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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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5 10:28:32

Yankie & Jeian - 11516

 오랜만의 얀키로군요. 본래 얀키를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반가운 이름에 듣기 시작했는데, 결론은 조금 당황이었습니다. 이번 앨범은 사실 얀키의 단독 앨범이 아니라 신인 Jeian과의 프로젝트 앨범입니다. 스타일은 얀키가 이때까지 보여줬던 것과는 거리가 있는, 오토튠과 싱잉랩이 가미된 멜로우한 분위기로 첫 트랙 'Bed Break'부터 뭔가 베드 송을 의도했을 것 같은 달달한 사랑 노래입니다. 문제는 제가 기대하던 얀키 모습과 완전히 반대였다는 것이겠죠. 워낙에 날카롭게 팍팍 박히는 스타일의 랩이어서 읊조리는 스타일은 그의 매력을 충분히 느껴지지 않고, 오토튠에 매력이 훼손되는 건 참 안타깝습니다. 그때문에 앨범에선 오히려 Jeian의 존재감이 더 살아납니다. 그러나 한 발짝 물러나서 보면 시도한 스타일 자체에 신선함은 없이, 최근 나오는 그렇고그런 트렌디한 곡들 중 하나란 느낌이라, 매력은 크게 느껴지지 않네요. 과연 얀키가 앞으로 채택할 스타일은 무엇이 될지 조금 더 봐야겠습니다. 당연히 이 스타일로 가는 것 자체가 단점이 되진 않고, 다만 더 본인의 것으로 날카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을 거 같네요.


Indigo Music - IM

 꽤나 기대가 되던 Indigo Music의 컴필레이션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그전에 공개되었던 곡의 비중이 좀 많은 건 아쉽지만 크게 앨범의 퀄리티를 저해할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 들어보니 비슷한듯 안 비슷한 래퍼들의 조화가 제일 재밌는 요소입니다. 뭔가 트랩 쪽은 전혀 안 할 것 같은 Justhis와 평범한(?) 곡은 안 할 거 같던 Jvcki Wai, 그 가운데 범위가 넓지만 트렌디 쪽에 조금 치우쳤다고 할 수 있는 NOEL, Kid Milli와 붐뱁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이 되는 Young B. '살만해'를 제외하면 이들이 다양한 조합으로 섞인 단체곡들만 수록되어있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든 각 래퍼들의 신선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80409'의 Justhis가 저에겐 제일 반전...). 앨범의 컨셉은 저로써는 조금 적응이 안 되긴 합니다. 'Credit'이나 'IndiGO'의 분위기가 강하게 자리잡기엔 대부분의 래퍼들 스타일이 반대 방향이었던 탓이겠죠. 그래도, 10트랙 모두 다른 비트메이커가 참여했음에도 그럭저럭 통일성 있게 잘 끌어냈다는 생각입니다. '적응이 안 된다'라는 건 제 취향 탓이 강할 거 같고, 이 분위기에 적응하느냐 마느냐가 앨범의 호불호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깨달은게 있다면 Jvcki Wai가 오토튠을 빼도 제 스타일은 아니라는 거....

 

진돗개 x Willyeom - Bad is Good

 지난 시리즈 글에서 'Good is Bad'로 리뷰했던 진돗개 x Willyeom의 두 번째 연작입니다. 지난 앨범에 비해 사회 비판을 주제로 많이 삼고 음악도 로파이하게 변하는 등, 대체로 어둡다고 할 수 있는 음악적 변화를 보입니다 (재밌게도 진돗개의 솔로 앨범 "광견병" 시리즈의 연작과 대칭적이군요). Willyeom이 로우톤임을 감안할 때 이런 분위기는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고, 실제로 조금 비트와 붕뜬 듯했던 그의 랩이 다소 안정적으로 느껴지긴 합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느꼈던 단조로움은 이번 앨범에서도 느껴졌고, 진돗개와 상대되어 더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치부'는 이런 비교의 대표적인 트랙입니다). 특히 컨셉 자체가 사회 비판 쪽으로 많이 가다보니 가사적으로도 중요성이 많이 따져지는데, Willyeom의 가사는 1차원적인 것에 머물러 진지한 분위기를 잡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약간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다소 EDM스러웠던 타이틀곡 'Bad is Good / Good is Bad'가 제일 좋은 타협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글쎄요, 혹은 둘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믹싱이나 다른 환경적인 탓일 수도 있을까요? Willyeom에게 왜 실망을 계속 하게 되는가 곱씹어보게 되는군요.


