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HOP-TALK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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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3 16:30:20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저희 집은 애기와 아내가 노로바이러스에 걸려서 둘 다 KO되어있습니다

그 사이에 치이며 허덕이는 와중에 써보았습니다.


대상: 

대체로 이 시리즈가 한 번 끝을 맺었던 2018.7 이후로 나온 앨범들

여기에다가 이전 시리즈 글에서 다뤘는데 다시 들으니 감상이 바뀐 앨범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만. 싱글까지 포함하자니 너무 많아서..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한요한 - EXIV (2019.3.9)


 객관적으로, 한요한은 좋은 앨범을 만들기엔 불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비단 그의 개그적 이미지와 성향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요한은 랩과 락 사이에 어느 곳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며, 보컬과 랩 둘 다 대단한 스킬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범퍼카"로 대표되는 다 때려부수는 이미지를 뚜렷하게 구축한 것은 그에겐 쾌거지만, 폭이 넓지 못한 이미지는 거꾸로 아티스트를 틀 안에 가두기 십상입니다. '훅잽이'라는 별명은 대체 불가능한 매력과 인상적인 면모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한 곡을 다 이끌어가지 못한다는 편견이 섞여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 타파하고자 노력한 것이 전작 "청룡쇼바"였습니다. "따릉이" "12G.B" 등의 감성 코드를 시도한 것이 대표적인 흔적인데, 개인적으론 보컬의 매력이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해서 어색한 느낌이 컸습니다. 이번 "EXIV"는 방향을 틀어서 시원하게 달리는 분위기의 락을 메인으로 잡았습니다. 기존의 때려부수는 곡은 "To All the Fake Rapstas" 정도고, 어쿠스틱 감성을 잇는 건 "찌질 주의" 정도겠군요. 나머지는 큼지막하게 모던 락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의 곡들로 채워져있습니다. 랩에 대한 욕심을 줄였고, 빈 자리를 청량감 있는 기타 리프 (리드머 리뷰에 쓰였던 표현 갖다붙이는 거냐고 하면 맞습니다)로 대신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한요한의 보컬은 부족함을 지울 순 없지만 전작에 비해서는 Minit의 비트와 한요한의 기타가 보상을 훨씬 잘 해준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곡의 주인공 자리도 대부분의 경우 놓치지 않습니다. 물론 이 시도 자체가 신선한 건 아닙니다. 전작 "청룡쇼바"에서도 두어 곡 정도는 이런 느낌이었고, 싱글 "걱정마"도 그랬죠. 개인적으로 크게 사는 건 본인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는 것입니다. 이는 처음에 말했다시피 한요한은 상당히 어정쩡한 음악적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이런 시도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앨범 자체로도 꽤 시원하게 잘 들었지만, 잘 잡힌 방향은 추후의 작업물에 대해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좋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고등래퍼3 관련한 불미스러운 사고가 터져서 안타깝지만, 여튼 응원합니다.



(2) Billy Carvin - Independent Film (2019.3.11)


 본래 "Loben"이란 이름으로 Cream Villa와 Prizmoliq의 멤버로 활동하던 그가 이름을 바꾸고 낸 앨범입니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보통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고, 실제로 이 앨범은 그가 기존에 보여줬던 뉴에라 스타일의 붐뱁에서 벗어난 음악들을 17곡 (CD only 두 트랙 포함)이라는 크기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Independent Film"이라는 제목처럼 앨범은 한 편의 영화를 만든다는 의도 하에 설계되었으며, "Opening Scene"에서 시작하여 "Ending Credit"으로 끝나는 트랙리스트와, 피쳐링을 "cast"라고 표현한 것들은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흔적들입니다.


