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ICO - Well Done] 바싹 익혀졌기에 타지는 않은 성공이란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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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8 20:45:47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정체성이란 두 가지 줄을 번갈아 타는 번잡함(?)을 고민하지 않는, 힙합 아티스트이자 \'아이돌 그룹\' 블락 비(Block B)의 리더로 이전보다 확실히 성숙해진 태(態)를 음악에 담아내고 있는 지코(Zico)는 사실 진지하지 않은 듯 진지한 일종의 신비로움을 (적어도 필자에게) 선사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건 곧 그가 어떤 주제로 말미암아 랩을 하든 스스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윤곽에 충실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부분을 상기시켜볼 때 본 싱글 \'Well Done\'은 정말 곡의 제목 그대로 바싹 익혀진 스테이크 한 조각을 음미하는 것과 같은 곡이다.(일정 박자로 맞아 떨어지는 드럼 라인을 중추로 삼고, 미니멀한 멜로디 라인을 부각시킨 피아노와 흐릿하게 들리는 베이스로 다져진 전반적인 프로덕션은 비유하자면, 아쉽게도 그리 숙성되지는 못한, 약간 심심한 와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곡의 프로덕션은 예상 외로 훌륭하다. 의외로(?) 다채로운 곡 내부의 구성은 물론, 지코와 게스트 \'나무늘보\' 자 메즈(Ja Mezz)의 여과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까지.. 그렇지만 결론 짓자면 훌륭한 프로덕션이지만, 뭔가가 심심한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근거가 존재하는 건 아닐테지만, 고전적인 팝 사운드와 더불어 힙합 본연의 붐 뱁을 전면에 내세운 사운드가 두 이야기꾼(지코 & 자 메즈)의 진솔한 이야기를 받쳐주고 있지만 그게 사실 조금은 힘겨워보이는 듯한 아쉬움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사운드의 한계를 지적하는 건 아니다.(오히려 곡의 지속성, 그러니까 계속 귀를 기울이게 되는 주된 요인은 다름 아닌 이 곡의 사운드에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음악적인 효용 가치를 배제하고 남는 것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두 이야기꾼의 랩과 가사일 것이다. 지코는 그간 스스로가 겪었던 경험들, 그리고 나름의 깨달음과 일상을 정제된 언어로 읊조리고 있지만, 자 메즈는 정제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의 프로필과 다짐을 느긋하게 풀어내고 있다.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고유한 스토리 라인을 중심으로 랩을 하고 있는 이 둘의 랩은 미친 듯이 훌륭하다기보다는 차라리 유유하게 짜릿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생존 본능을 체계화시키기보다는, 자신의 삶에 비추어 살아야 겠다는 의지를 수긍하는 두 MC의 가사에는 깊은 고집이 스며들어 있어 청자에게 있어 공감할 수 있는 빈 틈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곡은 많이 불친절(?)한 곡이지만, 그 불친절함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게 곧 이 곡을 듣고 있는 청자에게 있어 가장 성찰적인 순간이 될 지도 모른다. 푹 눌러앉은 멜로디에 단편 수필을 풀어낸 듯한 본 싱글은 전체적으로 세련된 무드를 풍기고 있기에, 지코의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도 이 곡에서 확실하게 익혀졌다고 할 수 있겠다.(그 수필의 주된 제재는 성공과 꿈의 보편성인지라, 더 큰 깊이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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