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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이크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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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3 10:32:45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Bona Zoe - YBDJ: 上 (2019.6.6)


 큰 활동이나 정보는 없지만, 웹툰 '금요일'에 나온 단어를 랩네임으로 쓴 덕분에 기억에 오래 남아있던 뮤지션입니다. 이번 앨범은 총 22트랙이 될 첫 정규 앨범 "YBDJ"의 첫번째 파트로, 그 절반인 11곡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앨범 소개에는 '치열한 일상에 주는 선물'이며 '우울한 주제의 끝에 만날 수 있는 사랑과 희망'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컨셉에 어울리게 음악 스타일은 감성적이며, 여기 위에서 오토튠을 덧입힌 다양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Bona Zoe의 퍼포먼스는 어느 정도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서 밝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록 STAREX 크루가 하는 트랩 색깔과 많이 겹치기 시작합니다. 아기자기하고 단순한 루핑 비트라든지, 영어 비중이 높은 가사와 그 장르 특유의 코드와 탑 라인 전개 등, Futuristic Swaver나 Flavordash가 여러 군데에서 연상됩니다. 물론 이런 스타일이 제 취향이랑 어긋나서 그런 것도 있지만, 초반에 보였던 독창성이 뒤로 갈 수록 무뎌지는 듯한 것이 제일 아쉽습니다. 특히, 영어 파트가 한글 파트에 비해서 라이밍이 약하고 그루브가 덜하며 메세지 전달이 약한 감이 있다보니, 아직은 한글이 그의 주된 언어라 생각되는 바, 이렇게 영어를 많이 넣었어야 했는가 의문이 드는군요 (그래도 문법은 다 맞습니다ㅎ). 이러한 이유에서 한글로만 이루어진 마지막 트랙 "허리띠 두른 더블유"는 분위기로 보나 메세지로 보나 앨범의 편안한 마무리를 맺어주고 있는 베스트 트랙 중 하나로, 이런 트랙이 더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기대되던 신선함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점이 제일 안타깝군요. 그나저나 퍼블리싱이 YG Plus네요. 어떤 관계이려나..



(2) 박재범 (Jay Park) - The Road Less Traveled (2019.6.7)


 생각해보면, 굳이 Roc Nation과의 계약 얘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아이돌에게 쏟아지는 편견을 뚫고 그가 보여준 성취와 도전은 엄청난 것입니다. 그런 위치에서 힙합을 전공(?)으로 삼은 케이스가 많지도 않았지만, 대부분은 아이돌의 이미지를 벗는데 실패했는데 비해, 박재범은 변신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씬의 중요 인물로 거듭났죠. "The Road Less Traveled"는 해외로 넓어진 활동 무대에서 여전히 확고한 그의 행보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앨범을 들으면서 미국 힙합 앨범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스타일적인 얘기로, (제 짧은 식견으로 빚어진 오해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 힙합 앨범은 한국에 비해 순수 랩의 밀도가 높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국 힙합은 아기자기한 데가 있습니다. 대체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뚜렷하며, 타 장르와의 접목도 빈번합니다. 좋게 말하면 '실험성', 나쁘게 말하면 '덜 순수함'일 것입니다. 그에 비해 대개의 미국 힙합 앨범은 자신이 랩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 외에는 그리 많은 걸 시도하지 않습니다. 기승전결이 없지는 않지만 앨범은 수필집보다는 갤러리, 개인적이기보다 대중적인 느낌입니다. 대체로 피쳐링의 비중이 높은 것, 트랙 수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특징은 Jay Park의 이번 앨범은 물론, 지난 앨범 "Worldwide"에서도 두드러지는 특징이었습니다.


