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곡과 작사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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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7 10:40:36
안녕하세요, 힙합을 남몰래 좋아한지 10년된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고2때부터 힙합에 빠져서 나름 가사도 써보고, 혼자 녹음도 해보고 했으나.....선천적으로 타고난 소심한 기질 탓에 혼자 몰래 좋아했네요.
힙플은 가입도 안하고 맨날 눈팅만 하다가. 문득. 요즘 한 생각이 떠올라서 여러분에게 의견을 여쭤보고자 이렇게 큰 맘 먹고 가입도 하고 글도 써봅니다.

제가 요즘 떠오른 생각은 다름이 아니라 힙합곡, 특히 랩과 작사의 관계입니다.
래퍼는 가사를 자신이 쓰죠. 그건 당연한 일이자 철칙과도 같습니다. 스스로 작사를 하지 않는 래퍼는 랩스킬이 아무리 뛰어나도 래퍼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랩은 그 특성상 음악이면서 자신의 생각과 의견, 가치관 등을 표현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힙합에 빠진지 10년 동안이나 스스로 가사를 쓰지 않는 자는 래퍼가 아니다라고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생각하고 있던 제가, 요즘 들어 이런 의문이 들더군요...
힙합은 음악인가? 힙합곡은 그 곡 자체만으로서 가지는 힘이 존재하는가?

무슨 말인냐면...보통 음악이라고 하는 것에서의 명곡은 그 곡 자체만으로 어떠한 힘을 가집니다.
곡에 담긴 힘을 잘 표현해내는 표현력 뛰어난 가수를 만난다면 말이죠.
좀 극단적인 예일 수 있습니다만, 명 오페라의 아리아 같은 곡은 세계 최고의 가수들이 부르죠.
가수들마다 각자의 스킬이 있고 감정표현의 방법이 있겠지만, 그 곡에 담긴 감성과 힘을 표현해냅니다.

힙합이 아닌 다른 장르의 곡들을 보면, 그렇지 않을 것도 있겠지만, 작곡가와 작사가가 있죠.
이 작곡가와 작사가는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표현해내고자 하는 감성, 가치관, 의견 등을 곡에 담아냅니다. 그리고 가창 스킬이 좋으며, 표현력이 풍부한 가수가 부름으로써 곡이 완성됩니다.
이러한 곡들은, 어떤 가수가 부르든 그 곡이 가진 힘을 잘 표현해낸다면 명곡이 됩니다.
예를 들어 '나는 가수다'에서 박정현이 부은 조용필의 곡들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힙합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힙합에서는 그 곡은 그 래퍼가 불러야만 가치를 지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떤 래퍼가 lose yourself를 리메이크하면(설사 그럴 일은 없겠지만 에미넴보다도 더 잘 불렀다 해도) 래퍼로서 온전한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만약 어떠한 사람이 작사 능력은 뛰어나나 랩 스킬이 뛰어나지 않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뛰어난 작곡가의 비트에 맞는 훌륭한 작사를 했습니다.
이 곡을 랩 스킬이 뛰어난 다른 래퍼가 불러서, 곡에 담긴 감성과 힘을 잘 표현해낼수는 없는 건가요?
그렇게 되면 래퍼는 자신이 작사를 안했기 때문에 욕을 먹고 래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건가요?

다시 말해서, 힙합곡이 한 음악으로서 그 곡 자체만의 힘이 담긴 음악으로는 표현될 수 없는 건가요?

저는 여전히 래퍼는 스스로 가사를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뛰어난 작사가가 스스로의 가사를 표현함에 좀 더 표현력이 우수한 래퍼와 같이 작업함으로써, 그리고 래퍼는 곡에 담긴 감성과 가치관 등을 최선을 다해 표현해냄으로써, 하나의 힙합곡을 만든다면 그 곡 자체로 인정받을 수는 없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을 뿐입니다ㅎㅎ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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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3-17 10:46:58

정말어려운 질문이네요...


사운드적인 측면을 따라가는 아티스트들이있고

여전히 리릭시스트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있고

개인적으로 후자의 음악들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저도 이런 생각을 안해본것은 아닙니다.


발성이 기가막히게 좋은 윤미래가 대필 받았던것처럼

비와이가 타블로가 쓴 작사에 랩을한다면?


음...모르고 들었으면 모르겠지만

알고들으면 솔직히 저는 음악자체가 안좋게 들릴 것 같아요

일종의 선입견이겠죠...


너무어려운질문이지만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자기얘기를 자기의언어로 하는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2017-03-17 13:11:34

닥터드레는 가끔 자신이 쓰지않은(대필받은) 가사로 랩을 하기도 했어요. 본인이 래퍼가 아닌 프로듀서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있었기 때문이죠. 또 닥터드레는 힙합이라는 장르의 음악을 즐겼으니깐요...

하지만 힙합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음악장르"가 아닌 "문화"의 영역이기때문에 (옷입는 스타일, 그래피티, 또는 여러 길거리문화 전체가 힙합이니깐요) 문화로서의 힙합은 스웩이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게 더 힙합답다고 생각해요!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닥터드레의 경우를 보면 이러나저러나 큰 상관이 없을것같아요

WR
2017-03-17 14:19:01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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