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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이크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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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8 17:20:38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대상: 

대체로 이 시리즈가 한 번 끝을 맺었던 2018.7 이후로 나온 앨범들

여기에다가 이전 시리즈 글에서 다뤘는데 다시 들으니 감상이 바뀐 앨범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만. 싱글까지 포함하자니 너무 많아서..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Holmes Crew - Holmes Delivery (2018.12.4)


 Holmes Crew가 2017년 "Indian Summer" 이후로 오랜만에 전부 뭉쳐 만든 컴필레이션입니다. 첫 트랙 "Holmes Delivery"를 제외하면 전부 세 명씩 참여하였으며, 착실하게 싱잉 랩으로 이루어진 후렴에 남은 두 명이 벌스 하나씩을 맡은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훅에 집중되는 일관된 구성 때문인지 싱잉 랩을 구사하는 Silly Boot이나 dKash의 비중이 앨범에서 크게 느껴집니다. "Indian Summer"에 비해 프로덕션은 풍부해졌다고 느꼈지만, 왠지 앨범 중반을 지나면서는 비슷한 스펙트럼에서 오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Indian Summer"는 물론이고 (제가 "Holmes"는 안 들어봤습니다...) Mangos의 두 믹스테입에서 나오던 색깔을 충실하게 따랐을 뿐이지만 다소 지겨워지는 건 역시 제 취향이 부분적으로 작용한 데가 있겠죠. 특히, 싱잉 랩을 구사하지 않는 래퍼들도 읊조리는 듯한, 가볍게 치고 빠지는 랩을 구사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Hash Swan의 크루가 맞습니다. 이렇게 스타일이 비슷할 수가...) 임팩트가 남는 트랙이 없어 더 그렇습니다. 좀 더 묵직하게 때려주는 멤버가 있었다면, 혹은 외부 참여진이 좀 있었다면 신선한 맛이 있었을지 궁금함이 남네요.



(2) G2 - tHROWING uP bUTTERFLIES (2018.12.7)


 나왔을 때 꽤 논란(?)이 있었던 앨범입니다. "Brainwash"를 잊어달라는 Paloalto의 말과 함께 꽤 큰 포부를 안고 나온듯 하지만 반응이 생각보다 처참하였죠. 대개의 반응은 "잘 할 수 있는게 따로 있는데 왜 매번 엇나가냐"라는 것이었고, 리드머는 이를 "갈피를 잃어가고 있다"는 혹평으로 갈음하였습니다. 저 역시 처음 들었을 땐 비슷한 마음이었습니다만, 이번에 차분히 들어보니 그렇게 폄하될 앨범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앨범은 수많은 새로운 시도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붐뱁으로도, 트랩으로도 분류하기 애매한, 어떻게 보면 기리보이의 느낌이 물씬 나는 몽환적이고 통통 튀는 프로덕션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참여진도 Hi-Lite이 아닌 다른 멤버들, 특히 주로 교포 래퍼들을 데려왔습니다. 오직 G2의 랩은 우리가 알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하드코어한 톤과 탄탄한 발성인데 그 외의 모든 것이 낯서니 리스너로써는 일차적으로 인지부조화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선입견을 버리고 들어보면 비트와의 케미가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일견 봐선 G2의 걸걸한 목소리랑 안 어울릴거 같은데 묘한 언밸런스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 건 저 뿐이었을까요? 또 이번에 영어 랩을 많이 썼는데, 이게 리드머는 싫어했을지언정 피쳐링진에 교포 래퍼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과의 호흡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Reddy + Year of the Ox 콜라보보다 잘 들었습니다). 앨범의 흐름은 다소 단조로운 면은 있으나 꽤 통일성 있고 탄탄한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때까지 비난받은 이유는 "하필 G2가 이래서"일뿐, 앨범 자체가 못 만든 앨범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G2's Life"에서 어차피 기존의 이미지를 갖고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다 했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시도는 어색한 단계만 지나면 꽤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그 단계를 지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으니 결론적으론 실패한 전략이긴 하겠군요. 글쎄요, 좀 더 시간을 두고 이런 변화를 보여줬다면 어땠을까요? 사실 앨범 전으로도 후로도 G2가 이 앨범 같은 음악을 하고 있다는 기미가 그리 뚜렷하진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음 앨범은 어떻게 나오는 것인지, 약간 궁금하면서 불안하기도 하군요ㅎ



