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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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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9 11:51:24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대상: 

대체로 이 시리즈가 한 번 끝을 맺었던 2018.7 이후로 나온 앨범들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MoldY - Eye Knows There (2019.5.18)


 Grack Thany에서 가장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MoldY의 믹스테입입니다. 믹스테입이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지난 EP "StadiuM"과 크게 달라보이진 않습니다. 여전히 정돈 안 된 느낌으로 거칠게 던져대는 플로우와 불협화음이 난무하는 불친절한 비트가 첫인상으로 다가옵니다. "StadiuM"과의 차이라면 비트에 로파이한 분위기가 더 짙게 깔렸다는 것, 그에 따라 비트가 다소 느려졌다는 것인데, 이때문인지 MoldY의 랩은 특유의 '혼란스러움'은 있지만 지난 앨범에 비해선 훨씬 깔끔하게 들립니다. 특이한 스타일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예측되는 선에서 나와서 그런지 할 말이 많진 않네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가사를 꽤 독특하게 쓰는 래퍼인데 특유의 랩 스타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달력이 안 좋고, 이번엔 가사를 업로드 안 해줘서 진짜 뭐라고 하는지 잘 안 와닿는 것 정도인 듯합니다.



(2) 부레 - 기계는 인간을 앞설 수 (2019.5.21)


 부레 역시 인지도가 높진 않지만 과거 아마추어 씬에서 활동 좀 하다보면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꽤 오래 전이지만 거의 8~9년 전에는 그 유명한(?) 정글라디오 운영자도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나 모르겠군요. Jay Co Bees 크루의 멤버로써, 앨범으로는 2016년 Vintage 이후로 3년만에 모습을 비춘 작품입니다. 그를 기억하는 리스너들은 파워풀한 붐뱁 래퍼로 그를 기억할 것이며, 이번 EP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과 많은 것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여기에 살짝 늘어뜨리는 발음이나 비판적이고 씨니컬한 가사는 김심야를 종종 생각나게 합니다. 파워풀한 랩은 붐뱁 래퍼인 그에게 있어 매우 유용한 무기이지만, 음절 하나하나에 힘을 주는 특징 때문에 때로는 감정 과잉이라고 느낄만한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1번 트랙을 들었을 땐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그 후에 나오는 트랙들은 자기 스웩보단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와 고뇌에 대해 진솔한 표현으로 다루었고, 음악적으로도 잔뜩 달아오른 텐션을 잘 짜인 훅이 적절히 해소하여 전체적으로 힘의 균형이 잘 잡힌 앨범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크루인 Bangja, JAEPEP, Panda Gomm이 제공한 비트들 역시 분위기에 큰 힘을 보태주고 있습니다. 작지만 탄탄한 앨범이고, 더 많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EP로군요. 한 가지 갸우뚱한 것은 "기계는 인간을 앞설 수"라는 의미심장한 앨범 제목과 달리 딱히 기계와 인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건데, 아마 트랙들의 부제 ("Machine-Man-Lose-But-We") 등을 고려해서 좀 더 캐치했어야 하나봅니다. 기회가 되면 아티스트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좋겠네요.



(3) IndEgo Aid - ELP: EArth LAnding PoEtry (2019.5.22)


 지난 "해열"과 "달토끼"로 얘기한 바 있었던 IndEgo Aid의 첫 솔로 앨범이자 EP인 "ELP"입니다 - 앨범은 나름 세 번째인데 첫 앨범이라니 낯설군요ㅋㅋ "ELP"는 '가장 인디고 에이드스러운 감성'이라고 소개되고 있으나, 지난 앨범들과 비춰보면 꽤 이질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이걸 '우울 분노 같은 감정들을 쏟아내고 남은 마음 가운데에 가지고 있던 감성'으로 설명하고 있군요. 확실히 앨범의 색깔은 꽤 밝습니다. 이는 선공개 싱글이었던 "ELP: Prologue"에서 미리 예고되었던 바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말하는 메세지는 거의 비슷합니다. 스스로를 외계인으로 정의하는 컨셉은 인트로부터 자명하며, 이 컨셉을 이용해 남과 달랐고 다른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성장통을 풀이하고 있는 것이죠.


