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OPENMIC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61
 
3
  422
2019-12-04 22:47:29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날씨가 추운데 다들 잘 살아계신가요. 괜히 다시 한 번 외쳐보면 여기는 시베리아도 이기는 철원입니다

서울에 갈 때마다 해외여행하는 기분이... 아무튼.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BaDa_kokkiri - Pain My Life (2019.11.22)


 BaDa_kokkiri의 허슬은 9월 나온 "Age of Tune Star" 이후에도 이어져, 앨범 발매 직후에 새 믹스테입 연작이라면서 곡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는 LP "Love My Life"와 EP "Pain My Life"가 새로 올라와있으며, 저는 사클 디깅을 잘 안 하는 관계로 최근에야 이를 발견하고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일곱 트랙 중 3-1-3의 비율로 앨범 커버가 원색과 흐릿한 색, 그리고 흑백으로 변해간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곡의 분위기에 따른 변화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죠. 2번 트랙에서 "인디 롹스타"를 얘기하는데, 결론적으로 여기에서의 롹스타는 이모 힙합의 범주에서 떠오르는 그 이미지입니다. 예전 같은 대환장 파티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BaDa_kokkiri는 이 앨범에 대해서 "감정을 담는 법을 연습 중이다"라고 코멘트를 붙였고, 그로 인해 이번 앨범 (그리고 여기선 세세한 언급은 안 하지만 "Love My Life"까지)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차분합니다.


 이는 우선 예전의 모습을 기대하던 이들에겐 김 새게 다가올 것입니다. 아티스트의 스타일 변화는 고유 권한이니 리스너가 적응해야할 수 있겠지만, 저 역시도 이러한 스타일로 오면서 예전의 에너지가 식고, 사클 등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싱잉 랩 스타일로 변한 거 같아 아쉽습니다. 초반 "원색 커버" 트랙들은 중용을 택한 것인지 샤우팅이 많이 들어갔는데, 이건 오히려 어정쩡하게 섞인 느낌이 듭니다 (뜬금 없이 악! 소리 지르는 거 같은 부분이 몇 군데 있어요). 이 와중에, 집중을 분산(?)시킬 것이 없어서 그런지 1차원적인 가사가 더 귀에 많이 들어옵니다. 


 뭐 본인 말대로 '연습' 단계라면 지금은 과도기로 볼 수도 있겠죠. 멜로디 자체는 짜는 능력이 괜찮았던만큼 지금도 들을만 합니다. 굳이 이전 스타일로 돌아오라고 시위를 하거나 (사실 지금도 사클에 올라오는 몇 곡은 이전 스타일) 희망을 버리거나 하진 않겠지만, 처음 주목을 받게해준 이유는 이것이 아니었을 것 같아, BaDa_kokkiri가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2) Viann - The Baker (2019.11.23)


 Viann이 전곡 프로듀싱을 맡았던 앨범은 꽤 있습니다. Khundi Panda와 함께 한 "재건축", ODEE와 함께 한 "Open Monday"에 서리 크루 컴필레이션도 있죠. 곡마다 앨범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특유의 묘한 바이브가 늘 있었기에, 이 정규 앨범도 그런 색깔로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건 Viann을 과소평가한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그의 정규 앨범에서는 좀 더 스펙트럼은 좁아졌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곡은 피아노와 신스를 메인 악기로 삼은 일렉트로니카 경향이 짙은 곡들입니다. 그러나 표현이 더욱 와일드해졌죠. 불협화음과 템포 변화 등 가창자와 청자에게 불친절하게 다가가는 태도는 여전한데, 그게 훨씬 고삐가 풀린 느낌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전작들, 심지어는 그의 1집 "Les Viann"과 비교해봐도 말이죠. 저는 피쳐링진에 래퍼보다 보컬이 더 많다는 점을 신기하게 보았습니다 - 사실 보컬에겐 따로 멜로디가 있기 때문에 반주와 화음이 마땅히 맞아야할 것인데, Viann의 비트는 그런 여지를 잘 제공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 위에 또다른 기묘한 하모니로 자리할 뿐입니다. 거기에다 절제된 표현으로 압축된 피쳐링 보컬들의 벌스는 Viann이 치밀한 계획 하에 이들을 기용하고 지휘했다는 걸 말하는 듯합니다 - 말마따나, 목소리를 악기로 쓴 거죠.


