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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하반기 국힙의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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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5 12:07:22

2014년 하반기.

현 국힙의 트렌드는

\'오리지날리티의 요구\' 라고 생각해요.





\"당연한 거 아냐?\" 하고 고개를 기울이게 할 기본적인 얘기지만,

힙합이라는 문화를 향유하는 수용층의 연령하향과

문화적 진입장벽의 붕괴는 엠씨들의 이러한 기본적인 소양마저 클로킹 시켜버렸죠.






사실 이전만 해도, 재치있는 라이밍이나 배치기 스타일에서의 탈피만으로

쉽게 재미볼 수 있던 세대가 있었어요.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지게 되기까지 선수들의 기본함량의 집요한 질적향상이 있었듯,

국내산 힙합도 그 시스템이 조금씩 자리를 정착되어가는 과정에서,

방구석 자녹게 엠씨들조차 라키엘 (Rocky L) 이나 디지 (Deegie) 같은 현역은 씹어먹게 됐더랬죠.

동시에 씬도 어느 정도 포화되면서 나올 만한 캐릭터도 다 나왔고 경쟁은 더 빡세짐.












그 사이를 헤집고 나온 게 블랙넛테잌원이라고 생각해요.

블랙넛은 인간이라면 일반적으로 얘기하길 꺼려하는,

지리한 자신의 모습을 정갈하게 뱉어내는 캐릭터를 선보였죠.

그 찌질한 캐릭터는 충분히 쇼킹했고 그 내부에 잘 잡힌 기본기는

캐릭터와 충분히 시너지를 발휘해서 그의 말대로,

정규 앨범 한 장 없이도 스팟라잍 받는 놈이 됩니다.





테잌원의 경우는 당시에 호불호가 좀 갈리기도 했으나

일부 리스너들은 테잌원이 보여준 신선한 플로우를 높이 샀죠.

방송이나 힙플 게시글에서 보여준 태도들의 적확한 일치도 소름을 돋궜구요.

(이건 사담인데, 스윙스가 최근에 내놓는 곡들에도 테잌원 플로우를 모티브로 한 부분이 보임.)






각설하고,

웬만한 방구석 엠씨들도 잘한다 잘한다 하고 얘기가 나오는 건,

어느 정도 곡에서 안정빵으로 가는 플로가 국힙에 구축이 돼 있기 때문이에요.

버벌이 그 토대를 제시했고, 완성 단계엔 빈지노가 있었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오늘 블로깅의 골자는,

국힙을 오래 들어온 리스너들은 세대별로 트렌드를 낱말 단위로 짚어낼 수 있고,

최근 들어 또 한 줄기가 보인다는 거예요.

그건 그간 놓쳐왔던 기본소양 중 하나인 오리지날리티로의 회귀라는 것임.









그런 의미에서 뜬다는 씨잼 (C Jamm) 이나 도넛맨 (Donutman) 이 크게 두각을 못 내는 것 같아요.

분명히 잘하지만 다 어디선가 베껴온 스타일이거든요.







이런 접근으로 계속 글을 이어가자면 매클 (Mad Clown)을 웩이라는 애들은 바보가 돼요.

가사를 써봤거나 엠씨들을 카피하려는 노력이라도 해봤으면, 매클 (매드 클라운) 스타일 따라하기가 쉽지 않은 걸 알 거예요.

맫클의 그 플로는 다소 촌스러울 때도 있지만 분명히 독자적인 플로우와 색깔이 있는 엠씨임.

최근 앨범이 욕도 많이 먹는데 수록곡 중 \'깽값\' 들어보면 준내 멋있음.

\'송충인 여전히 솔잎먹지.\' 라는 대목에선 진심 힙합을 봄.







스윙스같은 경우는 가사만 줘도 이미 예측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요.

이건 스윙스를 까자는 게 아니라 버벌도 마찬가지예요.

그들의 오리지날리티나 플로우가 익숙해서인 거죠.

그만큼 내가 많이 돌려 들었던 것이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유행하는 플로우를 존슨 부대찌개마냥 다 섞어놓은 유려한 신인들보다

매클의 다소 촌스럽지만 독자적인 플로우가 더 멋지다는 거예요.