 한국 힙합 앨범을 듣는 태도로 그런 앨범을 접하면 대개는 귀가 피로해집니다. 완급의 조절이 없이 '난 이것도 잘해, 이것도 잘해'의 연속이 되기 십상이거든요. "Worldwide"는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The Road Less Traveled"는 마찬가지의 전략을 구사하면서 피로도가 덜했습니다. 이유는 훨씬 여유로워지고 유려해진 플로우와 프로덕션에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유동적인 느낌을 주는 영어가 주된 언어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에 비해 타이트함을 유지하면서도 힘을 빼고 편하게 뱉는 Jay Park의 랩은 확연한 진화입니다. 그의 보컬 능력을 고려해볼 때, 싱잉 랩을 포함하여 노래의 비중이 꽤 적다는 것은 의외라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두 곡이 다 싱잉 랩 스타일이라는 건 아이러니군요). 이는 트렌드와 무관하게 자기 것을 보여주자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물론 오토튠 싱잉 랩은 미국에선 생각보다 비중이 적지만, 트랩의 시류는 분명한데, 앨범의 초반과 후반은 진한 색깔의 붐뱁입니다. 중반부에서 트랩 색을 띄기 시작하고, 그 안에서도 싱잉 랩이나 하드코어, 혹은 "Step Son" 같은 약간 독특한 스타일까지 다양한 시도가 보입니다. "Worldwide" 때도 그랬지만 Jay Park는 수많은 피쳐링진 사이에서 결코 곡의 주인공 자리를 놓지 않습니다 - 피쳐링진이 딸리는 것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 듣기 싫을 정도로 못한 사람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역으로 Jay Park가 모든 트랙에서 두각을 드러냈다는 점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랩 이외의 사운드 퀄리티도 상당합니다. Charlie Heat를 빼면, 전부 Jay Park의 주변 인물 - AOMG, H1GHR Music, 그리고 Boycold의 비트를 사용하였는데, 원래 제가 한국 비트를 더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결코 세계적인 수준에 꿀리지 않는 비트들이 선정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앨범에서 Roc Nation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습니다 - 첫 트랙에 이름 언급, 그리고 Jay-Z에 대한 리스펙 정도죠. Jay Park의 가사는 AOMG와 H1GHR Music을 여러 차례 represent하고 있으며, 이건 해외를 겨냥함과 동시에 자신의 뿌리를 공고히 하는 멋진 전략입니다. 그외 균형 잡히고 깔끔한 믹싱/마스터링의 필드 역시 훌륭했습니다 (물론 저는 사운드알못입니다).


 앨범 감상에 있어 피로도를 단점으로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딱 제가 첫 문단에서 언급한 그 부분이며, 저는 감상 시의 기대치 때문에 갈린 호불호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제가 느꼈던 문제는 후반부, 앨범 내내 지속되던 텐션이 빠지는 부분입니다. '결'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었겠지만 분위기 전환이 좀 심하고, 무엇보다 너무 길었던 거 같습니다 - 약간 영화의 에필로그가 질질 끌면서 길어지는 걸 보는 느낌? 이외엔 매력이 가득한 앨범입니다. 적당한 수준에서 Jay Park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써의 모습을 화려하게 전시해낸 거 같군요. 생각해보니 Hit-Boy랑 함께 했던 싱글이 수록 안 되었다는 걸 고려하면, Roc Nation에서 따로 준비하는 앨범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뭐가 되었든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 가득한 시선으로 기다릴 수 있을 거 같군요.



(3) Roydo - Universe (2019.5.27)


 상당히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기억에 따르면 Royal Class 크루 소속 R&B 보컬이었는데, 몇 년만에 보니 꽤 여러 장의 앨범을 냈군요. 당시엔 꽤 찐한 색깔의 음악을 하려했던 것 같은데 (그러나 열악한 환경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Universe"는 부담 없는 가요 느낌의 앨범이군요 - Babylon 앨범이 자연스럽게 연상되었습니다. 특히 후렴에 와서 터지는 인스트루멘털과 짧은 가사의 반복, 전형적인 가요 작법입니다. 보컬 실력은 나쁘지 않지만 뭔가 대단한 걸 기대할만한 앨범은 아닙니다. 덕분에 피쳐링으로 참여한 QM도 좀 평범하게 들리는군요. 어쨌든 이렇게 음악을 계속 하고 있구나 하는 건 반갑네요. 재밌는 점은, 타이틀곡 "Universe"의 프로듀서가 Pe2ny라는 점 - 기존에 기억하던 스타일과 꽤 상반되어서 재밌습니다. 그리고 영어 버전은 Jolly V가 작사했네요. 뜻밖의 근황 체크.



