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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리뷰)무키무키만만수-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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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3 16:14:59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회자가 되는 작품들이 있다. 완성도 높은 명작, 혹은 너무나도 못 만든 괴작. 그런 경우들을 제외한다면 아마도, 똘기가 가득한 재미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무키무키만만수라는 이름을 가진 이 팀은, 2012년에 발매한 단 한 장의 음반만으로도 10년이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음악 팬들에게 회자가 되고 있다.


무키와 만수라는 독특한 예명, 장구를 드럼처럼 개조한 구장구장이라는 악기, 그리고 똘기 다분하고 난해한 음악으로 그들의 음악은 그저 유머 코드로 받아들여졌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재평가를 거듭하고 있는 요즘이고, 나 또한 최근 이들의 음악을 다시 듣고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첫 트랙 ‘안드로메다’는 이 앨범에서 가장 개그 요소가 다분한 곡처럼 느껴진다. ‘무당벌레, 장구벌레, 풍뎅이벌레’라며 벌레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다가, 후반에는 ‘벌레’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괴성을 지르는듯한 구성은 굉장히 난해하다. 하지만, 벌레를 부르는 울부짖음 속에서도 자신을 대신해서 벌레를 잡아줄 수 있는 누군가, 바로 ‘아버지’를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벌레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그저 무서워하기만 하는 화자와, 벌레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으며 대신 잡아줄 수 있는 아버지의 존재는 엄연히 다르지만, 두려움 속에 떨고 있는 화자의 외침 속에서 존재의 구분은 조금은 불명확하게 들린다. 앨범 속에서 이런 불명확한 구분은 ‘식물원’, ‘너의 선물’에서 동시에 서로 다른 말을 뱉어내는 무키와 만수의 모습에서도 느껴진다.


앞서 말한 트랙들에서 존재를 구분하는 것이 명확하지가 않았다면, 이어지는 ‘7번 유형’에서는 정의 내려지는 것을 거부하는 모습이 강하게 드러난다. 심리테스트 속 하나의 문항으로 정의되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하며, ‘나의 문제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라 분명하게 외친다.


나를 조종하는 누군가와 조종당하는 화자로 구분되는 ‘남산타워’, 다른 무엇도 아닌 ‘빠리’의 택시 운전사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등의 트랙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이러한 메시지가 가장 잘 드러나는 트랙은 ‘방화범’, 그리고 ‘투쟁과 다이어트’이다.


‘나는 숭례문 안이 아니라, 숭례문 밖에서 사는 사람’이라 말하며 공간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짖는 모습, 그러면서도 ‘불을 던진 할아버지가 부럽다고 고백’하는 모습은 가능하면 수도권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모습, 그리고 택지개발에 따른 토지 보상액에 불만을 가지고 방화를 저지르는 행위에 대한 부러움(불만의 표출이 범죄였다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불만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속에서 보면 부럽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드러낸다.

이와 비슷하게 ‘투쟁과 다이어트’에서는 배불리 먹고 고급스러운 상점에 들어가는 이들을 ‘그들’이라 지칭하며, 그렇지 못 하고 운동(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중의적인 의미)만 열심히 하면서도 ‘왜 내가 이러고 있나’하며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는 모습에 공감을 하는 이들이 여럿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나 어머니와 아버지를 찾는 모습은, 제대로 하는 것 없이 부모 탓만 하는 일부 철 없는 젊은이들을 꼬집는 듯 보이기도 했다.


10년 가까이 지난 이 앨범이 아직까지도 회자될 수 있는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판소리나 마당극과도 비슷한 해학이라 생각한다.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화자의 고통과 슬픔이 은연중에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접할 때 처음에는 웃으면서 다가왔지만, 다 듣고 난 뒤에는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었다. 이제는 벌레를 외치는 그녀들의 똘기 가득한 모습을 봐도, 전혀 우습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혹시나 가능하다면은, 1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는 새로운 앨범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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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9-13 18:27:05

이 분들 ebs 라이브 영상 유머자료로 많이 돌아댕겻죠 ㅋㅋㅋ

WR
2021-09-15 23:33:25

왜 그게 유머인지 이해 불가..
특히나 방화범 무대에서 구장구장을 부수고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그거 웃으며 받는 관객들 진짜 이해가 안되더군요

2021-09-13 19:08:30

안드로메다였나 그 곡 듣고 컬쳐쇼크 받았던

WR
2021-09-15 23:33:39

뮤비도 충격적이죠

WR
2021-09-13 20:58:31

오타났는데 모바일로 수정이 어렵네요 아놔 귀찮

Updated at 2021-09-14 01:07:51

음악듣고 표정 찡그려졌던 앨범은 이거랑 야야 앨범 딱 두개
음악과 소음의 경계 딱 중간에서 무언가를 말하고싶어하지만 저에게 몇몇곡은 소음쪽에 더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WR
Updated at 2021-09-15 23:32:39

말씀하신 야야도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아합니다..
잔혹영화 앨범이 좀 더 취향이었던

2021-09-16 22:32:26

곡예 몇곡만들어봤는데
그게 다른정규인가보네요 취향이시라니 믿고 한번 들어볼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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