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HOP-TALK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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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7 16:59:55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사실 이제 감상 안 밀렸는데 그냥 이 이름 오래 쓰니 애착이 생겨서 쓰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앨범 10개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 올리는 거라 좀 비정기적으로 올리게 되겠군요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Sway D - Sway Dragon (2019.5.26)


 '허리케인'으로 대표되는 Sway D의 캐릭터는 워낙 독특해서 이젠 가사만 봐도 알 정도입니다. 이 캐릭터에 베이스를 두고 만들어진 음악들은 마치 만화 주제가 같은, 유치하면서도 듣는 재미가 있어 Sway D만의 강점으로 자리잡았죠. 전작이랑 마찬가지로 "Sway Dragon"도 그안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사마다 수퍼, 허리케인, 용을 언급하는 건 진지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Sway D를 좋아하는데 큰 장벽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을 넘어서면 매력 포인트로 인지됩니다. 오히려 그 컨셉 덕분에 나타나는 차별화된 단어 선택과 개성적인 라이밍이 듣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다만 비트와 훅은 기억에 쉽게 남는데, 벌스처럼 길게 이어지는 파트는 끝까지 끌고 가는 뒷심이 부족한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전작 "The Story of Hurricane"에 비해서 본인 랩 작법에 좀 더 개성을 더한 모습인데 그 부작용이지 않았나 싶군요. 어찌 보면 본인 캐릭터를 강화시키는 작업이었으니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고요. 


 이런 Sway D의 컨셉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건 특유의 다채로운 신디사이저 운용의 덕택이 큰 거 같습니다 - SF스러운 느낌을 더해주면서 컨셉과 잘 어울리는 톡톡 튀기는 신스는 Sway D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지 않은가 합니다. 에너지를 발산하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가라앉혔던 "The Story of Hurricane"과 대조적으로 이번 앨범은 일관되고 고릅니다. "Color Gang" "더 올라가" 같은 거랑 비교해선 이번 앨범 비트가 조금 차분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균형을 맞추기 위한 거였지 않았나 싶군요. 말마따나, 재미는 있는 앨범입니다. 흔한 트랩의 공식을 따라간 듯하지만 보여주는 개성이 귀를 잡아끄네요. 이전 앨범에 비해선 Sway D와 트랩 음악에 더 친근해져서 이렇게 호감이 생긴지도 모르겠군요. 앞으로도 더 기대해봐야죠.



(2) Kimchidope - Don't Hate Me (2019.5.27)


 한달 만에 새 EP로 찾아온 Kimchidope입니다. HNML가 상당히 허슬하는 크루네요 - 이런 큰일이(?). 앨범의 시작은 전작 "BETTER NOW, BETTER PLACE"에서 보여준 찐한 오토튠으로 엽니다. 전작에 이어서 여러 번 듣다보니 꽤 호감이 가기 시작합니다. 특히 '떡칠'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한 과한 오토튠이 토크박스나 보코더 같은 특이한 느낌도 더해준데다, Kimchidope의 고음 라인에서 등장하는 바이브레이션은 노래 자체에 기묘한 소울을 첨가해줍니다. Ty Dolla $ign이 오토튠을 쓴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한 가지 더 이 앨범의 특이한 점은 랩 트랙도 두 트랙 들어가있다는 점으로, 전작을 싱잉으로 앨범을 만들었지만 아직 랩을 놓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듯(?)합니다. 앨범에서 인상적인 건 싱잉 쪽이었지만 랩도 나쁘지 않습니다 - 발음 약간 뭉개면서 끄는 느낌이 같은 크루의 Mckdaddy를 연상시키는군요. 그리고 마지막 트랙 "Kensaei"는 딱 트랩과 소울 중간에 위치한, 앞 트랙에서 보여주던 두 가지 스타일의 중간 지점 같은 느낌이에요. 이전 두 가지 앨범에서는 한 가지 모습만 보여줬던 것에 반해 이번엔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던 거 같군요. 저로써는 Kimchidope라는 뮤지션에 대해 좀 더 호감을 갖게 된 앨범이었던 듯합니다.



