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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이크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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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1 20:31:05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대상: 

대체로 이 시리즈가 한 번 끝을 맺었던 2018.7 이후로 나온 앨범들

여기에다가 이전 시리즈 글에서 다뤘는데 다시 들으니 감상이 바뀐 앨범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만. 싱글까지 포함하자니 너무 많아서..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DSEL & Khundi Panda - 농 (2018.8.13)


 "재건축" "부산물"을 연이어 들으면서 점점 제게 호감으로 다가온 Khundi Panda의 새 작업물이었습니다. Layback Records 소속이자 Cozyboys의 멤버이기도 한 DSEL과의 합작 앨범이죠. 술을 주제로 하여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뒷담화나 꼰대질, 객기, 혹은 이에 얽힌 추억 등 여러 가지 얘기로 가지를 쳐서 10트랙으로 담아냈습니다. 변함없이 Khundi Panda의 냉정한 듯하면서 조소적인 어조는 여러 주제에서 빛을 발하며, DSEL 역시 곡 안에서 나름 Khundi와는 다른 방식으로 얘기를 풀어갑니다. 다만 Khundi Panda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개인적 기호 때문일까요? Khundi Panda에 비해 DSEL의 랩은 플로우가 단순하고 (특히 Khundi Panda에 비해 라임 있는 부분은 확실하게 끊고 여유를 두는 꽤 고전적인 스타일의 라이밍을 취하는게...), 얘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1차원적이며, 톤 운용도 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반면 Khundi Panda는 지난 앨범에서 잘 보여주지 않았던 화려한 플로우 ("Onmymind"가 대표적입니다. "휘발유" 같은 것도 좋습니다) 와 톤 변화를 보여주면서 훨씬 물 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 어딘가에서 Khundi Panda가 "Onmymind" 같은 플로우를 안 쓰는 이유를 말했던 거 같은데 의도적으로 안 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너무 잘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과거 Monsoon Nui를 들을 때 이런 멤버 간의 언밸런스에 많이 아쉬워한 적이 있었는데, "농"은 컨셉적으로 탄탄하고 신선하면서도 그 언밸런스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군요.



(2) 호림 - METROCITY (2018.10.24)


 과거 Legit Goons의 멤버이기도 했던 보컬 호림의 앨범입니다. 앨범 제목처럼 지하철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단상을 정리하여 썼다고 해서, 어떤 스토리텔링이 위주가 될 앨범인줄 알았더니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으로 가사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호림의 가성 위주의 보컬 운용 방식이나, 과감한 불협 화음, 단순한 루프 및 짧은 곡 길이 등등 모든 것이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성이 지루해질 때쯤 적절하게 랩 피쳐링이나 DJ의 스크래칭, 혹은 색소폰 솔로 구간이 등장하여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네요. 이러한 구성은 호림이 만들어놓은 세계 안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최적의 조건을 형성해주는 듯합니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거부감 있다가도, 틀어놓고 보면 어느새 그 노래 속에 잠겨들게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R&B 계의 멈블랩 같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그러한 특징 때문에 딜리버리나 멜로디 라인은 필연적으로 옅어질 수밖에 없어서, 선이 분명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불호로 다가올 수 있겠다 싶습니다. 더불어 제가 깊이 있는 감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곡이 커다란 하나의 분위기의 연속선 상에서 진행되다보니 개별적인 곡으로 보면 인상적인 곡이 많지 않다는 점도 어찌 보면 아쉽군요 (아 그래도 "Bad Jazz"는 기억에 남았습니다ㅎㅎ). 



