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잘 모를만한 의학 상식 1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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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6-30 02:01:27

시술 하나가 취소되고 시간이 붕떠서 심심한 관계로..

(근데 해야할 일이 없는건 아닌 아이러니)
(시험 기간 동안 놀지 않는 자만 돌을 던지십시오)
 
1. 백신 얘기
-백신은 치료제가 아니다
가끔 영화나 만화에서 무서운 전염병을 앓던 사람이 백신을 맞고 살아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백신과 치료제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에요. 백신은 오직 예방! 예방용입니다. 예를 들어, 독감 백신은 독감이 아직 안 걸린 사람들이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맞는거지, 만약 독감에 걸렸다면 그 사람은 어찌 보면 (기침나고 열나고 해서 힘들었겠지만) 백신 값 아낀 셈입니다. 다 낫고 나면 진퉁 바이러스로 면역력이 생겼을테니까요.
 
-모든 균에 대한 백신을 만들 수는 없다
백신의 기본 원리는, A라는 균이 있을 때 이 A를 아주 약화시키거나 시체로 만들어서 몸에 넣으면, 우리 몸 면역계가 손쉽게 퇴치하는 동시에 A에 대한 정보도 얻고 면역도 얻고, 그러면 다음에 A가 진짜 들어와도 더 쉽게 퇴치할 것이다 라는 것입니다. 근데 균 중에 어떤 거는 종류가 수백여가지 넘게 다양한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저 혼자서 모양이 막 변하는 애들도 있죠. 전자의 대표적인 것이 감기로, 감기는 100여가지 중 하나가 걸려서 일어나는 건데 이 모든 타입에 대한 백신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감기 때문에 백신 만들어봤자 감기는 그냥 걸리고 말지~ 하면서 안 맞을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수지가 안 맞는다고...). 후자의 대표적인 것은 HIV 바이러스 (에이즈)와 C형 간염 바이러스로, 지 혼자 막 변해서 백신 기껏 만들어서 넣어줘도 나중에 다르게 생긴 변종이 들어오면 끝입니다.
 
-백신을 맞는다고 병이 100% 예방될 수는 없다. 예방 확률을 올릴 뿐.
 위에서 말한대로 종류가 다양하거나 변종이 생기는 균이 꽤 있습니다. 특히 바이러스가 그런 애들이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독감입니다. 독감도 원래는 변종이 많아 백신 만들기 어려운데, 그래도 예방하는 것이 꽤 쏠쏠한 이득을 남겨서 하게 되었습니다. 독감 백신은 알려진 100여 종 중 '왠지 올해 유행할 것 같은 것' 4가지를 골라서 백신을 만들어서 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4개가 맞으면 OK인데 안 맞으면 말짱 꽝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2009년 유행했던 신종 플루... 그외에도 자궁경부암 백신도 HPV라는 바이러스 100여가지 중 가장 흔한 4가지를 골라서 넣은 거고, 폐렴구균 백신도 가장 흔한 13가지 골라서 넣은 거고... 그런 식입니다.
또 하나,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안 생기는 체질도 더러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같은 백신을 두세번씩 맞기도 하고... 그냥 조심조심 살아야하는 경우도 꽤 있어요.
그래도 확실히 안 맞는거보다 맞는게 예방에 훨씬 도움이 되니까 맞는 것일뿐..
 
