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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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0 22:29:13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거의 50번째를 눈 앞에 두고 있군요. 제 생각엔 100번째까지 하면 이제 저는 하얗게 불타 사라지지 않을까..(?)

혹은 인스타 글로 1000번째 쯤 말이죠ㅋㅋ

쇼미 때문에 신작 발매 속도가 늦어지는 것 같다가도, 또 은근히 나오더라고요.

지금도 세 개 정도 밀려있네요 쿨럭. 암튼 갑니다.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ONiLL - Tie Your Shoes (2019.8.16)


 지난 5월에 나온 "Cassette Tape"에 이어 또 다른 EP입니다. 90년대 붐뱁 느낌이 물씬 났던 전작과 달리 이번 앨범은 앨범 제목대로 '잠시 앉아 신발끈을 묶을 여유'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차분해졌습니다. ONiLL의 조용하고 침착한 목소리와 메세지는 이 컨셉에 잘 어울리겠지만, 본래 심심한 편인 랩을 하던 그이다보니, 이런 스타일에서는 그 단점이 더더욱 강조되어보입니다. 비트들은 뚜렷한 멜로디 라인이 없는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데, 문제는 수록된 곡들이 거의 비슷한 선상에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ONiLL의 목소리 톤도 큰 차이가 없다보니, 수록된 5곡 내내 비슷한 한 곡을 듣는 것 같은 따분함을 줍니다. 전작은 비트가 좋아서 그래도 매력이 느껴졌는데 이번 작품은 그럴만한 포인트도 없어보여 아쉽군요.



(2) Suwoncityboy & Ponyromo - Polo Season (2019.8.16)


 트랩 팬들이면 익히 알고 있을 비트메이커 Suwoncityboy와, NO:EL 앨범의 RedCUM:MGZN 시리즈에 참여했던 래퍼 Ponyromo의 합작 앨범입니다. 후자에 대해선 그 이상의 정보는 없고, 다른 작품도 없어서 이번 앨범이 본격적으로 그의 랩을 들어볼 수 있는 첫 기회로군요. Ponyromo의 특색 있는 저음 및 생각 없이 풀어놓는 듯한 가사와 플로우가 앨범 분위기의 주축입니다. 약간의 멜로디 메이킹을 해둔 것도 불협화음이거나 삑사리가 나있는데, 이런게 전부 이 앨범의 매력처럼 느껴집니다. 연륜이 묻어나는 Suwoncityboy의 임팩트 있으면서 뻔하지 않은 비트도 맘에 드는군요. 최근 들어 일률적으로 느껴지는 트랩 비트와 랩과 차별화되는 점이 많아 꽤 괜찮게 들었습니다. 비트와 랩이 둘 다 저음을 확실하게 깔아주니 평소에 가볍게 느껴지던 Lo Volf의 피쳐링도 조화롭게 들리더군요. 어느 정도 취향을 탈 수밖에 없겠지만 트랩 팬들에겐 좋은 선물 아닌가 합니다.



(3) BadMax - Bad Idea (2019.8.19)


 hnml, NMNB 쪽 앨범에서 자주 이름을 비추던 비트메이커 BadMax가 앨범을 냈습니다. 피쳐링진으로 그와 콜라보하였던 래퍼 및 보컬들을 모두 불러들였군요. BadMax는 일전에 참여했던 앨범들에서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면서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터라 눈여겨보던 이름이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BadMax는 더욱 본격적으로 드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WONJAEWONJAE, Kimchidope (+Lean Lean)이 하는 오토튠 싱잉 랩, Siggie Feb (+Lean Lean)이 하는 빡센 랩, Brwn의 R&B까지 보여주고 나선, 약간 보너스 트랙 느낌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인 hye.uk과의 모던 락 콜라보곡 "소각장"까지 다다릅니다. 좋았던 것은 각 피쳐링진이 전부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이 있는데, 그걸 최대한 살려주었다는 점이죠. 또 그렇게 다양한 장르를 보여줌에도, 그다지 구성이 산만하다고 느껴지지 않게 분위기를 조율한 듯합니다 - 다만 이건 냉정하게 말해서, 곡들 자체가 (마지막 트랙을 제외하고) 전형적인 트랩 스타일을 따르다보니 저절로 맞춰진 것 같기도 하군요. 사실 이 때문인지, 혹은 익숙해졌거나 기대치를 높게 잡아서인지, 다른 앨범 크레딧에서 이름을 보며 느꼈던 임팩트만큼은 느끼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트랩 팬들이라면 기억해둬야할 이름이라는 것만은 확신합니다. 이번 솔로 앨범으로 더욱 큰 스텝을 밟은 그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4) Kisum - Yeah!술 (2019.8.20)