신인인데 벌써 익숙한 플로우를 보여주는 건 이미 실패임.

그건 짜깁기에 불과해요. 설빙을 흉내낸 호미빙이자 네스퀵 베껴온 제티밖에 안된다는 거죠.

상업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어내도,

힙합이라는 문화의 특성상, 그것관 하등 관계없이 필연적으로 웩일 수밖에 없어요.






잠깐, 얘기를 돌려볼게요.

국내산 힙합 곡들이 외힙과 거리가 있다고 못한다는 애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벙슨임.

이전 글에서 해피투게더 예능 얘길 잠깐 했었는데 거기 보면 가나출신 \'샘\'이란 작자가 토속어로 프리스타일을,

표정 싹 바꾸고 보여주는데 그 촌스러운 랩핑도, 자국어에 대한 애정과 힙합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 있으면

그렇게 멋진 모습이 되는 거예요. 난 힙합의 본질이 거기 있다고 봅니다.





본토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어도 자기 것을 보여주는 거예요.

촌스러운 것도 힙합을 통해서는 이렇게 멋진 게 됨.




고로 외힙과 비슷하단 게 최종지향점이면 우린 그냥 카피캣 이상의 어떤 것도 못되는 거죠.

배울 건 배우고 받아들여도 스스로에 대한 신념이 있어야 진짜 힙합이라고 생각함.

2014년 국힙 트렌드는 그런 면에서 확고한 아이덴티티 이자 오리지날리티의 획득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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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4-11-05 13:07:53

좋은 글이네요!!

2014-11-05 13:50:42

현재 유망주라 꼽히는 코홀트나 넉살 보면 오리지널리티라기엔 본토 카피라 해도 무방할 수준이죠. 더불어 씨잼과 도넛맨도 자주 언급되는데요.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하긴하지만 아직 그게 화두인가는 의문이네요.

WR
2014-11-05 14:41:49

불편한 얘기지만 코홀트는 뭉쳐서 낸 컴필 외에 주목할만한 앨범이 있었나 싶습니다. 수장인 팔로알토조차 말을 아끼게 되죠. 반면 호평받는 앨범의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고유의 엠씨 색이 묻어난다는 거예요. 하물며 넉살은 아직 평가가 이르죠. 주제넘게 넉살을 포함한 루키들에게 조언하자면, 가사나 플로우에 자기 껄 넣으란 겁니다. 저는 제리케이의 정치색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멋진 엠씨라고 생각해요. 고유의 플로우가 있고 자신의 철학이 있으니까요. 우리가 언급한 엠씨들과 흉내내기에 급급한 루키들은 큰 울림을 줄 수가 없어요.

WR
2014-11-05 15:32:11

그렇군요. 댓글주신 분이 그럼 저 루키들이 가져야 할 지침같은 게 있다면 무엇일지 짚어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2014-11-05 23:51:33

당연히 지침이라면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허슬하는 거겠죠

2014-11-05 13:53:51

이분 댓글 다는것도 많이 읽어보고 글도 몇번 읽어보고 했는데 저랑 생각이 겹칠때가 엄청 많았음.. 스윙스가 테익원 리스펙하는것에 저는 멋지다고 생각함.. 그게 본문의 말 그대로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자는 마음가짐 같음..

2014-11-05 14:00:43

좋은글입니다 깨알같은 롸키엘까기 ㅋㅋㅋ

2014-11-05 14:07:46

코홀트는 한국힙합 탑입니다

WR
2014-11-05 14:47:37

탑은 모르겠지만 그들이 구축해놓은 영역은 무시 못하죠. 특히 뭉쳤을 때 내는 시너지는 역대급이고. 완전히 별개의 문제지만 오케이션의 리스너들을 대하는 태도는 뻐큐입니다.

2014-11-05 22:38:41

잘 몰라서 그런데 오케이션이 무슨 일이 있었나요?

2014-11-11 23:06:14

마약사건?

