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HOP-TALK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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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3 11:35:41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대상: 

대체로 이 시리즈가 한 번 끝을 맺었던 2018.7 이후로 나온 앨범들

여기에다가 이전 시리즈 글에서 다뤘는데 다시 들으니 감상이 바뀐 앨범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만. 싱글까지 포함하자니 너무 많아서..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Young B - Stranger (2019.2.16)


 그의 과거사 문제를 차치한다면, "Stranger" 앨범은 이미 꽤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성공의 비결은 '스타일의 완성'에 있는 거 같습니다. Young B가 고등래퍼나 쇼미더머니에서 보여줬던 스타일은 붐뱁 래퍼에 가까웠습니다 - 트랩을 하긴 했지만 그건 그저 인스트루멘털의 차이였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나온 첫 EP "SOkoNYUN"에선 이모 힙합을 전면에 내세웠었죠.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낸 새로운 시도였지만 저처럼 당황스러웠던 사람도 있었을 거라 믿습니다. "Stranger"는 그 두 가지 모습을 모두 완성하고 더 나아가 약간의 가능성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실험 ("B-Site"를 듣고 든 생각입니다)한 앨범입니다.


 이번 앨범 구조는 이모 힙합 파트가 앨범의 중앙에, 그리고 그와 상반되는 (달리 더 나은 단어가 없어서 우선 편의상 사용하자면) "정통 랩"이 전반과 후반에 위치해있습니다. 이는 "SOkoNYUN"과는 반대되는 구조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첫인상과 끝인상이 앨범의 인상으로 남는 경우가 많아, "Stranger"는 EP 때와 꽤 다른 이미지의 앨범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볼륨적으로 차이가 있어서 이모 힙합 뮤지션으로써의 Young B가 달리 흐려지지도 않습니다. 이것이 위에서 말했던 "두 가지 모습의 완성"입니다. 사실 인터뷰 등 여러 가지를 찾아보면 Young B는 별로 '정통 랩'의 이미지를 굳히고 싶었던 생각이 크진 않았던 거 같아요. 타이틀곡이 세 곡이나 선정되었지만 모두 이모 쪽인 것도 같은 맥락이겠죠. 그러나 전 아직도 Young B에게선 과거의 모습을 더 연상되곤 하는데 그 이유는 앨범 외에는 사실 뚜렷하게 그의 그런 면모를 보여준 적이 없거니와, 플로우와 라임 자체가 타격음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맞춰져있어 붐뱁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말마따나 그의 랩은 ㄷ과 ㅂ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든지, 문법 구조를 파괴하고 생략하며, 키워드를 무조건 뒤로 뺀다든지, 라임을 비교적 촘촘하게 박는 등 사운드적인 효과음이 많습니다. 이게 워낙 뚜렷해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도 가사만 보고 '아 Young B구나' 할 정도죠. 개인적으로 청각적인 쾌감은 분명 제공하되, 이모 힙합에 과연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모 힙합이 가사의 메세지 자체보다는 분위기에 기대는 경우가 많지만, 그로 인해 전달력이 많이 파괴되다보니 저 같은 꼰대는 외계어를 읽는 것 같아 감성이 반감되는 느낌도 들더군요. 또, 이번 앨범을 포함해 Young B의 여러 곡들을 듣다보면 라임을 살리기 위해 플로우가 상당히 정형화되어감을 느낍니다. 이 부분은 여러모로 해결할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앨범 자체는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리드머 리뷰를 보면 여러 가지 지적을 했는데, 보는 시선의 차이 아닌가 싶어요 - 이를테면, 전반부의 붐뱁을 산만한 구성으로 지적했는데, 확실히 이모 힙합을 내세운 앨범에서 이런 구성은 포커스가 흐려진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저는 자신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걸 증명하는 시도가 아니었나 했거든요. "SOkoNYUN" 때와 비교하여 애매했던 부분은 좀 더 단단하게 다듬고 자신의 음악 세계를 제시한, 모범적인 정규 앨범이었다고 봐요. 인터뷰 보니까 제가 생각하는 붐뱁 스타일은 이제 절대 안 할 거 같던데, 뭐 이건 이거대로 저도 익숙해져가는 거 같습니다ㅋ PS 아티스트 표기가 Young B에서 '영비'로 전부 바뀌었네요. 음... 다음 앨범 감상부터 그렇게 쓰도록 하죠 (!).



