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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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3 21:21:33

오랜만입니다~

 

 

FWRYEYE – 7

 아는 사람은 아는, 저로써는 오랜 친분을 가지고 있는 FWRYEYE입니다 (동시에 자기 앨범 리뷰되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친구이기도 하지만흠흠). FWRYEYE의 앨범에 대한 저의 반응은 기본적으로 똑같습니다. 요즘 씬에 흔치 않게 먹통 느낌을 제대로 내는 래퍼고, 가사에 깊숙히 박혀있는 씨니컬함도 매우 맘에 들지만, 그가 프로듀싱한 비트는 왠지 모르게 2% 김 빠진 느낌이 난다는 쪽. 이러한 특징이 전 앨범 “Not One But Only”에서는 묘한 분위기를 풍겨서 좋았지만, 전체적으론 그의 랩이 가진 파워를 잘 뒷받침하지 못하는 듯해서 아쉽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본인이 아닌 다른 프로듀서의 비트를 많이 썼던 전 앨범 “ABANDON DROPOUT BANNED”를 전 더 잘 들었던 거 같습니다. 이번 앨범의 경우도 그와 비슷한 평입니다. 특히 하고싶은거다해같은 말랑한분위기의 경우 이런 괴리가 훨씬 더 심합니다. 반면 그의 매력이 제일 느껴지는 트랙이라면 메이커“DONEATDONE” 같은 곡이 있겠네요. 뭐가 됐든 저는 FWRYEYE가 어서 떴으면 좋겠습니다. 단점을 너무 말해서 까는 거 같지만 그게 다 애정에서

 

Double K – Green Wave

 Double K는 분명 랩을 잘하는 래퍼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룰만한 성공을 이루지는 못 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그 이유는, 그의 노선이 늘 어정쩡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빡센 붐뱁, 혹은 사우스 힙합으로 우직하게 노선을 팠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 같건만, 그의 앨범은 늘 묘하게 가요에 한 발을 걸치고 있어서 들을 때마다 뭔가 2% 부족한 카타르시스만 남기곤 합니다. 제일 최근 앨범인 “Green Wave”는 야심차게 독립 기획사를 세우면서 이런 외압이 없는 온전한 Double K의 음악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B-Free의 영향인지 chill한 분위기의 음악도 몇 개 들어갔고 비록 첫 트랙 난 되고싶은데는 일종의 충격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랩을 잘 하는 래퍼이기에 이런 스타일도 잘 소화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전작들에서 느꼈던 괴리감이 덜한 것이 제일 좋네요. ‘Breaking Bad’ 같은 건 Double K(하고 싶은 음악이 이쪽이라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익숙해’, ‘OMG’, ‘기다려줘같은 트랙은 사실 가요 스타일도 그가 원하는 장르가 아니었을까 하는 불안(?)을 남기는군요ㅎㅎ 앨범 규모의 후속작이 어서 나와서 이 스타일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갈지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올드스쿨티쳐 훈장질

 앨범 나왔을 당시 게시판에 올라왔던 홍보글을 계기로 찾아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그후에 어떤 분이 리뷰 비슷하게 썼던 거 같습니다. 주로는 앨범의 의미에 집중해있고, 음악적인 건 매우 구리다라고 평했었죠. 그 말이 사실 맞습니다. 음악적으로는, 비트나 랩이나 가히 힙합 초창기에 들어봤을 법한 스타일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니 솔직히 그렇게 같은 플로우로 앨범을 채우다보면 본인도 지루해지지 않나…). 그래서 음악으로 들었을 때 어떤 새로운 즐거움을 찾기는 어려운 거 같습니다. 의미에 집중한다면 분명 다릅니다. 여태까지의 제자들이 래퍼, 보컬, 비트박서, 스킷 등으로 다양하게 참여했고, 교사이기에 쓸 수 있는 내용들로 이뤄져있습니다. 심지어 녹음도 학교 음악실에서 이뤄졌다고 하니, 이런 생활밀착형 작업으로 15곡으로 가득 찬 LP를 냈다는 건 대단한 것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어느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들을지는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오랜만에 UnBomber 랩을 들은 것도 한 가지 포인트로군요.

