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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MIC
HIPHOP-TALK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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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30 16:07:33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어제는 드디어 엔드게임을 봤습니다.

맙소사, 타노스가 (중략)


대상: 

대체로 이 시리즈가 한 번 끝을 맺었던 2018.7 이후로 나온 앨범들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Somdef - Some Definition of Love (2018.9.26)


 이번에도 들어보는 걸 까먹은 앨범... 할 말이 많은 앨범은 아닙니다. R&B로 분류되어있으나 사실 흑인 음악 삘이 찐하게 느껴지진 않고, 편안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코드의 팝 음악이라고 하는게 제일 맞지 않은가 합니다. 그래서 말랑한 취향이라면 아마 호불호 없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군요. ...음 이 말 이상은 정말 할 말이... 하나, One Plus One은 로꼬의 랩이 담긴 노래 중 제일 로꼬랑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 Sik-K - FL1P (2019.2.26)


 이번에도 들어보는 걸 까먹은 앨범 (2)... 붐뱁충으로써 Sik-K에 대해선 심리적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전작 "TRAPART"는 'trippy'한 느낌에 주력한 트랩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이번 "FL1P"의 경우, 여론이 호불호가 꽤 심하게 나뉘었던 편인듯한데, 워낙 Sik-K가 쑥갓으로 밉보인게 영향이 없진 않겠지만 귀에 부담 갈 정도로 과한 오토튠, 단순한 멜로디라인, 그리고 산만한 구성 등을 근거로 얘기하는 듯합니다. 재밌게도, 저는 이러한 문제들을 거의 느끼지 못하거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FL1P"은 전작에 비해 풍성하고 화려한 프로덕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순서가 바뀌었지만, 들으면서 ASH ISLAND의 앨범이 떠오르더군요. 자꾸 전작이랑 비교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때문에 오히려 멜로디의 폭이 넓어지고 보컬이 전면에 나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약간 더 청량감을 주는 방향이랄까요? 물론 과한 오토튠이 들리긴 하나, "NOIZY" "19 Cayenne Freestyle"처럼 어떤 임팩트를 주기 위한 장치로 군데군데 쓰였고, 나머지는 평소에 비해 그렇게 심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군데군데 "Vanessa" "X발"처럼 다른 곡에 비해 좀 더 풀어둔 데도 있고요.


 사실 Sik-K 음악을 그리 많이 들어본게 아니라서 전작이 본인 색깔이었는지 이번이 본인 색깔이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BOYCOLD"를 들어보면 후자가 더 맞는 거 같기도 하고요. 뭐가 됐든 개인적으로는 이런 스타일을 지향하는게 조금 더 코드가 맞아서 반갑네요. 최근에 또 LE랑 싸우고 미운 털 박힌 사건은 좀 안타깝지만ㅠ 



(3) Rudals - freewill (2019.3.30)


 고등래퍼 시즌 1에 잠시 출연한 이후로는 모습을 찾기 힘들던 Rudals의 오랜만의 앨범입니다. 저번 믹스테입 "High on Life" 때도 그랬듯 이번 앨범에서도 프로듀싱과 랩을 전부 도맡아했으며, 그의 나이를 생각할 때 어쨌든 인상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High on Life"와 고등래퍼 때는 스킬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2년의 기간 동안 그의 음악은 좀 더 차분해진 모습입니다. 톤부터가 조금 낮아졌고, 여전히 괜찮은 텅 트위스팅과 플로우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걸 전면에 내세우는 곡은 "milestones" 뿐입니다. 오히려 후반부의 절반 이상은 슬로우 잼을 지향한 듯한 R&B 무드의 곡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본인 프로듀싱을 고려할 때 퀄리티가 나쁘다곤 할 수 없지만, 아직은 느낌이 좀 설익은 데가 있긴 합니다 - 타이틀곡 "when I look into your eyez" 정도까진 괜찮은데, 이후 이어지는 곡들이 좀 더 이 무드로 깊게 내려가기 때문에 한계가 드러나는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랩스킬이 괜찮다고 생각되는데 그걸 좀 더 활용했으면 어떨까 하지만, 뭐 개인이 다 알아서 하니까 생각이 있었겠지 합니다. 나이에 비해 능력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겠는데, 그가 브랜뉴에 있는 것이 이득인지 손해인지는 쉽사리 얘기하기가 어렵군요. 우선 모습을 자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4) Lil Boi & TakeOne - Good Time for the Team (2019.4.1)