(4) Billionaireboy Wan - Next Up Kid (2019.6.3)


 이름만 봐도 머니 스웩이 가득한 트랩을 하겠구나 연상이 되는 신인 래퍼인 듯합니다. 4곡의 작은 규모에다가 곡들이 길지 않고 맛보기 느낌으로 실려있어서 많은 걸 단정지을 수는 없는 앨범입니다. 전체적인 바이브는 요즘 한국 언더에서 유행하는 트랩 스타일 그대로이기 때문에 신선함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보기 흔치 않은 로우톤의 목소리가 기억에 남고, 개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군요. 특히 싱잉을 뺀 2-3번 트랙에서 raw하게 잘 어울립니다. 앞서 말했듯 뭔가를 단정 짓기엔 규모가 너무 작은 앨범이라, 그에 대한 평은 조금 보류해야겠습니다.



(5) Wikiyoung - CYBER CITY 666 (2019.6.7)


 들어본 거라고는 TakeOne 디스곡 밖에 없었고, 기대치를 낮추기에 충분했던 트랙이기에 그다지 관심도 없던 래퍼입니다. 첫 두 트랙에서 보이는 헤비한 오토튠 사용을 덧댄 흔한 트랩 바이브와 비트와 랩의 균형이 들쭉날쭉한 믹싱 (싸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에서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그렇게 크게 틀리지 않았구나 싶었죠. 그러던 분위기는 3번 트랙 "Pick Up"에서 전환됩니다. 특히 Millineon (이 친구가 YG의 Millenium이라더군요)이 비트를 제공한 두 트랙은 확연히 도드라집니다. 앞 두 트랙에 비해서 탑 라인이 강조된 뒤 네 트랙은 확실히 귀에 좀 더 쉽게 와닿고 부담스럽지도 않군요. 오히려, 트랙들 길이가 너무 짧은게 아쉽습니다. 뭐 그렇다해도 깔려있는 은근한 '멍청 트랩' 코드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면 완전히 마음을 주긴 어렵겠죠. 그래도 어느 정도 편견을 깨는데는 도움이 되어 좋군요.



(6) 최엘비 - PUG LIFE 1/4 (2019.6.7)


 앨범 제목을 보면 아마도 새 앨범에 대한 프리뷰 형식일까요? 전작들에서 보여준 감성 그대로 최엘비는 이번에도 순수하고 직설적이면서도, 주제에 대한 나름의 통찰로 얘기를 풀어냅니다. 이것은 늘 최엘비의 매력이었으나, 어떤 사람에게는 같은 방법론의 반복으로 지루함으로 다가설 수도 있긴 할 것입니다. 더욱이, 이번 앨범은 프리뷰여서 그런지 여러모로 감질맛 난다는 표현이 적당한 듯합니다. 그나마 3분 1초를 기록한 타이틀곡을 제외하면 전부 1-2분대이며, 비트도 꽤 미니멀하게 짜여있습니다. 꽉찬 사운드와 쩌렁쩌렁한 소리로 울림을 주었던 지난 앨범 "오리엔테이션"과는 대조적인 부분입니다. 이것이 정말로 방향성의 전환일지, 테마에 따라 아직 숨기고 있는 것이 많은지는 지켜봐야겠지만, "PUG LIFE 1/4"는 영 기대치에 비해 갸우뚱하게 하는군요. 남은 3/4를 기다려봅니다.



