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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이크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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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9 00:33:33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대상: 

대체로 이 시리즈가 한 번 끝을 맺었던 2018.7 이후로 나온 앨범들

여기에다가 이전 시리즈 글에서 다뤘는데 다시 들으니 감상이 바뀐 앨범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만. 싱글까지 포함하자니 너무 많아서..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unofficialboyy - unofficialboyy (2019.2.8)


 원래는 Baddyhomie, 그리고 그다음엔 LUDA였던 unofficialboyy는, 이름을 바꿀 때마다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LUDA로써의 변화가 좀 더 제대로 트랩을 하는 쪽이었다면, unofficialboyy는 트랩 스타일 안에서 무언가 한 차원 달라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붐뱁에서 트랩의 변화가 메세지에서 사운드로 포커스가 옮겨진 것을 얘기한다면 이 앨범은 그것의 극한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unofficialboyy의 발음은 뭉개지다 못해 거의 형체가 없는 듯이 느껴지며 (일부 트랙에선 좀비의 신음으로 들리는 부분이...), 내용적으로도 그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한 '본능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마지막 트랙 "해골바가지"는 프리스타일이라고 되어있는데 별로 위화감이 없을 정도 (...). 뭐 확실히 전에 느끼지 못했던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사를 인용하자면 "trippy" (한글로는 설명이 잘 안 됩니다)함인 건데, 말그대로 마약에 취한 듯 흐느적흐느적대면서 마디 안에 오밀조밀하게 차있는 플로우를 따라가는 건 색다른 경험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 정도라면 엥간한 트랩 팬이라도 아직은 많이 낯설게 느껴질 수준 아닌가 합니다. 적어도 저는 이정도 내공을 쌓기는 멀었습니다.



(2) Loco - Hello (2019.2.7)


 싱글 단위로는 꾸준히 뭔가 나왔었지만 앨범 단위로는 상당히 오랜만에 냈습니다. 군입대를 앞두고 활동을 잠시 정리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고, 그때문인지 앨범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빡세기보단 편하고 이지 리스닝한 쪽으로 치우쳐있습니다. 멜로디 랩의 비중이 큰데 트랩 스타일이 아니라 팝 코드가 전체적으로 섞여있으며, 첫번째 트랙과 마지막 트랙은 힙합 장르라고 부르기 애매한 노래이죠. "BLEACHED"를 꽤 좋게 들어서 호평으로 이 시리즈를 적은 바 있는데, 이제 와서 이 앨범을 들으면서 떠올리면 로꼬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강한 한 방은 비교적 약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그가 지향하는 그루비한 곡을 만들기엔 랩에 충분한 무게감이 없어 도리어 곡이 비게 만들지만, 실제론 AOMG의 프로덕션이 빠방하게 뒤를 받쳐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런 입장에서, 그리고 훨씬 노선을 확실하게 정해두었기에 이 앨범은 듣기 무리는 없지만 여전히 로꼬에 대한 입장은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그의 랩을 그 자체로 나쁜 랩이라고 하긴 그렇고, 비트를 좀 탄다고 하고 싶은데, 이번 앨범의 편안한 코드는 무난하게 중박 정도였던 거 같군요.



(3) Futuristic Swaver - F is Friends (2019.2.8)


