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HOP-TALK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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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5 21:08:19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요즘도 앨범이 빠른 속도로 쌓여가서 쉽지가 않지만 이제 와 멈출 수 없으니...


대상: 

대체로 이 시리즈가 한 번 끝을 맺었던 2018.7 이후로 나온 앨범들

여기에다가 이전 시리즈 글에서 다뤘는데 다시 들으니 감상이 바뀐 앨범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만. 싱글까지 포함하자니 너무 많아서..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HLB - F.M.F. (2018.11.18)


 HLB는 이 싱글 전에는 싱어송라이터 이든 (EDEN)의 앨범에 참여한 것 정도가 커리어의 전부인 신인 래퍼입니다. 이걸 들은 이유는 하도 온갖 사이트에서 광고를 해대기 때문으로, 뭔가 대단한 신인이 등장했나 하면서 들었더랬습니다. HLB의 랩은 가요 그룹의 래퍼 포지션인 멤버가 낸 솔로 앨범과 인상이 매우 흡사합니다. 화려한 효과들이 가득하지만 진부한 진행의 비트 위, 개성적인 면을 찾아보기 어려운 랩으로 이래저래 트렌디한 플로우를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펼쳐집니다. "HLB"의 것이라고 할만한 흔적은 찾기 어려우며, 앨범을 듣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도 없거니와 세 곡을 듣는데도 언제 끝나지 싶은 지루함을 느끼게 하기 충분합니다. 완전히 스타일을 갈아엎는 수준의 변화가 있지 않는한, 더 큰 규모의 앨범을 내더라도 굳이 호기심이 가지 않을 거 같군요. 결국 랩보다 홍보에 열을 쏟은 여느 연예기획사 전략의 단면을 본 거 같아 씁쓸할 따름입니다.



(2) Twangsta - Two (2018.11.19)


 Twangsta는 과거 HIPHOPLE에서 같이 스탭으로써 만난 인연이 있습니다. 그의 첫 앨범 "Below the Surface"는 여느 비트메이커의 컴필레이션 스타일 앨범과 비슷하지만, 그다음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공개된 "No Flash Photography"부터는 확연히 난해한 스타일을 보여준 바 있죠. "Two"는 본래 2016년 11월 사운드클라우드로 공개되었던 앨범이나 Twangsta의 데뷔 5주년을 기념하여 스트리밍 사이트에 올라온 것이라고 합니다. "No Flash Photography" 때의 난해함은 더욱 증대되어, 당장 1번 트랙은 음악적 요소가 하나도 없는 트랙이며, 2, 3, 4번 트랙은 심지어 드럼 하나 없이 기타만으로 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조차도 어떤 그루브나 뚜렷한 멜로디라인을 형성하지 않고 매우 아스라한 느낌만을 전달할 뿐이죠. 이러한 분위기를 뚫고 5번 트랙으로 등장하는 "Couldn't Get Beenzino to Rap on This Track"은 뭔가 유머스러운 느낌도 납니다. 앨범은 비교적 정상적인(?) 분위기의 "Intersection"으로 마감하나, 1~4번에서 얻은 충격이 커서 후반 두 트랙을 거치고 나서도 여운이 꽤 남네요. 이러한 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성공한 거겠지만, 여튼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은 아닙니다ㅎㅎ 힙합이라기보단 전위 예술이라 보는게 맞는 거 같기도...



(3) Bloo - Bloo in Wonderland (2018.11.19)


 "Downtown Baby"에서 보여준 모습이 Bloo의 전부는 아니라 생각하지만, 이번 앨범도 "Downtown Baby"의 감성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이모 랩 (Emo rap)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요? "Downtown Baby"보다는 정제되었지만, 연기 자욱한 느낌에 축 쳐지는 raw한 감성은 그대로이며, 정제되었다고 해도 인위적으로 느껴진다기보단 깔끔하다는 점에서 더 플러스를 주고 싶습니다. 인터뷰에 보면 술에 취해서 녹음하는 경우가. 랩과 보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는 점에서 재달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재달의 맑은(?) 느낌과는 무척 상반된 이미지라 그것도 재미있습니다. 맞춤형으로 곡을 제공한 Big Banana의 프로덕션도 만족스럽습니다 - 워낙 트랩 비트 만드는 것만 많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스펙트럼이 훨씬 넓은 프로듀서 같네요. LE 인터뷰에선 다음 앨범도 락적인 요소가 들어갈 거라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블루에게 제일 어울려보이는군요.



