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NA - FANAttitude] 자기 존재의 광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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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5 18:54:28






※ 편의상 경어 및 뮤지션에 대한 존칭은 생략합니다.
※ 앨범평가의 별점은 언제나 4개 고정이니 딱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록곡 수 - 12곡 (1곡 Only 음반 수록)
(글 작성 시점) 앨범 판매여부 / 음원서비스 여부 : X(디지털 앨범) / O
※ CD Only 트랙 \'Show StopperS (Remix) (Feat. Andup, Gganmo, Louie, UglyDuck, TakeOne, Psycoban, Zico, DJ Wegun)\' 수록

자 내 손에 초대장이 하나 있다. 초대장은 \'화나\'라는 의문의 남자에게서 보내진 것. 이벤트의 이름은 [FANAttitude]. 그러고보니 이 \'화나\'라는 사람은 4년 전 [FANAtic]이라는 모임을 개최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분위기가 아주 이상야릇하지만 매혹적이어서 초대된 사람들의 시선을 잔뜩 홀렸고 그 마력은 아직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말을 들었다. 내 손에 쥐어진 이 초대장을 보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절대 그 녀석에게 홀리지 마라!\',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 본디 귀가 좀체 얇은지라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지레 긴장하고 이것저것 만반의 준비를 챙겼다. 그리고 운명의 당일.. 나는 집회가 개최되는 장소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화나는 [FANAttitude]에서 밭이랑에 씨 뿌리듯 산발적으로 배치한 라임을 통해 랩의 운율을 형성한다. 산발적이라기 보다는 이 역시 그의 계산대로 이뤄진 가사이나, 정신없을 정도로 촘촘히 박혀있기에 몇몇 사람들에게는 가사를 텍스트화해서 어느 부분이 라임이 들어갔는지 탐구(?)하는 것 또한 음악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면밀히 듣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에까지 이러한 방법론을 고집함으로써 보여주는 단어배치에 대한 집착은 약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속에서도 곡 안에서 이뤄지는 서사는 더욱 매끄럽게 진행되어 곡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다.

이러한 작사의 기조 아래 화나는 정규 2집의 모든 트랙들을 \'혼자서\' 이끌어나간다. 음반 버전으로는 현재 화나가 속한 벅와일즈(Buckwilds) 크루 멤버들이 참여한 \'Show StopperS (Remix)\'가 있긴 하지만 이 곡은 [FANAttitude]의 전체 흐름에 포함되지 않는 보너스 트랙의 개념이기에 일단 논외로 치도록 하겠다(그래도 이 곡의 사이코반(Psycoban) 벌스는 꼭 들어라!). 단일 아티스트가 하나의 앨범 안에서 랩과 보컬 아티스트 피쳐링도 없이 랩으로 이뤄진 벌스와 훅으로 곡을 진행시켜나간다는 것은 국내 힙합 앨범에서는 보기 드문 케이스인데, 이는 자기의 메세지에 집중시키기 위함과 동시에 자신감의 표출을 위한 장치로 생각한다.

또한 근래 들어서 앨범 커버아트의 상징성 및 중요성 또한 점차 부각되면서 전문 커버 아티스트, 국내의 대표적 예를 들자면 비스메이저(Vismajor) 크루의 로 디가(Row Digga)와 같은 커버 아티스트가 주목을 받는다. 이번 화나의 앨범은 일러스트레이터 장콸(공식 홈페이지 - http://www.koalkoal.com / 블로그 - http://blog.naver.com/jangkoal/)이 음반의 전체적 디자인을 도맡아 함으로써 화나의 곡이 가져다주는 특유의 미묘하고 낯선 이미지와 멋진 융합을 이뤄내었다. 장콸 특유의 기묘한 화풍이 보태져 앨범 자체가 기존에 없었던 팝(Pop)적인 이미지가 추가된 셈인데 앨범 내 트랙들 또한 그렇 방향으로 변화된 듯 하다.

정규 1집 [FANAtic]이 시종일관 멜랑꼴리한 기류를 타고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비일상\'을 구체화했다면 이번 2집 [FANAttitude]는 \'껌\'과 같이 우리가 기대했던 기존의 테이스트를 전해주던 곡도 있지만 \'돈(B.A.M)\'과 \'조화/다름에 대한 인정(Harmony)\'과 같은 흔히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일상\'을 언어화하는데 더 비중을 두었다. 이로인해 1집의 퍼포먼스로 \'화나\'라는 아티스트가 (자의던 타의던) 팬들에게 각인시켰던 유니크한 이미지는 살짝 희석되었지만 많은 이들이 곡들을 조금 더 쉽게 접근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앨범 제목대로 보자면 [FANAtic]은 무미건조한 기계음으로 이뤄진 앱스트랙 힙합(Abstract Hip-hop)풍의 비트 위에 화나 내면의 광(狂)적인, 그의 이명 \'Ugly Goblin\'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FANAttitude]은 생동감 넘치는 밴드사운드를 첨가하면서 그가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이야기한 앨범이라 생각하는게 좋을 것이다.

그렇기에 양질의 결과물이 나왔음에도 팬들은 그간 바라 마지않았던 분위기와 약간 어긋나있는 [FANAttitude]의 테이스트 때문에 실망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한 비밀집단의 의식과도 같은 무언가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주어진 초대장은 화나가 계획했던 소소한 파티의 초대장이었던 것이었으니. 하지만 앨범의 도입부 \'Move Again\'/\'Remove Again\'의 가사에서 이미 자기자신이 \'다시 움직임\'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과거의 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그것들을 \'다시 없애버리\'는 작업을 통한 변화를 암시해왔다. 결국 우리는 \'자기 존재의 광신도(Move Again 中)\'로써 각성한 화나의 이미지를 간과하고 있던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긍정하는 \'태도\'로써 이뤄지는 변화.

뭐 [FANAttitude]의 이미지는 내게 이렇게 자리잡게 되었다.


원글 - http://blog.naver.com/okonechu/150175927185
작성후기 - http://blog.naver.com/okonechu/memo/150175927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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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3-09-16 23:58:13

와잘읽었습니다

2013-09-17 02:21:20

풍족한 리뷰 항상 감사해요

2013-09-18 02:45:33

가사에 따라 비트에 따라 감정에따라 톤의 높고 낮이가 정말 자연스러운 MC! 처음 듣기에는 어?! 뭐지?.. 싶다가도 들으면 들을수록 라임과플로우의 조화로움은 보통수준의이상 인것같습니다

2013-09-19 16:07:17

항상잘읽고있어여

 
24-03-22
 
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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