 2. 건강식품은 약이 아니다
병에 걸리면 늘 의사에게 'AA가 어디에 좋다는데 같이 먹으면 도움이 될까요?'라고 하곤 합니다. 실은 건강식품 역시 예방에 더 가깝습니다. 치료적 효과가 있는 애들은 이미 약으로 정제해서 병원에서 팔고 있습니다. 그게 치료적인 역할이면 건강한 사람들이 다니는 백화점에서 팔리가 없죠.
건강식품 얘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홍보 전단에는 여러 과학적 근거가 같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근거들 중 거짓말은 많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진실을 넘어서 한 단계 위의 진실 여부를 가려내야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AA는 모 박사가 낸 논문에서 효과가 있다라고 인정을 받았다! 라고 되어있는데, 그 논문을 찾아보면 십년 전에 몇십 명 데려다놓고 AA 주면서 보니까 안 줬던 사람보다 한 5% 더 효과가 있었던 경우도 있고, 그 후 다른 논문이나 학회에서 반대의 결과를 내놓거나 반박한 경우도 있습니다. 막 세포 어디어디에 작용하고 어느 물질이 세포 어디에 쓰이고 그런 걸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의외로 세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랑 몸 전체랑 따로따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마치, '숲에는 나뭇잎이 많다'라는 말을 듣고 나뭇잎을 심어서 숲을 일구려는 것과 비슷합니다 - 핵심을 알아야되는데 아무거나 골라잡아서 파는 경우가 많아요...
 
3. 한의학과 양의학을 병행하는 것은 강력 비추천
 한의학은 양의학과 완전히 다른 이론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 얘기하는 걸 양의학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두 곳을 다 다닌다면 환자는 같은 병에 대해 완전 쌩판 다른 얘기를 접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병이 나아가는 정도에 대해서도 서로 해석이 다르죠. 그래서 뭘 하든 딱 한 곳만 골라서 다니기를 권유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약입니다. 한약이랑 병원에서 받은 약이랑 같이 먹으면, 둘이 뭔가 상호작용이 있고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뻥뻥 터지기 마련입니다. 근데 한의학에서는 양약을 모르고 양의학에서는 한약을 몰라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피해 보는 건 환자 뿐이에요.
 
4. 진정한 의미의 완치 가능한 병은 10%도 안 된다.
가끔 건강 예능 같은데서 감기약은 감기를 치료하는 약이다 아니다 뭐 그렇게 나오고 정답은 X고... 이런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개념의 약이 사실 현대 의학에서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의 경우, 혈압을 낮추는 약을 쓰게 되는데, 이게 진짜 완치를 시킨다면 결국 약을 끊어야 완치일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약을 끊으면 다시 혈압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개중에 약을 끊어도 혈압이 괜찮아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나이 들면서 피 뿜는 힘이 약해져서 돌아온거지 약을 잘 써서 그런게 아니에요. 약 쓰는 병 중 진정으로 약의 효과만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은 박테리아에 의한 전염병 뿐, 나머지는 우리 몸이 알아서 회복하는 와중에 약으로 더 악화되는 것만 막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 뿐만이 아니라 인공호흡기나 투석 같은 기구들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중환자실에 환자가 들어가기 전에 의사들은 이 환자가 진짜 회복력이 있나 없나를 따집니다. 없다면 뭘 달고 뭘 연결해봤자 환자만 힘들고 몸은 제대로 돌아오질 못합니다.
 
5. 초기 암 증상은 없는 것이 맞다.
암에 대해 배우다보면 '아 얘가 악의가 있는 애는 아니고 그냥 커지고 싶을 뿐이구나'라는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미친듯이 커지다보니 영양분 다 빨아먹고 정상 장기 기능을 방해하고 하면서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거지만요. 초기 암이라는 것의 정의는 다양하겠지만 어느 장기에선가 암세포가 커지기 시작한, 아직 다른 쪽으로 퍼지지 않고 기능 방해도 안 하고 있는 상태를 얘기하는 것이겠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증상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막 간, 췌장 이런 애들이 침묵의 장기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지만 진정한 의미로 침묵이 아닌 장기는 없습니다. 초기 위암을 진단 받으면 환자들이 '아 어쩐지 최근 가스가 차고 소화가 안 되었다' 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잘 보면 평소에 간간히 있어왔던 소화불량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냥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초기 암 진단은 증상으로 잡기보다는 건강검진에서 잡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자궁내막암은 초기부터 자궁출혈이 있는 등 소수의 경우 제외).
 