 오랜만에 나온 대작입니다. 스킷 하나 없이 ("진실"과 "거짓"이 스킷이라면 스킷이지만) 18곡 꽉 채우는 경우는 국내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었던 케이스였죠. 여기에 TakeOne에 대한 기대치와 이런저런 떡밥 덕분에 꽤나 기대되던 앨범 중 하나였습니다. 앨범 제목은 두 멤버가 초창기 냈던 믹스테입 "Good Time"과 "TakeOne for the Team"을 합친 것으로, 예전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제목부터 드러납니다. 그랬기 때문에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붐뱁이 주를 이룰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Shimmy Shimmy Ya" "RAY Freestyle" 등 그런 곡들이 앨범의 가운데에 주로 위치해있으나, 실제 큰 여운을 남기는 것은 전반부와 후반부입니다. 특히 전반부에서 분위기를 빌드업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곡들은 상당히 무겁고 느립니다. 이와 함께 비트들은 대부분 미니멀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단순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Geeks의 Lil Boi를 생각하고 앨범을 듣는 것은 제일 큰 실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멤버의 랩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두 멤버에게는 화려한 랩스킬이 없습니다. 어찌보면 매우 기본적인 수준의 랩이죠. 박자를 어렵게 타는 것도 아니며 (TakeOne이 엇박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사실 예전보단 훨씬 박자를 정직하게 타는 편. "녹색이념" 때부터도 그랬죠), 빠르게 달리거나 발음을 꼬는 것도 아닙니다. 오토튠 보컬은 좀 있지만 대부분의 곡은 순전히 랩으로만 100% 차있습니다. 예컨대 이 앨범은 다른 악세사리 없이 힙합의 기초에 극도로 충실한 앨범입니다. 지루해지기 쉬운 이 구성을 힘있게 끌어가고 곡을 꽉 채우는 것은 다름아닌 두 멤버의 능력입니다. 기초적이라 했지만 그 기초가 탄탄하니 곡에 빈틈이 없고, 내용을 굳이 어렵게 꼬지 않으면서 딜리버리가 확실해 곡에 몰입하기도 쉽습니다. 또한 두 멤버의 합도 매우 좋은 편입니다. Lil Boi가 하이톤을, TakeOne이 로우톤을 맡는 형태로, 서로 랩을 주고 받거나 더블링을 쳐주거나 할 때 그 조화가 상당히 좋습니다 - 피쳐링진이 없다고 해도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기본이 탄탄한 앨범이다보니, 곡의 메세지 상당 부분을 돈에 대한 중요성에 할애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의도는 더없이 순수하고 '힙합적'으로 보입니다.


 의외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앨범은 아닙니다. 이는 앞서 말했듯 믹스테입을 생각하고 듣기 마련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스타일은 그때에 비해 둘이 성숙했음을 고스란히 나타내는 방식이지만 어쨌든 가볍게 즐길만한 앨범을 찾던 이들에겐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기초에 충실했기 때문에 화려하고 자극적인 요소가 별로 없어 지루하게 느낄 여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건 단점이라기보단 역시 듣는 사람의 포커스 차이일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요소만으로 탄탄한 앨범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수록곡 중 "Hot Shot"은 아무래도 Deepflow의 "잘 어울려"에 대한 반격이라 볼 수 있을텐데, 저는 반격을 하는 자신감이 전혀 근거 없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수작이었다 생각합니다. 다만 저도 친해지는데는 좀 시간이 걸리긴 하네요ㅎ


PS 다름이 아니라 저도 이번에는 CD를 구매했습니다. CD2에 CD only 트랙 두 개가 실려있는데, "Minority Report"는 Lil Boi가 프로듀싱에 참여했다는 점 때문에 보너스로 실린 듯하고 (+그리고 Lil Boi 솔로곡 같은 느낌? 작사에 TakeOne이 있긴 한데...), 단체곡의 경우 재밌긴 하지만 이런 류가 늘 그렇듯 15분 동안 내내 듣고 있기는 좀 피곤합니다 - 훅이 너무 자주 들어간듯... 몇몇 이름들은 반가웠긴 했습니다.