(3) 히피는 집시였다 - 빈손 (2018.10.29)


 "나무", "언어"를 통해 잔잔한 충격을 받았었기에, 이번 새 정규 앨범에 대한 제 기대는 컸었습니다. 그랬다가 "귀가"를 듣고 또 새로운 방식의 충격을 먹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앨범을 접어두었더랬죠. 이번 기회에 다시 들어보니, "귀가"가 가장 쉬운 곡이더군요. 여러 매체에서 한국형 R&B로 칭찬을 받았던 히피는 집시였다 인데, 이번 앨범은 정말 R&B의 틀에서 이를 생각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합니다 (듣는데 먼저 생각난 건 다름 아닌 판소리였습니다. 한국형이긴 하군요ㅋㅋ). 이미 지난 앨범에서 증명했던 묵직하고 진중한 카리스마를 활용하여, "빈손"은 그야말로 음악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고 올라갔습니다. 그 심오한 카리스마 안에서 Seb의 보컬은 훌륭한 악기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특히 "빛"과 "흙"은 단순한 노래의 수준을 뛰어넘습니다. 결론적으로 Jflow와 Seb, 둘의 역량에 모두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제 사정 상 가볍게 돌리는 음악이 편한지라 과연 몇 번이나 다시 듣게 될지... 뛰어난 앨범인게 보임에도 이를 온전히 즐길 수 없어 아쉽네요.



(4) Keith Ape - Born Again (2018.10.12)


 오랫동안 미뤄진 끝에 겨우 나왔던 Keith Ape의 첫 앨범입니다. 일치감치 미국 진출을 했던 MC답게 앨범은 지극히 미국적인, 최근의 트렌드인 멈블랩 & 트랩의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즉, 멜로디의 비중이 약하며 변화가 거의 없는 루핑 뿐인 비트, 킥-스네어 구성 신경 안 쓰고 줄곧 두들겨대는 808드럼 위에 빠른 템포로 뱉어대는, 딜리버리 (심지어 멜론에 가사도 안 올라가있습니다)나 메세지보다 사운드적인 면을 강조한 랩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이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탓에, Keith Ape의 앨범은 아이러니하게 한국 힙합을 좋아할수록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한국 힙합 앨범입니다. 나름의 위안은, Keith Ape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와 경험 덕인지 꽤 멋지게 이를 소화해낸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한국 힙합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톤, 메세지, 리듬 등 모든 면에서 거의 변화 없이 모든 트랙을 담아낸 앨범을 흥미롭게 듣지는 못 하겠네요. 과연 Keith Ape이 한국에 남아서 쭉 활동을 했다면 이런 앨범을 냈을지 살짝 궁금해지는군요.



(5) Leellamarz - Marz 2 Venus (2018.10.19)

    Leellamarz - Marz 2 Mercury (2018.11.30)

    Leellamarz - Violinist (2018.11.16)


 요즘 허슬러의 동의어가 되어버린 Leellamarz의 앨범 세례입니다. "Y" 이후로 오랜 공백을 가지는 사이 생긴 Leellamarz 스타일의 변화는 싱잉 랩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Marz 2 Venus"와 "Marz 2 Mercury"는 다소 전형적인 싱잉 래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런 커리어를 자리 잡으려는 시도로 생각됩니다. 다만 전자는 다양한 프로듀서의 곡을 받고, 싱잉 랩을 하는 여러 선배들을 피쳐링진에 포진시키면서 마치 이제 막 이 세계에 들어온 신인이 선배들의 인도를 받아 중심으로 나아가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에 비해 "Marz 2 Mercury"는 Kid Wine을 메인 프로듀서로 두었으며, "Marz 2 Venus"에 비해 주제와 분위기의 폭도 넓어졌고 필요에 따라 랩과의 병행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그 사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선보인다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실험이 "Marz 2 Earth"로 이어지는 기원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참고로 이 앨범은 감상 앨범 리스트 적을 때 안 나왔어서 여기에 안 들어갔습니다).


