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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MIC
HIPHOP-TALK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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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8 00:14:22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대상: 

대체로 이 시리즈가 한 번 끝을 맺었던 2018.7 이후로 나온 앨범들

여기에다가 이전 시리즈 글에서 다뤘는데 다시 들으니 감상이 바뀐 앨범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만. 싱글까지 포함하자니 너무 많아서..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24 Flakko - Narcos (2018.11.9)


 24 Flakko 앨범 보도자료에는 기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앨범이라고 되어있습니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닌게, 이 앨범은 철저히 미국적인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Keith Ape 앨범과 그런 면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 물론 하는 음악은 많이 다르지만요. 느릿느릿한 랩과 어두운 분위기의 비트, 그리고 총, 돈, 여자 등을 거침없이 얘기하는 것들은 전부 미국 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24 Flakko의 플로우는 멈블 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을 빼고 여유롭지만 비트에 묻히지 않고 생각보다 좋은 딜리버리를 보여줍니다. 피쳐링진들과의 케미도 나쁘지 않네요. 이런 류의 앨범의 단점이 곡들마다 다 비슷하고 거기서 거기인 느낌이 든다는 거지만 이 장르 내에서 보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 취향이 문제일뿐, 객관적으로 볼 때 크게 흠잡을 데는 없는 앨범이었던 거 같습니다. 



(2) NO:EL - 18 F/W (2018.11.10)


 NO:EL의 재능은 갈수록 놀랍습니다. 첫 등장했을 때 랩을 잘하는 건 맞지만 좁은 스펙트럼, 서툰 딜리버리와 절제되지 않는 감정이 아쉬웠던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NO:EL은 이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해냈고, 개성적인 그루브감을 연출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18 F/W"은 한 걸음 더 그의 스펙트럼을 넓힌 흔적입니다. 씨니컬함과 분노가 이미지가 이끌었던 지난 앨범 "DOUBLENOEL"과 대비되게 "18 F/W"은 비교적 밝은 분위기를 펼칩니다. 그리고 그안에서 특유의 그루브감으로 경쾌한 인트로부터 차분한 마지막 트랙까지, 자연스럽게 앨범을 진행해나갑니다. 2019년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또 기대해봅니다.



(3) Team 119 - 119 EP (2018.11.11)


 개인적으로 쇼미더머니 시즌 7이 남긴 최고의 작품은 이 앨범입니다. 경연이라는 인연 하에 모인 멤버들을 모두 챙기는 의리란 배경을 차치하고서라도 완성도 높은 붐뱁 앨범인 것 같습니다. 김효은은 Ambition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들 정도로 기존에 보여주던 모습에 비해 훨씬 찰진 모습을 보여줬으며, 지난 앨범에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Los도 그전 모습보다 훨씬 타이트한 플로우를 들려주면서 특유의 톤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EK나 차붐 역시 기대한 만큼을 보여주고 있고요. 굳이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멤버들 간의 균형 있는 참여를 의도하다보니 (모든 멤버가 세 곡, Deepflow와 넉살은 딱 두 곡씩. 곡 간 겹치는 멤버 구성도 없음) 괜찮았던 멤버 조합을 딱 한 곡씩만 들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오히려 타이틀곡인 "Red Alert"이 붐뱁보다 트랩 색깔이 진하단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다지 앨범의 퀄리티를 훼손할 흠이라고 생각되진 않으며, 여튼 즐겁게 듣고 있습니다.



(4) Blacknine - Split Personality (2018.11.11)


