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썸에게 실망하셨다던 염철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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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5 18:44:44

이런 일로 실망할 수 있었던 때도 있었어요.

지금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지금은 별로 실망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이미 언더그라운드는 좋망했거든요.




1.

OOO가 힙합이냐 논힙합이냐, XXX가 래퍼냐 연예인이냐

이런걸 따지기 전에 뭐가 힙합이고, 뭐가 래퍼인지 먼저 따지지 않으면

서로 키배나 할 수 밖에 없지요.


예술을 어떻게 평가하냐

뭐 이런 죽은 시인들의 사회를 감명 깊게 보고 온 힙스터들의

답 없는 헛소리는 거르고

뭐가 힙합인지, 뭐가 래퍼인지

따질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기준은 음악성이겠네요.


전 평론가가 아니라서 음악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님들도 대충 알듯, 랩이 라임풀하고 스킬풀하고

비트도 신박하고 그루비하고 앨범도 타이트하고

대충 이것저것 들으면서 짬밥 좀 쌓이고 나서

아~ 듣기 좋다 하는 앨범이 눈에 들어오고 그게 기준이 되겠지요.




2.

그런데 사실 음악을 넘어서 모든 예술활동은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요.

사람들이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만 예술을 하지는 않아요.

먹고 살기 바쁜 옛날에는 더더욱, 당장 내일 굶어 죽게 생겼는데 예술은 무슨 예술


그래서 예술을 평가할 때는 그 문화적 배경 역시 중요해요.

이걸 두고 힙부심이다 뭐다 하는데

그냥 개뻘소리니까 무시하면 돼요.

신을 부정하는 종교음악이 좋은 평가를 받을리 없고(a)

조선시대에 왕권을 부정하는 시조는 목숨이나 붙어있으면 다행이었겠지요.(b)

대한민국에서는 암만 노래가 좋다고 적기가 따라 부르면 잡혀가는데(c)

힙합이라고 예외일 필요는 없어요.


실제로 씬에서 태도라고 부르는 부분이 저런거겠지요.

한국은 비록 미국 본토에서 유래한 힙합을 가져온거지만

한국 힙합 역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내 음악을 소비해왔습니다.

우리는 그걸 언더그라운드라고 불렀고

언더씬의 모습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도 래퍼들에겐 중요한 자질이 되어왔습니다.




3.

물론 어떤 요소가 가장 중요한지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누가 좋은 래퍼인지, 누가 가장 리얼 힙합인지 따지기 이전에 저 기준 먼저 명확히 해야합니다.

보통 힙합플레이야 같은 힙합 커뮤니티에서는

1에서 언급한 장르적 특성 외에도

2에서 언급한 문화적 특성 또한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왔지요.


뛰어난 수준의 랩 스킬을 지닌 아이돌 래퍼

힙합의 장르적 특성을 활용해 완성도 있는 음악적 퀄리티의 트랙을 만들어낸 초대형 기획사

등등의 음악적으로 훌륭한 행보 외에도

철현님께서 말씀하신 래퍼면 랩 먼저

등의 요소 역시 중요한 자질이 되는 이유입니다.


물론 음악적으로'만' 높은 평가를 받는게 나쁜게 아닙니다.

다만 언더그라운드에서는 그 외의 여러 자질 역시 갖추고 있어야

진짜 힙합, 좋은 래퍼라고 보고 있지요.




4.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런 문화적 요소는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입니다.

(a)가 종교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도

(b)가 후대에 와서 재평가를 받을 수도

(c)가 어떤 체제 아래서는 정치적올바름일 수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불변의 기준을 갖는 1과는 달리

2는 그 시대를 이루는 구성원에 의해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언더씬 역시 소비의 주체가 바뀌면 덩달아 바뀔 수 밖에 없고요.




5.

헠피도 말했지만

과연 언더그라운드라는게 존재할까요?

적어도 지금은 막연한 이상으로만 남은게 사실입니다.


남들이 짜 놓은 싸움판에서 이유 없이 상대에게 화를 내는 투견이 되고

방송에서 바지를 벗을 수 있는지가 멋진 태도의 기준이 되는

쇼미더머니로 대표되는 문화가 주류가 되었고

언더씬의 구성원(생산자든, 소비자든) 조차도 저 판으로 넘어갔는데

언더그라운드는 비주류가 되다 못해 사라진 모습입니다.


저게 옳고 그른지는 제쳐두고 사실만 두고 얘기한겁니다.

지금 언더그라운드는 누가 더 깊숙한 아티스트를 더 아는지,

쇼미더머니에 나온 래퍼를 누가 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는지

누군가의 자존심 싸움에서 승리할지

판단하는 기준을 측정하는 요소에 불과합니다.




6.

언더씬이 사라진 지금,

예전의 기준에서 아티스트의 태도를 평가하는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키썸이 랩을 잘하고 말고가 중요하지

그의 태도가 어떤지는 지금 와서는 딱히 의미가 없습니다.


씨잼 등의 래퍼가 예전 언더씬에서의 태도를 운운하며

본인이 리얼함을 증명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랩만 잘하면 되고, 이미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피타입 등의 래퍼가 엉망인 쇼미더머니에 나와

진짜 힙합이 뭔지 보여주겠다!

다 개헛소리고 그럴 능력도, 필요도 없습니다.

그 정도 거장이면 본인 언더씬에서 문화를 이끌어가면 되고

쇼미판에서는 꼰대질에 불과합니다.


나는 리얼하지만 이런 이유에서 쇼미더머니에 나왔다.

다 변명에 불과하고

나온 순간부터 이미 언더씬의 기준에 평가 받을 수도, 필요도 없지요.

일리네어가 말했듯

거기서 그냥 좋은 음악 선보이면 되는겁니다.


스윙스, 일리네어, 블랙넛, 비와이 등

이미 새로운 문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좋은 반응을 보였고

그 자체로 고평가 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저기서 언더가 어쩌니~ 꼰대질 할 이유는 없죠ㅋ

그럴거면 언더에서 놀지 뭐하러 쇼미판에서 저럽니까


만약 그게 싫다,

그럼 다시 본인들 언더 문화 활성화 시키고 거기서 놀면 됩니다.

쇼미 좋다고 즐기는 사람들한테 가서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냥 헉피, 제리케이 같은 아티스트들 응원해주고 즐기면 되지

쇼미가 무슨 사회악도 아니고 언더부심 부릴 필요 없지요ㅋㅋㅋ




7.

길게 얘기했는데 네가 하고 싶은말이 뭐냐,

그래서 대체 뭐가 리얼하다는거냐 하신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8.

VJ 미만 jo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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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3-15 21:17:39

필력에 따봉이요ㅠㅠㅠ

머릿속에 사이다부은 느낌이네요
WR
2017-03-15 22:59:52

어떤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2번에서 말씀하신 태도가

한국에서 언더씬을 통해 힙합을 발전시키며 생긴 특수한 모습인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기형적으로 변했죠

비단 키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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