(3) Bully Da Bastard - 20 (Hip Hop Kid in Seoul) (2019.5.30)


 최근 많은 이들의 Bully에 대한 평이 호감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Justhis와 함께 한 발표한 "Bastard"나 이번 믹테의 선공개곡으로 발표한 "20 Birthday"에서 보이는 모습은, 예전처럼 악을 쓰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듯한 랩을 고수하면서도 훨씬 그 목소리를 매력적이고 독창적으로 운용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 "20 Birthday"에서 비트가 꺼지고 마구 내지르는 파트는 자신의 장기를 멋지게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힘만으로 모든 것을 풀이하는 건 마치 고음만 이어지는 노래 같아서, 처음엔 멋져보일지 몰라도 쉽게 피로해지고 질리게 됩니다. Bully Da Bastard가 초반에 비판을 많이 받았던 것도 이 이유였죠. 지난 앨범 "Bipolar in My Neck"에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로 차분하지만 처절한 스토리텔링을 하는 모습을 보였고, 개인적으론 이 방법론이 그에게 있어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세 번째 믹스테입인 "20"은 훨씬 성숙한 랩 컨트롤 능력을 보여줍니다. 여전히 그를 파워형 캐릭터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고 이번 믹테에서 굳이 숨기진 않았으나, 사실 유감없이 폭발시킨 곡은 두세 곡 정도 - 나머지는 듣기 좋은 수준으로 적절하게 조절할 줄을 압니다. 이는 때로는 화려한 피쳐링진 때문에 간접적으로 '숨겨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그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플로우를 조절해가기 때문이죠. 여기에 위에서 언급한 대로, 폭발시킬 때도 앞뒤 안 가리고 달리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나름의 능숙한 스킬을 통해 그 장기를 인상적인 순간으로 바꿀 줄 아는 듯합니다. 후반부에 보여주는 오토튠 싱잉이나 보너스 트랙으로 들어있는 trippy한 비트도 의외의 나쁘지 않은 반전입니다.


 여전히, 순간순간 힘을 주체를 못하고 균형이 무너지는 부분들은 있습니다. 특히 그의 속사포는 박자와 잘 어울리지 않고 그냥 내달리는 느낌만이 듭니다. "알 놈은 알지"는 이 문제점이 제일 심하게 드러난 트랙이며, "Race" 같은 트랙도 앞에 AGUNU의 벌스와 훅이 여유롭게 세팅해둔 분위기가 속사포 때문에 무너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 부분을 다듬으면 훨씬 안정적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래퍼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가 됐든, 커리어를 거듭할 수록 더욱 성숙과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Jay Moon과의 콜라보를 예고했는데, 그건 또 어떻게 섞일지 기대해봅니다.



(4) 창 - 오탑 (2019.5.30)


 창이란 래퍼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으며, 이전까지 나온 한 장의 믹스테입 (싱글 "무신론자"는 이 믹테의 수록곡입니다)과 한 장의 EP에 수록된 노래들에 피쳐링이 하나도 없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특별히 소속도 없는 래퍼 같습니다. 원래 저랑도 인연이 없을 수도 있는 래퍼였지만, "한국 힙합씬 70%는 발릴 음악"이라는 어그로 가득한 자기 홍보에, 힙플에 븟새 님이 또 추천하시길래 들어보게 되었네요. 


 이번 앨범은 피쳐링 뿐만 아니라 심지어 외부 비트도 없이 온전히 혼자서 다 만들어낸 음반입니다. 앨범을 돌려보면, '다듬지 않은 멋'을 본인의 테마이자 무기로 삼고 있다는 걸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의식의 흐름 따라 적힌듯한 가사 (본인 표현대로 '날라다닙'니다)와 큰 계산이 들어가지 않고 직진만 하는 플로우, 그리고 기교가 들어가지 않은 목소리 등을 근거로 삼을 수 있겠군요. 이점에서 최근 들어봤던 탕의 "품바"라는 앨범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품바"는 어떤 면에서는 '실험성'이라고 얘기할만한 부분이 있었던 반면, 이 앨범은 모든 것에 정공법을 시도합니다. 이런 류의 앨범이 늘 그렇듯, 호불호의 포인트는 이 다듬지 않은 느낌에 대한 호감이 좌우할 것입니다. 누군가에겐 순수하고 풋풋하게, 더 나아가 열정적으로 보일만하지만, 누군가에겐 촌스럽고 산만해보입니다. 심지어 삑사리가 나거나 박자가 살짝 어긋난 부분들까지도, 분위기에 보태는 요소가 될 수도 있고 큰 단점이 될 수도 있는 거겠죠. 특히 생목으로 부르는 노래 같은 목소리가 호감을 결정할 제일 중요한 요소가 될 듯합니다.