 앨범은 나름 뚜렷한 스토리와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래 독특한 컨셉을 고수했던 아티스트가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이 감독한 앨범을 냈으니 이는 어느 정도 성공이라 볼 수 있겠고, 피쳐링진도 최소화한 흔적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소리적인 면이 제일 큰 듯합니다. 유쾌하고 긍정적인 바이브를 실었기에, "Songfortheladies" "말해 이 XX리스너" 같은 (둘 다 타이틀 곡이기도 하죠) 달리는 템포의 파워풀한 비트가 실렸지만, IndEgo Aid의 건조한 목소리는 영 비트를 뚫고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보이스톤은 지난 앨범 "해열"과 "달토끼"에서도 다소 김빠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분위기 때문에 얼추 어울려보였지만, 이번엔 아쉬움이 많이 커집니다. 사운드알못인 제가 감히 이런 말을 하는게 조심스러우나 로우를 너무 많이 깎은 소리가 대충 이런 느낌이었던 거 같은데 맞나 모르겠네요. 언젠가 IndEgo Aid가 자신의 보이스를 믹싱에서 많이 억누르는 편이라고 하였는데 이번만은 터뜨렸어도 좋지 않을까요? 비트 자체도 의도한 것인지 뭔가 산만하고 정신 사나운 느낌이 있습니다. 노이즈를 섞어서인 것도 같고, 볼륨이 다이나믹하게 왔다갔다 패닝되는 듯한 느낌을 줘서 그런 것도 같고, 사운드알못이라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으나, 독특한 무드를 만들어주는 장치 같으면서도 뭔가 앨범이 제시한 테마에 대한 몰입은 해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질문, 그래서 이 감성은 맞는가? 라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우울과 분노를 비워냈다고 하나 사실 앨범 전반에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깔려있습니다. 또 하나의 타이틀곡이었던 "므두셀라"는 이것이 제일 뚜렷하게 드러난 곡이었던 반면, 나머지 곡들은 앨범 테마 때문에 시원하게 터뜨리지 못하는 편이죠. 이 언밸런스가 좀 저는 답답했습니다. 특히 5번 트랙 제목 "말해 이 XX리스너"는, 곡 제목 따라 차라리 세게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기에 저는 아직도 "해열"이 제일 좋은 디스코그래피로 기억에 남기도 하고요. 


 어떤 식으로든 매력과 포텐은 분명 있는 아티스트라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겐 유치해보일 수 있는 외계인 컨셉이 저는 그리 싫지 않습니다 - 도리어 그 틀 안에서 해석하면 가사가 좀 더 설득력을 가져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음악을 들으면서 느껴지는 답답함, 그걸 가까운 미래에 해소해주었으면 좋겠군요. 



(4) Esenswings & East Frog - 90's Kids (2019.5.22)


 61 Mofuckaz 크루 소속의 두 래퍼가 낸 트리플 싱글입니다. "랩네임 중 최고의 어그로"라는 평가를 받는 이센스윙스 (...)에겐 1월 발매한 EP 이후 오랜만의 신곡이기도 하죠. 포문을 여는 "너의 생일 파티"는 뉴 잭 스윙 느낌을 차용해서 의도적으로 유머러스하고 가볍게 만든 곡입니다. 개인적으론 요번 싱글에서 가장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가장 큰 실수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 곡 때문에 따라나오는 두 곡을 진지한 시선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죠. 싱글이기 때문에 통일성을 논하는 건 안 맞을 수도 있지만 남은 두 곡이 다소 피해를 본 게 아닌가 싶어요. 두 곡을 떼놓고 논하자면, 빈 구성의 비트 위에 나름의 컨셉을 잡아 전개한 부분인데, 아쉽게도 이 부분에선 둘의 랩이 워낙 무난해서 큰 인상을 남기진 못합니다. 물론 "iriver"의 가사들은 아이리버 15기가 소유했던 사람으로써 꽤 재밌게 들었지만, 이걸 이렇게 우울한 비트 위에서 했어야하나 싶어지는 거죠. 차라리 뉴 잭 스윙으로 스타트를 끊은 밝은 분위기를 이어갔대도 나쁘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둘의 랩이 뭔가를 터뜨리지 못하고 어중간한 수준에 머물러있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겠군요...



