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본헤이터'
안녕하세요. 근무중이라 다시 글 정리해서 저녁에 올린다고 했는데, 점심시간 잠깐 짬을 내어 다시 씁니다.
우선, 'came from the bottom' 에 대해 명확한 정의 없이 언급해 혼란을 끼쳐드린 것 같습니다.
댓글로 몇몇 분들이 "가난해야 힙합이냐" "빈지노, 최자 나름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는데 걔넨 뭐냐" "아이돌들도 밑바닥부터 올라왔다"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제가 생각한 'came from the bottom'은 '힙합'을 위해, '올인' 하는 것을 뜻한거였습니다. 빈지노, 최자 모두 밑바닥부터 시작한 점에 대해서는 이의 없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디시트라이브에 ID를 가지고 있는 래퍼 지망생', 'CB MASS']
'힙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본래 '사회부조리'를 세상에 속시원하게 말하는 것이 시초였습니다.
(물론, 사랑노래가 힙합이 아니다 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정의를 내림으로써 "니가 말한 것은 이건데 그럼 이건 아니겠네?" 식의 댓글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 유명한 nasty nas도 성공 이후 상업적으로 변했다는 이유로 팬들 및 언론에게 뭇매를 맞았던 적이 있죠.
본토에서도 그만큼 '힙합'은 상업과 거리를 둘만큼, '힙합'만의 성역이 있는 것은 자명합니다.(이 부분은 '락'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아이돌'의 어원은 다들 아시다시피 '우상'을 뜻합니다. 포괄적으로 '인기있는 사람'을 뜻하지만 대게 '틴 아이돌'을 뜻하지요.
'아이돌' 또한 밑바닥 연습생부터 데뷔까지 많은 고초를 겪는다는 것,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도 아니구요.
제가 앞서,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했듯이, 서로의 방향이 다른 것입니다.
'쇼미더머니3'에서 바스코가 그랬습니다. 바비씨 아이돌인데 욕하고 'Fuck you'를 날리는 게 신선하다고.
래퍼가 욕한다고, 사람들이 인간성에 대해 의심하거나, 욕한마디로 구설수에 오르지는 않습니다. 힙합의 아이덴티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돌'은 비단 욕설뿐 아니라, 담배와 같은 기호식품 하나에도 구설수에 오르내립니다. 아이돌 이미지와 정체성 때문입니다.
지코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는 'A better tomorrow'의 더콰이엇 가사와 'stars'에서 스윙스의 가사가 생각이 나더군요.
'나도 알아 많은 래퍼들이 원했던 건
그저 효도였을 뿐 그다지 큰 성공도
돈도 아녔어'
'이걸 시작한 계기가
돈과 여자 명예 때문이란 얘기야.
물론 당연히 좋아서 시작했지.
근데 동전 한푼 안받고서 누가하겠니'
'힙합' = '돈'의 상관관계는 더콰이엇 말대로 복잡합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힘으로 자수성가하기 힘든 사회구조에서, 오로지 '랩' 실력으로 돈을 번다는 것, 많은 래퍼들이 자신들의 돈을 '랩머니'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에 있습니다.
여기서, 소속사라는 거대 자본이 개입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 나서라도, 그 거대한 자본이 움직이는 광고효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바닥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오로지 실력만으로 차지한 정상과, 자본을 끼고 차지한 정상중 어떤 것이 더 명예로울까요. 적어도 '힙합'에서는 전자가 더욱 '리스펙'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슈프림팀' 이야기도 해주셨는데요, 애초에 소속사와 계약문제로 마찰이 많은 래퍼들은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성공 수순이 되었습니다. 다듀 또한 돈+씬의 발전을 위해 아메바 컬쳐를 세우고, 슈프림팀 등 언더 후배들을 데려다가 키웠습니다.
다듀는 결국 스스로 소속사가 됨으로써, '계약'에서 벗어났지만 '슈프림팀'은 아니었죠. 그 때 당시 힙플 내,외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언더그라운드 킹' 2명이 점점 상업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봤으니까요.
그래도 '슈프림팀', '마이티마우스', '산이'를 비판하면서 계속해서 주시하는 것은, 과거 그들의 행보를 직접 보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간 돌아오리라는 믿음 하에.
'음악' 이라는 타이틀 아래, '힙합'도 하나의 범주에 속하지만, '힙합'만큼 개성이 극명히 드러나는 장르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락' 또한 여러 장르와 접목되면서 점차 경계선이 희미해졌죠.('락'이 변했다고 비판하는 것 아닙니다 오해마시길.)
하지만 '힙합'은 '랩'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있기에, 그 정체성이 확고한 장르입니다.(글에서 주구장창 말한 힙합은 음악적인 면에서의 힙합입니다. '그래피티'나 다른 것들은 염두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아이돌과 힙합은 서로 아이덴티티가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아이돌을 '래퍼'라고 칭하십니까? 아이돌은 아이돌이지 '래퍼'는 아닙니다.
짧은 점심시간에 빨리 쓰다보니 퇴고도 없고 두서도 없는 글이 길어만 졌습니다.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공유하면서 논한다면, 정체해 있는 것보다 더 발전한 문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글을 쓴 것인데, 앞서 제 글을 다시 보니, 조금 감정적인 면이 들어간 것 같아서 사과드리겠습니다.
'날이 선' 비판과 비난은 다르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제 의견에 동의하시는 분들도, 또 아니신 분들도 있겠지만, 올바른 토론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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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용에는 동감합니다만 저는 그래도 결과물이 더 좋으면 좋다고 보는 주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