(7) Easymind & cjb95 - Prologue (2019.6.8)


 꽤 기대하던 조합입니다. Easymind의 개성적이지만 임팩트가 부족한 플로우에 Awkward Studio의 비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따분하게 다가오던 찰나였기에, 건조하고 씨니컬한 감성을 공유하면서도 자못 날카롭고 실험적인 구석이 있는 cjb95의 비트가 의외의 시너지를 보여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론 기대에 비해선 아쉽습니다. 이번 앨범에 제공된 cjb95의 비트는 대부분 Easymind에 맞추어 단조롭고 차분합니다. Easymind는 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랩을 하였으며, 대부분의 곡 첫 도입부가 거의 똑같이 느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앨범을 들으면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건 오로지 피쳐링진들의 몫일 뿐입니다. cjb95의 비트가 날카로움을 접은 것은 아마 의도한 바였을 것입니다 - 마지막 트랙 "Jalajazz"는 cjb95의 실험성이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트랙입니다. 앞서 cjb95는 "STREET"라는 곡으로 Easymind와 콜라보를 한 적 있으며, 그때는 본인 싱글이어서였는지 타협 없는 비트를 제공하였습니다. 그런 케미를 바랐던 저로써는 좀 더 과감한 모습을 바랐는데 결과물이 아쉽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전 작업물하고 좀 다른 느낌이 있기야 하지만, 한발짝 떨어져서 보는 이들에겐 결국 거기서 거기로 느껴질 가능성이 농후해보이네요.



(8) 기리보이 - 100년제 전문대학 (2019.6.10)


 기리보이가 다시 정규앨범을 냈습니다. 6번째라는데, 어찌나 허슬하는지 '아직 6번째밖에 안 되었나?' 싶네요.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한편, 제가 처음 듣고 받은 인상은 낯섦에 가까웠습니다. 이는 예상보다도 힙합적이지 않은 결과물 때문이었습니다. 본래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개성적인 느낌을 내는 건 기리보이의 장기였기에, 제가 느끼는 낯섦은 그 스타일이 더욱 무르익었기에 느끼는 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첫 트랙 "도쿄"부터 테크노 댄스곡의 느낌이 더욱 느껴지며, 이후로 이어지는 트랙들은 드럼이 약화되고 다채로운 악기 사용이 돋보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곡의 전개에 리듬감보다 멜로디에 기대고 있다는 뜻이라고 느꼈고, 이는 비단 기리보이가 랩보다 노래를 더 많이 해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겁니다. 앨범의 분위기를 기리보이의 옛날 스타일로의 회귀로 평하는 의견들을 보았는데, 확실히 제가 기리보이를 제대로 들은 건 "졸업식" 때부터이니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근래의 전작들과는 이러한 면에서 크게 갈리는 거 같습니다.


 앨범 전반에는 기리보이가 늘 내세우던 찌질 감성이 짙게 깔려있습니다. 아니, 요근래 작품 중에서 제일 짙은 거 같군요. 여전히 의식의 흐름 따라 즉흥적으로 내뱉는 듯한 그의 가사와 기교 없이 플랫하고 단순한 보이스톤과 멜로디, 그리고 이로 인해 랩보다 푸념 같은 느낌이 드는 기리보이의 랩은 이런 감정에 잘 부합하는 장치이자, 앨범을 더욱 '힙합적이지 않게' 하는 요소입니다. 그만큼 감정을 물씬 드러낸 앨범이고, 이 선을 앨범 후반부로 가져가 터뜨리는 "결말"은 뭉클할 정도입니다. 예전에 "2000/90 (Band Remix)"에서 보였던 밴드 사운드와의 조화를 되게 좋아했었는데, "결말"에서 다시 한 번 그 케미를 보여주는군요. Placebo 같은 브리티쉬 락 밴드 음악이 떠올랐다고 하면 너무 과하려나요.