 "Violinist"는 두 앨범 사이에 나왔지만 생각보다 이질적인 데가 많습니다. TOIL이라는 프로듀서를 메인 프로듀서로 두었으며, 이 결과 앨범은 전체적으로 어쿠스틱한 색깔을 띄고 있으며 (오토튠의 비율도 줄어들었습니다), Leellamarz가 커버하는 멜로디 폭은 매우 넓어져 어떤 부분에서는 싱잉 랩이 아니라 그냥 '싱잉'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덕분에 어떤 곡들은 힙합보다는 "가요"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듣기는 편안합니다 ("Violinist"라고 해서 바이올린 연주가 많이 들어갈 줄 알았는데 그건 "Trip" 뿐이고, 어쿠스틱 기타를 많이 사용했더군요).


 일각에서는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곡을 내다보니 진중하게 음악을 소비할 시간이 없고 뭔가 제한된 범위 안에서 양산하는 것만 같다는 소감을 말하던데, 개인적으로는 깊이 들어보면 Leellamarz가 진화해가는 모습을 캐치하는 재미도 있는 거 같습니다. 특히 제일 힙합 같지 않은 "Violinist"의 스타일이 의외로 더욱 호기심이 가네요. 멜로디 메이킹이 워낙 캐치해서 다 듣고 나선 흥얼거리는 제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Violinist"와 "Marz 2 Mercury" 사이에 "쉼표"란 EP도 들어보긴 했습니다 - "Marz 2 Venus"의 보너스 트랙 같다 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6) Dumbfoundead - Cafe Bleu (2018.11.2)


 이제는 연륜이 깊은 OG라 느껴지는 Dumbfoundead의 새 앨범입니다. 앨범 보도 자료에는 "실험적인 소리"라고 소개되어있는데, 이게 다름이 아니고 싱잉 랩입니다. 기본기 탄탄한 랩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킨 Dumbfoundead로써는 신선한 시도이며, 멜로디 라인이 일반적인 노래처럼 다채롭고 여러 가지를 시도한 모습이 보입니다. 또 전반적으로 앨범을 지배하고 있는 파란색의 이미지가 인상적입니다 - 대개 파워풀한 곡에서 랩스킬을 자랑했던 그이기에 이런 모습이 더욱 신선해보입니다. 다만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예상하던 이미지를 너무 깨버리다보니 거부감이 먼저 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변명을 해보면, Dumbfoundead의 거친 저음의 목소리는 감성적인 곡을 들려주기에 최적은 아닌 듯합니다. 편안하게 몰입하기보다는 어색한 감정이 앨범을 듣는 내내 주를 이루었습니다. 뭐 시도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어요 - 누군가에겐 좋은 앨범으로 다가갈 수 있겠죠.



(7) DG - Straight (2018.11.7)


 1년하고 3개월만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DG의 앨범입니다. 네 곡 규모에다가 두 곡은 인스트루멘털인 아주 작은 규모인데, 왜 랩을 두 곡밖에 취입시키지 않았나 했더니 전곡 DG 프로듀싱입니다 - 이번 기회에 알았는데 작업물은 많진 않지만 비트를 찍은지는 꽤 됐군요. 짧은 플레잉 타임을 지나고 나서 든 생각은 2000년대 중반의 향수였습니다. 비트는 전형적인 샘플링 된 멜로디라인을 루핑시키는 타입으로 따분한 느낌이 듭니다 - 한 가지 예로, "너처럼은"의 경우 피치를 올려 샘플하는 칩멍크 기법을 이용한 비트인데, 메인 멜로디가 높낮이가 없기 때문에 지루해지기 쉽습니다. 근데 드럼은 평범하게 이어지고, 이렇다할 변주도 없습니다. 특히 처음에 4마디 랩이 들어간 후 나오는 간주는 실수로 트랙 하나를 빼먹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김새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랩의 경우 Hotclip 때와 비교하여 정체된, 혹은 퇴보했다는 느낌마저 드는 루즈한 플로우와 빈약한 발성이 안타깝습니다. 앞에서 "2000년대 중반의 향수"를 얘기한 것은 과거 소울컴퍼니와 신의의지가 활동할 때라면 먹혔을만한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시대는 더더욱 사운드 중심으로 바뀌어버렸고 자신만의 음악적인 무언가를 갖춰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Straight"는 그 무엇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구성적으로, 더블 싱글로 내려다가 이왕 비트도 찍은거 많으니까 끼워팔기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 두번째 트랙 "Crystal"은 짧은 길이와 평범한 구성 때문에 왜 얘가 4곡짜리 EP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어떤 큰 기대를 하고 들었던 건 아니지만 아쉬움만 남아버린 감상이네요.