(2) 관우 - La Dolce Vita (2019.2.14)


 관우는 Sniper Sound에서 나름 배치기의 차기작으로 내놓았던 듀오 "EgoBomb"의 멤버입니다. EgoBomb은 아는 사람은 아는 불화를 겪고 Sniper Sound에서 나왔지만 팀 이름을 유지한 채로 독자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죠. 2017년 나온 앨범 설명을 보면 이제 관우는 Special One, 권을은 Don Ash로 이름을 바꿨다... 라고 되어있는데 이번 앨범은 관우의 이름으로 나왔더군요 - 근데 프로덕션 크레딧은 Special One이네요. 여튼 그들의 커리어에서, 꽤 오랜만에 나온 (가사 보니까 군대 때문이었던거 같기도) 3곡짜리 EP입니다. 데뷔 당시 EgoBomb은, 당시 Sniper Sound의 색깔이 그랬듯 파워풀하고 신나는 속사포를 주무기로 삼았습니다. 레이블과 뒤끝이 안 좋았고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달라졌을거라 생각했건만, 그의 주전략은 여전합니다. 세 곡 중 타이틀곡으로 되어있는 "Good Days"의 경우, 후렴 가사 'Let's dance 이 삶은 party'라는 구절을 보고 떠오르는 그 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0여년을 넘어온 전략은 앨범은 그저 평범한 가요 중 하나로만 들리게 합니다. 게다가 파워풀한 속사포를 내세웠던 것 치고는 생각보다 발성이 탄탄하지 못하고, 박자감이 부정확한 부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뭐 스타일을 보았을 땐 중립적인 의견으로, 아마 언더그라운드 래퍼라기보단 성공한 가수 지망생으로 그를 보는게 옳을 것도 같습니다. 즉슨 딱히 저 같은 리스너가 타겟이 아니고 대단한 음악적 성과를 목표로 가질 필요도 없다는 거죠. 그렇다해도 가요계마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나름 눈이 높아진 지금, 이 어중간함으로 어디까지 갈지는 자신을 갖기 어렵군요.



(3) 한국사람 - 꽃뱀: golddigger (2019.2.18)


 저번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던 한국사람의 새 정규 앨범입니다. 다행히도(?) 이번 앨범은 한국사람 본인의 프로듀싱이 아니게 되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범주 내의 음악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물론, 그 와중에도 한국사람 특유의 광기는 존재합니다. 한국사람의 음악은 술에 취해 주정하는 듯한 느낌을 띄고 있습니다. 횡설수설하고 있지만 무언가 전달되는 뚜렷한, 보통 슬프고 한 서린 이미지가 있죠. 이번 키워드는 '여자'와 '돈'이었고, 그것이 합쳐 "꽃뱀"이라는 제목을 낳았습니다. 앨범 내내 한국사람은 한 여자를 잊지 못해 찌질하게 매달렸다가 갑자기 어느 여자든 따먹을 수 있다며 난동을 부렸다가를 반복합니다. 위에서 말했듯 음악이 조금이나마 '평범함'을 띄다보니 나름 노래들이 이모힙합 또는 트랩, 특히 Futuristic Swaver와 비슷한 느낌을 띄게 되었지만, 한국사람이 전달하는 이미지가 워낙에 뚜렷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따라했단 생각은 잘 들진 않습니다. 여전히 매니악한 데가 많아서 쉽게 다가가기는 힘든 앨범이지만 나름 일반 리스너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기 위한 타협을 했다는 느낌이군요. 본인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하는 타협은 성공적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앨범 관해서 외부적으론 잡음이 들리던데 잘 해결되었으면...;



(4) Wonstein - Frankenstein (2019.2.20)