(4) Auvers - 모비딕 (2018.11.29)


 Auvers (오베르라고 발음한댑니다)는 2017년 "포항"을 시작으로 이름을 알린 솔로 래퍼입니다. Lubiz라는 프로듀서와 1PD 1MC 형식으로 작업한 "포항"처럼, 이번 앨범도 Conda라는 프로듀서가 총괄 프로듀싱하였습니다. Auvers의 랩은 컨셔스 랩으로 스스로를 분류하고 있으며, Khundi Panda나 QM이 연상되는 씨니컬하고 독특한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무엇보다 특징적인 것은 취해서 중얼거리는 듯한 랩 플로우로, 레게 스타일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빈첸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누구의 카피캣이 아니라 개성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플로우는 씨니컬한, 때로는 분노섞인 어조를 선명하게 그려내는 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매우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곤 합니다. 다만 14트랙 내내 듣다보면 계속 몰아치는 이런 비틀거리는 플로우가 좀 피곤하게 다가올 때가 있긴 합니다. 더불어 믹싱 탓일지, 강렬하게 느껴질 법한 그의 톤은 종종 얇고 약하게 다가와서, "선상파티" "맥거핀" 같은 댐핑이 약하고 빠른 비트에서는 곡이 전체적으로 심심하게 들리는 효과를 낳습니다. 개인적으로 "모비딕"은 "포항"보다 더 좋게 들리는데, 그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Lubiz의 비트보다 Conda의 비트와 더 조화로웠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항해"나 "암초" 같은 하드코어 붐뱁 비트가 제일 좋은 거 같습니다. 그냥 내가 붐뱁충이라 그렇게 들리나...). 뭐가 됐든 진지한 결과물을 내는 개성적인 스타일을 소유한 신인은 늘 반갑습니다. 들으면서 QM이나 이현준, Khundi Panda 생각도 많이 나서 보석집 크루에 들어가면 많이 어울리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QM과 TakeOne이 참여하긴 했습니다. 현재 크루도 레이블도 없어보이는데 (보도자료만 놓고 판단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5) Coa White - pripara (2018.11.22)


 음... 일단 이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네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음성을 이용하여 김콤비마냥 피치를 조절하면서 만든 걸까요...? 보컬로이드의 이 세상 것이 아닌 멜로디라인에 가려지긴 하지만, 네 개의 곡들이 각자 장르가 달라 Coa White의 스펙트럼이 좁지 않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첫 트랙인 "trapara"는 제목은 트랩을 의도한 건가 싶긴 하지만 꽤 임팩트가 큰 드럼을 써서 제 취향에 제일 맞더군요 - 물론 악기의 운용이 붐뱁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긴 합니다. 정말 애니 음성을 샘플링해서 만든 거라면 엄청난 장인 정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nana77" 같은 곡은 Jvcki Wai가 연상될 정도의 그루브를 보여주거든요. 아무튼... 어떻게 평가해야할진 모르겠는데 듣기 전 우려(?)되던 것보단 훨씬 좋게 들었던 거 같습니다ㅋㅋ



(6) 우원재 - af (2018.11.22)