 

New Champ – ME (Mutant’s Excuse)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뉴챔프의 새 앨범입니다. 사실 전작 “Training Zombie”가 저로써는, 심하게 말하면 음악적 즐거움보다는 사이코스러움만 남았던 앨범이었기에 이번 앨범이 논란이 심할 때 이유가 그것이겠거니 했습니다. 근데 의외로, 이번 앨범 나쁘지 않더군요. 정규 앨범에 맞는, 그리고 과거 전시의 밤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뉴챔프 식 진중함을 테마로 앨범을 끌어가는데, 오랜만에 아 뉴챔프가 이런 래퍼였지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앨범 전곡을 순서대로 들어보기 전에 호기심에 먼저 들어봤던 ‘Kill ‘em All’장첸이 조금 장난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선입견이 있었는데, 전체적인 맥락에서 다시 들어봤을 땐 이것도 그리 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비슷한 바이브의 트랙이 많고, 특히 1번 트랙에서 7번 트랙까지는 코드와 악기 구성까지 비슷하면서 다소 프로덕션이 약한 트랙들이 연이어 나오니 3번 트랙부터 많이 지루하긴 했습니다. 뭐가 됐든, 심하게 폄하될 앨범은 아닙니다. 상당히 공들였다는 느낌이 많이 나네요.

 

Kanto - Repetition

 칸토의 미니앨범이 제작된 배경은 브랜뉴 뮤직의 결단이 제일 크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칸토는 여태까지 씬에서 큰 몫을 하지 않고 있고, 그렇다고 그가 속한 그룹 트로이가 흥했던 것도 아닙니다. 그런 역경(?) 속에 야심차게 발매된 이 앨범은, 그의 위치만큼이나 의미가 매우 애매합니다. 굳이 칸토가 매니아들이 좋아하는 진실된 힙합을 안 한다는 비평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가요 스타일의 힙합에 국한시켜보아도, 칸토는 같은 회사의 한해와도 차별되는 매력이 크게 없습니다. 뭐 물론, 씬에 흔하지 않은 개성적인 로우톤을 보유하고 있긴 하고, 이걸 제가 매력으로 인지하지 않는 건 취향 때문일수도 있겠죠. 그렇다 하더라도, 앨범을 채우고 있는 다섯 곡의 흐름이나 분위기마저 한해의 “Organic Life”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도 제 생각일 뿐일까요. 심지어 타이틀곡인 시큰둥은 래퍼라기보단 보이그룹 멤버에 가까운 모습이니까요. 물론 칸토가 저나 다른 매니악한 힙합 리스너를 만족시키기 위해 앨범을 내는 건 아니겠지만듣는 의미가 뚜렷하지 않은 앨범은 늘 안타깝습니다.

 

009 – 회색단지

 어만튀 님이 공식적으로 홍보하고 계신데다가 Justhis도 최근 언급하길래 호기심이 들어서 들어봤습니다. 근래 들은 앨범 중 가장 기분 좋은 충격입니다. 탄탄한 발성, 치밀하게 짜인 라임과 가사는 그렇다치고, 플로우는 말그대로 전대미문. 듣자마자 곧바로 빨아들여집니다. 어찌나 신선한지, 본인에게 어울리는 비트를 어디서 구했나 궁금할 정도입니다. 굳이 흠을 잡아보자면, 수록곡 10곡 중 7곡이 그 신선한리듬감을 활용하여 쉴틈없이 몰아치기 때문에 듣다보면 조금 질리는 듯한 것. 하지만 기가 막히게 비트가 텐션을 조정하고 있고, 중간에 수록된 잘지내부자도 훌륭한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줍니다. 또 하나, 이건 앨범에 대한 지적이라기보단, 이러한 스타일이 장기간 텐션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그런지 대부분 2분 대의 짧은 곡입니다 이건 그냥 나중에 긴 트랙하면 지루하면 어쩌지 라는 괜한 걱정. 009에 대한 실질적인 걱정은 딱 하나입니다. 과연 다른 사람들의 곡에 피쳐링했을 때 자신이 가진 매력을 100% 발휘할 수 있을까? 다른 곡의 틀에 갇혀 매력이 빛바래는 건 아닐까? 그래서 피쳐링진 없이 혼자 믹스테입을 마친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물론 잘지내같은 대중적인 트랙을 들어보면 결국 기우겠죠.

 

2xxx! - Life

 Club Eskimo인가요? 이런 종류 앨범은 제가 길게 얘기하기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편하게 들었어요. 재즈 클럽에서 듣는 밴드 음악 같은 느낌. 인스만으로도 심심하지 않아 좋네요. 그냥곡들이 좀 너무 짧은 거 같은게 아쉬웠습니다

 

Offonoff – boy.

