를 보는 듯 했다.

 

네 번째 트랙 Seiko는 마치 시국 운운하는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한.영.일어가 혼용된 랩을 선보이며 귀를 자극한다.

심지어 용기 있게 뭐든 하라는 오왼의 가사는 아예 쐐기를 박는 듯 했다.

 

일본어를 전혀 몰라서 가사의 의미는 알 수 없지만,요즘 같은 시기에 이런 시도를 보여준다는 것 만으로도 일본어를 모르는 나 같은 리스너들에게 어필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다섯 번째 트랙 Poo Poo는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운 트랙이었다.

본인은 철저히 훅을 맡고,피쳐링 표기를 보지 않는다면 이게 불리의 래핑인지 눈치채지 못 할 만큼 로우톤과 로우파이의 래핑..

너의 shit은 말 그대로 shit이니 똥내가 나고,나의 shit은 새롭게 느껴진다는 의미의 훅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Shit은 사실 똥이라는 뜻이나 욕설처럼 받아들여지지만,다른 의미에서는 감탄사처럼 쓰이지 않는가.

2분도 안 되는 트랙인데,진짜 들으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여섯 번째 트랙 Ballad는 제목에서부터 싱잉을 비꼬기 위함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라드 감성의 흔한 사랑노래를 의도적으로 배치함과 동시에,가사는 앞선 세 번째 트랙,Jennie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진 듯한 모습을 보이니 말이다.

진지하게 만든 곡인데 내가 이런 식으로 해석을 한 것이라면 굉장히 미안한 일이겠지만..

 

일곱 번째 트랙 ☆☆.제목이 별똥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느껴지는데,영에 제목은 Sadanjang이다..

약간 장난인가 싶기도 하고 참 이걸 뭐라고 받아들여야 할지..

 

곡 자체는 슬픈 감성의 이별노래고,훅을 들으면 내가 왜 제목을 별똥별이라고 받아들였는지에 대해 모두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피쳐링으로 참여한 황세현이라는 래퍼가 굉장히 인상적인데,아마 중학생으로 알고 있다.

어린 나이에 뱉기에는 당돌한 가사이지만,오히려 그런 중2병 스러운 감성이 이 곡에 잘 어울렸다.

그래서 영어 제목도 중2병 스러운 감성으로 지은 것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여덟 번째 트랙 I lo<3 cubase는 뻔뻔함과 허슬을 동시에 나타내는 듯 했다.

‘내 여친은 큐베이스를 질투해’라는 표현이,여친의 질투를 받을 만큼 작업을 많이 함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한다면,

‘너가 먼저 안녕을 말해주길’,’너가 적어준 편지는 버리겠어’ 등의 가사를 넣음으로써 오히려 뻔뻔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청자의 즐거움을 유발하는 포인트들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 하다.

 

이것은 언에듀가 들려주던 허언스웩과는 결을 달리한다.

실제로 허슬을 하고 있음을 나타냄과 동시에,허세 스러운 모습을 같이 내비치는 것이니까.

뻔한 듯 보이지만,알고 보면 변칙적인 가사라고 할 수 있겠다.

 

아홉 번째 트랙 Fetty wap type beat.

이 곡은 피쳐링으로 참여한 하회와 모아이가 정말 문자 그대로 날라다닌 트랙이다.

제목,그리고 곡의 스타일은 분명 이국적인 느낌이지만..하회와 모아이 특유의 동양적인 느낌이 결합되면서 정말 매혹적인 트랙이 탄생하였다.

 

열 번째 트랙 skbdbd는 전형적인 트랩,그 자체였다.

짧은 트랙 안에 각자의 스킬을 뽐내는,청각적 쾌감 그 자체에 집중한 트랙.

여담이지만,캐시뱅도 랩을 참 잘한다.

 

아쉬운 점이 아주 없는 앨범은 아니지만,전체적으로 완성도가 굉장히 높은 앨범이다.

이름을 바꾸면서 마음가짐도 초심으로 돌아간 듯이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그 동안 조금씩 쌓아온 연륜은 어디 가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거의 모든 트랙의 작곡에도 직접 관여를 해가며,사운드적으로 엄청 신경을 쓰는 모습까지.

그 동안 자신이 이름을 알리지 못 한 이유가 무엇인지,철저한 분석 끝에 답을 얻어낸 듯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명반들이 정말 많이 나왔지만,이 앨범이 그것들에 꿀릴 점은 전혀 없는 듯 보인다.

 

5점 만점에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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