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픈마이크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1

 
10
  1419
Updated at 2018-05-07 18:15:53

오랜만입니다.

저는 지금 군의관으로 전설의 도시(?) 철원에 와있습니다.

군의관 생활은 사실 되게 시간이 남습니다.

이 시간에 운동이나 공부를 하면 좋겠지만, 

저는 그러기 전에 지난 몇년간 바쁘게 일하느라 못 들었던 앨범을 다 몰아서 듣기로 했습니다.

사실 여러분들이 요즘 아티스트 얘기할 때 옆에서 어색하게 헤헤 웃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젠 그러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pt.1입니다.

생각나는대로 앨범을 틀어놓고 해서 전혀 시대순도 아니고 ABC순도 아니고 그냥 마구잡이입니다.

pt.2에 기다리고 있는 것들도 마구잡이입니다.

**주의: 아래 리뷰는 매우 주관적이어서 공감 안 가는 부분이 적잖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이 부디 여러분께 스트레스나 분노를 유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Swings - Upgrade III

 사실 여태까지 Swings 앨범을 그리 좋아해본 적이 많지 않습니다. Upgrade II든, 성장통이든, 펀치라인 킹 시리즈든... #1 pt.2는 조금 들을만했는데 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고... 그러다 Levitate 때 조금 끌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제 생각에 그 차이는 raw함에 있는 거 같습니다. raw함이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취향 탓일 가능성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완숙하고 거칠고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Upgrade III도 좋네요. 근데 마지막에 아웃트로 긴 트랙은 어쩔.


Primeboi - 예고편

 들어봐야지 들어봐야지 하다가 겨우 이번에 들어봤는데, 힙합이라기보다는 어반 R&B 앨범에 가까운 것도 같네요. 몇 개 들어있는 랩이 힙합 장르에 들어가려는 구색 맞추기라는 느낌이 좀 들 정도로 어색하고 약한 임팩트 (특히 헉피 & 저스디스 & 창모를 데려다놓고 그렇게 심심할 줄은). 하지만 별개로 따져놓고 보면 그 나이에 프로듀싱 (단순 비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앨범의 완성도를 갖추는 면에서) 능력이 상당히 탄탄한 거 같습니다. 앨범이 통일성 있고 알게 모르게 본인의 스타일도 잘 드러나는듯.


Prima Music Group - 22.8

 Primeboi의 레이블이지만 Primeboi가 일부러 참여를 많이 안 했다고 했는데, 아이러니하게 색깔은 비슷합니다. 물론 이쪽은 완연한 힙합. 그리고 멤버들이 서로서로 스타일이 비슷해서 통일성이 있다가도, 또 듣다보면 그게 그거 같기도 합니다. 노엘이 열일해주었지만 Jay Moon, Quaimo도 마찬가지로 열일한 앨범입니다. 다만 제가 요런 스타일은 노엘 1집 이후로는 맘이 가지 않아서 많이 듣지는 않았습니다.


Bully Da Bastard - Bipolar In Ma Neck

 Bully 랩은 많이 안 듣는 편입니다. 고등래퍼 시즌 1, 그러니까 처음으로 알게 되었을 때를 기준으로 두면, 근자감에 괜히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지르는 발성 하나에만 기댄 재미 없는 플로우와,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녹아나지가 않는 깊이 없는 가사라고 저는 평가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성장한 모습은 보입니다. Foolish 같은 트랙은 Bully의 장점이 제일 잘 드러나는 곡이고, 이런 걸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 그가 발전했다는 증거인 듯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와 다른 스타일의 곡에선 여지없이 곡이 2% 부족한 느낌이 드네요. 자기가 가진 장점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할듯요.


NO:EL - 18 S/S

 NO:EL은 그 짧은 랩 경력에 비해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걸 인정합니다. ELLENOEL 앨범에서도 그걸 느꼈고, 인디고에 들어가자마자 나온 이번 EP도 본인만의 특색이 잘 살아있습니다. 이건 플로우 뿐만 아니라 얘기를 풀어가는 능력에서도 그렇습니다. 다만 '사람 같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ELLENOEL에서 들었던 것이 똑같이 담겨있다는 생각이라 아쉬웠습니다. 뭐 사실 아직 얼마 안 했고 EP일 뿐인데 굳이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줄 필요는 없었겠죠.