 2xxx!를 듣고 바로 기억나는 이름이라 들었습니다. 같은 Club Eskimo이고 전체적으로 스타일도 비슷한 편이라 이런저런 면에서 비교가 많이 되는데, 2xxx!는 인스트루멘털에 집중을 한 앨범이고 Offonoff는 당연하지만 Colde의 보컬이 이정표가 되어 저 같은 인스트루멘털 고자가 더 쉽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2xxx!는 라이브 밴드처럼 드럼 구성이라든지 악기 구성이 좀 생동감 넘치는 느낌이 있었는데 Offonoff는 상대적으로 악기 구성이나 믹싱 같은게 좀 더 편안하고 몽환적인 데 초점이 맞춰져있는 거 같네요. 보컬 트랙끼리 비교해도 Offonoff가 더 정형화된 맛이 있고 2xxx!는 자유로운 거 같아요. 어떻게 말하면 Offonoff는 안정적, 2xxx!는 실험적이다 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여튼 둘 다 잘 만든 앨범인 거 같긴 합니다ㅎ 자리 잡고 조용히 감상하기엔 Offonoff가 저에겐 더 맞다고 느꼈어요.

 

Coogie – Coogie

 Bill Stax의 발굴에 의해 주목 받는 신인 중 하나가 된 ATMseoulCoogie도 이번 앨범을 통해 수많은 논란을 낳았던 거 같습니다. 사실 이 앨범은 좋은 랩이 있을지언정 어떤 특별함을 크게 띄고 있지는 않습니다. 몽환적이고 단순한 비트에 리드미컬한 플로우, 귀에 크게 부담 가지 않는 톤, 중독적인 훅과 살짝 지겹게 쏟아져나오는 추임새 등등, 모든 면이 트랩 뮤직의 트렌드에 철저하게 부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는 제스쳐마저도요. 솔직히 Coogie를 랩을 잘 못 하는 래퍼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신인이 나오면 새로운 느낌을 주길 기대하는 것이 사람 심리이고, 이 부분에서 실망이 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래퍼의 단점은 트렌드에 따라 쉽게 사라지곤 한다는 건데, 과연 씬에서 오래 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사람들말처럼 스즈란Loco는 맛깔 넘치는군요.

 

Swings – Crumbs vol.1

 믹스테입의 재미는 그 컨셉에 따라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주제고 뭐고 그냥 랩하고 싶은 대로 랩한 트랙들을 모아 듣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Swings의 믹스테입은 대부분 그런 식이었고, 이번 “Crumbs vol.1”도 그런 느낌의 믹스테입입니다. 개인적으로 1번 트랙 좆됐다를 들을 때 존나 raw하고 빡센 트랙으로 이루어져있겠구나 했다가 ‘Special’부터 ‘The Art of Not Giving a Fuck’까지의 구간에서 좀 당황했습니다. 더불어 곡들이 구성과 흐름이 좀 단순한 게 많아서 약간 지루해지려는 느낌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하고 싶은대로 랩하는 믹스테입 컨셉에 충실한 거겠죠. 그리고 다른 Swings의 믹스테입에 비해 짧은 트랙도 많고 해서 재미있을려고 하던 차에 끝나버린 느낌이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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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18-06-03 21:35:47

덥케형님 그린 웨이브 이후에 또 chill한 앨범 하나 내달랬드니 어쿠스틱 리믹스 앨범을 짜잔하고 발표했을 때의 그 당혹감이란...

WR
2018-06-03 22:24:28

ㅋㅋㅋㅋㅋㅋ정말 더블케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2018-06-03 21:51:25

항상 좋은 리뷰 감사함다
잘 읽고 가요

2018-06-04 16:22:15

진심어린 좋은 리뷰 정말 감사합니다!

아티스트에게 있어서 비판보다 두려운 것이 무관심인데,

이렇게 다양한 음악들을 체크해주시고, 공유해주시는 것이

리스너들한테나 뮤지션들한테나 모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밀렸던 감상 싹 다하기 프로젝트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WR
1
2018-06-04 20:31:50

헉 올드스쿨티쳐 aka BBC 님이로군요

2018-06-04 21:39:18

앗! 알고 계셨군요 ㅎㅎ
90년대를 모티브로 한 말그대로 "올드스쿨" 이었기 때문에 정확히 봐주신 것에 아주 흡족했습니다!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WR
1
2018-06-05 00:29:12

그러게요 사실 그 부분 캐치하긴 했는데 저 글엔 안 들어갔네요ㅠ

여튼 솔직한 느낌이긴 합니다. 좋게 읽으셨다면 다행이고요 흠흠

2018-06-05 06:11:51

지인이 아닌 사람이 제 음악과 메시지를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그저 신기하고 행복합니다!^^ 냉정한 평가던 따뜻한 평가던 모두 저같은 아마추어 아저씨에겐 큰 의미니까요! 행복한 여름 보내세요!

2018-06-06 00:31:06

저덕뷴에 009를 들으셨다면 감사랑~

 
24-03-22
 
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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