(5) Tommy Strate - NEVERMIND Vol. 2 (2019.4.1)

    Tommy Strate - NEVERMIND Vol. 3 '2ru Colors' (2019.4.23)


 이 두 앨범은 제목부터가 2018년 9월에 나왔던 "NEVERMIND"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3주 남짓되는 짧은 기간을 두고 연이어 나왔기에, 아마 처음부터 이렇게 낼 계획을 가지고 작업 중이었던 것이겠죠. "NEVERMIND"는 평소 Tommy Strate가 보여줬던 색깔 중 우울한 면을 대변하던 앨범이었습니다. 축 쳐진 분위기와 단순한 멜로디라인, 그리고 낮은 음에 거의 머무르는 음정 등, 앨범 소개문처럼 "나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 앨범이었죠. '이모 힙합'이라 부를만한 이 분위기는 Vol.2과 Vol.3에서도 이어집니다. 다만 첫번째와는 다른 점이 점차 드러나는데, 우선 음역대가 좀 더 높아지고, 멜로디가 비교적 역동적으로 변한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주제의 경우에도 본인 내면의 감정이나 사랑에 대해서만 얘기했던 것과 반대로 자기 스웩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사소해보이지만, 전문 영어 가사였던 것과 반대로 한글 가사가 등장하며, 피쳐링진을 기용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Vol.3의 부제는 "2ru Colors"인데, Tommy Strate는 이전 인터뷰에서 '2ru'라는 것을 자신이 가진 두 가지 색을 드러냄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즉, 이번 두 앨범은 "NEVERMIND"와 상반되는 색깔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홀로 우울한 감정을 곱씹는 vol.1에서, 밖으로 나와 모두에게 들리도록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는 vol.3까지로 진행하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그렇다면 음악 스타일을 좀 더 상반되게 바꾸었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이모 힙합'의 틀은 그대로 가져가고 있어서 얼핏 들었을 때는 엄청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 하긴, "NEVERMIND" 시리즈라는 틀은 지켜야하니까 이게 옳을 수도 있겠네요. 그리하여 앨범은 전체의 분위기에서 보면 상당히 화려한 편인 곡 "Identity"로 의미심장하게 끝을 맺습니다. 저는 이런 장르가 취향이 아니다보니 엄청 와닿진 않아도, 재밌는 실험이었던 거 같네요. 특히 이모 힙합을 본격적으로 자기 무기로 삼은 아티스트가 아직 한국에 없으니, 그것만으로 이 앨범 시리즈의 가치는 있지 않나 합니다.



(6) Qwala - Dumb Truck (2019.4.2)


 "Dumb Truck"이란 앨범을 사람들은 "콸라가 트랩을 했다"라는 문장으로 종종 요약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가 New Block Babyz 시절 때 보여준 음악도 그렇고, 지난 "Monsta Truck"에서 보여준 붐뱁도 일반적인 템포보다 훨씬 빠른 템포를 탔었기 때문에 그가 트랩을 하는 것 자체는 낯설거나 신기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확실히 Qwala가 이전에 비해 트랩에서 더 본격적으로 보여줄 것을 보여준다는 느낌은 있습니다. 앨범의 전반부는 스킬풀하게 달리는 분위기를, 후반부는 오토튠 싱잉 랩을 메인으로 삼은 발랄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는데, 어느 것이나 Qwala의 특색 있는 하이톤이 잘 들어맞는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제 취향과도 맞물린 전반부는 상당히 화끈하게 들었습니다 - 후반부는 사실 Zene the Zilla의 느낌이 많이 겹쳐보여서 (물론 Qwala만의 특색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잘 만든 음악이긴 하지만 신선하단 느낌은 덜 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로써는 앞에 말했듯, Qwala가 트랩을 하는게 너무 어색하지 않다보니 이번이 새로운 시도라는 생각이 좀 덜했습니다 (;). 덕분에 그의 커리어에 있어서 가볍게 짚고 넘어가는 듯한 앨범인데, 후에 어떤 모습으로 이 음악을 구사할지는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7) Homeboy & Wonstein - #seoulcitypopfreestyle (2019.4.3)