 한편으로 좀 더 전작과 비교를 이어간다면 화려하고 격앙되었다고 표현할만한 전작과 달리 이번 곡들은 의도적으로 비우고 뺀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미니멀하고 때론 앙상한 이 구조들은 위에서 말했던 점과 맞물려, 짧게 요약해서 이 앨범을 난해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The Baker"의 Viann을 FRNK와 비교하였는데, 듣고 나서의 당황스러움을 간접적으로 말하는 거라 생각이 됩니다. 하여, 첫 문단에서 말한 것과 같은 기대를 가지고 앨범을 들었다간 실망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이런 음악들은 소리에 대한 섬세한 연구와 계산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견 Viann이 이때까지 래퍼를 위해 내주었던 자리를 도로 빼앗고 숨겨둔 야망을 펼치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친절한 앨범이 아니라는 건 저 같은 음알못에겐 약점 아닌 약점이긴 합니다.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저는 Viann과 다른 래퍼, 크루와의 콜라보를 다시 기다리게 될 거 같습니다.


PS 위에서 살짝 아는 척을 했지만 실은 이 앨범을 '2집'이라고 설명하는 걸 보고 나서야 "Les Viann"이란 앨범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 그래서 "The Baker"와 함께 가볍게 들었고, 과거 앨범 감상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는게 제 스타일이긴 하지만, "Bad Dancer"는 Jinbo의 곡 중 가장 충격적인 곡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군요.



(3) Loxx Punkman - Red Apple (2019.11.23)


 이번 앨범 설명글에서 Deepflow는 Loxx Punkman을 타란티노 감독에 비유했습니다. 상당히 적절한 비유입니다 -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드러나는 개성적인 폭력성은 Loxx Punkman의 걸걸한 랩과 비슷해보입니다. 전작들에서 그는 이것의 힘을 조절 못 해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었고, 대략 Ash Tag에서 "Mr. Punkman" "Outraged Flavor"로 오는 디스코그래피를 이어 들어보면 이 비판을 의식한건지 다른 이유인지, 조금씩 힘을 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Red Apple"은 그 맥락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뭐, 쇼미더머니 시즌 8에서 잠깐 비친 모습은 거칠었지만 (즉, 라이브 무대에선 다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 앨범을 들은 사람들은 그가 과거 "정의구현"에서 보여줬던 성난 황소 같은 모습과 매칭을 시키긴 어려울 것입니다. 듣는 입장에선 확실히 부담이 덜하고 Loxx Punkman의 가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컨셔스 래퍼와 비교하냐며 성을 내는 그이지만 사실 제 의견으로 그의 가사는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상대를 놀리는 센스 가득한 비유와 수준급의 스토리텔링, 좀 더 구체적인 예로, 부적절한 성관계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FO!"처럼 깔끔하게 표현하는 건 분명 능력입니다. 만약 컨셔스 랩과 아직도 비교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개인 취향과 객관적인 레벨을 혼동한 게 아닌지 조심스럽게 주장해봅니다.


 다만 위에서 말했던 '작아지는 목소리'에 있어, Loxx Punkman의 지향점이 지금은 어디 있는지 조금 궁금해집니다. 앨범 사이사이 등장하는 골든 에라 붐뱁에 대한 오마주는 그 시절의 감흥을 전달하고 싶은게 아닐까 싶지만 전곡을 담당한 프로듀서 b4d character의 비트는 뭔가 맥아리가 없고, Loxx Punkman은 뱉기보단 읊조릴 때가 많습니다 - 초반 2분 가량의 트랙들이 이어지는 구간은 마치 인터루드가 이어지는듯한 느낌이었어요. 이를테면, "MOVE LIKE"에서 Loxx Punkman을 움직인 노래가 이런 노래는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겁니다. 가사는 노빠꾸인 거 같은데, 사운드는 왜 이렇게 사리는 거 같을까요.


