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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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3-25 18:58:06

약속대로 빠르게 돌아왔습니다.

후딱후딱 해치우기로 합시다.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대상: 

대체로 이 시리즈가 한 번 끝을 맺었던 2018.7 이후로 나온 앨범들

여기에다가 이전 시리즈 글에서 다뤘는데 다시 들으니 감상이 바뀐 앨범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만. 싱글까지 포함하자니 너무 많아서..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Donutman - Change Clothes (2019.1.25)


 Donutman의 새 앨범은 전작 "R A I N B O W"에 비해서는 좀더 말랑하고, Clarity의 "*"과는 인상이 꽤 비슷합니다. 붐뱁을 메인 테마로 삼았던 전작과 달리 Donutman은 트랩적인 비트에 싱잉 랩을 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별다른 특수 효과(?)를 가하지 않고 차분하게 앨범을 진행시킵니다. 저는 Clarity의 앨범이 무난한 색깔로 일관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느꼈습니다 - 본인의 앞으로의 방향성을 이렇게 잡았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겠죠. 이러한 색깔은 늘 지루함과 깔끔함의 사이에서 평이 엇갈리게 될 것입니다. 그나마 통통 튀는 색깔이라도 일부 있었던 Clarity의 앨범과 달리 이번에는 전부 슬로우 잼 같은 색깔로 일관하기 때문에 저에게 첫 인상은 여지없는 심심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평들을 살펴보면 깔끔함에 포커스를 맞춘 의견도 꽤 있었고, 이는 저도 동의합니다 - Donutman은 무리수를 두지 않고 부담스럽게 들릴 수 있는 장치들을 대부분 배제하였기 때문에 딜리버리는 뚜렷하고 메세지는 쉽게 전달됩니다. 이는 사실 그가 예전부터 해왔던 음악의 색깔이기도 하죠. 결국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제부터 Donutman의 음악을 깔끔함의 관점에서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군요. PS. "I'm Just Started"는 어색한 영어입니다. "I've Just Started"가 더 맞는 문장 by 문법중.



(2) Punchnello - Ordinary (2019.1.28)


 개인적으로 SAAY의 보컬을 듣고 충동구매를 했던 음반입니다. 정작 앨범을 들어보니 "Swerve"부터 "Absinthe"에 이르는 하드코어한 무드가 좀 더 앨범을 잘 대표하는 듯합니다. 짧은 앨범이지만 이 안에 상당히 다양한 분위기의 트랙이 있다보니 분위기가 매우 다이나믹하게 움직인다는 느낌도 드네요 (인터뷰를 참고하면 나름의 서사를 의도한 거긴 하지만... "Winter Blossom"에서 "Absinthe"까지 이르는 데 한 가지 서사가 있다는 건 설득이 좀 안 되는 얘기이긴 합니다;). Punchnello의 화려한 플로우는 이미 잘 알려져있기에, 구매를 결정하게 해준 "Winter Blossom"보다 그런 하드코어 트랙이 좀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나중엔 오히려 앞뒤의 트랙들이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트랙별로 평가를 한다면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며, 특히 전곡 프로듀서로 참여한 0channel의 offonoff로써의 활동을 고려할 때 이런 하드코어한 분위기를 완숙하게 표현한 것은 상기할만 합니다. 쓰다보니 앞서 얘기한 불완전한 흐름은 약간은 트집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 정규 같은 좀 더 규모 큰 프로젝트에서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점일 겁니다. 어차피 올해 최소 50곡은 만들 거라고 인터뷰에 되어있던데 기대해봅니다.



(3) 서리 - The Frost on Your Head (2019.1.28)


 서리는 래퍼 Simba Zawadi, Khundi Panda, DSEL, 비트메이커 Viann, 일러스트레이터 희수로 이루어진 크루입니다. 크루 결성을 알린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이 EP 규모의 컴필레이션은 서리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가장 뚜렷한 색깔은 "차가움"입니다. 세 명의 래퍼들은 크루 이름답게 서릿발 같은 풍자와 비유로 각 노래의 대상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과거 "농"에서 DSEL의 가사를 비교적 일차원적으로 느껴진다고 얘기한 적 있는데 이번에는 크게 그런 걸 느끼진 못 했습니다. 세 래퍼의 목소리의 온도가 약, 중, 강의 느낌으로 (각각 Simba, Khundi, DSEL?) 다르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이런 날카로운 메세지들을 다루는 것은 흥미로운 구경거리입니다. 


