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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MIC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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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8 23:56:06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Silly Boot - Bluejeans, Barefeet (2019.10.15)


 Silly Boot의 오랜만의 솔로 작업물입니다 (사실 이거 들으면서 솔로 EP가 그전에도 있었단 사실을 알았네요...). 이번 앨범은 Rainmaker라는 낯선 이름의 비트메이커가 전곡을 프로듀싱했습니다. 비트들은 Silly Boot이 자주 콜라보했던 Holmes Crew 비트에 비해서 더 미니멀하고 몽환적인 느낌이며 (요것도 이모 힙합이라고 말해도 되려나요), Silly Boot도 아마 앨범 컨셉에 맞춰 좀 더 편안하고 나른한 톤으로 랩을 한듯 합니다. "한" 같은 트랙이 살짝 실험적인 느낌도 있지만, 크게 보면 SillyShu의 "21 Century Boyz"와 많이 달라진 건 없어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여전히 영어 발음은 어색하게 들리고, 멜로디는 비슷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앨범 자켓, 제목과 분위기를 연관지어보면 아마 명상(?)하듯 칠링하면서 듣는 앨범으로 만든 거 같은데, 그런 거라면 어느 정도 목적은 달성한 것도 같아요. 


 Holmes Crew 곡들도 듣다보면 일정한 틀이 계속 느껴집니다 (Hash Swan은 인맥이 넓으니 그나마 덜하긴 하지만...). Silly Boot 이번 앨범도 본인이 해오던 것 이상은 아닌 거 같습니다. 본래 Holmes Crew의 음악을 좋아해오던 분들이라면 편하게 듣고 넘어갈 앨범이 되겠고, 그게 아니면 밋밋하고 싱거운 맛이 먼저 느껴질 것 같군요.



(2) Nini Blase - Broken-Hearted Girl (2019.10.15)


 "Prototype"으로 강렬한 첫 인상을 제게 남겨주었던 Nini Blase의 새 EP입니다. 일단 자켓을 보고 제가 들어도 되는 것인가 살짝 움찔 (...) 했고, 설명을 보니 이번에는 아프로 리듬에 음악을 만들어보았다고 합니다. 전작이 Voguing Hiphop이란 뚜렷한 컨셉에 만들어진 것처럼 이번 앨범도 하나의 축을 세우고 그에 따라 곡을 만들었나보군요.


 아프로 리듬...이라는 것이 뭔지 감은 오지만, 마지막 트랙 정도를 제외하고는 라틴풍의 비트라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편곡이 대중적인 코드에 따라 되어있어서 전작과 대비되는 데가 있고요, 더욱 대비되는 점은 전작의 화려하고 빠른 템포의 음악과 반대편에 있기 때문이겠죠. 전작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Nini Blase의 (외모적인) 스타일과도 잘 어울린다 생각했기 때문에 이 변화는 조금 낯설군요. 더불어, 전작처럼 이번 앨범에서도 오토튠의 비중이 상당히 헤비하게 들어가있는데, 전작처럼 신스가 난무하는 비트에선 어울릴 법했지만 이번 앨범의 비트엔 거칠고, 딜리버리를 해친다는 단점만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짧은 커리어 안에서 이런 급격한 변화를 보여줬다는 건 아직 본인이 원하는 본인의 모습이 뭔지 찾지 못 했단 뜻 같습니다. 어떤 결정이든 응원하지만 저는 한 가지 길을 확실하게 골라 가는 편을 좋아하고, 덧붙여 개인적으로 전작의 비범함을 느끼지 못한 점이 아쉽군요. 다시 다음 작품을 기다려보겠습니다.



(3) Crucial Star - Half a Wing (2019.10.17)


 "Maze Garden" 이후 앨범 단위로는 10개월만인 EP입니다. 제일 심혈을 기울였다는 전작의 경우 언제나의 사랑 중심 노래에서 벗어나 꿈에 관한 이야기로 다양한 측면에서 그려내 호평을 받았지만, 본인은 앨범 반응에 대해선 꽤 실망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었죠. 개인적으로 "Maze Garden"이 Crucial Star가 노력을 많이 기울인 티는 났지만 그에 비해 결과물은 밋밋했던 거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큰 원인은 Crucial Star가 잘 하는 것을 너무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다름아닌 싱잉 랩 얘기죠.