 이처럼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짜여진 서사는, 초반은 좀 불안해보입니다. 아마도 후반부와 대조적으로 밝은 무드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분위기는 오락가락하며, "동경"이 보여주는 풋풋한 기운이 "미장센"의 축축한 느낌으로 이어지지 않고, "#famous"의 사색적인 분위기와 공명하지도 못합니다. 음악적으로 보았을 때, Billy Carvin은 과거 Prizmoliq, 그리고 Cream Villa에서 보여줬던 문제를 꽤 가지고 있습니다. 즉슨, 랩에서의 과욕과 그것을 따라오지 못하는 센스입니다. 이를테면, "화원"에서 보여주는 싱잉랩의 멜로디는 힘이 없고 불안정하며, 죄다 아래로 음정이 내리 깔려있어서 불편합니다. "미장센"에 등장하는 트랩 느낌을 흉내낸 추임새 역시 어색한 연기를 보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이는 초반의 밝음과 상통하는 들뜸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을 수 있는데, 좀 더 센스 있게 표현하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후반부로 진행해가면서 분위기는 차분하고 우울해지며, 인정 받지 못하는 아티스트의 고독과 그것에 대한 방어 기제 - 체념 ("우리 모른척 그냥 웃자"), 도피 ("Castaway"), 분노 ("멸종") 등 - 를 그려나갑니다. 이와 함께 Billy Carvin의 목소리는 좀 더 진중한 톤을 뜨고, 다른 불필요한 장치가 많이 제거되면서 꽤 몰입도가 있게 그려져 나갑니다. 어쨌든 Billy Carvin은 붐뱁을 했던 아티스트였고, 여전히 그 색깔이 제일 어울린다 생각하기에 (또 붐뱁충이 이걸?), "멸종"과 "귀향" 같은 트랙은 꽤 듣는 쾌감이 있었습니다. 서사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일말의 희망을 남겨두는 타 작품과 달리 꽤 비극적이고 무거운 결말로 끝내는 앨범은 특이한 여운이 있습니다 (처음 들을 때 "귀향"을 들으면서 '어라 이 위치에서 이런 트랙이 나오나?' 싶었는데, 몇 번 듣다보니 타격이 크더군요). 'Film'이라는 컨셉을 차용한 앨범에 어울리는 울림 있는 마무리입니다.


 늘 Prizmoliq 두 멤버의 퍼포먼스는 뭔가가 2% 부족하고 답답한 느낌이었고, 이번에도 완전히 개운하다고 하지는 못 하겠습니다. 저는 그것을 '센스'라는 애매모호한 단어로 표현하고 있고, 후반부로 가면서 높아지는 만족도에 조금만 더 앞부분을 다듬었다면 걸작이 탄생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더불어, 중반부에 위치한 두 트랙이 CD only인 까닭에 스트리밍으로 들어본 저로써는 곡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터, 이 두 곡이 있었으면 흐름이 좀 더 자연스러웠을지 알지 못하는게 많이 답답합니다 (앨범 사는 것밖에 답이 없다는 건가요 OTL). 한편으로, Danclock의 앨범과 더불어 Cream Villa 멤버들이 기존에 보여줬던 것과 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 Cream Villa 단체로써의 활동이 어떻게 될지 더욱 궁금해지는군요.



(3) Epik High - Sleepless in ___________ (2019.3.11)