 벌써 4번째로 Futuristic Swaver 앨범을 듣다보니 대략 그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의 특징이라면 묘하게 쌩 미디 느낌이 나는 악기를 사용한 '감성 코드 같은' 멜로디와 거친 목소리로 전개되는 오토튠 싱잉 랩 (특히 후렴 같은 데에서 쓰이는 은근한 화음) 정도가 특징처럼 자리잡은 듯합니다. 그의 전 앨범 "BFOTY"를 꽤 좋게 들었었는데, 이는 이러한 공식에서 벗어나 나름 신선한 충격을 줬기 때문인 듯합니다. "BFOTY"는 기타 음을 많이 차용하고, 감성 코드의 한 요소인 장조보다 단조로 비장한 느낌을 많이 풍겨서 전체적으로 테마가 일치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번 앨범 "F is Friends"는 앞서 말한 특징으로 다시 회귀한 느낌으로, 그 전 앨범을 들을 때와 거의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드는 트랙, 대표적으로 멜로디의 비중이 많이 줄어든 "REMY" 같은 트랙은 나름 기억에 남긴 합니다. 패턴화된 공식이 있는 건 자신의 전매 특허 느낌을 남긴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 예를 들어, 앞서 다루었던 Lowkey의 앨범에서 Futuristic Swaver가 참여한 곡이 바로 그의 느낌으로 변했던 것처럼 본인의 존재감이 적지 않다는 뜻이니까요. 안타깝게도 저 같은 붐뱁충은 안 그래도 쉽게 몰입이 안 되던 트랩에 반복까지 더해져서 심적 거리가 다시 멀어져버렸습니다만, 취향만 가지고 평가할 수준은 넘어선 거 같기도 하네요.



(4) 김효은 & Skinny Brown - WE HERE (2019.2.8)


 한달 전 선공개 싱글이 나오긴 했지만 여러모로 예상 못 하던 콜라보이긴 했습니다. Wayside Town 소속이라는 것 정도만 알려져있는 Skinny Brown과 김효은이 프로젝트 앨범을 할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는 걸 몰랐던 탓이기도 했지만, 자나깨나 하드코어 붐뱁만 할 것 같은 김효은이 트랩을 본격적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앨범의 전체적인 느낌은 커버에 그려진 둘의 위치와 크기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 Skinny Brown은 훅 메이킹도 도맡아 하면서 곡 내의 비중이 크지만 정작 존재감 자체는 강하지 않습니다. 김효은은 그 반대 상황이고요. 이는 김효은의 목소리가 익숙해서 기억에 잘 남는 것 때문일 수도 있고 Skinny Brown이 Lil Pump 카피캣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전형적인 플로우를 구사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김효은은 원체 같은 플로우를 반복하는 부분에서 비판이 많이 있어왔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나름 괜찮게 다양한 플로우를 구사하고 있고 그게 의외로 괜찮아서 더 귀가 가는 것도 있습니다. 이 플로우는 대체로는 트랩에 최적화된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앨범은 '김효은의 트랩 도전'이 아니라, 원래 트랩을 했던 래퍼 둘이 맺어서 낸 느낌으로, "Boss" "Oh My" 같은 트랙은 뻔함을 탈피하려고 했던 것도 같지만 그냥 전체적으로 트랩 코드에서 모든 트랙이 읽힙니다 - 이건 통일성을 준다는 의미에선 오히려 좋은 점 같기도 합니다. 다만, 둘이 이렇게 백방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피쳐링진이 있는 1-3번 트랙의 경우 스포트라이트를 피쳐링진에게 뺏겨버리는 듯한 느낌은 아쉽습니다.



(5) 한해 - About Time (2019.2.8)


 로꼬의 "HELLO"와 마찬가지로 "About Time"도 군입대 전 선물처럼 나왔던 앨범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앨범도 마찬가지로 전작 "Organic Life"에 비해서 한껏 힘을 뺀 느낌입니다. 시간이 갈 수록 대중 가요 기획사 같아져가는 브랜뉴 뮤직의 행보를 감안하여 이 말의 의미는, 대중적 코드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음악을 자연스럽게 풀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타이틀곡 "아이구"나 "About Time"은 그런 코드를 갖고 있지만, 인트로 트랙 "Flashback"이나 "건조" 등은 어떤 목적 없이 편안하게 곡을 만들었단 느낌입니다. 여기에 한해의 타이트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플로우는 꽤 잘 어울립니다. 그렇게 무난한 인상은 주는데 성공했건만, 그 이상은 여전히 어려워보입니다. 그의 평탄하게 흘러가는 랩은 "도미노" 같이 조금만 센 비트와 피쳐링진을 만나면 맥을 못 춥니다 (이런 무난함은 쇼미더머니 당시 "One Sun"을 평범한 곡으로 남기게 된 주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건조" 역시 그의 센스가 아쉬운 예 중 하나입니다 - 음악적으론 꽤 어울렸지만, 그저 평범한 사랑 노래 그 이상이 되지 못하는게 안타깝군요. 과거 한해에게서 보았던 매력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져가는데, 부디 그걸 상기시켜줄 자극이 한 번은 있었으면 좋겠군요. 물론 일단 군대부터 다녀오고 나서... OTL