 몇 번인가 얘기한 적 있지만 Crucial Star는 감성 싱잉 랩에 있어서는 거의 선구자(?)라고 할 정도로 예전부터 해왔고, 그것은 일종의 세부 장르가 된 듯 보입니다. "Half a Wing"은 Crucial Star가 해오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사랑을 소재로 한 감미로운 노래로 꽉 차 있습니다. 힙합의 경계는 전에없이 애매모호해지고 있고 Crucial Star는 오래 전부터 딱 그 가장자리에 있었습니다. 의미 없는 구분일 수 있지만, 오랜만에 들어도 이것이 힙합인가 아닌가 헷갈리긴 하더군요.


 재밌는 건 듣다보니 Leellamarz가 생각나더란 점입니다. 노래 소재는 좀 다르지만, 은근히 코드 진행이 Leellamarz랑 비슷하더군요. Leellamarz 목소리도 미성이지만 저음으로 깔리면서 더 두꺼운 느낌 나는 Crucial Star 목소리가 조금 더 제 취향엔 가까운 거 같더군요. 더불어 멜로디가 가요스럽단 것은 곧 좀 더 여유롭고 부담 없다는 걸 뜻하기 때문에, 굳이 힙합인지 아닌지 엄격하게 판단하겠단 마음 없으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인 건 사실인 거 같습니다.


 혹자는 이런 사랑 얘기 일색인 앨범에 질색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냥 위에서 말했듯 이게 하나의 서브 장르가 된 거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이런 음악을 찾고자 디깅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나름 휴식으로써의 의미는 충분할 수 있겠죠. 무엇보다, "Maze Garden"에 의미를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Crucial Star가 잘 하는 건 역시 이쪽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4) 창 - seoul cobain (2019.10.15)


 믹스테입 "하류"를 시작으로, 조용하게 랩을 계속하고 있는 창의 새 앨범입니다 - 전작인 "오탑"을 이 시리즈에서 다루기도 했었죠. 여전히 별다른 정보가 없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 "seoul cobain"은 (적어도 멜론 표기에 따르면) 그의 첫 정규 앨범이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비트와 랩을 홀로 꽉 채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전작을 들으면서 느꼈던 '다듬지 않은 느낌'은 이번에도 계속 있습니다. 아는 동생이 저 표현을 보고 'raw함'을 뜻하는 거냐고 했는데 사실 좀 부정적인 뉘앙스로 쓴 것이긴 했죠. 이따금 박자가 틀리고 발음이 샐 때가 있고, 발성은 그냥 생목을 쓴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기 싫어"처럼 반주와 보컬이 불협화음을 일으키기도 하고요. 요즘 뮤지션들이 자주 사용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어떤 안 좋은 선입견 때문인가, 창이 하는 것은 새롭다기보단 투박하고 비어보이는 데가 있습니다. 뭐 분명, 그런 느낌이 일부 곡에서는 어울려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같은 매력을 유지하면서 좀 더 세련되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작과 비교해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프로덕션입니다. 약간의 가능성만 엿보이는 정도로, 전체적으론 비슷비슷하고 심심했던 전작 비트와 비교해 이번 앨범에선 좀 더 넓어진 스펙트럼이 확인됩니다. "tonic" "이 도시는 fast" 같은 살짝 옛날 느낌의 신스 연주라든가, "alon" 같은 샘플링 비트가 저는 기억에 남더군요. 이런 다양한 변화가 앨범에선 좀 산만하게 퍼져있어서 통일성을 해치는 면은 있지만 재밌긴 합니다. 앰비언트의 분위기를 연출한 곡들은 위에서 말한 랩 스타일의 면과 합쳐 많이 지루하고 쳐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기억에 남는 거 같습니다.


 뭔가 잠재력은 있는 아티스트라는 생각은 계속 들지만 아직도 초라한 원석 상태 그대로인 거 같습니다. 홀로 활동하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다보니 더욱 그럴 수 있겠죠. 혹은 작업 환경의 열악함 때문일 수도 있고요. 사실 어디까지가 의도한 것이고 어디까지가 부족함인지 정확히 집어내긴 어렵습니다. 일단 저는 전작과 비교하여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하였기에 앞날에 대해서도 좀 더 긍정적으로 보고 싶네요. 