 기대 속에 발매된 Epik High의 새 앨범은 리스너들 사이에선 영 고전을 면치 못 했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자기복제'였습니다. 말마따나, "Sleepless in _______"는 Epik High의 커리어가 길어지면서 드러나는 문제들을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헤픈엔딩" "빈차"로 대표되는 타블로식 감성 코드가 전곡에 자리잡고 있어서 (Code Kunst의 비트도 그 속에선 달리 튀진 못합니다) 서로서로가 비슷한 나머지 구성 자체가 수평선을 그리는 듯한 밋밋함이 느껴집니다 - 한 가지 결과로, 저는 곡들이 서로 다른 주제를 갖고 있다는 걸 가사를 정독하면서 듣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피쳐링진은 그다지 그 가수가 아니었어도 누구든 상관 없었을 후렴 채우기에만 소비되는 느낌이며 미쓰라의 존재감은 여전히 약합니다. 여전히 타블로는 가사를 잘 쓰지만 랩스킬에선 더 이상 건질 건덕지를 찾기 힘듭니다. 음악이 전부 안전빵으로 이루어진 탓에 과거 그들에게서 느꼈던 저항 정신이나 실험성 등 어떤 임팩트를 남길만한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잠깐 멈추어서 보면, 이 앨범이 그렇게 가혹한 평을 받아야하는가 의문이 듭니다. 사실 Epik High의 커리어에서 "Lovescream"과 "Epilogue"도 이런 식의 '밋밋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때는 그렇게 비난이 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Epik High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방금 언급한 두 앨범이 나왔던 시점 근처 Epik의 앨범은 "e"나 "Map the Soul" "Pieces Part One" 같은 앨범이 나오던 와중에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이를 일종의 '일탈'로 봐도 큰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보여준 모습, 특히 전작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은 그런 날카로움이 무뎌진 느낌의 앨범이었습니다.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노땡큐"나 "Bleed"가 있었지만 예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의 갈증을 덜어주기엔 좀 부족했고, 이런 가요 랩을 하는 그룹으로 굳어지는 것인가 하는 불안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번 앨범은 전작의 문제를 고스란히 답습하면서 그 불안을 확정시켜주었고 더 큰 불만으로 터져나온 듯합니다 (거기에 "술이 달다" 뮤직비디오의 충격도... 대체 왜 그들은 대련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것을 고려할 때, 앨범을 변호할 여지는 충분합니다. "Lovescream" "Epilogue"가 보여줬던 쉬어가기일 뿐이며, 이제 YG에서 독립해나오기도 했으니 예전처럼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않겠냐고 말이죠. 결국 이걸 증명하는 건 Epik High의 몫이고, 그때까지 이 앨범은 혹시라도 있을 재평가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4) Bumby - Journal (2019.3.7)


 Dickids 크루 소속 뮤지션인 Bumby의 EP입니다. 사실 전 "Killah B"에서의 모습밖에 몰라서 요런 오토튠 싱잉 랩일 줄은 몰랐네요 (하긴 그 트랙은 Bryn도 오토튠을 안 썼으니). 사랑을 다룬 앨범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뻔하지 않은 가사와 너무 분위기를 쳐지지 않게 하는 구성들이 나쁘지 않습니다 - 다만 가사의 경우는 사랑이란 주제를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이고, 구체적 표현에 있어서, 특히 영어 부분이 미국 메인스트림 가사에서 막 따온 것 같은 느낌은 있어요. 워낙 소품집 같은 느낌이라 크게 느껴지는 건 없지만, 여튼 뻔한 인상을 주지 않은 것만 해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앨범 얘기는 편하게 여기까지만... OTL



(5) Kid Milli - LIFE (2019.3.14)


 쇼미더머니 출연을 통해 Kid Milli의 이미지는 수없이 소비되었고 그의 음악 세계는 대중들에게 여러 번 노출되었습니다. 이는 그의 음악이 그다지 신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위험을 만드는 것이었기에 본인에겐 꽤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전작 "Maiden Voyage III"는 그전보다 더 차분하고 진중한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이런 위기를 뚫고 나갔다면, 4개월만에 완성된 "LIFE"는 오히려 좀 더 힘을 빼는 것을 대책으로 삼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AI, The Playlist"부터 쭉 늘어놓고 볼 때 그의 음악은 날카롭고 공격적인 태도에서 갈수록 부드럽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맥락에서, "LIFE"는 전작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 심지어 본인도 "힙합은 돈얘기말고 뭐있어"에서 '이 앨범은 easy listening'이라고 외치는 수준까지요. 극단적인 템포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차용한 과거 모습에 비하여, 이번 앨범은 재지함이 느껴지는 무난한 템포의 곡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요컨대, Kid Milli의 솔로곡에서 (제 지식의 범위 안에선) 피아노나 색소폰이 주된 악기로 등장한다든지, R&B 보컬이 전면에 나와있는 곡은 거의 처음인 듯합니다 - 그러고보니 "sydney, hongkong" 같은 사랑 노래가 아예 처음 듣는 거 같은... 가장 일반적인 접근법이 그에겐 색다름을 주는 무기로 쓰인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자연스럽게 다가오도록 준비된 장치 중 하나는 Kid Milli의 가사입니다. 그동안 다이나믹한 느낌의 비트 위에서 랩을 해왔기에 그의 가사는 ("daddy" 등 몇 곡을 제외하고) 메세지보단 사운드에 치중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메세지를 좀 더 챙겨가는 모습입니다. 그의 씨니컬한 태도와 묘사력은 결코 어느 기준에도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비트 역시 이런 일반성과 개성 사이의 줄타기를 잘 해야했는데, jnkfood와 sAewoo가 주축이 된 프로덕션은 이를 훌륭히 해냅니다. 적재적소에 위치한 피쳐링진도 마찬가지고요. 또한, Kid Milli의 플로우는 이런 변화된 환경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평소의 스타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달라붙습니다. 다만 힘을 뺀 건 사실이라 이 부분에서 평소의 날카로움을 기대하던 사람들은 실망하기도 했던 거 같습니다. 뭐 실제로 저는, 수작이라 인정받는 "AI, The Playlist"와는 감정적으로는 거리감을 느끼는 터라 이번 "LIFE"가 훨씬 친숙하게 와닿았는지도 모릅니다. 