(5) Coa White - tsumujikaje (2019.5.22)


 ..."III ice pelican III" 감상을 쓸 당시 '랩하는 것은 아마도 이벤트성일 것이다!'라면서 말을 아꼈는데, 당당하게 스트리밍에까지 랩 앨범이 등장했군요. 이번 앨범은 오랜만에 애니 커버로 등장하였지만, 과거 보컬로이드를 사용해서 만들었던 EDM 풍의 앨범들의 느낌은 없고, 딱 전작 "III ice pelican III"의 느낌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즉슨 미니멀한 트랩 비트 위에서 전형적인 멈블 랩, 이겁니다. 멈블링과 오토튠 때문에 전달력은 물 건너간 상태에서 가사도 안 올라와있어 정확한 파악은 어렵지만, 전형적인 머니 스웩 사이사이 유치한 듯 유머러스한 비유가 눈에 띕니다 - 가사까지 안 가도 제목부터 그렇죠 뭐. 그러나 저는 여전히 이걸 웃으면서 들어야하는지, 아니면 각잡고서 트랩 앨범으로써 비평을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음악적으로는 사실 Coa White가 만들어 다른 래퍼에게 준 비트가 거의 연상되지 않는데, 이건 그의 개인 앨범이 전부 그랬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그의 앨범을 모두 이벤트성으로 보고 있는데, 결국엔 기억에 남게 되는 앨범은 없는 거 같군요. 뭐 개인적인 취향 부분일 거라 믿고 글을 줄입니다. 



(6) Ian Kash - Late Night's EP (2019.5.24)


 개인적으론 늘 Ian Purp와 헷갈리곤 하는 비트메이커 Ian Kash가 앨범을 냈군요. 전반적으로 트랩 색깔을 띄고 있고 대부분 비트에 엄청난 실험을 한게 아니라 미니멀한 악기 구성의 전형적인 트랩 비트라서 '이 비트메이커는 어떤 비트를 찍는다'라는게 확 와닿진 않습니다. 대신 앨범 구성이 좀 재밌네요. 트랩이랑은 좀 거리가 떨어져보이는 Justhis가 앨범의 처음과 마지막을 맡고 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나머지 트랙에서는 오랜만에 보는 Lil Cherry & Jito Mo나 Don Mills의 이름이 반가울 분들도 있겠고, Qim Isle, Kor Kash, Doup'Doug 같은 흔히 보는 이름이 아닌 래퍼들이 피쳐링진으로 등장하여서 흥미가 당길 분들도 있겠네요. 래퍼들은 저마다 나름의 기량을 선보여 듣기 무난한 트랙을 만들고 있으며, 굳이 언급할만한 퍼포먼스라면, 의외로 Coogie가 이번에 쫄깃쫄깃한 랩을 하는 래퍼임을 다시 각인시켜준 듯 합니다. 미니멀한 트랩 비트를 얘기했지만 후반부에 터지는 "오늘 같은 밤" 같은 락적인 비트로 분위기를 적절한 때 환기시켜주기도 합니다. 사실 뭐 붐뱁충에겐 큰 감흥 없이 듣게 되는 앨범이었던 터라 (특히 저에게 제일 매력적인 부분이어야 했을 Justhis의 두 곡은 비트 때문인지 이번엔 좀 따분하게 들었습니다) 할 말이 많지는 않지만, 이래저래 재밌게 신경 쓴 부분들은 보이는 거 같으니 트랩 팬 분들은 그런 점들을 통해 재밌게 들을 수도 있을 거 같네요.



