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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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8 17:00:07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대상: 

대체로 이 시리즈가 한 번 끝을 맺었던 2018.7 이후로 나온 앨범들

여기에다가 이전 시리즈 글에서 다뤘는데 다시 들으니 감상이 바뀐 앨범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만. 싱글까지 포함하자니 너무 많아서..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blent. - loves (2019.3.18)


 blent.는 Room 306 소속 (이라는게 어떤 의미인지 사실 잘 모릅니다)으로 활동하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First Aid와 '그' Jerry,K가 뭉친 프로젝트 그룹입니다. 선공개 싱글 "odd eye" 이후 4개월만에 발표된 이 정규 앨범을, 너무 여러 번 Jerry,K의 음악에 대한 실망 (심지어 "odd eye"도 그 실망에 포함됨)을 했던 저는 두려움에 가까운 꺼려지는 감정을 안고 듣게 되었습니다. 그 정도로 기대치를 깎고 나서인지 의외로 앨범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Jerry,K가 본인 랩에 힘을 뺀 데 있는 듯합니다. 몽환적이고 차분한 First Aid의 선율에 맞추기 위한 수였겠지만, 개인적으로 항상 꺼려지던 Jerry,K의 과욕이 여기에는 많이 들어가진 않아 훨씬 듣기 자연스러웠습니다. 과하게 힘이 들어간 랩이나 어색한 추임새 및 억양, 아재 개그 같은 펀치라인 등이 사라지니 훨씬 담백하게 듣기 좋더군요. 물론 완전히 가신 건 아닙니다 - 개인적으로 "odd eye"와 "첫눈 오는 날에는"에 등장하는 오토튠 싱잉 랩은 그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며 과욕의 산물이었다 생각합니다. 뭐 한 뮤지션의 음악적 시도를 제한할 자격은 제게는 없지만... Jerry,K에 대해서만 말을 많이 했지만, 사실 앨범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First Aid의 프로듀싱이라고 생각됩니다. 대략적으로 찾아보니 이미 꽤 일렉 씬에선 유명한 분이던데, 저는 모르던 뮤지션이라 그런지 꽤 신선하게 느껴지더군요. 중간중간 들어간 보컬들도 분위기를 살려주는 양념 역할을 잘 합니다. 둘의 시너지가 이룩한 결과물이지만, 살짝 First Aid의 음악 세계로 Jerry,K를 끌고 왔다고 보이네요. 그래서 제가 앨범을 나쁘지 않게 들은 거라면, 이번에도 Jerry,K의 음악을 좋아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은 보류해야겠군요..



(2) Owen Ovadoz - P.O.E.M. II (2019.3.19)


 "P.O.E.M."은 Owen Ovadoz의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준 앨범이었기에, 후속작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것은 꽤 각오가 남달랐을 겁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P.O.E.M."과는 색이 많이 다른 앨범이라 느낍니다 - 어쩌면 당연할 수 있겠지만, "Problematic"과 "changes"의 뒤에 이어지는 앨범으로 자연스럽게 생각하는게 더 좋은 거 같습니다. 앨범 커버부터 원색적이고 만화스럽던 "P.O.E.M."과는 대비되는 칙칙한 색깔과 이미지로 이루어진 것처럼, 앨범은 전체적으로 '텁텁'합니다. "Problematic"에서 "changes"로 이어질 때의 변화가 날카로움을 다듬는데 있었다면, 이 앨범은 "changes"에 비해서 훨씬 건조합니다. 오토튠은 물론 멜로디의 비중 자체가 줄어들었고, 비트는 단순한 루핑 - 훅과 벌스가 차이 안 나는 비트도 꽤 있습니다 - 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 위에서 오왼의 랩은 스킬을 뽐내고자 하는 욕심은 없이 담담하게, 그리고 착실하게 랩을 뱉어낼 뿐입니다. 오왼의 톤이 꽤 쫄깃한 데가 있어서 생각보다 곡을 흡입력 있게 끌어가는 것 같긴 하지만 사실 지루함을 느낄만한 여지가 큽니다. 일부는 오왼을 "붐뱁왕"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가지만, 과거 Big Deal Records라든지, 아니면 Joey BADA$$, Pro Era 크루 같은 음악을 상상했을 경우 상당히 실망할 여지가 큽니다. 그보다 그의 지향은 2Pac과 Biggie가 맞서던 90년대 골든 에라가 더 연상됩니다 - 요즘은 거의 멸종한 단어인 '먹통 힙합'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거 같군요. 개인적으로 이런 움직임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믿지만 - 특히 "여러 프로젝트 및 피쳐링에서 트렌디한 힙합을 잘 소화한다는 것을 보여준 오왼이라 더 그렇습니다 - 자극에 길들여진 요즘 귀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데도 이해해야할 부분이겠죠.