 우원재가 처음 AOMG 들어갔을 때 상당한 우려가 있었죠. 나름 팝적이면서 화려한 스타일을 하는 AOMG와 어두침침하고 단조로운 랩을 하는 우원재는 영 안 맞아보였으니까요. "af"는 그러한 스타일의 괴리 속에 타협점을 찾아낸 훌륭한 솔루션입니다. 우원재의 랩은 우리가 알던 그것과 큰 변화는 없습니다. 멈블 랩으로 분류해도 타당할듯한, 엇박으로 밀도 높게 채운 가사를 중얼거리는 스타일과 로우톤의 목소리 (물론 삑사리 하이톤을 시도하기도 하지만)는 저에게는 여전히 답답하고 그루브 없게 들립니다. 그러나 그것을 감싸안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AOMG의 훌륭한 프로덕션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원재의 랩은 본연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여러 스펙트럼으로 넓혀져 갈 수 있으며, 쇼미 때 보여준 음악과 어찌보면 제일 비슷했던 "CASH"는 앨범 내에선 좀 튀긴 해도, 나머지 곡들과 신기하게도 어울리고 있습니다. 더불어, 우원재도 그동안 음악적으로는 성장한 터라, 곡의 구성, 이를테면 주의력을 환기시켜주는 훅이라든지 플로우의 진행 같은 것이 좀 더 성숙한 느낌이 납니다. 앞에서 제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티를 냈던 우원재 스타일은 이제 단점으로 지적하고 고치기엔 너무 자리를 잡아버린 거 같습니다. 이제 이 색깔 안에서 재미있게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주어진 어려운 과제이겠죠. 뭐가 됐든 AOMG가 우원재를 영입한 것이 실수가 아니라는 증거로써 이 앨범은 큰 의미가 있을 거 같네요.



(7) Killagramz - Lonely (2018.11.22)


 "거짓말" "너의 아침" "뭐하고 지내". 트랙 제목만 봐도 앨범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뻔하게 보이고, 그 예상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앨범입니다. 애초에 Killagramz의 매력으로 점쳐졌던 날카로운 하이톤과 속사포 랩은 굳건한 팝 컨셉 안에서 전부 빛이 바래고 무뎌졌습니다. 특히 첫번째 트랙은 Geeks의 색깔이 물씬 드러납니다 - "집 앞에서 (전화 받지마 Pt.2)"가 내내 생각나더군요. 그러고보니 내용도 전화 받지 말라는데... 뭐 가요로 보면 나쁘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만, Killagramz라는 뮤지션을 이해하는데는 그전 미니 앨범만도 못 합니다. 차라리 최근 24 Flakko 쪽하고 콜라보한 랩을 듣는게 좋을 거 같군요.



(8) J'kyun & Dunchi in the Pillow & Zelldon - GRVV LAB. TAPE (2018.11.23)


 "채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을 위한 플랫폼"이란 설명을 가지고 있는 GRVV에서 나온 EP입니다. J'Kyun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RE:Mind" 때도 발매 소속사가 "GRVV"로 되어있었던 걸로 보아 꽤 시간을 두고 준비 중이었던 것 같고, 이 앨범 전에 "VROOOM"이라는 싱글이 세 멤버 조합으로 나온 적도 있죠. "RE:Mind" 때 뭔가 본인 활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가 하였는데, "GRVV LAB. TAPE"은 J'Kyun이 과거 사우스 힙합을 하던 때랑 꽤 비슷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기조로 삼는 '그루브'는 이쪽이 "RE:Mind" 때보다는 더 잘 느껴지는 거 같네요. 더불어 무게 있는 로우톤의 Dunchi와 자유로운(?) 느낌의 하이톤 Zelldon과의 케미도 톤과 플로우의 조화 면에서 나름 합격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앨범은 J'Kyun의 비트 세 곡과 Mantra + 이현송이 작곡한 "GRVV_ROCK STAR"로 되어있는데 후자가 앨범에선 제일 좀 심심한 느낌이라 J'Kyun의 비트와 가장 조화롭게 어울리는 거 같군요. 특히 타이틀곡인 "GRVV_막 나가니까"는 중독성 있는 훅 덕에 꽤 기억에 남고 즐겁게 들은 곡입니다. 다만 뭔가 모르게 2% 부족한 느낌은, "막 나가니까"의 훅을 제외하면 크게 인상적인 순간이 없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하군요 - 그나마 J'Kyun이 연륜 덕분에 고군분투를 하긴 하는데.. Dunchi는 이따금 센스 없이 너무 세게 느껴지고, Zelldon은 너무 본능적(?)으로 랩을 하는 느낌이 좀 있습니다. 뭐 전체적으로 봐선 크게 앨범을 깎아내릴 정도는 아니고, 일단은 이름을 알리는 데는 만점은 아닐지언정 합격점은 되지 않나 싶습니다.



