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OPENMIC
HIPHOP-TALK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25
 
1
7
  298
Updated at 2019-03-18 01:22:53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대상: 

대체로 이 시리즈가 한 번 끝을 맺었던 2018.7 이후로 나온 앨범들

여기에다가 이전 시리즈 글에서 다뤘는데 다시 들으니 감상이 바뀐 앨범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만. 싱글까지 포함하자니 너무 많아서..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zamiang - chosvn (2019.1.31)


 zamiang은 과거엔 '사호가니'란 이름으로 활동했다는 래퍼입니다. 이 믹테는 힙합엘이 게시판에서 추천 받아 들어봤는데, 매우 충격적인 앨범입니다. 가야금 장인인 황병기 선생의 기일 1주년을 맞이하여 발표된 이 앨범은 황병기 선생의 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은 샘플링을 했단 뜻이 아니라 진짜로 곡을 그대로 썼단 말입니다. 가야금 곡은 템포가 혼란스럽거나 빠르고, 드럼이 없기 때문에 랩을 얹는다는 생각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zamiang이란 이 래퍼는, 어지럽지만 화려하게 펼쳐지는 멜로디 위 딱 들어맞는 플로우를 만들어 더없이 조화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단순히 리듬 뿐만이 아니라 톤이나 (첫 트랙 "유배"의 경우 랩을 시작하는 첫마디 자체가 판소리 창인줄 알았을 정도로 자연스럽습니다) 샘플 운용 및 가사도 국악과 어울리고자 무던히 노력한 흔적이 보이며, 본인이 쓰는 곡에 대한 철저한 연구의 흔적을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특히 작사 능력의 경우 일반적인 비트 위에 완성시킨 보너스 트랙에서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능력으로도 그 진가를 보여줍니다.


 물론 아무런 문제 없이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플로우가 일반적인 박자를 타지 않고 내달리기만 하는데다, zamiang의 발음 자체가 매우 거세고 어눌한 편이기 때문에 딜리버리가 상당히 떨어집니다. 사실 곡의 메인 파트인 가야금 위에서의 랩들은, 가야금의 어지러이 펼쳐지는 멜로디와 이런 '난잡한' 플로우가 꽤 어울려서 단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보너스 트랙으로 실린 두 곡은 '평범한' 비트를 타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좀 더 전면으로 드러납니다 (보너스 트랙에서도 나름의 분위기를 만드는데는 일조하긴 합니다만... 그리고 플로우가 비트에 맞춰 일반적으로 변하면서 다소 지루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론 매니악한 앨범이라서 자주 즐겨 듣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런 멋진 시도는 조금 더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군요.



(2) Moldy - StadiuM (2018.11.14)


 Moldy는 앱스트랙트 힙합을 기조로 내세우는 크루 Grack Thany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멤버 중 하나입니다. 이번 앨범은 전작 Internet Kid 후 반년 남짓만에 나온 EP였죠. 앱스트랙트 힙합을 얘기했지만, 사실 앨범은 얼핏 들었을 때는 마치 트랩 같은 느낌을 줍니다. 중독적으로 반복되는 가사와 과장된 억양, 요란한 엠알 등이 이에 부합하는 특징이죠. 보도 자료에는 '날이 선 랩'으로 표현하면서 피쳐링진들이 완급을 조절하는 역할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런 맥락에서, Moldy의 랩은 공격적이라기보단 우스꽝스럽게 다가오며, 피쳐링진들과 파워가 차이 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느 트랩 앨범과는 다릅니다. 가사적으로, Moldy는 "2994년" "철 안 들어" 등반복되는 표현과 테마 속에서 개성적인 작법으로 시상을 전개해나가며, 일견 난잡하게 늘어놓는 듯한 이 가사들은 그의 과장된 억양과 어울려 씨니컬하고 염세적인 사상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로덕션 역시, 순수한(?) 트랩 스타일에서 시작하여 점차 악기의 구성과 멜로디적인 면에서 변화하여, "Asian GAME"을 기준으로 제가 갖고 있던 Moldy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독특한 분위기를 구축해나갑니다. 재밌게도 이렇게 한 번을 돌리고 나면, 첫 트랙들도 더 이상은 단순한 트랩으로 들리지 않더군요. 앱스트랙트 힙합이 듣는 사람에게 불편함을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음악이라면, "StadiuM" 역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Moldy의 톤과 액센트가 제일 크게 작용합니다. 덕분에 역시 저의 마음에 들어오진 못 했어도, 자신만의 영역을 지켜나가는 MC란 면에서 응원을 보냅니다.



