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잼이 욕 먹는 건 이번 싱글이 구려서가 아님
구린 건 사실 문제가 아님.
누구나 기복이란 건 있는 거고 언터쳐블에 가까운 외힙의 나스나 에미넴도
구리다거나 퇴물이란 소리 한창 들으면서 존.나게 까인 적 있음.
매번 인생 벌스를 갱신하던 빈지노마저 주춤하고 있는 마당에
시작부터 끝까지 개쩌는 것만 내놓는 랩퍼, 아니 뮤지션이 어딨겠음.
자기 작업물 없는 셔니슬로우나 기 모아두면서 피쳐링에서만 짠 하고 보여주니까
한번도 구리다는 인상을 준 적이 없는 정도겠지.
근데 씨잼의 이번 신곡은 너무나도 구릴 뿐더러
너무나도 무성의 한 걸 자기의 공식 디스코그래피에 아무렇지도 않게 추가했다는 거지.
지 꼴리는 대로 하겠다는데 이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는데
적어도 자기가 '예술가'라는 자각이 있으면 그러면 안됨.
세상에 내놓을 거면 적어도 자기가 이 정도면 만족한다 싶을 정도로
확실히 다듬고 숙성 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기본 자세임.
뭔 꼰대 같은 소리냐고?
좀 불만족스러워도 부지런하는 게 히빱에서 허쓸의 미덕이 아니냐고?
그럼 어떻게 할까.
프리스타일로 주구장창 녹음해서 원데이 원싱글 하면 리얼 허쓸이라 해줄래?
물론 대부분의 아티스트들도 완전히 만족해서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임.
어느 정도의 일말의 불만족은 감수를 하면서 그래도 이젠 내놓을 때다!
하면서 내놓는 경우가 대다수일걸.
하지만 적어도 그 고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동의하지 않음?
[최선]이란 단어가 이럴 때 필요한 거임.
자기가 할 만큼 해 놓고 더 이상 자기 힘으로 뭔가 더 좋게 못 만들겠다 싶을 때 내놓는 게
그게 '예술 작품' 소리 들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물론 셔니슬로나 어글리덕은 도가 지나치지만.
여기서 구절 하나 되새겨 보자면
외형적 성장이란 거의 거품. 뒤 따를 거센 역풍 아래 추락할 미래는 벌써 다 정해졌군.
열정으로 포장 해 놓은 습작의 배설.
분기 별로 토사물을 공장처럼 뱉어내도 우연히 얻어 걸린 쓸 만한 곡 하나면 되는
웃지 못 할 물량 공세 전략이 지닌 면죄부.>
무언가 가사 일부임.
아마 다들 느끼는 공통적인 게 있을 거라 생각함.
이거면 충분할 것 같기는 한데
여기에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런 저런 공들인 작업 없이
어차피 많이들 들어줄테니까 적당히 포장해서 공장마냥 찍어낼거면
그게 아이돌이랑 뭐가 다른가 싶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거?
요즘은 아이돌들도 자기가 직접 작사하고
대중적이지 않은 걸로도 믹테 내고 그러는데?
자기의 음악색? 이것도 할 말 있음.
여기서부터는 씨잼만의 문제가 아님.
물론 씨잼도 자기는 랩 밖에 몰라서 차차 배워나가고 있다고 했지만
한국에서 랩하는 사람들이면 다들 한번씩은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임.
요즘 랩 좀 한다는 사람들 중에 확고한 자기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
몇이나 됨?
다들 자기 딴엔 자기 할 말을 한다는 것에 뿌듯해 하고 자부심을 가지지만
대다수가 음악적으로 고민하는 게 끽해야 곡 하나의 랩적인 완성에서 그치고 맘.
예전에 스윙스 떴을 때 LIKE 박아 넣고 펀치라인이라고 하는 게 흥한 것도 그렇고
일리네어 뜨니까 자녹게에서도 머니 스웩 부리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도 그렇고
요즘 주헌, 바비 같은 아이돌 발성이 유행하는 것도 그렇고
한번 누가 떴다 싶으면 우루루루 다 따라하는 게 그 반증임.