 그러나 이 서릿발 같은 분위기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는 단연코 Viann이라 할 수 있습니다. ODEE와의 콜라보였던 전작 "Open Monday"에서는 한 단계 톤 다운했던 느낌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있는대로 세기를 올려두었습니다. "The Frost on Your Head"는 음악적으로 쉽게 그루브를 제공하지 않는데 이 원인은 주로는 Viann의 비트에 있습니다. 낯선 박자와 날카롭게 다듬어진 신디사이저, 과감한 불협화음과 변주 등은 곡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XXX의 "Language"를 들었을 때의 데자부랄까요. 사실 이러한 비트는 래퍼들이 맘껏 뛰놀기엔 매우 힘든 비트로, 세 래퍼가 완벽하게 이 비트를 자기 것으로 했는지는 조금 갸우뚱합니다. 특히, 90년대 골든 에라 비트를 주 무대로 하였던 Simba의 경우가 비트와의 힘겨루기에서 다소 밀리는 느낌이 났습니다 - 애초에 새 래퍼는 유려한 랩 스킬을 무기로 하던 아티스트는 아니었기에 불안정한 음악 위에서 겨우겨우 균형을 잡는 모습이 종종 그려집니다. 의도한 바가 아닐지 몰라도, 의외로 이 불편함은 서리가 내세우는 이미지에 잘 어울려보이는 듯도 합니다. 결국 이 앨범은 화려한 랩이 아니라 실험적인 사운드와 뚜렷한 메세지에 힘을 주었기에, 감상 초점도 그에 맞춰야 할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앨범은 저에게는 꽤나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습니다.



(4) 담예 - Life's a Loop (2019.1.22)


 오랜만에 Inplanet의 뉴페이스로 등장한 뮤지션입니다. 그의 배경은 버클리 음대 기타 전공, 다국적 아티스트와의 작업 등 담예라는 아티스트가 얼마나 스펙트럼 넓고 다양한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하게 합니다. 첫 싱글이 발표된지 7개월만에 호기롭게 나온 정규 앨범은 확실히 유행하는 음악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연주한 기타 외에도 다양한 세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어쿠스틱함이 물씬 풍겨나는 비트는 앨범을 단순한 힙합의 테두리 안에 묶어두기 어렵게 만듭니다. 마치 언플러그드 앨범을 듣는 느낌도 나고, 밴드 음악을 듣는 것도 같은 느낌도 있으며, 여러 차이점이 있지만 Legit Goons 재달의 음악을 연상시키기도 하네요. 이 위에 풀어놓는 인생에 관한 독자적인 시선, 그리고 그 시선과 사고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바이브 (특히 마지막 트랙 "Life's a Loop"의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등이 앨범을 허투루 듣지는 말아야할 근거가 되줍니다.


 다만 지극히 꼰대적인 시선에서, 담예의 음악에 훅 몰입되지는 않는 것은 그의 랩 때문입니다. 이렇다할 스킬의 부재야 뭐, 이런 앨범에서 언급한다는 건 부적절한 발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발성, 발음, 박자 등은 어떤가요? 특히 멜로디가 더해져 '노래'로 바뀔 때 그의 발성은 빈약함을 드러내며, 음정이 불안정해지는 부분이 몇몇 군데 발견됩니다. 발음을 흘리거나, 역으로 너무 거세게 (F 발음할 때 종종...) 나와 딜리버리를 툭툭 끊는 것도 있었고요, 박자도 자꾸만 뒤늦게 따라가는 기분이 듭니다. 의도였다기엔 너무 무작위로 깔려있어요. 반 농담 (그러나 확신을 갖고)으로 말하자면, "오디션에선 기본기가 부족하다며 바로 떨어질 랩"입니다. 또한 비트가 기존의 힙합 색깔을 탈피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더래도, 드럼 라인이 약해서 리듬감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재밌는 건 너무나도 단점스러워보이는 이 부분들이 합쳐, 앨범 전체에 깔려있는 여유로운 바이브를 만든다는 점이었습니다. 분명 저의 취향과는 멀어져버렸지만, 뭔가 신경을 덜 쓴 듯한 앨범의 구석구석은 마치 잼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전달됩니다 (선공개 싱글이기도 했던 "Don't Wanna Play"에서 자유롭게 싱잉과 랩을 오가는 모습이 이를 제일 잘 보여줍니다). 요컨대, 이 앨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보단 온몸을 흐느적거리며 듣는게 어울리는 편입니다. 이게 의도된 게 아니었다면 전 되게 모욕적인 발언을 한 거 같기도 한데 쿨럭. 작품들이 나오면서 차차 알게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크리티컬한 부분은, "한국 힙합에 없었던 캐릭터"라고 홍보하는 거 치고는 어디선가 친숙하게 들어본 느낌... 근데 그게 어디서 들어봤는지는 OTL 재달? 혹은 김박첼라? 아시는 분은 연락 바랍니다(?).