 Mad Clown이 Beautiful Noize에 합류시켜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래퍼죠.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믹스테입은 2017년 중순 쯤 만들어졌다가 Mad Clown의 권유에 따라 뒤늦게 공개된 거 같습니다. 앞서 공개된 싱글 "거미줄"은 이 믹스테입 수록곡이죠. G-slow, Easymind 등의 이름도 보이지만 전곡이 Wonstein의 프로듀싱입니다. 인트로에 난잡하게 배열된 변조 피아노 소리와 무한궤도 "그대에게"에서 따온듯한 신스 소리부터, 이어지는 다듬어지지 않은 멜로디와 랩, 가사까지, 첫인상은 한국사람의 "전설"을 처음 들었을 때와 비슷했습니다. 실제로 "페르소나"나 "아바타북"에 나오는 뒤죽박죽인 가사는 그런 본능적인 느낌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Wonstein이 연출하는 이미지는 그보다는 그보다는 좀 더 섬세하며, 가사를 읽다보면 본인을 '시나몬 브레드' '작은 고기' 등에 비유하여 묘사하는 루저 감성은 신선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여기에 역설적으로 신난듯 늘어놓는 유치한 가사와 멜로디 (대표적으로, 동요 "모두가 천사라면"이 인용된 "천사의 마음")는 꽤 폭발적인 시너지를 보여줍니다. 마지막에 돌연 진중하고 직접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 "얼음별"은 노창의 앨범이 "행"으로 끝을 맺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군요. 이 역시 기믹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한 가지 테마에 초점을 두고 잘 맞춰진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다만 그 기믹에서의 필수 요소였던, 앞서 언급한 난잡함이 모두에게 어필할 순 없을 것입니다. 이런 앨범은 단점을 얘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보이는 모든 빈틈이 의도인지 실수인지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여튼, "또다른 한국사람인가" 싶었는데 그보다는 감상하는 맛이 개인적으론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고보니 Jclef 앨범에도 참여했었죠. 그때는 이런 캐릭터인지 미처 몰랐는데, 다시 Jclef의 곡을 들어보니 재밌네요. 


 PS Frankenstein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괴물을 만든 박사 이름입니다. 그냥 앨범 정보에서 질문을 던지길래..



(5) Donutman - New World (2019.2.22)


 "New World"는 2015년 제작했던 앨범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미완성 상태로 사운드클라우드 무료 공개 되었다가 음원으로도 공개가 되었죠. 이때문에 현재 Donutman과는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지금의 Donutman보다는 좀 더 힘이 들어가있습니다. 편안한 싱잉 랩 스타일보다는 붐뱁에 가까워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파워 때문에 당초 느꼈던 Donutman의 무난함보다 좀 더 귀를 잡아끄는 포인트가 있어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Donutman 특유의 깔끔함이 겹쳐 부담 없이 듣기 좋은 랩 앨범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타일이 변해도 어떤 제한적인 패턴을 보여주는 것은 비슷합니다. "New World"에 있는 곡은 전부 비트가 단순 루핑입니다. 여기에다가 Donutman은 한 가지 플로우를 16마디에 거의 전부 반복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데, 이게 생각 없이 들으면 중독적이고 좋은 거 같다가도, 오히려 집중하면서 들으면 쉽게 질려버립니다. "Beer"처럼 훅에서 더 시원하게 터뜨리거나, "Life of Pi" 같은 감각적인 비트가 뒷받쳐주면 좀 낫지만 나머지 곡은 이러한 점에 다른 특징들이 많이 가리는 거 같았네요. 뭐 여튼 과거의 모습이라 해도 현재와는 다른 장점이 눈에 띕니다. 이 앨범이 오랜만에 발굴된 것이 Donutman의 향후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끼칠는지 궁금하군요.