(3) QWER & KILLTH4TKIM - BEATCOIN (2018.12.5)


 highgel 님이 소개해주셨던 그 앨범입니다. highgel 님이 좋아하시는 W4lkins4d (이렇게 쓰는게 맞던가요?ㅎㅎ) 크루의 멤버이며, QWER의 경우는 hnml (하나마루)란 크루도 있는 듯하군요. 4곡, 11분 짜리의 조촐한 구성으로, 첫 트랙 "FEELWAY"는 다소 속도감 있는 비트에다 QWER의 보컬이 좀 더 전면에 내세워져있으나 나머지 세 트랙은 전형적인 멈블 트랩입니다. 재밌는 건 QWER의 과거 작업물을 들어보면 꽤 감미로운 보컬 스타일이라는 것. 심지어 QWER의 솔로 트랙으로 되어있는 "새비지"조차 이런 과거를 상상 못하게 하니, 개인 커리어에 있어선 꽤 신선한 시도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대개의 멈블 트랩이 그렇지만 멜로디를 가늠하기 어려운 아스라한 음악의 진행과 의식의 흐름 따라 서술되는 듯한 가사와 랩이 눈에 띕니다 (개인적으로 "G63 AMG"에서 '떡볶이' 라인이 나왔을 때 상당히 당황).


 다만 이런 스타일이 QWER와 KILLTH4TKIM만의 무엇을 보여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제 취향 덕분에 충분히 몰입하지 못한 탓일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크레딧을 보기 전까진 "새비지"가 솔로 트랙인지 모르고 둘이 하는 트랙인 줄 알았으며, 유일하게 KILLTH4TKIM이 프로듀싱한 "비코그린"이 나머지 QWER의 프로듀싱 트랙과 차별화되는 점도 있습니다 - 이런 비슷한 분위기 가운데 "FEELWAY"가 혼자 튀는 분위기를 띄는 건 참 재밌는 일입니다. 물론 highgel 님이 지적한대로 "비코그린" 같은 데에서 보이는 재밌는 언어유희가 있지만 둘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데는 다소 부족하지 않나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QWER의 보컬 능력이 (아마도 의도적으로) 숨겨진 것이 자못 아쉽군요.


(4) Coogie - EMO #1 (2018.12.7)


 쇼미더머니로 커리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은 Coogie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전부터도 Bill Stax가 선택한 래퍼로 이슈는 있었지만, 쇼미 동안 The Quiett의 사랑을 받으면서 밀리언마켓도 들어가고, 덕분에 나온 앨범은 전작 "Coogie"에 비해 때깔이 꽤 좋아보입니다. 특히 "사임사임"을 통해 멜로디 랩에 눈을 띈 것인지, 이번 앨범은 싱잉 랩을 메인으로 채택하여 흐름을 끌어가고 있습니다. 확실히 프로덕션이 빵빵해져서 사운드 면으로 탄탄하단 느낌은 듭니다만, 싱잉랩 멜로디를 짜는 것에 있어서 그닥 신선함을 느껴지지 않는 건 아쉽습니다. 특히 일부 트랙은 비트 면에서도 상당히 전형적인 트렌디 스타일의 공식을 답습하고 있어서 ("EMO"는 개인적으로 엄청 데자부를 느꼈는데 무슨 노래려나요) 더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 개인적으론 앨범 진행 중 4번 트랙 창모 파트에 와서 겨우 환기가 되는 느낌이었으니까요. 전작 "Coogie"에서 Lil Pump을 연상시키는 플로우의 전형을 보여주더니, 싱잉 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낳았던 점은 안타깝군요.



(5) Crucial Star - Maze Garden (2018.12.11)


 그동안 가요에 가까운 음악을 한다며 비교적 무시 받아왔던 Crucial Star의 이번 앨범은, 예상 외의 완성도로 나온 후 상당한 호평 (일단 옆동네에선...;)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 "가요스러운" 힙합의 최전선에 있었던 Crucial Star는 감성적인 음악을 만드는 장기를 십분 발휘하여 뭉클한 분위기의 비트로 앨범을 가득 채워두었습니다. 또 사랑 노래의 비중이 컸던 과거와 달리 "Maze Garden"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여 진솔하고 자아 성찰적인 가사들을 담아냈으며, 이를 회의감-망상-작은 희망이라는 세 가지 챕터로 정리하여 탄탄한 서사 구조를 마련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최소한의 피쳐링진으로 유지하여 청자는 온전히 Crucial Star의 생각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단연코, Crucial Star의 의도를 선명하게 색칠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며 그에게 드리워진 선입견을 부수는데 일조한 것은 틀림 없습니다.


