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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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4 11:47:51

Young Thugs Club - 작당모의

 Zene the Zilla, Rakon, DOX-A로 이루어진 3인조 Young Thugs Club의 데뷔 EP입니다. 바로 직전 시리즈에서 Zene the Zilla의 zillamode 시리즈를 듣고 찾아들어본 앨범이었는데, 시간 순으로는 "작당모의"가 더 빠르기 때문에 과거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zillamode와 비교하면 그 센스는 비슷한데 파워는 이쪽이 좀 더 느껴집니다. 때로는 Zene the Zilla의 이때 스타일이 너무 과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고, 그걸 따라 나머지 둘도 억지로 오버하는 느낌도 들어서 그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면 '시소'. '쩐다' 정도의 파워면 딱 적당한 거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스타일 곡을 다 비슷비슷하게 듣곤 하는 저로써는 세 명의 목소리의 조화가 있어 덜 지루하고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에너지가 마음에 들었는지, 어떻게 보면 변화를 주어 지루함을 타파하는 역할이었을 '너가 이 노래를 좋아했으면 좋겠어'란 트랙이 도리어 심심하게 들렸네요. 그나저나 멜론에서 듣다보니 무엇이 누구 목소리인지 쉽게 알 수 없는 점이 아쉽네요.


모아준 - Forrest

 얼마 전 직접 게시판에 올린 홍보글을 보고 (객기 때문에) 리뷰하겠다고 해서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작년부터 싱글을 발표해오고 있는데, 찾아봐도 어떤 소속이 있다기보단 혼자 음악을 하는 뮤지션 같군요. 다섯 곡으로 이루어진 이 EP는 매우 풋풋한 느낌이 많이 납니다. 싱잉 랩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간결한 프로듀싱 때문에 거의 어쿠스틱 앨범을 듣는 감성이 납니다. 솔직하게, 3번 트랙까지 들었을 땐 그 풋풋함은 이미 매력을 잃고 빈약하다는 느낌으로 변해있었습니다. 4, 5번 트랙의 경우 그러한 분위기와 반대로 좀 더 풍성해진 프로덕션이 맘에 듭니다. 또한 싱잉 랩에 있어, 앨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음역대보다는 마지막 트랙 '속초'에서 보여주는 조금 낮은 음역대가 훨씬 편하게 들리네요. 중간중간 들려주는 멜로디 없는 랩의 경우 제대로 양념 역할을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비중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싱잉 랩을 탐탁치 않아하는 제 취향 탓일 수 있습니다). 총체적으로, 짜놓은 멜로디라인이나 컨셉이 그리 나쁘게 들리진 않는데, 약간 본인의 매력을 효율적으로 드러내는 법을 찾아가는 단계인 거 같습니다. 혼자 음악하는 환경이 넉넉치는 않고 나오는 음악에도 한계가 있을 수도 있겠죠...? 그나저나 '숲'을 뜻하는 포레스트는 R이 하나인 걸 알고도 의도적으로 두 개를 쓴 걸까요 아니면 모르고 저렇게 쓴 걸까요... OTL