(6) 24 Flakko - Never Again (2019.2.20)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나가는 24 Flakko가 전작 "Narcos"에 이어 다시 한 번 낸 앨범입니다. 할 말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 기본적으로 "Narcos"랑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달라진 거라면 24 Gang 위주였던 저번 피쳐링진과 달리 친숙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거 (아마 쇼미더머니 시즌 7 출연이 계기가 되었던 듯). 전작과 다른 감성을 주지 못한다고 해서 앨범이 실패란 의미는 아닙니다 - 도리어 아티스트가 본인 스타일을 거의 완성시켰단 의미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어차피 미국 메인스트림 앨범들도 다수가 그런 식으로 나오고 있으니, 미국 스타일을 차용하고 있는 그에겐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군요. 한 가지 피쳐링진 말고의 차이라면, 전작에서 Killagramz가 담당했던 센 파트가 없어서 좀 더 쳐지는 느낌. "Why" 정도가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넣은 트랙 같지만 파워 부분에선 약간 아쉽습니다. 그 외에 얘기하고팠던 거라면 pH-1이 이런 느낌을 생각보다 잘 낸다는게 놀라웠다는 것 정도. 아 근데, 마지막 트랙 "Sin"은 후작업 과정에서인지 심하게 에러가 난 거 같던데 설마 이거 의도적으로 이렇게 넣은 건 아니겠죠;



(7) 지구인 - B Movie (2019.2.22)


 "B급 영화"라고 하면 어떤 획기적인 요소 없이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이루어진 영화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뜻은 아니고, 지구인의 이 앨범은 얼핏 그런 단어가 어울려보입니다. 원체 지구인이 유명했던 특이한 하이톤과 타이트하게 전개되는 플로우를 다시 한 번 주무기로 삼아서 앨범을 전개시키고 있습니다. 주된 비트는 물론 트랩입니다. "지종팔" "주성치"는 그런 예상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트랙입니다. 나머지는 나름대로 뻔함을 타개하려는 노력들이 보입니다 - "쿠세"에서는 본인 목소리를 많이 죽여서 멈블 랩 느낌을 내려는 듯한 시도를 보이고, 타이틀곡인 "진흙탕"은 경험이야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많은 이들이 낯설 그라임이죠. 마지막 두 트랙은 나름의 감성 코드입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답답함이 남아있습니다. 이는 첫 번째로 그가 쓰는 플로우가 이제 거의 패턴화되었다는 점 때문이고, 두 번째로 본인의 특이한 톤이 너무나 뚜렷하게 인식되어 또 하나의 닻이 되버린 탓인 듯합니다. 후자는 그에게는 큰 개성이면서 또 그를 묶고 있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 이를테면 감성적인 마지막 두 트랙은 분위기를 위해 목소리의 날카로움을 의도적으로 줄인 면이 보이는데, 그렇게 하자 랩이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 "착해지고 싶어"에서 피쳐링한 Lil Boi와 비교하면 밋밋함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방사능으로 처음 데뷔했을 때 유일무이한 캐릭터로 활약하던 시절은 어느덧 가고, 여러 방송 활동을 통해 이미지도 많이 소비된 지금, 뭔가 무기가 하나 더 필요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앨범 제목이 "B Movie"라 해도, 본인 앨범이 정말 B급으로 남길 바라는 뮤지션은 없을테니까요.



(8) niahn - extape (2019.2.24)