 이 앨범을 내고 Kid Milli는 당분간은 솔로 프로젝트를 쉬겠다고 얘기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요근래의 모습을 성공적이었다고 평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쇼미더머니의 후유증은 꽤 클 것입니다. 그래도 워낙 재능이 있는 뮤지션이라 어떻게든 답을 내놓겠죠? 제 생각엔 당분간 쉰다고 해도 왠지 그리 오래지 않아 금방 돌아올 것 같군요...



(6) 강이안 - 시ㄹ험 (2019.3.14)


 강이안 님이 인스타를 통해서 들어달라고 해서 들어본 앨범입니다.

 

 개인적으로 레퍼런스, 표절 시비 (법적으로 걸리지 않는.. 그런 정도의..) 곡들에 대해선 꽤나 관대한 편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95%는 동의하지 않을 거 같지만, 저는 음악은 새로운 가능성에 관해서는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며, 한 가지 스타일이 그것을 만든 사람의 전유물은 아니고, 아티스트가 자기가 좋아하고 마음이 가는 음악을 하는게 허용된다면 당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영향을 받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레퍼런스를 거쳐 태어난 곡들은 오리지널과 비교당하고, 가치에 있어 떨어진다고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일 것입니다.


 어떠한 사전 정보 (그리고 사실 '사후정보'도 못 찾음;) 없이 들어본 강이안의 "시ㄹ험"은, 그런 면에서 XXX의 "Language"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습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소음 형태의 소스들을 이용한 불협화음 가득한 비트와, 씨니컬하게 툭툭 던지듯 뱉어대는 랩, 그리고 자유자재로 템포를 바꾸고 보컬을 왜곡시키면서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음악 등등은 전부 "Language"에서 본 모습입니다 - Kid Milli 음악을 듣고 나서 들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Kid Milli 예전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시ㄹ험 #1"의 'what you want me to do'라는 가사를 듣고 "뭐 어쩔까 그럼"의 김심야의 랩이 연상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한 원리로, 필연적으로 강이안의 랩은 김심야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데, 김심야에 비해 톤이 평범하고 약해서 (아니면 믹싱 탓인지) 시끄러운 인스트루멘털에서 잘 뚫고 나오지 못합니다. 아마도 피치를 조절한 목소리와 더블링을 깐 것은 그 사이에서 좀 더 임팩트를 남기 위한 시도였던 것 같지만 결론적으론 전달력을 해칠 뿐이었던 거 같습니다 - 뭐 이게 비트에 묻히게 해서 하나의 노이즈처럼 활용하려는 시도였다면 어느 정돈 잘 되었다고 얘기할 순 있을 거 같지만...; 비트의 경우 FRNK랑 비슷하다는 점 말곤 크게 흠잡을 데는 사실 없습니다 - 저음이 좀 약해서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지는 건 있는데 이건 XXX가 있어서 느낄 수 있는 약점인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정말 XXX가 없이 이러한 앨범이 나왔다고 가정할 때 제가 아쉬워했을 것은 트랙들의 유사성이었을 거 같습니다. 사실 "Language"에서도 이런 얘기를 했었지만 거기엔 김심야의 랩이 있고 "간주곡"이란 트랙도 있었죠. 이러한 장르의 특성 상 트랙을 구분지어주는 멜로디가 없다보니, 심지어 이어듣다보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1번 트랙이고 2번 트랙인지도 구분이 잘 안 갈 때가 있습니다. 다루는 주제에 따라 구분을 짓고자 했을 순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전달력 문제가 다시 발목을 잡습니다. 비단 XXX와의 유사성을 피하는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좀 더 재밌는 소스를 활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좀 듭니다. 그의 사운드클라우드를 들어가보면 이전 트랙들도 비슷한 스타일입니다. "Language" 후에 "Second Language"가 나왔듯,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입니다. 물론 그 새로운 시도마저 낯익은 다른 누군가의 모습은 아니길 바랍니다.