(5) Panda Gomm - sleeptalking (2019.10.18)


 Panda Gomm은 이름을 자주 보긴 했지만 크게 기억에 남은 적은 없었습니다. 앨범이 나왔다길래 아마 트랩, 그것도 클라우드 랩이나 이모 힙합 쪽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Bryn이나 영비와의 콜라보가 그나마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 물론 부레나 Untell & shinyujinssi 앨범에 참여한 것도 있지만 그건 사소한 '일탈' 정도로 보았죠.


 그렇기에 이번 앨범은 꽤 즐거운 반전이 되어주었습니다. 앨범은 크게 두 가지 파트로 나누어져있는데, 전반은 보컬이 중심이 된, 말랑말랑하고 밝은 분위기, 뒤쪽은 랩이 중심이 된 하드하고 묵직한 분위기입니다. 이 두 가지 파트에서 Panda Gomm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전반에는 힙합 스타일은 물론, R&B, 보사노바, 재즈 등이 적절히 배합되어있으며, 후반부는 붐뱁의 영향이 크지만 앞서 말한 장르, 그리고 전까지 얘기했던 트랩도 섞여있군요. 어느 장르에서도 모자라지 않는 구성과 악기들의 디테일한 조합은 Panda Gomm의 능력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참여한 피쳐링진들도 신선합니다. 전반부에 참여한 보컬 중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이름 Veil과 Summer Soul은 이번 앨범으로 기억에 남게 될듯 합니다. 후반부에도 잘 볼 수 없는 ASH ISLAND의 빡센 랩이나 Hash Swan, Vinxen 등 프로듀싱하기 어려운 아티스트들을 적절히 활용한 모습이 눈에 띕니다 (B JYUN은 요 스타일로 가려는 건가요. 나쁘진 않네요). 알고보니 두 가지 파트의 구성은 트랙들도 1대1 대응이 되도록 배치하였더군요 ("딸기우유"-"Americano", "Friends"-"합장이모지" 등). 대비 구조를 마무리 짓는 "자장가"는 여러가지 의미로 앨범의 훌륭한 마무리입니다. 이런 구조라는 걸 개다 님이 쓴 앨범 해설을 보고 깨달았네요. 역시 내공이 아직 부족...


 Panda Gomm의 이번 앨범은 비트메이커가 만든 컴필 형식 앨범으로썬 상당히 모범적이랄 수 있습니다. 본인은 본인대로 할 수 있는 것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그 위에 얹은 래퍼들도 뻔하지 않은 조합으로 어레인지되어있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실력에 대해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좁은 스펙트럼의, 그냥 그런 또 한 명의 프로듀서였다고 생각했던 걸 뉘우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goodtomeetyou란 신생 레이블에 합류했다죠. goodtomeetyou로써도 처음 나오는 앨범이 되는 거 같기도 하군요. 아티스트도 레이블도, 탄탄한 커리어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6) Jolly V - 언랩 (Unwrap) (2019.10.18)


 실제론 지난 겨울에서 봄까지 한 장의 EP와 두 장의 싱글을 발표했지만, 조용하게 지나가서인지 상당히 오랜만에 보는 듯한 그녀입니다. 앨범과 트랙 제목, 인트로 스킷, 그리고 "마지막"이란 얘기까지, 앨범을 들어보기 전부터 여러 가지 배경 스토리가 떠오르고 스쳐지나갑니다. 확실히,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은 그녀의 전성기이자 슬럼프였죠. 


