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HOP-TALK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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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3 20:59:49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다음 편이 마지막인 건 거의 기정사실화된 거 같습니다.

일단 글 하나 올리는 최소 조건인 10개의 앨범도 아직 안 갖춰진 터라 평소보단 텀이 조금 길어지겠네요.


대상: 

대체로 이 시리즈가 한 번 끝을 맺었던 2018.7 이후로 나온 앨범들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Arwwae & Dellan Afuz - YDP304 (2019.2.13)


 와비사비룸 멤버로 더 유명한 비트메이커 에이뤠와, Awkward Studio 크루의 멤버로써 몇 차례 다루었던 Dellan Afuz의 합작 앨범입니다. Dellan Afuz는 Awkward Studio 외에도 YDP Records라는 레이블에 소속되어있는데 여기에 에이뤠도 있고, Awkward Studio의 중요 멤버 중 하나인 Easymind도 속해있는 거 같더군요. 앞서 Magentaa & Oddeen 앨범 얘기를 하면서 프로듀싱의 중요성을 얘기한 바 있었기에, Awkward 특유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제작된 앨범은 어떨지 기대가 컸습니다. 기대한 대로 비트는 기존 Awkward 것과는 색이 다릅니다. 뭐 차분하고 몽환적인 느낌 자체는 비슷비슷하다고 할 순 있겠지만 멜로디 라인이 이쪽이 좀 더 친숙하고, 선이 분명하달까요. 대중적이라면 웃긴 얘기지만 어쨌든 Awkward의 음악보다는 덜 난해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앨범은 기대한 대로 좀 더 인상적인 결과물이 되었느냐면, 그건 아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트가 주는 아우라가 죽은 후 온전히 드러난 Dellan Afuz의 랩은 텁텁하고 따분하여 그전보다 더 심심하게 다가왔습니다. 좀 더 랩적인 면에서 임팩트를 주어야했는데 그것이 부재했던 거 같군요. 허스키한 목소리와 담백한 랩은 DSEL이 연상되었는데, 결국 개인적으로 느낀 단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밌게도 피쳐링으로 들어온 Easymind도 에이뤠의 비트와 잘 조화를 이루는 거 같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Easymind는 Mild Beats나 cjb95 등 외부 피쳐링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바, 결론적으로는 비트를 꽤 타는 타입이었던 거 같네요. 한편으로 그럼 Dellan Afuz가 현란한 랩스킬과 화려한 톤 운용을 보여줘야 했냐 하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는 그만의 색깔이 있는 터, 그걸 지나치게 버리면서까지 작업을 하라면 지나친 욕심이겠죠. 결국 Awkward Studio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그 덤덤함, 그 덤덤함이 심심함으로 다가오지 않게 래퍼나 프로듀서나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 Awkward Studio 멤버들은 대부분 직접 비트를 프로듀싱할 수 있으니 유리한 위치에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2) Jhnovr - Mechanism (2019.3.25)


 WeDaPlug의 셋 중 어찌 보면 가장 출현(?)이 적었던 Jhnovr의 미니 앨범입니다. 앨범은 한마디로 조금 애매한 느낌. Jhnovr의 포지션은 보컬로 보아야할듯 한데, 그가 하는 스타일 자체가 보컬의 라인이 잘 사는 편은 아닙니다. 몽환적인 느낌의 음악이라, 멜로디도 제한적이고 반복적이기 쉽죠. 뭐, 어떤 스타일을 의도했는지는 예상이 갑니다. 트랩 소울이라고 했던가요 - 미국 메인스트림 R&B 씬에선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스타일이죠. 한국에 없던 스타일은 아니나 아직은 소수인만큼, Jhnovr가 하는 음악을 국내에서는 신선한 시도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그런 스타일은 보컬 목소리의 매력에 많이 의지하는 편이라, 아직은 그런 부분이 좀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이 앨범은 마지막 트랙 "OS 0.2"가 (아마도) Lil Cherry, Jito Mo 디스 논란으로 내려갔던 이슈가 있었죠. 앨범 구성 면에선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이 곡까지 합쳐 생각하면, 앨범 전개는 뒤로 갈수록 조금씩 에너지를 찾아가는 구성이거든요 (리뷰어 highgel 님은 '잘 짜여진 로보트의 운영체제가 업그레이드를 거쳐 완성되는 느낌'이라고 얘기하셨죠. 매우 설득력 있는 해석인 거 같습니다). 음악적으로, "OS 0.2"는 앨범 내에선 다소 튀는 느낌은 있지만 지루하고 쳐지기 쉬운 느낌 안에서 리프레싱한 마무리를 맺어주었을 것인데 그게 없어서 '애매한 느낌'이 더 심해지지 않았나 싶군요.