 과거에 있었던 넘치는 힘이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것은 이를 센스 있게 조절하는 데에 포인트가 있었지 완전히 버리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앨범을 듣기 전 기대치가 이번에도 빌런이었나 싶지만, 저는 VMC의 서포트 아래 적절한 화력을 느낄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가 지향점을 다른 것으로 바꾸었다면 제가 인정하고 앞으로 포커스를 바꾸어 들어야할 문제겠죠. 다만 주관적 취향으로, 과거 앨범 중 "Mr. Punkman" 정도의 밸런스가 제일 좋았고, 새로운 Loxx Punkman은 적응하는 데 다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4) RAVI - Limitless Pt.2 (2019.11.23)


 흠... RAVI의 허슬과 비례하여 제가 그에 대해서 할 말은 줄어들어가는군요. 뭐, 2주 전에 나왔던 Pt.1과 비교하여 이번 앨범은 특징이 분명합니다. 화려하고 역동적이었던 Pt.1에 비해 Pt.2는 차분하고 감성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죠. 색깔이 분명하게 파트를 나누는 걸 전 좋아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맘에 들고, 더불어 음악이 차분해졌기 때문에 특유의 추임새가 좀 줄었다는 것... 하지만 그 외에는 예상 그대로입니다. RAVI의 노래 뿐만 아니라 사실 거의 모든게 예상대로죠. 그나마 벗어나는 건 피쳐링진들 정도일까요. 피쳐링진과 비교하면 확연히 어수선한 보컬과 멜로디 라인... 특히 타이틀곡인 "Turn on the Light"는 오랜만에 과하다 싶은 오토튠을 들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전달되는 것이 없다시피하게 느껴지는건, 사실 객관적으론 전작들과 비슷하지만 저의 열정이 꺼지다보니 이번이 더 심한 거 같군요. 이제 꺼낼 좋은 얘기도 없고, 그냥 RAVI는 앞으로도 이렇게 하겠구나 싶어지네요. 



(5) Osshun Gum - memory (2019.11.25)


 저는 사운드클라우드 디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 Osshun Gum이 사클에 올렸다가 내린 곡들의 모음집이라는 이번 앨범이 거의 새 앨범 같습니다. 제가 아는 모습은 그가 고등래퍼에 나온 이후 대중적으로 비춰진 모습 뿐이었죠. 이번 앨범을 듣고서 저는 Swings가 왜 Osshun Gum을 데려갔는지 얼추 이해가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단순히 흔한 이모 힙합 - 몽환적인 신디사이저 반주 하나 틀어놓고 단순한 가사를 흥얼거리는 정도로 끝나는 - 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노래와 랩의 비중이 상당히 안정적이고 부담스럽지 않게 잘 이끌어가는군요. 반주가 하루히 비트 빼고는 타입 비트인지 모르겠는데, 비트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어떤 트랙에서는 과감한 실험성까지 느껴졌고, 이 모든게 고등학생일 때 이뤄졌다 생각하면 더욱 놀랍습니다.


 고등래퍼에 비춰진 모습은 그저 무난한 정도였던 랩 스킬을 주로 내세우거나, 앞에서 말한 흔한 음악에 치우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제보니 그게 "대중"에 맞추기 위해서 다소 왜곡된 모습이었던 것 같군요. 이 앨범의 슬픈 점은 새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Osshun Gum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저는 이 앨범을 통해 처음 그의 사클 음악을 접할 수 있어 반갑지만, 팬들은 같은 마음으로 이 선물을 받기엔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을 겁니다. 그와 그의 주변 사람들은 공백에 대해 부담과 긴장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 음악이 좋았든 말든 새로운 음악이 반드시 그 틀에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을 하든, 본인의 자신감이 중요한 겁니다. 저는 "memory" 같은 음악을 다시 해주길 바라기보단, Osshun Gum이 어서 자신감을 찾길 기다리겠습니다.



(6) Avantgarde Vak - BEATORAWGY III & IV (2019.11.25)


 I & II도 안 썼는데 별안간 III & IV를 쓰는 이유는, 이 시리즈가 앨범으로 발표되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을 뿐더러, 어차피 음알못 사운드알못인 제가 앨범 하나하나 파헤쳐봤자 의미도 없고 제가 느끼는 Avantgarde Vak의 이미지가 전체에 다 살아있기 때문에 하나로 퉁쳐서 올리고자 함입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 I & II를 제대로 못 들어본...


