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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이크

위로좀 해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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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11-24 00:00:45

예 뭐 방금 수능 망치고 온 하가리입니다..

지금부터 하는말은 자랑이 아닙니다 어짜피 떨어졌지만요

 

사실 뭐 수능 잘치면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고려대와 한의대는 최저만 맞추면

수월했었고 그 정도 등급을 맞췄다는건 육사도 예비받아 갈 수 있는데다가 성균관도(원래는 수능반영을 안하지만 수능을 본다고 하길래)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국외대를 수능전에 최초합 했었는데 그거 때문에 마음이 놓였는지 공부가 좀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수능을 좀 많이 못쳤습니다. 그리고 방금 서울대 1차를 떨어지고 왔습니다. 불행이 겹치니 아무리 도망갈 데가 생겼다고 해도 마음이 심란해지더라고요

 

사실 대학을 잘가려고 했던 것은 취업을 위해서도 아니고 당연히 학문을 더 탐구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었습니다. 단지 저에게 대학은 제가 래퍼가 되고싶다는 말을 엄마에게 꺼냈을 때 제가 하고싶은걸 할 수 있는지 증명하라는 약속이었을 뿐입니다. 

 

매번 공부를 할때마다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내가 래퍼를 하는데 공부를 하는게 진짜 필요한가 이런 생각들이 계속 공부를 하는데 방해가 되었고 그건 결과로 나타나더라고요 거기다가 고삼때 후배한테 하극상을 당해서 기말 2주전에 상악골 골절되고 그로 인해서 연쇄적인 일들이 계속 일어남에 따라 핑계가 되어준 것 같습니다.

 

막판에 겁이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이대로 내 대입이 망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비교대상이 되었던 수많은 잘난애들과 그들의 부모가 병신새끼 그럴줄 알았네 어쩌네 하는 말들과 나대다가 꼴좋다 열심히 하더니 그거밖에 못했냐 선생님들이 후배들한테 저를 예로 들면서 반면교사가 되는 것과 무엇보다도 엄마가 괜찮다며 지을 쓴웃음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근데 수능을 망치고 집에 돌아와 서울대 1차를 떨어진 것을 보고 엄마는 저에게 비꼬듯 시험을 왜그렇게 못쳤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할 말 없어서 고개 숙였습니다. (할 말이 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못치고 싶어서 못친 것도 아니고 이유가 꼭 있어서 못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말하는건 수능까지 망치고 온 저로서는 일말의 양심마저 버린 발언일 수 밖에요) 그리고 지금은 동생을 혼내면서 저를 반면교사로 들고 있습니다.

 

버틸 수 없습니다. 아는 사람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도 않고 엄마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에 모든 문을 닫고 침대위에 이불에 갇혀있고 싶습니다. 물론 지금 그러한 자세로 노트북 하고 있는데 저를 모르는 사람들한테 위로받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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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WR
2017-11-23 23:58:20

너무 기네요 위로해주기 싫어서 다 그냥 가겠다

2017-11-24 00:06:53

힘내세요.

2017-11-24 00:09:02

힘내세요....
그래도 평소실력은 sky갈 성적이엇다는건데
저 같은 서울권 턱걸이 학교 졸업자에게는
매우 부러운 성적이네요 ㄷㄷ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노력햇는데
그걸 몰라준 가족때문에 참 속상하시군요
안그래도 기대한 결과가 안나온 본인이 가장 우울할텐데요

WR
2017-11-24 00:35:54

갈 성적 된다고 갈 수 있는건 아니었네요ㅠ 감사합니다 위로해주셔서ㅎㅎ 

Updated at 2017-11-24 00:11:24

1. 할만큼 했어요. 이렇게 생각하는거 자체가 자랑스러운 아들이에요. 부모님앞에서 작아지지 마세요. 인생에 큰 시련중 한개를 스스로 넘은 날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지 그걸위해 달려온만큼 축하받을 만해요.

2. 스스로 자책하지마세요. 좋은 수능점수와 좋은 대학 님의 인생을 결정지어주지 않아요. 그리고 아직 젊어요.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대학은 새로운 출발일 뿐이에요.

3. 님의 공부의 목표가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라 했는데, 그게 다라면 이미 충분히 성공했어요. 그리고 어리다는 형용사 하나로
이미 가능성이 있습니다.

WR
2017-11-24 00:34:50

농담이 아니고 눈물 흘렸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큰 위로가 되었어요 

2017-11-24 00:17:49

 헐 일단 오늘 수능보느냐고 수고하셨네요...글 읽어보니까 많은 일이있으셨던거같아요!ㅠㅠ 많이 힘드셨겠어요!...

글보니까 근데 음악하시려고 고려대/서울대 약속지키실정도로 공부하셨으면 진짜 음악에 열중하시면 높은곳까지 올라가실듯해요..!!

!너무 걱정마세요..!

너무 힘들겠지만 기운내시고...!!!

 


WR
2017-11-24 00:35:17

감사해요 힘이되요!

WR
1
2017-11-24 15:21:06

ㅋㅋㅋㅋㅋㅋㅋㅋㅋ팬이에요 감사합니다!

3
2017-11-24 07:17:02

하룻밤이 지났는데 좀 나아지셨나요?
저는 고3 담임인데요.
원래 상위권 학생들에게 수능 망치는 데미지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부모나 선생님들의 기대감이 크다보니 그 압박에 알게 모르게 눌려있으셨을 겁니다.
근데 대학 졸업후 인생을 보면 늘 대학레벨대로 되는 건 아니라는 거를 경험했습니다.
고대 나와도 정수기 팔러 오는 녀석 있고
지방대 나와도 자기꿈 이뤄서 당당하게 사는 녀석 있습니다.
부모님 시대에는 대학레벨이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결국 20세 이후의 삶이 중요하고 남의 시선에 얽매이기 보다는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시길 바랄게요.
힘들때는 힘든대로 좀 울어도 좋습니다!
힘내세요~

WR
1
2017-11-24 15:22:04

감사합니다.. 오늘 저희 담임쌤이랑 반친구들 덕분에 너무 울었네요 고마워서 ㅋㅋㅋㅋ

조언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Updated at 2017-11-24 14:29:25

좋은래퍼가되는것하고 좋은대학에 가는건 어떤연관이있나요? 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ㅎㅎ 그리고 결국본인의 인생입니다. 래퍼가 되는데에 있어서 그누구의 허락도 받을필요없어요. 결국 자기인생은 자기가 주인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하가리군이 어머니때문에 래퍼의 길을 걷지 못하거나 하는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원망만 남을거에요.
좋은 음악 기대할게요. 꼭 멋있는 래퍼 되주세염

Updated at 2017-11-24 16:27:13

앞만보고 달려도 끝이보이는 그런건 우리 부모님 시대였고 지금은 다르다.

사람은 25살에 죽어서 80살에 묻힌다는데.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자

 
24-03-25
 
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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