 허나 한 발 물러서서 다시 바라볼 때, 음악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은 보입니다. 주로는 Crucial Star의 랩에서 그렇습니다. 기본적인 수준에 머무른 라임과, "나는 영문도 몰라 영어는 알아도 임마"란 식의 1차원적인 펀치라인, 단순하게 설계된 플로우 (물론 몇 부분, 대표적으로 "Just a Song"처럼 인상적인 부분이 없진 않습니다) 등, 전체적으로 '뛰어나다'할만한 요소는 찾기 어렵습니다. 앨범 컨셉 자체가 음악적보단 '문학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비교적 작은 결함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문학적인 완성도가 뛰어나느냐에 대해선 다시 갸우뚱하게 됩니다. 물론 "Fontana di Trevi" "Pen" 등 소재 선정이나 "두 얼굴" 등 서사 방식이 흥미로운 지점도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론 가사의 진행과 표현 방식도 1차원적이라 느껴집니다 - 이를 이해하기 쉽게 직설적으로 푸는 것이라 본다면 이견은 없습니다. 그저 저는 좀 시적이거나 기발한 표현을 좋아하는 편이라 부족하게 느끼는 거 같아요.


 비중 있게 쓰인 현악 세션과 자아 성찰적인 가사, 감성적인 무드 등, 왠지 모르게 듣다보니 뜬금없이 MC 스나이퍼가 떠올랐습니다ㅎㅎ. 아무튼 Crucial Star를 그저 '가요 래퍼'로 치부하기엔 포텐이 큰 뮤지션임은 분명합니다.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어떤 변화를 이뤄나갈지 기대해보겠습니다.



(6) Changstarr - Vagabonds (2018.12.12)


 일차적으론 C Jamm의 오랜만에 목소릴 드러낸 작품이라 화제가 되었던 Changstarr의 새 앨범입니다. 본래는 Owen Ovadoz와의 콜라보 앨범으로 기획되었으나 중간 무산된 관계로 Owen 피쳐링으로 된 곡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전작 "Highdigger"에서 몽환적인 분위기와 그에 맞는 힘을 뺀 발성의 랩을 선보였던 것과는 반대로, 이번 앨범은 안정적으로 붐뱁으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땜핑과 멜로디가 귀를 잡아당깁니다. "Laphroiag" 같은 트랙에선 약간의 올드 스쿨의 무드도 확인 가능하고요. 히피 감성을 내세우는 Changstarr로써 지난 앨범 같은 발성을 포기한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을 기저에 깔고 있어서 본인이 대표하던 감성을 깎아먹을 정도는 아닌거 같고, 오히려 메세지 전달엔 훨씬 적합해보입니다. 듣다보면 가끔 B-Free가 연상되는 건 저뿐인가요? 물론 (이 말하기 이제 지겹지만) 제 취향에 좀 더 부합해서 이럴지도 모르겠네요...


 큰 흠을 찾기 어려운 무난한 앨범이지만, 한 가지 단점이라면 Owen Ovadoz의 참여가 너무 비중 있다보니 앨범의 주인공이 Changstarr라는 걸 자꾸 잊어버리는 게 있네요. 몇 트랙만 선별해서 넣었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하긴 곡 자체로 보면 퀄리티가 괜찮고 둘의 케미가 좋아서 묻어두기 아까웠던 심정은 이해합니다... 더불어 "Highdigger" 때도 그랬지만, 앨범은 일견 꽤 심오한 컨셉에 따라 치밀하게 구성하려했던 흔적이 보이지만 그게 막 와닿지는 않는다는 점 (하지만 이게 앨범 퀄리티를 크게 해치는 건 아닙니다). 피쳐링진에 관한 여담으로, C Jamm은 의외로 큰 인상이 안 남습니다. 근데 C Jamm 진짜 이렇게 싱잉 랩으로 가려는 걸까요. 가슴이 아프네요. Owen을 제외하고 최고의 피쳐링은 Swervy, 최악은 Bully Da Bastard를 꼽고 싶습니다.