PS 세 트랙은 Cakewalk Studio와 합작하여 만든 "아트 비디오"가 있습니다. 아마 인스타그램에만 올라와있는 거 같군요. 20여초의 짧은 분량이라 개인적으론 뭔가를 느끼려는 찰나 끝나는 느낌이었습니다...a



(7) Lukydo & Futuristic Swaver - 미래여행 (Luke & Swaver's Future Trip) (2019.3.13)


 자기 복제의 느낌이 났던 "F is Friends" 이후 또 금방 신작을 낸 Futuristic Swaver입니다. 이번에는 Lukydo라는 래퍼와 함께 하였군요. 그나마 이번 앨범은 조금 재밌게 들었던 건, Futuristic Swaver가 잘 쓰지 않던 악기와 코드가 이번에 많이 쓰여서 그래도 새로운 느낌이 좀 나긴 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전작들과 너무나 비슷했던 "Street"도 스트링을 쓴 건 신선하네요 (약간 앨범 제목대로 '미래여행' 느낌을 내기 위해서였으려나요). 이외에도 멜로디를 버리고 그냥 랩으로 승부를 본 "Universe"도 들을만 합니다. Lukydo와 같이 했는데, 자세히 들으면 Futuristic Swaver보다 덜 거칠다는 차이가 있지만 오토튠 때문인지 자세히 듣지 않으면 큰 차이는 안 느껴졌습니다. 여튼 Futuristic Swaver 입장에선 새롭다면 새로운 앨범이지만, 너무 그의 음악을 많이 들었는지 어느 정도 테두리가 느껴지고 있어서 (예를 들면, 이번에도 곡의 시작은 무조건 후렴부터...) 감흥은 별로 오지 않았습니다 - 앨범의 짧은 길이도 영향을 주긴 했겠지만요.



(8) Layback Records - 서울테잎 vol.1 (2019.3.15)


 차붐이 이끄는 Layback Records에서 낸 컴필레이션입니다. 우선 스트리밍으로 안 나온 건 샘플 클리어런스 문제 탓이겠지만 그냥 일단 단점이라고 하고 싶군요 (...). 각설하고, 8~90년대 한국 가요를 샘플링하여 전곡을 만든 것을 테마로 내세웠는데, 이 사실 자체는 차붐이 평소에 내세운 걸쭉한 스타일과 어울리는 면은 있지만 실제 감상해보면 사족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스타일의 곡이 포진해있습니다 - 샘플의 재창조에 있어 마진초이와 cjb95의 역량이 돋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래퍼들은 각자의 몫을 균형 있게 잘 해냅니다. 연륜이 제일 깊은 래퍼답게 차붐은 무게감을 보이고 있으며, Leebido와 DSEL은 가벼움과 무거움의 위치에서 나름의 스킬을 보이고 있죠 - 특히 DSEL은 이전보단 덜 경직된 모습으로 듣는 재미가 조금 더 있어졌습니다. 가장 큰 발견은 오아이입니다. "백장미"만 봤을 때는 그저 또 한 명의 오토튠 싱잉랩 여자 래퍼인 줄 알았던 그녀는 매력적인 톤의 보컬로 여러 스타일을 멋지게 소화해냅니다. 레이블로써, 아직 충분히 많은 걸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이 앨범 정도면 아주 좋은 스타트라고 생각이 드네요.