(9) dress - twentyseven (2018.11.23)


 최근 병언이 장석훈으로 이름을 바꾸고 들어갔던 레이블인 하이라인 엔터테인먼트 소속 프로듀서입니다. 스타쉽 산하라는 얘기 때문에 선입견이 들어서 그런지, 힙합으로 분류가 되어있으나 대중작곡가로써 대성할 느낌이 더 많이 듭니다. 4곡으로 이루어져있는 이 작은 앨범은 첫곡 "2years"에서 Mondo Grosso 음악을 연상시키는 시원하고 속도감 있는 음악으로 시작하여, 뒤로 갈수록 쓸쓸한 분위기와 빈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마지막 트랙인 "11월 27일"은 기타 연주와 jane의 보컬만이 존재하는 어쿠스틱 곡이죠. 화려한 시작에서 차분한 결말로 이어지는 구성이 남기는 진한 여운은 인상적입니다. 제일 편안하고 대중적인 색깔을 가진 "미술학원"이 타이틀곡으로 선정되었으나, 제 생각에 앨범의 절정은 그 다음 트랙인 "잘할걸"에 있습니다 - 연출되기 시작하는 쓸쓸한 분위기와 sogumm의 목소리가 너무도 잘 어울리며, 비트가 바뀐 후 나오는 병언의 덤덤한 랩이 여운을 강하게 끌어가면서 "11월 27일"로 전환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dress는 루핑 위주의 비트를 다루는 힙합 프로듀서로보다는 곡을 커다랗게 이끌고 가는 대중 작곡가로써 큰 포텐셜을 보여줄 거 같습니다. 앨범 후에 나온 두 개의 싱글은 이런 심증을 더욱 굳게 해주네요.



(10) Clarity - * [Re-리뷰] (2018.1.24)


 Clarity는 Donutman, Young Lion (현재는 Life of Hojj로 이름 바꿈), Kidd King 셋이 주축이 된 크루입니다. "*"은 Donutman의 "RAINBOW" 앨범이 어느 정도 소소한 성공을 거둔 후 이를 발판 삼아 나온 앨범이라 볼 수 있습니다. 본래 Donutman의 음악이 깔끔하고 간결했던 것처럼, 이 앨범도 군더더기 없이 매우 깔끔합니다. 셋의 케미도 나쁘지 않게 어울려서, 크루가 아니라 3인조 팀의 앨범 같은 느낌이 더 큽니다.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깔끔함은, 그러나 결국 뒤집으면 따분함이 되곤 합니다. 8곡 중 트랩 색깔이 비교적 더 뚜렷한 비트를 쓴 "4 My Team"과 보컬 피쳐링이 있는 "Part 2"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곡들은 궤를 거의 똑같이 합니다. 트랩 리듬에, 단순 루핑으로 만들어진 비트 위, 가사 또는 플로우의 반복이 기반이 된 훅이 먼저 곡을 열어준 후,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한 벌스씩 맡습니다. 그들의 벌스는 크게 튀는 플로우가 없으며 가사적으로도 이따금 터지는 소소한 펀치라인이 있을 뿐 귀를 잡아끄는 건 찾기가 쉽진 않습니다. Donutman은 익히 알던 스타일의 랩이고 Kidd King은 그래도 다소 스킬풀한 플로우와 하이톤으로 차별화가 되는데, Young Lion은 그 사이에서 Donutman스러웠다가 Kidd King스러웠다 하는 느낌입니다 (대개는 전자). 이때문에 앨범은 절반이 채 넘어가기 전에 지루해집니다. 마지막 두 곡이 꽤 다른 느낌이었기에, 새로운 곡을 추가할 것도 없이 이들을 중간 쯤에 넣어 환기하는 용도로 썼다면 앨범 듣기가 더 수월했을 것도 같은데 말이죠. 일단은 다음 작품에서 좀 더 다양화를 줄지 기다려봐야겠네요.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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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9-02-05 21:41:41

HLB는 진짜 홍보 잔뜩 하더군요
모비딕 들어봐야겠습니다

1
2019-02-05 22:45:33

모비d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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