(3) Snacky Chan - 김재윤 (2019.3.18)


 Snacky Chan의 EP입니다 - "Tommy" 이후로 2년만에 나오는 앨범 단위 작업물이죠. 한글 이름을 내건 제목과 과거 한국에 처음 보도된 신문기사로 장식한 커버까지, 앨범 컨셉은 자못 비장해보이나 앨범 내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평소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Snacky Chan은 중후한 톤과 여유로운 플로우를 가지고 있고, 교포이다 보니 따라오는 어눌한 발음이 겹쳐 그루브감을 만들어내는데 유리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MC입니다. 덕분에 일견 앨범 수록곡들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하는 느낌은 있지만 듣다보면 뭔가 2%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덕션과 완벽한 시너지를 내지 못한 까닭이 아닐까 합니다 - 로우 톤인만큼 좀더 비트가 무게감 있게 받쳐주었으면 했는데 좀 너무 가볍달까요 (사운드알못이 이런 얘기하기 되게 조심스럽지만 저음역대가 비어있는 것인가 싶습니다). 더불어 곡을 재밌게 만들만한 소스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 훅 메이킹 없이 피쳐링진과 돌아가면서 랩만 하는 것 같은 "Skillz"와 "몰상식"은 둘을 구분지어줄 포인트가 별로 없었으며, "If I Was Young"에서 시도한 싱잉 랩은 영 맞지 않는 옷 같아 노래 내용과 맞물려 정말 나이 많은 사람의 꼬장 같은 느낌만 듭니다. 하드웨어가 받쳐주는만큼 훨씬 멋진 걸 뽑아낼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작업물이 평범하다보니 허무감이 비교적 크군요.


PS 이 앨범은 Snacky Chan이 미는 듯한 신인 A-Chess로써도 제일 많이 랩을 담은 앨범이기도 했습니다. 일단 신예다운 가벼움이 있고 라이밍이나 워드플레이가 꽤 뛰어나보이더군요. 그 외의 것은... 이후 그의 작업물이 나오면 얘기해보기로~



(4) Utaki Jay - 해외도피 (2019.3.12)


 아티스트 분에게 직접 권유(?) 받아 들어본 믹스테입입니다 - Rummikub이란 아이디로 얘기하시길래 처음엔 아티스트 명이 그건 줄 알았.. 사운드클라우드 프로필에는 지역이 캐나다 토론토라고 되어있네요. 각설하고, "해외도피"는 요즘 사운드클라우드 씬에서 많이 보이는 스타일의 트랩 믹스테입입니다. 오토튠이 꽤 헤비하게 들어가있는 데다가 발음을 상당히 흘려서 처음 들어서는 가사가 전달이 잘 되진 않지만, 장르를 생각할 때 의외로 크게 단점은 아닌 것 같습니다. 1번 트랙에만 잠깐 랩이 나오는데 상당히 Kid Milli랑 비슷합니다 - 이는 사운드클라우드에 있는 다른 트랙을 들어봐도 그런데... 뭐 저는 전에도 말했지만 비슷한 거 자체는 새롭지 않다는 면에서 비난 받을 뿐 랩 실력이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 앨범은 실력을 딱 객관적으로 평가할만한 앨범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앨범이 갖고 있는 컨셉입니다. "해외도피"는 많은 이들이 내세우는 머니 스웩을 역으로 비틀어서, 펑펑 놀긴 하는데 이건 다 대출 받은 거고 빚쟁이를 피해 해외 도피해서 노는 거다 란 테마를 갖고 있습니다. 꽤 유쾌하고 신선한 발상인데다, 가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어휘와 비유들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면서, 마냥 생각 없이 가사를 쓴 건 아니겠구나 짐작하게 합니다. 이것을 앞의 실력과 연결시켜 생각한다면 이 앨범은 진지하게 듣는 용도는 아니란 결론이 납니다. 이런 맥락에서 앨범은 나쁘진 않습니다. 이펙트는 과하다면 과할 수 있게 먹였지만 멜로디나 톤 자체가 시끄럽진 않고, 비트는 상당히 산뜻하고 비어있는 걸 골라서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러닝 타임에 비해서도 꽤 감상이 빨리 끝나는 느낌입니다.