 제가 이 앨범을 끌고 나온 것에 당혹해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고, 저 역시 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까짓거 Kasper 앨범도 했는데 이걸 못 하겠냐(?)는 생각으로 글을 적어봅니다. 더군다나 효린의 "Fruity" 피쳐링 벌스는 듣고서 늘어난 실력에 깜짝 놀랐던 적도 있긴 했으니까요. 한 번 돌리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싱잉 랩의 유행은 이런 류의 래퍼들에게 좋은 '핑계'가 될 수 있겠구나' 였습니다. 무미건조한 Kisum의 랩에 멜로디는 그나마 귀에 붙는 요소가 되어주니, 스킬만으론 한계에 부딪치던 시점에 좋은 돌파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트렌디한 걸 해본다는 핑계도 있고 하니까요. 탑 라인 자체는 좋습니다 - 아마 대중연예기획사니까 그런 걸 코칭해줄 사람은 많으려니 합니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Kisum의 랩은 어중간함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전혀 늘지 않은 발성 속에, 그래도 이것저것 해본다고 두 음절씩 끊어친다든지, 발음을 흘린다든지 해보지만 그저 어색한 춤을 보는 것 같을 뿐입니다. 마치 남이 작사해준 것처럼 얕고 뻔한 표현들 뿐인 가사와 ("술이야"를 예로 들면, 술에 빠져 사는 나날들에 관한 1절 다음 뜬금 없이 힘든 회사 생활에 관한 2절이 나옵니다. 회식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정작 2절에 회식에 관한 얘기는 빠져있어요. 회사 생활에 대한 표현도 뭔가 남에게 들은 것마냥 진부한 표현들로 가득하고요) 앨범은 마치 술 얘기를 주로 할 것처럼 해놓고는, 자신의 창작의 역사를 얘기하다 강아지 얘기하다 사랑 얘기를 하는 놀라운 분위기 전환으로 사라져버린 통일성 등, 앨범은 전체적으로 그냥 풋내기 래퍼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해서 이것저것 담은 느낌이 납니다. 


 뭐 어쨌든 갖추어진 환경에서 나온 음악이니 사운드면으로는, (보도 자료의 '가스펠 힙합'이란 표현이 참 웃기지만) 오르간을 포함한 다양한 악기로 꽉꽉 채운 세션이 연출하는 신나는 분위기는 들을만 하고, 산만하지 않고 안정감 있게 묶어주는 사운드 작업도 좋습니다. 하지만 결국 앨범 주인의 랩 퍼포먼스에서 뽑아낼 게 없다는게 문제죠. 당연히 Kisum이 타겟으로 삼은 리스너 층은 열혈 힙합 매니아가 아니라 대중 가요, 아이돌 음악을 듣는 사람들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포커스를 바꾼대도, 그럼 '좋은 가요 음반'은 될 수 있는가? 저는 이조차 확답을 할 수 없네요.



(5) 담예 & Hookuo - Greatest Hits (2019.8.22)