2014-11-05 14:47:11

넓게 본다면 개성.스타일.캐릭터까지... 말씀하신대로 캐릭터가 정말 나올대로 나왔다 싶어요.. 그래서 최근 잘한다 뭐다 해도 너무 식상해요. 너무 상항평준화 되지 않았나. 2014년의 트렌드라 말씀하셨는데 비단 14년만의 트렌드에서 멈출것같지 않네요 앞으로 씬에서 살아남으려면 오리지날리티를 부각시킬수밖에 없을거같아요 앞으로 한국힙합의 길?이라고 생각해용

2014-11-05 14:57:57

오리지널리티도 오리지널리티지만 리얼이라고 할 만한 서사를 가진 MC도 전혀 없죠. 올티나 씨잼도 그나마 있었던 서사를 쇼미더머니에 나와서 다 깎아먹어버렸고. 그런 의미에서 저는 독자 행보를 보이는 도넛맨을 높게 칩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디멘토나 리짓군즈 같은 사람들도 응원함.

WR
2014-11-05 15:33:18

맫씨 부분은 이해합니다. 저도 언급된 엠씨들 중에서는 도넛맨을 첫째로 응원합니다. 이번 싱글도 나름대로 잘 들었구요.

2014-11-05 15:06:24

근데 이 글 나머지는 다 동의해도 매드씨는 쉴드 못쳐주겠음.

2014-11-05 17:18:25

코홀트를 전혀 좋아하진 않지만 본토껄배껴와서 오리지널리티가없다는건 생각을 해볼문제아닐까요 한국에서 본토의스타일을 접목시켜 랩하는것도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로 볼순없을까요

WR
2014-11-05 17:47:56

물론 볼 수 있겠죠. 산이가 자녹게에서 보여줬듯이. 하지만 최종지향점이 카피여선 창피하죠.

WR
2014-11-05 17:49:02

산이는 당시의 편견을 깨고 한국말로 왜 못해? 간지로 low를 오마쥬로 제대로 카바했죠. 지금의 산이와는 위엄도 달랐고 지금의 현역들이 투자하는 외힙흉내와는 또 달랐어요.

2014-11-05 17:24:28

차붐도 상당히 오리지널한데요

WR
2014-11-05 17:49:32

이번 앨범, 저도 좋게 들었습니다.

2014-11-05 17:38:2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상당부분 공감되는 말들이 많네요. 그런데 댓글에도 보이다싶이 코홀트 같은 경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외힙 플로우 카피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선 나름 선구적인 스타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외힙 플로우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오리지럴리티가 없다는건 고민할 필요가 있는 문제 같습니다.

WR
2014-11-05 17:50:29

물론입니다. 폄하될 부분은 아니지만 아직은 아쉬운 단계일 뿐인 거죠. 코홀트 훌륭합니다.

2014-11-05 17:42:20

조만간 이센스 애넥도트 나오면 이 글에대한 좋은 증명이 되겠네요

2014-11-05 21:28:04

그러나 결국 한국의 일매릭은 나오지 못...

2014-11-06 01:33:53

맫씨 짱 굿굿 ㅎㅎㅎㅎ

2014-11-06 12:42:11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2014-11-07 10:38:45

글 잘 읽었습니다. 하나 궁금 한점이 있다면 씨잼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것이 오리지날리티가 없다는 뜻인가요? 개인적으로는 씨잼 플로우가 신선하게 느껴져서요 ㅎㅎ

2014-11-08 10:19:50

스윙스 버벌진트에서 깊게 공감했네요. 물론 버벌진트에 비해 스윙스를 좀 덜 좋아하긴 하지만, 스윙스는 가사 딱 보면 아 이렇게 나가겠네가 보여서 그다지 당기지 않네요 말씀하신대로 익숙한, 신선하지 못한?

2014-11-08 15:56:21

좋은글 준비하는사람들에게도 현역에게도 좋은글입니다

2014-11-08 15:56:28

좋은글 준비하는사람들에게도 현역에게도 좋은글입니다

2014-11-19 15:50:35

진짜 음악하길 바라는 친구들에게 정말 유익한 글이군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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