 하지만 그런 걱정을 불식시키듯 앨범은 상당히 밝은 분위기로 전개됩니다. 이번 앨범은 여러모로 깊은 생각 없이 즐기기 위해 만들었단 느낌이 물씬 납니다. 무리하리만치 억양과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있던 과거의 모습과 대비되게, 톤은 편안하게 잡혀있고 가사는 단순하고 일상적입니다 (기본적으로 누구와 저녁을 먹었다 가지고 곡 하나를 만든다는게 과한 고민을 피했다는 증거 아닌지...). 이때문인지 싱잉 멜로디가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며, 전곡에 깔려있는 경쾌한 코드는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커리어의 마지막일지 모르는 이 앨범에서 Jolly V는 이때까지 중에 제일 자연스럽고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울한 배경 하에 나왔다는 추측이 쉽지만, 저는 굳이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싱글 "헛헛"이 나왔을 당시 제작 노트를 보면 방송 후 느낀 부정적인 에너지는 주변 반응보다 자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이번 앨범 보도 자료 마지막 트랙 설명에선 '랩보다 재밌는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이번 앨범은 그녀에게 있어서 힐링 과정이었으며, 래퍼가 랩보다 재밌는 것이 있다고 하는, 어찌 보면 용기 있는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앨범에서 발견한 새로운 매력 때문에 보내기는 아쉽지만 (+6년 전에 믹스테입 만들 때 같이 한 곡하자 했는데 연락이 끊긴...) 이런 웃으며 하는 쿨한 끝인사에는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겠네요.


PS "뿌예"의 정확한 표기는 '뿌얘'입니다. 콜라보 안 해줘서 쓰는 건 아님.



(7) YUNHWAY - INSTANT (2019.10.21)


 방송 특성 상 쇼미더머니를 통해 래퍼로 알려져버렸지만, YUNHWAY는 본래 보컬 이미지가 더 강했습니다. 3년 전 나온 sAewoo in YUNHWAY 앨범 "2226"은 리드머에서 주목할만한 R&B 앨범으로 소개되기도 했죠. 물론 쇼미와 상관 없이 피쳐링 랩 벌스도 꽤 많이 나왔지만, 보컬로 다진 입지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요.


 "INSTANT"는 오랜만에 보컬 YUNHWAY에 좀 더 집중한 앨범입니다. 짧은 랩 트랙인 "비추"를 지나 나오는 트랙들은 전부 싱잉 랩이 아니라 진짜 노래를 한 노래들이죠. 다만, 일반적인 보컬과 YUNHWAY는 확실히 다릅니다. 부른다기보단 읊조리는 것에 가까운 발성법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고, 이때문에 그녀의 노래는 기본적으로 몽환적인 이미지를 달고 갑니다.


 앨범은 sAewoo의 프로듀싱이 다수를 차지하고 여기에 기리보이가 두 곡을 참여했는데, 둘의 스타일 차이가 극명해서 재밌습니다. sAewoo는 신비로운, 로파이 느낌의 앰비언트 비트 (참고: 사실 저도 제가 무슨 말하는지 정확히는 모릅니다)로 YUNHWAY가 가진 특징을 더욱 부가시켜주는 반면, 기리보이는 디스코, 유로 댄스 느낌 나는 신나는 곡으로 색다른 면을 드러내주고 있죠. 특히 기리보이 비트는 그가 해오던 마냥 해맑은 비트가 아니라, YUNHWAY에 맞게 "비교적" 톤 다운 되어있어서 의외로 조화로운 모습입니다. 


 비트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도 이를 고려해서 이뤄진 것 같습니다. YUNHWAY 목소리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적당히 비트들과 묻혀있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일부 곡, 예를 들면 "Polaroid" 같은 경우는 아예 (제 짧은 지식으로 추정하기는) 리버브를 잔뜩 먹어 마치 공터에서 녹음한 느낌도 나고, 더더욱 사운드가 목소리로 집중되지 않고 나머지 소리와 뒤섞입니다. 역설적으로 YUNHWAY 목소리의 약함을 강조하는 맞춤형 전략이라고 할만도 하지만, 적어도 개인적으론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앨범은 그렇게 '읊조림' '몽환적' '뒤섞임' 등의 이미지와 함께, 단 한 트랙을 제외하고는 1-2분대의 길이를 유지하며 금방 지나가버립니다. 그래서 예상보다 앨범이 많이 짧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제목 "INSTANT"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유니크한 스타일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늘 그렇듯, YUNHWAY의 스타일은 양날의 검입니다. 그 특징을 강조한 결과 양쪽 날이 다 날카로워진 것 같습니다. 일개 리스너로써 달리 반대하진 않지만 생각보다 너무 "인스턴트"였던 건 아쉬운 점입니다. 더불어 sAewoo와의 케미는 최적이긴 하지만, 어차피 sAewoo in YUNHWAY 앨범도 새로이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상태에서 약간 신선한 조합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앨범 제목대로 의도한 부분이었는데 제가 괜히 매달리고 있는 것인지는 다음 앨범에서 알게 되겠죠 - 아마 다음 앨범은 이번 앨범보다 래퍼로써의 YUNHWAY도 강조되겠죠?