(7) Kingchi Mane - Boy from the Trap (2019.5.25)


 워낙 인상적인 랩네임이다보니 기억에 남아있었긴 한데, 사실 그동안 이름의 이미지 때문에 장난스러운 음악인가 싶어서 안 듣다가, 요번 기회에 듣게 되었습니다. 소개글에는 다섯 번째 믹스테입이며, 친구 동수를 기리는 의미에서 만들었다고 되어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부는 전형적이랄 수 있는 트랩 분위기로 만들어져있습니다. Kingchi Mane의 오토튠 랩 특징은 발음에 힘을 지나치게 줘서 의도적으로 발음을 뚝뚝 끊기게 하는 느낌과, 얇은 듯하면서도 힘 있는 하이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렉 기타가 연상되는 듯한 건 이때문인듯 한데, 그러면서도 멜로디에는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아, 싱잉 랩이긴 하지만 그냥 하드코어 랩을 듣는 감성이 좀 있습니다. 가사 내용은 신기하게도 미국 갱스터 힙합에 나오는 마약, 총, 가난 등의 이야기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어서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No Cap"이라고 외치기는 하는데 흠) 궁금해지는데, 이렇게 '과하게' 미국 힙합 요소를 차용하는 것이 대부분은 유머 요소처럼 쓰인 경우가 많았던 반면 Kingchi Mane의 음악에선 나름 진지한 음악적 요소 중 하나로 사용되는 건 특기할만한 거 같긴 하군요. 또한, 뻔한 듯하면서도 어휘 선택과 표현력에 있어서도 개성적인 부분을 확인 가능했으며, "동수"를 기점으로 가라앉는 분위기에서도 예의 파워를 유지하고 색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뻔한 트랩 앨범이라고 생각되면서도, 은근히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점들이 군데군데 박혀있군요.


 첫 인상은 나쁘지 않은 뮤지션 같습니다. 물론 붐뱁충으로써 트랩은 심적 거리감이 늘 있지만ㅋㅋ 다음에 믹테가 아니라 EP나 정규가 나온다면 각 잡고 들어볼만하겠군요. 적어도 제가 처음에 가졌던 '장난으로 하는 음악'은 절대 아니라는 건 확인했으니까요.



(8) Cloudy Beatz - 4AM (2019.5.26)


 여기저기서 은근히 이름을 비추던 비트메이커였는데 정규를 발표했군요. 정규치고는 작은 규모로, 트랙마다 래퍼들을 초빙하여 만든 전형적인 컴필레이션 스타일의 앨범입니다. 사실 그의 음악 스타일을 뭐라 할 정도로 제가 Cloudy Beats를 잘 알진 못하지만 이 앨범으로 볼 때는 하드코어 트랩이 그의 주 무기인 듯하군요. 피쳐링진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파워를 보여주고 있으며 (Don Malik은 멜로우한 곡이긴 하지만) 듣기 무난하지만 역시 가장 돋보이는 건 "House / Keeping"의 Justhis입니다. 근데 이게, Justhis가 랩을 잘 하긴 했는데, 뭔가 이 곡을 일부러 돋보이게 하려고 장치를 해둔 것 같더군요. 즉슨, 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2분 대의 짧은 곡이며, 비트는 서로서로 비슷한 분위기로 전형적인 구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래퍼들의 랩도, 왠지 모르게 그냥 정신 없이 늘어놓다가 끝나는 느낌? "House / Keepin'"은 그와 대조적으로, 일단 비트부터 워낙 현란(?)했으니까요. 모든게 Cloudy Beats의 잘못이랄 순 없겠지만 앨범 들으면서 제일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 정규라고 되어있어서 더욱 그렇네요. 



(9) Jianni - Undercurrent (2019.2.11)