6. 건강검진은 모든 병을 잡을 수 없다
건강검진 얘기가 나왔으니 연이어서. 환자들이 병을 진단받으면 "몇달 전 건강검진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 라고 합니다. 이 말은 두 가지로 반박을 할 수 있는데, 첫째는 몇달 사이에 충분히 걸릴 수 있는 병이 많다는 것이고, 두번째가 '건강검진이 모든 병을 잡는 검사는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일반 건강검진은 피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 내시경 정도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초기 췌장암을 잡을 수 있는 검사는 오로지 복부 CT 또는 초음파이고,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는 뇌동맥류는 뇌CT 또는 MRI 뿐입니다. 또 각종 희귀병의 경우 피검사나 소변검사에서 아주 특정한 물질을 검사해야 측정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건 건강검진에서 하기는 커녕 지방 병원에서도 아예 검사용 시약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엑스레이는 폐 검사는 하니까 폐암은 잡히겠다 싶지만, 또 초기 폐암, 즉 작은 덩어리는 엑스레이에서 안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이건 큰 문제입니다. 복부 검사 없이는 췌장암 담도암 등등을 잡을 수 없다면 췌장/담도암을 초기에 잡을 수 있는 확률은 어떻게 되는거냐 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맨날 CT만 찍으라고 하기도 참 애매하고... 정부에서는 아예 수지가 안 맞는다고 놓고 있고.. (췌장암은 흔치 않은데 모두에게 CT 값을 지불할만한 예산은 없겠죠) 이런 상황을 위해 '종양표지자'라고 각종 암을 볼 수 있는 간단한 피검사가 개발되어있긴 합니다만 이 검사도 암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고, 모든 암에 대해 개발되어있는 것도 아니라 문제입니다 (대표적으로 종양표지자가 개발되어있는 암은 간암, 췌장암, 전립선암, 난소암, 위암 이 정도입니다).
 
7. 식물인간 얘기
한때 김성모 만화 중에 의사가 식물인간이라고 했는데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눈을 뜨고 있어서 놀림을 받은 짤방이 돌아다닌 적 있는데, 식물인간이 반드시 눈을 감고 그런 건 아닙니다. 식물인간의 정의는 "대뇌 기능의 손상으로 주변 상황을 인지 못하는 경우"인데, 의식이 있다는 것은 인지와 각성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인지는 주변에 무슨 일이 있구나 하고 아는 것이고, 각성은 말 그대로 그냥 눈을 뜨고 반사를 하는 정도인 거죠. 다시 말해, 인지가 없어도 각성은 해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눈을 뜨고 멍하니 바라보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각종 반사도 보이고 통증을 주면 찡그리거나 몸을 뒤척이는 등의 기본적 반응까진 보이기 때문에 뭔가 얼핏 보면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꽤 흔해요 이런 경우도.
 

8. 인터넷 의학 정보 얘기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의학 정보, 특히 좀 믿을만한 곳 (네이버라든지 신문 기사라든지)에서 준 것 같으면 사실 생각보다 정확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보는데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통'을 네이버 의학 정보에 검색해보면 "편두통, 긴장성두통, 군발두통, 측두동맥염, 근막동통증후군, 약물과용 두통, 뇌종양, 뇌출혈, 뇌압상승, 뇌염, 뇌수막염 등에 의한 두통" 이렇게 나옵니다. 두통이 갑자기 심해진 사람은 이걸 보고 이 모든 병의 가능성이 있는건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편두통은 한쪽으로만 나타나야되고, 군발 두통은 일정한 시간 (몇주~몇달)을 두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한쪽 눈이 처지고 콧물이나 눈물이 동반된다는 점, 뇌종양은 머리를 움직이면 더 심해지고 전체적으로 아프다기보단 더 심하게 아픈쪽이 있으며 마비 등의 신경적 마비가 동반되고 며칠~몇주 정도의 기간을 두고 서서히 심해진다는 점 등등으로 쉽게 구분이 가능합니다. 근데 이런 걸 다 써놓기엔 인터넷엔 여백이 부족하죠. 새로운 증상이 생겼을 때 막 의식이 떨어지는 정도의, 119를 당장 불러야할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면 며칠 두고 보세요. 웬만하면 그냥 사라집니다.