(6) 화지 - Femme Fatales & Getaway Planes (2019.2.14)


 화지가 이런 앨범을 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던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리라 믿습니다. 이번 앨범은 그가 본래 보여줬던 씨니컬하고 탁하고 건조한 붐뱁 앨범은 커녕 힙합의 테두리 안에 두기도 어렵습니다. 음악 지식이 부족하지만, 소울이나 펑크 정도로 분류되는 걸까요? 하긴, 전작 "WASD"라든지, 이 직전 담예 앨범에 피쳐링했던 걸 생각해보면 서서히 그런 쪽으로 취향이 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존의 화지 이미지가 머리 속에 박혀있는 상태에서 이 앨범은 상당히 능청스럽고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래퍼들이 싱잉 랩을 시도할 때처럼 단순하고 제한적인 멜로디에만 머무르는게 아니라 가성과 코러스, 추임새까지도 섬세하게 배치를 해놓았으며, 가사 역시 여자에 관해 꽤 재치있게 풀이해두었습니다 (다 영어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Buggy와 Young Soul의 비트 위에서도 꽤 위화감 없이 이런 곡을 풀어냈다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이긴 했습니다. 음알못이 더더군다가 전문 분야가 아닌 음악에 대해서 할 얘기는 제한적이니 이번 감상은 이쯤에서 마무리를 하도록 하죠...



(7) XXX - Second Language (2019.2.15)


 미리 예고되었던, "Language"의 후속작이었죠. '팝 음악이다' '멜론 1위를 노리고 만들었다'라는 말처럼 얼핏 이 앨범은 대중 친화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인트로인 "무뢰배"만 보아도 편안한 악기와 멜로디로 시작을 열고 있죠. 하지만 곡이 미처 끝나기 전에 날선 신디사이저가 그 자리를 채웁니다. 이처럼 앨범은 진행될 수록 그 가면(?)을 벗고 다시 진짜 모습을 드러냅니다. 얼핏 보면 댄서블해 보이는 "Bougie"와 "우아"를 지나 "Language" "괜찮아"에 이르면 FRNK는 전작에서 보여준 미친듯한 변주와 편곡 실력을 보여줍니다. 이 험난한 비트 구성을 김심야는 여전히 솜씨 좋게 헤쳐나갑니다. 박자를 타는 듯 안 타는 듯 자유롭게 흘러가는 플로우는 갈 수록 물이 오르는 듯하며, 특히 특유의 독설적인 가사는 "Language" 때보다는 좀 간접적이지만 그 날카로움을 잃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FRNK는 앨범에서 주역이라 할만큼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대중성'이라고 가져온 멜로디 위를 파괴력 넘치는 퍼커션으로 덮어 XXX의 색깔을 만들고, 김심야의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악기로써 활용합니다 (요 활용이 "Language"보단 좀 줄긴 했더군요. 워낙 "Sujak"의 임팩트가 컸던지라). 


 뭐 약간 아쉬웠던 거라면 '팝 음악' 발언 때문에 기가 막히게 뒤통수를 때릴 줄 알았기에 온 실망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제 감상으로는 "Second Language"가 "Language"와 본질적으로는 같은 음악을 했다고 느꼈거든요. 잠깐 "언어"라는 앨범 제목을 고려해볼 때, 이는 그들의 문법으로 풀어낸 팝 음악이라는 두 번째 언어인 거 같기도 하군요 - 피진어, 크레올 같은, 이민자들이 변형시킨 타국어가 연상되는군요. 개인적인 감상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완성도는 빛바래지 않습니다. 두 번의 연작에 걸쳐 XXX를 증명한 훌륭한 실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PS 이번엔 한정판 구매 성공.