(8) Truedy - Rued (2018.11.7)


 언프리티 랩스타 통틀어 최고의 아웃풋(?)이란 생각이 드는 시즌 2의 우승자 Truedy의 새 앨범입니다. 방송 당시엔 승승장구하던 그녀지만 방송이 끝나고 냉혹한 현실 앞에서 윤미래 짝퉁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했을 거라고 저는 추측합니다. "Rued"는 우선 듣기 시작했을 때 그런 이미지 탈피의 흔적과 함께 꽤 성공한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발성이 장점이었지만 발성을 세게 하면 바로 윤미래가 되었던 그녀는 초반 트랙들에서 한껏 힘을 빼고 랩을 하면서 나름 그녀만의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데는 전곡 프로듀싱을 맡고 랩도 참여한 Avec Plaisir의 몫이 큽니다 - Owen Ovadoz 앨범에서 봤었는데 이외의 정보가 없지만 되게 흥미로운 아티스트인 듯합니다. 타이틀곡 "Very Rare"는 그런 노력들이 제일 빛을 발하는 결과물입니다. Avec Plaisir의 진중한 영어 랩과 고급스러운 비트, 그리고 Truedy의 새로운 플로우가 맞물려, 엄청난 곡까진 아니라도 준수하게 봐줄만 합니다. 근데 앨범은 두 트랙 정도를 남겨놓고 "Wonder Night" "넌 날 몰라"에서 돌연 과거로의 회귀를 택합니다.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뻔질나게 보여줬던 올드 스쿨 느낌을 택한데다, 보컬 Kaya의 고전적인 노래까지 더해지면서 마치 기린의 앨범을 듣고 있는 듯한 당황스러움이 펼쳐집니다. 어김없이 발성은 커지고, 그녀는 윤미래 짝퉁이 되어 돌아옵니다. 새로운 시도가 본인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나는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지켜나가겠다 란 의지 때문이었을까요? 클린 버전 곡을 제외하면 단 5곡 밖에 안 되는 이 작은 EP에서 굳이 두 가지 상반된 색깔을 보여줬어야 하는지 의문이네요. Truedy는 타고난 발성과 리듬감은 있지만, 플로우가 참신하거나 가사를 감동적으로 쓰는 MC는 아닙니다. '새 스타일'에서도 "It's Not Fair" 같은 곡은 그런 단점을 감추기 역부족이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올드 스쿨 뮤직에선 그런 단점이 더욱더 잘 드러나버리는데, 굳이 새 스타일을 버리고 원점으로 돌아와야할지.. 다음 작품에선 어떤 색깔을 택할지 궁금하군요.



(9) 아방가르드 박 - the UPALOOPA vol.2: BINAURAL FANTASY (2018.11.9)