(5) Hi-Lite Records - #Air2019 (2019.1.28)


 3곡 이상이라 리스트에 포함시키긴 했지만 사실 앨범이라기보단 트리플 싱글로, 굳이 흐름이나 통일성 같은 걸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곡은 대체로 일치된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이는 Hi-Lite가 요근래 해왔고 앞으로 할 음악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정해졌다는 걸 얘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Hi-Lite를 Cohort 크루의 색깔로 기억하고 그리워하지만, 현재의 Hi-Lite 색을 제일 잘 대표하는 아티스트는 Reddy와 YunB라고 생각합니다. 존재감이 제일 큰 아티스트는 여전히 Paloalto나 Huckleberry P를 꼽겠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둘의 색깔은 Hi-Lite 내의 '주류'하고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에서 두 아티스트가 전혀 괴리감 없이 곡에 잘 녹아드는 것은 둘의 스타일보다는 역량과 연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Air"에서 Huck P의 오토튠이 자연스러운 걸 보고 놀랐습니다). 이를 생각할 때 조원우 역시 기존의 올드 스쿨 붐뱁스러운 스타일의 틀을 깨고 이런 색도 커버할 수 있어야 Hi-Lite와 조화롭게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세 곡 중 두 곡이 UGP 프로듀싱인데, 이미 UGP는 이전 단체곡 "Break Bread"를 비롯해 Hi-Lite의 여러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한 바 있습니다. 덕분에 저번에 새 아티스트 영입할 때 아주 잠깐 영입설이 돌기도 했던거 같은데, 비록 멤버는 아니지만 그래도 케미가 잘 맞긴 하는 거 같네요.



(6) LOLLY - Asian Star Hogwart Avenue (ASHA) (2019.2.1)


 힙합엘이 게시판에서 추천 받아 들어본 앨범입니다. 저는 처음 들어보는 아티스트였는데 이미 나온 결과물이 꽤 되더군요 - 이 앨범이 벌써 작년 나온 "Eros"의 뒤를 잇는 두 번째 정규 앨범입니다. 초반에는 "Webside"라는 크루였던 거 같은데 이 크루가 "WORRYUS"란 이름으로 바뀐건지, 아님 "DONTWORRYGOAHEAD"가 바뀐 이름이고 "WORRYUS"는 애칭인건지... @_@ 앨범 초반의 느낌은 요즘 많이 보이는 신인들의 트랩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애매한 신스 멜로디를 가진 몽환적인 비트 위에 타이트하게 뱉어내는 플로우와 뭔가 되는대로 끼워맞춘, 그 사이에 온갖 조각난 영어들이 난무하는 가사. 이때 가장 걸리는 것은 LOLLY의 톤입니다. "촌스럽다"는 표현을 매우 싫어하지만 LOLLY의 목소리는 어딘가 매력 없이 들립니다. 특히 사운드적인 매력을 뿜어내야하는 트랩 장르였기에 그 허전함이 더합니다.


