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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이크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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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5 16:36:22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Jhnovr - Dirty Messiah (2019.6.11)


 Mechanism과 비슷한 규모로 다시 한 번 돌아온 Jhnovr입니다. 이번에는 Tsuya라는 비트메이커가 전곡을 프로듀싱하였지만, 몽환적인 앰비언트 사운드는 전작과 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됩니다 - 아마 Jhnovr가 있는 Lowland 크루가 전부 이쪽 스타일을 하는 것도 같네요. 전작은 기계적인 느낌을 내려는 의도가 있었던 터라 이펙트를 더하는 부분은 조금 대조적입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조금 더 부드럽고 감상적으로 들을 수 있긴 하군요. 또 탑 라인도 전작은 과감하고 다이나믹하였다면 이번엔 조금 더 차분하고 성숙한 느낌입니다. 전작부터 Jhnovr는 자신의 개성적인 스타일을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친숙하게 만들어서 영역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매력이 있긴 합니다만, 아직 (저를 포함한) 이 스타일에 낯선 이들로써는 곡마다 느낌이 다 비슷해서 피쳐링진으로 곡을 구분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긴 하는군요. 리스너의 '경험 부족' 때문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본인으로써도 영역 확장이 필요한 이유일 것 같습니다.



(2) 1060 - IDWY (2019.6.11)


 Mighty Fine 크루 소속의 1060이 새로 발표한 EP입니다. 1060은 같은 크루의 Coulslaw와의 콜라보 앨범을 여기서 소개한 적도 있죠. 당시 그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얘기한 적 있었는데, 그럼 이번에는? 아쉽게도 거의 모든 단점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IDWY"는 "I don't want you"의 약자로, 사랑 이야기 (특히 실연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주제에 맞게 말랑하고 프레쉬한 느낌이 드는 비트는 들어줄만 합니다. 그러나 1060의 랩은 비트의 모든 생동감을 까먹고 있습니다. 플로우는 그저 무난하며 (개인적으로 과거 활동했던 래퍼 '감자'가 연상되더군요. 감자도 무난했는데...), 리듬감은 부족하다 못해 조금만 비트가 달릴라치면 박자를 절곤 합니다. 싱잉 파트에서도 특색 없는 목소리를 이어가다보니 답답하여서 오토튠이라도 쓰면 좋겠다 싶은데, 마지막 트랙 "Once Again"에서 등장하는 오토튠의 센스는 상당히 괴이합니다. 나름 지난 콜라보 EP에서 3개월만에 발표한 EP로, 1060은 부지런한 래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근본적인 문제는 그게 아닌 걸로 보입니다. 과연 다음 작품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3) Way Ched - COMFY (2019.6.14)


 Ambition Muzik의 합류를 발표한지 며칠 되지 않아 발표한 새 정규 앨범입니다. Way Ched란 이름은 낯선데 HIGHGRND에서 "8"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했다는 거 같군요 - 찾아보니 97년생이란 정보도 있네요. 2018년에 솔로 EP가 있는데, 우선 결론적으로 이번 앨범 "COMFY"는 전작 "Share Feelings"의 확장팩 같은 느낌이 듭니다 - 스타일과 앨범 전개, 그리고 피쳐링진이 꽤 유사하거든요. 확연한 개성이 드러난다거나 하는 비트메이커는 아닙니다. 그저 대체적으로 모든 스타일의 뮤지션과 무난하게 어울리는 비트를 만들 수 있는 비트메이커죠. 다만 앨범을 듣다보면 청량감을 주는 악기 사용은 눈에 띄는군요. 이때문에 전체적으로 대중적인 코드를 가져가는 프로듀서란 생각이 듭니다. 아마 비트를 찍는 사람은 창모 뿐이었고 스타일이 다소 날이 서있고 트랩 중점이었던 Ambition Muzik에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비트를 제공해주는 역할이 될 듯합니다. 앨범은 큰 놀라움은 없지만 이런 스타일의 비트메이커는 굳이 앨범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단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Ambition에서 여러 콜라보를 선보이면서 본인의 진가를 알리게 되겠죠.