Code Kunst - Muggles' Mansion

 "Novel" 이후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한 Code Kunst는 이후 허슬이라 부를만한 활동력을 보여주며 씬에 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습니다. "Muggles' Mansion"은 (현재는 AOMG로 소속을 다시 한 번 옮긴) 그가 Highground에 들어가서 낸 LP입니다. Code Kunst는 이제 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알만한 위치에 올랐지만, 그가 하는 음악은 결코 대중적이지 않습니다. 저는 화려한 피쳐링진을 대동하고 나타난 "Novel"을 돌리면서 생각보다 적응하기 힘든 그의 몽환적이고 무거운 비트 스타일에 약간 당황한 기억이 있습니다. 세 번째 앨범까지 도달하면서 그의 스타일은 여전한 색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과 비교해보자면 약간은 '둥글어진' 면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이틀곡인 'Fire Water'는 G. Soul의 멜로디에 맞춰 다소 그 무게를 버린 느낌이 들고, 'StrOngerrr' 'Born from the Blue'도 조금 방향은 다르지만 그런 예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말을 하면 웃기지만 앞서 부적응의 경험이 있던 저에게는 '리스너-프렌들리'라는 느낌이 좀 들었습니다). 이는 피쳐링진의 스펙트럼 변화에 따른 걸수도 있지만 저는 Code Kunst 본인 스타일의 완숙이라고 느낍니다. 이것을 타협이라 볼 수 없는 것이, 어느 트랙이든 그 뿌리에는 그의 특유의 느낌이 묻어있고, 'THIS IS'나 'X'는 여전히 Code Kunst 아니면 할 수 없는 트랙이라 생각이 되니까요. 반대로, 마무리를 짓는 'Don't shoot me MAMA'는 반대로 그러한 스타일의 변화가 멋지게 모습을 갖춘 트랙이라 느낍니다. 여러모로 완성도 있는 프로듀싱 앨범이라 느끼며, 사실 아직 메워지지 않은 저와 이 앨범의 1% 갭은 우선은 확실한 땜핑에 끌리는 취향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AOMG에선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새삼 기대되는군요.