(7) Jolly V & SQUAREONE - Forest (2018.12.10)


 3년 간의 공백 끝에 나온 Jolly V의 신작입니다. 최근 멜론에 올라온 글을 보면 언프리티 랩스타 이후 음악과 인맥 등에 대해 공허감이 들어 음악을 쉬고 있었다고 하죠. SQUAREONE은 비트메이커로, 1MC 1PD 구성을 한 EP입니다. 한창 때의 Jolly V는 올드 스쿨이나 클럽튠 등 신나는 노래를 하던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는데 (사실 활동 중단 SouLime Sounds에서의 활동을 보면 그건 선입견이긴 합니다만), 본인이 의도한만큼 에너지가 담기지 않는 빈약한 발성과 (이를테면, 저는 항상 그녀가 목소리를 꺾는 게 그렇게 어색하게 들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루브가 부족해 따분하게 들리는 플로우가 항상 발목을 잡았던 것 같습니다. "Forest"는 상당히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SQUAREONE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Jolly V의 사장이었던 Pe2ny를 떠올리게 만드는 샘플 위주의 재지하고 듣기 편한 루핑 비트라는 점이 재밌네요. 공백 동안의 마음 고생 때문이었을지, Jolly V의 플로우도 한층 차분해져서 이전과 같은 '무리수'를 두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나가는데, 이것이 SQUAREONE의 비트와 잘 맞물리는 편입니다. 다만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심심함은 결국 피해갈 수 없습니다 - 대표적으로, 타이틀곡인 "Forest"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훅이나, "LIES" "doanymore"처럼 비트가 비교적 강해져도 비슷하게 담담하여 반쯤 묻혀버리는 Jolly V의 플로우 등이 그런 문제점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론, 무리수가 많이 줄고 안정적인 랩으로 끌고 나간다는 점에서 일단은 이런 변화는 영 싫지는 않습니다.


 EP 규모, 1MC 1PD 구성에 전통적인 샘플링 비트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문득 "Dialogue & DJ Tiz" 앨범이 생각나는군요. 하지만 그 앨범에 비해서 "Forest"는 워낙 회색 톤이라... 이번 한 번은 괜찮지만 다음에는 스타일에 역동성을 좀 더 주었으면 하네요. 물론, 무리수는 뺀 채로.



(8) Zene the Zilla - 전화하지마 비행 중이야 (2018.12.12)


 대중의 주목을 받은 건 The Quiett의 "glow forever"와 쇼미더머니를 통해서일 수 있지만 워낙 그전부터 Zene the Zilla는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앨범은 그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기보다 매너리즘을 경계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했을 것입니다...만 뭐, 그가 해오던 공식이 아직 효력이 떨어질 시점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확실히 쇼미더머니 후 좀 더 빠방해진 피쳐링진이 보이지만 프로덕션 자체는 이전과 눈에 띄게 다르지는 않아보입니다. 앨범의 초중반에서는 그가 익히 보여주던 스타일대로 곡을 이끌어가며 군데군데 웃음을 자아내는 센스도 돋보입니다. 후반에 가서 "굴뚝", "걱정 말어" 등에서 비추는 진중한 모습도 크게 나쁘지는 않은데 이는 전체적으로 그의 싱잉랩이 워낙 멜로디컬해서 꽤 넓은 스펙트럼이 커버가 되며, 앞선 스웩 곡에서도 뭔가 목놓아 부르는(?)듯한 창법이 꽤 진지한 모습과 비슷한 맥락이어서 그런 듯합니다. 앨범이 나왔을 때 기대보다는 좋지 못한 평을 받았던 것 같은데, 제 생각에 호불호의 포인트는 Zene the Zilla의 방법론에 질렸느냐 안 질렸느냐로 나눠질 거 같군요. 크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니지만, 만약 목표를 새로운 모습이 아니라, 최근 방송과 활동 등으로 그를 처음 아는 사람에게 소개하는 데 둔다면, 앨범은 잘 만든 앨범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제게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붐뱁충은 그런거 구분 못 한다고 말하겠습니다 (...).



(9) 김승민 - Island (2018.7.26)


 제가 좀 몰랐던 걸까요. 김승민은 감각적인 랩을 하는 래퍼 (비록 Beenzino와 비교를 많이 당하지만)이긴 하지만 오토튠 싱잉 랩 스타일은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 이 앨범은 오토튠을 세게 먹인 싱잉 랩 스타일이로군요. 기존에 알고 있던 이미지에서는 정확하고 타이트하게 뱉어대는 플로우가 마음에 들었는데, 오토튠 싱잉 랩에선 그런 장점들이 모두 가려집니다. 뭐, 오토튠 싱잉 랩으로 했다고 음악 자체가 별로인 건 아닙니다만, 스타일 변화 때문에 그에게 기대하던 맛이 죽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약간, Junoflo가 노래로 정식 데뷔했을 때랑 비슷한 '배신감'? 뭐 사실 이 자체가 우주비행 크루의 색깔에서 크게 벗어나는 건 아니고, 프로덕션은 여전히 시원하고 감각적이며, 본인도 Beenzino와 비교 당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껴 아예 새로운 걸 시도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최근 기리보이 앨범에선 다시 본래 스타일로 돌아오던데, 그럼 이 앨범의 의미를 어떻게 가져야할지 헷갈리네요.