아날로그 소년 - 현장의 소리

 원래도 트렌드와 많이 벗어나있었지만 특히 요즘 트렌드와는 완전히 정반대에 있는 것이 아날로그 소년입니다. 그의 음악 스타일은 아이돌 무대 사이에 나타난 통기타 가수 같은 느낌입니다. 진솔한 스토리텔링과 똑바른 딜리버리, 그리고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주제의식에 대한 거침없는 초이스 모두 그의 장점입니다. 비트 역시 그의 랩을 한없이 잘 받쳐주는 옷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바야흐로 멈블 랩의 시대가 되어, 그의 랩이 단조롭고 심심하다는 평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첫번째 정규 "기록" 때부터도 느꼈지만, 조금만 그루브 있게 랩을 해주면 좋을텐데 좋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세번째 정규에서도 여지없이 느껴지네요.


Kid Milli - AI, The Playlist

 NO:EL하고 참 비슷하긴 한데 뭔가 더 통제불능, 난리난 거 같은 느낌이 맘에 드네요. 첫 두 트랙의 일렉트로닉(?)한 분위기가 매우 신선해서 맘에 들었습니다. 옛날에 펜토 2집 처음 들었을 때의 그 느낌과 비슷. 결국 취향이 이쪽이 아닌지라 과하게 몰입은 되지 못하였지만, 듣는 재미는 인정. 그런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 때문인지 중간중간 freestyle이라고 붙어있는 트랙들이 특히 좋더라고요. 한 가지, BLUE부터는 너무 트랙 분위기가 바뀌어서 당황스러운 점은 아쉽.


히피는 집시였다 - 언어

 제 한국씬에 대한 지식의 공백 때문에 감상에 있어 가장 안타까운 아티스트 중 와비사비룸/히피는 집시였다/짱유 등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서 저는 한국 힙합이 변해가는 과정을 놓치고 옛날 감성에만 머물러서 이 뮤지션들이 내는 음식을 괴상한 것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진가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진실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번 '언어' 앨범은 처음으로 히피는 집시였다를 느끼게 한 계기가 된 거 같습니다. 사실 힙플라디오에서 와비사비룸 인터뷰를 보고 얘네는 장난 같은 (진지하지 않다기보다 말그대로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나 싶었는데, 앨범 깊이가 장난이 아니네요. 약간 명상하는 기분으로 들었습니다. 이 기세로 나머지 아티스트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군요...


Pe2ny - Alive Soul Cuts Pt.2

 Pe2ny의 Alive Soul Cuts Pt.1은 딱 그때의 힙합 트렌드를 정확히 대변하고 있습니다. 감성 넘치는 샘플의 배치와 듣기 편한 90대의 BPM, 희망찬 분위기, 드럼과 피쳐링진 등 모든 것이 그렇죠. 그후로 세상이 많이 변해버렸고, Pe2ny는 Touchdown Production과 Triment Factory가 큰 반향을 부르지 못하면서 이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앨범 Pt.2는 나름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 보이나 Pe2ny가 원래 가지고 있던 (이런 말 쓰기 참 슬프지만) 옛날 색깔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Justhis가 피쳐링한 개소리나 Basick이 피쳐링한 A Kid wit a Mic 같은 데서 임팩트를 구하려고 하였지만 몇 트랙 못 가 다시 옛 감성이 나옵니다. 이러한 트랙이 현재의 팬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은 안타깝게도 낮았을 것입니다. 덕분에 저는 들으면서 하 시대가 많이 변했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니까 올해 2월에 인스 앨범 하나 냈더라고요. 역시 편안하게 듣는 앨범이던데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 들어봅시다.

5
Comments
2018-04-30 23:48:58

긴글 잘읽었습니다~~!!

2018-04-30 23:52:02

제이콜 해석 잘 보구 있어요오..

2018-05-01 00:58:06

오 댄스디님 오랜만이에요ㅎㅎ
3사단인가요..?
군의관생활을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군대는 군대니 몸조심하세요 하핫

WR
2018-05-01 09:31:21

3사단 맞아요ㅋㅋ 백골!

2018-05-01 11:34:08

진짜 노엘은 재능이 ㅎㄷ하져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