Cream Villa - Creamtopia

 Cream Villa는 과거 Grand Pics라는 크루를 기반으로 하여 Prizmoliq, ex8er, Danclock, DJ Tiz, High Flies 등이 뭉쳐 만든 대형 그룹이자 크루입니다 (앞서 말한 것은 현 멤버 기준이고, Quaimo가 과거의 멤버로 있었다는 건 아시는 분은 아시겠죠). 이번 앨범은 그들의 데뷔 LP "In the Village"에 이어 붐뱁의 귀환이라는 거창한 포부 하에 낸 두 번째 앨범입니다. 분명 이들의 앨범은 저 같은 붐뱁충이 목말랐던 땜핑 있는 비트와 쉴새 없이 몰아치는 강한 랩을 갖추고 있습니다만, 영 성에 차지 않는 건 왜일까요. 아니면 반대로, 너무 넘치는게 문제 같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 발언을 모욕적으로 여기겠지만 저는 Cream Villa가 Wu-Tang Clan을 많이 닮았다고 여깁니다 - 우선 "먹통 힙합"이라는 스타일, 그리고 많은 수 정도에서? 그러나 Wu-Tang Clan의 음악이 통하는 것은 멤버들간에 확연히 구분되는 목소리와 라이밍, 플로우 때문에 듣는 재미가 있기 때문인데, Cream Villa 멤버들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나마 제일 구분되던 Quaimo가 나가버렸으니...;). 이러한 상태에서 곡의 구성이라도 재밌게 만들었으면 좋을텐데, 이들의 곡은 정직하게 16마디 - 훅 - 16마디 - 훅...의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4-5명이 빼는 것 없이 돌아가면서 이 구성을 충실하게 진행하다보니 곡의 분량이 너무 많아지고, 듣기가 피곤해집니다 (게다가 멤버들이 다들 지지 않으려고 화려한 랩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기묘한 박자흐름' 같은 곡은 이 이유로 저에게는 재밌는 곡이 아니라 제일 피로한 곡입니다). Cream Villa의 곡 중 제일 제가 좋아하는 지난 앨범의 '면도날 Flow'나 이번 앨범의 'Cream Funk'는 이러한 형식을 그나마 탈피하여 성공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다가 붐뱁을 표방하던 이들의 트랩 시도, 예를 들면 '판치기'나 '내 인생 OK' '벚꽃 엔딩' 같은 곡들... 트랩을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이런 스타일에는 이런 스타일에 어울리는 센스가 있는 셈인데, 이 음악에서마저 그들은 붐뱁에 어울리는 정공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지금까지 얘기한 건 1집에도 거의 다 적용되는 문제였습니다. 조금 더 깔끔하게 빠진 붐뱁 앨범을 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DPR Live - Her

 DPR Live는 그의 짧다면 짧은 커리어를 통해 "독자적인 영역"이라는 단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응 Freestyle' 전의 활동 경력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반면, "Coming to You Live" 앨범 이후론 그의 크루 DPR과 함께 음악적으로, 또 영상적으로 확연한 스타일을 빠르게 갖추었으며, 여전히 그의 목소리는 그의 앨범 밖에선 듣기 힘든 편입니다. 이러한 영역은 DPR 크루의 영상과 잘 어울리는 그의, 오버 좀 보태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할만한 감각적인 스타일 덕분일 것입니다. "Her"는 "Coming to You Live"로 갖춘 그의 영역을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역할을 해냅니다. 사랑이란 컨셉에 맞게 이전보다는 좀 더 상큼해진 분위기 안에서 DPR Live는 유려한 플로우와 멜로디라인, 훅 메이킹 등 자기 장기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습니다. 다만, "Her"까지 와서 저는 "Coming to You Live" 때부터 존재하던 어떤 불편감이 고개를 드는게 느껴집니다. 이 역시 취향 (이번에는 '꼰대스러움'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때문일 수 있을텐데, 뭔가 모르게 그의 랩은 알맹이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앞서 "자기 장기"라고 제가 표현한 화려한 특수 효과들에 가려져, 정작 바탕이 되는 랩은 기억에 남지 않고 훅, 추임새, 혹은 나레이션 같은 것만 기억에 계속 남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온갖 양념과 조미료 때문에 맛은 있는데 정작 원재료의 맛은 느껴지지 않는 음식 같습니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평범한 랩에 대한 갈망' 때문인지 저는 다른 아티스트보다도 DPR Live의 한영혼용이 훨씬 더 신경이 쓰입니다 - 과연 이 친구는 잘 하는 한국 힙합 아티스트인가? 라는 엉뚱한 의문이 끝에 가선 남게 되네요. "Her"는 분명 귀가 즐거운 앨범임에는 틀림 없으나 저로써는 트랙별 개성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Coming to You Live"의 연장선 같다는 야박한 감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상이 최근작 "Playlist"에서도 이어지고 있어 이제는 그의 행보에 대해 우려가 되고 있습니다...