(3) Infinite Flow - Flow Forever (2019.5.12)


 한때 전성기를 누리다 그 전성기에서 해체한 팀이, 10여년 만에 재결합하여 앨범을 낸다면 당연히 추억 사냥이 전략에 숨어있을 것입니다. 그게 굳이 나쁘다고 볼 수 없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라고 믿지만 말입니다. "Flow Forever"를 보는 시선은 딱 이것입니다. "Flow Forever"는 Infinite Flow가 한창 활동하던 때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큰 선물입니다. Pe2ny와 HD BL4CK이 제공하는 비트와 둘이 선보이는 랩 역시 그때의 그것을 고스란히 재현하였습니다 - 마무리 트랙인 "Been a Long Time"에 정기고까지 참여하였으니 더할 나위 없습니다. 이 앨범의 장점과 단점은 바로 그것에 있습니다. Bizniz는 고질적으로 갖고 있는 플로우의 밋밋함을 극복하지 못하였으며, 넋업샨은 기대한만큼의 랩을 선보였다 할 수 있지만, 최근 "Famous"에 비하여 별 매력 없이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피아노와 기타 선율을 활용한 비트와 솔직담백한 랩에서 요즘 귀해진 감성을 찾고 즐길 수도 있겠죠. 특히 올드 팬으로써, 넋업샨의 랩은 Souldive보다 Bizniz와 듀오로 할 때 케미가 빛을 발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군요 -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평을 쉽사리 내리기 힘든(?) Bizniz의 랩인데도 Infinite Flow의 틀 안에서 들으니 더욱 좋네요. 이번이 마지막 앨범이라고 못 박고 낸 것은 현명한 선택일지 모릅니다. 추억이 너무 큰 팀이라 과감한 시도를 하기도, 그안에 머무르기도 어려우니까요. 요즘 난무하는 화려함 속에 쉽게 빛이 가릴지라도, 어쨌든 선물 같은 반가움을 남긴 앨범이었습니다.



(4) Leebido - TETSUO (2019.5.13)


 Layback Records 소속 래퍼 Leebido의 믹스테입입니다. 이번 앨범은 지난 "서울테잎"에서 보여줬던 모습보단 훨씬 스타일이 뚜렷하여 본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느낌입니다. 즉슨, 앨범은 전형적인 멈블 트랩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앨범에 피쳐링한 Mckdaddy와 비슷한 류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믹스테입이라 그런지, 누군가가 기대했을지도 모를 마진초이나 cjb95의 비트는 없고 모두 Type Beat로 추정되는 비트로 차있습니다. 이런 비트도 그렇고, Leebido가 구사하는 전형적인 트랩의 문법도 앨범을 지극히 평범하게 만드는 듯합니다. 랩에 있어 라임이나 플로우가 인상적인 부분이 몇 부분 있지만, 그조차도 앨범 안에서 계속 반복되는 스킬들이고, 몇몇 표현은 이미 "서울테잎"에서 보여줬던 것을 끌어왔습니다. 도리어 "서울테잎"에서 느꼈던 감흥조차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군요. "TETSUO"라는 제목이 내세우는 포부만큼은 채워주지 못한다는 느낌입니다. 믹스테입이라 가벼운 느낌이라 작업해서, 그리고 역시 이번에도 제 취향이 작용해서 이렇게 과소평가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서울테잎"에서 어렴풋이 느껴졌던 무언가를 이번 앨범에서 증명해주길 바랐는데 아쉽군요. 뭐, 제대로 각 잡고 정식 앨범을 만들면 다른 모습을 볼 수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5) WONJAEWONJAE - BIG SAD (2019.5.15)


