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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이크

에넥도트로 보는 히스토리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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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1 11:57:02

글을 쓰기 앞서 몇가지 Fact를 정할 것이다

Fact1
힙합은 장르가 아닌 문화이며

Fact2
문화란 것은 개인이나 집단이 변화시켜온 물질적, 정신적 과정의 산물이다(사전적 정의)

Fact3
곧 힙합은 개인이나 집단이 변화시켜온(시간적 흐름에 따라) 과정의 산물이란 것


1. 힙합은 문화이다.
힙합은 장르이기 이전에 문화로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걸 인정하고 있었고 문화를 대변할 만한 언어들을 사용했다.

필자가 생각하기 가장 대표적인 단어는 '힙합씬'이다.

MC들의 가사나, 지금 돌아가는 한국힙합의 현황을 얘기할 때 저 단어는 꼭 들어간다.
다른 음악장르 알앤비, 재즈, 발라드에서는 '씬'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장르의 역할이 더 크기 때문이다. 힙합 역시 음악안에 종속되어 있지만 문화이기 때문에
종속되어있으면서 비슷한 위치에 존재하게 된다.


2. 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MC들이다.
힙합이 문화란 것을 인정한다면 MC는 단순히 뮤지션의 역할을 뛰어넘어
문화를 이끌어가야 할 사명감을 가져야한다.

리스너들은 무의식적으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것을 '애티튜드'라고 한다.

타 장르의 뮤지션들을 판단할 때 가창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애티튜드란 것은
윤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연예인에 가깝다)

하지만 힙합씬에서 MC들에게 이 애티튜드는 매우 가혹하게 작용한다.

힙합을 생각하는 방식, 성실함(허슬), 쇼앤프로브 등 단순히 곡만 좋다고해서
인정 받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애티튜드야 말로 이 문화를 대표하거나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3. MC들은 히스토리를 가져야한다
사실 이 글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바이다.
이번 에넥도트의 예약판매 사태를 보면서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객관적 사실로만 보면 이센스가 약 11년 동안 힙합씬에서 활동하면서 낸 곡을 보면

1) 뉴블러드랩퍼(믹스테입)
2) 블랭키먼 언노우벌스(믹스테입)
3) 슈프림팀

도끼나 에픽하이, 스윙스, 다이나믹듀오 등 허슬러들에 비하면 정규하나 없는 MC이다
하지만 우리가 에넥토트에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그간 작업물의 퀄리티가 높아서만은 아니다

이센스가 힙합을 대하는 애티튜드를 우리는 수년간 봐왔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는 테이크원의 녹색이념, 블랙넛 정규가 있고 반대의 예로는 어글리덕이 있겠다.

테이크원의 키셒 디스와 컨트롤 때 보여줬던 애티튜트는 녹색이념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블랙넛은 우리 모두 느낄만한 열등감을 가장 적나라한 예술로 표출한다.
그리고 소울커넥션→김콤비→MC기형아→블랙넛 과정을 거치면서 그를 만들어온 시간에 열광한다.

반대로 어글리덕은 특이한 플로우와 박자감각으로 인정 받았으나(물론 지금도)
컨트롤 때 테이크원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가 썼던 가사와 태도는
일치함과 거리가 멀다

때문에 많은 리스너들이 어글리덕에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이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4. 히스토리는 애티튜드에서 시작되며 이것이 문화를 이끌어간다.
필자가 쇼미더머니를 가장 싫어하는 것은 거대자본으로 이 애티튜드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린 서출구의 태도를 보면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마이크를 잡기 위해 달려드는 꼴사나운
모습에 화를 내는 것이다.

문화를 이끌어가야 할, 자신이 열광하는 MC의 애티튜드가 몰락하는 순간을 보았기 때문이다.

요컨데
힙합을 하나의 장르를 뛰어넘는 문화이다.
이 문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MC이다
MC는 각자의 히스토리를 가져야한다.
히스토리는 MC의 애티튜드에서 시작된다.


단순히 곡의 퀄리티만으로 그 MC의 모든면을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무의미한 짓이다.
곡이 구리면 다음 앨범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MC들이 어떤 태도를 가지고 히스토리를 쌓아가며 증명하는지 지켜보면 되는 것이다.

한국힙합 리스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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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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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1 16:33:11

공감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이센스는 에티튜드와 랩실력 이외에도 메세지 전달력이라는 가장 큰 무기가 있죠. 한 곡에 두 세개 정도의 서사를 풀어내고 또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잘 흘러가면서 결국에는 일상적인 경험과 느낌으로부터 삶에 대한 생각, 말씀해주신 애티튜드로까지 이끌어내는 모습.. 그리고 비행이나 Back in time 등 최근 공개한 대부분의 곡에서 묻어나오는 감정은, 힙합에 대한 문화적인 이해 없이도 누구나 느낄 수 있을만큼 매끄럽게 전달되는걸 볼 수 있죠. 보편적인 생각과 감정이지만 그걸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정말 엄청나다고 생각이 들어요..

2015-08-12 01:48:38

좋은 글인데 과도하게 무거운 어조로 글이 쓰여진게 조금 아쉽네요

2015-08-12 12:13:55

글잘쓰시네요 잘읽었습니다

2015-08-13 00:25:03

간만에 별 이견없을 만한 양질으 글

2015-08-15 01:24:57

ㅈ되네여

2015-08-16 22:32:44

평소에 \'노래만 좋으면 됬지\'라는 제 생각을 완전히 변화시켜준 글이네요.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글 자주 내비춰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5-08-21 07:49:17

곱씹으면서 읽어보니 정말공감되네요

2015-10-15 13:34:49

자신만의 철학

2016-01-18 12:12:26

힙합문화가 랩뿐만아니라 비보잉이나 그래피티 디제잉 이런게 모두 어우려지면 좋으련만

2016-02-05 15:01:56

다른 음악 장르도 씬이라는 단어 사용하는데요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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