Epik High -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저는 Epik High를 상당히 높게 평가합니다. "Remapping the Human Soul"과 "e"를 발표했을 때를 정점으로, 커리어 내내 Epik High는 가요계에 몸 담근 대표적인 메인스트림 그룹이라는 '지위' 내에서 능력에 닿는 한 지속적으로 음악적인 진화와 도전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 역시 'Swan Songs'나 '99' 등에서 보여준 모습에 실망한 적은 있습니다). 그렇기에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은 모든 Epik High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저의 기대를 한껏 받고 나온 앨범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실망만이 남아버렸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전작들에 비해 느껴지지 않았던 '도전'입니다. 앨범의 곡들은 대부분 보컬 피쳐링을 하나 두고, 타블로와 미쓰라가 번갈아 특유의 문학적인 16마디를 얘기한 후, 사이사이 보컬의 무난한 노래가 나오는 형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과거 곡들인 '거미줄' 'Coffee'나 '헤픈 엔딩'은 Epik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보컬의 개성까지 고려한 완성도 있는 곡들이었던 반면, 이번 곡은 그저 서로 다른 목소리의 누군가가 소모품처럼 쓰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군요. 이를테면, 아이유로 낼 수 있는 느낌이 이 정도 뿐이었을까? 혹은 Crush의 느낌을 이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었을까? 라는 식입니다. 또 대부분은 지난 '신발장'에서 했던 바이브의 답습으로, 저로써는 '빈차'와 '연애소설'을 구별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할 정도로 비슷비슷한, 편안한 곡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자릴 차지한 일부 트랙들은 음악적인 기지가 아닌 전략적으로 수록되었다고 느껴집니다. 말하자면, '노땡큐'는 그저 'Born Hater'나 '부르즈 할리파'를 이을 힙합팬들 입맛의 단체곡이 필요했기에 수록되었고, 'Here Come the Regrets'는 영어 노래가 어쨌든 필요했기 때문에 (미쓰라는 왜 영어랩을 시킨 건지 의문입니다), '개화'는 여튼 김종완을 기대할 것이므로 넣은 것만 같습니다. 포문을 여는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는 앨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 충분했지만 다 돌리고 나서는 별다른 한방이 남지 않는 ('노땡큐' 같은 "심히 의도된" 한 방을 제외하자면) 심심한 앨범이었습니다. 그저 Epik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버린 탓일까요? 바로 전작 "신발장"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안타깝네요.


Geeks - Fireworks

 Lil Boi와 Louie로 이루어진 Geeks는 몇몇 매니악한 리스너들에게 욕을 먹을 이유가 충분합니다. 'Officially Missing You'로 대표되는 대중적인 스타일, 그리고 그 후로 이어진 목표에 충실한 행보 (+Grandline의 마케팅까지)로 볼 때, Geeks는 Deepflow의 '잘 어울려'에 이름이 등장하는 것에 전혀 이견을 가질 필요가 없을 정도이죠. 다만 그 목록의 다른 뮤지션들과 달리 Geeks는, 제 의견으로는, 이 세계에서 뿜어내는 뭔가 다른 아우라가 있습니다. 지난 시리즈 글에서 Crucial Star 앨범을 얘기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한국적인 힙합의 한 색깔일 수도 있다"라고 얘기했는데, Geeks는 그 "한국적인 힙합"의 결정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앨범 "Backpack"은 이제 막 그 가능성을 보여준 단계였다면 이번 앨범 "Fireworks"는 더욱 완숙한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비트를 제공한 Duplex G의 지휘 아래, 둘은 곡에서 서로 다른 개성을 뽐내면서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고, 피쳐링진들도 곡의 색깔을 다채롭게 더하고 있습니다. 특히, 효린이라는 거물(?)이 와도 곡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 Geeks의 플레이는 훌륭합니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힙합'에서는 한 걸음 더 멀어진 느낌입니다. 'F.U.L.U.'와 '가끔'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곡이 사랑을 얘기하고 있고, 분위기는 달달하거나 편안합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전작의 'Siren'처럼 '우리도 힙합이 맞다'고 억지로 소리치는 느낌이 아니라, Geeks가 할 수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모습으로 전달되며, 앨범의 통일성을 한층 더 견고히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F.U.L.U'를 통해 이러한 그들의 모습을 당당하게 표현하기까지 합니다). 그루브감을 놓지 않는 Lil Boi의 플로우와 Louie의 뛰어난 멜로디 메이킹은 더욱 앨범에 듣는 귀를 몰입시킵니다. 저를 비롯한 수많은 '꼰대' 리스너들은 힙합이 가요와 접목되는 것을 "타락"의 일종으로 보며 경계하는 경향이 있는데, Geeks는 저에게는 Dynamic Duo 이후로는 처음으로 가요와의 접목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게 한 음악적 경험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저의 이런 발언에 당황스러워할지 모르겠지만 Geeks는 이런 너무나도 한국적인, 힙합 스타일의 선두에 있는 뮤지션 중 하나로 느껴지며, 그들의 다음작을 자연스레 기대하게 만드는군요.