 MKIT Rain의 식스맨 (원래는 소속이 아니라 '최측근'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 앨범 관련 자료에는 전부 MKIT Rain 소속으로 되어있네요) niahn의 EP입니다. 2017년 Bloo와 "neonblue"라는 이름으로 냈던 앨범을 제외하면 솔로로써 첫 앨범 규모의 작업물이죠. 전체적인 스타일은 이모 힙합의 범주에 있습니다 (공식 보도자료에선 이를 'moody hip hop'이라 얘기하고 있는데 뭐 emo와 moody는 의미부터 나름 비슷하니까요). 덕분에 몽환적인 이펙트를 먹인, 느릿한 오토튠 싱잉 랩과 최면을 거는 듯한 플로우를 갖추고 있죠. 이모 힙합에는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하는게 제일 중요할텐데, 이러한 점에서, 전체 프로듀싱을 맡은 비트메이커 GRP는 좋은 케미를 보여줍니다. 이 위에서 펼쳐지는 niahn의 음악은 Loopy랑 꽤 비슷합니다. 그러나 스웨깅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위로나 우울 등 감정선을 많이 건드리기 때문에 구체적으로는 차이점이 몇 개 있으며, 특히 상대적으로 가냘픈 하이톤이 사용된 "Alone"과 "Broken Hurt"는 Wet Boyz를 약간 생각나게 합니다. "Broken Hurt"가 타이틀곡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niahn의 음악적 지향점은 이런 힐링 계열의 음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두 트랙과 나머지 트랙의 바이브가 좀 차이가 있고 흐름이 자연스럽진 않아서 툭 끊기는 느낌은 좀 있었습니다. 이것과 비슷하지만 별개로 "Chuck"은 앨범 전체에서 상당히 튀는 느낌이라 따로 공개하거나 보너스 트랙이었으면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무튼 (멤버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강하고 스웨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MKIT Rain 안에서는 나름 차별점을 갖출 수 있을 것도 같군요. PS 이걸 쓰면서 알았는데 '비주얼 앨범'이라서, 공식 뮤비가 공개된 "Broken Hurt" 외에 남은 트랙들도 "official visual"들이 저마다 있더군요. 타이틀곡을 제외하고는 워낙 심플하고 간략하게 만들어져서 좀 많이 난해한 느낌.



(9) Muncheese - You had to be there (2019.02.26)


 Wu-Tan과 화지가 프로젝트로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iii" 같은 하드코어 붐뱁 앨범이 나오겠구나 라고 생각했다면, 화지가 지난 커리어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던 변화를 너무 무시한 것입니다 (이건 참고로 제 얘기이기도 했습니다...). 당장 전작만 봐도 힙합이 아니라 소울 펑크로 앨범을 냈던 화지였으며, 이미 "Zissou"와 "WASD" 때부터 그런 기미는 숨김 없이 드러내고 있었으니, 제가 저번 "WASD"에 대한 감상평에 '전작만한 하드코어한 아우라가 없다'라고 얘기한 건 그의 속을 너무 모르고 했던 말이었던 셈입니다. Muncheese의 이번 앨범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이번 앨범은 화지의 "WASD"와 매우 유사한 색깔을 띄고 있습니다 - 완벽하진 않아도, 트랙 대 트랙으로 대응시킬 수 있을 정도입니다. 곡들은 대체로 재지하거나 펑키함을 내세우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chill하자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힙합적인 아우라를 풍기려고 노력하는 기미는 달리 보이지 않죠 - 나름 가장 '센' 트랙이라 할 수 있는 "Space Bar"도 이때문에 신나는 곡이지 강한 곡으로 생각되진 않습니다. 때론 "Queso"처럼 그 힘을 너무 죽여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워낙 두 MC가 연륜 있게 곡을 진행해나가는 덕분에 빈틈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화지의 새로운 변화를 포용하고 나니 이 모든게 꽤 자연스럽고 재밌게 다가오더군요.


 분명 Muncheese인데 너무 화지 얘기만 한 거 같긴 한데, 그만큼 화지의 색깔이 강한 앨범입니다. 그렇다고 Wu-Tan이 딱히 겉돌지는 않습니다. 재밌는 건 Wu-Tan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VMC이니 역시 하드코어하고 빡센 랩이 떠오르지만, 그런 곡들보다 여기서 보여준 chill한 모습이 너무도 잘 어울렸다는 겁니다. 사실 돌아보면 저에게는 Wu-Tan의 곡 중에 "HAHAHA"나 "Asian Glow"처럼 힘을 좀 뺀 트랙이 늘 좋았습니다 (라지만 "내 몸에 쌓인 Dope"도 좋아하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실험이 Wu-Tan의 향후 커리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간과하기 쉬운 점 중 하나 - 화지와 거의 영혼의 파트너 수준으로 따라붙는 Young Soul의 프로듀싱 스펙트럼은 작품이 나올 때마다 놀랍네요.