(9) 방용국 - BANGYONGGUK (2019.3.15)


 한동안 B.A.P.의 리더로 활동해왔던 방용국은 TS 엔터테인먼트와의 오랜 분쟁 끝에 다시 인디펜던트로 돌아가기로 결정하였고, 'consent'라는 팀을 꾸려 컴백을 준비, 선공개 싱글을 하나 거쳐 "BANGYONGGUK"을 발표하였습니다. Jepp Blackman이라는 언더그라운드 활동 이력이 있지만 당시에도 Soul Connection에서 팝적인 색깔이 강한 음악을 하였기에, 이번 앨범의 우울하고 침전된 색깔은 일종의 도전이랄 수도 있습니다 - 약간의 RM의 최근 솔로 앨범 "mono"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확실히, 그의 허스키한 톤은 느릿느릿 쳐지는 플로우와 독백적인 가사에 잘 어울립니다. 조금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본다면 이 앨범을 '이모 힙합'의 분류에 넣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렇게 모든 걸 실험적으로 갔다고 보기엔, 중간중간 들어있는 사랑 노래나 조금 하드한 색깔의 곡 등 '안전 장치'를 넣은 느낌입니다 - 뭐 그의 배경을 생각할 때 이 정도는 적절한 타협선이었던 거 같군요. 다만 '왠지 이런 거 하나쯤 있어야할 거 같아서' 넣은 듯한 "Xie Xie"나, 곡 자체는 좋긴 하지만 앨범 흐름에 있어서 조금 당황스러운 피아노 독주곡 "Portrait" 등은 맥락을 해치는 느낌이었습니다. 뭐 저는 이런 장르를 그렇게 잘 알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아서 지루하단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냉정히 따져서 큰 하자가 있는 앨범은 아니란 생각입니다. 뭐가 됐든, 그의 앞길을 응원하지 못할 만큼은 아니니까요.



(10) Louie - 靈感2 (2019.3.17)


 Louie의 3년만의 솔로 앨범입니다 - 선공개곡이었던 "Penalty"가 2018년 7월 것이었으니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죠. "영감2"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져있습니다. "포장지 (Skit)"을 경계로 하여, 전반부는 그에게서 익숙한 팝 랩이고, 후반부는 파워풀한 트랩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온탕과 냉탕만큼 차이가 나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따로 놀지 않는 까닭은 Louie의 랩이 탄탄한 발성을 기초로 타이트하게 그루비하게 이어지면서 두 장르에서 다 통하기에, 어색하게 스타일을 바꾸지 않아도 그 스펙트럼을 전부 커버, 유기성을 만들기 때문일 겁니다. 오히려 그런 힘을 빼고 부르는 전반부의 보컬 파트가 조금 심심하고 밋밋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트랩 장르에 딱 맞을 정도로 임팩트를 남기는 것까진 아니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도 있을 것 같네요. Louie (그리고 Geeks도)는 팝 랩 쪽에서는 깊은 연륜만큼 보여주는 음악도 탄탄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누군가는 깊이가 얕은 음악이라 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동의를 완전히 하지는 않지만 이해가 가는 부분으로, 이번에 시도한 트랩 파트는 그 선을 깨려는 시도였던 것 같지만, 기존에 보여줬던 색깔에서 멀리 가진 못 했다는 생각은 듭니다. 뭐 저는 이런 Louie도 좋게 듣고 있지만요.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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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9-04-13 16:57:51

 잘 읽고 있습니다 ㅎㅎ bb

1
2019-04-13 19:58:53

빌리카빈 애플뮤직에 바로 안떠서 까먹고있었는데..덕분에 저도 들어볼 앨범 하나 추가했네요 ㅎㅎ

1
2019-04-13 20:05:20

루이 앨범이 나왔었군요
영감 ep를 좋게 들은지라 기대가 되네요

1
2019-04-14 16:58:40

DanceD님 아티스트가 자기 믹스테잎 리뷰 부탁했을 때도 해주시나요? 퀄이 좋다는 가정 하에요!

WR
1
2019-04-16 15:28:47

퀄은 별 상관은 없고요 (대신 좋은 소린 못하겠죠..). 신청하고 나서 잊어버릴 때쯤 올라옵니다ㅡ 지금 밀려있는게 한 40개 있어서요ㅋㅋ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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