(4) Kitti.B - 1718 [Salem] (2019.6.16)


 물론 그녀가 근래 겪었던 일들과 1번 트랙 인트로를 볼 때, 앨범을 감상할 때 특정 프레임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게 사실입니다만, 굳이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는 미니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Kitti.B의 약점은 타고 난 하드웨어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데 있었습니다. 그녀의 보이스톤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단순한 플로우와 약한 훅 메이킹이 합쳐지니 결과는 늘 어중간했습니다. 오랜만에 컴백한 이번 앨범은 그나마 그 활용 방법에 있어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오토튠을 쓰라고 만들어진 목소리였다고 생각되기에, 이번에 더해진 이펙트가 맘에 들었네요. 아직 어떤 부분은 과하거나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딥한 분위기를 많이 잡으려고 노력했기에 더 해진 애드립들이 어떤 부분에선 어색한 연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과거 문제되었던 촌스러움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마지막 트랙 "Anymore"는 처음으로 그녀의 보컬을 메인으로 끌고 나온 트랙입니다. 과거에 "아슬아슬해"나 QM의 "Elevator" 같은 데에서 보여줬던 것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죠. 괜찮은 퍼포먼스이긴 한데 괜시리 그녀 역시 랩 아닌 보컬로 길을 걸으려는 것인가 하는 씁쓸함이 남습니다. 특히 "Anymore" 뮤직비디오와 같은 날 공개된 "마녀" Performance video는 그녀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게 하는군요. 


 기대를 많이 받던 여성 래퍼였음에도 커리어가 순탄치 않았고, 음악성에 대한 감상을 흐릴 정도로 많은 음악 외적인 시선에 놓여버렸지만 어쨌든 저는 그녀의 컴백을 환영하겠습니다. 사실 그녀의 음악 커리어에 있어 제일 문제된 건 촌스러움이니 하드웨어 활용이니 하는게 아니라 노출된 결과물의 수였던 거 같습니다. 부디 더 많은 음악을 근시일 내에 볼 수 있었음 하는 바람입니다.

 


(5) Jayci Yucca - Yucca Project (2019.5.15)


 Wayside Town 크루에 대해 연구(?)하다가 발견한 앨범입니다. Jayci Yucca는 싱잉 래퍼라기보단, 힙합씬에서 활동하는 보컬이 좀 더 정확해보입니다. 사운드클라우드까진 뒤져보지 않았지만 이전 두 개의 싱글에서는 랩적인 요소를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Yucca Project"는 그의 첫 공식적인 앨범으로, 이러한 모습 절반에 좀 더 힙합적(?)인 시도를 한 곡 절반을 섞어두었습니다. 후자의 구간은 2-4번 트랙으로, 오토튠을 적용하였으며, 특히 Wayside Town 단체곡 "T.T.C."의 경우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꽤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첫 벌스라는 걸 처음 한두 번 들을 땐 몰랐습니다;). 이런 모습이 어색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기존의 힘을 빼고 편안하게 부르는 보컬 칼라하고는 꽤 간극이 있는 편입니다. 앨범을 열어주는 "음악이 흘러 나오면"의 편안함이 인상적이라, 이런 시도를 실패라고 할 수는 없지만 Jayci Yucca의 기존 매력에 큰 보탬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얼터 이고로 이런 걸 하면 재밌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기존의 보컬도 완전한 건 아닙니다. 듣기 좋은 탑 라인과 미성은 분명한 재능이지만, 군데군데 고음으로 올라가는 부분에서 힘이 못 미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상당한 잠재력을 가진 건 분명한 듯 보입니다. 더불어, 그의 보컬에 어울리는 대중적이고 감각적인 비트를 제공한 프로듀서진 (그중 5번 트랙은 또 Jayci Yucca 본인의 프로듀싱이네요) Grabby와 TOIL도 앨범에서 큰몫을 해준 듯합니다. 최근 Leellamarz가 Ambition Muzik에 합류하면서 Wayside Town의 활동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되는 바, Jayci Yucca의 이름도 기억해둬야할 것 같군요.