 비단 한국 힙합에서만 그런 건 아니지만, 힙합 앨범을 듣다보면 어디까지가 힙합으로 쳐줘야하는가 가 상당히 난해할 때가 있습니다. 제게는 Wet Boyz가 그런 그룹 중에 하나인데, 이 3곡짜리 작은 EP는 그 혼란을 좀 더 가중시킨 앨범이었습니다. Wonstein의 지난 믹스테입을 기억하기에 약간 실험적이고 괴상한(?) 앨범일 거라 생각했는데, 다름 아닌 시티 팝 앨범입니다. 원체 멜로디 라인을 잘 짜는 둘이었는데다 Homeboy의 가성과 Wonstein의 진성이 상당히 조화롭습니다 - 특히 Wonstein의 보컬이 곡에는 뚜렷한 선을 더해줘서 매우 맘에 듭니다. 뭐 솔직히, 장르가 헷갈리는 거 자체는 단점이라고 할 순 없죠. 좋은 음악은 좋은 음악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은 신선한 충격이며 듣는게 즐거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간에 갑툭튀하는 마미손의 나레이션은 재밌긴 했는데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깨는 거 같아서 (꿈을 깨는 것과 비슷한 맥락) 썩 맘에 들진 않았던 거 같네요ㅎ



(8) Flavordash - Meteor (2019.4.3)


 STAREX Crew 소속 Flavordash ('맛다시'라고 그냥 부르기도 하더군요)의 앨범입니다. STAREX Crew라는 것과 애니메이션 처리된 자켓을 보고 예상되었던 그 스타일 그대로의 음악이 담겨있군요. 사실 STAREX Crew라는 걸 판단의 근거로 삼는 건 편협한 시선일 것 같지만, 공교롭게도 "Meteor"는 Futuristic Swaver가 정해놓은 그 선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합니다. 초반에는 조금 더 하이톤인 점이 나름 차이였나 했지만 이상하게도 앨범 중반으로 들어가면 그러한 톤도 다듬어집니다. 예를 들어 "LV" 정도의 트랙은 개인적으로 Futuristic Swaver랑 구분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신스를 사용한 특유의 멜로디 라인과, 문법적으로 엉망인 탓에 개인적으론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영어 가사, 그리고 훅이 먼저 나오는 구성까지, 전부 예상했던 그 틀 안에 있습니다. 이것이 Labtopboyboy의 참여가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놀랍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앨범을 먼저 듣고 Futuristic Swaver를 먼저 접했으면 후자에게 같은 평가를 했었겠죠. 시리즈를 하다보면서 본의 아니게 트랩도 많이 듣다보니 점차 '한국식 트랩'의 형태가 잡히기 시작합니다. 아쉽게도, 그들 사이의 세세한 장점까지 구분할 정도 내공은 되지 못하나 봅니다.



(9) Superbee & Uneducated Kid - Catch Me If You Can (2019.4.3)


 전설에 따르면(?) 이 앨범은 원래 싱글로 나올 예정이었는데, 어떠한 사정으로 공개가 늦어지자 그냥 까짓꺼 앨범으로 만들자 해서 5트랙이 후다닥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이때문에 급하게 만든 앨범이라 퀄리티가 좋지 않다는 등 앨범이 나오고 나서의 반응은 썩 좋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론 기대치가 낮은 상태에서 들어서 그런지 나쁘지 않게 들었고요. 사실 사람들이 제일 기대하는 부분은 Uneducated Kid였을 것입니다. "Hood Star"가 크게 성공한 덕에 그 다음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꽤 컸을텐데, 냉정하게 따져서 Uneducated Kid는 음악적으로 남는 것이 많진 않은 래퍼입니다. 일전에 "Hood Star"에 관한 포스트에서도 얘기했지만, 정직하기 짝이 없는 톤과 단순하고 반복적인 플로우는 좋은 평가를 내리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독특한 기믹이 겹치니 (+발성은 좋은 편a)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호평으로 이어진 것이겠죠.


 이런 면에서 Superbee는 Uneducated Kid에게 최고의 파트너입니다. 기믹을 주 무기로 삼아야하는 래퍼에게 그 기믹과 완전히 일치되는 코드를 가질 수 있으면서 더 화려한 랩 스킬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 곡은 우리가 재밌어했던 기믹을 유지하면서 청각적인 쾌감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몫은 거의 Superbee라고 보이지만, Uneducated Kid도 나름 사이사이 곡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나름 중요한 역을 맡은 것입니다 (오히려 유일하게 스킬풀한 랩을 시도한 "문제아" 2절 파트는 실망스럽습니다). 다만 이 기믹이 새로운 소재를 찾지 못해 슬슬 약빨이 떨어져가는게 보이고, 그게 앨범의 좋지 않은 반응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실제로 기믹으로 일어선 래퍼치고 Uneducated Kid의 센스가 이 정도 뿐이었나 싶어 아쉬운 건 있었습니다 - 이마저도 Superbee가 더 재밌게 쓰는 것 같아요. 후반부는 Uneducated Kid가 과거에 곧잘 하던 스타일의 오토튠 싱잉 랩인데 이마저도 Superbee가 더 재밌습니다. 한편, EP란 걸 감안할 때 트랙 수가 적진 않은데도 불구하고 서사 구조가 없어서 약간 믹스테입 느낌이 드는데 이건 급하게 만든 부작용 같긴 합니다. 