9. 암은 생각보다 빨리 자라진 않는다.
버킷 림프종이라고 하루 사이에 쭉쭉 커지는 그런 희귀한 암도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 암은 아주 서서히 자랍니다. 어떻게 보면 이때문에 초기에 잡지 못하는 거기도 하고요. 보통 우연하게 X-ray나 CT에서 뭔가 발견되면, "3개월 후에 다시 찍어서 커졌는지 봅시다"라고 얘기를 하곤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은 '3개월 동안 치료를 안 하고 손 놓겠다는 건가 그 사이 죽으면 어쩌지'라고 생각을 하죠. 이것이 가능한 이유가, 대부분의 암은 2-3개월 사이에 크게 뭐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말 재수 나쁘면 그 사이에 갑자기 전이가 되어서 확 말기로 갑니다..ㅠㅠ 문제는 그럴 사람과 안 그럴 사람을 나눌 수가 없고, 그렇다고 보이는 것마다 족족 잘라내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때 건강에 받는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죠..
 
9. CT와 MRI, 초음파
뭔가 말을 듣다보면 CT보다 MRI가 더 좋은 검사 같고, 초음파가 더 좋은 검사 같고 그럽니다. 그러나 사실 세 가지는 역할이 확실하게 구분되어있어서, 어떤 병엔 이 검사를 하고 어떤 병엔 이 검사를 하고 가 나누어져있습니다. 또 장기로도 나누어져있죠. 예를 들어 뇌는 CT 찍어서 알 수 있는 건 피가 났나 와 빈 공간이 있나 이 두 가지 뿐이고, 정말 모든 걸 잘 알려면 MRI를 찍어야합니다. 그런데 폐는 MRI 찍으면 아무것도 안 나오고, CT를 찍어야 알 수 있죠. 사실 특정 장기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MRI가 CT보다 더 자세하게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MRI는 CT보다 더 비싸고 보험 기준도 까다롭습니다. 가끔 의사들이 CT 찍겠다 라고 하면 MRI를 찍어서 더 자세히 보면 안 되냐 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괜히 돈 날리는 거 막아주는 거니까 그냥 잘 따라가만 주세요.
 
10. 결국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이 말은 몇 가지의 다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펀치라인은 아니고.
"증상" 가다가 왠지 모르게 배 어디어디 쪽이 아팠다가 몇 분 지나니 사라지고, 혹은 머리 어느쪽이 아팠다가 하루 지나니 사라지고.. 이런 경험은 많이 해보셨을 겁니다. 이런 '일상적인' 증상들 대부분은 원인을 알 수가 없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원인을 파악하려면 거의 인체 실험에 가까운 검사를 시행해야 알 수 있을텐데, 그 와중에 증상이 없는 상태에선 검사할 수가 없습니다. 입원한 분들이 가끔 이런저런 증상 생겼다가 지나갈 때마다 '이건 왜 그런 거냐'라고 물어볼 때, 모른다고 하긴 좀 그러니 대충대충 둘러대는 경우가 많은데, 이래도 되는 이유는 별 거 아닌 경우가 90%를 넘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이 알고 있는 건 모든 증상의 원인보다는, 원인을 빨리 파악하고 조치를 취해야되는 증상을 한눈에 알아보는 방법입니다. 얘기를 했을 때 심각한 거 아니라는 느낌이 들면 그냥 대충 둘러대고 안심시키고 넘어가는 거죠. 한편 좀 별개의 얘기지만 이런 얘기가 의학 교과서에 나옵니다 "증상에 대한 말이 구체적이고 길 수록 별거 아니다". 즉 '가슴이 아파요'는 검사해봐야되지만 '여기 오른쪽 가슴, 젖꼭지 아래에서 약간 옆쪽으로, 팔을 이렇게 이렇게 할 때마다 아파요' 하면 별 거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원인" 큰 병에 걸린 사람들은 늘 '이건 왜 걸린 겁니까?'라고 묻습니다. 안타깝게도 원인은 알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폐암은 담배 때문에 걸린다고는 하지만,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들도 폐암이 진단되어 치료 받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역으로 술을 마시면 간이 망가지고 간경화가 걸린다고 하지만, 실제 알코올 중독자 중 간경화에 이르는 사람은 20% 밖에 없다는 것도 현실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결국 모든게 복불복입니다. 심지어 유전자를 타고 나도 아무 일 없이 잘 살다가 가는 분들도 있죠. 원인에 대한 연구는 늘 이루어지지만 그렇게 해서 뭐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자기에게 해당될지 안 될지는 신만이 아는 일입니다.
 