(6) Homeboy - 증오대신 사랑으로 채우세요 (2019.6.18)


 Wet Boyz는 다들 힙합 그룹으로 치고 있지만, 왜 힙합인지 설명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듯합니다. 멤버인 Homeboy가 깜짝 발표한 이번 EP 역시 그의 보컬 능력에 대부분의 것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아니, 솔로 프로젝트를 통해 좀 더 어쿠스틱한 시도가 중점이 되어있기에, 이번 앨범을 힙합으로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라고까지 보입니다. 덕분에 이 앨범은 유명 밴드 보컬이 솔로로 통기타를 치며 녹음하여 낸 그런 느낌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기타가 주요한 악기이긴 합니다). 미니멀한 구성에도 Homeboy의 미성과 멜로디, 그리고 아름다운 가사는 곡을 끌고 갈 정도의 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생각되지만, 분명 기존 음악을 기대한 사람들 중에는 허전하고 심심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물론 Homeboy와 Wet Boyz는 힙합이 태생적으로 주기 어려웠던 아스라한 감성을 채워주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으나, 리스너 타겟이 정말 흑인음악 매니아들이라면, 호불호는 이들을 힙합으로 보는지 안 보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서부터 갈릴 것입니다.



(7) 형선 - DAMDI (2019.4.25)


 형선의 솔로 커리어는 아직 이 EP 외에는 아무 것도 없이 깨끗(?)합니다. 그럼에도 리드머에서 선정한 '주목할만한 신인 10'에 선정되었다든지, 이 인스타에서 다뤘던 Awkward Studio의 컴필레이션이나 "Prologue"에 참여하는 등 저와 접점이 없진 않았지만, 고백하자면 "Prologue"에 누른 좋아요를 인연으로 알고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DAMDI"는 평범한듯 선명한 인상을 남기는 앨범입니다. 리드머에서는 그녀의 음색을 칭찬했으며, 분명 그녀의 가볍고 청량하면서 예쁜 음색은 강한 무기입니다. 제게 있어 그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앨범 내에서 보여준 그녀의 스펙트럼이었습니다. Awkward Studio와의 친분 덕분에 앨범의 프로듀서와 래퍼로 Mazentaa와 Easymind가 참여하였는데, 물론 둘의 비트가 자신들이 하던 로파이한 음악 그대로인건 아니지만 반복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위에 깔리는 형선의 절제되면서도 인상적인 멜로디 메이킹은 마치 재즈 보컬의 그것을 듣는 것 같습니다. 반면, "sickoflove"나 "B-A-B-Y" 같은 곡은 상반된 분위기로 슬로우 잼을 연상시키는 깊이 있는 보컬을 선보입니다. 두 가지 모습을 자유자재로 선보이는 퍼포먼스는, 본인이 직접 멜로디를 짜고 가사를 썼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녀의 재능을 증명하는 요소가 되어줍니다.


 듣다보면 2%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 때로는 힘이 더 실렸으면, 혹은 좀 더 그루브감이 실렸으면 할 때가 두어 번 있었습니다. 아마 힘을 빼고 부르는 스타일과, 괜히 단점 하나 더 잡아보겠다고 귀를 세워 들은 제 탓이 합친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혹은, 장점이라고 치켜세우던 이 음색을 아이러니하게도 평범하고 무난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듯합니다. 앞서 말했듯 '깨끗한 커리어'를 가진,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이니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그녀의 작품 세계를 관망하여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8) Siggie Feb - Ballad from the Hood (2019.6.19)


 "031"에 이어 두달 반만에 새 EP로 돌아온 Siggie Feb입니다. 전작은 Siggie Feb의 스킬적인 면을 부각시켜줬다면 이번 앨범은 제목과 커버만 보면 사랑 노래로 채웠을 법한 첫인상에 뒤통수를 후리는 컨셉이 제일 핵심 부분입니다. 첫 트랙부터 드러나는 Siggie Feb이 정의하는 '발라드'의 정체는 '돈 되는 음악'입니다. 그러면서 뻔뻔하게도 '랩은 취미였고 발라더가 본업' 'MC Meta보다 이박사' '리얼 힙합 같은 소린 참아줘' 등의 나름의 방식의 스웩을 부려댑니다. 저번 앨범에서도 맛을 보여줬지만 이번 앨범에선 특히 Siggie Feb의 유머러스한 센스가 발휘됩니다. 그런 하나의 커다란 유머 안에서 라임과 리듬이 착착 맞아떨어져가는 모습은 상당한 재미를 제공합니다. 