(8) Olltii - 뻔한 돈 얘기 (2019.2.15)


 오랫동안 프리스타일로 유명해진 래퍼들은 실제 레코딩 곡의 퀄리티를 잘 뽑아내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어왔고, Olltii 역시 이 편견에서 자유롭지는 못 했습니다. 확실히, 피쳐링에선 그나마 빛을 발했을지언정 본인 앨범과 싱글은 외면 받아왔던 걸 부정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런 식으로 Olltii를 평가하는 건 지나친 평가절하라고 봅니다. 특히, Olltii의 작사 능력은 흔치 않은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펀치라인, 스토리텔링, 라이밍 뭐든간에요. "뻔한 돈 얘기"는 앨범 제목부터 노골적으로 돈을 테마로 삼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얼마" 정도를 제외하면 (물론 간접적으론 돈 얘기라 볼 수 있긴 함) 그 주제에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이를 그가 살아오면서 겪은 에피소드들과 연결시키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스토리 전개 능력이 중요한 지점이고, 여기서 Olltii는 유감없이 재능을 발휘합니다. 마치 눈 앞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는 듯한 섬세한 묘사 능력과 부드러운 이야기 전개, 뻔하지 않은 표현과 펀치라인 등, 요즘에 보기 드문 뛰어난 스토리텔링 작품이며, 앨범 전체로도 돈에 얽매여 짓눌려 살았던 과거에서 점차 밝은 분위기로 마무리 짓는 구성은 매우 흡입력 있습니다 - 타이틀곡을 상반된 분위기인 "돈"과 "금붙이에 내리는 비" 두 곡으로 정한 부분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죠.


 Olltii의 특유의 박자 때문에 사실 처음에는 최근에 감상했던 한해가 생각났지만, 여러 번 듣고 나서는 Simba Zawadi의 앨범이 생각났습니다. 그 이유는 앨범이 메세지 전달에 좀 더 집중해있는 반면, 사운드적인 면에서는 크게 욕심을 내지 않은듯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마디 전체로 빽빽히 가사를 채우고 이를 적당히 밀고 당기는 식의 Olltii 플로우는 8곡 내내 거의 비슷한 면을 보이며, 앨범 자체가 "금붙이에 내리는 비"의 보컬 피쳐링을 제외하면 없기 때문에 반복성이 훨씬 와닿습니다 - 구체적인 예로, "한턱"과 "금붙이에 내리는 비"를 여는 첫 8마디에서 두 가지 라임을 오가는 방식은 서로 꽤 닮아있어 그의 '스킬'이 제한적이게 비춰지게 만듭니다. 이는 우울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느라 상대적으로 비트의 임팩트가 약했던 초반부에서 좀 더 두드러지는 느낌입니다. 앨범을 거듭 돌려 들으면서 익숙해진 후엔 괜찮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처음 들을 땐 전반부는 집중이 좀 덜 되는 느낌이긴 했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처음에 말한 '편견'에서 Olltii를 자유롭게 하지 못했던 이유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뭐 힙합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현재, 앨범을 들을 때 감상의 포커스를 어디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야기가 담긴 앨범을 스킬풀한 앨범보다 더 좋아하는 편이라 상당히 맘에 들었지만, 그런 저도 뚜렷한 단점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9) Cosmic Boy - Can I Love? (2019.2.18)