 이번 쇼미더머니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던 Blacknine의 EP입니다. 저번 시리즈 글에서 "Break It Down"에 대해 얘기했던 것처럼, 그동안의 Blacknine의 이미지는 발성과 에너지는 좋지만 그걸 재미있게 풀어내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번 앨범은 재미의 측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습니다. 우선 하드코어 힙합의 이미지만 전달하는 것을 넘어 "두 자아의 대립"이란 커다란 주제 하에 특정 분위기로 앨범을 진행해가는 능력이 보입니다. 또 단순히 빡세게 하려고 했던 저번과 달리 목소리의 힘과 높낮이를 알맞게 조절하여 지루함을 덜기도 합니다 - "콧노래"에서 힘을 뺀 랩과 노래는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Split"에서 목소리를 다르게 해 두 자아를 표현한 것도 흥미롭고요. 저번 "Break It Down"처럼 나왔으면 기대치가 많이 낮아질 뻔 했는데 (뭐 사실 3곡짜리 앨범에서 얼마나 많은 걸 할 수 있었겠나 싶기도 합니다) 이번 앨범은 기대치를 올려놓기 충분했던 거 같네요.



(5) 오르내림 - staff ONLY (2018.11.12)


 ...원래 오르내림은 목소리가 답답해서 그닥 좋아하지 않던 아티스트였는데, 이번 쇼미더머니를 보면서 불호가 호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역시 방송의 힘은 대단한 거 같습니다. 덕분에 "staff ONLY"는 "전체이용가"의 보너스 트랙 같은 느낌으로 그 감성을 그대로 이어가지만 제 인상은 "전체이용가" 때보다 좋아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전체이용가"보다는 좀 느긋하고 차분한 곡들로 이루어져있네요. 오르내림이 잘하는, 일상적인 것에 의미를 부여하여 감성적으로 끌고 나가는 장기는 여기서도 발휘됩니다. 더불어 오토튠이 덜해서 귀에 부담도 좀 덜하고요. 그의 스펙트럼 안에서 새로울 것 없는 앨범이지만 반대로 할 수 있는 걸 잘 해보인다면 그것 또한 나쁠 것 없지 않나 합니다.



(6) 부현석 - BROKE BOI SAID (2018.11.14)


 과거엔 "Snap-Out"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는데, 아마 쇼미더머니도 있고 해서 이름을 부현석으로 바꾸었나 봅니다. 과거엔 Just Music 들어간다는 루머도 있던 시절이 있는데, 한동안 잠잠하더니 요번에 Friemilli라는 새로운 크루를 조직하고 활동 중인 거 같더군요. 각설하고, 요번 쇼미더머니 시즌에서 보여준 랩을 기반으로 올드 스쿨, 또는 붐뱁 스타일의 곡들을 보여줄 거라 기대했는데, 리듬은 트랩에 좀 더 가깝고, 전체적으로 chill한 분위기의 곡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기대치 때문인지, "Company" 쯤에 접어들면서 개인적으로는 분위기가 너무 쳐지는 게 아닌가 했습니다. 특히 "Rain Come Down" 같은 곡에는 비트 위에 랩을 우겨넣는 느낌도 있어 기대보다 박자 감각이 아쉬웠다고 느꼈습니다. 뭐 거꾸로 말하면 제가 쇼미를 안 보고 들었으면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멋대로 쇼미더머니 팀 배틀에서 본 모습을 가지고 예상해서 그랬다보니...ㅎㅎ 또한 진솔한 가사와 탄탄한 발성은 분명한 그의 강점입니다. 뭐가 됐든 앨범에서 보여준 이런 무드만이 그의 스타일의 전부일 거라 생각하진 않기에 좀 더 모습을 지켜보고 싶네요.



(7) Drunken Tiger - Drunken Tiger X: Rebirth of Tiger JK (2018.11.14)