 하나마루 멤버들 인터뷰를 볼 때마다 꼭 등장하는 이름이라 궁금하던 차에 새 앨범이 나왔다는 것을 보고 쭉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앨범 제목처럼 슬픔을 코드로 하고 있지만, 하나마루 크루 특유의 트랩 코드로 그걸 풀이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비트는 DeepHartt라는 프로듀서의 (아마도) Type Beat를 사용했는데, Type Beat 특징이랄지, 조금 빈 느낌이 듭니다 - 특히 초반 두 트랙은 어쿠스틱한 느낌이라고도 볼 수 있죠. 같은 크루이면서 최근에 들었던 Kimchidope의 앨범과는 이 부분에서 좀 차이가 나는 한편, WONJAEWONJAE의 오토튠 역시 리버브를 잔뜩 먹이고 레이어를 많이 깐, 난잡한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고 그냥 '깔끔한'의 반대 단어 정도로 보면 됩니다...;) 느낌의 오토튠이라 비트와 잘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의외의 조화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이것도 전작 "New Money New Ballad"와 비교해보면 분위기에 맞게 좀 톤 다운한 느낌이 들더군요. 더불어 WONJAEWONJAE 본인은 (물론 발라드마냥 전형적인 감정 이입은 아니지만) '슬픈 곡'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그나마 드는데 피쳐링들이 이 분위기를 깨는 경우가 많아서, 이것도 불협 화음 같기도 하고 묘한 조화 같기도 하고 그럽니다. 하나마루 크루도 이제 꽤 많이 듣게 되면서 어느 정도 크루의 색깔이 그려지기 시작하는군요. 개인적으론 한 번 이렇게 느끼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듣는 것마다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느껴져서... 별로 안 좋은 징조던데, 암튼 다음을 기약해봅니다.



(6) Bradystreet - HE6RT TE6RS (2018.12.26)

    Bradystreet - Moonlight (2019.5.14)


 "HE6RT TE6RS"도 까먹고 있다가 이제 들어보게 되었네요. 원래 정규 앨범으로 작업하다가, 완성하고 보니 좀 불만족스러워서 EP로 냈다고 하죠. 실은 첫인상 자체가 믹스테입이었던 "Cocaine Lullaby"와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당장 느껴지는 차이점은 뭔가 화려해진 피쳐링진 정도? 워낙 Bradystreet의 싱잉 랩은 유니크하고 색깔이 뚜렷한 톤을 갖고 있고, 플로우의 박자와 라임의 배치, 가사 전개 등 스타일이 워낙 잡혀진 틀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곡들은 다들 조금 빠른듯한, 비슷한 BPM 대를 가지고 있고, 이때문에 곡 수가 많음에도 생각보다 러닝 타임이 길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이는 "Moonlight"도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 비슷합니다.


 이렇게 일정한 스타일을 보여준다면 지루해지기 십상일텐데, 두 앨범은 그안에서 또 스타일의 개발을 보여줍니다. "HE6RT TE6RS"에서 보여주는 다채로운 인스트루멘털은, 같은 방법론에도 불구하고 다른 스타일의 곡을 듣는 느낌을 줍니다 - 이를테면 "Iguana" "Diamonds" 같은 트랙의 빠르기나 메세지가 다른 곡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감성적인 비트 덕분에, 스웩 랩을 하면서도 스웩 랩만 하는게 아닌 것 같은 신기한 느낌을 주는 것이죠. 트랩 힙합 특유의 강한 스웩을 보여주면서도 깔끔하고 동화 같은 멜로디와 목소리 때문에 챙겨가는 이 감성은 Bradystreet의 독자적인 영역을 매우 공고히 합니다. "Moonlight"는 이 감성을 좀 더 강화시킨 앨범으로, 자신의 트랩이 생각도 내용도 없이 듣는 여타 트랩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늘 같은 얘기를 한다는 게 참 묘하고 신기할 따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웩들을 욕하고 그럴 거면 '공감' '따뜻한 마음' 같은 거 얘기하는게 좀 안 맞지 않나 싶긴 하지만..;).