(8) sogumm - sobrighttttttt (2019.10.21)


 dress와의 합작 앨범이 발표된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신작입니다. 이번 앨범은 아티스트명에 온전히 sogumm의 이름만 올라와있습니다. 앨범을 살펴보면 wnjn이란 비트메이커가 전곡을 만들긴 했지만, 확실히 '사납다'라는 인상이 들 정도로 분명한 존재감을 갖고 있던 dress의 비트에 비해 sogumm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준 느낌이 듭니다.


 전작이나 이번 작이나 일견 sogumm이란 아티스트는 "전위적"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sogumm의 트레이드마크인 톤과 발음만이 아니라, 앨범을 이루는 테마 자체가 일반적인 것이 아닙니다. 피쳐링진도 없이 온전히 sogumm에 집중된 이번 앨범은 그야말로 변화무쌍합니다. 흡사 그녀의 스타일은 정해진 형체가 없는 슬라임을 보는 것 같습니다.


 재밌는 건, 그런 특이한 사운드 안쪽으로 가사를 들여다보면 일상적이고 순간적인 감정을 캐치했다는 점입니다. 노래에 담겨진 시간은 일반적인 노래에 비해 타임라인이 짧아서, 순간을 묘사한 시나 크로키에 비유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가사도 불필요한 표현을 쳐내고 한 점으로 응축된 모양입니다 - 그 끝에는 "BadBadBad"나 "나홀로 집에" 같은 '가사 없는 노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서, 늘어지는 그녀의 보컬은 작품 내 시간을 왜곡시키고 연장시킵니다. 앨범 곡들은 한 곡을 제외하곤 전부 1-2분 정도의 짧은 길이지만, 이덕에 개인적으로는 짧은 앨범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 했습니다.


 난해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남들과 다른 깊이의 사고를 한다는 선입견이 있죠. 하지만 그녀가 연출하는 이미지의 알맹이는 천연덕스럽고 아이 같은 모습인게 제일 재밌는 점입니다. 독특한 스타일은 그만큼 획일화되어 쉽게 익숙해지고 지루해질 위험이 있지만, 아직은 슬라임 같은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네요. 예측 불허한 집단 Balming Tiger는 그녀에게 정말 좋은 동반자가 되주는 듯합니다. 때문에 요즘 "싸인히어"를 보면서 '진짜 AOMG 들어가면 어떡하지'란 걱정을 하고 있다는 후문...



(9) Blacknine & WHO$ - Dismaland (2019.10.22)


 면도 & 최서현 조합에 이어, 또 다른 B.A.D.의 멤버 Blacknine도 컴백을 했습니다 (그에 앞서 '사인히어'에 출연하긴 했지만). 사운드클라우드 등지에서 유명했던 (이라고 들은) 보컬 WHO$와 콜라보로요. 우선 Blacknine은 처음 주목 받을 당시 내세웠던 하드코어 랩핑을 거의 다 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앨범에서 주력이 되는 오토튠 싱잉 랩은 사실 사인히어에서도 했었고, 그에 앞서 전작 "Split Personality"에서도 조금씩 시도하던 부분이죠. Blacknine은 랩만으론 다소 획일적인 면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 변화는 무작정 아쉽진 않습니다. 그가 주로 다루던 우울감, 좌절, 고독 등의 부정적인 감정도 이 스타일에서 좀 더 잘 묘사되는 거 같기도 하고요.