 몇 차례 돌리고 나서 이번 앨범은 Superbee에겐 재증명을, Uneducated Kid에겐 '수명 연장'이었다고 느꼈습니다. 아직 완전하게 Uneducated Kid에게 희망을 잃을 때는 아닙니다. 그에게는 Superbee라는 더 없이 완벽한 길잡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그가 홀로 서는 기회에는 그 연장된 수명을 적절히 써먹었는지 시험 받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부디 그때 그가 지속 가능한 컨셉질을 하고 있었다고 증명해주었으면 좋겠군요.



(10) i11evn - F.O.G. (2019.4.5)


 i11evn은 한때 기대주 중 한 명이었던 래퍼로 Absalute Music, Factory Boi Production 등의 레이블과 Grand Prix 크루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며, 불한당의 "A.T.C.N." 앨범에 참여한 적도 있었죠. 개인적으로 Illinit과의 합작 앨범인 "Airborne"은 구매를 못 한 것이 제일 안타까운 앨범 중 하나일 정도로 개인적으로 눈여겨보던 래퍼였습니다. 그의 공백기는 발표하던 싱글들이 부진했기도 하고 그가 속해있던 레이블이 활동이 정지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마리화나 흡연 혐의로 기소되었던 게 제일 크겠죠.


 공백기를 뒤로 하고 나온 "F.O.G."는 과거 모습에 비춰볼 때 꽤나 묘합니다. 기존에 하던 스타일에 비해 이번 새 앨범은 꽤 실험적인 스타일로 차있거든요. 일렉 기타나 신스 등을 주된 악기로 비트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으며, 본인 보컬에다 다양한 사운드 효과를 끌어다 써서 독특함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죠. 가사적으로 전반부는 거의 대부분이 영어로 이루어져있으며, 내용이 갱스터 랩이라고 봐야할만큼 총, 여자, 돈, 마리화나 등을 거리낌 없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러던 분위기가 "Still 주는 것은 사랑"을 기점으로, 후반부로 가면서 점차 한글 비중이 많아지고 차분해지며 가사도 사색적으로 변해갑니다. 후반부의 주된 소재는 마리화나 사건을 둘러싼 여러 가지 생각으로 요약할 수 있겠으며, 동의 여부는 갈리겠지만 나름대로 본인 주장을 차근차근 진행하나갑니다.


 i11evn은 트랩이나 붐뱁을 달리 가리진 않지만 꽤 정형화된, 타이트하고 스킬풀한 랩을 구사했습니다. 그런 그가 이런 노선을 택한 것은 꽤 과감하다 할 수 있고, 흥미롭기도 합니다. 피쳐링진 없이 온전히 앨범을 끌고 가는 모습 역시 상당한 포부가 읽히는 부분이고요. 다만 기존 모습이 계속 겹쳐서 그런지, 왠지 그런 스타일을 커버할만한 파워는 좀 약해보입니다. 변화무쌍한 비트 위에서, i11evn의 랩은 자꾸만 너무 평범해보이는군요. 위에서 말했듯 여러 이펙트를 끌어다썼지만 좀 더 과감하게 본인의 보컬을 왜곡시키고 변형했으면 좋았을 것도 같습니다. 스웩을 부리는 가사는 영어를, 자기 생각은 한글을 쓴 건 왠지 의도를 알 것도 같으면서도 좀 갸우뚱해지는 부분입니다 - 기본적으로 i11evn은 영어를 못하는 래퍼는 아니지만 한글 랩에서 더 강점을 보이는 래퍼라, 전반부에 가득한 영어 랩은 비트에 밀리는 데 한몫한 듯합니다. 결론적으로, 꽤 거창한 의도를 가지고 오랜만에 선보인 작품으로 흥미를 끄는데는 성공했지만 새로운 모습을 각인시키는 데는 살짝 부족하지 않았나 싶군요.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겠습니다.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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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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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3 17:23:17

크으 리뷰 매번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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