 바로 다음 순서로 얘기하게 될 "I Don't Drink Coffee" 님이 지인의 앨범이라고 추천해줬던 것이 인연이었습니다. 흑인 음악이라고 나누기 좀 애매한 면이 있고 제가 제일 말하기 어려워하는 인스트루멘털 앨범이니 그냥 편하게 감상을 적어보겠습니다. "Undercurrent"는 물 바닥의 흐름을 뜻하는 단어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개인적인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앨범이라고 소개가 되어있습니다. 이를 적용하면 앨범 전개의 의도는 상당히 선명해집니다. 밝다고 볼 수 없는 제작 의도에 앨범 자켓도 시커멓지만 곡들은 꽤 밝으며, 내달리는 물처럼 시원함과 속도감을 줍니다. 이는 듣기 편안하게 짜인 코드의 덕도 있겠지만, 드럼 (더 나아가서 Aepmah의 믹싱/마스터링)이 상당한 몫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 약간은 Overclass 크루 시절의 Krucifix Kricc이 연상되기도 하네요. 이 무드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어, 차례대로 감상하다보면 다섯 곡이 하나의 큰 강줄기처럼 묶이는 걸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곡이 진행될 때 있어, 제일 특징적인 변화는 바로 템포의 변화입니다 - 반드시 BPM의 변화가 동반되는 건 아니지만, 리듬이 급변하면서 느려졌다가 빨라지는 걸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이는 '흐름'이라는 주제를 표현하는 참신한 방법이었다 생각합니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꽤 편안하게 감상했네요. 저보다 인스트루멘털에 조예가 깊은 분들은 한 번쯤 들어볼만하지 않을까요ㅎ



(10) I Don't Drink Coffee - Tasteless (2019.5.14)


 I Don't Drink Coffee라는 특이하고 긴 이름을 가진 이 아티스트는, 과거 "Liveyoung"이라는 이름으로 "Neurotype"이란 믹스테입을 발매한 적 있는 뮤지션입니다.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은 소수이겠지만, 생물학 분야 전공이라는 특이한 이력이 반영된 앨범 컨셉과 재지하고 소울풀한 프로듀싱 때문에 나름 인상적으로 들었던 적이 있었죠. 아주 오랜만에, 이름을 바꾸고 발표한 이 앨범은 인스트루멘털 앨범입니다. I Don't Drink Coffee 님은 앨범 소식을 알리면서 이렇게 설명을 덧붙였죠. "이 앨범은 서사 중반부터 시작해서 과거로 돌아가, 중간에서 다시 처음 그 중반과 만나는 구성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Bitterness, Sourness, Saltiness, Sweetness 네 가지 맛에 해당하는 트랙들이 서사에 맞게 배치되어있는데, 이 각각의 트랙들은 삶에서 겪는 상황이나 감정들에 비유되어 있습니다. "Tasteless"는 이 다양한 상황과 감정들에 계속 노출되어온 이가 거기에 익숙해지고 이내 무감각해져 종래엔 삶의 균형을 잃어버린 모습을 의미합니다".


 앨범은 흑인 음악 범주에만 넣기엔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반부는 뉴에이지나 클래식 앨범을 듣는 느낌도 났어요. 리얼 세션으로 포함된 피아노, 바이올린, 베이스 등의 악기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합니다. 그러던 것이 진행하면서 재즈 같은 느낌도 나고, 슬로우 잼 같은 느낌도 나오죠. 처음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인스트루멘털이라는 제한적인 소통 수단으로 어떤 서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굳이 앞의 설명이 없더라도, 트랙 제목에서 보이는 줄거리는 앨범을 감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이미지를 연상시키게 합니다. 그런 식으로 듣다보니, 앨범은 어떤 존재하지 않는 영화의 OST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한 가지 생각해볼만한 부분으로, 앞서 언급한 앨범의 의도가 있다면, 밝고 들뜬 분위기로 끝나는 "Sweetness"는 마무리로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앨범의 끝이 다시 처음과 연결되는 구조로 생각한다면 꽤 의미심장한 구석을 갖고 있죠. 그렇다면 이 앨범은 한 번 돌리는게 아니라 루핑으로 들어야 하겠네요. 그렇게 반복해서 듣다보면 제목대로 'tasteless'해지는 느낌에 접근하게 되려나요. 

3
Comments
WR
2
2019-05-29 11:52:32

이번 편을 마지막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그 사이 앨범들이 좀 나와서 2개 남았고 (스웨이디, 김치도프)

생각해보니까 인스타에만 올리면 검색이 안 되어서 불편하더라고요.

이제 딱히 감상이 밀리지는 않았지만 이 이름도 좋고 해서 밀감싹 프로젝트는 계속 됩니다

(저를 번복디라고 불러주십시오)

다만 앨범 10개가 모인 다음에 올리니까 예전보단 덜 자주...

2019-05-29 13:10:43

ㅅㅅ!!

2019-05-30 22:28:40

40회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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