 다만 컨셉에 과하게 매몰된 앨범은 Uneducated Kid와 Lo Volf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들과 취한 테마가 반대일지언정, 사실 어찌 보면 이 앨범은 상당히 비슷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뭐 어차피 흥청망청 논다는 걸 소재로 하기도 했고, 음악적으로 뭔가를 보여주기보다는, 컨셉 하나를 정해놓고 그것에 너무나도 충실하게,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죠. 이때문에 실려있는 곡들이 전부 같은 얘기를 하고 있으며, 필연적으로 어떤 표현들은 계속해서 재탕이 됩니다 - 예를 들면 Macaully Culkin에 자신을 비유하거나, "3금융"에 대한 언급 말이죠. 다음에도 이 컨셉을 벗어나지 못하면 한계는 아주 빠르게 드러날 것이고, 그게 지금 Uneducated Kid와 Lo Volf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현재 그의 사운드클라우드에 이 앨범 이후로 올라온 건 1분 짜리 벙개송 정도가 다인데, 거기서는 오토튠을 안 썼으니 이 앨범 스타일에만 국한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랩을 하기로 한다면 너무 Kid Milli 스타일이라는 말을 듣는 건 각오하거나, 이를 해결할 방법은 찾아야할 거 같긴 합니다. 암튼 믹스테입만 놓고 봤을 땐 재밌게 돌릴만한 앨범이었네요.



(5) Easymind & Dellan Afuz - Life Cycle (2019.3.13)


 Awkward Studio라는 크루에 속한 두 MC의 EP입니다. 둘은 2018년 2월 "Awkward Moments"라는 EP를 내기도 했고, 그걸 이 시리즈에서 다루기도 했었죠 (그땐 Dellan Afuz가 아니라 Dellan이군요. 설마 이제 와서 사실 둘이 다른 래퍼다 라고 하진 않겠죠). Awkward Studio의 컴필에 대해 글을 썼을 때는, 독특한 음침한 분위기가 있지만 다소 임팩트가 없고 지루하게 다가올 여지가 있다는 포인트로 썼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이번 EP는 그때와 비교해 그 임팩트를 좀 더 살려내어 단점을 보완한 느낌입니다. 즉 비트에 있어 날카롭게 다듬어야할 데는 날카롭게 하고, 줄여야할 때는 줄였다는 느낌. '앱스트랙트 힙합'이라는 단어가 맞는지는 몰라도 그들의 음악은 약간의 불편함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데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을 좀 더 정확히 캐치한 거 같습니다. 이게 프로듀싱의 차이일지, 믹싱/마스터링의 차이일지, 둘 다일지는 제가 내공이 부족해서 말하기 어렵군요. 반대로, 랩에 있어서는 그런 날카로움이 줄었단 느낌입니다. 다루는 주제와 표현들이 전작들에 비해서 너무 평이해지고 플로우가 무난한 루트를 탔달까요. 특히 Easymind의 힘 빼고 편안하게 읊조리는 느낌이 요번엔 덜 느껴진 건 저만 그랬나 모르겠네요. 그때문에 날카로워진 비트에 비해 앨범은 뭔가 마무리가 찝찝하고 밋밋한 맛을 남겼습니다. 뭔가 항상 한 가지가 아쉬워서 마음을 다 주지 못하는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여담으로, 둘의 프로젝트 앨범 치고는 솔로곡이 꽤 수록되어있는데 (Dellan Afuz 솔로 2곡, Easymind 솔로 1곡), 솔로곡의 경우 나머지 멤버가 비트를 제공했더군요 - Awkward Studio 앨범 때도 얘기했지만 둘이 프로듀싱 스타일이 비슷해서 딱히 차이가 많이 느껴지진 않아요. 이런 식의 콜라보 앨범도 재밌군요 (과거에 우주선 앨범이 이런 식이었던 거 같은데).