 Drunken Tiger의 이름에 마지막을 고하면서 나온, 무려 10번째 정규 앨범입니다. 이 배경 설정부터, 단순히 또 하나의 정규 앨범일 뿐만 아니라 Drunken Tiger라는 한국 힙합의 거물의 역사를 정리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이 앨범은 DT의 올드 팬에게 일종의 선물처럼 준비했다는 생각이 남습니다. MFTBY로 꽤 멀리 갔다고 생각되었던 JK가 이전의 폼을 되찾아 선보이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니까요. 더불어, 자신의 옛곡들에 대한 레퍼런스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 당장 제목부터 후속편을 자처하는 "고집쟁2" "뽕짝이야기 2" "내 인생의 반"부터, "끄덕이는 노래"의 "힙합 간지남" 인용, "YET"의 "Good Life" 인용, 그리고 아웃트로 "짧은 시"까지, 예시는 넘쳐납니다. 더불어 일렉트로니카 및 어쿠스틱 음악으로 떠났던 Loptimist까지 불러와 하드코어 힙합 비트를 찍게 해버렸으니 말이죠. 일견 이 시도는 만족스럽습니다 - 어쨌건 한국 힙합을 10년 이상 좋아한 사람 치고 Drunken Tiger의 음악을 안 좋아해본 사람은 드물 것이고, MFBTY에서 보여준 변화에 당황하지 않은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오랜만에 공감 가능하고 몰입되는 JK의 플로우와 랩, 귀에 딱딱 박히는 훅 메이킹, 그리고 전형적인 샘플 챱핑과 때려박는 스네어로 구성된 Loptimist의 비트는 꽤 반갑습니다. 

 

 다만 CD1과 CD2를 구분함에 있어, 이런 시도를 CD1에 몰아넣어버리다보니, CD2로 넘어가기 전에 단순 반복되는 느낌에 질려버립니다. 사실 음악적인 다채로움과 신선함, 더 나아가 JK의 능력을 볼 수 있는 건 CD2라고 생각합니다 - 미리 공개된 피쳐링진과 "여러 장르 음악을 시도하였다"는 보도 자료에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의외로 그 시도는 억지스럽지 않고 재밌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손뼉"의 유쾌함도 저는 아주 맘에 듭니다). 굳이 옛 폼을 보여주는 데 옛날 음악만이 답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 오히려 CD1의 곡들 중 임팩트 있는 것만 추려낸 후 하나의 CD로 밀도 있게 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더불어 - 이 역시 마지막 DT 앨범으로써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던 거겠지만 - 주변 사람을 '무리하게' 챙기는 피쳐링진 운용도 단점이라 할 수 있을까요. "손뼉"은 그래도 그나마 성공했다치면, 이것의 대표적 실패 사례는 "화원"이 되겠군요. 같은 크루, 회사인데 Superbee랑 면도를 안 챙길 순 없고, 둘 다 잘하는게 트랩이니 일단 트랩을 해보자...라는 그림이 그려지는... 더불어 윤미래는 언제나와 같이 그렇고그런 랩과 군데군데 필수 요소 같은 코러스와 노래를 하고 있고, Bizzy는 여전히 (JK - 기교)의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이 앨범은 거창해야만 했던 명분을 가지고 있었을지언정, 그 거창함을 따라가지 못한 내용이 아쉽습니다 - 특히 그 내용이 적당한 그릇에 담겼다면 너무나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더더욱요.



(8) Dbo - So Chill (2018.11.16)


 붐뱁충인 제가 Dbo의 앨범에 대한 감상평을 쓴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여기까지만 쓰고 끝내려고 했지만 그냥 느낌적으로 적어보겠습니다. 비단 붐뱁충인 이유만 있는 건 아니고, Dbo의 곡은 박자가 틀리고 음정이 어긋나도 그걸 왠지 지적하면 안 될 분위기가 있습니다. 심지어 박자가 잘 맞는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 판에... Dbo의 음악을 들을 때 제일 중요한 건 유쾌함일거고, 그거 하나는 확실히 있습니다. 특유의 플로우도 그렇지만 가사가 정말 독특합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오토튠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은근 듣기도 편합니다. 이렇게 말하다보면 역설적으로 Dbo의 단점으로 집어낼 수 있는게 거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Dbo는 모든 것이 장점이자 단점인 셈입니다. 어쨌든 듣는 동안 심심하지는 않았다는 게 큰 의미가 있나 싶지 않네요. 리뷰로 다룰 수 있는 레벨이 아닌 거 같아요ㅋ 저는 진짜 여기까지만 쓰고 포기하겠습니다..