(3) Inst2no - INST2NO_Monthly_Project #01 (2019.1.29)


 이 앨범은 Inst2no란 래퍼가 2018년 한 해 동안 매달 "월간 윤종혁"이란 이름으로 발표했던 디지털 싱글을 모은 것입니다 - 이름부터 "월간 윤종신"을 패러디한 프로젝트였듯, "행보" 앨범 대신 "INST2NO Monthly Project"가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어떤 서사가 있는 앨범이 아닌, 컴필레이션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Inst2no는 강한 곡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 톤을 통해 만드는 텐션, 그리고 진부하지 않은 표현력 등은 인정할만 합니다. 다만 플로우 면에서는 이렇다할 포인트가 없는 상태에서, 톤의 파워를 줄인 곡들, 대표적으로 두 곡의 사랑 노래 "Can't Take My Eyes Off You" "Crazy About U"에서는 강점이 줄어들고 개성 없는 인디 힙합 사랑 노래로 변하고 맙니다. 한편, "Clock Work" 같은 곡은 오히려 힘을 빼고 재밌게 갈 수 있었던 거 같은데 왜 이렇게 험상궂게 인상을 쓰고서 곡을 하는건지, 이런 어색한 면들이 여기저기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Inst2no란 래퍼에 대해 가장 지적하고픈 부분은 가사입니다. 위에서 진부하지 않는 표현력을 얘기하였는데, 이건 사실이긴 해요. 근데 동시에 Inst2no의 가사는 문장 요소들을 생략하면서 독특한 느낌을 전달하려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것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전달력이 떨어지고, 난해한 걸 의도 안 한 거 같은데 난해해져 버리는 겁니다 (뭐 "마피교회애오개음" 같은 건 의도가 그랬던 거 같긴 한데). 대표적인 예는 "Not 4 Art" "STAFF ROOM" 등입니다 - 어떤 얘기를 하려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 횡설수설은 다른 면에서도 발견되는데, 예를 들어 "서예 공모전"은 사회 비판곡을 표방하지만 실제론 자기 스웩으로 포문을 열고, 적지 않은 내용을 여기다가 할애합니다. 그래서 잘 가다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노룩패스' 논란을 욕하고 메갈을 욕하고 태극기 집회를 욕하는 식입니다. 이것은 대한항공 가문에 대한 비난을 뜬금없이 껴넣은 "WEGO"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인 얘기를 담는거야 반갑다고도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타이밍과 전제가 있는 것인데 그런 맥락을 무시한 모습들이 영 불만스럽더군요. 마지막으로, 이건 제가 예민한 탓이긴 하겠습니다만 영어 발음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약간 제가 들은 것 중에 꼽는 정도;


 프로젝트의 취지부터 내용물까지 포부가 컸던 건 알겠지만 그 열매가 실하지 못한 점이 여기저기 드러난 듯합니다다. 전체적으로 어떻게든 난 특이한 사람이 되야지 란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있는 느낌이랄까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나온 음악이라야 리스너도 편하게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4) Ubermench - 키보드에서 마이크 (2018.8.31)

    Esenswings - Akrasia (2019.1.6)


