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힙플을 시작한게 2000년초반

 
10
  1057
2016-10-22 16:58:19

저는 30초반 아재입니다.

중학교 시절 힙합이란 음악을 알게 되면서 daum 힙합 관련 카페에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었죠.
(daum이 잘나가고 naver가 쭈구리 시절)
당시엔 막 국내에 힙합이란 문화가 들어오던 시기였기 때문에
힙합 관련 웹사이트나 카페등에 힙합의 4대요소라 해서 랩, 댄스, 그래피티, DJ에 관한 글들이 많았고
입문자들은 필히 숙지하고 넘어가야 할 통과의례 같은 거 였습니다.

또한 힙합(랩)에 입문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2pac과 notorious B.I.G 앨범은 들어야 했었고
취향에 따라 동부와 서부가 갈리게 되었죠.

그때 저를 포함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던 질문이 '외힙 입문하려는데, 뭐부터 들어야 하나요?'였습니다. 국내 힙합은 가리온을 비롯해서 마스터플랜은 필수였고, 저는 개인적으로 1세대 중에선 3534 윤희중을 좋아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봐도 1세대 중에서 가장 플로우가 좋았던 랩퍼였죠

암튼, daum 카페를 통해 힙플이란 곳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제 기억으론 '00년도 입니다.
이미 상당수 가정에 ADSL이 보급되었고, 개인홈페이지도 열풍이었던 시기입니다.

cafe 활동을 벗어나 저는 rapper 관련 웹사이트를 만들어 가사도 쓰고 비트도 만들고 했었습니다.
그러다 밀림이란 사이트를 알게 되어 그곳에 곡을 올리기도 했었고요.

그곳에서 알게된 다른 언더 랩퍼들과 방구석 랩퍼분들과의 교류로 비트도 찍어주고
제 곡을 다른분이 가져가 랩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방구석 랩퍼인 반면에 홈페이지 관리자였습니다.

어느날 회원과 쪽지를 주고 받은 적이 있었는데, 말하는 늬앙스가 기존 회원들과 대화 했을때완
사뭇 달랐습니다.
그렇게 몇번 대화를 주고 받고 채팅방에서 긴시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현재 메이져에서 활동하는 크루의 뮤지션이었습니다.

저에겐 동경의 대상이었죠. 그 시점을 계기로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때론 밤을 새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얘기를 하고, 만나서 얘기를 하기도 했었죠.

평소 제가 리스펙하던 분이었기 때문에 형동생하면서도 만나면 CD에 사인 받고 했었습니다.

꽤나 가까워지게 되었고, 급기야 미발표곡들과 작업중인 곡들을 미리 들을 기회도 생겼고, 녹음실에서 저에게 전화를 해 녹음중인 곡을 들려 주기도 했었습니다.

그 무렵 리드머닷넷이 오픈을 하게 됩니다.

조PD의 daum 카페에서 알게된 분이 리드머닷넷에 관련되어 있던 분이었는데, 이러한 곳이 생기고 지금 홈페이지 작업중이다.라고 해서 보여준 것이 리드머닷넷이었습니다.

리드머닷넷 오픈 초창기엔 저도 간간히 앨범 리뷰를 작성하곤 했었는데, 색이 너무 진해 얼마 활동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후 김진표의 홈페이지이자 꽤나 많은 랩퍼 지망생들이 탄생되었던 Jphole에서 상주하게 되었죠.

지금은 아이돌 그룹의 랩퍼도 상당부분 인정해주는 부분이 있지만, 초창기엔 랩댄스 그룹, 아이돌 힙합그룹은 무시 대상이었습니다. 예외적으로 1TYM의 TEDDY (미국에 있을때 Masta Wu, DM과 함께 S.D.T로 활동 했다는 말도 있고 S.D.T 멤버가 아니란 말도 있고.. 암튼.. YG로 이 셋이 모였을땐 셋의 앨범을 살짝 기대 해보기도 했었어요.)와 신화의 에릭, 솔리드의 이준, 젝스키스의 은지원등은 많은 쉴드를 받았었습니다.

그외엔 살벌하게 까였죠. JP도 썩 나쁘진 않았지만, 호불호가 있었습니다.

다른 랩퍼들의 홈페이지와는 사뭇 다르게 Jphole에선 랩퍼를 꿈꾸는 이들이 서로 친분을 쌓으며 언더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꽤나 생겼습니다. JP 4집 발매 이후론 더이상 jphole을 찾지 않아 그 후의 분위기를 잘 모르겠지만, 타 랩퍼 홈페이지와는 정말 많이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루키들의 활동도 많았던 곳이구요.

여전히 국내 힙합 커뮤니티에선 힙플을 대체할 곳이 없었습니다.