(9) Kid Milli - Maiden Voyage III (2018.11.17)


 2018년의 허슬러였던 Kid Milli에게는 나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쇼미더머니를 통해서 이미지가 많이 소비된 탓에 부담이 컸을텐데, 앨범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나왔습니다. 저만 그런지, Kid Milli는 화려한 음악을 하는 이미지가 굳어있는데, 사실 전작 "IMNOTSPECIAL" 때도 그랬지만 이번 앨범은 수수하면서도 그걸 Kid Milli 스타일로 풀어내는 모습이 보입니다. Kid Milli의 패턴은 뻔해보이지만 앨범을 들으면서 지루한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새로 들어온 We Da Plug 멤버들과의 케미도 나쁘지 않고, "Duracell"이나 "Xanny"에서 톤과 플로우를 바꿔 내는 시도도 억지스럽지 않고 재밌습니다. 전체적으로 흠 잡을 데 없는 앨범이고 이건 Kid Milli가 완성형 래퍼가 되었음을 증명하는 것 같네요. 다만 듣다보니 이런 의문은 듭니다. 이러한 곡들을 정규 앨범 규모로, 14~15곡 듣는다면 그건 즐거울까? 전혀 쓸데 없는 딴지이지만 괜히 궁금해지네요ㅎ



(10) J'Kyun - Re:Mind [Re-리뷰] (2018.5.24)


 J'Kyun은 정말 다양한 컨셉으로 음악을 해왔습니다. 사우스 힙합을 한 적도 있고, 달달한 사랑 노래를 한 적도 있고, 심지어 Bigdeal에서 하드코어 붐뱁을 한 적도 있으니까요. 무엇을 하든 그에게 중요한 키워드는 '그루브'였습니다. 보도 자료나, 체코에서의 작업 및 LP판 제작 등 꽤 진중한 태도로 작업한 티가 내는 이 앨범 역시 '그루브'가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얇은 그의 목소리를 활용하여 그루브를 만드는 공식은 적당히 빠른 템포와 신서사이저 음으로 연주하는 현란한 멜로디 정도일 것 같습니다. 이것이 효과음 걸린 듯한 그의 독특한 톤과 시너지를 내면서 꽤 좋은 결과물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흔하게 볼 수 없던 그의 사색적인 모습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다만 군데군데 가사적 표현이 왠지 피상적이고 진부하게 느껴지고, 플로우적으로 크게 신선함이 다가오지 않는다는 게 앨범의 흠입니다 - 특히 앨범 초반의 경우, "Wavy"가 나오기 전까진 원래가 얇은 그의 목소리에 힘까지 뺐다보니 심심하게 느껴지더군요 (꽤나 붐뱁스러운 "Wavy"가 앨범의 제일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란 게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네요). 이런 단점을 포함하더라도, 갈팡질팡하는 듯했던 J'Kyun의 커리어를 한 단계 더 성숙한 모습으로 갈무리하는 느낌이 썩 나쁘진 않은, 앨범에 대한 소감은 '반가움'이 적당한 표현일 듯합니다. 그나저나 들으면서 뭔가 익숙함이 느껴졌는데 알고 보니 Hash Swan 앨범이 생각나는 거였다는...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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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9-01-28 00:40:44

잘읽추!!

1
2019-01-28 00:56:01

붐뱁충끼리 통하는 게 많다고 느끼고 갑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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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8 08:10:33

이것은 사실 부정할 수 없는 아재(?!) 커넥션..

1
2019-01-28 08:56:11

댄스디님이 아재면, 저는 이제 할아재 ㅎㅎㅎ

1
2019-01-28 07:36:18

제이켠의 앨범은 분명 괜찮은 앨범이었다 라고 생각하는데,대부분의 평은 또 그렇지가 않더라구요.ㅠㅠ

WR
1
2019-01-28 08:11:06

기대치에 비해선 괜찮은데 그게 꺼지고 나선 그냥 그랬다 싶은거 같기도 합니다

1
2019-02-06 00:13:37

 키드밀리 앨범의 평가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하는 바가 크네요 ㅎㅎ

확실히 'Maiden Voyage III'가 나쁜 앨범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규로 내기에는 키드밀리 네임드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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