 본래 BEATORAWGY 시리즈는 밴드캠프 등을 통해 한 번 공개된 바 있는 음원들입니다. I이 2012년, II이 2014년, 그리고 III와 IV가 8개월의 간격을 두고 2015년에 발표되었죠. 그래서 앨범 제목에는 "리마스터"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습니다. 시간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지만, Avantgarde Vak이 내뿜는 깊디 깊은 로파이 감성은 넘쳐납니다. 대부분 지극히 건조하고 노이즈 낀 드럼 라인 위 단조롭고 조용하게 반복되는 루핑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저처럼 내공이 부족한(?) 이는 20곡이나 되는 이 앨범을 클리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때로는 드럼 위에 얹혀진 루프가 워낙 조용하여 그저 반복되는 킥과 스네어만이 존재하고 메인 멜로디는 배경음처럼 들리는 느낌도 있습니다. 때문에, 나름 앨범 안에서 분위기의 변화 및 고저가 있긴 하지만 대개는 최면에 걸린듯 멍- 하니 듣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특이한 감성은 그가 낸 여러 앨범에서 꾸준히 확인 가능한 부분입니다.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일렉트로니카로 분류가 되어있지만 작법은 지극히 힙합적인 것으로, 시리즈마다 보너스 트랙으로 실려있는 랩 트랙도 적어도 그가 한 발 정도는 힙합에 걸치고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다. 적지 않은 곡들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런 개인적 활동 외에는 거의 이름을 볼 수 없는 터라 마치 도인 같은 이미지가 있는 건 저뿐일까요. 몇 년 간 뚜렷하게 자리 잡은 그의 스타일도 그런 도인 이미지를 강화시켜주는 듯합니다. 다만 씬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게 맞다면 저 같은 속세의 사람에게도 한 번씩은 편한 모습을 드러내줬으면 좋겠군요ㅎㅎ



(7) Young West - Snow Child (2019.11.25)


 지난 앨범 "Neo World"를 통해 저에겐 가장 캐릭터가 흐릿했던 Young West도 본인의 영역을 구축하는 데 얼추 성공했습니다. 3개월 만에 사운드클라우드로 공개한 EP "Snow Child"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발전'이란 단어를 쓴다면 지난 앨범에 대한 제 주관적인 편견 및 악감을 증명하는 것이라 쓰고 싶지 않지만, 확실히 많은 부분이 나아져보입니다. "Snow Child"라는 단어에 맞게 겨울, 추위, 고독 등의 테마를 통일성 있게 잡아 그에 따라 트랙을 나열하였고, 가사에 한글 비중이 좀 더 늘어난 동시에 표현도 더 나아졌습니다. 그렇게 되니 담고 있는 감성이 더 분명해지면서 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좀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 제가 호감을 갖지 못하는 부분은 지극히 주관적인, 장르 자체에 대한 거리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번에도 Young West의 오토튠은 잡음 수준으로 과하게 느껴질 때가 많고, 두세 음 이상을 바뀌지 않는 단조로운 멜로디라인과, 타입 비트 특유의 전형적인 악기 구성 및 전개 때문에 사운드만 들어서는 노래가 서로 구별이 잘 안 되기도 합니다. "Neo World" 때처럼 이번에도 마지막 트랙인 "RE:"가 제일 인상적인데, 이것은 그나마 다른 트랙에 비해서 목소리를 긁는다든가 추임새를 넣는다든가 하는 차이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이 이모 힙합에서는 워낙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보니 Young West만 싫어하는게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장르라고 해서 싫어하는 곡만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군요 (물론 결국엔 취향 탓인 건 맞습니다).


 저 같은 붐뱁충에게 대다수의 이모 힙합은 그냥 오토튠 깔고 대충 흥얼거린 거 같다는 이미지가 종종 떠오르곤 합니다. 솔직히 "Neo World"까지도 그런 선상에 있었을지 모르지만, "Snow Child"는 분명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느낌입니다. 당연히 제 취향과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은 있지만, 그건 중요한 건 아닌만큼 이런 식으로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음악을 더 뚜렷하게 다듬어갔으면 좋겠습니다.



(8) TOIL & Skinny Brown - 토끼니브라운 (2019.11.25)


 김효은과 콜라보 앨범을 냈을 때만 해도 Skinny Brown은 존재감이 옅었고, 그나마 기억에 남는 구절은 Lil Pump 카피캣이라며 비난받기만 했습니다. 이후 여러 편의 콜라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보였고, 이제 나온 "토끼니브라운"은 그에게는 본인을 소개하는 진정한 첫 앨범이 된 게 아닌가 합니다. 이 앨범에서도 Skinny Brown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주려 하며, 랩 트랙 2개, 싱잉 트랙 3개, 그중 마지막 트랙 "뱀새끼"는 오토튠을 가미하여 나머지 두 개와 차별점을 두고 있습니다.