 2017~2018년에 힙플이든 엘이든 커뮤니티 죽돌이를 해봤더라면 알만한 그 이름입니다. 처음에는 "Ubermench"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냈으나, "Akrasia" 앨범에서 아예 이센스윙스로 돌아왔죠. 지금은 개과천선(?)했다고는 해도, 그의 활동 이력과 "Akrasia" 앨범 커버만 보면 뭔가 머니 스웩 가득한 장난스러운 트랩이 들어있을 것 같지만, 실제 두 앨범은 붐뱁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또한, 두 앨범 다 첫 트랙을 진지한 바이브로 갖고 가면서 게시판에서의 이미지를 깨고자 하는 의도를 확실히 합니다. 그러나 앨범이 진행되면서, 스킷 ("Trotomode"를 포함하여...)들이나 "키보드에서 마이크"의 "구성애"나, "Akrasia"의 "Educated Kid", 혹은 61 Muthafuckerz의 단체곡 등에서 거침없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는 Blacknut처럼 막 나가는 스타일과 진지한 감성들이 공존하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사실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그의 음악은 진중한 쪽이 더 많습니다. 그때문에 그의 방향성을 진중한 중에 '일탈'을 하는 것으로 이해해야하는지, 막 나가는 와중에 간간히 진지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해야하는지가 좀 헷갈리더군요. 


 사실 진중함을 메인 스타일로 간주할 경우, 거기서 보여주는 음악적인 모습은 임팩트가 적고 다소 따분하고 반복적인 면이 있습니다. 이러한 곡에서 그가 보여주는 스타일은 '올드 스쿨'이라고 보아도 될 정도로 정직하게 박자를 맞춰 마디를 끊고 라임을 박는 식으로, 위에서 말했던 "거침없는" 곡에서의 에너지와 다이나믹함이 아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쉽게 틀에 갇혀서 거기서 거기인 모습을 드러내기 쉬운데, 그 예로 "Akrasia"의 1번 트랙 "Cost"와 2번 트랙 "Akrasia"는 생각없이 듣고 있다보니 트랙이 바뀐게 아니라 후반부에서 템포만 바꿔서 진행되는 같은 곡인 줄 알았을 정도입니다. 다행히 발성이나 딜리버리 같은 기본기는 좋기 때문에 조금 더 본인의 포텐을 앞뒤 가리지 말고 터뜨려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 김근수 - KIM GEUN SU (2019.1.2)


 김근수는 고등래퍼 시즌 2에 출연하여, 다른 랩스킬을 뽐내는 래퍼들 사이에서 순진무구한 스타일로 은근한 인상을 남기고 떠났던 래퍼입니다. 그때는 랩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없이 본능(?) 따라 음악을 하는 걸로 보였는데, 이번 EP는 그동안 다듬어진 그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 보면 '풋풋함'이라 포장할 수도 있는 어설픔이 곳곳에 스며들어있긴 합니다. 플로우나 라임에 특별한 연구가 들어간 건 아니며, 좀 더 과장되게 표현하면 "뽕끼" 가득한 앨범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허나 개인적으론 기믹 가득한 앨범들을 듣다 들어서 그런지 꽤 흥미롭고 깔끔한 느낌을 받았네요. 사실 팔짱을 풀고 보면, 나쁘지 않은 발성과 또렷한 딜리버리 (이건 사실 랩스킬이 그닥 복잡하지 않아서...)와 가사를 장점으로 꼽을 수 있고, "뽕끼"라고 불리던 바이브는 꽤 대중적인 코드를 잘 살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전체적인 평가는 부담스럽지 않은, 듣기 편안한 앨범으로, 향후에 음악적인 지원을 더 받아 향상된 앨범을 내게 된다면 기대를 걸어볼만한 아티스트라고 생각됩니다.