 약간 Bradystreet의 오토튠을 끈 랩도 좋아하기 때문에 그걸 좀 더 많이 볼 수 있길 바랐는데, 의외로 "HE6RT TE6RS"의 17곡이나 되는 트랙 중에도 잘 담겨있진 않더군요. 뭐 그건 차차 보여줄테고, 지금 보여주는 모습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기다릴 수 있을 듯합니다.



(7) C Jamm - 킁 (2019.5.16)


 오랜만의 컴백으로 한동안 화제를 몰고 다녔던 그 앨범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스타일 변화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사실 Just Music "SERIES"나 Changstarr "Sperm Man" 피쳐링 등 근래 곡들을 들어보면 새 앨범이 이런 식으로 나올 거라는 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었습니다. 도리어 저는 "Slay" "ㅈ" 같은 '랩 삘'이 나는 트랙이 있다는게 놀라웠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저는 역사 깊은 붐뱁충으로써, 그렇기 때문에 C Jamm의 새 앨범은 나에게 안 맞겠구나 라고 예상하던 차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뻔한 트렌드의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드러나는 C Jamm의 매력이 이 앨범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듯합니다.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는 쇼미더머니 5 전후 C Jamm의 스타일의 매력은 본능적이고 즉흥적인 느낌으로 툭툭 던지는 데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그냥 박자 맞춰 뱉었는데 랩이 되었다' 느낌? 그런 느낌은 당장 이번 앨범의 트랙리스트만 봐도 드러납니다 - 제목은 "킁", 트랙들은 "휙" "끽" "ㅈ"... 그리고 당연하게도 음악에서도 드러나죠. 힘을 뺀 발성과 간결한 멜로디 전개, 그리고 '몰아 뱉는' 듯한 방식의 발음까지 전부 그의 캐릭터를 공고히 해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런 특징들이 "킁"을 거의 반사적으로 즐기게 만들어준 거 같습니다. 여기에는 총 프로듀서였던 Jay Kidman의 능력 덕택도 매우 큽니다. 불필요한 요소는 쳐내고 청량감을 배가시킨 그의 비트는 간결한 C Jamm의 랩에 더없이 잘 어울립니다. 어떤 분들은 일렉 비트 같은 요소를 얘기하였는데, 당연히 그런게 없진 않지만 저는 오히려 기타를 위주로 만든 얼터너티브 락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어쿠스틱한 쪽으로 들렸습니다. 당장 "끽"만 봐도 통기타 소리가 다잖아요.


 이렇게 가벼워보이는 겉모습 아래에 깔아둔 치밀한 스토리도 감상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한눈에 보기에 앨범은 여자와 술, 돈, 마약에 빠져있는 흔한 트랩 가사처럼 보입니다. 근데 그 사이사이 껴있는 종교적인 얘기, 특히 회개에 대한 얘기는 그런 환락적인 가사를 온전히 들리지 않게 합니다. 이는 (미국이라면 그냥 그런 사건이었을지 모르지만 한국이었기에 매우 특별한) C Jamm의 최근 사건과 맞물려 극과 극을 오가는 그의 정신 상태를 비춰내는 장치 역할을 합니다. 다른 면에서는 얘기에 입체감과 개성을 더해준다고 할까요. 더도 덜도 아닌 범죄였던 그의 과거를 마치 영화 보듯 차분하게 감상하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DCT 시크릿 보드처럼 여기에서 그가 가짜 약을 했다는 사실을 끌어오는 건 가장 핀트가 빗나간 감상 방법입니다).