 아방가르드 박 (AV-朴이라고 줄여 쓰기도) 2000년대 초반 활동하던 비트메이커로, 각나그네가 미국에 살다가 한국에 와 랩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그와의 약속 때문이라고 알려져있으며, N.Son이 초창기에 만들었던 크루 "Black Comz"의 멤버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Brown Boat"란 앨범을 계기로 "Black Lotus Records"란 자기 레이블을 만들었으며, "DJ VanSerNu"라는 이름의 디제이 얼터 이고를 갖고 있기도 하죠. 이 앨범은 제목만 보면 "UPALOOPA"란 시리즈의 두 번째구나... 싶은데 그게 9년만으로 꽤 오랜만의 생존 신고인 셈입니다. 원래도 꽤 난해한 음악을 했던만큼 이번 앨범도 편한 앨범은 아닙니다 - 아니, '편함'이라는 건 상대적일 수 있겠군요. 기본적으로 이 앨범이 사용하는 전략은 미니멀한 샘플을 단순 반복시키는 가운데 아주 미묘한 변화를 살짝 살짝 주는 식으로, 전곡이 최면을 걸 때 유용할 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로 말한 건 아닙니다). 이런 분위기는 앨범 초반에서 후반으로 갈 수록 더욱 강해져서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뭔가 멍을 때리게 되는 느낌입니다 - 이런 의미에서 이 앨범은 극도의 "편함"을 제공합니다. "Still H.N.A.M." 즈음에서 극적인 분위기 반전은 여행의 마지막을 알리는 느낌으로, 이 뒤로 이어진 두 트랙은 여운을 남기면서 앨범은 끝을 맺습니다. 재즈 풍의 샘플은 얼핏 소리헤다 (현재는 "Aepmah"란 이름이긴 하지만)의 3집 "Time's Arrow"의 미니멀 버전이란 느낌도 납니다. 그러면서도 곡들을 관통하는 공간감 넘치는 드럼은 정신을 다잡아주는 역할을 하면서 미니멀하면서도 지루하진 않게 하는 안전 장치가 되어줍니다. 뭐가 됐든 실험적인 앨범이기 때문에 가볍게 듣긴 쉽지 않습니다만, 인스트루멘털에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돌려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군요. 보도 자료에는 턴테이블리즘 얘기가 나오지만 스크래칭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 아마 중간중간 등장하는 영화 대사 샘플 같은 걸 얘기하는 거 같네요.



(10) Hash Swan - Alexandrite [Re-리뷰] (2018.2.21)


 "Re-리뷰"는 이전에 시리즈 글 썼을 때 대충 들었던 거 같은 앨범을 여러 번 더 듣고 못다한 말을 더 하는 것입니다. 그때 Hash Swan을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장황하게 쓴 바 있습니다. "Alexandrite"를 더 듣고 나서 앨범의 매력을 조금 더 알긴 했지만 결국 Hash Swan에 대한 호불호 때문에 생각만큼 많이 가까워진 느낌은 아닌 듯합니다. 앨범은 Hash Swan이 낼 수 있는 여러 색깔, 즉 Ambition Crew로써의 블링블링 스웨거, Holmes Crew로써의 경쾌함과 더불어 개인으로써의 그가 가진 고민과 슬픔을 모두 담아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앨범 색깔은 두 곡 정도마다 바뀌지만, 그래도 의외로 그 변화가 억지스럽지 않고 통일성 있어 보이는건 앨범의 프로덕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Hash Swan의 독특한 목소리와 차별화되는 표현 등은 분명 앨범을 개성 있게 합니다. 그러나 항상 제가 문제 삼는 얇은 톤이 발목을 잡습니다. 이 목소리의 얇기는 "미치지 않고서야"의 멜로디컬 랩에 어긋난 음정을 더 드러나게 하며, "거울아 거울아"에서 놓친 박자를 더 티나게 만듭니다. Hash Swan의 랩은 독특해보이지만 사실 박자의 면에서는 아주 정석적인 정박 랩이며, 여기에 땜핑의 부족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이 단점을 커버하는 건 좋은 프로덕션일 거라 생각합니다 - "알렉산더처럼 왕"이 완벽한 예일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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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1-22 00:03:10

오늘도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트루디 평가가 재미있네요~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ㅎㅎㅎ

2019-01-22 10:43:47

Born Again 가사는 지니어스에도 없더랍니다..
피-쓰

 
24-03-22
 
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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