 담예의 전작 "Life's a Loop"를 생각할 때, "Greatest Hits"의 첫인상은 자못 당황스럽습니다. 음악의 바운더리에 구애받지 않고 삘 가는 대로 다양한 세션을 활용하여 음악을 만들던 그가 다음으로 택한 장르는 지펑크, 그것도 아무런 수정도 안 가한 너무나도 모범적으로 raw한 지펑크입니다. 지펑크하면 먼저 생각 나는 신서사이저와 전형적인 코드 전개와 함께 담예는 뻔뻔하게도 갱스터 랩을 나쁘지 않게 소화해냅니다. 그러던 와중 앨범의 매력은 곳곳에 숨어있는 코미디에서 터집니다. 소박한 "Str8 Outta San Andreas" 가사나 실소를 자아내며 끝을 맺는 "Seoul Gang West Gz", 그리고 바로 그 전 트랙에서 '디싙낫갱스떠' (...)라고 평하던 디스코 비트로 바로 이어지는 다음 곡 "Ain't Gonna Work" 등, 당황스러움은 유쾌함으로 점차 바뀝니다. 그러고보면, 참으로 전형적인 앨범 커버부터가 유머 포인트였죠. 담예의 톤은 지펑크에 100% 어울린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 어떤 부분에선 임팩트를 충분히 주지 못해 아쉬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무리 없이 감상이 가능하고, 나름 유연하게 플로우와 톤을 운용하고 있어 랩 스킬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더불어 지난 앨범에서도 확인되었던, 신선한 표현을 쓰면서 너무 복잡하지도 가볍지도 않게 탄탄한 전개를 보여주는 작사 실력도 건재합니다. 


 한 가지, 제가 오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느껴지는 석연치 않음은 이 앨범의 의도가 무엇이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완전히 장난으로 보기엔, "Lil Funk" "YGW" 같은 트랙은 진지한 의도가 엿보입니다. 정말 담예는 지펑크를 사랑했기에, 지난 앨범에서 보여주던 스타일을 완전히 버리고 이 스타일을 택한 것일까요? 그의 커리어에 있어 이번 앨범을 어떤 의미로 생각해야할지 고민되는군요. 인터뷰 같은 게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 없다면 그의 다음 행보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군요.



(6) Potty Monkey - 22 (2019.7.11)


 커뮤니티에서 알게 모르게 이름이 올라오면서 호평을 받던 래퍼, 이제야 들어봤습니다. 알고보니 래퍼이기에 앞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꽤 유명했더군요. 그걸 알고 앨범을 들었기에 꽤나 선입견을 가지고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론, 그래도 힙합에 대해 꽤 연구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비록 클리셰 범벅이긴 하지만, 그건 그만큼 어떤 클리셰가 어떻게 쓰이는지 들어봤다는 의미가 될 테니까요. 더불어 "Freestyle"에서의 멈블에 가까운 톤에서, "I Got a Glock"의 Skull이 연상되는 거친 톤까지, 목소리를 운영하는 스킬이나, "HA"처럼 추임새로 분위기를 띄우는 스킬 등은 무시 못할 듯합니다. 특히 임팩트가 꽤 있어서, 곡들이 전부 2분이 안 되는 짧은 곡임에도 충분히 흡수력이 있어 보입니다. 이런 컨셉 앨범이 그렇듯 박자, 라임, 딜리버리 전부 무시하는 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취향에 달려있겠죠. 그렇다해도, 처음 가졌던 선입견을 뚫고 좋은 인상을 남겼다는 점은 저에겐 어느 정도 성공이라고 보이는군요.



(7) Dialogue & DJ Tiz - District Boys (2019.8.23)


 사실 일회성 프로젝트일 거라 생각했는데, 1년 8개월만에 두 뮤지션이 뭉쳐 다시 만들어낸 또 한 장의 EP입니다. "District Boys"는 전작의 틀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습니다. DJ Tiz는, 이제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고 해야할만한 재지한 샘플 기반의 붐뱁 비트를 제공하고 있고, Dialogue는 이 위에 정직하고 탄탄한 랩을 뱉습니다. 이번에는 스크래칭 트랙도 두 곡이나 있더군요. 전작 "Moment"에 관해 쓸 때, 확 잡아당기는 매력은 없어서 아쉽다고 적었더군요. 이번 작품도 비슷하기에 같은 평가를 내릴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는 없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붐뱁충으로써, 이런 작품이 이런 유행 속에 나와준 것만으로 저는 고맙고 반갑군요. 또한, 전작에 비해 Dialogue의 랩은 더욱 짜임새 있게 들립니다. 내지르지 않지만 적당한 발성과 그 안에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톤이나, 새로운 표현을 찾아내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치밀한 가사들은 취향 저격입니다. 더불어 "Paranoid"에 J'Kyun을 초대하여 이모 힙합 느낌 나는 싱잉 랩을 넣은 것은 그가 단순히 예전 장르에만 매몰되어있지 않다는 증거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것이 곧 자극적인 컨셉으로 이어져 저마다 튀려고 노력하고 있는 이 시기에, 이런 안정감 있는 앨범은 저는 듣는 재미를 넘어 고마움이 느껴지더군요. 누군가에겐 결국엔 심심하고 재미 없다는 반응 뿐이고, 결국 씬의 중심으로 가지 못하더라도, 저는 이런 앨범이 더 많아져야 한국 힙합의 깊이와 재미가 커질 거라 얘기하고 싶습니다.