 요컨대, 이 앨범도 크게 단점을 찾긴 어렵습니다. 박자를 못 타는 것도 아니고, 발성도 나쁘지 않고, 라임을 못 맞추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이, 다른 음악으로 대체 불가능한 고유의 영역이 있는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앞에서 "품바"랑 비교한 포인트처럼, 그의 음악들은 마구 날뛰면서도 일정한 틀 밖을 지키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이때문인지, '프리스타일'이란 이름이 붙은 "Big Dik Freestyle" pt.1과 2가 제일 자유롭고 인상적으로 보이더군요 (아닌게 아니라 비트도 이 두 곡이 제일 재밌습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계산이 빠졌다는 그의 방법론에도 무의식적인 공식이 자리했을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군요. 여튼, 그의 이름을 머리에 각인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한국 힙합씬 70%를 바르는 건 좀 무리가 아닌가 싶군요. 4-50% 정도면..?



(5) ONiLL - Cassette Tape (2019.5.30)


 ONiLL은 달리 소속은 없어보이는 래퍼 겸 비트메이커입니다. 올해 1월에 나왔던 "놈" 싱글로 처음 이름을 접하게 되었는데, 활동한 흔적이 그래도 꽤 있더군요. "Cassette Tape"은 그의 세 번째 EP인데, 12트랙이라는 규모로 보나 구성으로 보나 정규로 보기에 손색 없습니다. 전곡 프로듀싱을 직접 했고, 앨범을 여는 첫 두 트랙이 인스트루멘털이어서 프로듀서 앨범인가 싶지만 앨범 자체는 래퍼로써의 그의 모습도 많이 강조가 되어있는 편입니다. 그의 스타일은 2000년대 중후반의 한국 힙합을 즐겼던 사람 (=이걸 쓰고 있는 필자)이라면 친숙하게 느낄만한 스타일입니다. 때로는 하드코어하고 때로는 재지한 분위기의, 샘플링 위주에 둔탁한 베이스와 스네어가 많이 강조된 붐뱁 트랙이라고 하면 감이 오실지 모르겠군요.  또한 2000년대 중후반 노래들처럼, 그의 랩은 랩스킬보다는 메세지와 딜리버리에 좀 더 중점을 갖추고 있어보입니다. ONiLL의 랩은 깔끔하고 차분하며, 어떻게 보면 건조하고 약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저음의 톤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랩은 비트와 케미가 상당히 좋습니다. 다만 "Lifestyle" 같은, 래퍼의 에너지에 좀 더 기대는 비트에선 따분하고 비어있게 들리는 건 아쉽군요.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나쁘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Soul Company 시기의 Loptimist가 연상되는군요. 개인적으로는 본인의 랩도 좋지만, "놈"처럼 다른 래퍼들과의 콜라보도 많이 봤으면 하네요.



(6) Dino.T - Epilogue (2019.5.31)


 "랩귀" 이후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Dino.T의 앨범입니다. 하드코어, 어쩌면 호러코어라고도 얘기할 수 있었던 당시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로군요. 물론 "랩귀" 앨범에도 오토튠 싱잉이 있긴 했지만, 그후로 나온 싱글들에서 이 스타일을 전면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Epilogue"도 오토튠 싱잉 랩을 위주로 한 앨범이 되었습니다. 인상을 남기기 충분한 두꺼운 목소리와 생목을 사용하는 듯한 발성은 나름의 처절한 이미지를 그려내어서 앨범 주제와 꽤 어울려보이는 듯합니다. 이에 맞게 탑 라인도 강렬한 편이죠. 특히 이전 싱글들과 비교해서 이런 파워를 좀 더 잘 살려낼 수 있도록 사운드 작업이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많은 얘깃거리가 있는 앨범은 아니지만 범람하는 싱잉 랩 속에서도 또 기억에 남을만한 특징은 있어보입니다. 여담으로 "동화"란 트랙, 이런 스타일을 부르는 단어가 따로 있는지 모르겠는데, 뭔가 중세 시대 음악 같은 분위기의 비트? 비트 뿐만 아니라 짧은 피쳐링과 탑 라인까지 독특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곡입니다. 다만 이런 감정적인 내용이 아니라, HVND 크루의 단체곡 같은 의미로 보이는 "Gotta Go"의 경우는 좀 심심했네요.