 반면 청각적 쾌감의 부분에선 줄어든 느낌입니다. 아마도 "발라드"라는 컨셉에 맞춰서인지, 앨범은 전작에 비해 확연히 타격감이 덜합니다. 그건 오토튠 싱잉의 비중을 훨씬 늘려서이기도 하지만, 믹싱/마스터링으로도 많이 눌러둔 느낌이 납니다. 특히 이것은 4-6번 트랙, 즉 진짜로 '발라드'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나쁜 방향으로 시너지를 일으킵니다. Siggie Feb의 멜로디 메이킹은 아직 빈약해보입니다. 여기에서 뽕끼 넘치는 사랑 노래답게 클리셰적인 표현을 섞다보니 어쩔 수 없이 유머가 희생되고, 나름 신나고 통통 튀어야할 분위기는 멜로디도 사운드도 도와주지 않고 답답함만을 연출합니다. 나름 다운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던 "좋겠어"는 이러한 단점의 절정입니다. 다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끝을 마무리하는 "Ballad Money Flexer"는 죽은 분위기를 살리긴 역부족이라 앨범의 끝은 어정쩡한 맛을 남깁니다.


 앨범의 컨셉이 꽤 재밌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다듬으면 더욱 유쾌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되었을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두 앨범을 연이어 들으면서 Siggie Feb의 센스는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앨범은 어떤 규모의, 어떤 방향이 될지 몰라도 그에게 기대하는 이미지가 생긴 건 개인적 감상에 있어선 긍정적인 거 같네요.



(9) Mokyo - hold (2019.6.19)


 pH-1의 첫 LP가 성공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던 Mokyo의 EP입니다. 멜론엔 '포크/블루스'로 분류되어있길래 이게 뭘까 싶었는데, 확실히 이번 EP는 그가 다른 래퍼들에게 제공하는 비트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입니다. 기본적으로 연상되는 것은 Radiohead의 음악입니다. 비트에 있어선 풍부한 악기 세션과 임팩트 있는 전개가 눈에 띄는 요소였다면, 이번 앨범은 그와 반대로 의도적으로 비어있고 우울하며 한없이 가라앉아있습니다. 물론 "I'm an ordinary man"의 스트링 세션 같은 건 그의 장기를 잘 반영한 모습이지만, 애초에 그런 걸 바라고 듣는 앨범이 아니었던 겁니다. 저는 Radiohead 같은 감성을 좋아하기에 초반의 당황스러움을 극복하고 나선 나름의 호감이 생겼지만, 사실 완전하게 마음을 주기엔 Mokyo의 보컬이 발목을 잡습니다. 어느 정도의 건조함, 그리고 살짝살짝 나오는 애절함은 좋은 무기이나 기본적으로 건조함을 넘어 너무 플랫하여 마음을 뒤흔들기엔 2%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인 영어 발음은 예상 외로 너무 별로라서 (...) 몰입을 방해한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당황스러움을 극복하고 나서 들으면 들을 수록 여운이 남는 음악이네요. 몇 번을 더 돌려보면 이성적으론 설명할 수 없는 호감이 생길지도 모르죠.



(10) Leellamarz - MARZ 2 AMBITION (2019.6.21)