(8) B-Free - Free From Hell (2019.8.27)


 원래 "Free's Revenge"라는 제목으로, Paloalto를 겨냥한 내용으로 나올 것이라 알려졌던 앨범이, "Free From Hell"이라는 다른 제목의 정규 앨범으로 드디어 발표되었습니다. 원래는 그것도 '화해'를 했기 때문에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얼마 전 B-Free가 인스타 스토리로 또 Paloalto를 자극하기도 했고, 이번 앨범에도 직접적으로 이름을 언급하진 않아도 어떤 의도로 적었는지 확연히 보이는 가사들이 여러 곡 등장하더군요. 저도 사람이니 그 사건에 대한 나름의 생각은 있지만, 우선은 그 사건 얘기는 이번 글에서는 여기까지만 하고 음악에 대해서만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Revenge였건 Hell이었건, 매우 강렬한 음악을 예고하는 타이틀대로 이번 앨범은 전작 "MacGuyver"와 비교하여 매우 극적인 분위기입니다. "전설의 고향" 같은 전적이 있긴 하지만, 본래 칠링하고 느긋한 플로우가 먼저 떠오르던 B-Free라 이번 앨범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모습은 살짝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런 테마를 위해, 목소리에 좀 더 힘을 주는 것은 물론, 톤을 좀 더 낮추고 두껍게 가져갔으며, 강렬한 이펙트도 적극 사용한 것이 눈에 띄는군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큰 계산 없이 본능적으로 뱉는 랩이란 느낌이 있어서 더 대단해보입니다. LE에서 비프리 톤을 "무재능"이라고 표현한 글을 봤는데, 사실 그 글의 '무재능'은 좀 단어 선택이 이상했고, 제 생각엔 기교나 계산이 없이 느낌따라 뱉는다는 걸 의도했던 것 같습니다. 이따금 논란이 되는 '허술한 가사'는 이렇게 보면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더더욱 B-Free의 느낌에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제가 되는 비트들. 머리를 강타하는 베이스와 로파이한 음악, "The Escape"와 "Dead Man"에서 절정을 맞는 화려함 (이 화려함은 색색깔의 색종이보다는 앨범 커버에 그려진 묘지에 번쩍 내려치는 번개와 더 닮아있습니다)까지, B-Free가 연출하는 "Hell"의 분위기를 두세 갑절 크게 만들어주는 일등 공신입니다. 어찌 보면 단순한 B-Free의 랩을 단순하지 않게 느끼게 하는 건, 본래도 그의 목소리가 가진 그루브 덕이기도 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육중한 무게감을 자랑하는 비트의 공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군요.


 감상에서 느낀 놀라움보다는 적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바로 앨범의 작은 크기와 평탄한 구성입니다. 이는 사실 이번 앨범만의 문제는 아니고, 대충 Hi-Lite와 결별한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죠. 6-7곡 정도의 규모로 앨범을 내니 무슨 서사시적인 구성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이번 앨범에선 그 흔한 인트로와 아웃트로 기능을 하는 곡도 콕 집기가 어렵습니다. 추측컨대 위에서 말했던대로 '계산적이지 않은' 탓에, 느낌따라 한 곡, 두 곡 넣다보니 그렇게 되었을 겁니다. 위에서 실컷 '이러이러해서 B-Free의 랩이 단순하지 않게 느껴진다'라고 했지만, 끝내 일말의 따분함을 남기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약간은 미국 힙합 앨범의 구성과 비슷하다고 생각도 들지만, 미국 힙합은 볼륨이 훨씬 큰 걸요.. 충분히 10곡 이상의 규모로 뛰어난 앨범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말이죠. 허나 한국 씬 내의 누구보다 존재감 큰 IDGAF 태도로 일관하는 그이기에, 왠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앨범을 만들지 않을까 싶군요....