(10) Jay Moon - Lucy in the Sky (2018.5.13) [Re-리뷰]


 이전 리뷰에서 Jay Moon의 랩을 극찬하면서 앨범을 많이 치켜세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듣다보니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사실 Jay Moon 커리어 사상 제일 랩의 비중이 적은 앨범이었거든요. 일찍이 Primeboi가 황치와 넉치에서 "Jay Moon 형도 이제 자기가 원하는 음악이 뭔지 감을 잡았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원하는 음악이란 건 사실 익히 생각하던 힙합의 개념에서 좀 벗어나는 것으로, 일찍이 "Up in the Sky"에서는 싱잉 랩 같은 스타일로 실렸지만, 중간에 공개된 싱글 "Piano"에서는 좀 더 노래에 가까운 형태로 나타났었죠. "Lucy in the Sky"는 처음부터 감미로운 노래 "Lucyd Dream"이 문을 열며, 타이틀곡으로 공개된 "불"은 인디 밴드가 불렀다고 해도 좋을만큼 부드럽고 어쿠스틱한 곡입니다 - 이 "불"이 위치한 "잠수우우함" - "귿모닝" - "불" 구간은 이런 말랑말랑한 구간으로 올드 팬으로썬 제일 당황스러운 부분입니다. "Lucy in the Sky" 같은 랩을 위주로 한 곡들도 붐뱁 스타일이었던 이전과 비교하여 발음과 박자를 의도적으로 덜 엄격하게 잡았다는 점이 눈에 띄며 힙합 외 일렉트로니카, 락, 레게 등 기타 장르와의 접목을 시도하는 비트들도 이러한 시도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런 플로우의 변화가 화려한 Jay Moon의 플로우에겐 어울리지만 위에서 말했듯 랩의 비중이 너무 줄었다는게 문제 아닌 문제입니다.


 그의 커리어에 있어 신선한 변화이긴 하지만 역시 기대치의 문제가 있고, 힙합의 색을 많이 잃은 상태에서 힙합 골수팬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가 문제였습니다. 저는 한 번 듣고 신나서 구매했건만, 들으면 들을수록 제가 생각하던 Jay Moon의 모습과 많이 멀어졌다는 걸 느꼈고 점점 안 돌리게 되더군요. Prima Music Group의 해체로 Jay Moon은 활동 기반이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사운드클라우드로 벙개 스타일의 곡을 종종 발표하던데 이 스타일의 변화를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것 같습니다. 뭐 제가 투정 부릴 부분은 아니지만, 이 변화에 대해선 점차 많은 사람들의 평가가 쌓이겠죠. 그나저나 수민과 콜라보를 하기도 했고, 음악적으로 SuperFreak Records가 꽤 어울려보이는데 갈 확률은 얼마나 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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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9-02-18 19:15:22

크루셜스타는 진짜 지금보다 훨씬 더 부각되어야 하는 아티스트 입니다.

WR
2019-02-18 22:15:47

맞습니다.

말랑말랑한 노래만 한다는 편견에 희생당한 게 좀 있는거 같습니다

WR
1
2019-02-18 22:15:28

저도 이번 글 올릴 땐 highgel 님 리플이 없어서 투덜댔는데(?) ㅋㅋ

스월비 앨범도 덕분에 발견했건만 저번에도 이번에도 이 시리즈 날짜 기준에 묘하게 벗어나서

(라기보단 워낙 다룰게 많아서 빼기 위한 핑계를 만든...) 못 다뤘습니다

다음 앨범이 나오면 들어갈테지요

2019-02-18 21:18:30

MC스나이퍼를 거의 잊고 살았었는데 간만에 뵙게되니(?) 반갑네요. G2 앨범은 Psaaport 한 곡 밖에 건질 게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한번 들어봐야겠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WR
1
2019-02-18 22:14:27

이 글은 과신으로 야기된 감상에 의한 정신적 피해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

저는 Passport랑 Airplane Mode가 제일 무난하다고 느끼긴 했습니다 ㅋㅋ

2019-02-18 23:19:09

믿쑵니다~!!!

 
24-03-22
 
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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