(6) Gxxd - GXXD (2019.1.5)


 Gxxd (girlnextdoor)는 권세영과 Vangdale로 이루어진 듀오로, Sik-K와의 작업으로 자주 이름을 보였던 듀오입니다. 쇼미더머니 최근 시즌에서 Coogie 곡을 만들기도 했었죠. 최근 들어 점차 이름이 활동해지는 가운데, 세 곡 짜리 작은 EP를 발표했네요. 어김없이 Sik-K가 두 곡을 참여하고, Coogie의 이름도 보입니다. 감성면에서는 이때까지 제가 알고 있던 곡들보다 훨씬 짙게 느껴지며, 요즘 프로듀싱 팀들이 그렇듯 이쪽도 힙합에 초점이 맞춰져있기 보단 R&B, 라틴, 소울 등 여러 스펙트럼을 포괄하는 게 느껴집니다. 세 곡 다 멜로디 (싱잉랩으로 국한하기 어려운)가 중점이 되는 곡이라는 면에서 대중 가요 프로듀서라는 느낌도 있지만 어쨌든 좋은 건 좋은 거니까요. 다음 작품 기대해봅니다.



(7) 염따 - 살아숨셔2 (2019.1.9)


 "MINA" 때 보여줬던 색깔이 한층 더 성숙해지고 갈고 닦아진 느낌입니다. 그가 직접 프로듀싱한 비트들은 그의 스타일에 찰떡 같이 달라붙으며, 특유의 유쾌하고 통통 튀는 느낌이 앨범 전체를 관통합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희노애락을 표현하고 있는데 "운수 없는 날"처럼 진지해야할 때는 한없이 진지하다가도 "Zoom" "어디야" 같은 트랙에서는 웃음을 자아내는 그의 캐릭터가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특유의 톤과 소울풀하다고 표현해야할 것 같은 바이브레이션은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중독성을 배가시킵니다. 그야말로 앨범 안의 모든 것이 혼연일체가 되어 염따라는 아티스트를 표현하고 있으며, 그의 힘을 여러 가지 색깔로 느낄 수 있는 수작입니다.



(8) Junoflo - Statues (2019.1.9)


 어쩌다보니 Tiger JK의 회사 사람 중 가장 프레쉬한 (MRSHLL을 포함시켜야되나..) 루키가 되어버린 Junoflo의 첫 정규 앨범입니다. 이미 Junoflo는 여러 번의 기회에서 자신의 랩이 가진 장점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얇은 목소리로 반주 위를 빠르고 리드미컬하게 누비면서도 탄탄한 발성으로 듣는 이에게 각인을 시키는 포텐이 있죠. 또 영어..라서 그런지 몰라도 유려한 억양으로부터 나오는 플로우 역시 그의 무기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Statues"는 파워풀하고 스킬풀한 곡들로 채워질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Icarus"와 타이틀곡 "Statues"까지는 그러한 에너지를 보입니다. 그러나 "Sportage"에서 한풀 꺾인 에너지는 "Autopilot"부터 본격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게 되며, 앨범이 끝날 때쯤은 왜 그의 공식 데뷔곡 "Dejavu"는 노래였는가 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됩니다.


 뭐 기대와 다르게 나왔다고 반드시 그 앨범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프로덕션은 어떤 면으론 웅장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하며 힘을 뺐을지언정 Junoflo의 기본적인 목소리 자체가 발하는 에너지가 분명 있습니다. 일부 곡들은 기억에 남는 훅 메이킹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그래도 뭔가 성에 차지 않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한 곡은 스킬로 조지는 곡이 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말이죠. 오히려 드렁큰 타이거의 지난 앨범에서 피쳐링으로 보여준 그의 랩이 더욱 귀를 잡아끄는군요. 그리고 사소한 점으로, Ausgang이란 트랙은 DJ Zo와 주객전도가 되버린 곳으로 차라리 Young Luccini를 메인 곡으로 발전시키고 이걸 인터루드에 넣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하나 사소한 점, 개인적으로는 크게 불편을 느끼진 않지만 가사 대부분이 영어입니다. 이 자체가 그의 랩 실력을 평가 절하하는 점이 되어선 안 되겠지만, 접근성 면에서 떨어지는 것이 그의 활동에 좋은 점은 되지 못할 것 같군요.



(9) 정상수 - Jung Sang Soo Mixtape (2019.1.?)