 그러던 앨범 분위기가 5번 트랙 "DONTWORRYGOAHEAD"에서 갑자기 급변합니다. 제 표현력의 부족으로 이걸 효과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마치 NO:EL이 기리보이로 변하는 것 같은 변화입니다. 템포는 차분해지고 뚜렷하진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던 스웩 대신 뭔가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메세지로 포커스가 바뀝니다. 타이트한 랩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지만 훨씬 힘을 빼고 쳐진 느낌으로 플로우가 진행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변화가 갑작스러울지언정, 앞서 말했던 LOLLY의 톤에는 이런 쪽이 훨씬 어울리는 것도 같네요. 그나마 이 변화에도 불구하고 앨범이 완전히 두 동강 나지 않는 것은 전체적인 앨범 분위기를 잡는데 일조하는 LOLLY의 가사 덕분일텐데요. 사실 가사가 아주 잘 쓰였는가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뭐, 물론 이 부분에서 나름 개성이 돋보이긴 하지만,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전달이 안 되는 건 저 뿐인가요? 노래를 들었을 때 이게 본인의 철학을 얘기하는건지, 연애사를 얘기하는건지 부터가 캐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템포가 빠른 전반부는 이게 더욱 심합니다 (앞서 언급한 5번 트랙은 제일 내용이 명쾌한 편. 그래서 앨범에선 베스트 트랙 같네요).


 저번 앨범 "Eros"에선 느릿한 오토튠 싱잉 랩 스타일이 주였던 걸 고려하면 이번 앨범의 두 색깔 중 후반부가 그의 메인 칼라에 더 가까워 보이네요. 그렇다면 전반부를 '일탈'로 규정해야하는 걸까요. 위에서 '두 동강 나지 않는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Jack To Rose" 같은 트랙과 "69" 같은 트랙이 한 자리에 있는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군요. 아직 다듬어야할 구석을 많이 느낀 앨범이었습니다.



(7) The Quiett - Q Day Remixes (2019.1.29)


 The Quiett의 생일을 기념하여 나왔다죠. 우선 앨범 통일성, 서사 어쩌고 저쩌고를 따졌던 저로썬 감흥이 크게 남지 않는 앨범입니다. 원체 이벤트성이니까요 - "주황색 Remix" 가사가 주황색과는 연관이 없다는 걸 지적해봐야 의미가 없습니다. 다양한 피쳐링진들을 반갑게 맞이한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앨범 전곡이 단체곡 형태를 띄고 있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난잡한 느낌이 듭니다. 인상적이었던 벌스는 "Prime Time Remix"에서의 도끼 벌스 정도?... 전 그다지 재미는 없었지만 뭐 깜짝 선물이라는 목적에만 충실했으면 앨범은 충분히 성공이라 불러야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8) Uneducated Kid - Hoodstar (2019.2.1)


 XXX의 "Language"가 문제작이라고 표현을 했었는데, 좀 다른 의미로 문제작인 그 앨범입니다. Uneducated Kid의 성공은 철저한 컨셉의 승리입니다. 앨범을 음악적으로 따지면 아무런 성과가 없습니다. 비트는 전부 친숙한 트랩 비트, 라임은 지극히 1차원적이며, 플로우는 너무나 정직하게 정박에만 박아대고, 기본 틀은 Migos의 것을 연상시킬 뿐입니다. 뭐... 발성은 좋다고 해둡시다. 전작 "Uneducated World"와 비교한다면 전반적으로 싱잉 랩의 비중이 줄고 사운드 퀄리티가 좋아진 것 정도로, Uneducated Kid가 그 사이에 획기적인 발전을 하였다든지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큰 성공을 거둔데는 마약, 총, 조직을 언급하는 특유의 뻔뻔함 덕분입니다. 심지어 인터뷰할 때마저 유지되는 이 컨셉에 사람들이 많이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켰기 때문입니다. 앨범 속 음악적으로 흥미로운 지점은 사실 거의 피쳐링진 (Paul Blanco와 Okasian)에 있고, 남은 기억에 남는 파트는 이런 그의 가사와 행동 때문입니다. 리드머 리뷰에서까지 좋은 점수를 받아버렸으니 가히 전대미문한 컨셉의 대승이라 할 수 있겠군요. 저 역시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면서 재밌게 앨범을 들었으나, 한편으로 석연치 않은 것은 이 모든 것이 '웃김'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개그는 언젠가는 질릴터, 질려버리고 나면 남는 것이 무엇일지 괜히 걱정되는군요. 다만 이 부분에서는 그의 레이블 Yng & Rich가 잘 끌어주리라 믿어봅니다.