Groovy Room - Everywhere

 2017년의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Groovy Room이 H1GHR MUSIC에 합류 후 내놓은 첫 앨범 단위 작업물입니다. 마음 한켠으로는 힙합 앨범이기를 기대하고 듣게 되었지만 (사실 이건 지금 생각해보면 Dok2의 "Reborn"으로 형체화된 거 같군요), 사실 Groovy Room의 커리어를 볼 때 그전부터도 그들은 힙합으로만 단정지을 순 없는 그룹이었습니다. 그들은 트렌드와 대중이 원하는 바를 잘 캐치하여 그걸 자신들의 스타일로 잘 버무려낼 줄 압니다. 앨범 "Everywhere"는 그러한 면에서 가요 앨범의 하나로 바라보아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되며, 타이틀곡 'Sunday'는 그들의 의도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시각에서 볼 때는 약간 전성기의 Primary (표절이 찜찜하다면 표절 시비가 걸리지 않은 곡들만 모인 앨범 하나를 상상해도 좋습니다)가 생각나고, 또 같은 맥락으로 오히려 매우 "힙합적인" 트랙 'Unsigned Hype'는 자리가 좀 어색하게 느껴지는군요. 뭐가 됐든 Groovy Room은 워낙 스펙트럼이 넓은 가수이기에 이 앨범이 그들이 할 수 있는 걸 전부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앨범이 Groovy Room이 현재의 Primary처럼 완전한 팝 음악 프로듀서로 돌아섰다는 걸 의미하지도 않고, 그냥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중 대중적인 면만을 추려내어 보여줬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전혀 비난하는 의도 없이, 이 앨범은 잘 만든 가요 앨범이라 하겠습니다.


Ignito - Gaia

 "Demolish" 이후로 LP 단위로는 오랜만인 Ignito의 앨범입니다. 그 이름부터 거창한 "Gaia"답게 앨범의 시작부터 끝까지 엄청나게 치밀한 설계가 눈에 띄며, Ignito만이 할 수 있는 지휘 능력으로 이 플롯을 묵직하게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이런 주제의식으로 앨범을 통째로 가져갈 수 있는 건 한국에선 Ignito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능력이 아닌가 합니다. Kontrix의 유작이라는 배경은 이 앨범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겠죠.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에서 물러나서 보면, 전작들과 비교해볼 때 Ignito 특유의 엄청난 포스를 감당하기엔 비트가 조금 약하지 않은가 합니다. 무엇보다, 단순 루핑에 그치는 구성들이 아쉽습니다. 이것은 당연히 비트메이커와 편곡 논의가 어려웠기에 있을 수밖에 없는 제한점이었겠죠. Kontrix 생전에 이 앨범이 나왔더라면 더 완성도 있는 앨범이 되었을텐데, 그 점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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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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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5 12:07:32

인디고 컴필 피지컬로 나왔으면..

2018-06-25 14:13:32

크림빌라 크림토피아 제 생각하고 무지 일치하네요! 과유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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