 "The Quiett의 아이들", "허슬의 아이콘"에서 결국 Ambition Muzik에 안착하기까지, 다이나믹한 커리어의 한 챕터를 마무리 짓고 여는 새로운 챕터를 기념하는 듯한 Leellamarz의 새 앨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피쳐링진을 보고 기대보다는 우려를 표했으며, 실제 앨범이 나온 후에도 감상의 주안점은 피쳐링진과 Leellamarz의 힘겨루기에 가있는 듯합니다. 저는 Leellamarz가 나름의 중심을 잘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BROKEN"이나 "IZAKAYA"처럼, 몇몇 트랙 자체의 분위기가 피쳐링진에 딸려간 듯한 느낌은 있었지만 이것은 프로덕션의 문제(라고 하기도 좀 과하죠)였고, Leellamarz가 그안에서 밀리는 느낌이었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여론이 은근 좋지 않은 것은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Leellamarz는 한동안 미친듯이 앨범을 뽑아내던 허슬러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씬 내의 입지를 고려하면, 그 전략은 생각만큼 효율이 높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Leellamarz가 본인이 가진 도구를 잘 활용하는가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의 목소리 톤은 얇고 허스키합니다. "MARZ 2 VENUS"부터 본격적으로 싱잉 랩을 차용하였지만, 애초에 목소리에 오토튠이 잘 묻기보다는 불협화음을 내는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더불어, 멜로디 메이킹은 언제나 무난한 수준이었습니다 - 이것은 그가 주로 말랑하고 부드러운 장르의 곡을 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목소리 자체의 힘이 크지 않기에 그는 그루브감을 뒷받침해주는 비트가 필요하며, 미니멀한 트랩 비트나 소프트한 싱잉 랩은 그저 흐지부지한 인상만 남길 뿐입니다. 그의 커리어 중 "Y"가 - 이제는 그러한 스타일을 메인으로 하지 않는다는 게 너무나 자명함에도 - 여전히 종종 언급되는 이유는 그런 면의 밸런스가 제일 맞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MARZ 2 AMBITION"은 그런 면에서는 전작들보다 좀 더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분위기적으로 좀 더 딥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애썼으며, 전작들을 통해 쌓은 나름의 노하우로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 올라운드 플레이어 같은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피쳐링진은 그 요소 중 하나입니다. 사실 화려한 피쳐링진 자체를 단점이라 할 순 없습니다. 앨범을 다채롭게 만들고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만약 피쳐링에게 밀려서 이번 앨범들이 주목을 못 받는 거라면, 피쳐링이 없거나 비중이 약한 곡들은 좀 더 회자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피쳐링진이 '너무 잘해서'라기보다, Leellamarz에게서 아직 매력을 못 느끼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종종 베스트 트랙으로 꼽히는 "우린 시간 앞에 무엇을 선택해야할까"는, 피쳐링진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리한 시도 없이 깔끔하게 깔아둔 싱잉과, 후반으로 가면서 빌드업되는 비트가 그의 목소리를 잘 살려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이유로 저는 "1"과 "삘"도 좋게 들었습니다. 나머지의 경우 곡들이 영 비어있는 느낌입니다. 프로듀서진들의 타 작업물을 살펴볼 때 원래 이런 스타일을 만든다기보단 Leellamarz가 이런 쪽으로 초이스를 많이 했을 것 같은데요, 이는 앞서 언급한 '딥하고 무거운 분위기'와 맞물려 앨범이 전체적으로 질질 끄는 모양새를 보이곤 합니다. 그나마 5분이 넘는 단체곡이 세 개나 포진해있는 초반부는 오히려 피쳐링진들이 잘 캐리해준 덕인지 우려보다는 덜 지루하게 넘어가는데, 후반부가 문제로군요. 그리고 사소한 것 하나로, 바이올린 잘 하는 건 알겠는데, 그가 덧붙이는 바이올린 선율은 늘 곡에서 겉도는 느낌입니다.


 "MARZ 2" 시리즈를 쭉 이어서 들어볼 때, 이번 앨범은 스케일이 커진만큼 더 탁 트인 느낌은 있습니다. 그야말로 '야망'이란 단어가 잘 어울립니다. 말마따나 허슬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의 여정이 끝나지 않았듯, 그의 음악 스타일도 아직 과도기에 머물러있는 듯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론과 저의 의견을 수용하여 이번 앨범을 불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정의한다면) 패착의 원인은 피쳐링의 비중에 있지 않습니다. 그저 Leellamarz의 매력 발산이 핵심입니다. 지난 2년을 남다른 모습으로 이끌어왔듯, 더 "큰 물"에서 활동하는 이 시점부터 더 빠르게 그 노하우를 습득할 거라 기대해봅니다. PS. Wayside 단체곡에 김미정이 없는 것에 살짝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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