Sama-D - SAMADhi

 Sama-D는 저에게 "묘하게 미워할 수 없는 래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떤 화려한 랩스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루브가 뛰어난 것도 아닌데, 박자에 정직하게 들어가는 랩과 라임이 뭔가 구수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Stand-By" EP를 사서 잘 듣기도 했고, 오랜만에 컴백했을 때도 꽤 반가웠습니다. 오랜만에 앨범 단위의 작업물인 "SAMADhi"는 그런 기대를 안아서였는지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Sama-D의 가사는 여전히 정직하고 탄탄한 스토리텔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머니 스웩이 넘치는 씬에 저에게는 마치 유기농 음식처럼 상큼한 매력을 줍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비트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번 앨범은 얼마 전 앨범을 냈던 비트메이커 HD Beatz가 전곡을 담당하였는데, 앨범에서도 그랬듯 샘플링 기반의 루핑을 기본으로 한 무난한 비트입니다. 앨범을 들으면서 Sama-D의 매력은 비트가 받쳐줄 때 100% 발휘되는 랩이었단 생각을 한 번 해보고, HD Beatz의 비트가 리듬감이나 땜핑은 좀 부족하구나... 하고 좀 생각했습니다. 대표적으로, 'Live For' 같은 몽환적인 비트는 Sama-D의 랩이랑 겉돌면서 어정쩡한 느낌만 남고 맙니다. 특히 Sama-D 특유의 박자를 당기는 스타일은 리듬감이 부족한 비트에는 치명적인 듯합니다. 또다른 대표적인 예 'wehigher'는 세박자 비트로 박자 타기가 다소 어려운 편인데 Sama-D의 랩이 어정쩡하게 얹어져서 박자가 허전해지기도 하고, 절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는 앨범 후에 나온 싱글 '해보고가야지'에도 마찬가지인 거 같습니다. 과거 Paloalto와의 합이 상당히 좋았는데 둘의 콜라보는 이제 안 나오려나요. 예전에 느꼈던 Sama-D 감성을 다시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군요.


Loopy - Questions

 Loopy의 첫 등장이 "Gear 2"가 아니었다면 아마 저를 포함해서 몇몇 리스너들이 Loopy에 대한 기준치를 설정하는데 매우 수월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상과 달리 그는 빠르게 쏘아붙이는 랩보다는 천천히 여유롭게 뱉는 스타일이었고, 현재의 트렌드와 결합되어서 멈블 래퍼에 가깝게 되었죠. 얼마 전 나온 MKIT Rain의 컴필레이션도 Loopy의 색깔이 가장 진한 걸 보면 여튼 레이블의 주축은 주축인가봅니다. 아무튼 그렇게 다시 세팅한 기준치로 볼 때 이 앨범은 Loopy 색깔 그대로 진하게 잘 드러낸, 꽤 탄탄하게 만든 앨범입니다. 때로는 중독성 강하게, 때로는 몽환적이고 여유롭게, 때로는 타이트하게 조이면서 얘기를 진행해나가며 기본적으로 Loopy의 톤이 이 모든걸 아주 쉽게 가능케하는 듯합니다. 마지막 세 곡을 짧은 곡으로 단타로 나열시킨 건 어떤 의도인지 궁금하지만, 그게 그리 어색하진 않네요. 뭐 여튼, 제 취향은 아니라서 함부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얘기하기 쉽진 않습니다. 다만 사소한 언급을 하나만 더 하자면, 마지막 트랙 'What I Want Remix'는 Owen과 Nafla에겐 영 안 어울리는 거 같아요... MKIT Rain 컴필이 아쉬웠던 점이 여기서도 반복되는 듯합니다.


서사무엘 & Qim Isle - Elbow

 짧고 굵은 프로젝트 앨범입니다. 이 앨범을 듣는 건 엄청나게 감각적인 경험입니다. 딱 'Mango'의 훅이 어울리네요 - 사과와 달콤한 망고, 복숭아, 라임 같은 느낌이라 말하겠습니다. 팝적이면서도 한편으로 기묘한 개성을 가진 둘이 뭉쳤기에 노래들이 상큼하고 기분 좋으면서도 특유의 불협화음이 일어나면서 긴장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워낙 작은 앨범이면서도, 2번과 4번에 들어간 인스트루멘털, 그리고 개성적으로 제공된 Vinicius, Ian Kash, CokeJazz의 비트 때문에 크래프트앤준의 소형 컴필레이션을 듣는 느낌도 납니다. 이렇게 통통 튀는 느낌이 마지막에 '팔꿈치'로 갑자기 확 다운되면서 끝나는 건 당황스럽지만 또 새로운 경험인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을 기약하는 인사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와비사비룸 - Vibe