(6) Babylon - CAELO (2018.10.3)


 잊어먹고 있다가 갑자기 기억 나서 들어본 앨범. 당시 여론은 "뽕끼 있다"로 요약할 수 있고, 사실 이 문장이 앨범의 리뷰로써 손색 없을 정도로 "CAELO"를 정말 잘 설명합니다.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컨템포러리 R&B라고 할텐데, 결국 그건 가요 스타일을 뜻하는 것일 겝니다. 때문에 이 앨범은 다른 R&B 가수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 샤이니 태민이나 니엘 앨범과 동일선에 두는 게 더 적절해보입니다. 이는 결코 부정적인 얘기는 아닙니다. 뭐가 됐든 프로덕션은 "가요 앨범답게" 빠방하며, 군데군데 레트로 팝 (이 아니라면 지적 부탁합니다..) 느낌을 내는 신디와 키보드 멜로디들은 흥을 돋굽니다. 구성을 탄탄하며, 특히 전반부에 위치한 빠른 템포의 곡들은 제가 차 운전하면서 들어서 그런지 꽤나 신나게 들었습니다. Babylon의 멜로디 메이킹이나 음색 같은 거야 달리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요. 다만 많은 이들을 당황케 했던 건 이전에 Babylon하면 기억되던 노래는 이런 가벼운 feel이 아니었고 (뭐 엄청 큰 히트곡이 없긴 하지만, "처음 본 여자는 다 예뻐"나 "Ocean Drive" 정도), 호화로운 피쳐링진만을 봤을 때 기대했던 feel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앨범에 모인 래퍼들은 전부 그들의 전공 분야보다는 빠른 템포인 전반부에 참여했던 터라, 여타 가요 앨범처럼 곡에 녹아들거나 시너지를 일으킨다기 보다는 이름값과 간단하고 짧은 변주로만 사용되고 끝나는 듯합니다. Babylon의 잘못이라고 탓하는 건 불공평할 수 있지만 그래도 흑인 음악 아티스트라고 믿던(?) 이의 결과물이 흑인 음악답지 않은 것을 보여줄 때 우리는 실망하게 되죠. 다만, 제가 여러 번 얘기했듯 결국 앨범에 대한 인상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어디에 포커스를 두고 감상하는가 입니다. R&B로써 어떤 흔적을 남길만한 앨범으로써 접근한다면 원하던 바를 찾지 못하겠지만, 가요 앨범으로써는 여튼 남에게 추천할만한 앨범이 아닌가 합니다.



(7) D-Hack - D-IN TOKYO (2018.7.27)

    D-Hack - D-GOT FUTURE (2018.12.14)


 한 번쯤은 제대로 들어보고 싶어서 찾아 들어본 D-Hack 앨범입니다. 따로 용어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오타쿠 이미지를 차용한 힙합이 미국에도 한국에도 몇몇 있고, D-Hack은 그중에 꽤 활발하게 활동하는 편이죠. 음악적으론 밝은 무드의 오토튠 싱잉 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타쿠 이미지라고 해봤자, 앨범 커버나 뮤직비디오 등 비주얼적으로 내세우는 게 제일 많고, 그 외엔 일본 관련 단어를 많이 쓰는 것 정도 (조금 더 우겨보면 애니 주제가 같은 밝은 비트 분위기?)가 차이겠군요. 나머진 꽤 전형적인 트랩 공식따라 진행되는 터라, 이 컨셉이 주는 색다름은 기대만큼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면에서 두 앨범은 꽤 비슷한 한편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납니다. 결론적으로는 "D-GOT FUTURE"가 전작보다는 평이한 모습인데, 이는 "D-IN TOKYO"에서 있던 오토튠을 뺀 싱잉 랩이라든가, 텅트위스팅 같은게 빠지고 같은 스타일로 전곡을 깔아두었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이 두 가지 요소 중 전자는 Coogie, 후자는 창모가 연상되네요). 혹은 "D-IN TOKYO"의 "AITAI PLANET" 같은 변주가 후속작에는 없다는 것도 그렇고요. 앨범의 핵심이 되는 멜로디 라인은 두 앨범 다 밝은 분위기에 어울리게 부담스럽지 않고 프레쉬한 느낌이라 듣는데 어느게 더 별로고 어느게 더 좋다를 말할 수준까진 아니지만, "D-IN TOKYO"가 그래서 듣는 재미는 쬐끔 더 있네요. 근데 일본에서 진짜 인기 많으려나요?



(8) Gim Goyard - 돈보다 위 (2019.3.20)


 처음 이름을 알게 된 건 힙플에서의 무개념 홍보였지만 JJK가 샤웃아웃했다는 말에 관심이 가서 들어보게 되었네요. 사실 JJK가 그랬다고 그래서 근거 없이 붐뱁이라 생각했는데 빡센 트랩 앨범이로군요. 다만 오토튠은 없는, 랩으로 승부 보는 느낌의 앨범입니다. 랩으로 승부 보는 만큼 목소리에 있어 발성도 탄탄하고, 비트를 맛있게 타는 듯한 톤과 다이나믹한 운용, 딜리버리 등 요소들을 탄탄히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꽤 유명한 피쳐링진들을 데려왔음에도 별로 밀린다는 생각은 안 들고 곡을 꽉 채워주네요. 듣다보면 Nafla나 Zico가 생각나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그가 가사에 사용하는 어휘나 스킬들이 새로운 건 없어서 (이부분에선 초창기 Coogie가 좀 생각 납니다) 오리지널리티에 대해선 아직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만, 기본이 탄탄한 래퍼라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봅니다.