 랩 트랙은 "We Here Tape" 때와는 물론, 어느 때보다 유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과하게 힘을 넣는게 트레이드마크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했는데, 이번엔 힘을 빼고 매끄럽게 플로우를 이어가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 다만 그의 랩을 규정짓는 특징이긴 했었기에 약간 평범해진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군요. 개인적으로 HD BL4CK 앨범에 피쳐링할 때부터 노래 실력이 괜찮다 느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뱀새끼"의 오토튠은 사족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뭐가 됐든 여러모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멜로디 메이킹과 가사가 뻔함을 다 벗지 못했다는 점 같습니다. 특히 가사가 지극히 미국 힙합의 느낌을 따라가려는 티가 보입니다. 가사만 보면 거의 할렘가의 흑인이 쓴 내용 같다고 느껴질 정도죠. 그 외에, 때로 가사를 좁은 마디에 너무 우겨넣어서 박자가 어긋나는 부분이 두세 군데 있었던 거 같습니다 - 이건 비교적 사소한 포인트이긴 합니다.


 함께 콜라보한 TOIL은 할 말이 많진 않지만 점점 실력 있는 프로듀서로 성장하는 거 같습니다. Leellamarz만 허슬러로 비춰지고 있는데 사실 그에게 대부분의 곡을 제공한 TOIL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죠. 마찬가지로 스펙트럼이 넓고, 여러 악기로 곡을 풍성하게 채우는 스킬이 갈 수록 늘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Leellamarz와 단점을 다소 공유하는 듯 TOIL도 어느 부분에선가는 매너리즘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Don't Flex on Me" 같은 트랙이 그랬어요. TOIL과 Leellamarz는 Wayside Town 크루의 색깔을 거의 결정하는 인물이라, 이것은 넓게는 Wayside의 문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토끼니브라운"은 이제 무명을 벗어나 인지도를 착실히 늘려가는 두 뮤지션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입니다. 둘의 작업량을 볼 때 아마 빠른 시일 내에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있을 확률이 높겠죠. 다만 그러한 과정 속에, 다른 아티스트들과 겹치지 않는 본인만의 영역이 좀 더 공고해졌으면 좋겠네요.



(9) 현 - 어른 (2019.11.10)


 조금 늦게 들어본 앨범입니다. 타이틀곡에 Basick이 참여했다는 사실 때문에 관심이 조금 가긴 했는데, 어쩌다보니 이제 제대로 돌려보았네요. 현은 2015년 "못난이"란 이름으로 첫 믹테를 냈던 래퍼이며, 현재 랩네임은 올해 8월에 나온 첫번째 EP "낭만"부터 쓴 거 같습니다. 해치상가라는 크루에 속해있으며, 같은 멤버인 노아주다, 안수람과 함께 "라케라"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앨범을 낸 적도 있었고요. 연이어 들어보면, 전작인 "낭만"에 비해 "어른"은 확연히 이모 힙합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앨범 설명 글을 '난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라는 짧은 글로 대신하고 있는데, 실제로 앨범 내용은 전부 사랑에 관한 노래로, 결국 사랑으로 인한 성장통이 앨범의 큰 테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귀에 들어오는 건 이 성장통을 뚜렷한 V자 구조의 서사로 풀어냈다는 겁니다. 첫 트랙 "In the Night"은 헤비 메탈이 연상될 정도로 격정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타입 비트 중에 이런 비트도 있었나 하고 놀랐네요). 반면 세 번째 트랙인 "너 없이도"는 우울함을 극대화시키고 있고, 이후 다시 분위기를 띄워 마지막 "Venus"는 희망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밝기를 보여줍니다. "어른"이라는 제목과 연계지을 때 현이 의도했던 이야기를 분명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부분은 아직은 덜 세련된 편입니다. 사실 저는 이렇게 냉탕 온탕을 오가는 구조라면 5트랙은 너무 짧은 거 같기도 해요. 분위기가 너무 급변하다보니 툭툭 끊기는 거 같달까요. 특히 평범하고 얕은 가사는 투박함을 악화시키는 주 요인 중 하나입니다. 뭐 가사의 중요성이 좀 덜한 분야일 수 있지만, 그건 보통 사운드 (실력 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까지)가 커버될 때의 얘기니까요.