 앞서 언급한 '낯섦' 때문에, 처음 들었을 때는 정규보다는 EP에 어울리는 구색이라고 생각했지만, 또 듣다보니 기리보이 나름의 세계에 몰입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슈몰이를 했던 트랙 "아퍼"는 나머지 감성과 제일 차이가 나기에 몰입의 방해 요소, 옥의 티가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 참여진들도 사실 곡에 딱 달라붙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Kid Milli랑 C Jamm 정도? 그리고 "결말"로 말 그대로 결을 맞이했는데 "교통정리"가 쌩뚱맞게 한 번 더 나오는 것도 좀 아까웠습니다 (보너스 트랙 표시를 빼먹은 건가 싶었네요). CD only 트랙 "1억/400"은 왠지 앞선 분위기와 더 상반된 스웩 곡일 것만 같군요. 아직 피지컬 구매를 하겠단 결심은 못 내린 상태라 이 곡을 들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9) Loopy & Nafla - LooFla (2019.6.10)


 쇼미더머니 7에서 얻은 인기와 기대치가 배경에 깔려있었다고 치면 좀 늦게 만들어진 감도 있지만, 어쨌든 오랫동안 기다려온 Loopy와 Nafla의 콜라보 앨범입니다. 이미 세 번의 선공개 싱글을 발표한 바 있으며,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 이 선공개 싱글은 참 모범적으로 앨범을 요약하고 있는 듯합니다.


 같은 레이블이며 수없이 콜라보를 했지만 Loopy와 Nafla는 각각 몽환적인 클라우드 랩과 때려박는 붐뱁으로 확연히 상반된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둘의 콜라보 앨범을 만드는데는 이 둘이 어느 지점에서 타협하는가가 중요했습니다. 그 결과물은 다소 전형적이라 볼 수 있는 미니멀한 비트 위의 트랩입니다. 어디에선가 MKIT Rain의 컴필이었던 "Public Enemy"의 후속작 같다는 의견을 본 적 있는데, 꽤 예리한 지적입니다. 이 스타일을 위해 Nafla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파워를 어느 정도 죽여야 했고, Loopy는 반대로 텐션을 좀 더 업시켰습니다. 문제는, Nafla는 쇼미더머니에서 빡센 모습을 주요 무기로 삼은 반면, Loopy는 어차피 그전보다 텐션 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 바, 이번 앨범에서의 퍼포먼스가 꽤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둘 중에 타협으로 인해 손해를 본 사람을 고르라면 Nafla 쪽일 것 같습니다. 특히 Loopy는 특색 있는 목소리 때문에 이러한 플로우에서 쫄깃한 느낌이 배가되는 것 같습니다. 


 Nafla 팬의 입장에서 아쉽게 느껴질 요소는 많습니다. 기운을 죽였대도, 비트는 좀 더 과감한 쪽으로 초이스했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Loopy의 "NoNo" 정도의 분위기로 맞출 수도 있었을 거 같습니다. 혹은 "Woke Up Like This" 같은 트랙의 비중을 늘릴 수도 있었겠죠 - 하지만 아마 앨범의 통일성에 있어서 고민이 많아졌겠죠. 다시 말하면 무난한 결정으로 일관하여 만들어진 앨범이란 뜻일까요. 다만 트랩 팬들은 꽤 반기는 듯하군요. 결국 붐뱁충으로써 Nafla에게 크게 아쉬움을 느끼는 것도 이해할만한 현상 같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이 앞으로 둘이 자신들의 커리어를 어떻게 끌고 갈지 암시하는 의미도 있어보이는군요. 일단 저로썬 이런 Loopy 스타일이 더 친근하니 모든 걸 잃은 건(?) 아니네요ㅋ



(10) Bully Da Bastard & Jay Moon - The Teachers (2019.6.11)