(7) Colde - Love part 1 (2019.5.31)


 offonoff의 Colde가 발표한 솔로 앨범입니다 - 그러고보니 진짜 offonoff 자체의 활동은 본지 좀 되긴 했네요. 아무튼,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를 모은 EP라는 주제 답게, 편안하고 멜로우한 무드의 곡들로 차있습니다. R&B로 분류가 되겠지만 실제 앨범 분위기는 모던 락을 더 연상시킵니다. 물론 "와르르"로 대표되는 R&B 넘버들이 중반부에 몇 곡 배치되어있으나, Colde의 힘 뺀, 담백한 보컬 스타일과 자주 사용되는 기타 멜로디 라인 및 어쿠스틱한 악기 어레인지, 그리고 앨범을 마무리 짓는 빛과 소금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리메이크 등이 앨범을 그런 이미지로 들리게 합니다. 어찌보면 지나치게 퍼져있는 느낌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이건 앨범 테마에 충실한 탓에 생기는 호불호 포인트인 듯합니다. 사실 워낙 Colde의 목소리가 특색이 있는지라, 0channel의 참여가 없음에도 offonoff의 음악과 거리가 많이 느껴지진 않네요. 



(8) Ted Park - They Don't Know (2019.5.31)


 H1ghr Musik의 해외 멤버들에는 많이 신경을 못 써서, Ted Park 음악도 많이 낯선 편인데, 이번에 EP가 나왔다고 해서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박재범의 보컬과 pH-1의 랩 같은 느낌이군요. 팝적인 코드를 활용해 통통 튀는 음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군요. 아이러니하게도, 재미 교포로써 영어를 모국어처럼 쓰는 데도 불구하고 뭔가 한국인이 영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Ted Park의 목소리가 달리 그루브감이 없어서 그렇게 느꼈던 거 같습니다. 또한 앞에서 박재범 + Ted Park라고 했던 것처럼, 크게 개성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없습니다. 노래들이야 뭐 객관적으로 보면 때깔이 나쁘진 않지만, 이런 부분 때문에 앨범 자체가 갖는 매력은 덜합니다. 도리어 "Drippin'" 같은 좀 더 힘 있는 넘버를 뽑았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이 곡은 마지막에 보너스 트랙처럼 자리하고 있고, 앞의 곡들 무드는 거의 비슷해서 더욱 따분하게 다가오는 거 같군요. 아직 Ted Park를 제대로 접한 것이 처음이니 판단은 보류하겠지만, 더 재밌는 걸 듣고 싶네요.



(9) WONJAEWONJAE x DeepHartt - PYEONGTAEK TO OITA (2019.6.5)


 WONJAEWONJAE가 지난 앨범 "BIG SAD"가 나온지 한 달도 안 되어 새 EP를 냈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NMNB 크루 소속인 비트메이커 DeepHartt의 이름을 아티스트에 올렸는데, 사실 "BIG SAD"도 전곡 DeepHartt 프로듀싱이었기에 이번 앨범은 둘의 두 번째 콜라보 프로젝트라 볼 수 있겠습니다. 우선 지난 "BIG SAD" 감상평에서 DeepHartt 비트가 타입 비트인가 하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이고 제 착각이었던 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군요. 당시 그랬던 것은 비트가 지극히 전형적인 장르적 특징을 띄고 있고 단조로웠기 때문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런 점들이 이번 앨범에서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도리어 "BIG SAD"는 나름 '슬픈 노래'를 표방했던 탓에 비교적 무게감이 더 있었다고 한다면 이번 앨범은 좀 더 가볍고 단순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앨범 러닝타임이 다 합쳐 10분을 겨우 넘을 정도로 짧은 곡들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한몫하겠죠. 사실 DeepHartt의 비트보다 조금 더 아쉬웠던 건 WONJAEWONJAE였습니다. 지난 앨범과 연결하여 생각했을 때, WONJAEWONJAE의 퍼포먼스는 어중간하다는 표현이 떠오릅니다. 슬픈 노래에서 충분히 슬프지 않고, 신나는 노래에서 충분히 신나지 않으며, 뭔가 모든 요소들이 그저 나오는 대로 던져놓은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DIE4U"의 음이탈이나 "Backpack Freestyle"에서 무너지는 박자들을 구체적인 예로 들 수 있겠군요. 이런 것들을 마치 멈블 트랩처럼, 본능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연출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도 있겠고, 붐뱁충인 저의 취향도 작용을 했을테죠. 하지만 앨범을 돌릴 수록 남는 이 어정쩡한 찜찜함을 그것만으로 다 설명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10) 24Oz - 어른 (2019.6.4)