 언젠가 얘기했지만 제가 음악을 제대로 못 듣던 공백 동안 접하지 못했던 대표적인 아티스트 중 하나로 와비사비룸이 있습니다. 그 공백 동안 저는 이 팀이 Futuristic Swaver인건가, Sway-D인건가, PNSB인건가, 히피는 집시였다인건가 등등 근본적 혼란을 느끼면서 대충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방금 언급한 팀들에는 (히피는 집시였다는 제외하고) 스웩을 음악을 풀어가는 방식에서 약간의 공통점이 있는데, 최근 한국 힙합씬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오버하는 투의 다소 유치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논란을 일으킬만한 부정적인 단어를 써서 설명한 것은 그만큼 제가 시선이 안 좋았다는 뜻이고, 와비사비룸도 그냥 그런 유치한 스타일인가보다... 하면서 넘어갔습니다. 오늘 다시 들은 "Vibe" 그리고 곁들여서 들은 "물질보다 정신"은 제가 얼마나 심하게 틀렸는지를 알려주는군요. 물론 짱유와 Jflow의 랩이 다소 그런 스타일이 있고, 아직도 제 취향은 아닙니다. 하지만 단순한 스웩 타령이 아닌 개성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스토리텔링을 앞서서는 놓치고 있었네요. 특히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에이뤠의 울림 있는 비트입니다. 재밌는게, 이런 랩은 Sway-D나 YTC4LYF 쪽 같은 클럽튠 비트가 어울릴 법한데 에이뤠의 비트는 무지하게 소울풀하면서, 둘의 랩과 착 달라붙습니다. 에이뤠가 이외의 앨범에 참여한 것이 더 있으려나요? 아무튼 저에게 있어 이번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순기능 중 하나는 와비사비룸의 재발견 같습니다ㅎㅎ


Young Rok - Daybreak

 아직 별다른 소속 없이 작년부터 믹스테입과 싱글을 발표 중인 Young Rok의 EP입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더 찾아 들어보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약간 팝적인 느낌에 BPM 6~70 전후 비트 위 쪼개는 랩 스타일 (????)이라고 얘기를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전 싱글과 믹스테입 곡들은 다 그런 스타일을 중심으로 제작되었고, 이번 EP도 '숫자' 정도를 제외하면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봐왔다보니 변화 과정을 알기 마련인데, 예전에 비해 감각적으로 리듬을 살리는 스킬은 차근차근 늘고 있어 이번 EP에서 정점을 찍었고, 첫 트랙 'Weekday'가 덕분에 프레쉬한 시작을 열어줍니다. 다만 아직 그루브감은 발전의 여지가 있는 듯합니다. 감각적인 리듬감을 얘기하고 그루브감이 부족하다는 건 좀 모순일 수 있는데, Young Rok이 욕심을 가지고 계속 시도하고 있는 멜로디컬 랩 쪽은 좀 아쉬운 느낌입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type beats로 작업을 하다보니 그 특유의 간결한 악기 구성이 허전함을 남기기 쉬운 탓인거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잘 알려진 래퍼는 아닌데, 친한 동생이고 꾸준히 늘고 있는 모습 보여주고 있어서... 많이들 들어주시길...


Frogman - Home, Sweet Home

 오사마리의 멤버로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Frogman이 저에게 제대로 어필을 못 했던 이유는 제게 있어 콸라의 존재감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일전에 콸라마저도 새 앨범에 대한 실망을 얘기하긴 했지만, 여튼 당시 Monsta Truck 믹테를 냈을 때는 취향저격에 가까웠습니다). 그런 콸라의 그늘(?)에서 벗어나 솔로로 발표한 이 앨범은 재밌게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굳이 콸라를 끌어오지 않아도, 오사마리는 '센 척'의 이미지를 꽤 강조했던 반면 이 앨범은 차분하고 우중충한 분위기이고 Frogman의 로우톤이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겁니다. 그에 따라 내용도 오사마리에서 보여줬던 것과 반대로 개인적인 이야기에 집중해있고, 저로써는 이게 훨씬 몰입이 되네요. 전곡의 비트를 담당한 Cloudy Beats와 합이 잘 맞은거 같습니다. 근데 보도 자료에 "편안한 집 같은 힙합"이라고 소개를 했는데 이게 진짜 편안한 집 같은 힙합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Gimmiky - Gore Room