(10) Life of Van Gogh - Butterfly, Born to Fly (2019.2.20)


 LE에서 누군가 추천하는 신인 앨범이라 하여 듣게 되었습니다. "JUSTuhMMNT"라는 크루 소속 래퍼라고 하고, 적어도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작품은 이 앨범이 처음이군요. 인트로 기능을 하는 "Summer Bay"는 벌스라고 할만한 부분은 대략 8마디 정도, 나머지는 후렴구 또는 브릿지라고 할만한 부분으로 가득하며, 반주만 그대로 둔 부분도 있습니다. 이는 앨범이 랩보다는 사운드 자체로 승부를 볼 것이라는 예고편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앨범 전체에 걸쳐 Life of Van Gogh의 온전한 목소리로 하는 랩은 비중이 적습니다. 조금이라도 오토튠은 모두 먹혀있으며, 비교적 짧은 벌스를 제외하면 이펙트가 아주 강하게 먹어있어 가사 전달은 잘 되지 않습니다. 그 짧은 '벌스'들에서 들리는 그의 랩은 무난하고, 톤은 촌스럽다고 불릴 여지가 충분하며, 어떤 개성적인 스킬을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일단은 Goretexx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분명 외국 힙합에 능통한 분들은 한둘 정도 그가 모범으로 삼았을만한 아티스트를 짚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운드 위주의 전략은 훌륭하게 성공한 듯합니다. 앞에서 말한 보컬의 특징으로 전체적으로 Life of Van Gogh의 목소리는 악기처럼 사용되며, 비트와 조화롭게 어울려 마치 프로듀서의 앨범을 듣는 것 같은 효과를 줍니다 (크레딧 보지 않고 "Summer Bay"만 들었을 땐 실제로 비트메이커인줄 알았더라는). 특히 "Gravity Free"에서 잔뜩 리버브를 먹이고 레이어를 쌓은 코러스는 마치 성가대를 듣는 듯한 효과를 주면서 전체적으로 앨범의 이미지를 다른 차원으로 가져갔습니다. 이렇게 되다보니 더 이상 톤이 촌스럽고 플로우가 평범하고는 문제가 아니게 되더군요. 이름부터 반 고흐를 인용했듯, 가사적으로도 여러모로 예술적인 느낌을 내려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 '들라크루아' '고갱' 등 화가의 이름이 등장한다든지, 그림을 그리는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든지. 이런 느낌을 내는데는 프로덕션의 몫이 무엇보다 컸을 수밖에 없는데, 전 트랙 다른 프로듀서에 낯선 이름인 걸로 보아 타입 비트였을 수도 있을 거 같군요 - 타입 비트라고 해도 놀랍네요. 보통 이렇게 풍부한 악기 사용과 다이나믹한 전개를 보여주는 비트는 잘 없는데... 타입 비트라는 건 추측이지만 어쨌든, 그에게 맞춤형으로 제작된 프로덕션과 함께 작업한다면 시너지가 어떨지, 향후가 매우 기대되는 아티스트네요.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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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9-04-03 12:02:22

제가 부탁드렸던 앨범은 다음에나 볼 수 있겠군요.ㅎㅎ
늘 잘 읽고있습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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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04-03 12:28:23

제가 들어볼 앨범 목록을 업데이트하고 보니까 그전에 있는 앨범만 34개였어요..ㅜ

1
2019-04-03 13:58:49

와우......

1
2019-04-03 13:12:16

사랑합니다

1
2019-04-03 13:24:42

시험기간에 시리즈 정독 중입니다

 70~80% 정도는 들어봤는데 그 이외 것들은 엄두가 안나네요 

WR
1
2019-04-03 14:43:56

역시 이런건 시험기간에 읽어야 제맛이죠

1
2019-04-03 18:47:51

관우에게 '가수 지망생'이란 타이틀을 달면 '성공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정도로 떴나요??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WR
1
1
2019-04-03 19:35:58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실 일찌감찌 음악 그만두고 다른 일하고 있는 줄 알았을 정도로 잘 몰랐는데

가사에선 되게 잘 나가는 것처럼 얘기하더라고요...

1
2019-04-03 20:25:19

아... 가사에 기반해서 표현해주신 것이였군요. 감사합니다. 저도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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