(9) Boyrock - After Vacation (2019.1.31)


 누군가는 아직도 "진취 (Jin醉)"라는 이름으로 기억할지 모르는 Boyrock의 새 EP입니다. 제목이 "휴가 이후"인데, (제 지식의 범위에서는) 그의 마지막 흔적이 2015년 나온 Speaking Trumpet 크루의 싱글 "Passport"였으니 꽤 오랜 휴가를 다녀온 셈입니다. 냉정하게 말하여, Boyrock이라는 이름으로 연상되는 스타일은 아직까지 없어보입니다. 그가 진취이던 시절 냈던 "Alivefuture"는 테크노 사운드를 접목한 클럽튠에 가까웠고 (음알못인 관계로 이 얘기가 개소리라면 너그러운 양해와 지적 부탁드립니다...), SouLime Sound에 들어가서 냈던 세 번의 콜라보 싱글은 EDM스러웠습니다. Speaking Trumpet에 들어가서 냈던 것은 부담스럽지 않은 붐뱁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이번 앨범은 Speaking Trumpet 때의 음악과 제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시대가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에 환장해있고 저도 그것에 길들여져버려서인지 7트랙 내내 무난한 색깔의 BPM 90대의 노래만 이어지는 것은 영 답답합니다. 앨범 중 유일한 랩곡인 "After Vacation"에 참여한 래퍼 Hyperreal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전체적으로 인스트루멘털 치고는 악기 수가 많지 않고 변주는 은근하게만 이뤄지기 때문에 랩 인스트루멘털로 적당한 느낌이 들고, 이건 바꿔 말하면 그냥 무난무난하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워낙 인스트루멘털 앨범 감상 포인트를 찾지 못하는 점도 있지만, 이렇다할 인상 없이 흘러가버린 느낌이네요. 



(10) Wons N Dollas - Growing Pains (2018.7.5) [Re-리뷰]


 Owen Ovadoz와 Dope'Doug의 프로젝트 그룹이었죠. Owen하면 원래 붐뱁이 먼저 생각나긴 하지만 이 시기 Owen은 'changes'를 낸 후 이 앨범 외에도 "Leon"이라든지, Leellamarz와 함께 한 "금진주" 등 기존의 스타일과 다른 걸 시도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MKIT RAIN 자체가 트랩의 비중이 살짝 더 큰 레이블이니 완전 낯선 색깔은 아니지만 어쨌든 Owen Ovadoz로써는 실험을 시도하던 거랄 수도 있겠네요.


 이것을 근거로, 오토튠 싱잉 랩의 느릿느릿하고 처지는 트랩을 기반으로 한 앨범이지만 둘은 원래 하던 스타일이 다른 바, 보여주는 색은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오토튠의 비중은 Dope'Doug에서 더 높고, Owen은 여유로운 싱잉 랩을 할 때도 약간의 땜핑이 더 들어가있고 발음이 또렷한 편인 반면, Dope'Doug은 '멈블'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어눌한 발음과 박자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취향이 작용하겠지만 저로써는 Owen의 랩에 더 귀가 갈 수밖에 없군요. 특히 Owen과 Dope'Doug의 톤을 비교하면 Owen 쪽이 좀 더 톤이 높고 꽂히는 편이라 더 그렇습니다 ("편지"가 아주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번에 "STARCHILD"를 듣고 나서 이걸 들으니, Dope'Doug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너무 약한 스타일이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이건 타격감 사랑하는 붐뱁충의 입장이고, 트랩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르게 볼 수도 있겠죠 - 실제로 나왔을 때 반응이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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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3-25 20:45:47

롤리 옛날곡 몇개 즐겨들엇는데 중독적이게 잘만드는거같아요

WR
2019-03-25 23:33:50

이 리뷰 시리즈의 단점은 옛날 곡까지 찾아듣지 못한다는 거...

2019-03-25 21:29:19

(8)은 버벌진트도 인★스토리로 샤라웃 했던걸로 기억나네요. 왜 이렇게 호평이 쏟아질까 궁금했는데 이제야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감사합니다.

WR
1
2019-03-25 23:34:11

리드머에서 한국 힙합을 농담으로 바라보게 하는 렌즈 역할을 한다 라고 표현했는데 듣고 나서 꽤 공감했습니다

2019-03-26 02:09:15

공감되네요. 어떻게보면 미디어에서 힙합을 소비하는 방법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넓게보자면 일종의 '트렌디함'일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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