 다만,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WHO$와의 콜라보였기에 Blacknine의 스타일이 잘 안 먹혀든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WHO$를 처음 들어보는데, 상당히 목소리 톤이 잘 잡혀있고 멜로디 메이킹 실력도 훌륭한 보컬이라 생각했습니다. 살짝 하이톤이고 가성에서도 힘 있게 느껴지는게, 마찬가지로 '사인히어'에 나오는 Maddox를 연상시키더군요 (오늘 너무 사인히어 얘기를 해서 좀 찔리네요). 여기에 Blacknine의 싱잉은 너무 쉽게 묻히는 느낌입니다. 당연하죠, 오토튠 싱잉이 진짜 싱잉 앞에 비할 바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만약 Blacknine이 조금 더 저음역대를 노렸거나, 랩의 비중을 더욱 늘려 자신만의 영역을 공고히 했다면 괜찮은 케미가 나왔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실제로 어떤 곡들은 그런 특징 때문에 누가 묻히고 말고를 덜 생각하게 되고요. 하지만, 첫 트랙 첫 파트부터 스피커를 뚫고 나오는 WHO$의 미성 앞에 Blacknine의 보컬은 약합니다. 글쎄요, 싱잉 랩에 대한 개인적인 불호로 이렇게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고, 경쟁하려고 콜라보한 건 아니겠지만, 한쪽이 다른 쪽을 능가하는 점이 없다면 기억에서 흐려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예컨대, Blacknine의 솔로 앨범으로 이런 게 나왔다면 나쁘지 않게 들을 수 있었을 겁니다. 혹은 한두 트랙에 서로의 솔로 앨범에 피쳐링하는 모습이었더라도요. 주어진 주제에 대해 공감하고 같은 그림을 그려내는 것은 좋습니다 - 그래서 애초에 콜라보 앨범을 내게 되기도 했겠죠. 허나 음악적인 시너지가 있는가 에 대해선 조금 갸우뚱하게 되는, 살짝 아쉬운 앨범이었습니다.



(10) Bando Kid - Yippie Yippie Yup Yup (2019.10.23)


 Bando Kid는 본래 쇼미더머니 시즌 3에서 한상엽이란 이름으로 잠깐 등장, 통편집에 통편집을 이어간 덕에 어떤 랩을 하는지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이름만 남았던 래퍼입니다. 당시엔 "Nash"란 랩네임을 썼다고 알려져있긴 하고, Krossheartz 크루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죠. 그래도 당시엔 붐뱁이었던 걸로 아는데, 여튼 Bando Kid란 이름으로 바꾸고 트랩 래퍼가 되어 여기저기 이름을 드러냈고, 최근엔 수퍼비의 랩학원 참여, 그리고 이 앨범이 제일 큰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피씨방 운영...).


 은근히 트랩 팬분들이 Bando Kid를 기대주로 언급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트랩에 대해 아직 내공이 부족한 저로써 앨범의 가치를 잘 논하지 못할 수 있지만, 저는 이번 앨범에 대해선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Lil Pump의 첫 등장을 기억나게 하는 아무 내용 없는 가사와 단순 반복적인 후렴까지는 장르적 특성이라고 이해를 해봅니다. 문제는 랩 자체에 있어서 Bando Kid의 매력이나 개성으로 내세울만한 포인트가 적다는 데 있습니다.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톤은 발성의 문제라고 봐야할까요? 플로우도 평탄하고 무난합니다. 조금 심하게 얘기해서, 프리스타일로 앨범을 녹음했다고 해도 믿을 것 같습니다.


 꼭 Bando Kid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Bangroz가 전곡 프로듀싱을 맡았는데, 약간은 김빠지는 프로덕션의 문제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앨범은 시종일관 신나려고 하고 있지만, 이 모든 약점들이 총체적 난국을 이뤄서 전혀 신나지가 않습니다. 수퍼비의 랩학원에서 봤을 때도 다른 참가자보단 좀 너무 굳어있단 생각은 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기에, 뭔가 보여주지 못한 잠재력이 있을 거란 긍정적인 추측을 해봅니다. 물론, 붐뱁충이 트랩을 완전히 이해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저도 사로잡는 훌륭한 트랩 앨범들을 이제 여러 번 만나보았기에 쓴 말로 글을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네요.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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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0-29 00:04:28

 이번 소금 앨범은 드레스 앨범보다 더 난해해서 손이 잘 안가더군요....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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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9 01:23:37

드레스 때문에 저번 앨범이 난해한가 했는데 더 센 뒤통수를 쳤죠ㅋㅋ

은근히 듣다보니까 재밌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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