 정상수의 믹스테입은 정확히 발표일을 정하기가 어려운데, 그 이유는 첫번째로 각 곡을 나누어서 유튜브에 업로드했고 (심지어 벌스와 후렴을 나누어 업로드하기도;;) 두번째로, 3월 들어 계정을 비운 후 모든 곡을 이어붙여 #1, #2로 나누는 바람에 원곡들의 정확한 업로드 날짜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 대충 1월 초라는 것만 남아있죠. 참고로 트랙리스트는 안 올려줘서 곡 제목들을 알 수 없다는... 암튼 그 두 음원은 합쳐서 81분으로 2CD 앨범에 맞먹는 분량입니다. 자만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저는 이 모든 걸 다 듣고 마치 프로 리뷰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작품을 객관적으로 리뷰하기 위해 개인 선호와 관계 없이 집중해서 들었기 때문이죠. 제가 간간히 보는 영화 소개 유튜버 중 라이너라는 분이 있는데 이분이 최근 들어 "한국 7대 망작 영화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망작 리뷰를 하는 라이너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얘기해야할까요? 정상수의 랩은 처음 그가 쇼미더머니에 등장했을 때 이래로 변한 것이 전혀 없습니다 (이상한 것이 정상수가 과거 "Blasta"란 이름으로 활동했을 때는 나쁘지 않은 랩이었단 말입니다?!). 그리고 그 변하지 않은 스타일은 전곡에 적용됩니다. 목소리는 한결 같이 힘이 빡세게 들어가있으며, 마디 끝에 두고 정확하게 강세를 주는 올드 스쿨 식의 라임은 곡 내내 이어집니다. 여기에 한없이 정형화된 플로우는 이제 막 랩이란 것을 처음 접하여 연습 중인 중학생을 연상케 합니다. 그나마 라임을 연결시킬 단어는 많이 갖고 있는 거 같더군요. 곡들이 다 똑같으니 앨범 내에 서사가 만들어지긴 커녕 무슨 곡이 무슨 곡이었는지 헷갈려집니다 - 뭐 이건 믹스테입이라 그렇다 칠 순 있는데, 곡 내의 스토리텔링마저 라임에 억지스럽게 끌려다니는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곡은 "이것은 취미가 아닌 직업"이라 말하고, 그 다음 라인은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픽업"입니다 (다시 듣기 싫었던 관계로 정확한 가사는 아님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네? 어떤 곡은 자기의 신념을 막 얘기하다가, 갑자기 어디어디서 만난 Andup에게 잘 되길 빕니다. 왜? 바로 직전 가사의 끝 라임이 '앤덥'과 라임이 됐거든요...


 거기에다가 사운드, 끔찍합니다. 저 같은 사운드알못이 들어도 문제 있다 싶을 정도로요. 몇몇 곡들은 후렴에서 목소리에 이펙트를 줬는데 그 효과를 뭐라해야할지 모르겠지만, 헤드폰 잭이 살짝 빠져서 접촉 불량일 때와 같은 잡음 섞인 소리가 납니다. 어떤 곡은 팝필터도 없이 녹음했는지 파열음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차라리 호흡 세게 들어간 건 raw한 느낌 살리니 괜찮다고 합시다). 안 그래도 억센 목소리에 파열음까지 살아있는 데다 볼륨 조절이 엉망이니 비트와의 조화는커녕 끝없이 깔아뭉갤 뿐입니다. 어떤 곡은 비트에 시그니처 사운드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 처음에 나오는 그 시그니처 사운드 말고, 구매하지 않은 비트에 중간중간 계속 반복되는 그 시그니처 사운드요... 아니 뭐 돈쓰기 싫은 마음 백번 양보했다고 쳐도, 그럼 지우기라도 해야할 거 아니에요?!