 Bully가 랩을 시작할 당시 '사제 관계'였다는 둘이 뭉쳐서 앨범을 냈습니다. 이 앨범을 계기로 Jay Moon은 Fame Records에 합류하기도 했죠. Jay Moon은 그의 전작 "Lucy in the Sky"에서 힙합 외에 다른 장르를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심지어 타이틀곡이라는 "불"은 홍대 인디 밴드 감성의 보컬 곡이었습니다) 하드코어한 Bully와 잘 어울릴지가 관건이었습니다. 과연, 앨범 내의 대부분의 곡에서 Bully가 텐션을 올려놓으면 Jay가 이것을 여유롭게 풀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색할 수도 있는 티키타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둘을 감싸주는 비트의 분위기 및 Jay Moon의 유연성 덕분인 거 같습니다. Jay Moon은 이전보다도 훨씬 변태적인 (?) 매력을 뿜어냅니다. 특유의 씨니컬한 가사도 그렇고, 멈블 랩은 아니지만 죄다 흘러내리는 발음도 그렇습니다. 이는 둘 다 빡세게 랩을 한 "주고 받기"에서도 미묘한 대조를 이뤄 듣는 재미를 만듭니다.


 이에 반해 Bully Da Bastard는 직전 발표한 믹스테입과 거의 비슷한 모습입니다 (하긴 직전에 발표했으니 그 사이에 뭔가 변화가 있었을거라 보는 것도 웃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단점도 그대로 가져갑니다. 늘 지적되는 파워의 조절, 특히 속사포 랩에 있어서 발음과 박자가 죄다 무너지는데도 일단 달리고 보는 플로우는 곡의 몰입을 깨는 주요 요인입니다. 옆에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Jay Moon이 있어서 더 대조되죠. 그리고 앨범 전체적으로 믹싱/마스터링이 좀 이상하게 된 거 같습니다. 의도한 부분인 거 같기도 하지만 듣는데 거슬려 할 사람도 있을 것 같군요. 이번 앨범은

둘이 발표할 정규 앨범의 선공개 의미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방향은 괜찮은 거 같고, 디테일한 부분을 다듬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족으로, 개인적으로는 Jay Moon의 목소릴 오랜만에 제대로 듣는다는 점이 제일 반가운 앨범이었네요.


PS 이 둘은 "매쾌히"란 단어는 없고 "매캐히"가 맞는 단어라는 건 알고 있는 거겠죠...?

PS2 크레딧 실수인지 모르겠는데 프로듀서가 누구인지가 안 나와있습니다. 첫 트랙은 Jay Moon + Bully Da Bastard라고 되어있긴 한데 둘이 비트를 찍은게 맞으려나요?

6
Comments
WR
2
2019-06-13 10:32:59

여담으로 기리보이가 인스타에서 감상평 이벤트하더라고요

2
2019-06-13 10:47:02

기리보이 ㄷㄷㄷ 작년에 구매한 우주뭐시기 바뻐서 아직 비닐안뜯엇는데 또 새앨범

2019-06-13 13:42:20

 박재범꺼 뭔가 기대되네요!

붐뱁을 전후반에 배치했다는 말에 더더욱 기대됩니다!

외힙 느낌 난다는 것도 기대되고... 비트도 좋고 믹스마스터도 좋다고 하고

싱잉랩의 비중이 적다니 더 좋네요 ㅎㅎㅎ

앨범은 이미 주문해둔 상태라, 후회가 없는 선택일 듯 합니다!

늘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WR
1
2019-06-13 17:48:01

으억 저도 사야되는데

2019-06-14 15:15:44

이젠 밀렸던 감상이라기보다는 신보 리뷰에 가깝네요 ㅎㅎ

그 많던 밀린 앨범들을 다 해치우신 것 같네요

WR
2019-06-14 22:26:23

그렇죠!ㅎㅎ 그래도 조금만 신경 안쓰면 바로 밀려버리긴 하더라고요ㅎ

 
24-03-22
 
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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