(9) Cokejazz - Limbo (2019.8.27)


 Cokejazz 앨범이 나왔다 해서 일반적인 인스트루멘털 앨범일 줄 알았는데, 다름아닌 락 앨범이로군요. 특이하게도 작사에 본인 외에 Jclef와 Qim Isle의 이름이 있네요. 모든 악기를 연주한 것은 물론, 평소에 잘 하지 않던 보컬까지 도맡아 만들었다는 데에서 Mokyo 앨범이 살짝 연상되지만, 어쿠스틱하고 여백 많은 스타일을 선보였던 Mokyo와 달리 "Limbo"는 색색가지 악기들이 가득 차있는 모던 락 앨범입니다. 주로 곡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레트로 풍의 신서사이저를 주축으로, 리버브 잔뜩 먹어 메아리 치는 보컬과 몽환적인 전개는 검정치마가 생각나는군요. 딱히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서 더 할 말이 많진 않지만 악기들의 하모니로 묘사되는 이미지가 아름답다고 느껴집니다. 완전히 그 이미지에 젖어들기엔 보컬이 좀 아쉽긴 했지만 프로듀서의 앨범으로써는 괜찮은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Cokejazz를 단순히 힙합 프로듀서로 보면 안 될 이유와, 다양한 악기를 조화시키는 능력을 증명해준 듯하군요.



(10) STXXCH - Glitters of Blue (2019.8.27)


 STXXCH라는 래퍼를 제대로 들어본 건 이번이 처음인 거 같습니다 - 원래 예전에 콸라랑 "Rawgy"라는 팀을 했던 그 래퍼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앨범 초반은 또 한 명의 이모 트래퍼구나 싶었습니다. 이는 최근 제 감상 리스트에선 Kimchidope, Bona Zoe, WONJAEWONJAE 등을 연상시키며, 마찬가지로 거친 발성과 헤비하게 이펙트 먹인 목소리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큰 그림에서는 차별점이라고 할만한게 보이진 않았습니다. 도리어 비트와 잘 안 어울리는 탑 라인과 본인이 소화 못 하고 있는 과도한 영어 비중 (한영 혼용은 본인 언어 실력이 소화 가능한만큼만 했으면 하는게 제 바람입니다) 등 대체로 이런 장르의 래퍼들이 공유하고 있는 단점도 건재합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 "42112KRW"부터 분위기가 반전됩니다. 음악 소스가 메탈 쪽 느낌을 띄게 되면서 좀 더 강렬해지고, 전개도 훨씬 과감해지죠. 알고 보니, 이 앨범의 비트는 일부 공동 작곡이 있지만 전부 STXXCH입니다. 결말로 가면서 적극적으로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 "ONLYFORTHEMOMENT"는 거의 락의 모습을 띄고 있죠. 약간 '약에 취한 Paul Blanco'라는 표현이 떠오르네요. 괜히 김심야를 피쳐링에 참여시킨게 아니었습니다 (물론 2015년부터 XXX의 전신인 Dopemansion과의 콜라보가 있어서 본래 친분이 있었다고 생각되지만). 앞서 말한 단점 (특히 탑 라인)과 은근히 답답하게 들리는 사운드가 좀 아쉽지만 처음에 느끼지 못했던 감흥을 안기며 앨범이 마무리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좋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이런 프로듀싱 능력은 STXXCH를 다른 트래퍼와 차별화시킬 수 있는 강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 부분을 중심으로 발전해나간다면 저도 앞으로 나오는 작품을 관심 있게 찾아보는 아티스트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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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9-01 10:04:03

STXXCH 전작도 들어 보셔요

WR
2019-09-01 22:40:36

꿀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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