 24Oz는 청주에서 활동하는 래퍼로, "Uglybaam"이란 크루에 속해있는 것 같습니다 - 이전 커리어를 훑어보면 CosmoJungle, NOFFENS 등의 단체도 나오긴 하는데 아직까지 있는 건지는 모르겠군요. 2016년부터 활동을 해왔다고 하며, 이번 EP "어른"은 그에게는 첫 정식 앨범 규모의 작품입니다. 참고로 "어른"은 그가 2017년 낸 첫 번째 믹스테입의 제목이기도 하며, 앨범 수록곡에는 그의 믹스테입 "어른"과 "Glitch"의 곡들이 재녹음, 또는 재편곡되어 수록되어있기도 합니다 (다만 "어른"의 경우는 같은 주제로 아예 새로운 곡을 만든 거 같군요).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는 살아가면서 직간접적으로 겪은 시련들, 그것을 통해 얻은 인생의 (고통스러운) 교훈들입니다. 이 주제는 과거 믹스테입과 싱글에서도 여러 차례 다뤄졌던 부분입니다. 24Oz를 오래 보아왔다면 제한된 주제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번 앨범만 놓고 봐서는 가사에서 주제를 풀이하는 방식이나 표현은 크게 나쁘지 않습니다. 보기에 따라선 개인적인 감정을 절절하게 잘 실어냈다고도 평할 수 있겠습니다. 트랙들의 세부 주제는 그런 성장통을 안긴 구체적인 경험에 따라 나눠진다고 볼 수 있으며, '어른'이라는 큰 주제로 묶이는 동시에, "어른"에서 시작하여 "어른 Deluxe"로 끝나는 안정적인 전개를 보여줍니다.


 다만 늘 발목을 잡는 것은 소리의 문제입니다. 물론 이 앨범은 랩 스킬보다 메세지 전달에 집중한 앨범이기에 랩적인 쾌감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지만, 그렇다해도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가장 큰 건 목소리의 운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엔지니어링의 문제였다고 생각됩니다. 24Oz가 주로 쓰는 전략은 담담한 목소리와 격한 목소리를 오가는 방식인데, 이 두 가지 스타일 각자가, 그리고 전환이 투박하여 전자는 힘빠지게 들리고, 후자는 그저 악을 쓰는 것처럼 들릴 여지가 있습니다. 더욱 문제는 이 기술이 너무 남발된다는 점으로, 애초에 큰 매력을 갖지 못하는 목소리였기에 이 전략은 금세 지루하게 다가옵니다. 앞서 엔지니어링을 언급한 것은 특히 격한 목소리가 비트에 잘 묻지 않는 느낌 때문입니다. 비트가 타입 비트가 많다보니 자체적으로 땜핑이 세지 않고 심심한 편인데, 여기에서 24Oz의 목소리가 겉도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더불어, 두 가지 목소리를 병치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 여지없이 담담한 목소리가 격한 목소리에 먹히면서 그저 잡음처럼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오히려 격한 목소리를 줄이고 배경으로 뺐다면 어땠을까 싶군요.


 그의 진솔한 고백이 음악적인 디테일 때문에 가리는 것 같아 아쉬운 맛을 남깁니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래퍼로써는 사실 환경 때문에라도 자주 마주하는 문제이죠. 답은 결국 그에게 맞는 프로듀서와 함께 윈윈 전략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의 연구라는 뻔한 말 뿐일 겁니다. 부디 그의 이야기가 가진 멋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는 때가 오길 바랍니다.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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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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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6-07 17:16:52

24Oz라는 분에 대해 쓸데 없는 사족을 좀 달자면 코스모 정글이 소속크루고 아마 어글리밤은 힙합크루는 아니고 청주 자체 서브컬쳐 단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더불어 이번 EP의 숨이란 트랙은 코스모 정글 첫 컴필 동명의 수록곡을 솔로버전으로 수록한 곡이고요. 작년 5월에 엘이에 코스모 정글 공연홍보 올리셔서 가서 봤는데 재밌었습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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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7 18:30:02

이런 헛점이...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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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8 03:10:27

개인적으로 이번 글에서 언급된 래퍼 중에서는 DIno.T와 Ted Park 앨범 좋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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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8 15:49:25

#븟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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