 이 정도 외엔 큰 단점은 안 보입니다. 목소리가 덜 다듬어져있고 그냥 생목 쓰는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첫 앨범에선 이게 분명 단점으로 작용했지만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는 설정된 무드에 더 잘 어울려서 크게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일부 트랙에서의 퍼포먼스가 ASH ISLAND 등 여타 이모 힙합 아티스트와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도 있겠으나 이건 타입 비트 등의 환경적인 한계가 있으리라고 봅니다. 어쨌든 저는 "In the Night" "원해" 등에서 약간의 잠재성은 발견했기에 더 트집을 잡고 싶진 않네요. 적어도 Basick을 포함한 피쳐링진보다 앨범 주인으로써의 존재감은 크고 확고했습니다.



(10) Dynamic Duo - Off Duty (2019.11.26)


 2010년대 초만 하더라도 영원할 것 같던 Dynamic Duo (특히 개코)의 권세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무너졌습니다. Control 대전에서 E-Sens의 폭로로 생긴 Amoeba Culture에 대한 실망이 불씨였고, 이후 "꿀잼"에서 꿀벌 옷을 입고 랩을 한 걸 결정적 계기로 많이 꼽습니다. 제 의견으로 다듀의 몰락은 그런 특정 사건 때문이 아닙니다. 사실 꿀벌 옷은 그들이 이때까지 해왔던 대중 코드와 코믹한 컨셉에 비춰볼 때 큰 일탈은 아니었죠. 그냥, 다듀의 음악이 오랫동안 정체된게 문제입니다. 결성 이후부터 같은 스타일의 플로우와 라임 패턴으로 해온 바, 기본기는 만렙이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준지 너무 오래되었고, 그나마 하나 바뀐 점이라 할만한 개코의 노래 실력은 정말로 그들이 랩에 대한 연구를 멈췄는가 의심케 하기 충분했습니다. 최자를 향한 "랩 퇴물"에 생각보다 많은 이가 동조하고 열광한 것은 그저 이를 알고는 있지만 무시해오던 이들의 마음을 울린(?) 덕분이었을 겁니다.


 때문에 Dynamic Duo 새 앨범이 대박인가 아닌가는 기존 모습에서 얼마나 탈피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가를 기준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전 "Off Duty"가 획기적인 반전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어쨌든 개코와 최자가 새로운 걸 보여준 건 많지 않거든요. 프로듀서진에서는 둘 다 물러났지만 (이건 저번 앨범도 마찬가지였죠), "Career High" "BLUE" 등에서 들리는 팝적인 신디사이저 코드는 여전히 친숙하고 낯익은 느낌을 줍니다. "Return" "언제와" "그걸로 됐어"의 생활밀착형 가사도 마찬가지고, 이외 둘의 랩을 주조하는 방법론 자체가 크게 바뀐 것이 없습니다. 


 사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Dynamic Duo의 폼이 그동안 그렇게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체되었다는 건 냉정히 따져 맞을 수 있으나, 어쨌든 갖추고 있는 기본기는 어디 가지 않고, 이번 앨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작지만 집어낼 수 있는 매력 포인트가 몇 가지 있는데, 우선 개코가 노래를 줄인게 저는 마음에 듭니다. "2040"이나 "Livin' the Life"의 빠른 템포가 랩의 장점을 좀 더 잘 살려주면서 인상적인 포인트를 마련하기도 하고요. 한편 최자가 예전의 폼을 회복했다는 얘기를 많이 봤는데, 솔직히 저는 큰 차이는 못 느꼈습니다 - 아직도 어떤 곡에선 그냥 개코에게 맞춰서 적당히 한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Desperado" 같은 거친 랩은 솔직히 전작의 "J.O.T.S."에서도 그정도는 되지 않았나 싶고, 단순히 욕을 넣었거나 '타고 났지 오래 버티는 자질' 같은 펀치라인을 썼다고 열광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모든 걸 다 떼고 볼 때 탄탄하게 잘 만들어진 앨범은 맞습니다. 임팩트 있는 인트로부터 여운이 남는 아웃트로까지 부드러운 흐름, 대중적인 코드와 하드코어한 코드 사이에서의 가벼운 줄타기, 적당히 흥미를 유발하는 피쳐링진 기용까지, 흠집을 내기 쉬운 앨범은 아닙니다. 다듀에 대한 평이 왔다갔다하는 건, 누군가는 다듀에 대해 환상을 (보통 CBMASS 때를 기억하는 이들에서 더 심한), 누군가는 다듀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앨범을 돌린다면, 획기적인 발견은 없을 지라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쯤은 확인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1
Comment
2019-12-05 09:54:13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