디시인사이드의 힙합갤러리라는 곳이 생겨났는데, 정확히 언제 생긴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을 알게된 후 방문을 해보니 '초딩' 집합소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디시인사이드의 성격 때문이었겠죠?

다른 힙합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힙합갤러리는 굉장히 밑으로 깔고 봤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힙합플레야 국힙 게시판이 디시인사이드 힙합갤러리와 비슷한 양상으로 가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수 많은 어그로의 글들... 게시판을 보고 있으면 암 걸릴 것 같고 늘 강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고, 결국 힙플을 등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팔자좋게 음악만 듣고 즐기기엔 힘들어진 직장인이 되어 버린 제 자신을 보게 됩니다. 더이상 새로운 앨범에 대한 관심도 생기지 않고, 듣고 싶지도 않고.. 사춘기가 온건가요?ㄷㄷ

한동안은 앨범 자체를 사지도 듣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그니토란 랩퍼의 음악을 뒤늦게 듣게 되었습니다.
다시 힙합 음악에 관심이 가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무작정 그동안 듣지 못한 앨범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좋아했건 좋아하지 않았건 일단 제가 듣지 않았던 시점부터 발매된
앨범들을 전부 구하기 시작한 거죠. 신품을 구하지 못할땐 중고라도 서슴치 않고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출퇴근 시간에 마치 밀린 숙제를 하듯 그간의 앨범들을 듣기 시작했어요.
내가 즐길 것을 되찾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기대이하의 앨범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후로 또다시 듣는것과는 멀어진 삶을 몇년 이어 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진행형인 쇼미더머니의 예고를 보게 되었죠.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힙합도 저런게 생겼으면 좋을텐데..란 생각이 현실로 나타나 버린 겁니다.

지나간 시간만큼이나 생소한 랩퍼들도 많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을 또 찾아 듣고 또다시 듣지 않게 되고..
듣는다.. 듣지 않는다.. 뫼비우스 같이 끊임 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질감은 모든 뮤지션이 트렌디 하다는 점 입니다.

A 스타일을 듣고 싶으면 A 뮤지션의 앨범을 듣고
B 스타일의 곡을 듣고 싶으면 B 뮤지션의 앨범을 들으면 됐지만

지금은 뮤지션 보단 유행하는 스타일의 곡을 찾아 들으면 되더군요.

다 똑같아요. 목소리만 다를뿐..

가사도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란 생각이 들 정도의 가사들이 많더군요.
슬픕니다. 많은 것을 듣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 ㅠ

뭐, 암튼 요며칠전 정말 오랫만에 다시 힙플을 와보니 그간의 분위기와는 많이 달라졌더라구요.
레이아웃도 변하고 게시판은 원래 그누보드를 사용했었나요?
메뉴들도 축소된 것들이 보이고, 더욱 적응이 안되는 점은 사이트 운영 분위기 입니다.

과거와는 많이 달라 낯설음이 있습니다.
대충 분위기를 보니 김용준님께서 빠지신 거 같은데, 자세한건 모르겠네요.

지금은 관련 커뮤니티가 워낙 많아 힙플이 다시 부흥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내 힙합의 초석을 닦는데 상당부분 기여한 이곳이 많이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뮤지션들 DB는 언제부터 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유용했는데,
제일 아쉬운 부분이예요. ㅠ 그냥 생각나는대로 쓰다 보니 두서가 없어서
그만 쓸께요.ㅎ
8
Comments
2016-10-22 17:10:03

글쿤여... 헵플라됴 들어보면 용준킴님이 잘 안보이신다는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걱정이네요... 저의 개인적 바람이라면 예전처럼 no.1 커뮤니티는 못되더라도 계속해서 한국힙합과 동행하는 사이트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2016-10-22 17:34:48

힙플은 국힙과 함께 합니다.

2016-10-22 18:12:46

리스펙트

2016-10-22 19:20:19

알고보니 그 뮤지션이 스윙스


이런거 있을줄 알았는데

WR
2016-10-22 19:52:57

스윙스는 은평구 살때 술자리에서 두어번 본거 말곤 없네요.

지금도 은평구 사나?
2016-10-22 20:36:45

양질의글...........!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16-10-22 23:18:43

항국 헵합과 함께 나이 들은 분이군요
저도 지금 음악을 들음에 있어 염증을 느끼고 재미를 잃어가는중인데 작성자님처럼 다시 음악의 재미를 찾앗으면좋겟네요

아 그리고 저랑 또 비슷한점이 쳇팅을 통해 뮤지션분이랑 많이 대화를 나누셧다는점
저도 힙플 세벽반 쳇팅에서 프로듀서 orgn님에게 많은것을 배웟거든요

2016-10-27 11:23:3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