그래서 의학은 너무나도 많은 불확실성으로 차있습니다. 예를 들어, 뇌에 대해선 너무나 많은 것이 미스터리입니다. 실제로 알려면 살아있는 사람 뇌를 까서 연구해야 되거든요... 다른 장기는 그나마 동물 실험으로 되는데 인간의 뇌는 동물로 대체할 수가 없어서... 다른 예로, 전자파는 정말 불임의 원인일까요? 불임이 된 사람이 전자파 때문에 그랬다! 라고 얘기하면, 그 사람은 전자파가 없었다면 정말 불임이 안 되었을까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추측이 난무할 뿐입니다. 거의 모든 진료는 이 불확실성 속에서, 그나마 가장 안전하고 확실해보이는 길을 따라가도록 설계되어있고, 그래서 좋은 의도로 한 것이 나쁜 결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반대로 별 생각 없었는데 좋은 결과가 되기도;).
마지막 얘기는 좀 푸념입니다. 많이들 환자가 의사에 비해 지식이 없으므로 약자이다...라고 하지만 의사들은 누구에게 이해시키가 어려워서 억울한 경우가 많습니다ㅎㅎ 하지만... 굳이 이해시켜야 하는 건 아니겠죠. 그냥 그 업보를 지고 살아가는 거지.
 

보너스. 치대는 의대가 아니에요. 치과의사랑 의사랑은 별개의 직업이에요. 치과의사는 몸 모르고 의사는 이빨 몰라요... 의대생들에게 "넌 나중에 뭐할거야? 치과는 어때?"라고 묻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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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6-29 12:26:31

의사들은 안서면 직접 처방하나요

2017-06-29 13:44:58

.......?ㅋㅋㅋㅋㅋㅋㅋㅋㅋ

WR
2017-06-29 14:16:54

처방할 수도 있을거 같은데요?ㅋㅋ

2017-06-29 12:32:47

와 잡지식이라 생각하며 봤는데 글이 엄청 정갈하게 정리되어있어서 읽기 편하네요. 잡지식 득하고 갑니다

2017-06-29 13:49:35

혹시 하나만 여쭤봐도 되나요...?ㅋㅋ

WR
2017-06-29 14:17:06

물어보십시오ㅋㅋ

2017-06-29 15:31:40

사실 위에서도 말씀하셨듯이 유전같은거도 다 복불복에 가깝다고 하셨긴 하지만 그래도 궁금한게 사람이라...ㅋㅋㅋ 필라델피아 백혈병? 이게 유전자 기형으로 발병한다고 알고있는데(맞겠죠..?) 아예 유전자 자체가 기형이면 직계자손에게 유전될 가능성이 높은건가요?? 그리고 백혈병도 치료받아서 경과가 좋으면 남들처럼은 살 수 있는건지ㅎㅎㅎ
생각해보니 댄스디님이 무슨과인지도 모르면서 물어보네요ㅋㅋㅋ

WR
Updated at 2017-06-29 16:09:57

저는 참고로 순환기내과입니다ㅎㅎ 하지만 순환기 하기 전에 일반내과 3년했기 때문에 대개의 의학적인 것은 답변드릴 수 있어요.