 "Can I Love"라는 제목이 상당히 잘 들어맞는 앨범입니다. 전작 "Can I Cosmic"이나 areyouchildish의 싱글과 비교하여, 전체적인 템포가 느려졌고, 사랑 노래로만 이루어졌습니다. 그러한 분위기에 맞게 피쳐링진은 대부분 R&B 아티스트이며, 사실 래퍼로써 피쳐링한 이들 중 오르내림과 기리보이는 멜로디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 앨범은 R&B 앨범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수도 있겠습니다. 유일하게 랩 트랙이라고 할만한 "소화불량"이 보너스 트랙으로 들어간 이유를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죠 - 그나저나 이런 난해한 드럼 라인에까지 사랑 노래를 쓰게 하다니(?). 전작의 통통 튀는 상큼함(?)을 기대하고 들었을 때에는 좀 실망스러운 앨범이지만 직전에 말했듯 앨범 감상은 포커스를 어디 두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이 앨범은 죠지, Thama나 Jeebanoff 앨범과 궤를 같이 두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그렇게 두어도 곡들 분위기가 너무 비슷비슷하긴 하고, 오르내림이 후반부 3트랙에 연이어 있다보니 이런 천편일률적인 느낌이 강화된 거 같긴 하군요 - areyouchildish 앨범을 준비하다가 노선을 바꾸거나, 이 앨범에 합류시킨 것이었을까요? 원래 기대하던 것과 다른 그림이 나온 것만으로 앨범을 뭐라하는 건 옳지 않아보이지만, 이번 감상을 통해서는 솔직히 말해, Cosmic Boy에게 느꼈던 감흥이 좀 줄어든 거 같군요ㅠ



(10) pH-1 - The Island Kid (2017.10.18) [Re-리뷰]


 첫번째 리뷰에서는 이전에 보여주던 스타일을 버리고 부드러운 싱잉 랩에 주력해서 실망했다는 걸 요지로 썼죠.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pH-1은 쇼미더머니에 나오면서 감성 싱잉랩 래퍼로 포지션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 물론 순수 래퍼로써의 모습도 보여줬지만. 그런 모습이 익숙해진 상태에서 다시 들어본 이 앨범의 감상은 사뭇 다르군요. 사실 싱잉 랩 앨범이라고 하기엔 멜로디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도 않습니다 - 대략 절반 정도? 전체적으로 편안한 앨범에 포커스를 맞춘 셈이었군요. 아마 제목 "The Island Kid", 즉 낯선 곳에 와서 살면서 느낀 섬에 표류하는 기분을 표현하고자 하는 장치였겠죠. 여기에 안정적인 pH-1의 음정과 작사 능력이 보태지면서 편안하게 감상하는게 가능합니다. 특히 이번 재감상은 밤에 밥 먹으러 걸어가면서 들었는데 분위기가 좋더군요.


 굳이 아쉬웠던 점을 떠올려보자면, "Donut"과 "Game Night"에서는 좀 더 그루브 있었으면 좋겠다 했던 것 - 특히 이 두 트랙은 분위기가 비슷해서 좀 너무 평탄하게 이어지더군요. 이 그루브감의 차이는 "Donut"에서의 박재범 파트가 나올 때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Christ" "Cuckoo" 같은 쓸쓸한 트랙에서는 꽤 어울렸고, 또 "Escobar"에서는 마냥 힘을 빼놓고 있지도 않더군요. 이 앨범에서의 감성 코드가 추후 "Homebody" 같은 트랙까지 이어졌던 거겠고, 곧 나오는 정규 앨범도 비슷하겠죠. 다만 쇼미에서 보여준 "Hate You" "주황색" 같은 좀 더 선이 선명한 스타일로 추가되겠군요. 정규는 또 순서가 되면 그때 가서 들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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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3-29 00:45:48

꾸준추

2019-03-29 02:59:12

XXX도 상당히 큰 변화였다고 생각했는데 영문판이라서 패스해버린 화지의 앨범이 그정도로 쇼킹했었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토익공부 좀 할껄 그랬네요ㅠㅠㅠ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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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9 15:41:14

네.. 근데 지금 제 목록에 추가하면 다음달 쯤 들어보겠네요ㅋㅋㅜ

 
24-03-22
 
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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