정체성의 실종.
뭐, 랩만 그런 것도 아니지만.
물론 그 와중에 랩 자체의 퀄리티는 많이 높아졌음.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양적으로도 많아져서 솔직히 요즘 랩 잘하는 사람들은 차고 넘침.
외힙 따라가려면 100년은 멀었네 어쩌네 하는데 그건 진짜 톱클래스 얘기고
일반적으로 들었을 때 오 랩 좀 하는구나 하는 사람들은 사방에 드글거림.
근데 딱 듣고 얘는 누구다! 하고 확 꽂히는 개성파가 얼마나 있음?
VJ가 정립한 스탠다드 스타일 기반으로 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타입의 랩퍼 스타일
적당히 섞어서 랩만 열심히 하면 재능 있는 친구들은
어디 자녹게 추천 수 쓸어가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함.
실제로도 그러고 있고.
근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음?
적당한 수준까지 올라가서 살아남고 마는 거?
보컬들이 실용음악학원에서 실용음악 배우고 실용음악학과 진학한 다음에
실용음악 학과 취업하는 반복이랑 다를 게 뭐지.
자기가 걍 랩돌이가 아니라 한국 힙합에서 뭔가 하고 싶다는 일말의 의지라도 있다면 그래선 안됨.
랩만 할 줄 아는 애들이 랩만 해서 씬의 반을 채우는 거, 그게 진짜 국힙 망하는 거임.
이게 아마추어 얘기 하는 것 같아서 국힙 망하는 것까지는 오바가 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자기 랩 스타일이 완성된 프로 사이에서도 정말 독특하다 싶은 랩을 하는 사람 정말 몇 없음.
자기의 확고한 색을 가지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는 거지.
랩만 해도 그런 식이고 앨범 단위의 구성과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더하면 더했지 결코 이보다 덜하지는 않음.
'랩퍼면 랩만 잘하면 돼!'
빠큐.
랩이 힙합은 아님.
'유행만 남고 다양성은 사라진 현실과 명작 하나 없는 애들이 독점한 공연시장' -무언가
요즘 이런 세태가 말해주는 게 뭔지 아심?
한마디로 뚜렷한 '존재'의 실종.
나아가 클래식과 레전드의 멸종임.
차세대의 그것들이 맥이 끊긴다는 거지.
힙합이 한 도시라 친다면 클론들만 남고 인간이 사라져 간다는 것임.
스눕독이 최근에 이런 문제에 대해 한소리 한 적이 있음.
'Future, Migos, Drake 같은 애들 랩 스타일만 보며 누가 누군지 분간이 잘 안 가. 물론 다 좋아하긴 하지. 내가 처음 래퍼가 되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다들 각자의 스타일이 있었어. 어떤 사람 같다는 얘기는 곧 신랄한 비판과도 같았지. 내 스타일을, 내 음악을 모욕하는 거니까.'
본인이 정유형 인터뷰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우리는 조금이라도 비슷하면 서로 화를 냈다고.
결코 가벼이 넘길 말이 아님.
올드스쿨과 1세대를 꼰대라고 무시하기 전에
그들이 신었던 신발이 단순히 낡은 신발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됨.
사족-켄드릭 라마가 각광 받는 이유가 단순히 그가 랩을 잘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음.
어디선가 그가 지금 세대 중 유일하게 전설이 되려고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여전히 기억에 남음
비단 랩퍼들의 문제가 아님.
리스너들 역시 몰개성한 뮤지션들을 매도하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 반대쪽에서
소수지만 여전히 그런 길을 이어 걷고 있는 이들을 분명히 기억하고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오직 음악적 가치와 완성을 향한 추구.
그 낡은 자리서 항상 중심을 잡는 건 누구? (Guess Who?)
좁은 화면 밖 비껴선 그들이 있어. 모두 그곳으로 시선을 돌려 고정 시켜.'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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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는 하는데 글이 점점 오그라드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