(9) Thama - Pre (2019.3.20)


 기리보이 앨범을 통해 처음 접했던 R&B 보컬 Thama의 EP입니다. 몰랐는데 Amoeba Culture와 Divine Channel의 Chord Share라는 콜라보 프로젝트의 일환이었군요. 앨범은 처음 접할 때부터 인상적이었던 Thama의 저음에 좀 더 집중해서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줍니다. 멜로디에 큰 비약이 없고 낮은 음정에 대체로 머물러있는 보컬 때문에 일반적인 곡들에 비해 훨씬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 "Questions" 같은 곡은 R&B보단 싱잉 랩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하네요. 이 무게감이 "Pre" 그리고 더 나아가 Thama의 제일 중요한 미덕인 듯합니다. 앨범은 짧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면서, 돌려듣기 부담스럽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앨범 단위로는 그에겐 첫 작품인데, 이 정도면 성공적인 데뷔라 해도 모자람이 없지 않을까요. PS 유일한 단점은 그의 이름의 어감인 거 같습니다. 해시태그 쓰다가 생각난 헛소리.



(10) Lo Volf & HAIFHAIF - Money Baby (2019.3.21)


 Lo Volf의 디스코그래피로써는 작년 여름에 나왔던 "Stay Geek 4 the Night"에 이어 나온 앨범으로, 1MC 1PD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사실 Lo Volf의 캐릭터가 워낙 튀어서 앨범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는데다, 일부 곡들은 믹스테입에서 그대로, 또는 편곡되어 옮겨져 와서, "Stay Geek 4 the Night"의 후속편이란 느낌이 듭니다. 다만 좀 더 정규적인 작업물이라 그런지, 믹테에서 보여줬던 과격함은 좀 순해진 것도 같습니다 (적어도 깽값 줄테니 패겠단 얘기는 이제 안 합니다). 그래도 같은 기믹인만큼, 전체적인 감상은 거의 유사합니다. Uneducated Kid를 연상시키는 앞뒤 안 가리고 뱉는 스웨깅과 파악이 무의미한 가사, 난잡한 추임새 등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만큼 개성적이지만, 그게 청각적 쾌감을 주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뭐 이것도 나름의 전략이 될 순 있겠지만, 저를 포함한 일부에게는 그저 혼란스럽게 다가올 뿐일 수 있을 겁니다. 덕분에, 짧은 곡들이 꽤 많은데도 불구하고 앨범은 상당히 길게 느껴졌습니다. 군데군데 들어간 피쳐링진은 Lo Volf와 너무 대비되는 탓에 당황스러울 정도이며, (개인적으로 이 무드에서도 깔끔한 랩을 선사하는 Owen Ovadoz에게 리스펙을...) 종반부에 등장하는 진지한 트랙은 워낙 그가 깔아놓은 기믹이 유머에 기반을 둔 탓에 이 가사를 진정성 있다고 받아들여야하는지, 아님 또다른 기믹인지 헷갈리는 가운데 뜬금 없다고 느껴지기만 합니다.


 고루한 시각일 수 있지만 음악은 결국 듣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웃긴 재미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번 앨범에서 듣는 재미라면 군데군데 느껴진 비트메이커 HAIFHAIF의 센스 정도. 이 상태에서 Lo Volf가 어디까지 현재의 컨셉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PS 이 앨범은 LE 게시판에 리뷰를 올리면 무작위로 뽑아 20만원을 주는 이벤트를 내건 적 있죠 - 꽤 신박한 마케팅이었던듯. 아직 결과를 못 들었는데 어찌 됐나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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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WR
2019-04-18 17:00:46

개인적으로 D-Hack 앨범이 highgel 님 취향에 의외로 맞을 수도 있을거 같은데... 아니면 말고요... 아니... 아닌거 같네요...헿

2019-04-18 20:26:52

인스타 로 선감상 하니 마치 웹툰 미리보기 보는 느낌이네여ㅎㅎ

WR
1
2019-04-18 20:57:34

사실 힙플을 위한 서비스(?)로 Lo Volf 리뷰는 여기 먼저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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