 LCM 님의 인터뷰 영상을 계기로 찾아들어보게 되었습니다. 5 Channels Crew에 속해있는 아티스트인 Gimmiky는 한국에선 이그니토 이상이 잘 떠오르지 않는 (그리고 사실 이그니토 스타일이라고 하긴 어려운) 호러코어 아티스트입니다. 그때문에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와 로우톤, 강렬한 가사가 특징입니다. 이러한 개성적인 영역은 씬의 다양성 측면에서 환영해야 마땅합니다만, "Gore Room"은 한국 씬의 호러코어를 대표하는 앨범으로 두기엔 영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 Gimmiky의 리듬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비트들이 대부분 BPM 100을 넘는 것으로 추측되는, 비교적 빠른 비트인데, Gimmiky의 랩은 이를 여유롭게 타기보다는 따라가기 바쁜 느낌으로 들립니다. 심지어 어떤 부분에서는 박자를 저는 듯한 느낌까지 들립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비트를 신중하게 골랐겠지만 정말 본인에게 어울리는 곡이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라임을 두는 박자를 항상 맞출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리듬감을 살리기 위한 배치가 있는데, "Gore Room"의 라임은 엇나간 리듬 때문에 리듬감이 제대로 살지 못하고 허무하게 지나갑니다. 발성의 문제도 있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분위기를 깐 것은 좋지만 영 발성이 잡혀있지 않아 힘이 없다보니 오히려 딜리버리를 망치기 일쑤입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곡에 몰입되기가 쉽지 않고, 중간에 자리잡은 뜬금없는 스킷은 더욱 감상을 방해합니다 (내용적으로 'G.F.U.'랑 이어진다는 의도인 거 같은데 솔직히 "Gore Room"의 컨셉에 '내가 널 따먹었지'라는 내용의 'G.F.U.' 자체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스킷은 어느 정도 자신을 감정적으로 이용해먹는 여자에 대한 내용인 것처럼 나오다가 갑자기 다음 트랙에서 센 척(?)을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요). 호러코어...라는 설명을 듣고 찾아 들은 건 아니지만 풍기는 느낌 때문에 기대를 했지만, "Gore Room"은 실망을 많이 남긴 작품입니다. 아직 Gimmiky는 발전의 여지가 많이 남은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창모 - 닿는 순간

 창모의 이번 앨범은 전작 "돈 번 순간"에 비해서 팝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사랑 노래로 분류할 수 있는 트랙이 9트랙 중에 6트랙이며, 당장 시작을 끊는 '라일락'부터가 힙합이라고 분류하기 애매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창모의 장점은 역시 그 모든 장르를 커버하면서도 본인의 폼을 놓지 않는 것인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가운데 위치한 하드코어 트랙 'Holy God'과 'Selfmade Orange'로의 흐름이 그렇게 부자연스럽진 않습니다. 개인적인 취향 탓인지 이런 트랙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특히 창모의 스타일이 타이트하게 몰아치는 랩에 최적화되어있단 생각이 들어서 현재와 같은 싱잉랩 스타일은 영 아쉽군요... 하지만 뭐 그안에서도 자기 역량을 발휘하고 있으니까 뭐라 말할 건 없겠죠. 개인적으로 The Quiett이 말한 '창모의 커리어 하이'라는 발언은 조금 공감하기 힘들지만, 이건 지난 앨범들보다 월등히 뛰어나지 않았다는 것뿐, 평소 하던 만큼의 만족은 주는 앨범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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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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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4 11:48:21

이 시리즈도 이제 다음편 정도면 끝인거 같습니다.

 

시리즈가 끝난 후엔 '안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

2018-06-14 12:05:02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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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6-14 12:27:59

리뷰 감사합니다! 포레스트가 forest 였나요...?!!

넝담이구요ㅎ

앨범의 주제는 약간의 말장난 처럼

for rest '숲과 같은 휴식을 위해' 라는 주제를 담고 싶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WR
2018-06-14 12:43:47

오 그건 좋네요!

전 사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포레스트는 Forrest라서 그거랑 관련 있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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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4 13:37:13

와사비룸 좀 떳으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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