필라데피아 백혈병 (정확히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필라델피아는 이상이 생긴 염색체를 '필라델피아 염색체'라 부를 뿐 병명은 아니에요)은 말씀하신 대로 염색체의 이상으로 인해 생깁니다. 9번이랑 22번이랑 붙어가지고 생기죠.

근데 직계자손에게 유전이 되려면 정자나 난자를 이루는 세포에서 이상이 생겨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를 구성하는 세포가 될테니까요. 하지만 백혈병은 그게 아니라 이미 태어난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에서 생기죠. 그래서 유전이 되지 않습니다. 비유하자면, 태어나자마자 있는 점은 자손에게 유전될 수 있겠지만 이후 문신을 했다고 문신이 유전되지 않는 것처럼요.

그러나 의학 전반적으로 병의 발병에 있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게 많다보니, 가까운 친척이 어떤 큰 병에 걸린 사람이 있다...라고 하면 일반인보다는 발병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뭔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그게 유전되는 것일 확률도 있지 않겠냐.. 하는 추측입니다. - 즉 복불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백혈병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나누는데 (급성/만성 + 골수성/림프구성, 이렇게 2X2) 이중 여기서 얘기한 만성 골수성은 가장 치료가 잘 되는 병입니다. 그래서 진단되도 의사들은 그렇게 크게 걱정 안하고, 사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나머지 백혈병들은 아직 힘든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백혈병의 완치를 위해 골수 이식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골수 이식을 한 사람은 추후 면역억제제를 먹기 때문에 면역이 약해지고, 그게 아니라면 거부 반응으로 고생하고... 해서- '남들처럼' 사는 것에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고생하면서 사는 건 맞습니다.

2017-06-29 17:58:08

와...디테일한 설명 감사합니다

2017-06-29 15:51:22

개원하셨나요?

개원의들은 보통 진료 하루에 얼마나 봐야하나요??

수가 원가보전율이 100%도 안된다던데 엄청나게 병원을 굴려야 하는건가요?

WR
2017-06-29 16:09:20

저는 아직 종합병원에서 수련 중이에요~

개원 사정은 잘 모르네요ㅠ 근데 요즘은 진짜 레드 오션이라서 개빡세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2017-06-29 16:24:08

아하 그렇군요.

도의적으로 따지지 않고 법적으로 봤을 때

비급여 항목만 진료하는건 문제되는 일인가요?

WR
2017-06-29 18:54:59

아니요 법적으론 가능할 겁니다

근데 비급여보다 급여가 훨씬 많아서 비급여만 하긴 좀 어려울거 같은데..

2017-06-29 19:02:23

아 그럼 비급여만 따로 받는건 진료거부에는 해당하지 않는건가요?
강남 라식 전문 병원들에서는 어떻게 라식만 하면서 운영하지 했네요ㅋㅋㅋ

2017-06-29 18:05:09

재밌게 잘 읽고가요!!
WR
2017-06-29 18:55:21

전기 충격은 심장 멈췄을 때 주는거 아니다

이걸 까먹었네요 11선 만들긴 좀 그러니까 리플로

Updated at 2017-06-29 23:56:37

Dance D님 닉네임만 보고 공연 연출 관련 분야에서 일하시는 줄 알았는데 척척라잌닥터셨군요. 낭만닥터 딤사부님...

LE 자막 뮤비 번역이 생계 활동 중 하나가 아니라 취미로 하시는 것이 였나요...

WR
2017-06-30 01:11:49

LE 자막 뮤비는 돈 벌리는 일이 아닙니다ㅠ

2017-06-30 01:17:57

LE는 회원들의 열정을 착취하는 무서운 곳이였군요... 힙플만세!

2017-06-30 02:12:18

가.. 갓 CV 쌤..

 
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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