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사이먼 도미닉 "DARK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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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6 21:30:33

 

 그 누가 6월 15일에 자신의 첫 정규작을 깜짝발표한 사이먼 도미닉(이하 쌈디)의 행보를 예상했겠습니까. 사이먼 도미닉은 AOMG 창립 이후 미디어매체 상으로는 많은 활동을 보여줬지만 정작 자신의 디스코그래피에 있어선 몇 개의 싱글이 있을 뿐 이렇다 할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레이블 내에서 같은 위치에 있는 박재범, 나아가 타 뮤지션들과 작업량으로 비교를 당하고, 이런 쌈디를 놀리는 것은 장르씬 커뮤니티에서 하나의 밈이 되었을 정도입니다. 이런 분위기에 대응해 다른 뮤지션의 곡에서 벌스를 빌려 자기입장을 항변하기도 하고 장르팬들은 이를 통해 아직 건재한 그의 모습에 안심하다가도 기약 없는 그의 앨범에 다시 차가운 시선을 보내곤 했습니다. 이렇게 사이먼 도미닉과 장르팬들 사이 오묘한 감정의 골이 생기는 와중에 갑자기 발표된 작품이 [DARK ROOM : roommates only]입니다.

 쌈디의 예전 작품들이 외향적이라면 [DARK ROOM : roommates only]는 내향적입니다. 쌈디의 예전 작품들이 개방적이었다면 [DARK ROOM : roommates only]는 한없이 방어적입니다. 앨범을 기다린 팬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고 생각했지만 그들에게 이 앨범은 반가우면서도 굉장히 당혹스럽습니다. 그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선굵으면서도 날카로운 랩이 앨범을 가득 메울 줄 알았건만 첫 트랙 "roommates only"부터 그 예상이 박살납니다. 앨범 안의 사이먼 도미닉은 과거와 달리 그가 안주하는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자신이 허락한 사람'들만을 향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도입부인 "roommates only"는 자기만의 공간에 찾아온 우리들을 향한 환영이자 너 역시 나처럼 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세지를 던집니다. 이 경고의 의미를 이해하기도 전에 사이먼 도미닉은 과거의 트라우마들을 조용히 읊조리기 시작합니다. 자신에 대한 혐오, 전 연인과 가족, 주변사람들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 이로 인해 생겨난 자기방어적 성향과 타인을 멀리 두려는 모습.. 초반부는 전체적으로 그의 내면에 자리잡은 불안감과 이 원인이 되는 기억(혹은 트라우마)들을 되짚고 있습니다.

  이러한 암울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는 신인 프로듀서 디크로의 프로덕션이 한몫합니다. 앨범 절반가량의, 그리고 초반부의 모든 트랙이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기에 [DARK ROOM : roommates only]의 전체적인 인상을 형성한 데는 그의 공이 혁혁합니다. 암실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게끔 최대한 미니멀하게 배치한 사운드와 낮게 가라앉은 음색은 어두운 방 안에서 앨범의 청자와 쌈디만이 남아 조곤조곤 그의 과거를 듣는 듯한 기분을 내게 합니다. 이윽고 절규하는 듯한 그의 랩과 김종서의 호소력 짙은 보컬이 조화를 이루는  "데몰리션 맨"은 내적 고통이 최고조에 이르는 구간입니다. 암실 안에서 사진을 잘못 현상한 듯 일그러져있던 부클릿 안의 과거사진들은 그의 내면을 형상화한 것이었고, 이러한 것들까지 자기 자신으로써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는 가사를 남기며 감정이 최고조에 다다르는 순간 비로소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후에 진보, 피제이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듀서와의 협업한 후반부는 작품의 어두운 분위기를 한 층 덜어내며 쌈디의 내적 고통을 환기합니다. 조곤조곤히 읊조리던 사이먼 도미닉의 랩도 본래의 날카로운 페이스로 돌아오기 시작하고 몸은 점차 암실을 벗어나 밖을 향하기 시작합니다. 진보의 보컬과 깔끔한 인스트루멘틀이 귀를 잡아끄는 "귀가본능"에서 보이는 가장 큰 변화는 사이먼 도미닉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부분입니다. 앨범의 초반부만 해도 쌈디는 자기의 이야기를 폐쇄적 공간, 암실을 찾아온 사람들로만 들려주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스스로가 밖으로 나와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트랙 "얼라"는 자기 자신의 아이 같은 모습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DARK ROOM : roommates only]의 끝을 알립니다. 앨범 표지에 있는 백일사진의 쌈디는 과거의 자기 자신이면서 동시에 지금의 그이기도 한 것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먼 도미닉은 
완전판 성격의 [DARK ROOM]을 선보입니다. 기본적인 무드는 기존의 앨범을 따라가지만 마지막에 추가된 두 곡은  사이먼 도미닉의 신변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의 대표직 사임을 이야기하는 "Me No Jay Park"은 더 이상 AOMG의 대표가 아닌 소속 뮤지션으로, 마음가짐 역시 2000년 후반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임을 이야기하는 문구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DARK ROOM : roommates only]는 부정적인 감정의 파편을 돌아보며 재도약의 가능성을 말하는 열린결말이었다면, [DARK ROOM]은 이후에 달라진 그의 이후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진 후일담을 보여주며 서사적인 면에서 완전한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제 'roommates only'가 사라진 것은 앨범의 타이틀을 깔끔하게 정돈하고픈 의도일 수도 있겠지만 사이먼 도미닉이 폐쇄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다시금 모두에게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생각해봅니다.
 
 앞서 이야기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DARK ROOM]은 사이먼 도미닉의 음악적 커리어에 있어 큰 기점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혼자 묵혀둔 부정적인 감정들의 배출구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입니다. 고뇌-극복의 서사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이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어 무드를 살리기 위해 기존 스타일에서 벗어난, 한 층 차분하고 가라앉은 랩을 선보입니다. 앨범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의 강점이 살짝 무너진 퍼포먼스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더불어 디크로의 프로듀싱은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제시하고 초반부에 펼쳐지는 사이먼 도미닉의 부정적 감정에 청자들이 이입할 수 있게끔 제 역할을 다했지만 아무래도 후반부 곡들의 프로덕션과는 밀도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는 느낌도 남습니다. 결과적으로 [DARK ROOM]은 사이먼 도미닉이 의도하고자 한 서사는 잘 살렸지만 음악적인 결과물에 있어서는 한 층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사이먼 도미닉에게 이 앨범이 가지는 의미까지 생각해보면 더더욱 말입니다.

 이번 [DARK ROOM]을 통해 쌈디의 많은 것이 변화했습니다. 오래전 실종된 삼촌과 재회하고 AOMG 대표직을 사퇴하였으며 팬들에게는 당분간 일하란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됩니다. 나아가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청자들이 그의 심적인 괴로움을  공유하고 다시금 그의 새로운 행보에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자기자신 또한 (비록 완전하진 않더라도) 과거를 털어낸 듯 보입니다. 암실은 사진을 현상하는 장소, 그리고 사진은 과거, 혹은 추억과의 접점이 되는 매개체입니다. 비록 이번 작품이 장르팬들을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했다 할지라도 이제 막 암실에서 나온 사이먼 도미닉의 행보는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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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8-08-07 00:23:15

역시음잘알 씹인싸 뒤돌기하고 따봉누릅니다

2018-08-07 01:35:42

추우처언~

2018-08-07 06:50:02

글 잘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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