 늘 그렇듯 갑작스런 스타일 변화를 경험한 아티스트는 올드 팬들의 거부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대중들에게 노출도가 높았던 그였기에, 이번 새 앨범을 듣는 사람 중엔 힙합 음악하면 그의 과거 스타일 랩이 익숙하고, 오토튠 싱잉이 낯선 사람이 더 많을 수밖에 없죠. 물론 이 앨범엔 그 외에도 단점은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타이틀 곡으로 선정된 "코케인 러브"는 앨범이 보여주는 색깔에 비해 너무 뻔한 작법이라 좀 아쉬웠던 면이 있고, 유일한 피쳐링진이었던 Yescoba는 딱히 앨범 내에서 하는 역할이 뭔지 모르겠다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로써는, 이성보다 감성적으로 먼저 호감을 끌어내는 앨범이었습니다. 이건 붐뱁충으로써 상당히 신비한 경험입니다(?). 그것만 봐도 이 앨범은 뭔가 다르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8) A-Chess - Journeyman (2019.5.17)


 Snacky Chan의 Dynasty Muzik에 소속되어, 최근 Snacky Chan의 "김재윤"의 여러 트랙에 목소릴 보탰던 A-Chess입니다. 인지도는 높지 않으나, 2015년 이미 "SP1B"라는 크루의 소속으로 첫 앨범을 발표한 바 있죠. 이번에 나온 믹스테입 "Journeyman"은 아주 모범적인 붐뱁 앨범입니다. 정직하게 정박을 찍는 플로우의 리듬과 수준급의 짜임새를 보이는 라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비트까지, '붐뱁'이라는 단어로부터 떠오르는 요소들이 모두 갖춰져있죠. 믹스테입이지만 스토리텔링 역시 탄탄하여, 자신감을 드러내는 초반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감정에 잠기는 후반부, 그리고 포부를 표시하는 마지막까지, 안정적인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단점을 찾아볼 수 없는 앨범이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자꾸만, A-Chess의 목소리가 비트를 채우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워낙에 플로우가 큰 모험을 하지 않고 기본적인 수준을 크게 뛰어넘지 않는데다, 발성이 나쁜 건 아니지만 어떤 카리스마는 다소 부족한 거 같습니다. 피쳐링을 한 마하스카나 Kianti와 비교해보면 그런 약점이 좀 더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라임이 짜임새 있고 기발한 부분들도 몇 개 있는 반면, 어떤 부분은 그때문에 내용이 지나치게 축약되고 억지스러워지는 것도 아쉽네요. A-Chess는 이제 발을 떼는 래퍼라고 생각되는 바, 앞으로의 기간 동안 좀 더 자신을 각인시킬 무기를 많이 갖춰야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안 좋게 평을 끝내는 것 같으나 붐뱁충으로썬 매우 반가운 앨범이었습니다.


PS 이번 앨범에도 프로듀서 BadMax가 많이 참여했습니다. 트랩적인 비트를 만드는 비트메이커라 생각했는데 꽤 붐뱁에도 잘 어울리는군요 (Siggie Feb 앨범은 붐뱁적인 색깔을 띄고 있긴 했지만). 이 비트메이커도 이젠 기억을 확실히 해둬야겠습니다.