 쓰다보니, 역시 좋은 앨범을 칭찬하는 글보다 구린 앨범을 까는 글이 더 잘 써지긴 합니다 (염따에게 미안해집니다...). 그저 이제는 한 가지 궁금증만이 남습니다. 어떻게 쇼미더머니 시즌 3였나요. 대체 어떻게 정상수는 주목을 받았던 것인가? Rama가 전성기를 누렸던 것과 더불어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PS 고백하자면 사실 #2 끝나기 15분 정도 남기고 꺼버리고 쓴 글입니다.



(10) Indigo Music - IM (2018.6.24) [Re-리뷰]


 오히려 이미 너무나 알려져버린 집단이고 앨범이라 Re-리뷰를 하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앨범에 참여했던 모두는 이때보다 훨씬 유명해지고 스케일이 커졌으며, 그래서 앨범을 리뷰함에 있어 '포텐'이란 말을 쓰는 건 민망한 데가 있습니다. 뭐가 됐든 "IM"은 Indigo 멤버들 각자가 자기 스타일을 소개하고 뽐내는 최적의 장소였으며, 성공의 단초를 마련해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IM"이 아쉬운 것은 구성에 있습니다. 각 트랙은 싱글로 떼놓으면 듣는 재미가 있지만, 모두다 모아두었을 때는 대부분이 겉모습만 다를 뿐 본질적으론 같은 트랙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전부 다 스웩을 부리고 있으며, 파워풀하고 타이트하게 랩을 뽐내고 부리고 있습니다. 물론 "호도르" 같은 느린 트랙도 있고, "취급주의" 같은 특이한 벌스 배분을 가진 트랙도 있으며, "Buru Star"처럼 Jvcki Wai의 스타일이 물씬 묻어나 색다른 면모를 보인 트랙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트랙마저도 그냥 "Swoosh" "취급주의"와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Jvcki Wai가 오토튠을 넣었다 뺐다 하는 걸 제외한다면, 모든 래퍼들이 이 트랙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여기서도 보여줄 뿐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모든 트랙을 다른 프로듀서가 제공했다는 점에서 볼 때 이는 매우 흥미로운데, 오히려 메인 프로듀서가 앨범 전체의 서사를 끌고 가는 것 없이 다들 무난한 트랙만 제공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군요.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Justhis의 "살만해"는 신선한 것이 아니라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아, "180409" 하나는 전체 트랙 중에서 제일 신선하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여튼 IM 멤버들이 랩을 잘 하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입니다. 원래 여기서 좀 비평을 받았던 영비도, 지금 와서 보면 그냥 어울리는 프로덕션이 필요했을 뿐인 거 같아요. 그저 컴필레이션답게 만져주는 작업이 더 있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만 있네요.

 

================

 

오늘은 공지(?)를 하나 하겠습니다

이 시리즈를 인스타 포스트로 바꿔서 올리는 인스타 계정을 만들었어요.

다만 아직 시리즈 글로 정리하지 않은 것도 올려버려서... 

인스타 계정이 본진이 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듯합니다.

힙플에 10개씩 묶어서 올리는 건 일주일마다 계속 할테지만, 

앨범 하나씩 리얼타임 업데이트를 원하신다면 인스타 @danceddotone 으로 찾아와주세요~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4
Comments
1
2019-03-18 03:00:15

 못 들어본 앨범이 되게 많군요..ㅎㅎ

인스타로 리뷰를 한다는 것은,저것들을 텍스트로 그대로 옮긴 후에 캡쳐를 하는건가요?

사실 어찌 하는건지 감이 잘 안 잡히는군요

WR
1
2019-03-18 07:22:51

뭐 그냥 텍스트를 ctrl C ctrl V하는 거죠ㅎㅎ

몇몇 사람들이 이렇게 글 많이 쓸 거면 인스타 말고 페북을 하라고 했으나

그건 사소한 문제가 있었고 이미 일은 벌어졌고...

1
2019-03-18 12:53:27

정상수의 똥앨범 리뷰를 정말 정성스럽고 길게쓰셧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WR
1
2019-03-18 23:27:54

은근히 더 재밌었습니다..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