(9) KidWine - All We Got (2019.5.16)


 쇼미더머니 시즌 7 스페셜 무대 곡 "자식들"을 프로듀싱한 KidWine은, 알고보니 쇼미더머니 시즌 3에서 통편집 당했던 박평안이었다!는 흥미로운 배경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엠넷의 농간으로 이름을 이용한 말장난만 유명해지고, 정작 그의 작품은 스트리밍 사이트에 싱글 하나만 있던 차라, 그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죠. "All We Got"은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음악을 처음으로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첫 기회입니다. 전체적으로 앨범은 오토튠 싱잉 랩의 장르에 속하는데, 2017년 나왔던 싱글 "Run the City"도 마찬가지였기에 원래 해오던 스타일이라 볼 수 있겠군요. 스타일 면에서 "All We Got"은 트랩이나 붐뱁이란 이름을 붙이기엔 꽤 대중적인 코드를 갖고 있습니다. 당장 첫 트랙 "받은게 전부야"에서 보여주는 그의 노래 실력은 수준급으로, 오토튠 이펙트가 오히려 그의 목소리를 가리는 느낌이로군요. 전곡 KidWine 본인의 프로듀싱으로 되어있으며, 그의 싱잉 랩과 어울리게 깔끔하고 듣기 쉽게 되어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앨범은 부담 없이 즐기기 적절합니다. 랩의 요소보다는 싱잉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힙합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좋아할만한 앨범인 것 같아요. 다만 독창적인 무언가 있다고는 말을 못 하겠군요 - 아티스트를 콕 집어 얘기하진 못 하지만 역시 어디선가 들어본 스타일이긴 합니다. 


 가벼운 앨범이라 큰 장단점 없이 들어볼만한 앨범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KidWine이라는 아직은 낯선 아티스트가 이런 음악을 한다 라는 걸 제대로 소개하는 기회라는 의미가 제일 큰 거 같네요.



(10) Huckleberry P - 그란도시즌 (2019.5.18)


 Huckleberry P는 '완성형 래퍼'입니다. 예전에 Paloalto 얘기를 하면서 언급했던 이 단어는, 이미 만렙을 찍어서 더 이상 어떻게 스타일을 발전시켜야할지 모르는 듯하다는 뜻으로 쓴 적 있습니다. Huck P가 근래 낸 작업물이 그리 많진 않았지만, 거의 대부분 타이트하게 달리는 정박 랩, 다채로운 어휘력을 활용하여 단어와 단어를 마디 끝에 위치시켜 이어가는 라임, 가볍지만 때론 긁어서 파워를 싣는 목소리 운용 등, 일정한 틀 안에서 대부분 만들어졌습니다. Huck P는 진짜로 박자 위에서 미친듯이 달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반복적인 패턴을 보여주면서 그 미친듯이 달리는 모습이 어쩐지 더없이 각을 맞춰 걸어가는 듯한 모습으로 느껴졌던 건 저뿐일지 모르겠군요. 


 그렇기 때문에, Huck P로써 인상적인 작업물을 만든다는 것은 이제는 단순히 잘하는게 아니라 신선함을 보여줘야한다는 의미가 됐습니다. 지난 Hi-Lite 단체곡인 "Air"에서의 오토튠 시도가 호평을 받은 건 바로 그덕분이었을 겁니다. "그란도시즌"은 그런 의미에서 나름 가치가 있어보입니다. 사람들은 "DNA"를 많이 언급하곤 하지만, 저는 앞의 두 곡이 더욱 빛을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리보이와 Coogie와의 조합은 잘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이며, 특히 기리보이와의 조화가 꽤 신박했고, 여기서 보여준 플로우도 평소보다 조금 여유를 두면서 박자를 타서 그루브감이 좀 더 느껴지더라고요. "DNA"는 'rap shit'으로써는 기능했을지언정 평소 Huck P가 보여준 것 그대로였기에 감흥은 덜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재밌는 모습을 더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기술은 만렙이니 이제 다른 스킬 포인트를 찍을 때가 된 거 아니겠습니까.


PS "그란도시즌"이란 제목에 대해 별로 생각을 안 했는데, 세 곡을 다 Yosi가 줘서 '요시 그란도 시즌' (혹은 '역시 하나둘셋이야')에서 따온 거였군요... Yosi 비트 재밌게 찍네요.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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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3 21:27:51

인스타에도 댓글 달았지만 언급 정말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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